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본 어장은 4개월간 진행되는 어장입니다. ◈ 참치 인터넷 어장 - 상황극판의 기본적인 규칙을 따릅니다. ◈ 만나면 인사 합시다. AT는 사과문 필수 작성부터 시작합니다. ◈ 삼진아웃제를 채택하며, 싸움, AT, 수위 문제 등 모든 문제를 통틀어서 3번 문제가 제기되면 어장을 닫는 형식을 취하고 있습니다. 감정 상하는 일이 있다면 제때제때 침착하게 얘기해서 풀도록 합시다. ◈ 본 어장은 픽션이나, 반인륜적인 행위를 필두로 약물, 폭력 등의 비도덕적인 요소를 포함하고 있지만 옹호하지 않습니다. ◈ 본 어장은 공식 수위 기준이 아닌 17금을 표방하며, 만 17세 이상의 참여를 권장하는 바입니다. ◈ 절대 혼자 있으려 하지 마.
위키: http://threadiki.80port.net/wiki/wiki.php/Seasons%20of%20Dimgray 웹박수: https://forms.gle/GL2PVPrsYV2f4xXZA 시트: >1596778092> 임시어장: >1596774077> 이전 어장: >1596799093> 통칭 '작은 루'는 선대 겨울의 원로 보드카가 가장 소중히 여기던 존재로, 현 시즌스 킹덤 사람들 사이에서도 간간이 오르내리는 도시 전설 중 하나이기도 하다. 작은 루는 새하얀 여우, 정확히는 북극여우의 모습을 하고 있으며 보드카의 교육 덕분인지 많은 것을 알고 있다 알려져 있다. 또한 애교가 많고 사람을 좋아해 현재 원로와 지금은 사라진 4명의 선지자의 사랑을 독차지했고, 제일 좋아하는 것은 사과이며, 사과 맛 사탕 하나만 있다면 작은 루를 무릎 위에 올릴 수 있어 영웅과 구스타보도 주머니에 사탕 하나 정도는 가지고 다녔다 알려지기도 했다.
현재, '많은 것을 알고 있다'라는 점이 와전되어 '살려 데려갈 수 없다면 가죽, 그도 아니라면 꼬리털이라도 손에 넣기만 하면 무너져가는 여러 조직을 부흥시킬 수 있는 신묘한 영수靈獸'로도 전해진다.
누군가 중얼거린다. 반박하는 이 하나 없다. 비가 쏟아지는 모양새가 심상치 않았기 때문일 수도, 단순히 거대한 빗소리에 목소리가 묻혔기 누구도 그 말을 제대로 듣지 못했기 때문일 수도 있다. 그래, 장대비가 온갖 사물을 두드려 대며 만든 소란스러운 잡음이 여름을 뒤덮고 있다.
이런 날은 사람 하나 죽어도 모르겠어. 하나뿐이야? 여럿 죽어도 알기 힘들 것이 분명하구만. 비명도 흔적도 무엇 하나 남기기 힘들게 하늘이 지워버릴 테니 말이야. 하하, 들어보니 자네 말이 맞네! 좌우지간 흉흉한 소리는 이제 그만하자고. 기껏 좋은 술을 준비해 왔더니만 술맛 떨어지게 생겼어...
잔을 맞부딪히는, 경쾌한 소리마저도 곧 빗소리에 파묻힌다. 그런 날이다. 장마로 온 세상이 먹먹한 소리에 잠기며... 신음도 비명도 모든 것이 감춰지는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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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결말은 예상치 못했다는 얼굴이군요.”
희고 고운 손이 누군가의 머리칼을 잡아챈다. 강제로 얼굴이 들어 올려졌으므로 악에 받친 답이라도 돌아올 법하지만, 사위는 고요하다. 사내의 입에 재갈이 물려있는 탓이다.
“누군가를 살(殺)하려 한다면 당할 각오 역시 있었어야지요. 묫자리를 두 개 파놓았어야지요. 설마하니 그 정도 결의조차 없었다 말하렵니까, 그런 일을 하며?”
