싫다고 했을 때 선배님의 표정은 꼭 지금 하늘색처럼 어두웠어요. 너무 못나게 말했는지도 몰라요. 이렇게나 상냥하게 비를 걱정해주는 선배님인데, 신경 끄라는 말이라던지 싫다는 말 대신에 괜찮다는 말을 하면 훨씬 더 나았을 것 같아요. 아니, 이 선배님 뿐만 아니라 다른 사람들한테 말할 때도요... 다행히 편의점까지 실례하겠다는 것만으로도 선배님의 표정이 눈에 띄게 밝아집니다. 이렇게나 환히 웃을 줄 아는 분인데 저 때문에 그렇게까지 침울해하셨다 생각하니 죄책감이 들 정도예요...
“집 멀다니까요. 유치원생 아닙니다.”
펼쳐진 검은 우산 아래에 서게 되면 우산에 부딪히는 빗소리가 커다랗게 들려옵니다. 이런 날씨에 우산 챙기는 걸 깜빡했다니, 선배님이 없었으면 큰일날 뻔 했어요. 비를 피할 수 있어서 다행이에요. 두 명이서 우산을 쓰게 되니 혼자 쓸 때보다는 조금 젖게 되겠지만, 그래도 이 비를 아무것도 없이 뚫고 가는 것보다는 나은걸요. 선배님에게 감사 인사를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선배님을 올려다보았는데 조금 이상해요. 선배님이 아니라 우산이요. 제 쪽으로 살짝 기울어 있는 것 같아서 눈을 깜빡이다가 우산대를 선배님의 쪽으로 살짝 밉니다. 바로 세워지게요. 그리고, 조금 민망하지만, 친한 사이도 아닌데 이러면 선배님이 불쾌해할 것도 같지만, 조금 가까이 붙어섰어요.
“ㅇ, 애 취급하지 마세요.”
‘우산 씌워주셔서 감사합니다.’ 말하고 싶었던 말과 나온 말이 전혀 다릅니다. 감사인사는 커녕 선배님이 또 침울해질 말이나 해버려서 다시 발 밑만 바라봅니다. 열심히 걷는데 집중하는게 나을 것 같아요........
# 답레만 올리고 다시 가볼게. ☺️ 다들 토요일 즐겁게 보내고........ 왕게임 참여 못 해서 아쉽다.............. 🥹 꼭 이따 집 들어가면 정주행해야지..... 🥲
싱긋 웃어보이면서 치아키는 잠시 뭘 시킬까 고민을 하다가 싱긋 미소를 지었다. 조금은 짓궂지만 그래도 재밌는 것이 떠오른 모양이었다. 그리고 왕이라는 글씨가 쓰여있는 숟가락을 가볍게 흔들다가 아래로 내리면서 이야기했다.
".dice 1 4. = 2 번은 내가 말한 것 중 하나를 수행하면 돼! 1번째는 이 중에서 그나마 어떻게든 어떻게든 엮고 엮어서 연애적인 마음이 단 1%. 진짜 손톱만큼이라도 조금은 생길 것 같은 이를... 물론 지금 사귀고 싶다거나 그런 것은 아니고 정말로 어떻게든 어떻게든 엮고 엮어서 연애적인 마음이 단 1%라도 좀 더 큰 이의 앞에 가서 세레나데를 부른다. 다시 말하지만 수치화를 했을 때 1%라도 더 큰 쪽이야. 이게 꼭 사귀고 싶다라던가 그런 마음은 아닐테니까 상대는 나 고백받으면 어쩌지? 라는 생각은 하지 말기야. 오케이? 2번째는 지금 이 자리에서 '나는 빡빡이다 만세 만세 만세'를 말하면서 세바퀴를 돌기야. 계속 말해야한다는 것이 포인트야."
여학생의 명쾌한 대답에도 미카는 말없이 고민만 지속한다 그러다 상대가 가방을 싸고 있는 걸 뒤늦게 발견하고
"...어, 그렇구나."
