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세상은 3종류의 인간으로 분류된다. 센티넬 - 오감과 신체 능력이 매우 뛰어나며 특별한 이능력을 소유한다. 가이드 - 신체 접촉, 스킨쉽으로 센티넬의 예민한 오감과 이능력을 잠재운다. 민간인 - 특별할 것 없는, 평범한 인간. . . . . xoxo :hugs and kisses.
>>111 이런 거 잘 못 고르는 편이라 반반맛 솔깃하네요 ദ്ദി -᷄ ᴗ -᷅ ),, 반반맛으로 부탁드리겠습니다 ㅎㅎ 그리고 여쭤볼 게 있는데 구는 딱히 얼굴을 가리거나 정체를 숨기지는 않는 거지요? 보는 순간 딱 알아볼 수 있을 정도의 유명세로 생각하고 있는데 맞을까요?
>>112 네 맞습니다;3(부끄 얼굴을 당당히 드러내고 센티넬은 신체능력이 뛰어나다는 장점으로 능력을 수류탄처럼 펑펑쓰고 휙휙 도망치는 그런 작자라고 생각해주시면 됩니다 물론 자신이 위험해지면 인질을 아무렇게나 붙잡는 것도 마다하지 않구요 빌런 친구들 외엔 주변에 사람이 있을 수가 없는 외톨이입니다 <..
구는 침침해진 시야를 감박거리다 손바닥의 둔덕으로 눈을 꾹꾹 눌렀다. 잠깐 그렇게 문질거리다 게슴츠레 뜨인 시야는 미적지근하고 음침하고. 오늘은 왼쪽보다 오른쪽이 더 잘 보이는데. 작은 힘으로 왼쪽 눈을 감은 채 코트 안주머니를 뒤적거렸다. 주변이 상당히 소란스럽다. 어쩔 수 없나. 조금 전부터 한 방향을 향해 빠르게 지나가는 여러 대의 응급차와 경찰차를 거들떠보지도 않은 채 꽤 가벼워진 무게의 담배곽을 꺼내 열었다. 구는 소란을 일으킨 장소와는 거리가 꽤 먼 곳에 있었다. 오늘은 글쎄 뭘 했더라. 아. 건물 전체가 카페인 건물을 부쉈던가, 부숴뜨리려 했던가. 둘 중 하나. 이제는 관심 밖의 일이다. 순수하게 남이 내려주는 커피가 마시고 싶었을 뿐인데 왜들 그리 비명을 질러대는지. 거슬리는 소리에 귀를 후비다 무언가 부쉈던가. 그게 사람이었나 카운터였나. 구는 익살스러운 표정으로 어깨를 으쓱이다 연초를 입에 물고 라이터를 굴린다.
틱, 틱. 긁는 소리가 부딪히고 구의 미간은 좁아진다. 아. 이거 말고 옆에 파란 거 가져온다는 걸. 역시 형광색은 걸러야되는데. 다 쓴 라이터를 주변으로 던져버리고 굵은 벚나뭇가지에 아슬아슬하게 걸터있던 구는 시선을 아래로 떨군다. 벚나무라 인간들이 벚꽃을 구경한다며 쓸데없이 올려보진 않기를 바라며 올라왔지만 근처의 소란 덕분인지 쌩쌩 지나가는 차들을 제외하고 인적이 드물다. 하긴. 굉장히 좁은 인도와 쓸데없이 넓은 도로만 쭉 깔린 길이다. 이거 아쉬운데. 입에 꼬나문 연초를 아래위로 움직이며 심술부리다 마침 지나가는 날카로운 인상의 여성의 실루엣에 주저없이 아래로 쿵소리내며 착지했다. 일교차가 큰 봄에. 선선한 기온과 차가운 바람이 엇갈리는 날씨다. 바람결에 따라 나약한 벚꽃잎은 주저없이 떨구어지고 구의 작은 행위에도 나뭇가지는 크게 흔들려 벚꽃잎이 바닥으로 우수수 떨어진다. 구는 나른하게 뜬 눈과 비릿하게 올라간 입꼬리로 여전히 담배를 입에 문 채로
"불 좀."
