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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키: http://threadiki.80port.net/wiki/wiki.php/Seasons%20of%20Dimgray 웹박수: https://forms.gle/GL2PVPrsYV2f4xXZA 시트: >1596778092> 임시어장: >1596774077> 이전 어장: >1596799093> 통칭 '작은 루'는 선대 겨울의 원로 보드카가 가장 소중히 여기던 존재로, 현 시즌스 킹덤 사람들 사이에서도 간간이 오르내리는 도시 전설 중 하나이기도 하다. 작은 루는 새하얀 여우, 정확히는 북극여우의 모습을 하고 있으며 보드카의 교육 덕분인지 많은 것을 알고 있다 알려져 있다. 또한 애교가 많고 사람을 좋아해 현재 원로와 지금은 사라진 4명의 선지자의 사랑을 독차지했고, 제일 좋아하는 것은 사과이며, 사과 맛 사탕 하나만 있다면 작은 루를 무릎 위에 올릴 수 있어 영웅과 구스타보도 주머니에 사탕 하나 정도는 가지고 다녔다 알려지기도 했다.
현재, '많은 것을 알고 있다'라는 점이 와전되어 '살려 데려갈 수 없다면 가죽, 그도 아니라면 꼬리털이라도 손에 넣기만 하면 무너져가는 여러 조직을 부흥시킬 수 있는 신묘한 영수靈獸'로도 전해진다.
위스키는 무감한 눈으로 브라운관 너머의 뉴스를 보았다. 최근 라스베이거스 살인마를 모방한 살인사건이 벌어지고 있으며, 라스베이거스 살인마와의 연결점은 찾을 수 없다고. 아무래도 근래 흉흉한 일이 한번 있었다 보니, 이번의 일과 덧붙여지면 사람들의 입소문이 다시 불이 붙지 않을까 싶다. 이번 일은 좀 가혹하지 않나? 브라운관에서 시선을 떼자 가면 쓴 누군가 얌전히 지팡이에 손을 모은 채로 화면을 응시하는 것이 보였다.
"네 소문으로도 이미 생겨난 의심을 지울 수는 없나 보구나." "내려진 시련이지요." "시련이라."
내게 숨기는 것이 있는 건 아니고? 위스키의 덤덤한 읊조림에도 가면은 깨질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그럴 리요, 제가 어찌 원로를 능멸하겠습니까."
위스키는 시선을 떼었다. 네가 그렇다면 그렇게라도 믿어줘야지. 그나마 가진 신뢰를 깨지만 않으면 되는 일이거니와, 자신이 아는 라크리모사의 '예하'는 여타 다른 대표 조직의 사람들처럼 모험을 하거나, 규칙을 바꾸려 들거나, 사고를 치지 않는 녀석이니 큰일은 벌어지지 않을 것이라 믿었다.
"위스키 님께서는."
예하가 입을 떼었다.
"라스베이거스의 살인마가 싫지는 않으신가 봅니다." "어찌 그리 단언하니?" "제 좁은 식견이지만, 마음에 들지 않았더라면 어떠한 누명이라도 씌워서 내쫓았을 테니까요." "……글쎄다." "솔직하지 못하시긴." "그런 말은 내 남편에게나 듣고 싶지 네겐 듣고 싶지 않단다." "뭐, 알겠습니다."
신께서 정하실 일이니. 예하는 지팡이를 매만지며, 화면이 돌아가 바깥의 시사 고발 프로그램을 방영하는 것을 물끄러미 응시했다. 라스베이거스 살인마에 대한 이야기가 나돈다. 가면 속 입술이 부드럽게 휘었다.
재밌네, 재밌어……. 저쪽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겠지만…….
《라스베이거스 살인마, 도미닉 매디슨에 대한 '바깥의 시사고발 프로그램'이 방영되었습니다.》 《어텀 카니발에도 여러 범죄자가 있기 때문에 이렇게까지 나올 일은 아니라는 의견과, 그래도 이 도심에서 모방 범죄가 일어나니 어떻게든 해야 하지 않겠느냔 의견이 서로 충돌하기 시작합니다. 라크리모사는 당신에게 '현재 호의적인 입장'을 보이고 있습니다. 이 설정을 잘 기억해두시길 바랍니다. '현재'는 호의적입니다.》
과거를 인정하는 태도가 선선하다. 드러냄에 거리낌 없다. 당신의 수줍은 말에 여인은 잠시 망설인다. 쉽고 달곰한 답을 줄지, 혹은 조금 쓴 말을 할지 고민되어서다.
“간솔히 말씀드리자면, 장담을 드리진 못하겠습니다.”
짧은 고민 끝에 고른 것은 쓴 말이다. 여인은 손돌라에서 내리기 직전, 허리를 숙여 당신 쪽으로 몸을 기울인다. 당신의 귓가에 겨우 들릴 목소리로 무언가를 속삭인다.
“이 말을 한 것을 제 자매가 알면 좋아하지는 않겠지만..."
후후, 작은 웃음소리가 끼어든다. 이 사실을 알게 된다면 자매가 무어라 할지 선하다. 분명 그런 부끄러운 사실을 왜 남에게 떠벌리고 다니냐 한 소리 하겠지... 하지만 이런 이에게 이야기했다는 사실도 알게 된다면, 분명 잘한 일이라며 수긍하고 말 테다.
"...자매가 꼭 그리 조절을 잘하지 못했답니다, 리큐르처럼요.”
