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본 어장은 4개월간 진행되는 어장입니다. ◈ 참치 인터넷 어장 - 상황극판의 기본적인 규칙을 따릅니다. ◈ 만나면 인사 합시다. AT는 사과문 필수 작성부터 시작합니다. ◈ 삼진아웃제를 채택하며, 싸움, AT, 수위 문제 등 모든 문제를 통틀어서 3번 문제가 제기되면 어장을 닫는 형식을 취하고 있습니다. 감정 상하는 일이 있다면 제때제때 침착하게 얘기해서 풀도록 합시다. ◈ 본 어장은 픽션이나, 반인륜적인 행위를 필두로 약물, 폭력 등의 비도덕적인 요소를 포함하고 있지만 옹호하지 않습니다. ◈ 본 어장은 공식 수위 기준이 아닌 17금을 표방하며, 만 17세 이상의 참여를 권장하는 바입니다. ◈ 절대 혼자 있으려 하지 마.
위키: http://threadiki.80port.net/wiki/wiki.php/Seasons%20of%20Dimgray 웹박수: https://forms.gle/GL2PVPrsYV2f4xXZA 시트: >1596778092> 임시어장: >1596774077> 이전 어장: >1596799093> 통칭 '작은 루'는 선대 겨울의 원로 보드카가 가장 소중히 여기던 존재로, 현 시즌스 킹덤 사람들 사이에서도 간간이 오르내리는 도시 전설 중 하나이기도 하다. 작은 루는 새하얀 여우, 정확히는 북극여우의 모습을 하고 있으며 보드카의 교육 덕분인지 많은 것을 알고 있다 알려져 있다. 또한 애교가 많고 사람을 좋아해 현재 원로와 지금은 사라진 4명의 선지자의 사랑을 독차지했고, 제일 좋아하는 것은 사과이며, 사과 맛 사탕 하나만 있다면 작은 루를 무릎 위에 올릴 수 있어 영웅과 구스타보도 주머니에 사탕 하나 정도는 가지고 다녔다 알려지기도 했다.
현재, '많은 것을 알고 있다'라는 점이 와전되어 '살려 데려갈 수 없다면 가죽, 그도 아니라면 꼬리털이라도 손에 넣기만 하면 무너져가는 여러 조직을 부흥시킬 수 있는 신묘한 영수靈獸'로도 전해진다.
>>257 <밍메이> 서투른 시절이 있으니, 이 시간도 언젠가는 흐르겠지요. 장담할 수는 없지만요. 리큐르는 얌전히 당신을 바라봅니다. 속닥속닥, 비밀을 얘기해준 당신 덕분일까요. 리큐르의 점퍼 뒷면이 살짝 붕 뜨다가, 살랑 흔들리는 것 같기도 합니다.
"그랬구나……."
자매가 있었구나. 극복했냐고 물어보기엔 누군가의 과거는 함부로 묻는 것이 아님을 압니다. 특히 이 도시에서는요. 거기다 비밀이라고 했으니, 열심히 고개를 끄덕일 뿐입니다. 좋은 친구, 비밀 친구.
……뭐, 각설하고.
그렇죠, 원로인데 어찌 사신의 눈에 출입하지 못하겠어요. 당신이 손을 잡았을 때, 리큐르는 상황과 맞지 않게 작은 미소를 지었습니다. 그저 인간의 손 닿는 것이 좋다는 듯.
"잠깐 눈을 감아주면 돼, 사신의 눈이니까, 감아버리면 되는 걸. 걱정 말아, 리큐르가 이끌어줄게."
그렇게 당신은 사신의 눈 안으로 들어섭니다. 헌티드 맨션은 공포감을 극대화 하기 위한 장소이니, 발소리와 소리는 음산하게 울립니다. 뚜벅, 뚜벅, 왼쪽으로 꺾는 듯한 느낌, 조심조심 오르막을 오르는 느낌, 오른쪽, 그리고 얼마나 더 꺾었을까요.
"이제 눈 떠도 돼."