하고 처음보는 인물에게 천연덕스럽게 말을 붙인다. 아래로 떨어진 시선의 끝은 건조한 연초에게로 향하고, 붉은 눈동자는 다시 그녀에게로. 없으면 말고. 그런 눈치다.
폭발사고 소식에 조용히 욕지기를 뱉었다. 언제부턴가 분노의 역치가 낮아졌다는 생각을 했다. 동시에 조금은 징그러울 정도로 무뎌졌다고 느끼기도 한다. 언제부턴가 사람이 숫자로 보였다. 사망자와 부상자, 생존자 중 어느 쪽으로 분류되느냐만 다를 뿐이다. 아, 가이딩 해야 하는 센티넬도 있었지. 이래도 되는가 싶다가도 이러지 않으면 일찌감치 제가 죽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하기도 한다. 사건사고는 끊이질 않고 죽고 다치고 간신히 살아난 사람을 하나하나 개인으로 취급하며 마음쓰기엔 제 그릇이 그만큼 크지가 않아서. 능력 밖의 일로 체력과 정신력을 계속해서 소모하다 어느 순간 심장이 움직임을 멈췄을지도. …자기합리화인가? 하지만 사람은 전부 다 조금씩은 착하고 조금씩은 나쁜데, 이정도 나쁜 걸로 지옥 같은 델 갈 것 같지는 않다. 일단은 지옥이 실재하는지도 모르겠고, 가게 되더라도 평범하게 착하고 나쁜 사람들중 특히나 더 나쁜 사람이 가게 되지 않을까. 적어도 나는 고민이라는 걸 하는데. 그런 것조차 하지 않는 듯한 사람들이 있지 않은가. 예를 들자면, 지금 하늘에서 뚝 떨어진 사람처럼.
“…….”
가만히 눈을 깜빡인다. 놀라지 않은 사람처럼. 이런 부류에게는 놀라거나 겁먹은 티를 내지 않는 편이 좋다. 등을 돌려 달아나면 사냥감인줄 알고 곧바로 쫓아올 테니까. 주머니에서 라이터를 꺼내 익숙하게 물고 있던 담배에 불을 붙였다. 앞에 나서는 편은 아니었으니 제 얼굴 알고 있을 리는 없겠다는 생각이 확신처럼 스쳤다. 쥐고 있는 걸 가볍게 손 안에서 굴려보곤 곧바로 주머니에 넣는다.
“없는데.”
입에 담배를 문 채로 말했다. 그 짧은 사이에 역시 젊을 때 많이 벌어 일찌감치 은퇴하는 게 답인가 하는 생각까지 했다. 운이 없으려면 이렇게까지 없을 수도 있구나. 심드렁해 보이기까지 하는 표정과는 다르게 속은 시끄러웠다. 잘 닦은 목 단두대에 얹어둔 기분이었다. 칼날이 아주 날카롭길 바라야 하나. 조소라도 하고 싶어서 한 생각인데 더 긴장해 손만 얼었다.
더러운 얼굴 흉터에 커다란 덩치. 나 좀 봐주세요 하는 멍청한 등장. 구는 옷가지에 쌓인 벚꽃잎을 털었다. 그럼에도 저 여자는 놀라지 않는 꼴이. 구는 가소롭다는 듯 픽 웃는다. 그녀가 보란듯이 그녀의 것에 불을 붙히는 사이, 구의 입술 사이로 젖어가는 필터에 따분한 얼굴로 연초를 툭 뱉어냈다. 하얗고 가느다란 그것을 구두끝으로 짓밟고 건조한 눈빛과 들어올린 고개로 그녀를 넌지시 바라본다.
"왜 없을까."
평이한 어조다. 낮은 목소리는 물음이 없었다. 구는 한쪽 손을 코트 주머니에 꽂아 넣은 채 주위를 두리번 거리며 어슬렁 어슬렁 그녀의 코앞으로 다가가려 하고. 얌전히 그녀의 앞에 도달했다면 상냥히 허리를 숙여 저보다 작은 그녀와 눈높이를 맞추려했을 것이다. 새까만게 고양이 같네. 응? 하는 상냥한 웃음을 짓고서 고개를 조금 삐딱였을까. 이 여자는 뭔데 저를 알아봤음에도 두 눈을 치켜뜨고 있는지. 구는 다시 한번 웃음을 작게 흘려내다 서로의 좁은 얼굴 사이 끝에 맞닿아 있는 그녀의 검은 눈동자를 나른한 눈으로 지그시 들여다보려 했다. 그러다 그녀가 무언가의 말이나, 제스처를 취한다면 재빨리 엄지와 검지 사이로 그녀의 무방비한 담배를 뺏어들고 제 입술 사이로 넣어버렸을까.
