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모 - 진한 적갈색 머리카락은 염색한 것이 아니라 초능력 연구 등으로 인해 변해버린 색체였다. 따로 색을 입힌 것이 아니라 자연적으로 변해버렸기에 그 색은 상당히 자연스럽게 그의 머리카락에 녹아있었다. 앞머리카락을 골고루 가지런히 내려 눈썹을 살짝 덮었으나 시야에 방해가 되지 않게 적당한 길이에서 가지런히 커트한 스타일이다. 뒷머리카락이 꽤 길어 날개뼈까지 목을 덮으며 내려왔으나 그 이상의 길이까진 내리지 않았다. 머리카락숱도 꽤 많은 편이다. 소년의 두 눈매는 꽤 날카로운 편이었다. 그 눈매 속에 있는 검은 눈동자와 합쳐져 조금 강한 인상을 주기에는 딱 좋았다. 코는 오똑한 편에 속했으며 건강미 넘치는 붉은 입술은 꾹 닫혀있어 조금 무게감 있는 인상을 주는데 충분히 도움을 줬다. 전체적으로 날카로운 독수리상에 가까운 외모를 소년은 지녔다. 신장 178cm. 체중은 표준 체중에 속할 정도로 소년의 몸은 또래 남자아이들의 체형을 지니고 있었다. 허나 저지먼트 활동을 하면서 알게 모르게 몸에 잔근육들이 박혀있으며 두 손 역시 곱다기보다는 조금 거친편에 속했다. 등이 굽는 일 없이 언제나 꼿꼿하게 서 있었으며 두 다리 역시 정자세를 유지하고 있어 몸에서 굽은 부분은 찾아보기 힘들었다.
성격 - 차분하면서도 신중한 편이다. 절대로 눈앞의 모습만 보고 판단하지 않으며 머릿속으로 몇 번이나 가설을 세워서 가장 적절하고 적합한 답을 찾아서 움직이는 스타일. 정의감이 상당히 강하며 아닌 것은 아니라고 똑 부러지게 말하는 단호한 면 또한 존재했다. 범죄를 상당히 싫어하지만 어느 정도의 융통성은 지니고 있어 가벼운 비행의 경우엔 상황을 보고 적당히 주의만 주고 넘기는 일도 있었다. 허나 자신보다 윗사람이라고 하더라도 잘못되거나 아닌 것에 대해서는 분명하게 말하는 스타일이다. 물론 그로 인해 안 좋은 평도 듣긴 하지만 스스로는 별로 신경쓰지 않고 있다.
레벨 - 4
능력 - 프리징 모이스처 습기, 수분, 물방울 등등 물과 관련된 그 모든 것들을 순식간에 얼려버릴 수 있는 능력. 공기 안의 습기나 물 분자 역시 얼려버릴 수 있기에 당장 물이 주변에 없어도 특정 대상을 꽁꽁 얼려버릴 수 있다. 허나 수분이나 습기가 부족할 정도로 건조한 곳에서는 이 능력을 제대로 사용할 수 없다.
기타 #학원도시인 명월시에 위치한 명월고등학교 저지먼트의 일원 중 한명이다. 주로 하는 일은 치안 유지.
#그렇게 적극적으로 친구를 사귀거나 하는 것은 아니나 그렇다고 주변에 벽을 치는 것도 아니었다. 그냥 적절하게 교우 관계를 쌓아가고 있으며 자신의 선 안의 사람을 상당히 아끼고 위하고 잘 챙기는 편이다.
#레벨5가 되는 것을 원하고 있으나 자기 뜻대로 되지 않아 조금 골치 아프게 생각하고 있다. 허나 급하게 갈 생각은 없기에 딱히 불법적인 연구 등에는 관심을 두지 않고 있다.
#레벨에 따라 대우가 조금씩 바뀌는 사회에 대해서는 어쩔 수 없는 것이라고 인식하고 있다. 어떻게 보면 사회의 시스템에 순응하는 파. 허나 인격적 모독이나 대우의 차별에 대해서는 상당히 강력하게 반발하고 있다.
#학교 성적은 상위권. 저지먼트를 넘어서서 명월시의 치안을 지키는 경찰 등의 직업을 진로로 삼고 있다.
#맵거나 짠 것에 상당히 약하다. 특히나 조금만 매워도 바로 물을 마시는 등, 그다지 매운 것을 선호하진 않는 편. 물론 먹으라면 먹을 수는 있다.
#능력의 영향인지 수영을 하거나 물놀이 하는 것을 크게 즐기는 편이다.
#부당한 명령에 대해서는 가끔 반항하기도 하고 반대를 내세우기도 한다. 물론 그것이 받아들일지는 별개. 허나 스스로는 기죽지 않고 저지먼트 생활에 임하고 있다.
외모: 크림색 혹은 아이보리색에 가까운 머리색과 앞머리 일부가 진한 무채색이다. 또한, 옆머리 일부를 땋아 내렸으며, 머리가 등까지 내려온다. 묶고 다니는 것보다 풀고 다니는 것을 선호하는데, 큰 의미는 없다. 눈두덩의 골이 깊어서 화장을 안 해도 화장한 것처럼 버건디처럼 어둡다. 어딘가 졸린 것 같은 눈이며, 눈동자는 자안. 얼굴에 약하게 홍조가 있으며, 코는 오똑하다. 교복 입을 때는 그래도 조금 더 단정하게 머리를 정돈한다. 155cm. 표준 체중.
성격: 납득을 잘함. "그렇구나~" 하는 성격. 어딘가가 나무늘보를 닮은 것 같기도. 가끔 스킬아웃과 마주치면 "우리 서로 대화하고 인사하고 가요~" 라고 말하기도. 침착한 걸지도 모른다. 쉽게 말하면, "걍 근갑다" 하는 성격이라는 말.
레벨: 4
능력: 파이로키네시스. 흔히 알고 있는 그 염화력.
기타 -특기는 불로 그림 그리기. 불로 그을린 그림을 그리거나 불꽃으로 무언가의 형상을 만들곤 하지만, 그림 실력이 영 좋지 않아서 강아지를 그리면 웬 졸라맨이 누워있는 그림이 된다. 그걸 볼 때마다 "그림 같은 걸로 최면 걸 수 있는 능력이었다면 크툴루 강림인 걸까~" 라고 생각한다.
-박하를 굉장히 좋아한다. 주머니에서 꼭 이X립X , 아이스 X레X커X가 나온다.
-옆머리의 일부는 매번 다른 사람들이 땋아주는데, 요즘에는 자기를 담당하는 연구원이 멍하니 땋고 있다 한다.
도림주도 어서 와!! 스레 세우는 거야 그렇게 어렵진 않은걸! 아무튼 이제 두 캐릭터의 관계성으로 이야기를 나누는 것이 좋으려나. 어떻게 관계를 짜면 될까? 사실 무난하게 그냥 자주 같이 다니는 친구 정도도 좋을 것 같지만 말이야. 뭔가 두 캐릭터의 성향을 보면 뭔가로 경쟁을 하거나 라이벌이라던가 그런 일은 잘 없을 것 같으니.
인코야 달 수도 있지! ㅋㅋㅋㅋㅋ 나도 그런 실수 할 때 많았는걸! 음. 좋아! 그럼 일단 친구 정도로 잡자! 이후의 관계성은 어떻게 되는지는 일상이나 흐름에 맡기면 될테고! 가을이가 아무래도 성격상 도림이에게 잔소리를 하는 일은 있을 것 같은데..그건 괜찮을까? 스킬아웃에게.. 특히나 문제를 일으키는 이에게 저렇게 대화로 풀고 적당히 하려는 모습을 보이면 저지먼트의 본분을 생각하라고..잔소리를 할 것 같은데 그게 걱정이야. 8ㅁ8
도림이가 넘어가면 가을이는 아마 그냥 한숨을 쉬면서 적당히 넘어가지 않을까 싶기도 해. 사실 1학년때나 좀 그렇게 빽빽거리는 것이 있었을 것 같지만 2학년이 되면 얘는 원래 이런 애지. 라는 느낌으로 생각하고 넘어갈 듯 하기도 하고. 일단 약시리 분위기를 바란다고 했었잖아? 음. 일단 도림주가 생각하는 약시리의 분위기가 어느 정도인지 들어봐도 될까?