당신이 마주한 것은 존재입니다. 존재는 배를 위로 하며 뒤집히듯 허공에 누워있습니다. 존재는 머리카락이 없습니다. 흙으로 빚은 듯 굴곡은 있어야 할 것이 없고 인위적입니다. 존재의 하반신은 없습니다. 대신 붉은 가지가 마치 오래 된 나무처럼 뻗어나왔고, 그 뻗어나옴의 길이가 넓은 방을 꽉 채울 정도입니다. 안드로이드라기엔 인간이고, 인간이라기엔 그 비현실성은 넘어설 수 없는 벽과도 같았습니다. 존재가 감긴 눈을 뜹니다. 마치 로봇처럼 인위적인 모양새로.
"작은 루…… 새로운 벗을 데리고 왔구나." "안녕, 미네르바." "나의 선택을 도와줄, 새로운 벗인 걸까……."
차디찬 허허벌판이 있었다. 윈터 아일랜드에는 유달리 개발이 덜 된 부분이 있었기 때문이다. 어쩌면 호기심 많은 괴짜들이 그런 분위기를 만들고자 있던 것을 없앤 결과일 수도 있다. 어찌 되었든, 그 장소엔 그 누구도 다가가지 않았다.
겨울은 그만큼 돌아버린 사람들이 많은 곳이나 굳이 섹터 간의 살벌한 대화에 끼어들어 죽으러 갈 사람은 없었으니.
총성이 난사하듯 울리고, 제멋대로 쏘아낸 총알의 궤도가 제멋대로 휜다. 총알은 누군가를 맞추기 전까지는 공중을 그렇게 활보했다. 표적이 된 대상은 지팡이를 위로 올렸다 툭, 하고 땅에 댄다. 활보하던 총알이 일순 멈추나 싶더니 보이지 않는 두 힘이 마주하듯 그대로 부들부들 떤다. 그리고 연기처럼 사라졌다 금발의 여인 뒤로 나타났을 때, 총알이 표적이 있는 곳으로 다시 쐐기처럼 날아들었다.
"젠장."
여인이 중얼거리자 총알이 목전에서 허무하게 후두둑 떨어진다.
"역시 잔머리로는 못 이기겠군." "지혜라고 부르지요." "뭐라는 거야, 사이비 교주 새끼가." "그런 사이비랑 우호관계를 맺을 정도로 상황이 안타까운 것은 누구더라?"
여인이 욕을 지껄이며 담배를 입에 물었다.
"그래서, 나를 왜 겨울까지 행차하게 만들었는지 물어도 되겠습니까?" "봄의 왕 때문에." "봄의 왕이 왜? 같은 왕끼리 뭐, 사고 칠 일은 없는데." "아니, 그게 아니야. 수상해."
하늘에 연기를 수놓는다.
"무엇이 수상합니까?" "내 원로를 어떻게 홀린 거지?" "음?" "작고 하얀 털뭉치도 그렇고, 우리 작고 귀여운 원로님이 허구한날 엘과 에얼은, 엘과 에얼은, 내 봄 친구는! 정말이지... 수상해, 대체 뭘 어떻게 한 거지? 홀렸나? 뭘로 홀렸지? 그 비법이 뭐지?" "……스프리츠." "뭐." "그깟 멍청한 얘기를 듣기 위해 내가 기도시간도 빼먹고 왔다는 점이 개탄스럽습니다."
다만 흥미롭긴 하군요. 가면 쓴 존재가 그 너머로 히죽 웃었다.
"신의 피조물을 가지고 있으니……." "미친 새끼." "마음껏 미쳤다 하십시오, 스프리츠. 그래봤자 신께서는 모두 포용하실 터이니."
《엘과 에얼에게 어텀 카니발의 왕 '클라레'와 윈터 어드벤처의 왕 '스프리츠'가 관심을 가집니다. 클라레의 경우에는 흥미, 스프리츠는 미약한 시기와 질투입니다.》 《……하나를 선택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 될 겁니다.》
망령 하나가 꺼지면 이번엔 다른 존재가 온다. 쉬고 싶은데 왜 쉬질 못하는가, 하물며 왜 왕도 아니고 같은 비룡회 내부 사람인가…….
