[속보입니다. 경부 고속도로에서 3중 추돌 사고가 일어났습니다. 원인은 현재 지명수배 중에 있던 빌런 크러쉬의 소행으로..]
소식을 전하는 뉴스 앵커의 얼굴은 심각했지만, 정작 그 반대편에서 국밥을 뜨던 사람들의 표정은 시큰둥했다. '하여간 저 놈들 때문에 돌아가는 일이 없다니까' 하는 몇몇 투덜거림만 흘러나왔을 뿐이었다.
"어어, 김씨. 이번에 경부 고속도로로 갈 생각이야?" "아 그래도 우리네같은 복구 작업반은 일이 끊이질 않아서-이걸 욕하기도 애매하고."
따위의 대화가 오가는 현장 바로 옆에서는, 부서진 도로를 보강하는 작업이 한창이었다. 저 편에서는 경찰차가 요란한 사이렌 소리를 울리며 흰색suv 차량에게 멈추라고 경고하고, 엄청난 속도로 달려가는 초인적인 인물이 그 추격전에 동참하고 있었다. 이어서 울리는 총성- 오늘도 출근길이 고단할 것을 예감한 이들의 입에서 한숨이 푹 새어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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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봄. 당신은 혼돈과 평화가 뒤섞인 한국에 속해있다. 그것도 사건사고가 끊이질 않는 한국의 수도, 서울 한복판에. 평범한 카페에서 조용히 커피를 마시는 와중에도 유리창 밖엔 성가신 비명소리와 붕괴하는 잔해들이 보인다. 잦은 인명피해가 일어나고, 건물은 무너지며 핸드폰은 쉴새없이 재난경보음을 울려댄다. 평소와 다름없는 출근길에 히어로 소속-사설 피해복구반이 건물과 도로를 복구하는 풍경은 이제 일상이다.
곳곳에서 들려오는 웃음소리와 발자국소리, 도란도란 이야기 나누는 소리가 귀를 간질여온다. 눈이 소복히 쌓이고, 발을 시리게 얼리던 시절이 언제였냐는 듯 봄은 시나브로 찾아와 나뭇가지와 단단한 땅 위로 사뿐히 내려앉았다. 늦봄의 계절, 마치 여름을 연상시키는 듯한 한 차례의 소나기가 지나간 오후의 햇빛은 이전보다 더욱 따사롭게 얼굴을 내리쬔다. 비소식에 사람이 많이 몰리지 않을 거라 생각했는데, 이래서야 빗발을 헤치며 외출한 보람이 없지 않은가- 그녀의 머릿속에 이런 생각이 떠오르긴 했지만, 즐거워하는 사람들의 소음을 듣는 것이 그리 불쾌하진 않았다. 무엇보다도...
"초코 바나나 파르페 나왔습니다-"
...그녀 또한 이 찬란한 햇살 속 산책을 퍽 즐기고 있었으니까. 백 운은 잠시 기다릴 겸 앉아있었던 야외 테이블에서 일어나 큼지막한 종이컵에 담긴 파르페를 받았다. 때 아닌 군것질에 약간의 사치지만, 이 정도 쯤이야-이런 좋은 날에는 약간의 칼로리와 설탕, 충동이 함께해야 하는 법이다. 그리고 내킨다면, 인증샷도 함께-
그녀의 시선이 잠시 흐드러지게 핀 철쭉꽃에 머물렀다가, 다시 먹음직스런 파르페로 향했다가, 옆을 지나치고 있는 다양한 행인들에게 옮겨갔다. 멋지게 사진을 찍어줄 수 있는 제 삼자이자 부탁하기 만만한, 혼자 있는 사람. 그리고 무엇보다 생판 모르는 남이 사진을 부탁했을때 거절하지 않고 받아줄 정도로 할 일이 없어보이는(바빠보이지 않는) 사람.
