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산과 여선을 제외한 다른 무사로는 나기나타를 든 남성과, 무장 아래에 붉은 옷을 입고 검을 든 여성, 그리고 어두운 색의 옷과 가면으로 스스로를 가려서 남성이라는 것만 알아볼 수 있는 닌자인 듯한 사람이 있었다. 나기나타를 든 검사와 붉은 옷의 검사는 무난하게 인사를 받았고, 닌자는 소리없이 일행에게 고갯짓했다.
여선이 잔당의 위치를 묻자 닌자가 품에서 두루마기를 꺼내 펼쳐서 한 지점을 가리켜 보인다. 두루마기에는 벛꽃난성 근처 산 어딘가의 지도가 그려져 있었고, 그 한가운데에 가위표가 되어 있었다. 아무래도 닌자가 사전에 잔당들이 주둔한 위치를 파악해둔 모양이다.
"나도 여선 씨를 여기서 마주칠 줄은 몰랐지. 여기 이 아이는 제 친우인데 실력 있는 치료사입니다! 저는 마도사...음 그러니까 쉽게 말해서 이런 걸 쓰는 술사고요."
악기 연주로 일행에게 버프를 걸 수도 있겠지만...잔당들을 빠르게 기습하는 데에는 '백두'보다는 스태프가 낫겠지. 외지인의 말을 이들이 얼마나 믿을까 싶어 반응을 크게 기대한 것은 아니지만, 일단 설명은 해야하니 한 손에 불화살을 만들어서 보여준다. 그러자 검사가 신기하다는 듯 눈을 빛내고 나기나타가 눈을 크게 뜬다. 닌자는 반신반의하는 듯 가만히 둘을 지켜봤지만.
"허면 우리 둘이 전방에 서고, 나머지가 후방에 서는 것이 좋겠구려."라고 나기나타가 제안하자 검사가 고개를 끄덕인다. 닌자는 일행들을 바라볼 뿐 별다른 말을 하지 않는 것이 알아서 행동할 모양이지만. "가운데에는 제가 서는 것이 좋겠군요."라고 강산이 한 줄 보태고, 자연스럽게 일행들의 진형이 정해진다.
벚꽃난성은 밤에도 순찰을 도는 이들이 존재하지만 외부는 아직 밤을 틈탄 야습이 벌어지곤 하기에... 퀘스트가 발주되곤 합니다. 가볍게는 성 내를 순찰하는 것에서부터....
"다들 문을 걸어잠그는 편이네요." 서늘한 바람이 음산함을 더하는 느낌입니다. 저 멀리에 있는 숲에서 불길한 후-후- 소리가 들리는 것에 여선은 으...하는 소리를 내며 린을 바라봅니다.
"마츠시타 씨.. 저희가 받은 게... 뭐였죠...?" 라고 물어보는 이유는 조금 공포영화같잖아! 같은 생각이 들어서였겠지요. 둘이 받은 요괴 퇴치는 낮에는 흔적만을 드러내며 실체를 보이지 않고 밤~새벽에만 문을 두드리거나 도깨비불같은 파란 안광을 흩뿌리며 으르렁거리며 잡아먹을 것처럼 구는 짐승형 요괴를 퇴치해달라는 것이었습니다.
"확실히 이런 환경이면 푸르게 안광이 나오면 쫄것같아요" 여선아 너도 어두운 환경에서 녹색 안광이 뿜어질 수 있을지도 모르는데... 숲의 초입은 짐승의 발톱자국이 있는 나무가 보입니다...
"10년이란 기간은 길면서도 짧은 느낌이네요." 여선에게도 린에게도 살아온 생의 절반쯤. 혹은 그 이상의 세월이지만. 이미 살아있던 이들에겐 십년감수 같은 말을 쓰기도 하는 일입니다.
뭔가 접근하고 있다는 말에 안색이 조금 창백해진 것 같습니다.
"일단은... 저는 은신에 좀 적합한 옷을 좀 쓰고 있으니까요." 확실히 오늘 여선의 복장은 모자가 달린 망토에 가까운 것 같습니다. 어두운 밤이긴 하지만. 푸른 빛을 뿜어낸다는 짐승의 요사한 눈에는 여선은 로브라도 써서 조금이나마 피하지 않으면 너무 눈에 띄는 외양인 편이니까요.