"쉬고 싶구나." "이가라시 말입니다."
비연의 정중한 물음에 마오타이는 이마를 팍 쳤다. 들은 척도 안 하는 배은망덕한 녀석, 누가 저렇게 키웠지? 아, 내가 저렇게 키웠지.
"이가라시는 또 왜. 그 아이가 비룡회를 그만둔다니?" "아뇨, 그 아이를 정말……." "연모하는 것도 아니고, 후임으로 생각하는 것도 아니거니와, 자식도 아니고, 대 미지의 존재니 뭐니 그런 걸로 키우는 것도 아니다." "누가 그런 걸 물어본답니까? 이상한 사람도 아니고. 물론 자식 같은 건 이해합니다. 저도 가끔 보면 잘 키운 자식 같아서 뿌듯하지 뭡니까."
마오타이는 다시금 이마를 팍팍 쳤다. 이 염병할 것이 일부러 뜸을 들여 사람 놀리는 것이 느껴졌으니.
"그래서 뭐." "정말…… 마오와 같이 투입할 생각입니까?" "어쩔 수 없잖나. 곧 정부에서 크리처를 풀 것이라고 화이트아웃과 스카우트 쪽에서 정보를 입수했으니, 마땅히 해야 할 일이지."
비연은 눈을 슬쩍 굴렸다.
"사실 두 사람의 합이 잘 맞을지 걱정입니다…." "전투에서는 합이 잘 맞을 걸." "어찌 그리 단언하십니까?"
마오타이는 턱을 괸다.
"내 옛 주인과 내가 함께 다녔을 때보다 나으면 그게 합이 잘 맞는 거지." "아."
《비룡회의 대주 비연이 이가라시에게 호의를 품습니다.》 《이가라시는 후속 이벤트에서 플레이어 '마오'와 함께 다닐 예정입니다. 굿럭!》
무릇 유명한 종합병원이라면 십이 넘는 층수와 수많은 병상과 병실과 인력이 있기 마련이다. 그러나 역시 종합병원-다루는 과목에 제한 없으니 그리 불러도 무방할 테다-인 약사여래의 병원은 비교적 소박하다. 작은 건물에 병상이나 병실 역시 많지 않다. 의사라곤 약사여래라 불리는 여인 혼자다. 그러나 약사여래의 병원에서 일하는 사람마저 적지는 않다.
종일 붐비는 작은 병원은 빈말로도 일하기 좋은 환경이라 말하기 어렵다. 해야 할 업무는 과중하며, 돌봐야 할 환자는 자신의 아픔으로 인해 주위를 배려할 여유가 없는 경우가 태반이다. 신체적으로도, 심적으로도 지치는 곳이다. 그러나 이곳에서 기꺼이 일을 하고자, 손을 보태고자 하는 이들은 넘쳐난다. 인력 부족이란 개념은 약사여래의 병원에서 존재치 않는다. 백인이 일의로 몸과 마음을 다하여 성심을 바친다. 대관절 무엇을 위하여, 무엇을 바라며?
선생님, 의원님.
저를, 제 자매를, 형제를, 부모를, 정인을, 사랑하는 이를...도와주세요. 살려주세요.
여기 수많은 애원과 간청과 갈망이 뒤섞인 목소리들이 있다. 어리고 힘없고 비천하며 약하여 외면받은 이들. 그 누구도 손 내밀어주지 않던 자들. 다만 약사여래는, 그는 목소리에 귀 기울였다. 그 앞에 멈추어 섰다. 한낱 변덕으로부터 출발한 의미 없는 친절이라 하여도, 갈데없던 수많은 사람에게 있어 그건 분명 구원이라 부를 수 있는 무언가였다.