당신에게 부탁한 그녀는- 그래, 굳이 표현하자면 마치 방금이라도 회사의 컨퍼런스 룸에서 내려온 듯한 완벽한 정장 차림이었다. 물론 계절감이 있으니 두꺼운 자켓은 없었고 셔츠는 좀 더 산뜻한 블라우스 차림이었지만 길가를 지나다니는 산뜻한 차림새의 사람들이나 당신과는 다른 사무적인 느낌이 도드라졌다. 누가 보았다면 마치 주말 근무라도 하다가 뛰쳐나온 회사원으로 생각했을지도 몰랐다(어쩌면 당신을 포함해서).
"네, 사진. 여기 이 꽃을 배경으로 해서- 제 상반신이 다 나오게요. 아, 이게 찍는 버튼이니까 이걸 눌러주면 돼요."
조심스레 받는 당신의 모습에, 그녀는 이때다!싶은 반짝으로 눈으로 순식간에 상세한 사진 요구사항과 버튼 설명까지 좌르륵 늘어놓았다. 역시, 예상한 대로-그리고 점찍은 대로 딱 적당히 사진 찍어줄만한 사람이다! 그녀가 성큼 다가섬과 동시에 옅은, 오묘한 장미향이 풍겼다가 이내 멀어졌다. 어느샌가 그녀는 철쭉꽃 덤불 앞에 서서 파르페를 멋지게 들고 있었다.
오케이 사인과 함께, 다시 한번 미소지어보인다. 아까의 그 인위적인 웃음에도 사진 찍을 타이밍을 못 찾은 거냐던가, 좀 더 앉았으면 좋겠다던가, 핸드폰 각도를 위쪽으로 살짝 기울이면 좋겠다는 등의 자잘한 소리를 꺼낼 생각은 고이 접어 머리 뒤편에 넣어두었다. 그 정도로 완벽한 사진사가 필요했더라면, 차라리 자신에게 약점이 잡힌 멍청이들이나 자신과 계약을 맺은 좀 더 만만한 센티넬을 데리고 나와 부렸을 것이다. 무엇보다도- 지금은 불필요한 소음을 빚지 않아도 충분히 완벽한 하루이지 않은가. 백 운은 해사한 웃음과 함께 파르페를 든다. 찰칵, 무던히 사진 한 장이 찍혔다면 또 다른 사진 한 장을 요구한다. 이번에는 파르페를 베어무는 장면이다.
그렇게 당신이 그녀의 모든 요구를 들어주고 사진 두 장을 무사히 잘 찍어주었다면, 백 운은 으레 그렇듯 사람 좋은 웃음과 함께 핸드폰을 다시 가져갔을 것이다. 아, 핸드폰을 넘겨받던 그녀의 손이 잠시 미끌, 했다가 위태롭게 다시 핸드폰을 잡으려 허우적거리지만 않았더라면- 그랬더라면, 그녀는 무사히 핸드폰을 가져가고 당신과 즐겁게 헤어질 수 있었을 것이다. 그 사이에 한 입 베어물었던 파르페가 흘러내려 당신의 옷을 더럽히는 일도 없었을 것이고.
//핸드폰을 넘겨받는 새에 한번 떨어뜨릴 뻔 해서 한번 허우적 했다가 민호의 옷에 파르페를 흘려버렸다는 설정! 민호가 센티넬 능력을 발휘해서 중간에 핸드폰을 잡아주거나 파르페가 옷에 묻는 걸 피할 수도 있고 아니면 그냥 당해도 좋아! 선택은 민호주가~
준비됐다는 말에 제대로 초점을 맞추고는 찍는다. 한번 찍고나서 원래주인에게 다시 돌려주려고 했는데 한장만 더 찍어달라는 요청에 속으로 귀찮아하면 방긋 미소를 짓고는 한번더 찍어주겠다고 한다.
"그럼 다시 한번 찍겠습니다."