"없어?"
그녀의 담배를 뺏어 무는데 성공했다면 구는 능청스러운 웃음을 흘리며 그녀의 립스틱이 묻어있는 담배를 아무렇지 않게 빨아 연기를 길게 내뱉고 얄궂은 말투로 그녀를 조롱하듯 물었을 테고. 담배를 뺏는데 실패했다면 곤란하다는 얼굴로, 아니면 귀찮게 됐다는 얼굴로 그녀를 불쌍하게 바라보며 한 손으론 허리를 짚고 한 손으론 눈썹을 긁적이며 눈가를 찌푸렸을 것이다. 짜증스러운 말투로.
//최대한 완성형 문장이 없게 작성하려 노력하긴 했는데TT 마음에 안드시는 게 있다면 얼마든지 도중에 주영이가 구의 행동을 끊었다고 써주셔도 전혀 문제없으니 편하게 주영이 하고 싶은대로 이어주세용!!
>>117 캡 상냥해...<3 으음흐음 구 캐릭터가 어떤지 엄청 잘 알지 못해서 섣부로 말 꺼내기 좀 어렵네~ 캡은 하고 싶은 상황이 있을까? 뒤에 내 뇌피셜 써올리긴 했는데 캡이 하고 싶은 것과 달랐다면 부담 말고 말해주긔...>ㅅ0
일단 제일 무난하게 생각했던거 말하자면... 빌런이였던 송진이 누나 빌미로 송진이 도덕성 헐난하며 멘탈 흔들려 접근한 구. 빌런으로 귀순하면 누나한테 속죄할 기회가 있다며 구슬리는 구 <였는데 구가 부하 신경 1도 안 쓰는 상남자면 어떡하지 송진누나 동생 있다는 것조차 모를수도()
혹시나 해서 덧붙이는 건데 배신 전 송진이랑 송진이 누나랑 대립 했던건 구가 일부러 보낸 거로 해도 되고, 구가 그렇게까지 극악무도한 인간이 아니라면 그냥 우연이나 송진누님 자발적으로 한 일이라 쳐줘도 돼 :)
>>120 우선 마지막 줄부터 얘기하자면 구가 일부러 보낸 걸로 하는 게 좋겠네요 그런 복잡한 서사가 있다면 구는 어떻게든 엉키게 하고 싶어할 것 같아서요))((
송진이 누나의 존재를 정확히 기억하는 것보단 소식을 듣거나 둘을 눈으로 직접 봤을 때 눈치껏 쟤랑 쟤랑 남매구나. 정도로 눈치챘을 것 같고. 히어로였을 때 송진이랑 구가 몇번 맞닥뜨렸다면 구가 송진이를 굉장히 탐내했을 것 같네용. 저런 준법정신 투철하고 사명감 깊은 히어로가 검어지게 된다면 얼마나 재미난 녀석이 될까. 얼마나 날뛰어줄까 하고. 일부러는 아니더라도 우연히 마주쳤을 때마다 송진이 살살 구슬렸을 것 같은데용. 그것도 안되면 송진이 누나 목숨을 빌미로 그랬을 수도 있고..송진주 말대로 송진이 성격 파악하고 빈틈 짚어서 마구 후벼팠을것도 같고..
구 설정대로 히어로가 타락하는 것에 큰 흥미를 느끼기에 어떻게 설정짜주셔도 no는 없을 것 같아요. 좀 더 극악하게 생각해주셔도 괜찮아요~! 송진주가 서사짜시기 편한대로 굴려주십셔
꽃잎 털어내는 움직임에 흩날리는 것까지 사위가 온통 봄이었다. 이대로 죽기엔 아까울 정도로 포근했고 마지막으로 보는 풍경치곤 꽤 괜찮았다. 어느 쪽이 우세한지 묻는다면 역시 죽기엔 좀 아깝다고 하겠다. 열받아서 담배 한 대 피우러 나왔다가 갑자기, 심지어 이런 길바닥에서 죽고 싶지 않은 건 당연하지 않은가. 그와중에 바닥에 떨어지는 연초가 아깝다는 생각을 했다. 반사적으로 든 생각이라 돌이켜보니 스스로도 어이가 없었다. 긴장이 지나치다 못해 돌아버린 건지, 어딘가로 분류될 숫자에 자연스럽게 저도 끼워넣은 건지.