말을 마친 여인은 무슨 일이 있었냐는 양 허리를 바로 하고, 곤돌라 바깥으로 발을 내디딘다. 당신과 눈이라도 마주친다면 입가에 손가락을 가져다 댈 것이다. 지금까지의 이야기는 비밀이라 하듯.
서늘한 한기가 스며든다. 여름에 사는 이에게 겨울은 익숙지 않다. 두텁게 껴입는다고 껴입었음에도 피부가 시리다. 왼팔을 문지르던 여인은 들려오는 목소리에 당신을 바라본다. 알아들었다 고개를 끄덕이려다, 손이 내밀어지자 움직임을 멈춘다.
향하려는 곳은 사신의 눈이 있는 방향...혹은 사신의 눈.
출입이 금지된 곳이 아니었나, 하는 생각이 들다가도, 당신이 원로인데 그런 사항이 무슨 의미가 있나 싶어진다. 그보다는 사신의 눈과 엮인 낭설이 신경 쓰이는 탓이다. 그런 헛소문을 믿냐 묻는다면... 글쎄, 여인은 미신을 제법 믿는 편이었다. 그렇지 않다면 점을 칠 일도 없었겠지.
아지랑이 꽃이 만발한 곳이 있다. 꽃대는 노란색이요, 꽃은 초록색과 하늘색, 심지는 분홍색이거니와, 하늘은 연보라색인 기이한 공간. 미지의 존재가 기거하는 공간은 늘 그렇듯 이지러져 인간의 범주를 초월하곤 했다. 미지의 존재는 이런 공간을 영 달갑지 않게 생각했다. 자신 또한 살아가는 것은 일반 킹덤의 시민과 같은데 왜 이런 것이 생겨났는지는 모른다. 그래, 이 도시 사람들의 의중을 알기 어렵듯이. 혹은 의중을 알면서도 외면하듯이.
"……그래서."
미지의 존재는 고개를 돌렸다. 목을 매달아 죽은 것으로 알려진 전 겨울의 원로, 보드카가 미지의 존재를 마주하기 위해 직접 메르헨의 중심에 발을 들일 줄은 몰랐는데.
"당신이 여기 올 줄은 몰랐는데. 내가 선사해 준 작은 루까지 남에게 줘놓고, 염치도 없지." "……작은 루가 선택한 거였어." "그 선택 때문에 당신이 초래한 결과는 생각하지도 않나 봐." "…왜 그러는 거야." "뭐가." "유달리 봄의 왕에게만 박한 거. 루시드 드림에도 출입하지 못하게 하고."
미지의 존재는 눈을 느릿하게 감았다 떴다. 이제 보드카를 보고 싶지도 않단 듯.
"박한 게 아니라, 난 자비를 준 거야, 루." "……무의식을 들여다볼까 겁이 나는 거야?" "아니."
꽃이 전부 타들어가고 하늘이 붉어졌다. 미지의 존재가 상냥하게 속삭였다.
"내가 그 존재를 겹쳐봐서 그래. 봄의 왕이 나와 같은 생각을 할 리가 없는데도, 그 존재가 나와 겹치는 부분이 있기 때문에 나를 무조건적으로 이해하겠지 싶은 생각이 들어서. 그래서 자칫 내 이해를 억지로 들이밀까 봐. 나는 배려하고 있는 거야. 다가오지 말라고. 상처 입지 말라고."
당신도 알잖아. 아니, 당신이 먼저 말했잖아.
"넌 미쳤어. 라고. 미친 사람이 다가가서 뭘 하겠어." "……나는, 그게." "선택과 간원은 다른 법이지. 이해해. 그러니 나가주지 않으련."
축객령을 거부할 권한은 없는 거 알고 있지?
《미지의 존재가 엘과 에얼을 주시합니다.》 《…루시드 드림에 출입하지 않는 것을 권장했습니다만, 가끔은 어떠한 결과를 초래할지 모르는 상태에서 맛보는 것도 괜찮을 것 같지 않습니까?》
값을 지불할 수 있을 능력만 된다면 그 사람이 다른 구역의 사람이든, 제 철천지 원수든 상관없는 것이었을까. 돈을 준다는데 거절하면서 사람 가려 받는다니, 돈을 바닥에 버리는 것과 다를 게 없지. 생각하며 마젠타는 당신 바로 앞 소파에 앉으며 제 다리를 꼰다. 그리고서 수첩의 내용을 확인하니, 단정한 필체로 적힌 물건들은 흔하디흔한 것들이었을까. 입술을 만지작거리며 고민하던 마젠타는 당신을 살피듯 물끄러미 바라보다가 말한다.
"이거랑 이거는 지금 당장 드릴 수 있어요. 나머지는 글쎄. 삼일 정도면 될 것 같고. 가격은.. 다 해도 삼백 티켓도 안 되겠네요."
수첩에 있는 리스트 중 물품 몇 개를 손가락으로 짚어 보이며 말한 마젠타는 당신의 변명과 웃음에 눈을 가늘게 뜨고 바라본다. 고작 이것들 가지고 정보 이야기를 꺼냈을 건 아니니. 농담인지 진담인지 모를 말부터 그 웃음까지 다 수상쩍은 것일까.
"아직 젊어 보이는데, 뭐... 그렇다면야. 그래서 이것으로 끝은 아닐텐데. 다음으론 뭘 원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