"지금은 그냥 쫓겨나는 짐승이면 좋겠단 생각은 드네요.." 물론 바람일 뿐이고 진짜 짐승형 요괴가 나타난다고 해도 프레셔를 이겨내고(죽깡 기술아 도와줘) 린을 보조할 수 있을 겁니다.
10년이란 세월은 가족이 갈라지고 어린 아이가 밑바닥까지 추락하기에 충분하고도 남는 시간이다.
"흐음, 많이 무서우신가요?"
왠지 모르게 맥락은 있지만 크게 뜻은 없는 말이 길어지는 걸 보아 린은 여선이 긴장하고 있다고 생각했다.
"소녀가 여선양께 피해가 가지 않도록 최선을 다해 볼테니 너무 걱정하지 마시어요."
로브를 둘러쓰는 여선의 어깨를 토닥토닥 가볍게 두드리며 달래본다. 그러고 보니 여선은 린 자신보다 어리다고 했던 것도 같다. 물론 여선 또한 헌터이니만큼 이러한 모습이 진실인지 거짓인지 아니면 단순히 주의를 많이 하는 성격일 뿐인지는 오래 보지 않은 린이 장담하지는 못한다.
"무섭다... 라기보다는 긴장되는 것 같아요.." 호기심이 크게 있을 느낌이다라도. 긴장 자체는 어쩔 수 없는 것이다. 토닥이는 것에 조금 로브가 들썩이더니. 조금 나아진 것 같습니다. 음산하기 짝이 없는 밤이 사람을 좀 감상적으로 만드는 걸지도... 사실 제일 큰 이유 중 하나는 낮에 충분히 자려 시도했지만 실패했단 점도 있겠지.
"좋아요." 저쪽의 의념이 심상치 않다는 점에 고개를 끄덕이며 조심스럽게 골목길 초입의 등이 흔들리지 않게 접근해 안쪽을 들여다보려 합니다.
들여다보자마자 눈 앞에 시퍼런 안광을 뚝뚝 흘리며 저주파를 발산하며 입을 쩍 벌리는 거대한 짐승의 얼굴이 들이밀어졌을수도 있을까... 아니면... 골목길 안쪽을 전부 그림자가 덮은 걸 봤을 때 그림자가 크게 나오는 걸 감안하더라도 상당한 크기의 짐승이 있는 것 같음을 확인할 수 있었을까...
말이 없을 뿐이지 일행을 무시하려는 것은 아닌 것인지, 닌자는 일행을 쭉 살펴보더니 여선의 물음에 지도의 특정 지점, 돌탑으로 보이는 것이 있는 위치를 가리켜보인다. 대략 이 정도까지는 괜찮을 것이다, 라는 의미로. 아주 가깝지는 않지만 기습을 준비하기에는 나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닌자가 자신이 원거리 공격을 할 수 있다는 듯, 품에서 단검이나 가벼운 암기들을 몇 개 꺼내서 그 중 하나를 날려 나무에 맞히는 것을 보여주었으니까. 닌자가 강산을 흘낏 보자 강산도 "그 정도 원거리 공격이라면 저도 할 수 있습니다. 혹 잔당들이 달아나려고 한다면 방해할 수도 있을 것 같네요."라고 말했고.
그러므로 아마 일행은 닌자의 안내를 받아서 그 지점까지 이동하게 될 듯 하다. 나기나타 무사는 외지인에게는 큰 관심이 없지만 강자와의 대련은 누구든 반기는 듯 했고, 붉은 옷의 검사는 외지인인 강산과 여선이 신기한 듯 출신지와 같은 이런저런 신상정보를 물어본다. 닌자는 잡담에 참가하지 않았지만 중간중간에 수다스러운 여선을 다소 걱정스럽게 바라보다가....