약간 좀 어둑어둑한 분위기도 있는 그런 것을 말하는거구나! 너무 밝고 화기애애한 것이 아니라. 일단 학원도시이고 원작의 분위기를 어느 정도 생각해보면... 스킬아웃 집단들이 분명히 존재하고 있고 그런 이들과의 대립도 분명히 있으며 막 안 좋은 목적으로 알게 모르게 위험한 실험을 하는 연구원들도 분명히 존재하고 있다..정도로 대입하면 되려나?
ㅋㅋㅋㅋㅋㅋ 그래도 가을이가 리더인 것은 아닐 것 같은데! 물론 경우에 따라서는 약간 리더처럼 굴려고 하는 것도 있기야 하겠지만 그렇다고 막 독선적으로 굴거나 하는 일은 없을거야!
엗. 그런 느낌으로 설명을 하는거야? 가을이가 옆에서 뭔 소릴 하는 거냐면서 고개를 도리도리 저으면서 자신이 새롭게 이야기를 하려고 할 것 같네. 아무튼 부실에서 둘이서 마주보고 앉아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면서 서로의 캐릭터를 알아보는 것으로 첫일상을 돌리는 것도 괜찮겠다 싶어!
오늘은 유난히 평화로운 날이었다. 허나 이런 평화로운 날에도 반드시 문제가 생길 수 있는 법이었기에 오늘은 조금 밀렸던 일을 해야겠다고 생각하면서 가을은 저지먼트 부실로 향했다. 자신이 처리해야 할 서류가 조금 남아있지 않았던가. 없다면 다른 일을 하거나 하는 식으로 오늘 하루를 보내는 것이 좋겠지. 그렇게 생각하며 가을은 막 도착한 부실의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섰다.
부실 특유의 향이 잔잔하게 퍼지고 있었다. 그 향을 만끽하며 가을은 가장 먼저 부장의 책상 쪽을 가만히 바라봤다. 아직 부장은 오지 않았네. 그렇다면 조금 더 여유롭게 일을 하는 것이 좋지 않을까. 가볍게 미소를 머금으며 안으로 들어설려는 찰나 비어있는 부실 안에 앉아있는 한 여학생의 모습이 가을의 눈에 들어왔다. 다름 아닌 도림이었다. 뭔가 상당히 수상쩍하게 노트를 닫고 있는 자세는 물론이요. 어색하게 웃고 있는 그 모습을 빤히 바라보던 가을은 수상쩍한 시선을 그녀에게 보냈다.
"뭐하는 거야? 그렇게 어색하게 웃고 수상한 자세로 말이야."
물론 노트를 닫는 것이 이상한 것은 아니지만 평범하게 닫은 사람이 어색하게 웃는 일이 있을리 없었다. 무슨 짓을 하긴 했구나. 그렇게 생각하며 그는 그녀를 빤히 바라보다가 자신의 자리로 향했고 가방을 내려놓았고 의자를 끄집어낸 후에 그 자리에 앉았다.
"노트에다가 누구 뒷담이라도 쓰고 있었어? 물론 너에 한해서 그럴 일은 없을 것 같지만."
듣고 놀라지 마라는 그 말에 가을은 고개를 갸웃했다. 대체 무슨 어마어마한 사실을 말하려고 저런 리액션을 취하는 것인지. 어쩌면 별 거 아닐지도 모르지만 그래도 일단 들어보고 판단해야겠다고 생각하며 가을은 도림을 빤히 바라봤다. 그러다가 연산식을 틀렸다는 그 말에 그는 고개를 갸웃하면서 역으로 반문했다.
"아니. 누구나 실수는 할 수 있잖아. 남에게 말하기는 조금 그렇기야 하겠지만 나에겐 괜찮은거야?"
남에게 말하기도 그렇다고 한다면 자신도 남이 아니었던가. 자신에겐 괜찮은 것인가. 그렇게 생각하며 그는 팔짱을 끼고 가만히 그녀를 바라봤다. 물론 어느 정도 납득은 할 수 있지만 딱히 어색하게 웃을 일 정도는 아니지 않나 생각하며 그는 자신의 머리를 긁적였다. 이어 대수롭지 않게 그는 시선을 돌리고 자신의 자리에 앉아 서류를 펼쳤다. 서류에는 이런저런 내용. 보고서라던가 순찰 계획이라던가 그런 것들이 적혀있었다. 혹시나 문제가 되는 것은 없는지, 고쳐야 할 부분은 없는지 하나하나 확인하면서 가을은 곧 들려오는 도림의 말에 대답했다.
"지금은 딱히. 그냥 서류를 확인 중이야. 보고하기 전에 체크하고 혹시나 서류 작업을 해야 하는 것이 있으면 하려고. 요 며칠 순찰이나 보고서를 쓴다고 일이 조금 밀린 것도 있어서. 밀린 일은 시간을 잡고 해결하는 것이 좋거든. 뭐, 대부분은 보고서 제출이나 혹은 서류 정리 같은 것들이긴 한데."
이어 그는 가볍게 두 손으로 깍지를 낀 후에 쭈욱 팔을 올려 기지개를 켰다. 그리고 도림을 바라보면서 가을은 다시 물음을 던졌다.
"너는? 딱히 할 일 없어? 없다면 도와주면 고마울 것 같은데. 바쁘면 어쩔 수 없지만."
1. 가을이 생일은? -> 딱히 정하진 않았지만 가을에 태어났다는 설정은 있어. 그래서 가을이! 대충..10월 30일 정도로 정할게!
2. 가을은 기숙사에서 지내는 편? -> 아니. 집에서 등하교를 하고 있어. 물론 집은 고등학교에서 그렇게 멀지 않다는 설정이야!
3. 좋아하는 동물은? -> 제일 좋아하는 동물은 서벌 같은 고양이과 동물들! 작은 고양이도 좋아하고 호랑이도 좋아해. 일단 고양이와 비슷하게 생겼으면 어지간하면 좋아하는 편이야.
4. 바닷가에 가면 얼마나 오래 노는지(???) -> 그건 체력이나 상황에 따라서 다를 것 같아. 정말로 길게 놀자면 하루종일 놀 수도 있어. 수영하는 것만으로도 말이야.
5. 가장 좋아하는 음식은? -> 돈가스! 약간 튀긴 음식을 좋아하는 편이야. 물론 매운 맛이 있는 튀긴 음식은 싫어하지만. 그래서 고추튀김이라던가 그런 것은 싫어해.
6. 스킬아웃을 어떻게 선도하는지?! -> 가벼운 부류의 경우는 주의를 주고 어느 정도 설교하는 면에서 끝나지만 무시하거나 좀 크게 문제를 일으키는 이들은 일단 다리를 얼린 후에 제압하는 방식을 선택하고 있어. 경우에 따라서는 조금 과격한 방법도 사용하긴 하지만 일반적으로는 주의를 주고 설교하는 방식이야. 하지만 스킬아웃은 대체로 꽤 위험한 부류이니까 일단 경계를 하면서 제압을 하는 방식도 많이 사용해.
새벽 일찍 기상? 무슨 일인진 모르겠지만 자야한다면 잘 자길 바랄게!! ㅋㅋㅋㅋㅋㅋ 라임..ㅋㅋㅋㅋㅋ 그런데 사실 가을 태생이라서 가을이라고 지은 것은 맞으니까 틀린 말은 아니다!! 아무튼 가을이 입장에선 굳이 기숙사에 들어가진 않을 것 같으니 말이야! 일단 오늘은 잘 자고 시간과 여유되면 도림주도 저 물음 그대로 답해주기!