정성 어린 조언이라도 건네듯 사려 깊으며 나긋한 목소리가 속삭인다. 입가의 미소는 화기로우며 부드럽다. 지나가며 설핏 본다면 자애롭기가 선녀와 같다 할지도 모를 모습이다. 손에 잡은 것이 타인의 머리채만 아니었더라면, 앞에 자리한 것이 몸조차 가누지 못할 정도로 곤죽이 된 사내만 아니었더라면...
성당의 전소라. 성스러운 곳에서 그런 일이 벌어졌음을 어찌 알지 못하였을까, 누군가 눈을 가늘게 떴다.
"자네도 알고 있었나?" "무엇을 말입니까?" "그 수녀에 대해."
라크리모사의 이단 심문관도 알 수 없었는데 어떻게 알았을까. 수녀의 불타버린 시체 밑으로 드러난 유골들의 위치가 우연일까.
"……망령을 보는 자가 아니면 알 수 없는 일이 아닐까 싶어." "그렇게 만들고자 하는 것은 아니고?" "더는 그런 일이 벌어지게 둘 수는 없지. 영매, 혹은 그에 준하거나 망령 그 자체일 가능성이 커."
부디 이 일이 커지지 않기를 바랄 뿐이지. 그 수녀의 뒷배가 사실은…….
"말도 안 돼!" "아니, 말이 될 수도 있어."
라크리모사가 몰랐잖아.
《칸다타 자매를 향한 간접적인 소문이 퍼집니다. 사람들은 이 으스스하고 두려운 소문의 진원지를 찾고자 합니다.》 《이봐, 그 소식 들었어? 이번에 불이 난 성당에서 아이들의 유골이 그리도 많이 발견되었다지. 이걸 망령을 보는 자가 아니면 어떻게 알았을까! 아무래도 이단을 심판하는 영매의 재림인가 싶어. 망령의 뜻을 듣는 영매가 이번엔 휘둘리지 아니할 터야. 그렇지?》 《그 수녀의 뒷배가 라크리모사라는 소문이 있어. 아니겠지만. 라크리모사의 평판이 약간 하락합니다. 라크리모사가 침묵합니다.》
코냑은 신문을 읽다 믿지 못하겠다는 듯 신문을 한번 가까이 들여다 보기도 하고, 멀리 떼어놓으며 보기도 했다. 그 모습을 물끄러미 바라보다 제 몫의 시리얼에 우유를 붓던 리큐르가 고개를 기울였다.
"코냑 님, 벌써 노안 왔어요?" "아니에요, 리큐르." "그거 마오타이가 자주 보여주는 행동인데, 노안이면 그렇게 된댔어요."
코냑은 앓는 소리를 냈다. 그 양반은 곧 아흔이니 그럴 만도 하지만 자신은 아직 젊은데. 젊…… 코냑은 잠시 괴리감을 느꼈다. 원로이기 이전에 이종족으로 변화하며 비상식적으로 수명이 늘어버렸지만 아직 인간일 때를 기억하니까.
"우린 아직 젊은 게 아닌가 생각을 하고 있어요, 리큐르." "리큐르 아직 일흔을 못 넘겨서 코냑 님 말을 이해 못 해." "하아……." "그래서, 뭐 읽었길래 노안이 온 거예요?" "작은 루로 인한 매출 상승에 대한 신문 기사가 떴네요. 거기다 온갖 애정을 다 받고 있으니, 여타 조직에게 각별히 주의하라는 메시지도 담겨있고……."
시리얼을 크게 한입 먹던 리큐르가 그대로 입에 있던 내용물을 우수수 쏟았다.
"아, 더러워." "아니, 리큐르랑 똑같은 복제품이 귀엽고 사랑스러운 털뭉치가 내 친구의 곁을 뺏었다 그거잖아요?" "리큐르, 왜 귀엽고 사랑스럽다에 힘을 주나요?" "귀엽고 사랑스러운 털뭉치는 리큐르로 족해!!! 리큐르는 대표 친구를 만나러 갈래!!"
