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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키: http://threadiki.80port.net/wiki/wiki.php/Seasons%20of%20Dimgray 웹박수: https://forms.gle/GL2PVPrsYV2f4xXZA 시트: >1596778092> 임시어장: >1596774077> 이전 어장: >1596780065> 사계의 원로 중 여름을 담당하는 '마오타이'의 취미는 알려진 바가 없으나, 그가 한번 술을 마시기 시작하면 술병이 탑처럼 쌓인다는 사실 때문인지 애주가가 아니냐는 소문이 섹터 내부에 알음알음 퍼져 있다.
그의 애주를 넘어선 폭음을 본 사람은 많지만 취한 모습을 본 사람은 없는 것으로도 유명한데, 원로들은 그의 취한 모습을 회상하며 '절대 취해서는 안 된다.'며 학을 떼었고, 그의 가장 친한 벗이자 안내인인 Q는 '취해도 얌전하다.'라고 상반된 증언을 하였기에 자세한 진실은 미궁에 빠지고 말았다…….
생각보다는 얌전한 베로니카의 행동에 일리야는 천사를 만난 이후 처음으로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뭐, 탐탁찮은 시선을 보내는 직원에게는 안타까운 일이지만 베로니카의 의체가 성인으로 보이지 않는 문제는 일리야가 어떻게 해결할 수 있는 범위 안에 들어있지 않았다.
"전형적인 코스트 절감이라고 해야 할까... 뭐어, 여긴 대단하신 분들이 오는 구역은 아니니까요."
'대단하신 분들' 이 행차하는 가게라... 시즌스 킹덤에서 몇 년을 더 구르던간에 일리야는 구경조차 할 수 없을 것이다. 최신 무기 따위에는 관심도 없고, 어떤 물건이던 멀쩡히 제 구실만 할 수 있으면 된다. 이런 사고 방식이 가끔은 도음이 될 때도 있는 법이지. 시즌스 킹덤의 시장이 전반적으로 어떻게 돌아가는지 파악하고 난 후에 싸구려 위스키를 마시며 다행히 그렇게 중얼거렸던 날도 있었을지도 모른다.
"...임시 목표?"
이야기는 이야기고 할 일은 할 일이다. 베로니카가 천천히 아이 쇼핑(이라기에 그것은 스캐닝에 가깝겠지만)을 하는 동안 일리야는 하찮은 실톱날과 같은 것을 유심히 살펴보고 있었다. 생각치도 못한 말해 물건을 유심히 살펴보던 손을 떼고 고개를 들긴 했지만.
"...미안해요. 뜬금없다는 반응이여서. 기계니까, 오히려 사람보다 더 명확하기 그지 없는 목표를 가지고 있을수도 있는건데."
솔직하게 이야기하자면, 일리야는 지금까지의 베로니카의 언동만으로는 '목표'가 정해져있는 프로그램이라는 느낌을 느껴볼 수 없었기에. 하지만 사는 것에 목표가 있다는 건 전혀 이상한 일이 아니었기에 일리야는 그 사족을 아무렇지 않게 흘려보냈다. 거기다가, 시즌스 킹덤에서 눈을 뜬 천사가 아무런 목표가 정해져있지 않은 백지라면 그것이 더욱 더 무섭지 않겠는가.
"호신용으로는 역시 권총이죠? 목표를 맞추는 것 정도는 그럭저럭 할 수 있답니다."
물론, 눈 앞의 천사만큼 정교한 사격을 할 순 없겠지만. 그 밖에 애용하는 무기라는게 있다면 망치일 것이나 일리야는 그 이야기는 하지 않았다. 망치나 톱 따위는 무기라기 보다는 도구에 가까우니까. 라는, 꽤 깐깐한 구분선 때문일지도 모른다...
"뭔가요, 그 가끔 마주치는 이웃이 너무 한가로운 것같아 꼼짝없이 빈둥대는 백수라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알고보니 가상화폐 벼락부자였다는 금단의 사실을 알아버린 것 같은 눈은."
