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래 같은 느낌은 처음이라서! ……어, 그런데 방금 친하다고 해 준 거야? 얼마나 친한데? 세 손가락 안에 들어가?"
대번에 화색이 된 그가 척척척 거리를 좁히고 다가온다. 제 두 손 꼭 마주잡고 사뭇 들떠서는 말이다. 친한 정도로 순위 매기면서 부담 주는 건 그리 좋은 일이 아니지만, 반가운 마음에 이렇게 말하게 되는 걸 어쩌겠나. 그러고 보면 요즘들어 하네가 조금은 더 살가워진 듯해 더 유난인 건지도 모른다. "빈털터리 되면 일하고 살지 뭐. 가끔은 직장생활하는 것도 나쁘지 않더라." 그는 빙글빙글 웃고는 잽싸게 손 들어 기습적으로 하네의 이마를 꾹 누르려 했다. 역시 아무것도 안 하고 얌전히 있기엔 손이 근질거리지 뭔가! 이건 볼 꼬집는 것보단 덜한 장난이니까 봐줬으면 좋겠다.
직접적인 말이 돌아오지 않았어도 쉬지 않아도 된다는 뜻이라는 건 알겠다. 그렇다면 괜찮겠지. 그는 더 권하지 않고 부스들이 모인 자리로 후다닥 바쁘게 향했다. 때마침 자리가 빈 곳이 있기에 거기로 갔더니, 앞선 손님이 떠난지 얼마 되지 않아 잠시 자리를 정리 중인 상황이었다. 그리 오래 걸리지는 않을 듯해 그 앞에 서서 기다리기로 했다. 그는 하네의 말에 고개를 까닥 기울이며 말했다.
"친구라고 말하긴 조금 애매한 사이라고 생각해서거나, 자기가 누군지 알아맞혀 보라고 그런 거 아냐? 잘못 준 건 아닐 것 같은데."
본인은 지금까지 전부 이름 밝히면서 보냈으니 정확히 무슨 심정으로 그랬는지는 잘 모르겠다. 여러모로 복합적으로 고맙다는 심정은 잘 모르는지라 논점이 조금 빗나간 건 어쩔 수 없다. 그는 그러다 그냥 어깨만 으쓱하고 말았다. "난 내 이름 제대로 적힌 것만 받았어." …역시 농담이라고 얼버무리지 않았더라면 큰일이었겠다. 그건 그렇고, 농담으로 가볍게 던진 말이었는데 정말로 중요한 이야기가 있었던 모양이다. 너무 많이 받았다는 건 역시 우리 착하고 예쁜 꼬맹이답게 기특한데, 그걸 넘어 뭔가 일이라도 있는 듯한 낌새가 보인다! 눈치없는 그라도 어느 순간에 귀 기울여야 하는지는 알고 있다. 애당초 이런 고민거리 들어주려고 학교에 오기도 했고! 그도 조금은 진지해지기로 했다. 그는 두 주먹 굳게 쥐고 고개를 끄덕거렸다.
재등장! 과연 분홍색 오카시는 있을까요? 요이카는 말했다시피 누굴 좋아해도 분홍색 포장지를 보낼 성격이 아니므로 무조건 논외입니다. 씌~익 (⩌⩊⩌) 사실 고록으로 노벨상을 노리자! 가 일반적인 참치 심리다 보니 기명으로 분홍 오카시가 나올 것 같지는 않고 음⋯. 익명으로 깜짝 한 개 정도로 예상해 볼까요!
>>576 음. 저야 일단 괜찮긴 해요! 애초에 저도 평일에는 저녁까지는 접속을 못하는걸요. (옆눈) 아무튼..그렇다면 일단 선레는 제가 쓰는 것으로 할게요! 상황만 정해보도록 해요! 일단 개인적으로는 가을의 마지막 시즌이 코앞이니까 가을 배경으로 하나를 돌려보고 싶네요. 낙엽을 쓸고 있는 치아키를 요이카가 발견하고 서로 대화를 나눈다거나? 혹은 둘이서 같이 낙엽을 쓸게 되었다던가? 혹은 다른 원하는 것이 있으면 말씀해주셔도 괜찮아요!
어느덧 늦가을이 되었다. 이제는 붉게 물든 낙엽도 매말라버린채 땅으로 떨어지는 시기였다. 학생회장 선거도 끝이 났고 남은 것은 인수인계 정도였다. 물론 그렇다고 자신의 학생회장 업무가 온전히 끝난 것은 아니었다. 어쨌건 겨울방학때까지는, 정확히는 졸업식때까지는 자신이 해야 할 것을 해야만 했다. 졸업식때 발표할 축사라던가. 이건 방학때 천천히 생각해보기로 하며 일단 지금은 학생회장으로서 무엇을 하면 좋을지를 치아키는 잠시 고민했다.
