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세상은 3종류의 인간으로 분류된다. 센티넬 - 오감과 신체 능력이 매우 뛰어나며 특별한 이능력을 소유한다. 가이드 - 신체 접촉, 스킨쉽으로 센티넬의 예민한 오감과 이능력을 잠재운다. 민간인 - 특별할 것 없는, 평범한 인간. . . . . xoxo :hugs and kisses.
엉키게 하고 싶다니 구는 잔인한 친구구나 ㅋㅋㅋ 오키도키~ 고마워! 히어로였을때 맞닥뜨렸다면 둘이 전투도 있었으려나? 내 뇌속 구 뭔가 세계관 최강자 이미지라 싸움 연상이 안되네(ㅋㅋㅋㅋ) 그래도 있었다면 송진이 화상 자국이나 터진 자국 남아있어도 재밌겠다 괜찮을까 .. :3? 마주칠 때마다 구슬렸다면 그때는 범죄자 체포할때 교류는 공적으로만 하던 사람인지라, 아무 말 없이 묵묵히 할 일만 하다가 누나 얘기 나와서야 표정 변할거 같네. 목숨 운운하면 오히려 방어적으로 나와서 죽이든 말든 제 알바 아니라고 으르렁 댈거 같고, 후벼파면 그제서야 주춤거릴듯 한데 말야. 주춤거리는 것 외에 크게 신념이 바뀌진 않은 듯 보일 거 같아. 누나 죽고 나서야 빌런에 제 발로 걸어들어갈거 같은데 괜찮을까?
ㅋㅋㅋㅋㅋ 아니 좀 더 극악하게 해도 된다니 캡도 수비범위 굉장하구나.... 그럼 사양 않고 뇌절할게() 배신 후에 구를 다시 찾아가서 구한테 굴복해서 온 게 아니라, 정의에 대한 지 사상이 틀렸다는걸 인정해서 왔다고 (아무도 안 물어봤지만) 할거 같네. 자존심일지 뭔진 나도 잘 모르겟음 :> 이해관계 맞아서 빌런으로 전향한 거려나, 어쨌든 구 덕에 송진이가 바라던 정의에 눈 뜬 지라 이해 안 맞는 부분은 있어도 구를 인정할거 같네. 호칭은 구 님이라 불러도 괜찮을까?
>>122 갠찮아 송진이가 체포하려 든 잘못이지 지서 잘못 없어(?)ㅋㅋㅋㅋㅋㅋㅋㅋ 현실남매 너무 귀엽다 근데 혈육을 죽여도 유사혈육이 다시 생긴 관계라니 웃픔 ㅋㅋ큐 나도 선관 고마와~~~
유명인의 삶은 늘 이렇듯 피곤하다. 그렇다고 그 전에는 안 피곤했냐하면 그것도 아니지만. 비둘기에서 잠시 시선을 떼어내는 대신 저를 찾아온 손님을 잠시간 쳐다본다. 이미 알고 있는 사이면서도, 당신의 면면을 살피는 태도가 생경했다. 당신을 타고 오르는 시선이 어설프고 노골적인 탓에, 그 발자취 역시 선명했다. 그 끝은 결국 머리카락이었을 거다.
"오늘은 머리를 묶었네... 그 편이 귀엽긴 하겠다."
이런 실없는 소리나 하고 말이다. 이 어린 히어로님에 대한 기억은 멀지 않았다. 그 짧은 시간동안 어찌나 말을 걸어오는지, 여자는 제가 모르는 사이에 당담 히어로가 배정된 줄로만 알았다. 진아가 말하는 내용은 대게 뚜렷한 방향을 향하고 있었기에 제게 접근하는 목적 자체는 어렵지 않게 추측할 수 있었다. 그게 문제가 되는 건 아니다. 발치에서 돌아다니는 비둘기 정리할 마음도 없는 여자가, 진아의 추파를 정리할 능력이 있을리가 없지.
"글쎄... 하는 거 봐서."
