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 나도...나도 볼래(가미즈나로 가는 비행기표 예약) >>17 (갑자기 왜 주제가?) 어... 몰?루... 갑자기 빡하고 치인게 아니라 스며들었다고 해야하나 대충 하루노하나마츠리때부터 그랬던거?같은데? 어디에 치였냐고 하면... 엄... 무심한듯 하면서 챙겨주는거? 사실 왜 치였는진 아?직?도 잘 몰루겠긴 한?데? 이런 후레앤오여도 괜찬은가(과부하)
"당연히 할 줄 안다면 더 분발해 보는 거 어때? 내가 장난이라면 아주 기가 막히게 잘 가르쳐 줄 수 있는데!"
반쯤은 진담으로 하는 말이다. 그는 하네가 말만 한다면 타카나시 일가(하네 제외)와 머리를 맞대고 타카나시 하네 유재석 만들기 프로젝트를 계획할 수도 있었다! 역시나 실현될 리 없는 희망사항에 불과하겠지만. 현실은 이렇게 찝적거리다 밀려날 뿐이다. 그 와중에도 히히히 얄밉게 웃기를 빼먹는 법이 없다. "응, 더 고마워 하거라!" 그 기세에 힘입어 당당하게 외쳤다가, 금세 슬며시 눈치를 보고 한 마디 더 덧붙인다. "…원래 서로서로 감사하면서 살아야 좋은 거라니까 나도 고맙고?" 뭐, 살랑거리려고 한 말이라 무엇이 고마운지는 당사자인 그도 잘 모르지만, '이런 나를 버텨 줘서 고맙다' 같은 말이라면 맞는 소리긴 했다.
"옛날 일인데 그걸 어떻게 알았대."
농담처럼 말하지만 농담이 아니기도 했다. 예전에, 그러니까 옛날 옛적 믿던 사람 많던 시절에도 근무태만 자주 했어서 말이다. 태생부터 다른 이름 높은 신들처럼 번듯한 종류의 신이 아니었기에 불가항력이기도 했고. 대수롭지 않은 일이라 가볍게 말하고 다시 흥겨운 걸음 마저 걷다가, 곧이어 들린 말에 그가 발걸음 뚝 멈추고 하네를 홱 돌아보았다.
"어떻게 생각할 건데?! 만약에 진짜로 들리면 답장은 라인으로 보내줄까?"
그가 아무리 사람 마음 잘 모른다 해도 방금 말이 무슨 뜻인지 못 알아들을 정도로 둔하지는 않다! 그러잖아도 떠들썩하고 관심 끌기 좋아하는 기질이 있는 양반인데 예뻐라 하는 하네가 이렇게 말했으니 펄쩍 뛰다 못해 공중부양을 하기까지 한다. 정말로 발이 허공에 3초 정도 떠올라 있다가 "앗." 한발 늦게 눈치채고 얌전히 내려온 것이다. 이 양반 정말 정체 숨길 생각이 있기는 할까?
"부끄럽다면서 솜씨가 제법이야."
으악, 엄살스러운 비명 작게 지르며 물기 촉촉해져서는 무릎 끌어안은 채 손으로 턱 괴고 가늘게 눈웃음 지어낸다. 그는 자신도 강 위의 정경을 나란히 바라보다가 다시 제 옆의 하네에게로 눈길을 돌렸다. 강 위에 일렁이는 등도 충분히 좋지만 이런 풍경은 언제고 보아 왔고 앞으로도 마찬가지일 터라, 당장 곁에 있는 유한한 생명보다 귀하지 않았던 탓이다. 빤히 바라보고 있자면 곧 하네가 고개 돌려 물어 온다.
"당연하지!"
그는 두 주먹 불끈 쥐어 보이며 씩씩하게 대답했다. 이것저것 꼬치꼬치 잘 묻던 양반이 웬일로 소원이 무엇인지는 묻지 않았는데, 자기도 신이다 보니 빌기 전에 소원을 말하기는 무엇하다고 생각하는 상식만큼은 그도 같았던 모양이다. 그는 앉았던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근처에 다른 사람이 있는지 휘휘 살피다 돌아왔다. 띄우자마자 다른 등불과 엉키기라도 하면 김새니까! 아무도 없다는 걸 확인하고 나서야 돌아와서 바짝 몸 낮추고 등에 한 손 올려둔다. 다시금 두 눈에 기대감이 가득해 별처럼 반짝이는 듯했다.