이번엔 살짝 몸을 낮추어 찍어준다. 그러고는 상대방을 따라 특유의 대형견같은 미소를 짓고는 넘겨준다. 하지만 상대방의 손이 미끌러웠는지 휴대폰을 떨어뜨리는 모습에 자신도 모르게 폰을 잡게되었다. 하지만 폰을 신경쓰느라 파르페까지는 신경쓰지못해 옷에 파르페가 묻게 되었다. 민호는 속으로 한숨을 쉬며 상대방에게 조심스럽게 건네준다.
말로는 그럴 듯하게 호들갑을 피우지만, 표정에까지 미안함을 드러낼 정도는 아니었다. 그러기엔 너무나도 사소한 실수-라고, 그녀는 뻔뻔하게 생각했다. 완벽한 모양으로 내용물을 담아내고 있었던 파르페를 한 입 베어문 게 원인이 되어 흘러내렸을 뿐인걸. 거기에 그렇게 신체능력이 좋다면-이것도 그냥 피해버렸으면 그만이었던 거잖아? 굳이 남의 핸드폰을 잡아가며 옷을 더럽힌 것도 어떻게 보면 자기 잘못이지-라고, 진심으로 그렇게 생각했다.
"죄송해요. 내가 여러모로 서툴러서."
그럼에도 서둘러 핸드백에서 손수건을 꺼내 더럽혀진 옷 위를 문지른 데는, 명백한 이유가 있었다. -아까 그 반사신경, 혹시- 하는, 작은 의심의 실마디 하나가 그녀의 눈을 반짝이게 만들었다. 혹시나- 혹시라도? 아, 혹시라도. 혹시라도 센티넬이라면- 그러면 어때서? 세상에 널리고 널린 게 센티넬인데. 모든 센티넬들은 국가의 엄중한 관리 하에 놓이거나 히어로로 설치고 다닐 뿐인데. 하지만- 하지만 그 중에 하나라도, 내 손아귀 안에만 있다면.
성격은 무난하고, 순하고...그러면 역시 민간인일까? 작은 호기심은 연기처럼 스러져간다. 그건 사실 중요하지 않다. 뭐든지 가능성으로 남겨두는 편이 좋다는 것 정도는 쓰디쓴 담배가 입에 맞기 시작했을 즈음에- 진작에 깨달은 교훈이었다. 특히 인간관계에 대해서는, 지금 같이 작은 불씨가 온 세상 천지에 나돌아다니는 상황에서는 더더욱. 그녀의 눈빛이 잔잔히 가라앉는다.
"아니, 그래도 사진까지 찍어줬는데 미안해서 그래요."
그러지 말고 일단 받아두라며, 운은 짐짓 호들갑을 떨며 연락처를 당신의 주머니에 쑤셔넣었다.
"부주의한 건 나였는데, 뭘. 학생은 너무 빼지만 말고 받을 땐 제대로 받는 법도 익혀둬요. 요즘 세탁소 가는 비용이 만만찮은데."
세상에 물가가 너무 올라서 말이지, 한 푼도 아쉬워 말고 받아요! 라며 오히려 이쪽이 윽박지르듯이 엄포를 놓고는 기스 하나 없이 멀쩡한 핸드폰을 가볍게 흔들어보였다. 당신이 구해준 핸드폰이고, 이번에 새로 나온 반짝이는 신형 핸드폰이다.
"이거 구해준 보답이기도 하니까. 나중에 꼭 편하게 연락하기에요?"
운은 어쩔줄 몰라하는 표정의 당신에게 가볍게 윙크를 보내곤 유유히 발걸음을 옮겼다. 기분 좋은 날에- 적당히 기분 좋은 사건. 그리고 또 어쩌면 꽤 괜찮은 발견을 한 걸지도 모르겠다.
//뭔가 이쯤에서 끊는 게 좋을 거 같아서! 그리고 이제 슬슬 해야 할 일이 있어서 잠시 못 올 거 같아~ 여기까지 하고 끊을게! 민호주 고생했어!