사실 이쪽도 목적을 숨기지 않는 편이었다. 당분간은 영리하게 굴고 싶지 않았다. 손을 내밀자 자켓 팔부분이 짧둥하게 올라갔다. 수갑과는 다소 어울리지 않는 앙상한 팔목이 드러났다. 흐린 잔향같은 초콜릿 향이 코끝을 스치는 착각이 들었다. 반복학습이 이렇게 무섭다. 만난지 얼마 됐다고 벌써 단게 끌리는 걸 봐서는 말이다. 신경세포가 단단히 망가져버렸다고, 여자는 단순하게 생각하기로 했다.
히히 웃으며 긴장감 없이 하는 말이지만, 그럼에도 상대를 아무렇지 않게 죽일 수 있는 빌런이었다. 물론 자신 또한 사람을 죽여본 적이 없냐 묻는다면 그건 아니지만. 다른 이를 다치게 하고 피가 나고 죽게 하는 것에 대해 어느 정도 무뎌지게 된 것은 마치 오랫동안 심연을 바라본 이가 심연을 닮아가는 것과 마찬가지인 것이었다. 어쨌든 공격에 방비하며 긴장감이 없을 수 없다.
“가이딩은 언제 마지막으로 받았어? 빌런들 중에 가이드들은 많지 않잖아.”
많지는 않더라도 있기는 있다. 빌런을 무너뜨리기 위해서 먼저 빌런 소속의 가이드부터 다 싹 없애버려야겠다고 속으로 생각하지만 그게 쉽지 않은 일이니 요원하기만 하다. 지서가 손을 내밀자 가까이 다가간 진아는 그 손을 잡으려 했다. 발치의 비둘기들이 낯선 사람의 접근에 푸드득 날아오른다. 센티넬들은 인간 이상의 신체 능력과 이능력을 소유한 바, 언제 자신을 공격할지 모르는 존재였다. 가이드인 히어로로서 그것을 억제할 수 있는 가장 쉬운 방법은 센티넬과의 신체접촉이었다. 신체 접촉 중에 이능력은 사용할 수 없으니까.
“나랑 같이 가면 아늑한 방에서 매일매일 쉬면서 보낼 수 있다고? 내가 맨날 가이딩도 해주고 맛있는 것도 사갈게.”
구속된 후 사식 넣어주겠다는 말을 잘도 포장한다. 지서가 순순히 손에 잡혀지면 아무렇지 않은 척 뒷주머니에서 수갑을 꺼내 그 손목에 채우려고 할 것이었다. 지서가 순순히 당해주지는 않겠지만.
기껏 생각해준 상대 맥 끊기게 하는 소리다. 이쪽도 자연스럽게 대화를 잇고 있으나 둘 사이간 미묘한 간극마저도 좁힐 수는 없는 노릇이다. 아무래도 상대는 히어로, 여자는 빌런이라 그렇다. 늘 이렇듯 대척할 수 밖에 없는 존재들이 있다. 둘이 나누는 대화를 제하고, 여자가 내는 소음이 현저히 줄었다. 사소한 눈 깜빡임, 당연한 몸떨림, 들숨과 날숨까지도 신경쓰고 있다는 의미였다. 기묘한 정적 위에, 아슬아슬한 평화가 내려앉는다.
"3일전... 그렇지만 난 돈주고 가이딩하는 건 성미에 안 맞아. 네가 필요해."
돈 몇다발 쥐어주고 받은 가이딩이 훌륭치 못했다. 뚜렷하게 잘못한 것도 없는데 절 경계하는 가이드가 제대로 가이딩해줄리가 만무하다. 싸구려라 어쩔 수 없었다. 생각해보면 그보다 큰 돈 주고 가이딩 받던 과거가 있었던 것 같았다. 그때보단 나은 처지인지라 여자는 별 다른 불만 없이 내쫓겨줬다.
"진아야."