조금 떨떠름한 표정을 지으며 가을은 일단 그 사실을 받아들였다. 2학년의 든든한 기둥이라니. 그 정도는 아니라고 생각하는데. 조금 쑥스럽지만 그래도 평은 고맙게 받기로 하며 가을은 일단 고개를 끄덕이며 납득했다. 거절할 이유가 어디에 있을까? 일단 좋은 평가가 나오면 그것만으로도 좋은 것이 당연지사 아니겠는가.
아무튼 자신의 일을 도와주겠다고 하는 도림의 말에 가을은 다행이라고 생각하면서 가만히 자신이 보는 서류를 바라보다가 일부를 정리해서 도림의 앞에 내려놓았다. 거기엔 요근래 걸린 교칙을 어긴 학생들에 대한 내용들이 빼곡하게 쓰여있었다. 이번주만이 아니라 저번주, 아니. 정확히는 한 달 정도릐 분량이었다. 이내 가을은 괜히 팔을 천천히 풀면서 도림에게 이야기했다.
"다 교칙을 어긴 학생들이거든. 제법 수가 많아. 거기 애들을 학년과 반으로 분류해서 데이터베이스에 올려줄 수 있어? 이전부터 정리해서 올려야했는데 뭔가 일이 이것저것 많아서 말이야. 힘들면 말해도 괜찮아. 내가 나중에 하면 되니까."
데이터베이스에 분류해서 올리는 것 정도는 그렇게 어렵지 않겠지만 엄밀히 말하면 컴퓨터를 써야 하는 작업이니 조금 힘들 수도 있는 일이었다. 그렇기에 가을은 힘들면 이야기를 하라고 하면서 도림을 할 수 있겠냐는 듯이 바라봤다.
"그건 그렇고 나랑 같이 쉬고 싶기라도 한 거야? 하기사 나도 쉬는 것은 좋아하니까 상관없지만 말이야."
/답레와 함께 갱신이야! 아무튼 답변은 아주 잘 읽었다! 3월 14일 화이트데이라! 오. 기억하기 좋은 날짜로구나! 확실하게 기억을 해야겠어! 그리고 기숙사...ㅋㅋㅋㅋ 아니. 그런데 이불 밖은 위험해야? ㅋㅋㅋ 뭔가 귀여워!! 그리고 고양이와 새를 좋아하는구나. 좋아. 고양이를 좋아하는 것은 동일하니까 길고양이 돌보는 느낌도 괜찮겠다! 아무튼 바다에서 잘 놀고.. 달달한 것 좋아하는구나. 그 와중에 능력으로 구워서..ㅋㅋㅋㅋ 부러워! 물론 조금 위험할 수도 있지만 레벨4쯤 되면 잘 다루겠지 뭐! 그리고 의외로 안 봐주는 것도 있구나. 뭔가 묘하게 부드러우면서도 단단한 그런 면이 있는 것 같아!
"바로바로 해결하면 좋았겠지만 이러니저러니 해도 조금 밀려서 말이야. 제대로 정리가 안 된 것들만 모아둔거야."
건들지 않았으면 아마 더 쌓였을테고 그러면 더욱 대책이 없어질지도 모를 일이었다. 어쨌건 누군가는 해야하는 것이었고, 언젠가는 해야 할 일이 아니겠는가. 이번 기회에 확실하게 정리를 하는 것이 좋다고 생각하며 가을은 자신의 앞에 있는 서류를 검토했다. 별 문제가 없는 것은 오른쪽, 조금 보안이 필요하겠다고 느끼는 것은 왼쪽. 그렇게 하나하나 분류를 하는 와중 도림의 목소리가 바로 옆에서 들려오자 가을은 손을 멈추고 도림을 바라봤다. 무슨 말을 할까 싶은 것이었다.
"틀린 말은 아니고 굳이 말하자면 맞는 말이긴 한데... 지금이라도 같이 쉬자고?"
이건 또 무슨 소리인지. 지금 이 밀려있는 일들을 해야한다고 하지 않았던가. 그런데 지금 같이 쉬자고 자신을 유혹하고 꼬시기라도 하는 것일까. 그렇게 생각하며 가을은 빤히 도림을 바라봤다. 이내 튀김에 떡볶이까지 먹자고 말하는 그녀의 말에 가을은 고개를 살며시 도리도리 저었다.
"뭘 먹더라도 상관은 없지만 우선 이것부터 다 정리한 후야. 지금 이 일을 다 정리하려고 부탁까지 했는데 바로 쉬어버리면 의미가 없잖아. 그러니까 쉬더라도 나중에. 오케이?"
그녀를 살짝 달래듯이 이야기를 하면서 그는 다시 손으로 깍지를 끼고 쭉 앞으로 밀면서 몸을 풀었다. 그리고 그 상태에서 다시 서류를 바라보며 도림에게 이야기했다.
고개를 갸우뚱 기울이며 묻던 도림은 이내 납득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확실히, 지금 놀면 이 일거리는 그대로 남을 것이었다. 그럼 나중에 더 일이 늘어나겠지. 지금 귀찮아지냐, 나중에 더 귀찮아지냐를 재보던 도림이 고개를 끄덕였다. 물론, 거기에 순대가 크게 영향을 미쳤다고는 절대로 말 못한다.
"순대!? 콜!!!"
방금 전 발언 전언 철회. 단순히 음식을 더 먹고 싶었을 뿐이었다. 도림이 서둘러 몸을 돌려, 서류 작성을 시작했다.
"그런데, 만약에 내가 도와준다고 안했으면.... 이걸 혼자서 다 할 생각이었어?"
혼자서 하기엔 양이 많지 않았을까. 도림이 고개를 갸우뚱 기울이며 물었다. 아니라면, 아닌 것이겠지만 그래도 그녀가 보기엔 양이 제법 많았던 탓이다.
"어디, 보자....."
하나하나 정리하면서 작성하는 소리만이 남기 시작했다. 그녀도 집중하기 시작했기 때문이겠지.
//그야, 그야! 이불 밖은 위험하잖아!? 도림이는 그게 조금 더 강한 느낌이랄까!ㅋㅋㅋㅋㅋㅋㅋ 길냥이 돌보는 거 좋다! 다음에 한 번 그 상황으로 돌려보자구>:3 길냥이들을 위해 캔이나 습식 파우치를 들고 다니는 도림쟝이다!!!>:3 키키키 요리에 특화된 도림이라네! 가을이도 요리에 쓸 수 있을지도 몰라! 분자요리라던지!! 아, 아닌가..?(시선회피) 나는, 나는 괜찮다! 한글이 타자만 치면 멈춰버려서 그렇지......(눈물)
"놀 때 놀더라도 할 것은 해야지. 미루고 미뤄봐야 해야 할 것만 더 늘어날 뿐이야. 그리고 부장님에게 혼날 수도 있어."
어쨌건 자신들이 해야 할 일이 아니던가. 이른바 2학년 라인. 딱 중간에 있기에 이것저것 해야 할 것이 늘어나는 것은 어쩔 수 없었고 이번 일 또한 마찬가지였다. 결국 누군가는 해야만 했고 어차피 해야하는 것이라면 자신이 해야한다고 판단했을 뿐이었다. 물론 자신이 처리해야 할 것도 분명히 있었으니까. 요 근래 일이 많았다고는 하나 그게 어떻게 변명이 될 수 있겠는가.
"순대가 나오자마자 바로 콜인거야? 조금은 고민하는 척이라도 해야 하는 거 아니야? 하하하. 뭐, 상관없지만."
어쨌건 그녀가 도와준다고 한다면 자신으로서는 마다할 이유가 없었다. 그렇게 생각하며 가을은 다시 손을 풀면서 서류를 분류하기 시작했다. 그래도 이것들만 대충 정리하고 끝낸다고 한다면 당분간 또 일은 없을테니까.. 라고 믿고 싶었으나 미래는 알 수 없었다. 하지만 어떻게든 되겠지. 그렇게 결론을 내리며 그는 어깨를 으쓱했다.