그러다 그가 가지고 온 것은 다름 아닌 녹색 빗자루였다. 교정 길목 여기저기에 낙엽이 상당히 많았다. 학생들은 하나둘 하교하고 있었으니 청소를 할거면 역시 지금이었다. 어차피 학생회 일도 없겠다. 아직은 돌아갈 생각이 없기도 한만큼 그는 교정 한가운데에 서서 녹색 비로 낙엽을 천천히 쓸기 시작했다.
"그건 그렇고, 정말 이 시기까지 왔구나. 한 해가 엄청 빠르네. 이것 참."
그렇게 괜히 혼잣말을 하며 치아키는 미소를 머금었다. 올 한 해. 자신은 기억에 남는 것이 많았는데 다른 학생들은 어땠을지. 괜히 궁금하다고 생각하면서 그는 웃음소리를 냈다.
"가능하면 많은 이에게 기억되고 싶은데 말이야. 올 한 해. 학교다니는 것이 정말로 즐거웠다는 느낌으로."
아저씨가 척척척 거리를 좁히고 다가온 만큼 뒤로 물러나다가, 아저씨가 두 손을 꼭 마주 잡고 있는 모습을 보니 그러지도 못했어요. 제일 친한 순으로 늘어놓았을 때, 세 번째 안이길 기대하는 걸까요? 어린 아이가 생일 선물을 기대하는 것처럼만 보여서 한 번 셈을 해보려고 손을 펼쳤어요. 세 손가락 안에 드는지 아닌지는 금방 세어볼 수 있으니까요. 한명 한명 떠올리면서, 아저씨를 떠올렸을 때 접은 손가락이 몇 번째인지만 알면 됩니다. ...그리고 손가락을 접지 못 했어요. 어찌보면 당연합니다, 애초에 친구가 다섯 손가락 다 채우도록 있지도 않으니까요......
“...첫 번째요.”
못 들었다고 하면 아저씨 탓이니까 다신 말 안 해줄 거라고 하려고, 치사한 걸 알지만 목소리 크기를 확 낮춰버렸어요. 속삭이는 것도 아닌데 속삭이는 것만큼 작게 말해버린 것 같습니다. “직장생활이요? ......안 잘렸어요?” 학교에서도 우당탕탕 소란스러운 아저씨라면, 회사라고 별반 다를 것 같지는 않았어요. 심지어 회사가 학교보다 더 적막하고 무거운 분위기이니까요! 아저씨가 직장생활을 했다는 건 놀랄 이야기라서, 원래도 피하질 못하던 아저씨의 기습 장난을 피하지 못했습니다. 조금 삐죽거리고 말아요. 삐죽거린 후에야 바쁘게 부스로 향하는 아저씨를 쫓아요.
“못 맞추겠습니다. 어려워요.”
익명이었지만 ‘우산 선배’ 라는 말과 말투로 알아본 이토이가와 선배를 제외하고, ‘S’는 누구고, 와산본을 보낸 분도, 당고를 보낸 분도 누군지도 모르겠어요! 같이 보낸 메세지들마저 전혀 모르겠어서, 요즘 시간만 나면 하는 생각이 화과자를 보낸 주인들이 누군인지 맞추기였다고요. 확신이 들지 않으면 물어볼 수도 없습니다. 전혀 다른 사람에게 가서, 저에게 화과자를 보낸 적이 있느냐고 물어보게 되면 민망함에 쓰러질 지도 몰라요! “다행입니다. 유치원에 보낼 뻔 했어요.” 농담이 아니었더라면 정말 유치원에 보내야했을 지도 몰라요.
“......그래도 돼요?”
일본에서는 오니에게 콩을 던져요. 한국에서는 팥을 던진다고 알고 있습니다. 이야기 뿐이니까 정말로 그렇지 않을 수도 있지만, 쫓아내지면 어떻게 되는 건지, 대형사고가 아닌가 걱정되어 버립니다. 그만큼이나 놀리지 않겠다는 각오를 한 거라면야, 이야기해도 괜찮을 거란 생각이 들지만요. 하지만 그렇게까지 진지하게 들을 이야기도 아닌 것 같아서 조금 머뭇거려요. “ㅂ, 분홍색도 하나 받아서요...” 눈만 보이게 가려둔 손은 열심히 아직도 얼굴을 가리고 있습니다. 겨우 말하던 중에 눈도 꼭 감아버렸는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