굉장히 장황하고 이치에 맞지 않는 고성능 비유를 늘어놓으면서 천사는 일리야를 바라봤다 그 눈은 화난 것 같지는 않았지만 말투에서나 허리에 올려놓은 손에서나 "실례네."하고 항의하는 분위기가 팍팍 풍겨져 온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뿐이었고, 목표란 말을 듣고서 잠시 의아해 하던 일리야에게 베로니카는 이렇게 이어서 말해주는 것이었다
"제게는 목표가 있어서요. 그것을 달성해야만 해요. 당초, 목적없이 만들어지는 프로그램 따위 세상에 없는걸요. 하지만 저의 경우, 눈을 떴을 때 원인불명의 이유로 데이터 대부분이 소실되어 주 목표에 접속하거나 동기화 할 수 없는 상태였습니다. 그래서 '임시 목표'예요."
천사에게 목적이 있는 건 확실하다만, 당장은 거기까지 접근이 불가능한 모양이었다 그래서 지금의 행동 방침은 임시 목표에 따르고 있는 것이라고 말하자면 '플랜 A를 위한 플랜 B'...같은 느낌일 것이다. 계획이 무너지는 일이야 개발과 실행에 있어서 자주 있는 일일테니 그 와중, 첨언을 마친 베로니카는 희연 눈으로 일리야를 말 없이 뚫어져라 쳐다보고 있었다 마치 얼굴을 스캔이라도 뜨고 있는 건 아닐까 싶을 때 쯤 되어서
"궁금합니까?"
하고 대뜸 물어오는 것이었다
"권총뿐인가요. 수수하네요. 그렇지만 확실히 일리야는 이런 화기류보다는 단검같은 날붙이를 선호할 것 같은 느낌이라고 생각하고 있었어요."
흔히 겉모습으로 판단하는 건 좋지 않은 버릇이라고 하지만 어째선지 겉모습으로 사람을 거침없이 판단하고 있는 천사였다
"설문 2 : 주 목적은 어디까지나 호신입니까? 혹은 작업에 쓰이는 경우가 흔히 있습니까?"
일리야는 결단코 베로니카를 한심한 옆집 백수가 사실은 10년 전에 심심풀이 삼아 구매한 비트코인의 가격이 폭등해 평생 놀고 먹고 살아도 괜찮을 돈을 가지게 되었다는 드라마틱한 인생 역전 스토리를 알게 된 눈빛으로 바라 본 적이 없다. 하지만, 이미 태클을 걸기에는 진이 빠져 있었을 뿐이다. 더 이상 한숨을 내쉴 기운조차 일리야에겐 남아있지 않았다.
"눈을 떴을 땐 이미 데이터 대부분이 소실되었다... 라."
프로그래밍따윈 하나도 모르지만, 그렇다고 베로니카의 상황을 상상할 수 없는건 아니다. 매우 높은 확률로 기억을 잃기 전의 천사는 누군가에게 쫓겼을것이다. 그리고 그 추적자의 목표는 베로니카라는 기체 그 자체보다는 베로니카에게 입력된 데이터에 있었을 것이다... 여기까지 생각이 다다를때까지 일리야는 거창한 상상의 나래를 펼칠 필요성도 느끼지 않았다. 하지만 이곳은 시즌스 킹덤. 사람에게 추적이 따라붙는 일 따윈 드물지도 않은 일이었고 그 이유조차 가지각색이기 마련이다. 누군가의 원한, 충분한 돈, 단순한 쾌락... 혹은 쓰잘머리 없는 규율. 단순한 원한에 의한 일인가, 아니면... 사람이 쉬이 상상치도 못할것을 천사의 원 주인은 손에 넣었던 것일까. 그것을 이 두 사람은 알 수없었다. 그렇기에 일리야는 베로니카의 질문에 단호히 대답한다.
"...궁금하지 않다면 거짓말이지만, 듣지 않을래요."
베로니카가 그것을 알려줄 생각이 있었을지도 모르지만.
"후후. 이쯤되니 니카에게 칸다타의 빗자루는 어떤 인상인지 궁금해지는걸요."
뭐, 베로니카의 추측은 아주 틀린 것은 아니었다. 날붙이는 아니지만, 화기류는 질색인것이 일리야인지라. 그렇지만 이 도시에서 아무런 호신용 무기도 챙겨다니지 않는 것은 미친 행위이지 않은가. 일리야에게 많은 선택지 따윈 주어지지도 않았다.
"호신이에요. 작업에 쓰이는 것은 무기라고 부르지 않으니."
작업. 작업이라... 베로니카의 설문에 착실하게 답을 하면서도 일리야는 의심의 눈초리를 보내는 것을 잊지 않았다. 베로니카는 분명 일리야가 칸다타의 빗자루라는 것을 알고 있는 몇 안 되는 사람(엄연히 말하자면 사람은 아니지만, 편의상 그렇다고 하자)인데, 어째서 그것을 물어보는 것인가?