"해야지. 어쨌건 누군가는 해야하는 법이니까. 네가 안 도와주더라도 상관없이 다 했을거야. 물론 오늘은 조금 힘들 수도 있겠지만 최대한 하려고 노력하면 어떻게든 되었을걸? 네가 놀자고 제안해도 안 듣고 계속 했을거야. 그건 분명해."
분명하게 확신을 가지면서 그는 그 나름대로 그녀의 방해가 되지 않도록 다시 작업에 몰두했다. 천천히 하나하나. 서류를 정리하다보면 어느새 그 양이 조금씩 줄어들 수밖에 없었고 실제로 줄어들고 있엇다. 만족스러운 표정을 지으며 그는 이내 그녀에게 살며시 말을 걸었다.
"그러고 보니 어디서 먹으려고? 나가서? 아니면 여기로 배달시켜서?"
그보다 배달이 되긴 하나? 여기? 그렇게 생각하며 그는 고개를 갸웃했다. 일단 나갈때 나가더라도 보고는 하고 나가야 하지 않나? 그렇게 생각하면서. 원칙주의자라고 해도 어쩔 수 없었다. 그래도 기본적인 원칙은 지켜야 하는 것이 맞으니까.
/ㅋㅋㅋㅋㅋ 하지만 도림이는 뭔가 그게 편안해. 귀찮아. 라는 느낌으로 이불 밖은 위험해를 시전하는 것 같은걸! 좋아. 한번 해보는 것도 좋을 것 같아! 와. 캔과 습식 파우치까지? 제대로 본격적이구나. 가을이는 고양이를 좋아해도 굳이 막 먹이를 챙겨주거나 하는 일은 적은 편이거든. 그냥 예뻐해주는 것에 가깝지. 분자요리..ㅋㅋㅋㅋㅋ 그냥 평범하게 요리를 하면 되지 않을까. ...그보다 한글 타자만 치면 멈춘다니. 컴퓨터나 핸드폰 괜찮은거 맞는거야? (흐릿)
일단 참치에는 접속이 잘 되니까!! 괜찮지... 않을까....?(흐릿) 껐다 켜면 되지 않을까 라고 생각하는 중인데 일단 끄면 자러 가는 게 버릇이라..(먼산)
가을이는 선을 지켜서 길고양이를 챙겨주는구나! 그것이 고양이들에게도 좋지(끄덕끄덕) 뭔가 나중에 도림이가 이불 뒤집어쓰고 누워있으면 가을이가 이불 탈탈 털면서 깨울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순간 해봤어!(가을주: ?) 도림이의 [이불밖은위험해]의 뜻을 너무 잘 알고 있는 가을주..! 눈치 빠른 가을주..!!!!(쿠ㅡ궁)
1.아마도 액션게임이나 어드벤처 게임을 선호할 것 같아. 약간 좀 머리를 써야하는 퍼즐 게임도 좋아하는 편이야! 2.그냥 이것저것 보는 편에 가까울 것 같아. 혹은 요즘 꽤 유명한 프로그램인 용감한 형사들..처럼 약간 범죄관련 프로그램을 볼 것 같기도 하고! 3.평소에는 그냥 편하게 차려입는 편이야. 하지만 그 중에서도 캐쥬얼한 복장을 좋아해! 4.만약 마시기 전이라면 싱긋 웃으면서 홍차를 얼려버린 후에 뒤로 휙 집어던질 것 같아. 그리고 웃으면서 설사 없었어도 찝찝해서 못 먹을테니까 상관없지? 라고 이야기할 것 같아. 그리고 만약 마신후라면 순간 당황하면서 빠르게 머리를 굴린 후에 단번에 눈앞의 상대의 다리를 얼려버린 후에 천천히 몸 전체를 얼리기 시작할 것 같아. 해독제를 내놓으면 녹이겠지만 그렇지 않으면 너도 죽는다고 확실하게 선언하면서 말이야.
아무튼 정말로 그 뜻인거야?! ㅋㅋㅋㅋㅋㅋ 귀여워!! 다만 도림이가 이불을 덮어쓰고 자고 있어도 기숙사 안이라면 가을이가 들어갈 일은 없을테니까. 부실에서 그러고 있어도 막 급한 일이 있거나 깨워야하는 상황이 아니라면 그냥 내버려두지 않을까 싶어. 가을이는 막 그렇게까지 워커홀릭은 아니거든!
커피를 마시겠냐는 물음에 가을은 고개를 끄덕였다. 딱히 피곤하거나 커피를 꼭 먹어야한다는 느낌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먹어서 나쁠 것은 없었다. 카페인이 돌면 집중력이 조금 더 잘 생긴다는 말도 있지 않던가. 물론 그게 진실인지는 조금 생각을 해봐야겠지만. 아무튼 자신에게 낸 커피를 받으면서 가을은 한 모금 마셨다. 향과 맛이 적당히 진한 것이 딱 자신의 취향이었다.
"당연하잖아. 그렇게 하려고 마음 먹고 온 거니까."
아무리 악마의 유혹을 속삭여도 소용없다는 듯 가을은 고개를 도리도리 옆으로 저었다. 분명하게 자신의 의지를 확고하게 말하는 것은 가을의 버릇이었고 이번에도 역시 예외는 아니었다. 분명하게 그렇게 이야기를 한 후 가을은 다시 서류 정리를 잠시 집중했다. 그러면서도 귀는 쫑긋 세워서 도림의 말에 귀를 기울이다가 그녀가 음식점의 리뷰를 보여주자 그는 잠시 시선을 그쪽에 두었다.
"확실히 괜찮긴 하네. 그보다 내가 안 간다고 하면 어쩔 참이었던거야? 지금 네 말을 들어보면 내가 갈 거라고 확신하고 있었던 것 같거든?"
뭐, 갈거지만. 그렇게 이야기를 하면서 가을은 다시 서류 작업에 집중했다 .이제 더 말을 걸지 말라는 듯, 그는 잠시 쉿 소리를 내면서 조금도 시선을 옆으로 두지 않고 서류만 바라봤다. 그렇게 정말로 그는 아무런 말 없이 작업에 집중했고 서류를 넘기거나 체크하거나 차곡차곡 정리하는 소리만 조용히 울릴 뿐이었다.
그렇게 정말로 아무런 말 없이 조용히 작업을 하던 와중 그는 마무리를 했다는 듯이 쭉 기지개를 켰다. 그리고 의자 등받이에 등을 댄 후, 오른손으로 입을 막고 크게 하품했다.
거의 다 끝났다는 그 말에 가을은 도림의 작업이 끝나는 것을 조용히 기다렸다. 누군가를 기다리는 것은 크게 어렵지 않은 일이었다. 그저 옆에 앉아서 방해가 되지 않도록 가을은 핸드폰을 꺼내서 잠시 톡을 확인했다. 당장 급한 것은 없으니 답장은 나중에 해도 되겠지. 그렇게 미루는 것은 지금 막 작업이 끝나는 도림의 모습이 보였기 때문이었다. 저장을 하고 종료한 후, 자리에서 일어나 옷을 입는 것에 맞춰서 가을 역시 자리에서 일어섰다. 쭈욱 깍지를 낀 후에 두 팔을 위로 뻗는 동작으로 기지개를 다시 한 번 켠 후에 가을은 미소를 머금었다.
"그래? 그렇다면 사양은 하지 않을게. 하지만 너무 무리하진 마. 애초에 순대는 내가 산다고 했잖아."
일단 가게를 찾은 것은 도림이었기에 가을은 도림에게 안내를 부탁한다고 이야기를 하며 일단 부실 밖으로 나섰다. 불을 끄고 문을 잠그는 작업도 확실하게 했을 것이다. 물론 이후에 또 누군가가 들어올지도 모르지만 그건 그때의 이야기였다. 이어 도림이 앞으로 나서는 것을 확인한 후에야 가을은 발을 옮기려고 했을 것이다.
"아무튼 내년에는 이제 우리 학년 중에서도 부장이 나오겠네. 누가 되려나."
