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자와 치하루. 혹은 제 2대 키즈나히메가 되기 위해서 수련하고 있는 인연의 신. 그녀는 자신이 입고 있는 전통복의 옷깃을 정리하며 제 동생인 치아키를 바라보면서 수고했다고 이야기를 하며 미소를 지었다. 언제봐도 그녀의 눈에 있어 치아키는 귀여운 동생이었다. 물론 어릴 때는 말도 참 안 듣고 여러모로 골치아프게 하는 이였으나 중학교 2학년때였을까. 3학년때였을까. 그때부터 철이 들더니 이제는 아주 늠름한 아이였다. 하지만 그와 동시에 볼 때마다 조금 마음이 아픈 대상이였다. 자신은 신이었으나 제 동생은 인간이었다. 그것은 곧 수명이 정해진 존재. 물론 신이라고 해서 영원히 사는 것은 아니었다. 아주 수명이 길 뿐. 정말로 영원에 가까울 정도로 오래 살 수 있을 뿐. 언젠가는 그 수명이 다 하는 날이 찾아오는 법이었다. 그게 언제인지는 정확하게 정해지진 않았으나 적어도 인간의 수명보다 훨씬 긴 것은 사실이었다. 제 몸에 있는 천의 기운이 동생에게도 있었으면 했으나 안타깝게도 동생은 지의 기운을 타고 난 존재였다. 그 사실을 떠올릴 때마다 치하루는 조금 복잡한 심경을 품을 수밖에 없었다.
"그러고 보니 이번 마츠리는 어떻게 좀 즐겼어?"
"등불 나눠주면서 누가 누구랑 오는지는 되게 잘 봤는데. 아는 이도 있었고 말이야. 나중에 어떻게 놀려줄까 고민중이야. 하하핫."
"그게 아니라 어쨌건 깊은 인연을 세울 수도 있는 마츠리잖아. 이럴 때 인연을 더욱 두껍게 하고 좋은 신이라도 만나야지! 네가 소개해주지 말라고 말해서 그렇지. 내가 소개만 하다면 너랑 한 번 만나보겠다는 신도 분명히 있어."
"혼인의식 때문에?"
"...그것도 있지만, 일단 아키쨩은 장난이 조금 짓궂은 것을 빼면 꽤 귀엽게 생기긴 했으니까. 그것을 마음에 들어하는 신도 있고."
제 누나의 말을 들으며 치아키는 난감한 표정을 지으면서 애써 웃어보였다. 아. 또 시작되었구나. 그렇게 생각하면서 적당히 치아키는 고개를 도리도리 저었다. 잊을만하면 나오는 이야기. 신을 소개해줄테니까 혼인의식을 치뤄서 너도 신이 되면 좋지 않느냐. 그러면 아무하고도 헤어지지 않고 영원히 함께 할 수 있다. 가족이 다 신으로서 살아가는데 너만 인간인 것은 힘들지 않겠느냐. 너도 신이 되고 싶지 않느냐. 등등. 나쁘게 말하면 진절머리가 날 정도로 상당히 오래 들은 소리였다.
"애초에 어릴 때만 해도 그렇게 나도 신이 되고 싶다고 칭얼거렸으면서."
"그건 그때고 지금은 지금이야."
"그럼 지금은 딱히 신이 되고 싶지 않아? 넌?"
"어릴 때보다는. ...사실 정확히 말하자면 그냥 인간으로서 살다가 죽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다고 생각하고 있어."
슬슬 자신도 제 입장을 확실하게 하는 것이 좋겠지. 그렇게 생각하며 치아키는 목소리를 살짝 가라앉히면서 조금 진지하게 이야기했다. 스스로 자신이 하는 말이 뭔지 잘 알고 있었다. 신이 되어 영원히 가족과 함께 하는 것을 싫어하는 것은 아니었으나 역시 언제부턴가 그냥 인간으로 살다가 죽는 것도 나쁘지 않겠다는 생각이 든 탓이었다. 물론 딱히 꼭 그래야겠다..라고 생각하는 것은 아니었다. 그냥 어디까지나 그런 삶도 싫지 않다는 것 뿐.
"인간 아이 중에서 마음에 드는 이라도 생긴거야?"
"재밌는 후배라던가, 앞으로도 쭉 사이좋게 지내고 싶은 소꿉친구도 있고, 그 외에도 꽤 귀여운 고양이 같은 후배라던가, 조금 곤란할 정도로 만사 귀차니즘쟁이 후배라던가, 무대 위에서 찬란하게 빛나는 후배나, 조금 특이한 느낌이 있는 반 친구도 있고, 숨기는 것이 있는 것 같은 후배 반장이나 조금 더 파악하고 싶은 애라던가. 와. 잠깐만 세봤는데도 벌써 이 정도야. 어때? 누나. 나 제법 인싸이지 않아?"
"...몇 다리를 걸치려는 거니. 아키쨩."
"아니. 연애라던가 그런 것이 아니라... 뭐, 그냥 더 친하게 지내고 싶은 이라던가 없는 것은 아닌데 말이야. ...그냥 신이 되어야겠다고 그 신을 만나는 것도 조금 그렇잖아. 그냥... 신이 못 되어도 좋으니까 나는 내 마음이 가는대로 흘러갈까 싶어서. 그러니까 누나의 소개는 거절할게. 앞으로도 쭉."
"흐음..."
무슨 말을 하고 싶어하는진 알았으나 그래도 납득이 좀처럼 되지 않는지 치하루는 조금 떨떠름한 표정을 지었다. 물론 치아키도 지금 자신의 누나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는 짐작할 수 있었다. 짐작할 수 있기에 눈을 마주치지 않았고, 치아키는 그저 시선을 살며시 회피했다. 마음에 드는 이? 글쎄. 설사 있다고 하더라도 상대가 어떻게 생각할진 알 수 없는 노릇이었고 설사 마음이 통한다고 해도 그 마음이 과연 자신에 대해서 제대로 알았을 때 흔들리지 않을 보장도 없었다. 그렇게 생각하니 치아키는 괜히 어깨를 으쓱했다.
"이대로 독신으로 누나를 주신으로 모시고 사는 것도 괜찮지 않을까? 응?"
"아서라. 아서. 이 누나는 누나 닮은 예쁜 신 하나 낳아서 나 모시게 할 거니까."
"와! 그럼 나는 조카도 신인거야? 아이자와 일가 만세 만세 만만세!!"
키득키득 웃어보이면서 치아키는 괜히 어깨를 으쓱했다. 이어 쭈욱 기지개를 켜던 치아키는 잠깐 주변을 돌아보겠다고 이야기를 하며 자리를 떴다. 그 뒷모습을 바라보며 치하루는 못 말리겠다는 듯이 웃음을 약하게 터트렸다. 허나 그럼에도 역시 그의 말을 온전히 납득할 수는 없다는 듯 미련이 깊은 표정을 지었다. 그리고 그건 치아키 역시 마찬가지였다. 마음이 아예 없는 것은 아니었지만 그렇다고 그 길만 바라보고 싶진 않았다. 어쨌건 자신의 마음이 향하는 곳으로 나아가다보면, 복잡하지 않게 그냥 제 내키는 방향으로 나아가다보면 결말은 있을테고 그는 그 결말을 받아들일 생각이었다. 인연은 소중했으나, 그 인연을 강제로 엮고 싶진 않았다. 제 아무리 인연의 신이 자신의 뒤에 있다고 하더라도 그것만큼은 피하고 싶었기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