”글쎄.“
딱히 묻는 것 같지는 않아서 대답을 않다가 다가와 빤히 쳐다보기에 툭 내뱉었다. 딱히 성의있는 대답은 아니었다. 장난질을 치기에는 심정이 참담했다. 뒷걸음질치거나 도망치지 않는 건 이길 자신이 있어서가 아니라 무사히 이 위기를 넘기기 위함이라. 받아놓은 죽을 날이 오늘이라면 저 사람 손짓과 말 한 마디에 여의도 불꽃놀이보다 못한 스케일로 터지고 말 테니, 최대한 재미없게 구는 것이다. 시끄럽게 굴지도, 침묵하지도 않으면서. 그 짧은 한 마딜 뱉는 동안 물고 있던 게 빠져나가는 건 예상에 없었다는 게 문제였다. 무심코 인상을 구겼다가 체념한 표정을 했다. 방금 전까지 제가 물고 있던 건데 비위도 좋다.
”이젠 담배도 없네.“
헐렁한 바지 주머니 뒤적여도 손에 잡히는 건 라이터와 휴대폰 밖에 없다. 돛대였다. 운이 없어도 이렇게까지 없을 필요가 있나. 손에 닿는 휴대폰 꺼낼 생각 않는 건 아직 할부가 끝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무용지물일 거 뻔히 아는데 구태여 심기 거스를 필요도 없고.
“유명인치고 하는 짓이 쪼잔하다.”
바지주머니에 양손을 넣고 뒤쪽 벽—혹은 나무—에 몸을 기댔다. 등 돌려 편의점 가기엔 무슨 짓을 할지 몰라 불안하고. 먼저 등 보여 제 갈 길 가기 전까지는 이 자리에 있을 생각이었다. 이러나 저러나 목숨이 위태로운 건 똑같으니 차라리 불안요소를 눈 앞에 두고 확인하는 게 낫겠다고 판단한 탓이다. 간과한 게 있다면, 생각보다 빼앗긴 돛대가 더 아까웠고 바닥에 짓이겨진 담배로 자꾸 시선이 간다는 거였다.
저 검은 눈동자에 담긴 감정이 뭔지. 공감을 그닥 잘하는 성격은 아니라 구는 빠르게 포기했다. 뭐 어쨌든 비명을 지르거나 겁에 질린 눈은 아닌 것 같으니 거슬리진 않았다. 그녀의 구겨진 표정에도 감정을 뱉기는 하구나, 정도의 생각. 어쨌든 민간인이라고 하기엔 지나치게 담이 센 것 같은데. 히어로라고 치기에 그녀는 지나치게 침착했으니 담배의 끝맛이 좋진 않았으나-구가 피는 담배와는 다른 회사의 것이기 때문일 수도-그녀는 무정한 얼굴로 별달리 눈에 띄는 행동 또한 취하지 않으니 구는 저 역시 그러기로 했다. 오늘은 더 이상 귀찮다. 구는 침침한 눈을 느리게 움직인다.
돛대치곤 맛이 없는데. 제가 원래 피던 것이 아니었으니 뭐. 구는 눈을 돌려 말을 숨겼다. 누군 라이터가 없는데 누군 담배가 없고. 구 역시 담배갑이 가벼웠으니 고양이한테 겸사겸사 심부름이나 시킬까 생각도 들었다. 쪼잔하다는 말에 곧 거두었지만. 구의 입술 끝에 희뿌연 연기가 일렁이다 흩어진다.
"실망했길 바라며."