답지 않게 애달픈 음성으로 진아를 부른다. 여자는 손을 거두지 않고 있었다. 잡는다면 순순히 잡혀줄 것처럼 보였으나, 그건 손에만 한정되어있을터였다. 날아오르는 비둘기 사이로 여자의 얼굴에 가려졌다 나타나기를 반복한다. 눈이 움푹 들어간 탓에 명암의 구분이 뚜렷하다. 그늘에 숨은 낮도깨비 같은 불길함으로 무장한 여자는 한동안 대답이 없었다. 대신 진아의 뒷편을 훑는다. 오랜 기간 빌런으로 활동해온 만큼 히어로에 대한 이해가 아주 없는 것도 아니다. 나지막하게 한숨을 내뱉은 지서가 톡톡 진아의 손등을 두드린다. 그 가벼운 건드림 하나에 아슬아슬하던 평화가 마구 흔들리는 착각이 들었다.
맘에도 없는 힝 소리를 낸다. 머리 묶는 게 좋으면 맨날 묶어와서 환심 살 수도 있는데 아니라니 아쉽다. 그렇다고 빌런이 자신에 대한 경계심을 놓지 않을 수는 없겠지만.
"그러니까ㅡ 내가 필요하면 나한테 오라니까? 잘해줄게. 나 돈도 잘 버니까."
진아는 손은 잡혀주었으나 순순히 잡혀준 것은 손 뿐이지 예상대로 수갑에는 잡히지 않았다. 닿아 있는 탓에 특유의 체향이 짙어져 단내가 났다. 톡톡 손등을 두드려오는 손길에 어쩔 수 없이 진아는 수갑을 바닥에 놓아버린다. 쨍그랑하고 떨어지는 소리가 답지않게 경쾌하다. 대신 진아는 지서의 몸을 끌어안으려고 했다. 순순히 오지 않을 것을 아니까 잘 달래서 회유해볼 생각이다.
"어떤 자신? 싸워서 이길 자신? 아니면 나를 죽일 자신? 아니면, 나한테 잡혀서 얌전히 있을 자신?"
지서의 모호한 말에 진아는 애교스럽게 되묻는다. 자신을 언제 공격할지 모르는 적과 살을 맞대는 것, 그것은 죽음 조차 담보하는 짓거리에 가까울 수도 있겠다. 진아는 매번 목숨을 걸며 일하고 있으니 이것도 그것의 연장선이겠지만.
네가 우리를 몰라서 그래... 진아를 꼬옥 끌어안은 여자, 아니 끌어안긴 여자가 목덜미에 머리를 문대려 하며 속삭인다. 진한 초콜릿향은 평소 제 몸을 두르던 물비린내와 다르게 숨통 트일만한 향이었다. 물 위로 끌어올려졌다 다시 수심 깊이 내려앉아지는 감각은 언제나 새롭다. 겨우 숨통이 트였다. 어쩔 수 없이, 센티넬은 가이드가 필요했다. 그래서 삶이 이토록 버거운가보다. 달달 떠는 손이 어설프게 허공을 배회했다.
"싸워서 이길 자신이 없어."
진아를 위해, 여자는 확실한 답을 내주었다.
"나머진 내게 고민거리도 되지 못하는 걸 알잖아."
피 묻은 손으로 남의 생명줄 잡아 꺾는다한들, 그게 뭔지도 분간 못할 때가 됐다. 가이딩에 허덕이며 스트레스 받는 삶은 더더욱 싫었다. 천천히 당신을 품에서 떼어내려하는 여자를 정면으로 바라보면, 감흥 없는 두 눈은 비둘기를 바라보던 그때와 다를바 없어서... 과연 사람을 구분하지 못하는 건 비둘기 뿐만이 아닐지도 모른다.