아는 사람만 아는 그런 도시전설에 가까운 이야기. 망령여단의 이야기는 정말로 그런 뜬구름 잡는 이야기였으니 소속을 말한다 한들 아는 사람이 몇이나 되겠는가. 눈 앞에 있는 존재가 이미 한번 죽었다는 사실조차 보통은 모를 것이다. 그저 이질적인 감각만이 그녀들의 이상(異常)으로 느껴질 뿐.
"그리고 쌍둥이야. 딱봐도 알겠지만."
딜러가 세팅을 만지자, 사람들도 웅성거리며 자매의 배팅상황을 지켜본다. 칩은 안내를 받을 시점에 꽤 많은 현금을 칩으로 변환시킨지 오래였다. 어디서 그런 자금이 나왔을까. 평범하게는 뒷배가 있겠구나 하고 생각하지 수많은 자들의 복수에서 나오는 푼돈이 모여 그렇게 쌓힌거라고는 모를 것이다.
"언니, 언니~. 우리 빨리 끝내고 싶으니까 배팅은 어떻게 할까? 역시 그거겠지?" "올인."
자매에 대화에 순식간에 군중 사이에서 제정신인가 라는 소리가 육성으로 터져나왔다. 무슨 자신감으로 저만한 칩을 내걸고 갬블에 데뷔를 하는가 하는 의문. 그리고 초심자의 근거없는 자신감으로 치부하며 비웃고, 소량의 배팅을 시작하는 이도 있었다. 누군가는 티아가 다트를 손에 쥐는 순간 '쥐는 손부터가 틀렸어. 아가씨.'하고 훈수를 두기까지 했으니까.
첫배팅은 그렇게 끝이 났다. 리사는 벽에 기대고 휘파람으로 Maple Leaf Rag를 부르고 갬블을 지켜볼 뿐, 점수를 따내는 건 오로지 티아의 몫이였다. 보통의 다트 룰에서는 1세트에 3개의 핀을 사용하지만 룰자체를 변형했기에 세트도 없거니와 10개의 핀을 던지는 방식이었다.
"아, 깜빡했다. 도중에 배팅걸어도 되는 룰로 하자."
리사가 그렇게 이야기하자 딜러는 곧바로 그것을 반영했고, 티아는 그것이 끝나자마자 일단은 3개의 핀을 빙글빙글 돌아가는 다트판으로 '처음에는' 초심자나 할법 한 야구 투구법마냥 다트를 던져댔다.
스코어는 싱글 14. 트리플 5. 더블 2. 합계 31. 결코 좋다고 할 수 없는 낮은 점수였다. 그 3번의 점수에 도중에 배팅을 해도 된다는 룰에 자신감이 생긴 이들이 모여들어 저마다 배팅을 하고 다트핀을 들기 시작했다.
그것을 본 리사는 진심으로 배꼽이 아프다는 듯이 끅끅거리며 웃음을 참고는 나지막히 이야기했다.
"아항~? 재미있는 사람이네에~" 적어도 너보다는 똑바른 사람이야 히죽 웃으면서 말하던 마오가 고개를 비뚤어지게 기울였다. 그는 고개를 똑바로 할 생각은 하지 못하는 것처럼 고개를 기울인 채 당신을 계속 응시했습니다. 나아가지 않고 제자리를 빙빙 돌며 히죽 웃는 것은.. 어라, 이거 무슨 요괴더라? 그가 키득키득 웃었다. 저 사람을 따라가면 재미있는 곳에 갈지도 몰라 "아니면 어떡할거야~?" 살아있는 감각을 느껴보자 허공에 대고 중얼거리던 그가 자신의 손을 내려다보더니, 불길하게 히죽 웃었다. 그래, 느껴보자~ 떨어지지 못했으니까 몸에 꽃을 피워보자~ 마음에 든 생각이 간만에 떠오른 셈이었다. 근데 너는 차를 싫어하잖아 "자스민 정도는 좋아한다니까~" 거짓말! 미간을 찌푸리더니, 허공에 손을 휘휘 젓던 마오가 귀찮다는 양 자신이 물고 있던 장죽을 놓아버렸습니다. 그럼에도 그것은 아래로 떨어지지 않고 마치 고정된 것처럼 허공에 떠 있다. 왜냐면 그는 이럴 때만 능력을 쓰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