쪼잔하다는 말보다 유명인이라는 말에 구의 눈썹이 꿈틀거렸다. 연초를 길게 빨아 따분히 뱉었다. 맛이 어정쩡한 게 필터에 묻은 붉은 것 때문일까. 구는 피곤이 묻은 목소리로 중얼거리고서 안주머니의 가벼운 담배갑을 다시 꺼내들었다. 열어제끼고 몇 개 없는 개비 중 하나를 집어들고 갑은 도로 주머니에 넣었다. 저도 그녀를 따라 잠시 바닥에 짓밟힌 연초에 눈길을 주었다가 픽 웃는다. 저거나 피라고 하면 내 명성에 걸맞는 행동이 되나?
"불 줘."
이번엔 부탁이 아니라 명령조였다. 구의 손엔 하얀 담배 한 개비가 들려있고, 만족스럽진 않더라도 어쨌든 흡연하고 있다. 그녀의 무의식이든 아니든 등을 숨기는 행위는 칭찬해 줄만 하다. 그게 나라는 상대에게도 해당 되는지는 모르겠다. 구는 얄궂게 웃으며 바꾸자는 제스처를 취한다. 구의 웃음에 길게 찢어진 눈꼬리가 얄밉지 않을 수 없다.
"쪼잔하잖아, 나."
그냥은 주지 않을거라는 무언의 선포. 그녀가 구의 손에 들린 담배를 뺏으려 든다면 냉큼 팔을 올려 신장 차이를 마음껏 이용해 먹을 테다.
오래전 황색언론을 오르내린 탓에 유명인사가 된 몸이지만, 여자는 그 사실에 대한 자각이 다소 부족한 상태였다. 아니면 성실한 척 해보려는 노력도 이제는 거대한 부채가 되어버렸기 때문일까. 얼굴을 다 내놓고 한다는 짓이 겨우 비둘기 밥주기다. 물길 유영하는 물고기같은 손길로 빵조가리 뿌리는 모습이 지나치게 평화롭다. 여자는 한철 봄날의 여유를 즐기겠다는 일념으로, 이 고즈넉한 풍경을 곱씹어본다. 공원은 답지않게 한산했다. 당장 여자의 정체를 깨닫고 하나 둘 자리 피해 도망간 덕분이었다.
"비둘기 빼곤 다 날 피하던데."
그야 비둘기는 사람을 구분할 줄 모르니까. 비둘기에서 시선을 떼지 않고 말한 탓에, 대상 없는 혼잣말처럼 들려왔다. 부스러기 담긴 봉투를 아예 뒤집어 전부 털어버린 여자의 발치로 비둘기가 몰려들었다.
라면도 남이 끓인 게 맛있고 고기도 남이 구워준 게 맛있다는데 남이 불까지 붙여놓은 담배, 심지어 마지막 남은 거 뺏어 피우고 있으면서 반응이 맹탕이다. 엄청나게 기뻐했으면 그건 그것대로 열받을 것 같아서 괜히 표정을 살피는 일은 때려치우기로 했다. 끊어야지 몇 번이나 다짐한 걸 슬슬 실천할 때가 된 걸까. 받아놓은 날이 죽는 날이 아니라 금연시작일이었던 건가. 쓸데없는 생각이나 하며 신경을 돌렸다. 태연한 듯 굴어도 여전히 불안은 단짝처럼 붙어 서 있었으므로.
”딱히 실망스럽지 않아서 유감이네.“
실망하지 않은 것은 기대가 없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 사실을 입에 올릴 필요는 없다. 어쩌면 상대도 알고있을지 모른다고 생각한다. 그만큼의 고민이 없을 수도 있겠다. 그렇다면 저 사람은 정말 지옥에 가게 되겠지. 지옥이라는 게 실존한다면. 이 역시 불안을 분산시키기 위한 생각이다. 스스로의 노력보다 효과적인 게 남이 코웃음치는 소리라는 건 어쩐지 조금 자존심이 상한다. 별로 크지도 않은 그 소리에 손끝, 발끝부터 타고 올라오던 불안이 흩어졌다. 제 담배였던 걸 문 입술과 새 담배를 들고 있는 손을 차분하게 번갈아 본다. 어떻게 해도 제가 밑지는 장사 같아서 은근하게 짜증이 일었다. 뺏으려고 해봤자 제 손 닿지 않는 곳으로 멀어지는 담배만 그려진다. 그러니 소용없는 짓은 하지 않는다. 골치 아프다는 듯 눈동자를 굴렸다가, 깊게 한숨을 내쉰다. 주머니를 뒤적인다. 손에 잡히는 라이터. 검정색에 흰 하트 몇 개가 그려진 것. 귀여워서 산 건데 이걸 이렇게 삥 뜯기네.