《DTD의 호평일색 신문기사가 나돕니다.》 《본디 DTD는 대표 조직으로 당연한 호평을 받고 있었으나, 당연한 말을 넘어서 세계관 내부에서 '엘과 에얼'이라는 인물 자체가 봄 섹터 사람들의 두터운 신임을 받고 있습니다. '봄의 왕'은 괜히 얻는 것이 아니며 써먹을 대로 써먹을 수 있다. 이 설정을 잘 기억해두시길 바랍니다.》
빗소리가 쏟아진다. 장마와도 같은 곳, 신음도, 비명도 묻혀 죽은 자의 시체를 느릿하게 내려다본다. 누군가 턱을 느릿하게 쓸며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하다 작게 웃었다.
"여래라 불리지 않는 걸 좋아하는 연유가 예에 있구나."
곤죽이 된 것. 사내의 시체에 속삭여본다. 그래서, 묏자리 두 개 파지 아니한 연유 무엇이더니. 자만하였더니, 다섯의 섹터 중 잔악하기로는 둘째가는 것이 서러운 섹터에서.
"그리하였다더군, 그리하였다더군……. 여우신이 노하시었다더군."
그러니 응당한 대가를 보여주었어야지. 흥미 없는 것. 분홍색 눈이 휘었다.
《밍메이를 향한 간접적인 소문이 퍼집니다. 사람들은 주체가 밍메이임을 알지 못하지만, '사람이 죽었다'라는 사실은 귀에 들어가게 됩니다.》 《이봐, 그 이야기 들었어? 살수 하나가 곤죽이 되어 죽었다더군. 그런데 그 광경을 본 사람이 있다나 봐. '감히 여우신의 진노를 사지 말 것'이라던데, 자네 아는 바 있나? 여우신이라니, 나 참. 기이한 도시임은 틀림이 없어.》
불 붙은 담에서 불 붙이지 않은 담배로, 그저 피울 만큼 피웠으니, 새로이 담배를 무는 이가라시의 행동을, 까만 콩알 같은 눈이 빤히 바라본다. 꼬리를 낮게 살랑이며, 담배에 불 붙이지 않고 그저 물고만 있는 모습을, 까만 눈동자가 깜빡이며 응시한다. 그러다 언제 그랬냐는 듯, 휙 고개 돌려 게임 화면을 보았다. 그리고 엘이 말했다.
"얼마든 달아두셔도 좋지만, 그 빚을 이유로, 산책을 방해하지만 말아주세요."
감사를 빚으로 달아두겠다는 말을, 평소와 같이 차분한 목소리로 받아넘겼다. 앞서 두 번이나 그랬던 전적을, 은근히 언급하듯이, 말하고 무릎 위 여우를 대신해 스틱을 움직여준다. 캐릭터 선택이 끝나고 라운드로 화면이 넘어갈 적, 이 게임을 전혀 할 줄 모른다는 이가라시의 말엔, 작게 웃었다. 웃기만 하고 말은 없었다. 곧바로 게임이 시작되기도 했고.
신식보다는 고전에 가까운 그 대전 격투 게임은, 나름대로 깊이도 있고, 기술도 있는 그런 작품이었다. 잔뜩 들뜬 털뭉치, 작은 루는 이가라시의 캐릭터가 접근하자 열심히 버튼을 누르며 대응했다. 스틱 조종은 엘이 하고 있었는데, 마치 여우의 의도를 다 알듯, 적절하게 움직여주어 나름대로 볼 만한 접전이 이루어진다. 서로의 캐릭터 체력이 비슷비슷하게 떨어져가고, 아마 서로 한 방만 남긴 시점에서, 여우는 기술을 쓸 것처럼 버튼을 차례로 연타했다. 그러면서 동시에 엘이 스틱을 움직여, 주었어야 했지만.
"흐, 이칫!"