자신이 되면 좋지만 자신이 되지 않는다고 해도 불만을 가질 생각은 그에겐 없었다. 일단 그녀와 발걸음을 맞추려고 하면서 그는 앞을 바라봤다. 괜히 주변을 두리번거리는 것은 저지먼트 부원으로서의 그의 버릇이었다.
안개라. 여긴 안개는 깔리지 않아서 잘 모르겠네. 얼마나 많이 깔린 것인진 모르겠지만 그래도 고생했어! 그리고 가을이의 테마곡? 그다지 생각해본 적은 없는데.. 으윽! 사실 딱 떠오르는 곡이 없어. 8ㅁ8 다음에 생각나면 올려보는 것으로 할게! 사실 캐릭터 짜면서 따로 테마곡은 잘 안 정하는 편이거든. 아무튼 도림이는 약간 좀 느긋한 분위기로구나! 캐릭터와 잘 맞는 것 같아!
그러고 보니 인천에 사는 내 친구가 오늘 안개가 상당히 진하게 꼈다고는 들은 것 같은데. 아무튼 여러모로 고생이 많았어! 일단 여기는 서해와는 거리가 먼 곳이라서 안개가 없었나봐!
좋아. 다음 상황 정하는 것이 좋겠지! 일단 평상시 일 없을 때의 느낌으로 첫 상황을 돌려서 캐릭터 성향이나 그런 것을 확인했으니까.. 다음에는 어과초 기반이니까 초능력을 쓸 수 있는 그런 장면이면 어떨까 싶어. 약간 연구에 협력하는 것이라던가 서로 연습을 도와주는 장면이라던가 혹은 약간의 전투 같은 것도 좋을 것 같긴 한데.. 도림주는 혹시 원하는 장면 있니?
그야 연구소는 따로따로이지 않을까? 아무래도 빙결과 화염이니까 똑같은 데서 연구를 할 것 같지는 않거든. 거기다가 연구 목적도 완전히 다를테고. 그렇다면 저지먼트 전용 훈련소 같은 곳에서 서로 능력을 연습하거나 다룬다거나 그런 것은 어떨까? 저지먼트니까 그 정도 공간은 있어도 좋지 않을까 생각하거든! 원작에는 그 정도 시설은 없는 것으로 알지만 여기엔 있다고 쳐도 될테고!
명월 고등학교 저지먼트가 사용하고 있는 훈련장은 허가가 떨어지지 않으면 들어올 수 없는 사유지였다. 그야 어쨌건 능력을 사용할 수 있는 이들이 체력을 단련하거나 자신의 능력을 갈고 닦기 위해서 사용하는 훈련장이니 당연히 허가가 없으면 들어올 수 없지 않겠는가. 붉은 체육복 차림의 가을은 지금 그 곳에 서 있었다.
눈앞에 여러 개의 허수아비를 세워둔 후 가을은 손을 앞으로 내민 후에 있는 힘껏 휘둘렀다. 눈앞에 있는 허수아비의 하단이 천천히 얼어붙는가 싶더니 단번에 허리 위치까지 솟아올라 꽁꽁 얼게 만들었다. 그것이 바로 그의 능력이었다. 수분이 없으면 사용할 수 없는 능력이긴 하나 일단 이곳은 그렇게 건조하지 않았기에 공기 속 수분이 어느 정도 있었고 이렇게 얼어붙게 만드는 것이 가능했다.
물론 수분이 없는 경우를 대비해서 그는 허리춤에 가방을 하나 메고 있었다. 그 안에는 물이 가득 들어있는 작은 물통이 세 개 들어있었다. 그 물을 공기 중으로 뿌린 후에 단번에 자신의 무기로 사용하는 것이 그의 전법 중 하나였다.
'레벨5..라는 거 정말로 되기 어렵네. 대체 어떻게 해야 한단계 더 올라설 수 있지?'
미지의 영역. 레벨5. 자신은 레벨4지만 그에 만족할 순 없었다. 어떻게든 한단계 더 올라가고 싶다고 생각하며 그는 자신의 능력을 있는 힘껏 컨트롤 했다. 뒤에서 들려오는 발소리도 미처 눈치채지 못한채.
꽁꽁 얼어붙은 얼음을 계속 방치할 순 없었다. 그렇기에 가을은 이내 손을 앞으로 내민 상태에서 주먹을 쥐었고 이내 얼어붙은 얼음은 산산조각 나며 땅바닥으로 떨어졌다. 자연스럽게 능력을 풀면 얼음이 녹아내렸을 것이고 바닥에 남는 것은 물 뿐이었다. 허수아비가 부서지지 않도록 얼음만 깨지게 컨트롤 하는 것은 처음엔 힘들었으나 이제는 일숙하게 할 수 있었다.
그렇게 자신의 능력을 조절하여 사용한 후 잠깐 숨을 죽이는 사이 목소리가 들려왔다. 뒤를 돌아보니 도림이 있었다. 그녀도 이곳을 사용하기 위해서 온 것일까. 그렇게 추측하며 가을은 일단 인사를 한 것에 답변하듯 자신도 인사했다.
"아. 응. 안녕. 여기서 다 보네."
딱히 이상할 것은 없었다. 그야 도림도 저지먼트 부원이었고 여기를 사용할 권리가 있었으니까. 하지만 같은 시간에 사용한 적은 그다지 없지 않았나. 그렇게 생각하며 그는 도림을 가만히 바라봤다. 어색한 웃음이 묘하게 신경이 쓰인다고 생각하며 그는 고개를 살며시 도리도리 저었다. 그리고 그녀를 향해 분명하게 이야기했다.
"왜 그렇게 어색하게 웃고 그래? 내 뒤에서 뭐라도 했어? ...아무튼 같이 훈련? 뭐, 상관없지만 괜찮아?"
자신은 빙결. 그리고 그녀의 능력은 화염이었다. 서로 상반되는 능력이었으며 자칫 잘못하면 서로 방해가 될 가능성도 매우 높았다. 물론 자신은 별로 상관없긴 했으나 그녀는 과연 어떨지. 물론 말을 꺼낸 것은 그녀가 먼저이긴 했지만 그래도 일단 제대로 물어보기 위해서 그는 그렇게 되물어보면서 그녀의 답을 기다렸다.
"일단 나는 괜찮아. 비슷한 레벨이니까 오히려 서로서로 도움이 될 수도 있고. 그건 그렇고 무슨 일로 훈련이야? 기숙사에 들어가서 쉬고 있을 줄 알았는데."
일단은.. 오늘 답레는 못 쓰는 걸로 판명이 났어...(눈물) 내가 새벽 4시에 일어나야 하거든... 앗...... 이제 그런 곳은 아니냐면...◐▽◐ 차마 아니라고 말은 못하는 그런 건데... 어...(눈물 좍좍) 그래도 아마 금방 여기를 그만 두게 될 거 같아. 감일 뿐이지만?
"딱히 방해가 되진 않았어. 그리고 아무리 그래도 그 영화의 그 정도는 아니야. 내 능력은 어느 정도 한계가 있으니까. 너도 알잖아. 수분이 없으면 못 쓰는거."
영화의 그 능력은 그런 것과 상관없이 단번에 얼려버리는 것이 가능하지 않던가. 자신은 그 정도는 불가능했다. 어디까지나 주변의 수분을 얼려서 단번에 얼려버리는 그런 능력이었기에 파워와 느낌이 다를 수밖에 없었다. 아무튼 서로 능력을 부딪히는 것도 훈련이 되지 않을까라는 그 말에 가을은 납득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그 말에서 끝나지 않고 아니려나...라는 말이 이어지자 그는 응? 하는 표정으로 도림을 바라봤다.
그리고 이어지는 말들. 능력을 써보고 싶은데 잘 되지 않고 뭔가 막힌 것 같은 느낌이 든다는 그 말에 슬럼프일지도 모르겠다고 생각하며 가을은 오른손으로 자신의 턱을 괴면서 고개를 천천히 끄덕였다. 시선을 마주치지 못하는 도림의 모습을 눈으로 잠시 쫓다가 이내 피식 웃어보였다.