'실망스럽지 않다'. 구는 그 말의 의미를 이해하고 있다. 구는 굳은살이 박힌 검지로 관자놀이를 툭툭 두드린다. 무언가 고민하는 듯. 유감스럽다면 그녀가 가진 다른 기대를 충분히 박살내 줄 수 있다. 구는 흐물흐물한 시야로 무언가 열중인 그녀를 빤히 내려다본다. 이런 자그마한 여자애 하나쯤. 구는 메마른 제 손을 쥐었다, 폈다. 입에 물린 담배는 벌써 짧다. 그녀가 나에게 걸고 있을 단 하나의 기대와 희망. 구는 그것을 진작에 알고 있다. 그것마저 부숴뜨리면 그녀는 그제서야 실망이라고 말해주나. 구는 마지막 연기를 뱉어내고 몽뚱해진 연초를 바닥에 던진다. 짓밟지 않고 꺼져가는 불씨를 멀뚱히 바라본다.
"나랑 약속이 하고 싶나?"
구는 주먹을 담담히 쥐고 있는 그녀의 쪽으로 뒤늦게 고개를 돌려 큭큭 웃었다. 못 믿겠다며 약속은 어떻게 하게. 구는 팔짱을 낀 채로 그녀의 주먹 안의 것을 응시하려 노력했다. 딱히 그런다고 보이진 않네. 어쩔까. 구는 전혀 아쉬울 게 없다. 그녀에게 담배를 건네 줄 상냥함도, 약속을 할 이유도, 그녀를 건드리지 않을 필요도. 계속 쪼잔하다고 신경을 긁고 싶은건지 뭔진 모르지만 야옹 같은 울음소리 정도로 알아먹기로 했다. 상황이 어떻게 돌아가건 마지막으로 담배는 피고 싶다는 그녀의 의지가 전해져서인지, 조금은 얌전히 굴어주기로 한다. 사실 노닥거릴 시간 따윈 없다.
"자."
구는 이미 그녀의 돛대를 전부 피워버렸다. 텅 빈 입술에 새로 꺼낸 담배를 물고 허리를 숙인다. 다시 한번 그녀의 눈높이와 같아진 구는, 나른히 뜬 눈으로 그녀에게 불을 붙히라는 듯 눈짓한다. 그 붉은 눈빛은 매서운 것이여서, 언제 돌변할지 모르겠고. 불이 붙은 담배와 라이터를 바꾸면 약속같이 허무맹랑한 행위는 필요가 없어진다. 지금 당장 죽어도 되돌릴 수 있는 게 없는 인간에게 약속이란 게 의미가 있긴 한가. 구는 귓가를 긁적였다. 적어도 눈앞의 이 여자를 보고 있으면... ...
그녀가 얌전히 라이터를 켜주었다면 구는 그것을 붙히기 위해 길게 숨을 빨아들였을 것이다. 그리고 보란듯이 연기를 뱉어내고, 손가락 사이에 담배를 끼워낸다. 검지와 중지 사이에 끼여 가느다랗게 연기가 피어오르는 손으로, 주먹을 쥔 주영의 주먹 위를 감싸쥐려하며 힘을 풀라는듯 눈짓한다. 이렇다 할 표정도 없는 얼굴과 마른 눈으로.
>>89 FM적이긴 하나 또한 감정적이기도 한 단적인 예인 것이라 생각해요…… 직장 내에서 사회생활을 잘 하는 편인데(사회생활 감각이 아닌 그냥 친하게 지내는 게 좋을 뿐이지만…) 그만큼 히어로라면 무조건적인 동료의식도 있어서 좀… 시야가 흐려져 자기도 모르게 상황판단이 고꾸라진게 되겠네요 :3 증맬루 사정을 모르는 버들이보다 더 송진이의 비설이 너무너무 궁금하고…… 진영 전환하면서 확 바뀐 분위기가 너무 좋아요 😋 무엇이 그를 변화하게 만듷었을까. 버들이 한편으로는 히어로 시스템에 문제가 있는지도 찾아볼듯요…. 어서 바뀐 송진이를 보고 싶어서 두근두근합니다…….