세상은 늘 똑같이 흘러갈 뿐이다. 기분 좋게 햇살을 쬐는 순간도, 저녁 노을을 보는 순간도, 점차 빛이 꺼지다 암전되는 하늘 아래 맞는 바람결마저도. 잿빛으로 물들인 머리를 한 단발의 여성은 기나긴 한숨을 흘려보냈다. 발코니 밖으로 보이는 도시의 야경은 언제나 그랬듯 수많은 가로등과 빌딩의 창문에서 비쳐지는 형광등, 도로를 달리는 라이트 불빛으로 반짝이고 있었다. 가슴에 사무치는 무료함, 그리고 이어지는 공허함. 얇은 셔츠 사이로 스며드는 밤바람의 한기가 몸을 떨리게 했다.
"하아-..."
여인은 몸을 웅크리며 제 팔을 감싸 안았다.
세상은 아무것도 변하지 않는다. 그저 조용히 하루하루가 쌓여 하나의 일상이 되어버린 채 흘러갈 뿐이다. 일상을 새롭게 바꾸고 싶다면, 직접 바꾸는 수밖엔 없다. 그녀는 고개를 들어 핸드폰을 꺼내들었다. 좀 전에 한 친절한 청년이 옷을 버려가면서까지 구해준 핸드폰이었다. 그녀의 머릿속에 잠시 자신의 친절을 극구 사양하며 당황하던 청년의 모습이 스쳐지나간다. 아직, 연락은 오지 않는걸까? 아니면 영영 오지 않는걸까. 과연 어떻게 되려나. 짧은 상상은 어설픈 추측이 되었다가 스러진다. 여인은 곧 잠금화면을 풀고 누군가에게 전달하는 문자를 꾹꾹 눌러 보냈다.
[시작해]
...이내, 풍경 속의 불빛이 흔들린다. 아주 작고 미세한 흔들림에 이어 들려오는 요란한 소음과 비명소리, 시끄러운 경찰차의 사이렌 소리가 징징 울리고 울려 여인의 귓가에까지 흘러들어가 요동친다. -부르르, 한기어린 바람에 인 오한인지, 저편 멀리 벌어지는 소란의 간질임에 인 흥분인지 모를 것이 여인의 어깨를 떨리게 했다. 아, 그렇지. 역시 직접 바꾸는 수밖엔 없다. 일상을 새롭게, 비일상으로 옮기며 흔들어놓기 위해서라면 이쪽에서 어떻게든- 일상에 거친 망치질을 해가며 깨부수고 금을 가게 만들어 변모시키는 수밖에 없는 것이다. 여인의 얼굴에 미소가 떠오른다. 오른 팔뚝의 자국에 통증이 느껴져도, 가슴이 철렁하는 위기가 느껴져도, 점차 흐려지는 존재의 말미에조차 그녀는 웃음지었다. 무사히 살아돌아올 정도로 능력 있는 자라면, 마땅히 돌아와 자신의 은총을 받을 수 있을 것이다. 그렇지 않다면야- 글쎄,
봄이 되면서 네일샵의 트렌드 디자인도 산뜻하게 바뀌었다. 여인은 자신의 잘 다듬어진 손을 내려다보며 손톱에 빼곡하게 꽃을 그려넣은 것은 조금 과했나, 하는 생각에 잠시 잠겼다. -하지만, 이 정도 하지 않으면 이 계절을 제대로 즐기고 있다고 할 수 없지 않을까? 손가락의 가장 끝, 아주 약간의 면적만을 차지하고 있는 이 판판한 도화지에 파란색을 칠할지 빨간색을 칠할지, 글리터를 올릴지 큐빅을 올릴지 결정하지 못하고 이상과 현실을 아슬아슬하게 줄타기하던 시절은 이미 옛날옛적에 지나가버렸다. 한결 가벼워진 기분으로, 여인은 고개를 들고 산들바람을 만끽하며 걸음을 옮겼다. 아이들이 재잘거리며 웃는 소리가 저편에서부터 들려와 마치 영화의 한 장면 같이 행복한 분위기를 자아냈다. 이 완벽한 즐거움에 그녀의 시선이 놀이터로 흐르듯 옮겨간 것은 당연한 수순이었다. 세상이 무너지더라도 유일하게 행복을 찾아가며 웃음을 터뜨릴 존재들이다. 마치 갓 돋아난 새싹처럼 싱그러운 희망의 상징- 하지만 그 뒤에는 분명 어른들의 고충과 고통이 얼룩져 있을 것이다.