소중한 이를 다시 품에 안겨주었을 일만을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다. 여래는 그들을 바라봐주었다. 인간이되 인간이 아니던, 세상에 존재하지 않던 그들과 눈을 마주치고, 이곳에 그들의 존재를 증명해주었다. 흙먼지와 상처로 뒤덮인 손을 붙잡아 일으켰다. 그들에게 있어 여인은 명백한 여래다. 그 등 뒤에 어떤 진실이 과거가 있더라도 믿음은 변하지 않는다. 그 자신이 불안정하기에 신의 존재에 매달리는 광신도의 행태와 다를 바 없다.
오늘도 병원은 성황리에 운영되고 있다. 약사여래의 이름 아래 구름같이 모여든 이들을 품고.
유통 조직 바질에 대해 소중히 여기는 사람이 있다면 그런 조직이 왜 중요한지 모르는 머저리도 많다. 가령 자신이 먹는 빵의 밀가루가 어디에서 나왔는지, 오늘 손목에 찬 값진 시계가 누구를 통해 들어왔는지 깊게 신경 쓰지 않는 부류 말이다. 새삼 놀랍지도 않은 일이지만, 그게 대다수다. 애초에 맞춤법 틀리는 사람도 허다한데 유통과정까지 머리에 담는 사람이 얼마나 많겠나.
그렇기 때문에 바질의 일원들이 '바깥'으로 나서는 특권이 왜 주어지는지 잘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있고, 그것을 비틀어 바질 자체에 반감을 가진 사람도 있기 마련이었다. 바로 지금처럼.
"이봐, 꼬마야. 꽃을 파는 거니?" "네. 직접 접었어요!" "그렇다면 티켓을 그냥 주마. 대신 손님들에게 한 번씩 얘기해 주지 않을래?" "와아, 티켓이요? 좋아요! 뭘 얘기하면 될까요?" "네 삼촌이 바질에서 일하고, 바깥사람들과 여러 얘기를 한다고 자랑하면 된단다."
아이가 눈을 깜빡였다.
"왜요?" "그게 정말이기 때문이지." "아뇨, 왜 마젠타를 괴롭혀요?" "응?"
자그마한 아이의 손가락은 반투명했다.
"아저씨는 나쁜 사람이구나." "그러게나 말이다, 나쁜 사람이로구나."
어느새 아이의 뒤에서 나타난 존재가 분홍색 눈을 휘었다.
"내가 그깟 똘마니들과 얘기하라고 권한을 준 적은 없는데... 날 욕하는 것과도 같잖니."
잭. 존재의 목소리가 들리기가 무섭게 아이는 눈을 감고 귀를 틀어막으며 동요를 불렀다. 뚝, 뚜둑, 들어서는 안 될 소리를 뒤로 존재가 잭이라 불린 아이의 눈을 가려주듯 얼굴을 손으로 덮어 가리며 몸을 돌려주었다.
"여기도 나쁜 어른만 가득하니, 벗어나야겠구나. 그렇지?" "친구가 보고 싶어요. 엄마 아빠도요. 보고 가면 안 돼요?"
아가, 네 손을 보렴. 안타깝다는 듯 미지의 존재는 머리를 쓰다듬어줄 뿐이다. 목이 제멋대로 뒤틀린 시체의 몸 위에 종이로 접은 꽃이 얹히고, 두 존재는 사라졌다.
《마젠타를 향한 소문이 퍼지려다 저지 당했습니다. 코냑이 당신의 조직을 비호할 예정입니다.》 《우리 언젠가 또 만날 수 있겠죠, 마젠타? 이제 저도 바깥에 조금씩 나올 수 있어요! 어서 보고 싶다. 오래오래 얘기하고 싶어요.》
카지노와 호텔로 이루어진, DTD의 가장 은밀하고 깊은 곳이라 할 수 있는 장소가 있다. 넓은 방에, 휴식을 위한 가구 몇몇이, 벨벳 깔린 바닥 위에 배치된 공간. 드나들기 위한 입구도, 엿볼 수 있는 어떤 통로도 존재하지 않는 '것처러 보이는' 그 방에, 한 명과 한 마리가 있었다.