"연구원에게 말을 하는 것이 좋지 않아? 그건? 그리고 창의적이라고 해도 꼭 새로운 방식으로 써야 한다거나 그럴 필요는 없잖아? 기본에 충실하고 그때그때 상황에 맞춰서 유도리 있게 사용하는 것이 좋을 것 같은데. 그러다보면 창의적인 느낌도 나오는거고. 우리들은 rpg게임에 나오는 이들이 아니잖아? 특정한 기술을 만들어서 사용하는 것은 조금 힘들거라고 생각해."
물론 약간의 루틴. 혹은 페턴성은 있을지도 모르지만 게임 캐릭터도 아닌데 어떻게 특정한 기술을 만들어서 쓸 수 있겠는가. 그는 그렇게 생각하며 고개를 천천히 끄덕이고 팔짱을 꼈다.
"마음은 이해해. 어쨌건 게임 속에서나 볼 수 있는 힘 같은 거니까. 여기에 오기 전엔."
철저하게 외부하고는 단절되어있는 학원도시. 그것은 초능력을 키우기 위함이었고 이곳에서의 모든 것은 국가 기밀이나 마찬가지였다. 그런만큼 외부에서는 이곳의 정보를 그다지 얻을 수 없었고 초능력이라는 것도 막연한 무언가였다. 처음 사용할 수 있게 되었을 때는 그야말로 게임같은 힘이나 다를 바가 없어서 눈을 초롱초롱 빛냈던 것을 떠올리면서 그는 공감하는 모습을 보였다.
아무튼 꽃을 만들고 싶다는 그 말에 가을은 고개를 천천히 끄덕였다. 말 그대로 불로 만든 꽃일까. 어떤 느낌일지 궁금하다고 생각하며 그는 일단 살며시 뒤로 물러섰다. 두 눈을 감고 손을 뻗으며 자신의 능력을 사용하려고 하는 도림의 모습을 가을은 정말로 빤히 바라봤다. 그리고 이내 벚꽃처럼 피어오르는 불꽃. 손바닥에서 일렁이며 그 형태를 유지하는 것은 역시 레벨4에 걸맞은 모습이었다. 이내 가을은 어깨를 으쓱하면서 그녀에게 이야기했다.
"잘 안된다더니 잘하잖아. 역시 일시적으로 잘 안되었던 거 아니야?"
물론 기뻐하는 목소리로 보아 잘 되지 않은 것은 분명한 사실같았지만 지금 중요한 것은 그녀가 성공했다는 사실 하나였다. 지금 이렇게 되었으니 크게 문제될 것은 없지 않나. 그렇게 생각하며 그는 웃음소리를 냈다. 이어 그는 오른손으로 주먹을 쥔 상태로 팔을 앞으로 뻗었다. 그리고 검지를 살며시 앞으로 내민 후에 그 끝에서 눈꽃을 피웠다. 차갑게 식어버린 얼음 알갱이가 모여서 피어오른 작은 꽃은 이내 녹아내렸고 물이 되어 바닥에 떨어졌다.
물론 레벨4라고 해서 폭주가 아예 없는 것은 아니었으나 상대적으로 그 가능성은 적은 편이었다. 그만큼 안정되고 잘 활용할 수 있기에 레벨4라는 것이 아니겠는가. 이 학원도시 내에서 레벨이란 그 정도의 위상이 있었다. 그렇기에 연구를 위한 학원도시인 것이고. 아무튼 가을에게 있어서 도림의 저 말은 정말로 쓸데없는 걱정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었으나 가능성이 제로인 것은 아니었으니 결국 고개를 천천히 위아래로 끄덕였다.
"하지만 불꽃을 얼릴 수 있을진 잘 모르겠네. 끌 수는 있을 것 같지만 말이지."
그 부분은 역시 가을 역시 장담할 수 없었다. 본시 얼음은 불에 녹는 법이 아니겠는가. 불꽃이 얼기보다는 얼음이 녹고 그 물로 인해서 꺼지는 것이 일반적이지 않을까 생각하는 것과 동시에 정말로 큰 불이면 자신의 능력으로는 역시 어림도 없지 않을까 생각하며 가을은 도림의 얼굴을 빤히 바라보다가 괜히 시선을 돌렸다.
"아무튼 초조하게 마음 먹은 것이 원인인거 아니야? 지금은 또 잘 되잖아. 일단 그 감각을 잊지 않기 위해서 조금 더 반복 연습을 해보던지. 그렇게 반복하면서 자신의 것으로 삼는다는 것은 너도 알 거 아니야. 아무튼 나?"
자신에게 훈련 이유를 묻는 도림의 물음에 가을은 잠시 생각을 하다 괜히 어깨를 으쓱했다. 딱히 그 이유를 숨길 필요도, 숨길 생각도 없었기에 그는 태연하게 이야기했다.
"하루라도 더 빨리 더 높은 경지로 가고 싶어서. ...레벨5라는 거. 역시 살면서 한번은 되보고 싶잖아? 물론 도저히 그 감을 못 잡겠지만. 대체 무슨 경지인걸까. 그건."
꽃다발을 만들 정도면 상당히 많은 양의 불을 다뤄야 한다는 이야기가 아니겠는가. 그러면 자칫 잘못하면 화재가 일어나는 것은 아닐까 싶어 그는 고개를 도리도리 저었다. 물론 하는 것은 도림의 자유이긴 했기에 별 말은 없었으나 그래도 위험한 일을 굳이 하게 해서 좋을 일이 뭐가 있겠는가. 적어도 요즘 같은 세상에 그 정도로 능력을 쓸 필요는 없지 않을까 추측하며 가을은 일단 그 정도로만 이야기했다.
한편 자신의 목표인 레벨5에 대해서 이야기를 하자 도림의 눈이 반짝이는 것에 가을은 살짝 당황하면서 시선을 살며시 회피했다. 자신에게 하는 격려와 응원 메시지는 고맙게 받아들일 수 있었지만 그 메시지 내용이 묘하게 간질간질한 탓이었다. 물론 순수하게 응원해주는 것은 알 수 있었으나 역시 정면에서 듣는 것은 조금 익숙하지 않은 탓이었다.
"엄청나게 훈련이라고 해야할까. 과연 그게 맞을지도 아직은 모르겠단 말이지. 그러면 지금까지 레벨5라는 영역에 들어서는 이가 절대로 적진 않을 거 아니야. 그런데 극소수인 것을 보면 과연 그게 맞는지도 모르겠고..."
방금 이야기한 숨 쉬면서 능력을 쓸 수 있는 경지라는 그녀의 말을 떠올리며 역시나 가을은 영 이미지가 안 잡힌다는 듯이 고개를 저었다. 그럼 레벨5라는 이들은 그냥 아무렇지도 않게 무의식중에서도 능력이 나온다는 그런 의미일까. 뭔가 그것은 아닌 것 같다고 생각하며 그는 침묵을 잠시 지키다가 제 손바닥 위에 다시 한 번 더 얼음으로 만든 장미를 피웠다가 그 장미를 깨뜨렸다. 이어 손에 묻어 나오는 얼음 조각들을 살살 털어내며 그는 입을 열었다.
"너는 별 생각 없는거야? 레벨5라는 거. 마치 너는 그냥 응원만 하겠다는 느낌이잖아."
/가을이..가을이로구나! 우와아아! 만든다고 수고 많았어!! 아무튼 답레와 함께 갱신이야!