"......"
어린아이 셋이 합체를 외치며 서로 엉겨붙은 채 커다란 미끄럼틀을 타는 모습을 따라 시선이 주욱 내려간다. 놀이터의 푹신한 타일바닥, 그리고 바로 그 근방에 있는 알록달록 색칠된 벤치. 운의 눈동자가 수다를 떨고 있는 부모들을 스쳐지나가 홀로 조금 동떨어진 한 인영에게로 꽂혔다. 조금, 익숙한 것 같은데. 아니, 분명 이전에 본 사람인- 아, 그때 그.
핸드백 안에 담긴 반질반질한 휴대폰이 떠올랐다. 재빠른 반사신경으로 자신의 핸드폰을 잡아준 사람, 제 사진을 찍어줬던 청년이었다. 일말의 가능성에 기대 무작정 연락처를 주머니에 쑤셔넣어줬지만, 아직까지 연락 한 번 없었지.
그녀는 발걸음을 옮겨 놀이터 입구에 들어섰다. 또각이는 구두를 신고 있었지만, 푹신한 놀이터 타일에 발걸음 소리가 묻혀 상대에게 제법 다가간 순간까지도, 청년은 눈치채지 못한 것 같았다.
예상했던 답안이었다. 으레 연락이 안오는 상대란 그런 것이지. 물론, 대부분의 경우를 보면- 인연이란 게 그렇게 쉽게 이어지지 않는다는 건 잘 알고 있다. 상대가 대답하기도 전에, 그녀는 핸드백을 끌러내며 옆자리에 앉았다. 오늘의 그녀는 하얀 가방에 화려한 주홍빛 색감의 점프수트, 손톱에는 노란색 들꽃들이 수놓아진 차림새였다. 마치 관광지에 휴양을 갔다가 갑자기 평범한 아파트 단지내의 소박한 놀이터로 끌려나온 것 같은 조금 이질적인 모습에 이쪽으로 몰리는 이목에도- 그녀는 태연하기만 하다. 이 태연함은 그녀를 일상에 순식간에 스며들게 만들어-거짓말같이 주변 시선들도 가라앉았다.
"음, 잠시 네일샵에 갔다가 돌아가던 길이었어요. 어때요, 예쁘죠?"
백 운은 싱긋 웃으며 핸드백 위에 다소곳이 올려져 있던 손을 들어보였다. 자세히 보면 들꽃이라 그런지 몰라도, 조금씩 다른 모양의 꽃들이 세심한 붓칠로 수놓아져 있는 그림같은 손톱이 햇빛에 반짝였다.
"네, 좋아해요. 봄이라고 하면 다들 화려하게 피는 꽃들만 말하는데, 사실 봄이 왔다는 걸 제일 먼저 알려주는 꽃은 이런 자그마한 들꽃이거든요. 이름조차 제대로 알아주는 사람은 없지만- 어디서든 고개를 내밀어서 봄소식을 열심히 전해주는 이 자그마한 것들이 너무 기특하고 아름답지 않나요?"
그녀는 자랑하듯 들어보였던 손가락을 물결치듯 까닥여 보이곤 다시 핸드백 위로 차분히 내려놓았다.
"우리 일상을 멋지게 만들어주는 것도 이런 소소한 것들이죠. 이렇게 좋은 날씨에 내리쬐는 햇빛이라던가, 딱 적당히 선선한 바람이라던가, 저기서 어울려 놀고 있는 아이들의 웃음소리라던가- 이런 갑작스러운 만남이나 사소한 대화들처럼요."