"월요병은, 그러니까, 월요일만 되면 무기력해지는 증상이에요. 병이라고 부르지만, 사실 증후군에 가까워요. 그야, 월요일에만 증상이 나타나는 병이, 있을 리가 없잖아요?"
검은 가죽이 덮인, 긴 소파에 누운 이는, 그런 얘기를 하며, 배 위의 하얀 털뭉치를 바라보았다. 하얀 옷 위에 납작 엎드려, 잔잔히 이어지는 쓰다듬을 받던 털뭉치, 작은 루가 시선을 느끼고 귀를 움직였다. 그것을 바라보던 푸른 눈이 곱게 휜다. 쓰다듬던 손이 잠시, 코끝을 톡톡, 건드려준다. 그리고 다시 쓰다듬으며 말을 이어갔다.
"그런데, 여기에도 종종, 있는 모양이에요. 월요병을 앓는 사람이. 그야 사람 사는 곳이니, 그럴 만 하지만, 여긴 킹덤이지요. 없던 것도 생기고, 있던 것도 없어지는, 시즌스 킹덤. 정말로, 월요일에만 아픈 병이, 생겨났을 지도 모르는 곳이지요."
얘기 도중, 부스럭, 고개를 움직이자, 소파에서 검푸른 머리카락이 쏟아졌다. 바닥으로 흐트러진 머리카락을, 정돈할 생각은 없다. 고개를 돌려, 판판히 막힌 벽을 잠시 응시하다가, 배 위에서 탁탁탁, 두드리는 신호에 시선 돌아온다. 저를 두고 어딜 보냐고, 턱 치켜들고 확실한 불만과 의견을 표하는 작은 여우의 행동에, 가벼운 웃음 흐드러진다.
"응, 알았어요. 한눈 안 팔게요. 작은 루가 여기 있는데, 눈 돌린 내가 잘못했네요."
그 말에 작은 루는 만족한 듯, 다시 턱 내리고 늘어졌다. 한없이 사랑스럽고, 귀여운 작은 이를 소중히 보듬어주며, 조곤히 중얼거린다.
"그래서 말이지요. 편지를 써볼까, 해요. 직접 전해도 좋겠지만, 혹시 모르니까요."
손수 쓴 편지를, 그와 그녀와 또 다른 그 혹은 그녀에게.
"그 전에, 같이 간식 먹을까요? 작은 루. 오늘은 말린 사과를 준비했어요."
간식이란 단어에 하얀 귀, 하얀 꼬리 발딱 일어선다. 들썩들썩, 작은 몸 흔들리는 것이 느껴지자, 품에 고이 안고 몸을 일으켰다. 흐트러졌던 긴 머리, 하나로 슬그머니 모이고, 흰 옷자락 소리 없이 끌며 그 방을 '나갔다'.
이 후, 세 통의 편지가 DTD의 집무실로부터 발송되었다.
한 통은 코냑에게,
[안녕하신가요? 새삼스럽지만, 문득 생각이 나 몇 자 적어보네요. 제가 봄의 왕이라 하나, 타고나길 부족한 몸인지라, 신경쓰이게 하는 일이 잦겠지요. 이를 묵묵히 보아주시는, 코냑님의 노고는 늘, 감사하게 생각한답니다. 조만간, 함께 차를 마시는 자리를, 마련할까 하는데 어떻게 생각하시는지요? 생각 있으시면, 답을 돌려주셔요. 이만 줄일게요.]
또 한 통은 리큐르에게,
[친애하는 벗, 작은 루. 겨울은 많이 추울 텐데, 옷은 잘 입고 다니는 중일까요? 그런 벗에게, 주고 싶은 것을 하나, 준비해 두었답니다. 맛있는 과자도, 물론 늘 준비해두고 있지만요. 시간 날 적에, 한 번 들러주어요. 나는 늘 벗을 생각하고 있어요. 염려와 정을 담아. 봄의 벗으로부터.]
마지막 한 통은...