>>155 구가 세계관 최강자까지 가나요?ㅋㅋㅋ 전..그냥 적당히..히어로물 애니에 자주 등장하는 빌런 수준으로 생각하고 있습니다.. 전투가 있었다는 ok지만 화상자국이나..그런 것도 괜찮으신가요? 저는 상관없지만 송진이가.. 송진이의 흉터가 늘게되는.. 88 네 누나의 죽음 이후 들어오셨다 하셔도 괜찮습니다 :33
굴복한 게 아니라고 직접 제발로 찾아와서 말해주는 부분이 굉장히 송진이 답다구 생각합니다 구는 얘기 듣자마자 빵 터지면서 송진이를 응원하며 돌려보냈을 것 같은 느낌이 < 호칭도 마음에 들어요 >:3 구는 대충 진이잖아~ 하고 짧게 별칭으로 부를 것 같은 느낌~ 일부러 혼자만 친한 척 그러구 송진이의 서사에 감히 구가 끼게되서 영광이었네요 선관 감사합니당
이 여자는 지나치게 침착하다. 구의 유명세를 알고 있음에도 전혀 호들갑 떨지 않고 오히려 너무나 자연스럽게 굴어 부자연스러운. 생각중인 구는 혀를 굴린다. 이 여자의 정체가 뭐든 관심 없지만 그 태연한 얼굴을 언제까지고 유지할 수 있는지? 그녀는 궁지에 몰렸을 때 어떤 표정을 짓는지? 시험 삼아 나무에 라도 매달아 놓아볼까. 비명은 안 지르게 생겼는데. 구는 잠깐동안 고민한다.
그녀가 다 꺼져가는 담배 꽁초를 굳이 짓밟아 끄자 구는 그럴 줄 알았다는 눈치다. 길바닥에 버린 쓰레기가 거슬리다면 쓰레기를 터뜨려 없애 줄 수야 있는데, 그런다고 저 여자가 눈 하나 깜짝할까 싶어 역시 시선을 거두었다. 구는 라이터를 건네받아 쥐고 손에 들려있던-구가 한 모음 피워버린-담배를 그녀의 쪽으로 건네 가지라는 제스처를 천연덕스럽게 취한다.
"싫음 말고."
그녀가 거절한다 해서 타격 받는 마음 약한 인물은 아니다. 그녀의 불이 붙은 연초는 계속해서 조금씩 타들어가고 있다. 그 사이 구가 주먹을 펼치자 검정과 하양 조합의 라이터가 외로이. 덜떨어진 시력 덕에 '이런 취향이라고?' 라고 생각하며 라이터를 얼굴 가까이 들어올리니 그제서야 하트 모양이 눈에 들어왔다. 딱히 제 취향은 아닌데.. 구의 미간이 좁아졌다. 이런 깜찍한 취향이 있는 남자라고 오해받기는 싫은 모양이었다. 구는 대놓고 고민하는 얼굴로 머리를 긁적인다.
"운 좋네."
삥만 뜯긴 거. 구는 중얼거리지 않고 대놓고 덧붙였다. 그의 날카로운 눈이 휘어져 붉은 눈동자를 숨겨 버리고 사람 좋은 척, 역겨운 웃음이 그녀를 내려본다.
조금만 더 망설이면 다시 가져가 입에 물거나 버릴 것 같아서, 약간은 급하게 손을 뻗었다. 손끝이 닿고 말고를 신경쓰지도 못했다. 받아들고도 피울까 말까는 살짝 고민했다. 제 입에 물고 있던 거 뺏어간 사람보고 속으로 비위좋다 비꼰 전적이 있었던 탓이다. 슬프게도 고민은 길지 않았다. 중독인지 습관인지 둘 다인지, 뭐가 됐든 무서운 거였네. 담배 문 입술 새로 연기를 뱉으며 생각한다. 그러다 문득 라이터를 관찰이라도 하는 쳐다보는 모습에 눈길이 닿았다. 대충 봐도 별로 내키지 않는 표정이라 웃음이 샜다. 담뱃재를 털어내며 말했다.
“자세히 보면 더 귀여울 텐데.”