>>95 진아는 단 것을 좋아한다… (메모) 진아 너무 멋진데요!? 선배미 뿜뿜 🥹 버들이는 이렇게까지 해주시다니 너무 감사………(가이딩에 호로록 잠들어버리기) < 요 상태가 되어버릴 거 같네요 :3c 이 상냥한 선배… 초콜릿 먹는 진아 옆에서 염교 먹을 버들이 (이 장면 귀여워). 가끔 임무 같이 나갔는데 적이 공격하면 진아 홱 끌어당겨 뒤쪽에 놨는데 센티넬이라 힘조절 못해서 빌런한테 화내다가 뒤늦게 (빌런:야 니가 그런거거든?) 으아악 언니………!! 하고 달려가기…… 진아 운동하니까 괜찮으려나요? (건강해야대 진아야)
잠깐 왔다 갔는데도 반갑게 맞이해줘서 너무 고마워요! 모두 오늘 하루 화이팅합시다 >:3 !! 헉 새로운 일상이 두개나 😋 재밌게 보고 있어요. 관계성 구축되는 걸 실시간으로 직관하니 매우 흥미….
진아는 근무 중에 오토바이를 타고 이리저리 순찰을 돌다가 문득 버들이네 집이 이곳과 가깝다는 것을 생각나 별 일도 없겠다 잠시 들르려고 그곳으로 방향을 향하고 있었다. 그러던 중 상황실에서 온 호출에 연락을 받았더니 근방에 빌런이 나타났다는 것이었다. 그리고 그 대상은 지서였고. 진아는 땡 잡았다는 마음으로 그곳으로 향했다. 센티넬 한 명만 더 보내달라는 말과 함께. 하지만 답변으로는 지금 오전에 있던 폭발 사고 때문에 센티넬이 부족해 지원이 오래걸리거나 못갈 수도 있으니 적당히 작작하라는 오더만 내려올 뿐이었다.
진아는 툴툴거리며 전화를 끊었다. 그래도 구급차는 불러 주겠지. 아무래도 요즘 지서가 큰 사고를 치고 다니는 게 아니다보니 경계 순위가 떨어져서 그런 것 같았다. 구라도 나타났다면 빠른 지원이 들어왔을텐데 하면서. 하지만 어쩔 수 없이 자원이 한정되어 있는 상태에서는 우선순위 적으로 날뛰는 빌런들의 체포에 더 열을 올릴 수밖에 없다. 하지만 지서가 그냥 잡범 빌런이 아닌 이상 히어로 센터로 체포해가면 꽤나 큰 실적을 받을 수 있을 것이라며 진아는 헛된 꿈만 꾸고 있다.
"다들 사람 보는 눈이 부족해서 그렇지."
현장에 도착한 진아는 헬멧을 벗어 오토바이 위에 턱 올려두었다. 검은 빛과 회색 빛의 머리카락은 양갈래로 아래로 묶어둔 채였다.
>>150 버들이 가끔 진아 숙소(히어로센터 내부에 있음)에서 자고 가는 일도 많을 것 같지~ 진아는 초콜릿 먹구 버들이 염교 먹는거 넘 구엽잖아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진아 버들이를 이해하지 못하고....(염교 맛있나...?) 진아 적의 공격은 받지 않았지만 버들이에 의해 뒤로 나뒴굴어지늑 거냐궄ㅋㅋㅋㅋㅋㅋ 조금 굴러도 괜찮아! 진아니까!(진아:???)