[안녕하신지요. 이리 서신을 띄운 것은, 다름이 아니오라, 한 번 뵐 수 있을까 함을 여쭙기 위함이어요. 보잘 것 없지만, 제가 할 수 있는 대접을, 해드리고픈 마음이 들었거든요. 저 여기 들어온 지도 한참이 지났건만, 제대로 인사 드린 적도 없으니까요. 부담스러우시다면, 그 답을 답신으로 보내주시는 것으로 만족할게요. 부디.]
>>346 마오의 알아들을 수 없는 말들에도 그는 묵묵히 걷고만 있었다. 미친 소리라며 무시하는 것인지, 안타까워 귀 기울이고 있는 것인지도 모르겠는 채로 마오를 업은 등은 흔들림 없이 앞만 보고 나아갔다. 종종 잔잔한 바람이 냉기를 싣고 사부작거릴때면 그가 어째서 겨울의 사람인지 알 수 있을 정도로, 눈과 가까운 색의 머리카락이 작게 흔들렸다. 방독면에 가려진 그의 모습조차 겨울을 연상케 하리란 상상을 가지게 할 만큼, 희미한 존재감이었다.
"약은 자주 하고있나? 중독되길 원하는 것인지, 중독으로 회피하는지. 그쪽 삶을 살아보지 않았으니 모르지만, 목적을 가지는게 좋을걸."
긴 침묵 끝에 돌아온 엉뚱한 답에는 '목적을 가지고 약을 하라'는 이상한 메시지가 담겨 있었다. 그는 이름과 마오가 느낀 의문에 대한 답을 하는 대신에 냉기 속에서 입김 하나 뿜지 않는 채 저벅저벅 걸었다. 겨울의 한산함에 선명하게 바닥을 밟는 소리가 났고 그로인해 어디쯤 걸었는지 모르더라도 나아가고 있음은 명백하게 알 수 있었다. 그는 입김이 나오지 않는채로 말소리를 냈다.
"치료는 의사가 아니라 자신이 하는 거니까. 길에서 자는 일은 재고해봐. 다음에도 본다면 귀찮더라도 같은 말을 하겠지."
그는 무심결에 '어린애 같군' 이란 생각으로 마오를 인식했다. 이렇게 업고 가는길도, 추위를 무릎쓰는 순간도, 어쩐지 옛 생각이 나게 하는 것들이라고도 생각했다. (그에게 더 이상 추위는 대수롭지 않은 것이 되어버렸지만) 그리고 가장 마오를 떠올리게 되는것이 습관적인 말들을 하게 될 것 같다는 직감으로 인한 것들이란 것과 마모된 감정에 흔적을 남기는 것 또한 사람임을 알아채게 된 것도 같았다. 마오가 형편좋게 (혹은 나름의 불만이 있을지도 모르지) 업혀 있는 동안에도 계속 걷던 그는 나름대로의 불만 혹은 조언으로 말을 천천히 뱉으며 방독면 안쪽에서 울리는 낮은 소음을 냈다.
"여름섹터에선 어떻게 지내나? 처음 봤던 마오타이는 쉬운 상대가 아닌 듯 보였는데."
진 마오가 잘 적응하는지를 걱정했지만 그 걱정은 눈처럼 가벼운 무게로 찾아왔기에 익숙하지 않으면 알 수 없는 종류였다. 그래서 겨울 섹터에서 지내는걸까. 그 자체가 눈처럼 일순 스쳐선 모를 사람이라서. 체온마저 가벼운지... 업고 있는 내내 그의 체온은 달궈질 생각을 하지 않았다.
클라레는 기도를 마치고 자리에서 일어섰다. 어텀 카니발 내부가 뒤숭숭하던 것이 계속 떠올라 기도에 집중할 수 없었다. 누군가 라스베이거스 연쇄 살인 사건을 모방하고 있었다. 목적도, 표적도 없다. 그저 보이면 죽이고 사라진다. 사람들은 도미닉 매디슨의 짓이 아님을 알고 있지만 시선이 점차 좋아지지 않는다. 좋지 않은 일이다. 이 도시에서 의심이 싹트면 애먼 사람을 원인으로 지목하고, 그 사람이 사라져야만 직성이 풀리지 아니하던가.
