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내도록 공부하면 불가능하진 않을 것." 기초수준을 시험하고 맞는 공부를 시킬 수는 있지만. 사야카는 가볍게 말하는군요. 진짜 중요한 초등학교 수준부터 해냐하는가 가늠해보지만. 알아보기 전엔 알 수 없죠.
"안 가도 나는 상관없음" 이몸. 금수저. 라면서 어디서 본 듯 그림자에서 금빛 수저를 딱 꺼냅니다. 장난스럽네요. 물론 진짜 금수저들은 대학도 중요시한다지만.
"정말 그걸로 된다면.. 그럴 수는 있음." 생각이 너무 발전하면 안 좋기는 하지만. 사야카는 충분히 용의가 있을지도 모릅니다. 미카라는 존재를... 영원히일 것인가? 그것을 아직도 정하지 못하면 어쩌냐는 듯한 생각도 들면서.. 동시에 그렇게 긴 시간도 아니고? 라는 게 동시에 들다니.
아직까지도 한해의 시작이 그리 멀지 않은 것만 같은데, 어느새 낙엽도 모두 떨어진 겨울이 되었다. 시간이 원래 이렇게 빠르게 흘렀던가? 가을은 유독 앞선 계절보다도 빠르게 지나간 듯했다. 그가 얼렁뚱땅 입학하여 예정에 없던 학교생활을 하게 된 지도 어느덧 1년이 다 되어간다. 내년이 되면 학년이 하나 올라 2학년이 될 테고, 하네 역시 3학년이 되어 바빠지리라. 1년이라는 짧은 시간만에 속한 위치가 바뀌는 경험은, 좀처럼 변하지 않는 삶을 살았던 그에게는 사뭇 낯선 감상을 가져다 준다. 비량은 이런 생경하고도 즐거운 겨울을 맞아 안 하던 짓을 하기로 했다. 바로 일찍 등교하기! 기상 시간이 되면 알아서 눈이 뜨이는 편이라 지각하는 습관이 있었던 것은 아니지만, 구태여 일찍부터 학교에 나온 적까지는 없었다. 우당탕탕 와장창 시끄러운 그라고 해도 가끔은 감각적인 아침을 보내고 싶어지는 때가 있는 법이다. 그렇게 일찍부터 학교에 도착한 그는 교문으로 향하려다 이상한 광경을 목격하게 되었다. 그는 길가의 나무 뒤로 휙 몸을 숨겼다. 남 놀래키거나 장난치는 데 이골이 나서는, 흥미를 자극할 무언가가 있다 생각하자마자 본능적으로 숨어 버린 거다. 한적해야 할 교문 앞에는 누군가가 왔다갔다하며 부지런히 움직이고 있었다. 자세를 보아하니…… 아마 눈사람을 만드는 모양인데. 그런데 왜 저렇게 죽 늘어놓은 거지? 적당히 학교에서 혼자 노닥거릴 계획이었는데 저 모습을 보고 있자니 생각이 바뀌었다. 그는 나무 뒤에서 나와 정정당당하게 교문까지 걸어가는 대신, 교문에서 서성거리는 그 누군가의 뒤쪽에 휙하고 나타났다─신의 힘을 이렇게나 분별 없이 써먹는 신도 몇 없을 거다─. 그리고는.
"워."
대뜸 상대방의 무방비한 목 뒤쪽에 손을 집어넣으려 했다. 뒷목에 차가운 손 집어넣기 공격이다! 피하지 못했다면, 뒷목에서부터 사람의 손에서 느낄 수 있는 '차가운' 감각과는 다소 궤가 다른 기묘한 서늘함을 느꼈으리라. 가벼운 장난질이니 그래봤자 괴이하게 느껴지는 감각까지는 아닐 테지만. 그는 이내 손을 떼고 방긋 웃어 보였다.
갑자기 워하는 소리와 목을 타고 흐르는 서늘함에 치아키는 깜짝 놀라 그만 엉덩방아를 찧고 넘어졌다. 아파라. 작게 중얼거리면서 그는 울상을 짓고 엉덩이를 손으로 토닥토닥 치면서 자리에서 일어섰다. 심하게 넘어진 것은 아니니 금방 아픔이 가라앉겠지만 대체 누가 소리를 질렀나 싶어서 그는 소리가 난 곳을 바르게 바라봤다. 그러자 웃으면서 뭐하고 있냐는 남학생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그 얼굴을 어디서 본 것 같아 치아키는 가만히 표정을 찡그리고 빤히 린의 얼굴을 바라봤다. 어디서 봤더라. 어디서 봤더라. 그렇게 생각을 하다 그는 아! 소리를 내면서 두 손을 짝 쳤다.
"그때 후배 양과 왔던 그..."
아마 친한 후배라고 했었던가? 물론 그 이전에도 만난 적은 분명히 있었다. 물론 제대로 만났냐라고 하면 그건 아니었다. 포인트를 걸고 가위바위보를 한 것 정도였으니까. 아무튼 치아키는 제 옷을 가볍게 턴 후에 언제 놀랐냐는 듯이 일부러 얄궂게 키득키득 웃으면서 그에게 이야기했다.