운의 갈색 눈동자가 하늘로, 놀이터로, 허공으로 향했다가 잠깐의 정적 후에 당신에게 머물렀다. 그녀는 깜박한 무언가를 이제야 떠올린 양, 한 손을 황급히 당신에게로 건넸다.
애매한 대답과 흐려지는 뒷말에 상대의 이름에 뭔가 사정이 있다는 것 정도는 알아채기 어렵진 않았다. 지금 캐봤자 좋을 게 없는, 그저 지나가는 무언가의 실마리. 그녀는 일단 이 순간을 기억해두기로 했다. 그리고 좀 더 자신에게 향하는 당신의 눈길에 입꼬리를 끌어올렸다. 그저 친절한 미소를 지으며 대화를 즐기고 있는 것마냥 꾸며냈지만- 당신의 관심에 대한 순수한 기쁨의 표현에 가까운 미소였다.
"그래요? 그럼 나랑 크게 다르진 않네. 혹시 한가해요? 할 일 없으면 저랑 같이 어울리는 거, 어떻게 생각해요?"
직장은 없냐던가, 오늘 하루 일은 쉬는 거냐던가 하는 말은 꺼내지 않았다. 오히려 당신의 기분을 상하게 할 수도 있으니까. 그리고 무엇보다 그런 시시한 질문보단 무료한 자신의 하루에 같이 어울려줄 수 있느냐 하는 게 더 중요했으니까.
"저도 한가하거든요. 그냥 조금 걷고, 걷다가 앉아서 쉬고- 시원한 음료도 마시고, 맛있는 것도 먹으면서 시간을 보낼까 하는데-"
그녀는 다시금 제 손가락을 앞으로 주욱 빼며 갓 칠한 네일을 바라보았다. 저 멀리서는 술래잡기를 하던 아이들이 술래가 잡았느니 잡히지 않았냐느니 하는 일들로 허리에 손을 얹은 채 언성을 높이고 있었다. 그리고 그 목소리에 주변 벤치에 앉아서 담소를 나누던 어른들도 자리에서 일어나 놀이터쪽으로 발걸음을 막 옮기는 것이 보였다.
어린 것들, 희망의 상징이라 불리는 것들- 하지만 동시에 분란의 시작이 될 수도 있는 것들. 운의 시선이 점점 언성이 높아지는 어른들과 그 뒤의 아이들에게로 향했다. 아마 어른들이 도착하기 전에 아이들 사이에 뭔가 분쟁이 있었던 모양이지. 아이들에게서 시선을 거두자, 그제서야 어른들의 눈가에 내려앉은 다크서클이 눈에 들어왔다. 그녀는 미소짓고는 자리에서 일어나 앞장섰다.
"그럼 우선 이쪽으로 가볼까요? 아마 이쪽으로 가다보면 단지랑 이어진 괜찮은 산책로가 있을거에요."
라며 두어 걸음을 옮겼다가 문득 떠오른 듯 멈춰서서 당신을 돌아보았다.
"시간은 얼마나 있어요? 적당할 때 놓아줘야 할 텐데. 혹시 집에 기다리고 있는 사람이 있나요?"