아저씨는 밀어내도 얄밉게 웃고만 있어서, 효과없단 걸 알았지만 할 수 있는게 이것밖에 없어서, 아저씨를 흘겨봅니다. 눈초리를 보내요. 제대로 노려보는 건 얄밉다기보다는 밉다는 것처럼 느껴질까봐 늘 이 정도입니다. 가늘게 뜨고서 쳐다보는게 그나마 할 수 있는 얄밉다는 표현이에요. 제가 아저씨를 꼬집을 수도 없는 노릇이잖아요. 얄밉다고 말하면 그런 걸 알고서 더 놀릴 수도 있고 하니까요. “...감사합니다.” 아저씨가 계속 기세 좋게, 당당하게 고마워하라는 투였으면 그냥 계속 가늘게 흘기듯 바라보고서 말았을 거예요. 그런데 이유도 모를, 알 수 없는 고맙다는 말을 들어서 감사 인사를 하며 고개를 숙였어요. 고마워할 이유는 한손 가득 채울 수 있는 걸요. 잠시 떠올리다보면 두 손 가득 채울 지도 모릅니다.
“17년동안 봐서요.”
...그런 건 아닐 거라고 생각했던게 바로 부정당했어요! 당황했지만, 어떻게 잘 티내지 않고 태연하게 대답합니다. 아저씨는, 시대의 흐름에 어쩔 수 없이 잊혀진 신일 줄 알았는데 소원을 잘 안 들어줘서 잊혀진 신일 지도 모르겠단 생각이 들어요. 아니, 둘 다인 건 아닐까요... 잊혀진다고 해서 아프거나 약해지는 건 아닌가 걱정부터 앞섭니다. 대수롭지 않게 말하고 계신 걸 보면 괜찮으신 것도 같고, 여기 있을게 아니라 한국으로 돌아가 있는게 나은 거 아닌가 싶기도 하고요......
“...몰라요, 그때 되면 알게 되겠죠. 그리고 무슨 라인이에요!”
소원을 빌고, 기도같은 걸 올리고 라인으로 답장을 받아도 되는 거냐고요! 아니, 애초에 귀찮게 할 거라고 말했는데도 아저씨가 왜 이렇게 들뜬 건지 모르겠어요. ...아니, 정말 떴어요! 아저씨가 떠올라 있는 모습에 놀라서 뭔가 말하지도 못하는 사이에 다시 내려옵니다. 아저씨가 내려오고 나면 정말로, 놀란 심장을 부여잡고 주변을 두리번거렸어요. 인적이 드물어서 다행입니다......... 놀라고 긴장해서 몸에 들어갔던 힘이 주욱 빠져요. “쓰러지면 아저씨 탓이에요.” 이런 일로 그러진 않겠지만, 정말 놀라버려서 저런 말이 휙 튀어나갔어요.
“말했습니다, 장난칠 줄 안다니까요.”
고양이 세수 같지만요, 유카타 소매로 얼굴에 튄 물방울 정도는 꾹꾹 눌러서 닦습니다. 아저씨는 그럴 생각 없는 듯 웃고만 있어요. “감기 좋아해요?” ...신도 감기에 걸리는 지는 모르겠지만요, 이 정도 물기로 추워서 감기에 걸리지도 않겠지만요. 그래도 제가 튀긴 물기란 걸 아니까 신경쓰입니다.
“네에. ...아, 엉뚱한 다른 신님 말고 키즈나히메님이에요.”
아저씨의 당연하단 대답에는 무슨 말을 못 얹고 고개를 끄덕거렸어요. 고개를 돌려 질문을 하는 순간 눈이 마주쳐서입니다. 단순히 우연일 수도 있겠지만, 바라보고 있던 중에 제가 아저씨를 보아 눈이 마주친 걸 수도 있는 거니까 조금 놀랐습니다. 아저씨라서 그나마 낫지만, 누군가 본다는 건 역시 부끄러운 일이에요... 괜히 의식치 않고,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떠났던 아저씨가 돌아오면 등불을 띄우기로 합니다. 그 전에 아저씨가 다른 신에게 소원을 빌까 싶어서 한 번 일러주고요. 아저씨가 손을 올려둔 등불 위에 한 손을 올리고, 다른 한 손으로는 조심해서 강가에 등불을 띄우려 합니다. 등불이 손을 떠나면 두 손을 꼭 모아서 소원을 빌어요. ‘제 인연들이 저를 좋아하지 않으면 좋겠어요.’ 물론 키즈나히메님에게 인사를 하는 것도 잊지 않았습니다. 소원을 빌고 나면 아저씨 차례에요. ‘도깨비 신님 행복 바랍니다.’ 아저씨를 떠올리는 건 쉬운데, 한국어는 어려워서 잘 됐을 지 모르겠어요. 아저씨에게 아저씨의 행복을 비는 소원이라 안 닿을 것도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