대충 대꾸한 뒤 자세를 바로한다 안 그래도 화분을 교실까지 갖고 오느라 귀찮았을 텐데 여기서 남의 시간을 더 뺏기도 뭐해서 쉬는 시간은 서서히 끝나가고 있고 딱히 다음 수업을 듣고자 하는 의지도 없어서 이쪽도 덩달아 가방을 싸기 시작한다 기껏 등교해놓고선 땡땡이 치려는 거다 그러다 문득 생각났다는 듯 다시 뒤돌아보는데
"다음에... 원예부실, 가봐도 돼?"
그렇게 묻는 것이다
"그냥 꽃에 관심이 생겨서."
그리고 그 이유를 해명하듯이 덧붙인다 사실 평생 식물 따위엔 관심도 없었거늘 무슨 변덕이 일은 게 틀림없다
케이는 그렇게 인간의 감정들에 예민하다거나 신경을 쓰는 편은 아니었기에 진상이었던 아저씨가 괴롭힘(?)을 당해서 울든 말든 상관은 없다고 생각했다. 린은 꽤나 좋아하는 것 같았지만.
어쨌든 힘으로 꽉 안은 탓에 남성은 힘을 쓰지도 못하고 허우적거리다가 힘이 다 빠진 채로 경찰에 인계되었다. 나머지는 경찰이 사기 피해를 더 일어나지 않게끔 설득하고 얼른 딸의 위치와 안전을 확인해주겠지 하는 생각이다.
어깨를 툭툭 두드리며 하는 모습에 린이 자신을 알아보았나 생각했지만 영 그런 것 처럼 보이지는 않았다. 이럴 때는 역시 자신이 소개를 하는 수밖에 없을 듯 하다. 한쪽만 상대를 알고 있는 것은 역시 조금 불쾌하지 않겠는가.
"네에...... 뭐........ 린 씨 덕에 큰 소란 없이 잘 끝난 것 같습니다."
맘에도 없는 소리를 잘도 한다. 표정은 솔직한 티벳 여우 표정이었지만. 이름을 상즈케해서 부른 것은 한국인들은 딱히 이름을 부르는 것에 별다른 의미부여를 하지 않기 때문이고 성만 부르는 것을 낯설어 하는 것을 알기 때문이었다.
"학교에서 유명인이시라 처음 뵌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이렇게 통성명 하는 것은 처음이네요. 저는 하시모토 케이입니다. 수호 씨에게 얘기는 많이 들었습니다."
수호라는 이는 한국 한 마을의 장승 신이다. 200여넌 전에 업무상으로 만나 친해지게 되었는데 지금은 이촌향도 현상 및 인구감소로 인해 지키던 마을이 사라져 세계 유람을 하며 제 2의 은퇴 후의 삶을 즐기고 있는 중이었다. 토아와 같이 가기로 한 한식 집도 수호 덕분에 알게 되었다나 뭐라나.
아무리 먼 곳이라 하여도, 너를 위해서라면 얼마든지 같이 가줄 수 있는 것인데. 다시 명백히 거부하는 네 반응에 미유키는 더 무어라 말하지 않는다. 그저 네가 비에 젖지 않게 조심하며, 먼저 앞서가지 않게 너와 보폭을 맞추려 노력할 뿐이다. 그러다 제 배려를 눈치챈 것인지, 네가 우산대를 밀면 미유키는 널 바라보고 놀란 얼굴이 된다. 그러다 이어 들려오는 말에 아까보다 더욱 다정한 미소를 짓는다. 더듬으며 말하는 그 말이 짐짓, 다르다 느껴져서 그럴까. 정말로 싫어 그렇게 말하는 것일 수도 있지만. 너와 함께 걷는 이제, 그런 너의 모난듯한 말이 날아와도, 제 마음에 아무런 파문도 일으키지 못하는 것이었으니. 미유키는 자신에게 붙는 너를 따뜻한 시선으로 내려다본다. 아이 취급하기 싫어도, 이런 모습을 보면 어쩔 수 없을까. 미유키는 작게 웃음소리를 낸다. 그리고 다시 말없이 걷다 보면, 우산에 내려앉는 세찬 빗소리만이 우리 사이의 침묵을 메우고 있을까. 어색해지는 기운에 미유키는 조곤조곤한 목소리로 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