"그렇지? 이렇게 부지런한 학생회장님은 흔치 않단 말이지. 물론 이제는 그냥 이름만 학생회장이지만 말이야. 아무튼 눈사람을 만드는 중이었어. 후배 군. 우리 전에 한 번 본 적 있지? 포인트 관련으로 말이야. 와. 그때는 폭풍처럼 지나가서 정말로 뭔가 싶었다니까. 그리고... 마츠리 때도 우리 신사에 온 적이 있었고. 아. 이건 기억하기 힘들려나. 됐어. 나만 기억하면 되는거지."
그렇잖아? 동의를 구하듯 그렇게 말을 하며 치아키는 이내 키득키득 웃어보였다. 일부러 얄궂게 웃는 것인지, 아니면 평소에도 그렇게 웃는 것인지. 어느 쪽이건 크게 중요한 것은 아니었을지도 모른다. 아무튼 하얀 눈밭 위에 도장처럼 찍혀있는 자신의 엉덩이 자국을 괜히 발로 슥슥 밀어서 지워버리면서 그는 린에게 말을 이었다.
"그건 그렇고 인기척이 전혀 느껴지지 않았는데. 그리고 방금 그건 뭐야? 일반적인 차가운 손과는 조금 거리가 있었는데. 뭘 내 목에 집어넣었다가 뺀거니?"
해봤자 펄쩍 뛰기나 하고 그칠 줄 알았는데, 예상보다 더 심하게 놀라는 모습에 그는 눈을 깜빡거리다 곧이어 싱글싱글 웃는 낯이 된다. "이렇게까지 놀라면 살짝 미안한데." 그렇게 말하는 것치곤 똘망똘망하게 뜬 눈에서는 즐거운 기색밖에 느껴지지 않는데 말이다. 그러다 상대방이 저를 빤히 바라보며 무엇인지 모를 표정을 짓자 그도 덩달아 비슷한 표정으로 응수했다. 치아키는 기억을 더듬어 보려는 의도였겠으나 그와는 반대로 린은 별 생각이 없었다. 왜 저렇게 보나 싶어 따라하고 있…으려니…… 어라, 왠지 어디서 본 것 같기도 한 느낌인데. 거기까지 생각했을 무렵 상대편이 해답을 내 주었다.
"학생회장이었어?"
게다가 한 번 본 적이 있었던가? 그때 학교를 돌아다니며 승부를 걸어댔던 명수가 한둘이 아니었던지라……. 그는 만사를 제 흥미 위주로 보는 신이었기에 특별하게 기억할 만한 건수나 접점이 없으면 학생회장이나 교장 얼굴도 잊어버리는 양반이다. 하지만 학생회장이라는 사실은 몰랐어도 마츠리 이야기는 다르다! 아까는 얼굴도 확인하지 않고 장난부터 쳤는데 이제 보니 확실해졌다. 그는 성큼성큼 벼락같이 바짝 다가와서는 한껏 눈을 빛내었다.
"아, 우리 꼬… 하네 친구구나! 얘기는 들었어! 지난번에는 덕분에 잘 놀았어!"
아주 얼굴을 들이밀어 버릴 기세다. 그러다가도 수상한 점을 지적당하자 그는 아무것도 모르는 척 고개를 갸우뚱했다.
"그냥 내 손인데? 확인할 겸 한 번 더 해 볼까?"
능청스레 대놓는 시치미가 제법 일품이다. 말로만 그치려는 것이 아닌지 장난스레 손을 뻗으러다 그만두었다. 치아키가 넘어져서 생긴 자국을 지우는 모습을 보니 문득 깨달은 것이 있었기 때문이다. 여기까지 발로 걸어오지 않아서 발자국이 남지 않았다! 유심히 살펴본다면 위화감을 느낄지도 모른다. 그는 짐짓 태연스러운 투로 눈사람을 가리키고 딴소리를 했다.
"너무하네. 그래도 학생회장인데 말이야. 하기사 일학년 때는 기억하기 힘들기도 하지. 그다지 볼 일도 없고 말이야."
상대의 교복으로 보아 상대가 일학년인 것은 분명한 사실이었다. 학생회장인지 전혀 모르겠다고 이야기를 하는 것에 섭섭한 표정을 지었으나 그것도 아주 잠시였다. 이내 그는 어깨를 으쓱하며 태연하게 웃으면서 '역시 조금 더 기억에 남도록 힘을 써볼 것을 그랬나.' 그런 혼잣말을 중얼거렸다. 물론 그것도 아주 잠시. 하네라는 이야기가 나오자 그는 싱긋 웃으면서 말을 이었다.
"하네라. 후배 양의 이름이 맞구나. 분명히 친한 후배...라고 듣긴 했는데 말이야. 이름으로 바로 부를 정도면 친한 것이 맞는 모양이네. 나에 대한 얘기? 호오. 그건 조금 궁금해지는데? 나에 대해서 뭐라고 들었어?"