돌연 그 타이밍에 재채기를 해버려, 기술을 쓰기는 커녕 작은 루의 캐릭터는 이가라시의 캐릭터에게 막타를 허용하고 말았다. 단숨에 승패가 갈린 화면을 보며, 작은 루의 조막만한 주둥이가 떡 벌어졌다. 그리고 화면을 한 번, 엘을 한 번 돌아보며 이게 뭐냐고 항의하는 듯이 움직였다. 그런 여우를 보며, 엘이 태연히 웃는 얼굴로 말했다.
"그렇지만, 꼬리가 너무 간지러웠어요. 게임 내내, 살랑이고 있었는걸요?"
게임에 몰두한 작은 루가 바짝 세운 꼬리가 엘의 코를 간지럽혀서, 라는게 재채기의 이유 같았다. 하지만 요 작은 여우는 진 것이 분했는지 엘의 무릎 위에서 폴딱폴딱, 뛰어대는 것도 모자라 조그만 뒷발로 엘을 팍, 걷어차며 뛰어내려 저 멀리로 우다다 달려가버린다. 그 반동인지, 엘의 상체가 기우뚱, 이가라시 쪽으로 흔들린다. 피하지 않는다면 체구에 비해 가벼운 압박감이 그의 팔에 잠시 느껴졌을 것이고, 피했어도 엘 혼자 기기를 짚어 몸을 지탱했을 것이다. 어느 쪽이든 엘은 웃고 있었다.
"아하하, 하하, 어쩜..."
웃음 뒤에 따라붙은 말은, 혼잣말, 아니, 숨을 내뱉는 듯 해, 이가라시에게조차 제대로 들리지 않는다. 딱히 들으라 한 말도 아니었으니, 아무렇지 않게, 자세를 추스른 엘이 이가라시에게 시선을 주었다. 곱게 휜 눈매 속 눈동자에 유난히 푸른 빛이 짙었다.
"부탁은 한 판이었으니, 이제 홀로 느긋히 즐기시길 바라요. 이가라시 씨. 빚은, 어느 때에든 편히, 요구하러 오셔도 된답니다."
용건이 끝났으니 더는 볼일 없다는 것인지, 엘의 말투는 자리를 파하는 그것이었다. 말을 마치자마자 스윽, 일어서는 것도 그렇다. 엘은 고개를 돌려, 여우가 달려간 방향을 바라보고 있었다. 잡거나, 더 말을 걸지 않는다면, 저 푸른 실루엣은 고개 스윽, 숙인 뒤에 멀어질 것 같았다.
엘의 말에 이가라시가 담담한 목소리로 지지 않고 대꾸하면서도 게임 화면에서 시선을 떼지 않았다. 두번이나 마주쳤던 이유도 순전히 우연이지 않나. 잠시 머리에 떠오르는 생각을 입밖으로 내지 않은 이유는 크게 없었다. 예의바른 태도와 어투를 사용하는 것과 생각을 입밖에 내지 않는 건 같은 맥락이라는 게 이유라면 이유라고 말할 수 있다.
앞서 마주친 두번도 홀로 휘적휘적 유령마냥 떠돌아다니기도 했지. 이가라시는 자신의 캐릭터가 여우가 조종하는 캐릭터에게 기술을 맞자 물고 있던 각련을 고쳐물며 스틱과 버튼을 움직였다. 서로의 캐릭터가 서로를 때리며 접전하자 안대로 가려지지 않은 하나 뿐인 안개 낀 녹색 눈동자가 슬며시 찌푸려진다. 아무리 생각해도 자신의 상대인 이 조그만 털뭉치는 인외의 종족이 아닐까 싶은 생각까지 들었다. 아니면 스틱을 조종하는 엘의 분신이던가. 온갖 것들이 일어나기 일쑤인 시즌스 킹덤에서라면 가능하지 않을까.