봄이라. 아마 벚꽃나무 아래에서 책을 읽거나 능력에 대한 연구를 하거나 그러지 않을까 싶어! 물론 벚꽃 구경도 할테고 말이야. 그러다가 괜히 벚꽃잎에다가 자신의 능력을 써서 얼음 벚꽃을 만들어볼 것 같기도 하고! 아무튼 도림이는 그야말로 느긋한 성격이로구나. 물론 시트에서도 느껴졌지만 말이야! 뭔가 몸을 웅크리고 자는 작은 강아지가 떠올랐어! ㅋㅋㅋㅋㅋ
ㅋㅋㅋㅋㅋㅋ 뭐야. 얼굴만 살짝 올리고 꼬리를 살랑살랑 흔드는 그런 모습이 떠오르잖아! 물론 방금 말한 꼬리 위로 홱 올리고 졸고 있는 그런 모습도 떠올랐어. 꼬리 만지면 화들짝 놀라서 불꽃 쏘려나? (안됨) ㅋㅋㅋㅋㅋ 으악!! 엘사 정도는 아니야! 애초에 수분이 없으면 능력 못 쓰는걸!! 그러니까 그런 거 아니야! 아무튼 출장 중이로구나. 음. 너무 무리하진 않아도 괜찮아! 일단 오늘 하루도 화이팅!
장난스러운 목소리에 가을은 태연을 가장하며 그렇게 대답했다. 사실 따지고 보면 정말 아무 것도 아니었기에 그의 말은 절대로 거짓말이 아니었다. 일단 저기에 응답을 하거나 반응을 제대로 하면 필시 놀리는 목소리가 나올 것이라고 생각하며 가을은 그 부분에 대해서는 말을 아끼며 입을 다무는 것을 선택했다.
"나도 레벨 4니까. 이 정도는 해야지. 이 정도도 못하는데 레벨4라고 분류될리가 없잖아? 너도 가능하면 나도 가능해."
물론 모든 레벨4가 다 비슷한 레벨이라는 것은 아니긴 하지만, 그럼에도 그녀가 할 수 있는 것은 자신도 할 수 있을리라. 그렇게 생각하며 가을은 고개를 천천히 끄덕였다. 그러다 레벨5에 대한 그녀의 말이 들려오자 그는 입을 꾹 다물고 조용히 도림을 바라봤다. 뭘 생각하는지 잠시 눈을 감고 숨을 약하게 내뱉던 그는 괜히 고개를 도리도리 저었다. 그리고 다시 눈을 뜨고 도림의 얼굴을 바라보면서 이야기했다.
"정말로 거기서 멈춰도 되는거야? 여기까지 왔으니까 앞으로 한단계 더 올라가도 좋잖아. 물론 네가 싫다면 싫은 거지만... 포기하는 거라고 한다면 조금 더 도전해봐도 좋지 않겠어? 여기까지 왔으니 앞으로 한단계인데."
그야말로 정점. 바로 그곳에 도달할 수 있는 계단은 이제 딱 한개가 남았다. 물론 그 한개가 도저히 올라갈 방도가 보이지 않았고 감도 잡히지 않았으나 그럼에도 같이 힘을 합치면 다 같이 오를 수 있지 않을까. 그렇게 생각하며 그는 다시 도림에게 물었다.
절대로 빈말이 아니었다. 타오르는 불씨를 모아서 꽃을 만드는 것은 직접 보지 않으면 그 아름다움을 알 수 없었다. 옛부터 불을 보면 정신이 멍해지고 홀린다고 했던가. 딱 그런 느낌이었다. 무엇보다 도림이 자신의 능력을 잘 컨트롤했기에 더더욱 그러지 않았을까. 그렇게 생각하면서 그는 자신이 만든 얼음 장미를 떠올렸다. 역시 화려함은 도림의 불꽃이 더 높은 것 같다고 생각하며 그는 어깨를 으쓱했다. 라이벌 의식은 있었으나 그렇다고 악의적으로 대할 생각은 없었다. 어디까지나 선의의 라이벌이 그의 성미에 맞기도 했고.
아무튼 도림의 말이 이어지자 가을은 잠시 입을 다물고 그 말에 귀를 기울였다. 간단하게 말하자면 욕심은 나긴 하지만 더 올라가면 바빠질 것 같아서 싫다는 이야기. 그 말에 가을은 뚱한 표정을 지었다. 정확히는 도끼눈을 뜨고서 도림을 뚫어져라 바라봤다. 하지만 강제로 올라가야한다고 이야기를 할 순 없었기에 그는 작게 쳇- 소리를 내면서 고개를 도리도리 저었다.
"알았어. 알았어. 그렇게 말하는데 내가 뭐라고 할 순 없는 거니까. 그건 그렇고 덕이라니. 아하하하. 무슨 덕을 보고 싶은거야? 나에게. 부정한 것은 안되는 거 알지?"
어지간한 부탁은 들어줄 수 있기야 했지만 그래도 부정한 것, 불법적인 것은 절대로 도와줄 수 없다고 이야기를 하며 그는 그 부분에 대해서는 선을 살며시 그었다. 이어 그는 어깨를 으쓱하며 도림에게 말을 이었다.
"여름에 덥지 않게 얼음집 하나 정도는 만들어줄게. 아마 피서로는 그것만한 것도 없을걸?"
괜히 고개를 도리도리 저으면서 절대로 이상한 것은 아니라는 것을 그는 강조하듯이 이야기했다. 아무래도 그녀의 생각은 자신과는 정 반대의 느낌이었으니까. 이렇게 된 이상 자신이 하루 빨리 레벨5가 되면 그녀도 조금은 의욕이 생기거나 그러지 않을까. 그렇게 생각하며 그는 당분간은 자신의 훈련에 집중하기로 마음 먹었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레벨5가 될 수 있을지는 알 수 없었다. 그야말로 모든 초능력의 정점. 이 학원도시에서도 극소수밖에 없는 이들. 그런 이들 사이에 자신도 끼여보고 싶은 욕심을 품으며 그는 괜히 한숨을 내쉬었다.
"빙수는 그렇다고 쳐도 아이스링크장이라니. ...아무리 그래도 너무 엘사처럼 보는 거 아니냐. 너."
정말로 못말린다는 듯이 그는 고개를 살며시 도리도리 저었다. 확실히 자신의 능력이라면 가능할지도 모르지만... 아무리 그래도 아이스링크장은 조금 많이 간 것이 아닐까 싶으면서 그는 결국 쓴 웃음소리를 냈다. 그러다가 살며시 머릿속으로 이미지를 그리면서 그는 웃음을 약하게 터트렸다. 한여름에 아이스링크장이라. 나쁘지 않은 발상이긴 했다.
"말해두는데 이글루 수준이 아니거든? 아예 집을 지어줄게. 하하핫. 그 정도는 가능하거든. 아. 하지만 안에서는 능력 사용 금지야. 네 능력이라면 단번에 다 녹아버릴테니까. 절대로 안돼. 불은! 불만큼은 안돼! 그런데 여름?"
말을 하는 와중 갑자기 여름을 이야기하는 것에 그는 가만히 고개를 갸웃했다. 벌써부터 여름이라고? 당장 한 달 후의 일정도 모르는데? 너무 많이 간 것은 아닌가 싶어 그는 가만히 고개를 도리도리 저었다.
"아니. 아니. 너무 빠르잖아. 여름이라니. 적어도 놀러갈 것 같으면 2주 전에 이야기해. 벌써부터 그때의 일정은 내가 어떻게 알아. 그런데 놀러가는 거. 우리 둘이서만? 아니면 다른 부원들도 불러서?"
아스타라는 꽃이 있었구나. 처음 알았어! 검색해봤는데 보라색이어서 그런지 뭔가 되게 예쁜 것 같아! 그리고..도림이..ㅋㅋㅋㅋㅋ 고독이 일상인거냐구!! 아냐! 그럴리가 없어! 아무튼 시리어스한 것과 도림이는 거리가 먼거구나. 그리고.. 그 와중에 이불...ㅋㅋㅋㅋ 먹을 것..ㅋㅋㅋ 완전 나태한 삶이잖아! 하지만 그런 삶이 좋다. 그 와중에 산책...ㅋㅋㅋㅋ 강아지 빙의해버린거냐구! ㅋㅋㅋㅋ 귀여워. 아무튼 좋은 소식부터 먼저 듣고 싶어하는 편이로구나. 이런 것은 기억해야만 해! 아무튼 자야 할 시간이로구나. 그렇다면 잘 자고..내일도 좋은 일 가득하길 바라!