"도주할 때 방해하는 거나.. 원거리로 마도를 하는 거는 위력적일 테니까요." 하늘에서 불벼락이 내려오면 당황할수도 있고. 같은 생각을 할지도? 그렇게 가는 동안 검사와 출신지 이야기나. 간단한 신상정보를 이야기하는 여선입니다. 다만.. 약간은 겉핥기수준일지도 모르겠군요.
"돌탑..." 돌탑까지는 괜찮을 거라고 하지만 변수가 생길 수도 있으니. 적절한 거리선에서부터는 입을 다물고 조용히 가야겠다 생각하지만. 닌자가 제지할때까지 입이 계속 나불나불거렸을 겁니다. 다행히도 제지한 순간 입을 다물고 조용해졌지만요.
조용한 가운데 허름한 천막같은 구조물을 보고는 조심스럽게 살펴보려 합니다. 보초가 있는지... 구조물에 사람이 얼마나 있을 만한지...
"메딕.. 네. 그렇죠." 메딕으로써 현장에 나갔다.. 가 부족한 편이라고는 합니다. 하지만 그런 일이 없으리란 기대는 안일한 만큼 이런 상황에서도 적절한 긴장을 유지해야 할 것 같다는 필요성을 생각하는 모양입니다.
"적을 견제할 전위가 오면 포지션 수업의 정석적 조합인 것 같네용.." 워리어 랜스 서포터였던가요? 라고 말을 하면서 좀 긴장이 풀린 듯이 평소와 좀 비슷한 텐션이긴 하지만 더 차분합니다. 소란스러우면 찾아오게 될 테니까.. 그리고 골목길을 들여다보자...
"!!!" 놀란 듯한 눈을 하고는 상당히 많이 긴장된 것을 죽어도 깡을 발동해 좀 타파하려 한 다음 린의 분석 제안에 고개를 끄덕입니다. 분석하기에 충분한 시간이 있다면.. 저 짐승요괴의 공격 패턴이 상당히 정형화되어있다는 것을 알 수 있을 겁니다. 아마도 짐승요괴가 이렇게 공격한다는 설이 퍼져서였을지도...
"정석이라하는데는 이유가 있기 마련이니까요." 정석이라 함은 그것이 최선은 아니지만 어떤 상황에서도 최소한의 대처를 할 수 있는 조합이기 때문이다. 그래도 잡담을 나누니 긴장이 많이 풀린 것 같기도 하고, 말로 긴장을 푸는 타입인가. 유하양과는 살짝 다른느낌이기도 하고.
전형적인 십대 여자아이 같다는 별스럽지 않은 생각과 동시에 침착하게 단검을 다잡고 여선에게서 전해지는 정보를 듣는다.
최대한 괴물의 몸에 달라붙어 충격을 최소화하려고 했지만 그러기에 린의 신체와 건강 스테이터스가 그리 좋은 편은 아니었다. 소용돌이의 칼날이 옷깃을 헤치고 서느랗게 상처를 내는 것을 느끼며 고통을 참기 위해 린은 습관대로 입술을 꾹 물었다.
복학생의 포지션이 무엇인지는 정확하게 알지 못했지만 주술을 부리고 아까 그것은, 분명 언명이었다. 그러면 마도사랑 비슷한 원거리 계열인가. 방어막을 만들어 불명이 자신을 보호했으리라 바라며 린은 다시 떨리는 손으로 단검의 손잡이를 쥐고 기어 올랐다. 린은 암살자지만 직접적으로 앞에서 싸우는 머더러가 아니라 은신과 기습을 주로 하는 히트맨 쪽이었다. 그러니 적에게 딱 달라붙어 있는 이 상항이 달갑지만은 않았지만 떨어졌다가는 그대로 소용돌이에 휘말려 추락이었다.
한 명은 무당, 한 명은 직업 불명이지만 비슷하거나 조금 떨어진다.. 하지만 무당은 팔과 눈을 잃었다.. 토고는 곰곰히 생각한다. 그럼 지금 당장 전력이라고 할 수 있는 건.. 알렌 한 명 뿐인가. 그리고 추적하는 방법에 대해서도.. 추적할 수 있는 것이 새겨진 상태다.. 그러면..
"그럼 됐다. 그걸로도 충분혀다."