갱신이야! 민호주 내가 요즘 계속 정신이 없어서 그런데 돌리던 일상을 이쯤에서 끊고 킵해둬도 될까? 너무 늘어지고 매일마다 답변달기 어려운 상황이라ㅠ 나랑 하는 건 나중에 다시 이어서 해도 되고, 새로 시작해도 좋아! 혹시라도 중간에 다른 참치랑 마주치면 그때 자유롭게 일상 돌려도 되고! 생각보다 일이 바빠져서 미안해ㅠ
일단 센티넬-가이드 간의 상호작용 문제도 좀 더 명확히 하는 편이 좋을 거 같아서 그것도 좀 추가해 놓을게. 사실 캡틴은 센티넬물을 읽어본 적이 없어서 약간 방황하고 있었거든. 이 점에 대해 좀 더 잘 알고 있는 참치가 있다면 누구라도 좋으니 얘기해주면 좋을 거 같아. 따로 언급 없으면 그냥 내 재량대로 막 설정해버릴 생각이야
끄악. 오랜만에 갱신!!! 다들 잘 지내고 있어? 나도 센티넬물을 읽은 적이 거의 없어서 잘 모르지만 접촉으로 자연스럽게 가이딩을 하는 느낌?도 괜찮고 의도를 담아야 가이딩이 되는 그런 것?도 괜찮지 않을까 싶기도하고. 거의 설정이란 만드는 사람의 자율이다보니 캡이 편하게 정하는 게 좋을 것 같다는 게 내 생각이야!! 새 히어로 시트 올라온다니 기대된다~~
>>177 백운이랑은 과거 선관 같은 걸 만들어도 재밌을 거 같고...아니면 그냥 언노운에 대해 알고 있다! 정도도 좋을 거 같아. 언노운에 대한 진아의 생각은 어떤지 대충 정리하는 거지. 오래 활동했으면 동일이를 모를 순 없겠다ㅋㅋㅋ 동일이가 몇번 가이딩을 받은 적이 있다고 해둘까? 완전 초짜 히어로 시절엔 능력 조절을 제대로 못하고 온몸이 딱딱해져서 진아의 가이딩으로 도움받았다 해도 좋을 거 같은데 진아주 생각엔 어때?
>>179 오 과거 선관 만들 수 있으면 재미있을지도~! 진아는 어릴적부터 고아원에서 자라다가 가이드인거 알게 되자마자 히어로로 들어왔어~!! 혹시 과거에 만났다면 어떤 것 생각하고 있어? 동일이는 진아보다 열한살이나 연상이니까 아무래도 진아보다 선배가 아닐까 싶고? ㅋㅋㅋㅋ 아니면 동일이는 언제 히어로로 들어오게 된 것이려나?
>>181 운이는 부잣집 사람이고 본인 이미지도 챙기는 사람이니까 고아원에 기부하거나 봉사하러 온 적이 있다고 해도 좋을 거 같은데 어때? 오랫동안 알았던 사이도 잠깐 스쳐지나갔던 인연도 가능할거 같아! 아무래도 그런가ㅋㅋㅋ하지만 딱히 초짜가 아니어도(??) 그런 일이 한번쯤은 있었을지도(???)(feat.무너지는 선배의 자존심) 음~ 동일이는 아마 25~27 사이쯤일 거 같아! 그러니까 군대 다녀오고 대학 졸업하고 사회생활 1~2년쯤 한 후에 히어로가 된 거지!
>>182 오.... 운이 부자집 아가씨.....? 고아원에 어떻게 오게 되었는지 궁금하다. 진아하고 나이 차이가 16살 정도 나니까 언제쯤 왔느냐에 따라 상황이 다를지도 모르겠어~ 맞아 초짜가 아니어도 어쩔 수 없이 빌런하고 싸우다보면 힘을 너무 많이 썼을 수 있으니까!!! 동일이가 아마 선배고 한 2-3년차 정도일때 진아가 들어왔을 것이려나? 그 때 진아는 미성년자였으니까 동일이를 아저씨(!)라고 불렀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기도 해....? 아저씨 호칭... 괜찮을것인가.....
>>183 진아가 거의 성인 될 때쯤은 어떨까? 아주 어릴적엔 몰라도 운이 30대 정도일 때 봉사활동을 갔다던가 하는 느낌으로. 아니면 기부금주던 후원자 입장으로 고아원을 방문했다던가 하는거지. 어쩌면 키다리아저씨처럼 연락을 조금 했을 수도 있을 거 같은데 이건 진아주 의향에 맡길게!
아저씨ㅋㅋㅋ완전 괜찮아! 아마 동일이는 크게 신경 안 썼을지도~ 그럼 동일이는 (온몸이 굳어서 가이딩 받았다는 전제하에)진아에게 은인!이라고 불러도 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