다시 담배를 문다. 빌런을 만났을 때 가장 난감한 게 언제인지를 묻는다면, 정말 수도 없이 많겠지만 제겐 아마 이런 순간인 것 같다. 결국에는 똑같은 사람이라는 걸 깨닫게 되는 순간. 차라리 위협하고 누가 봐도 나쁜 사람인 것처럼 구는 게 이쪽도 마음이 편했다. 히어로 측으로 넘어올 게 아니라면 빌런은 악인이니 없는 편이 낫다–는 식으로 생각하면 오히려 일이 쉬워지니까.
“싫음 말고.”
다시 담뱃재를 털어내고 두어 번 더 빨아들인다. 대뜸 운이 좋다는 말엔 의문을 표했다가 덧붙이는 말에 이해한 얼굴이 된다. 살벌한 말을 저렇게 웃으면서 하는 것도 일종의 전략인가. 어떤 의도로 웃는지는 잘 모르겠다만 굳은 분위기를 풀어내는 데엔 영 쓸모가 없는 웃음일 것 같았다.
(아무래도 히어로라는 직업에서 비롯된 것이긴 하겠지만)자신에 대한 걱정이 사뭇 돋보이는 듯 한 말투에 머쓱한 마음이 들어 괜히 뒤통수를 매만졌다. 뭐, 이런 상처 한 두번 입어 본 것도 아니고... 대신에 자연치유력이 좋은 편이라서, 하고 변명같지도 않은 변명을 하는 것이다. 아무리 히어로래도 이런 거짓말을 하는 건 마음이 편치만은 않단 소리지.
“예, 뭐...”
아무래도 당분간은 몸을 사려야겠군. 조직에 어쩌다 귀찮은 일에 휘말리게 되었는지 이런저런 변명을 할 생각을 하자 벌써부터 머리가 아프다. 일단은.. 몇 주 정도는 최대한 눈에 띄지 않을 만 한 일을 달라고 할까. 다행히 눈 앞의 히어로, 버들은 자신의 전화번호가 정확한지 당장 확인해 볼 생각은 없는 것 같았다. 그게 아니었으면 또 다른 변명거리를 생각해내느라 쩔쩔맸을텐데. 그나마 천만다행이었다.
버들은 이제 현장을 정리하려는 듯, 어딘가에 연락을 보낸 뒤 소지품들을 챙겼다. 이런 상황 속에서 해맑게도 웃은 얼굴을 마주하고 있자니 묘하게 양심을 뾰족한 것이 쿡쿡 찔러 대는 기분이 들었다. 그래, 뭐, 기본적인 예의로 건네는 통성명 정도는 괜찮지 않겠어.
“연해운입니다. 기회가 된다면 나중에 또.... 뵙죠.“
그 때에 어떤 입장으로 만나게 될 지는 아무도 모를 테지만. 아무래도 손을 잡으면 자신이 가이드라는 걸 들키게 될 수도 있으니, 차마 악수를 위해 손을 내밀 수는 없어 멋쩍게 고개만 꾸벅거릴 뿐이다. 이제는 이 자리를 떠야만 한다. 경찰들과 히어로 측 사람들이 머지않아 들이닥치면 더 혼란스러워 질 것이다.
늦장부리듯 어깨에 얼굴을 문대던 여자가 이내 얼굴을 떼어냈다. 그러고는 차가운 숨결을 내쉬며 중얼거리지 무엇인가. "히어로들은 왜들 이러는 걸까?" 사실 여자는 이미 답을 알고 있다. 아마도 직급을 하고 싶다던가 추가 실적을 따고 싶다는 이유에서겠지. 여자는 히어로 업계 생태를 얼추 이해하고 있는 편이었다. 히어로가 지닌 의미는 퇴색되어 대우 좋은 공무원정도로 치환된지 오래 아니었나. 같이 먹고 사는 처지에 구태여 적의를 드러내진 않았건만-그럴 의욕이 없기도 했다-, 상황이 실타래처럼 꼬이니 심사도 그만큼 엉클렸다.
"물줄기랑 총이랑 어떻게 비교를 하니?"