엘의 실수-그걸 실수라고 할 수 있다면-에 기술을 쓰지 못한 캐릭터가 빈틈을 크게 보이자마자 스틱을 잡은 이가라시의 손이 움직이고 빠르게 버튼 두개를 동시에 연타했다. 이가라시가 조종하는 캐릭터가 빈틈을 놓치지 않고 파고들면서 상대 캐릭터가 쓰지 못한 필살기 기술을 선보였고 접점의 끝을 보였다. YOU WIN 이라는 글자가 화면에 큼지막하게 떠오르고 이가라시는 스틱을 쥔 손을 떼고 흘끗 여우의 모습을 바라봤다.
곧 하나 뿐인 녹색 눈동자는 격투 게임의 화면을 바라봤지만 그또한 잠깐이었다. 여우의 행동에 균형을 잡지 못하고 비틀거리는 엘의 상체가 제쪽으로 기울어지는 걸 봤는지 이가라시가 짧게 눈가를 찌푸리며 엘의 상체가 자신에게 닿기 전 어깨에 살짝 붕대로 감아둔 손을 올렸다가 떼어냈을 것이다.
"잠깐만."
여우의 뒤를 쫒으려는 듯 일어서는 엘을 향해 이가라시는 여즉 물고 있는 각련 끝에 불 붙히며 청바지 주머니를 뒤진다.
"이거, 그 쬐끄만 털뭉치가 관심을 가졌던 거. 난 필요없으니까 가지든. 아니면 버리든지 해."
달큰한 각련 연기가 게임 센터에 퍼지고 주머니에서 꺼낸 키링을 대전 게임 버튼 위에 올려놓은 뒤, 이가라시가 껑충한 몸을 일으켜서 걸음을 옮겼다. 그러나 이가라시는 문득 걸음을 멈추고 엘을 향해 시선을 움직였다.
예정에 없던 만남의 자리는 그 끝에도 예고가 없다. 이전에도 그랬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그렇기에 우연이란 흥미로우며 성가시노라, 엘은 생각한다.
인사와 함께, 일어섰던 엘은 부름에 멈춰 이가라시를 보았다. 먼저 일어선 탓에, 푸른 눈동자가 아래를 향했다. 이가라시의 손이, 담배에 불을 붙이고, 주머니를 뒤지고, 키링을 꺼내놓는 것을 눈으로 쫓는다. 그리고 일어난 그를 따라 시선이 올라갔다. 한결같은 미소가 선선히 말했다.
"그럼, 이가라시 씨가 주는 것이라, 하지요."
덩그러니 놓인 키링, 그것을 엘이 갖지도, 버리지도 않고, 작은 루에게 주겠노라 했다. 그가 주는 것이라고. 그리고 엘은, 하얀 손을 뻗어 키링을 챙겼다. 앞서가는 이가라시를 붙잡는 일은 없었다. 한 손에 고이, 키링을 들고 섰던 엘을 움직인 건, 재차 들린 목소리 때문이었다.
"네, 이전날, 인사는 미리 드렸답니다. 잠시나마, 감사했으니."
담담히 말하는 엘은, 아쉬워하지도, 슬퍼하지도 않았다. 단지 조용히, 천천히 눈을 감았다 뜰 뿐이었다.
그 뒤, 엘에게서 다른 말은 없었으니, 그대로 대화는 마무리 되지 않았을까. 다만 이가라시가 나갈 적, 로비 한켠에서, 아장대며 손님들의 귀여움을 받는 하얀 여우가 보였을 것이다. 여우는 자그마한 몸으로 한껏 제 예쁨을 자랑하다가, 돌연 이가라시의 앞으로 달려나와, 그의 앞에서 꼬리 두어번 살랑이고, 귀를 쫑긋쫑긋 하고, 그를 지나쳐 다시 달려간다. 토독토독, 앙증맞은 발바닥 소리와 티링티링, 방울소리 연달아 울린 끝에는 작은 웃음소리가 이어진다. 돌아보지 않아도, 여우가 누구에게로 갔을지는 눈에 선했을까.
그래도 혹시, 소리에 이끌려 돌아보았다면, 희고 복실한 털뭉치를 안고 바라보며 무구한 함박웃음을 지은 엘이 있었겠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