흉을 보거나 하진 않았을 것 같지만 그래도 혹시 모를 일이었다. 그냥 확인차 그렇게 물어보긴 했으나 싱글벙글 웃으면서도 가벼운 표정으로 보아 말을 안한다고 해서 딱히 기분이 상하거나 할 일은 없어보였다. 말해주건, 말하지 않건 그건 어디까지나 상대의 자유라는 듯 그는 두 어깨를 으쓱할 뿐이었다.
한편 손을 뻗으려고 하는 그의 모습에 손을 잡으려던 치아키는 이내 손을 치우자 이내 뻘쭘한 표정을 지으면서 자신도 손을 내렸다. 하지만 역시 아무리 생각해도 손의 감촉은 아닌 것 같은데. 뭔가 엄청 차갑지 않았나. 얼음물에 들어있는 얼음처럼. 그런 생각을 하며 그는 고개를 갸웃했다. 저 눈을 잡아다가 슬쩍 갖다댄것이 아닌가 싶어 제 목을 만져봤으나 축축한 느낌은 들지 않았다. 대체 뭐지? 조금 이상하다는 듯, 그를 빤히 바라보던 와중 눈사람을 묻는 질문에 치아키는 고개를 돌려 눈사람을 바라봤다.
"일부러지. 교문 앞에 눈사람이 있으면 신기할 거 아니야! 사실 다른 이유도 있지만... 하핫. 후배 군에게는 비밀로 해둘까."
눈사람으로 교문 앞을 싹 막아버리는 장난을 치는 중이었다고 말을 할까말까 고민을 하긴 했으나 이내 치아키는 입을 꾹 다물면서 오른손 검지를 자신의 입가에 살며시 가져갔다. 쉿. 소리를 내면서. 이어 그는 가만히 땅에 있는 하얀 눈을 바라봤다. 그러다가 다시 고개를 들어 린을 바라보며 이야기했다.
이름을 못 외우고 찾아간 탓에 그렇게 장난을 쳤던 쿠로사와 씨니까요. 기억하고 있다고만 말해도 됐을텐데 삐딱하게 말해버리고 말아서 눈을 피해버립니다. 그러고서 생각해보면, 쿠로사와 씨도 저를 기억하고 있는 것 같아요. 그렇다는 건 제가 그 때 이름도 모르고 계속 의심했던 것 때문에 안 좋은 이미지로 남아서 기억하고 있는게 아닌가 싶어집니다...... 사과해야할 것 같단 생각이 들어요. 믿지 않아서 미안하다는 말을 해야할 것 같습니다.
“안 헷갈립니다. 이제 안 속아요.”
쿠로사와 씨는 장난꾸러기인 것 같습니다. 장난치기 좋아하는 얼굴들이 여럿 지나가요...... 이제 안 속는다는 말은 확신보다는 바람이었습니다.
“......그럼 제가 진짜 타카나시 하네라고 생각하세요?”
심부름은 사실이라는 말도 못 믿게 만들면 어떡해요! 유치하지만 쿠로사와 씨의 말을 따라했어요. 똑같은 장난에 당하면 어떤 기분인지 쿠로사와 씨도 알아야 합니다. 사과해야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던게 옅어지는 기분이에요... 계속 장난을 치면 못 믿게 되는게 당연하잖아요! 저도 모르게 입술을 삐죽거렸다가, 계속 장난에 당할 수는 없으니까 다른 이야기를 하려고 합니다. 심부름 이야기에요. 정말 심부름은 사실이라면 선생님을 찾아가야 하는걸요.
#사랑한다는_말을_기대했냐는_말을_들은_자캐의_반응 “기대하지 않았어. 당신도 알잖아? 나에게 있어서 기대는 피안에 피는 꽃이나 다름없다는 걸. 그러니까 하나도 기대하지 않았어. 아침에 눈을 뜨고 저녁에 눈을 감을 때까지도, 욕조에 몸을 담그거나 쌀밥을 입에 넣을 때에도, 새로 돋아난 잎사귀를 보고 바닥에 떨어진 낙엽을 볼 때도, 그리고 꿈을 꾸는 때까지도, 나는⋯ 나는⋯. 당신의 「사랑한다」는 말을 기대하지 않으며 살아 왔어. 한 순간도 빠짐없이, 온 진심과 전력을 다해 「기대하지 않으면서」 살아 왔는데⋯. 후후.”
#자캐가_방송한다면 게임 스트리머(를 빙자한 휴방 아티스트). 좋아하는 게임을 하면 조회수가 낮게 나오고, 딱히 할 생각도 없는 걸 하면 레전드를 찍는다네요. 저챗을 하다가 잠든 사건이 유명합니다.
#자캐의_가장_큰_고민거리는 아무래도 뱃속의 원령들이겠지만, 그건 이미 습관/무의식의 경지에 달해 억누르고 있으니 패스⋯. 그렇게 되면 그 다음 대답은 아무래도 ‘나 냄새 나진 않겠지?!’겠네요. 그리고 그로 인한 샤워중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