다소 신경질적인 어투다. 사실, 물을 조종하는게 불이나 칼붙이만큼 위협적인 능력은 아니다. 활용도는 높지만 파괴적은 이미지는 아니었기 때문이다. 여자는 진아를 밀어냈으나, 여전히 숨결 닿을 정도로 가까운 거리였다. 총을 가지고 있는 상대로 어설프게 거리를 벌였다간 불리하다는 걸 알아서였다.
죽음보다 깊은 침묵이 오갔다. 앞으로 벌어질 일을 예감해서 그런가, 실 없는 소리는 더이상 하지 않았다. 먼저 침묵을 깬 건 여자였다. 별안간 주먹을 쥐고 아래턱 밑을 가격하려 하지 뭔가. 맞으면 꽤나 아플 거다. 마른 몸체에 어울리지 않는, 과격한 처사였다.
>>152 언니 파자마파티해요! 라면서 진아 숙소 문 열어젖히는 버들……. (이게 위급상황에 차출되는 인력…?) 진아 항상 굴러오는데 버들이가 그 중 지분을 어느정도 차지하고 있다는 처참한 후문이(…).
>>188 아니에요! 저도 오늘까지는 바빠서 잘 못 왔고 🥹 이 정도 템포도 좋아해요 :> ! 그럼 깔끔하게 해운주 답레를 막레로 받을게요! 다음 일상 넘 재밌을 거 같아요^u^* 설마 또 만날까 라고, ‘설마’를 말해버린 해운이…… 해운이 빌런일 때 만나면 “뭔가 범죄에 자주 노출되시네요!”하면서 착각 2727494번 할 거 같애요 😋 일상 즐거웠고 수고했어요!
지서는 아직 죄값을 치르고 싶지는 않은 모양이었다. 센티넬이니까 그냥 가둬두기 보다는 이런저런 사회봉사 히어로 활동으로 대체가 가능할텐데 하며 속으로 툴툴거린다. 자기 일 아니라고 어쩔 수 없이 쉽게 생각해버리는 건 나쁜 습관이것만. 어쨌든 이게 자신의 일인 건 어쩔 수 없고 무고한 피해자들의 마음도 헤아려줘야 하지 않겠는가.
"아, 그런가?"
너무 판타지스러운 만화를 많이 봤던 모양이었다. 괜히 신경질만 돋군 것 같아 미안해지지만 어쩔 수 없다. 지서가 밀어내는 것에 밀려나며 거리를 재고는 이내 주먹을 쥐고 제 턱을 노리는 것을 가볍게 몸을 뒤로 젖혀 피했다. 이런 일들을 대비해서 이런저런 무도를 많이 배웠다. 맨손 격투로 나와준다면 환영이다. 칼빵보다는 주먹에 맞는게 더 낫지 않은가. 진아는 허공을 휘두르는 지서의 팔을 잡아 엎어치기를 시도하려 했다.
이길 자신 없다는 건, 얼추 사실이다. 일(?) 안한지 꽤 돼서 감도 떨어진데다가 믿을 구석이라곤 좋은 신체능력 정도. 그래도 아직 최악은 아니었다. 예전의 경험을 반추하며 히어로를 상대하는 요령을 익혔다. 진아를 상대로 엎어치기를 대비할 수 있는 배경에는 그런 경험이 토대하고 있었다.
"당하면 모양 빠지는 공격을 선보이는구나."
알게 모르게 가오를 잡는 구석이 있는 지서가 우울하게 중얼거린다. 절대 당하고 싶지 않은 기술이라고 해야할까. 차라리 거리를 벌려 총 맞고 쓰러지는게 덜 쪽팔리지 않을까, 실없는 고민을 한다.
모든 기술이 완벽할 수는 없으니, 재각각의 단점이 있는 편이었다. 여자는 슬쩍 붙잡히려하는 팔을 뒤로 뺐다. 대신 자유로운 손을 들어 무방비한 진아의 등을 툭 치려했다. 그대로 밀려 넘어지면 고맙겠지만 그렇게 쉽진 않을 거다. 여자는 따라 붙어 굽은 옆구리에 주먹을 날려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