그러게, 쪼잔한 데다 믿을 수 없다고 생각하면서. 상대의 질문에 새삼 깨닫는다. 그런데도 약속이 하고 싶었다. 담배 하나 두고 하는 시시한 말장난 같은 것 말고. 더 이상 사람을 해치지 않겠다는 것, 어디 시골로 내려가 조용히 살겠다는 것 같은. 하지만 이 모든 걸 입 밖으로 내진 않았다. 앞의 건 딱히 상대에 맞장구 치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고, 뒤의 건 히어로인 걸 들키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다. 히어로가 빌런–심지어 수장을 자처하는 자–을 마주치고도 태평하게 담배나 달라고 하고 있는 걸 비웃든 말든, 그건 딱히 상관없었다. 그냥 일을 크게 벌이고 싶지 않았다. 여기서 괜히 체포 운운하며 싸움을 걸었다가 건물이라도 부서지면? 자동차, 가로등, 벚나무 기타 등등… 터지거나 쓰러져 일어날 수 있는 모든 사고를 생각하다 보면 그냥 더 이상 죽거나 다치는 사람없이 이 상황을 끝내는 게 최선이라는 판단만 섰다. 나는 누굴 구할 수 있는 초능력 같은 건 없으니까. 혼자서 수습할 수 있는 만큼의 일은 딱 이만큼이다.
일을 마친 제 담배–였던 것–이 바닥을 뒹구는 걸 보고 다리만 뻗어 끝의 불씨를 밟아 꺼뜨렸다. 저런 거 저대로 뒀다가 운 나쁘면 불난다고. 저 사람이야 알 바 아닐지 몰라도 저는 아니었다. 담배꽁초까지 주워다 버리고 싶은 마음을 누르다 가까워지는 시선에 눈을 맞춘다.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모르겠다. 라이터를 빼앗을 생각인지, 내 머리통을 터뜨릴 생각인지. 일단 담배 물고 있는 것 보고 속았다고 확신한다. 틱, 틱. 몇 번 헛돌다 불이 붙었다. 확신하고도 요구하는대로 해준 건 정말 뭘 어떻게 하고 싶은지 감이 안 왔기 때문이다. 상대의 손이 제 손을 감싸쥐기 전 쥐고 있던 주먹을 풀었다. 살갛이 닿기 전에 라이터가 먼저 손바닥 위로 떨어졌을 것이다. 됐지, 하고 묻는 눈짓으로 어깨를 으쓱였다.
엉키게 하고 싶다니 구는 잔인한 친구구나 ㅋㅋㅋ 오키도키~ 고마워! 히어로였을때 맞닥뜨렸다면 둘이 전투도 있었으려나? 내 뇌속 구 뭔가 세계관 최강자 이미지라 싸움 연상이 안되네(ㅋㅋㅋㅋ) 그래도 있었다면 송진이 화상 자국이나 터진 자국 남아있어도 재밌겠다 괜찮을까 .. :3? 마주칠 때마다 구슬렸다면 그때는 범죄자 체포할때 교류는 공적으로만 하던 사람인지라, 아무 말 없이 묵묵히 할 일만 하다가 누나 얘기 나와서야 표정 변할거 같네. 목숨 운운하면 오히려 방어적으로 나와서 죽이든 말든 제 알바 아니라고 으르렁 댈거 같고, 후벼파면 그제서야 주춤거릴듯 한데 말야. 주춤거리는 것 외에 크게 신념이 바뀌진 않은 듯 보일 거 같아. 누나 죽고 나서야 빌런에 제 발로 걸어들어갈거 같은데 괜찮을까?
ㅋㅋㅋㅋㅋ 아니 좀 더 극악하게 해도 된다니 캡도 수비범위 굉장하구나.... 그럼 사양 않고 뇌절할게() 배신 후에 구를 다시 찾아가서 구한테 굴복해서 온 게 아니라, 정의에 대한 지 사상이 틀렸다는걸 인정해서 왔다고 (아무도 안 물어봤지만) 할거 같네. 자존심일지 뭔진 나도 잘 모르겟음 :> 이해관계 맞아서 빌런으로 전향한 거려나, 어쨌든 구 덕에 송진이가 바라던 정의에 눈 뜬 지라 이해 안 맞는 부분은 있어도 구를 인정할거 같네. 호칭은 구 님이라 불러도 괜찮을까?
>>122 갠찮아 송진이가 체포하려 든 잘못이지 지서 잘못 없어(?)ㅋㅋㅋㅋㅋㅋㅋㅋ 현실남매 너무 귀엽다 근데 혈육을 죽여도 유사혈육이 다시 생긴 관계라니 웃픔 ㅋㅋ큐 나도 선관 고마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