기실 클라레도 한번 의심을 한 적이 있었기에 그 마음을 모를 리가 없다.
그야, 알고 있으니. 어찌 어텀 카니발의 왕이 제 섹터 사람들에 대한 것을 모를까. 클라레는 무릎을 꿇었기 때문에 구겨진 옷매무새를 정리하다 가면 속의 눈을 느릿하게 치켜떴다. 제단 위에 올려진, 루시드 드림의 부서진 말 머리를 마주해도 돌아오는 답은 없다.
미지의 존재의 시선이 아닌 인간의 시선으로 보기로 했다. 계속 되는 살인 사건의 의도가 보이는 듯싶으면서도 흐리다. 의심하지 말라. 그렇지만 의심을 품게 된다. 그러다 불현듯, 무언가 떠올리곤 슬쩍 가면 너머 입술을 휜다.
"직접 행하시던 분이 어째서 이 시련을 내버려 두실까……. 그래, 내가 어떻게 알겠나. 신의 의중을 인간이 어찌 알겠어. 단지 까마귀가 날아다니는구나…… 조금 많이 날겠어."
까마귀가.
"이 어찌 그립고도 그리운 소리일까."
《일리야의 행보를 모방하는 존재가 설치기 시작합니다. 이는 섹터의 위협으로 다가올 수 있습니다. 미지의 존재가 당신이 보일 행보에 대해 단 한번 묵인합니다. 어텀 카니발의 왕 '클라레'가 의구심을 품습니다. 구스타보는 무언가를 기대합니다…….》 《나랑 같이 다니면 좀 시선이 나아질까요?》 《……내 이름이 뭐였는지 잘 기억하고 있지, Mx?》
종교란 공통된 분모의 결집에서 생겨나는 유대감으로 미지로부터 오는 공포를 이겨내고 집단의 생존력을 올리는 원초적인 갈망을 충족할 수 있었다. 그리고 이 원초적인 갈망을, 단순히 믿음이 아닌 초월적인 힘으로 직접 충족시키면 어떻게 될까. 신도란 본디 기적을 행함에서 확신을 얻고 맹종하는 법. 가장 절박한 순간에서 본 기적을 누가 믿고 따르지 않을까.
때문에 어텀 카니발의 왕은 심기가 불편했다. 이 도시에 뒤틀린 사람은 많고도 많다지만 이 존재는 조금 궤를 달리했다. 어린아이처럼 순박하고 제멋대로인 면이 돋보이는 뒤틀림을 가졌기 때문이다.
"한 하늘에." "그래." "해가 두 개라면 어떨 것 같습니까?"
위스키는 이번 재판에 쓰일 증거를 하나하나 읽어보다 고개를 돌렸다. 성물을 건드린 간 큰 녀석이 또 나타나 바쁜 찰나에 무슨 소리람.
"뜨겁겠지. 서머 아일랜드보다 더." "그렇다면 해 하나를 지워버리는 것이 옳은 방법입니까?"
위스키가 그제야 예하를 정확히 마주했다.
"안 돼." "이단입니다. 존재가 준 섭리를 거스르는 이단입니다……." "여름과의 동맹을 깰 셈이니, 경거망동하지 말거라." "저는."
예하는 가면을 벗고 눈을 정확히 마주했다.
"신의 이름 앞에서라면 언제든 떳떳합니다. 죽을 자는 죽어야만 하고 산 자는 살아야 합니다... 그것이 이 도시의 순리입니다…." "그 말."
마오타이 앞에서도 해보지 그러니. 위스키는 끙 앓으며 제 미간을 꾹꾹 눌렀다.
"그래서, 본심이 뭐니." "……."
《이 새끼 재밌네….》 《어텀 카니발의 왕이 밍메이에게 지대한 흥미를 가집니다. 잘 기억하십시오. 아이는 아이로 맞설 것. 당신의 주변의 아이가 누가 있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