"더 필요한 전력은 내 알아서 구해본다. 자유 마카오에는 여러 사람이 살고 있는지라 그 사람들 중 뜻이 같은 사람하고 협력하믄 된다."
좋든 싫든 이제 한 배를 탄 몸이니까. 아, 그래도 이건 말 해둬야지.
"준비가 끝나기 전까지 전쟁 스피커 금마한티 함부러 덤비지 마레이. 뭐, 이미 한 번 쌈박질 했으니께 알겠지마는.. 준비 없이 상대하믄 개죽음이다." "니는 적당히.. 금마하고 어떻게 싸울지, 또 그라믄 좋을지 한 번 찬찬히 생각해봐라."
"제압이 실패하는 것만 아니면 주의를 끌더라도 숫자를 줄일 수 있으니까요" 속닥거리며 마도를 슬쩍 살핍니다.
다행스럽게도 보초의 제압은 완벽하게 이루어졌습니다. 둘은 억소리도 내지 못하고 기절한 뒤 꽁꽁 묶였을 것 같네요. 그나마 오니와 비슷한 요괴가 음? 하는 표정을 잠깐 짓지만. 금방 신경을 끈 모양입니다.
"저 셋 중 하나 이상을 무력화시킨 다음 공격하는게 좋아보여요." "기습...이 좋을까요?" 안쪽에 사람이 얼마나 있는지 모르는 게 걸리는 듯 힐끔힐끔 천막을 쳐다봅니다. 물론 저 천막에 막 스물이 있거나 한 건 아니겠고.. 많아야 한둘 더 있는 수준이겠지만. 아마. 기습을 한다면 여선은 바디 트레멀로 머리를 흔들어 좀 어지럽게 하거나.. 고르돈의 올무로 신속을 제한시켰을 것 같다.
"흐음...그런 거로군. 하긴 1대 1 전투를 상정한다는 건 그것도 그것대로 신경써야 할 게 많지. 내 스탯이 마도사 치고는 아주 균형잡힌 능력치인 것도 내가 혼자 여행다니다 보니 그렇게 된 거고."
혼자 싸우던 시윤에게 지켜줘야 할 대상이 생겼으니 그런 것에 관심을 가지게 된 것인가. 강산은 이해한다는 듯 고개를 끄덕인다.
"그래도 성능이 좋은 아이템에는 보통 제한도 세게 붙는 거 알고 있지? 그말인 즉 너무 많은 걸 바라다가 그림의 떡이 되는 수가 있으니까, 자금에 여유가 된다면 한 개에 효과를 몰빵하지 말고 여유있게 두 개 이상의 착용 부위가 서로 다른 장비에 효과를 분산하는 게 어떻겠냐고 제안하고 싶긴 한데...."
그렇게 말하며 강산은 잠시 머리를 굴려본다. 요약하자면 자기 인벤토리 속의 도기 코인 무더기가 얼마 정도 금액일지를 가늠해보면서, 단검 한 개 정도는 내가 따로 주문해서 선물해도 되지 않을까?하는 생각이다.
이쪽도 꽤 허물없는 성격같네. 저-기에서 들려오는 불명의 말을 들으면서 묘한 부산스러움을 느낀 린은 머릿속에 떠오르는 한 사람 -골든 드래고니안-을 생각했다가 금방 지운다. 어쩐지 저와 오토나시를 제외한 세 명의 여학생들은 제법 활발한 부류같았다.
그리고 직선적이고. 아까도 물의 형상을 불러내며 비슷한 말을 하지 않았었나. 정신없는 와중에도 머리는 굴러가고 린은 숨을 몰아쉬며 갈기를 잡았다.
한창을 날뛰던 짐승이 불명의 주술에 잠시 멈춘다. 미미한 공격이라 큰 상해를 주지는 못했지만 린이 균형을 되찾고 다시 내려오기에는 충분했다. 아까 같은 공격을 또 한다면, 조금 주의를 돌릴 필요가 있겠네. 정신을 집중하고 거대한 그림자를 짐승 위로 만든다. 그리고 거대한 짐승의 환청을 일으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