생각도 못한 표현에 가을은 벙찐 표정을 짓다가 빵 웃음을 터트렸다. 엘사는 그렇다고 쳐도 불기둥이라니. 애초에 프로 엘사는 또 뭔지. 참으로 엉뚱하면서도 귀여운 표현이라고 생각하며 가을은 어깨를 으쓱했다. 그녀 나름의 표현법이라고 생각하면 조금 엉뚱한 느낌은 있었으나 그렇게 나쁘진 않았다.
"보통은 능력을 안 쓴다고 하지 않냐. 그럴 때는. 네 느엵이라면 필시 얼음집은 다 녹아버릴거야. 그리고 물만 남고 습기만 가득해질거라고. 말해두는데 그렇게 되면 또 안 만들어준다. 난."
얼음집을 만들기 위해선 수분을 정밀하게 컨트롤하고 그 자체를 얼려버려야만 했다. 말 그대로 건축과 크게 다를 것이 없었기에 굳이 그렇게 세밀하게 두 번이나 능력을 쓰고 싶지는 않다는 듯 가을은 고개를 도리도리 저었다. 한편 둘이서만 가는 것도 나쁘지 않다는 그 말에 가을은 잠시 팔짱을 꼈다.
"뭐, 나쁘진 않다고 생각하는데 일정이 역시 잡혀야 뭐가 되겠지. 저지먼트 활동이 있으면 빼기도 애매하니까. 우리 둘만 노골적으로 같은 날에 빼기도 그렇고."
필시 이런 말, 저런 말 나오지 않을까 생각하며 가을은 다시 허수아비 쪽으로 돌아본 후에 그 허수아비를 손가락을 퉁기는 것으로 얼려버리면서 잠시 생각하는 모습을 보였다. 그러다가 그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을 이어나갔다.
"나는 엘사가 아니야. 그건 그렇고 애초에 피서용인데 거기서 살아도 되는거야? 감기 걸려. 생각보다 추울걸?"
아무리 그래도 얼음으로 만든 집이니까 온통 얼음밖에 없을텐데 거기서 살겠다니. 아무리 불을 피운다고 해도 추울 수밖에 없을까. 그냥 하루 정도 피서로 지낸다면 모를까. 계속 거기서 사는 것은 역시 불가능에 가깝지 않을까 생각하며 가을은 고개를 살며시 도리도리 저었다. 자신의 능력 때문에 친구가 감기에 걸린다면 그건 그것대로 조금 애매하지 않겠는가. 그렇게 생각하며 그는 손바닥을 펼친 후에 얼음으로 만들어진 아주 작은 집. 말 그대로 피규어 크기의 그런 집을 살며시 만들었다가 이내 녹이면서 손바닥 위에서 흐르는 물을 가볍게 털어냈다.
"가르쳐달라고 의지? 혹시나 해서 말하는 건데 나에게 서핑을 가르쳐달라고 하는거야?"
이렇게 나올 것은 미처 예상하지 못했기에 가을은 살짝 난처한 표정을 지었다. 물론 자신은 물놀이를 좋아했다. 수영도 꽤 잘하는 편이라고 자부할 수 있었고. 능력도 능력이다보니 물과는 꽤 친숙해서 더더욱 그런 것일까. 하지만 그게 서핑을 잘한다. 가르칠 수 있다라는 방향으로 이어지기는 힘든 법이었다. 살며시 난처한 표정을 지으면서 그는 제 머리를 가만히 긁적이다가 헛기침 소리를 내면서 옆으로 고개와 시선을 회피했다.
"아니. 나도 서핑은 그다지 해본 적 없는데. 그래서 가르쳐달라고 해도 곤란해. 돈으로 지불이고 뭐고 원하는 것이고 뭐고.. ...오히려 내 쪽에서 배워야 할 지경이야. 그건. 차라리 수영이나 다이빙이면 모를까."
물론 자신이 가는 길을 얼리면서 바다 위를 걸어가는 것 정도는 가능할지도 모르나 그건 서핑과는 거리가 멀지 않겠는가. 이내 그는 고개를 살며시 도리도리 저었다.
물론 어느 정도 있다가 나온다면 모를까. 너무 오랫동안 생활을 하면, 추위 때문에라도 안 걸릴 수 없지 않을까? 그렇게 생각하며 가을은 고개를 살며시 갸웃했다. 물론 그녀의 능력을 이용하면 그나마 나을지도 모르지만. 그렇게 되면 온기 때문에 얼음집이 녹아버릴지도 모를 일이었다. 불에도 녹지 않을 정도로 얼음을 제대로 꽁꽁 얼려서 만들어야 할까. 그건 나중에 생각을 해야겠다고 생각하며 가을은 고개를 천천히 끄덕였다.
이내 자신에게 사과를 하는 도림의 모습에 가을은 그럴 필요 없다는 듯이 고개를 도리도리 저었다. 딱히 도림이 뭔가를 잘못한 것은 아니지 않은가. 그렇기에 그는 태연하게 어깨를 으쓱하면서 다시 말을 이어나갔다.
"아무리 그래도 그건 아니지. 그럼 너는 불꽃 속으로 뛰어드는 것이 전문이게? 소방수라던가."
스스로가 생각해도 참으로 이상한 예시라고 생각하며 그는 작게 웃음소리를 냈다. 그러다 그녀가 불꽃으로 만든 숫자 1,2,3을 바라보더니 그는 고개를 돌리면서 다시 허수아비를 바라봤다.
"아무튼 잡담은 이 정도로 할게. 지금은 훈련 중이니까. 조금이라도 능력을 더 높여야만 해."
레벨5. 절대로 잡히지 않을 것 같은 무언가. 하지만 그것을 잡기 위해서라도 그는 지금 이 시간을 그저 노는 것으로 보낼 순 없었다. 이내 하늘 위에서 고드름을 만든 후에 저 앞으로 날려버린 후, 그는 그 고드름을 다시 없애버리면서 숨을 약하게 내쉬었다.
"힌트라도 있으면 좋겠는데."
/나메 실수는 괜찮아! 그리 중요한 것은 아닌걸! 엣. 그 정도로 멋진거야?! (동공지진)
"소방수는 아마 쉬는 시간 없이 계속 움직여야할걸? 물론 하는 것은 네 자유지만 말이야."
적어도 그녀가 자신에게 보여주는 조금 느긋한 생활태도로는 하기 힘들지 않을까 생각하며 그는 가만히 고개를 갸웃했다. 허나 그렇다고 해도 그녀 역시 저지먼트 대원이고 할 때는 하는 이였다. 그렇기에 아마 의외로 잘하지 않을까 생각을 하며 그는 이내 미소를 지었다. 이러니저러니 해도 친한 동료였다. 신뢰를 하지 않을 수 있을까?
고드름이 녹아내리며 수분이 공기 중으로 사라지는 것을 눈으로 확인하며 그는 제 능력을 컨트롤 했다. 그 상태에서 다시 얼리면 또 다른 형태가 되겠지. 허나 지금은 그대로 없애버리기로 하며 그는 수분을 다시 컨트롤 했다. 이내 고드름이 완전히 사라지고 그 형태가 없어지자 그는 능력을 해제했다. 그 수분은 아주 작아져서 다시 공기 속으로 흘러들어갔으리라. 그런 와중에 근처에서 뜨거운 기운이 느껴져서 그는 고개를 가만히 돌렸다.
"..마법봉? 마법소녀라도 할 참이야?"
어째서 여기서 마법봉? 그렇게 생각하면서 그는 고개를 갸웃했다. 활활 타오르는 불꽃으로 이뤄진 그 마법봉이 상당히 정교하다고 느끼며 그는 제 손바닥을 펼치고 그것과 비슷한 디자인의 마법봉을 만들었다. 그녀의 마법봉이 타오르는 불꽃이라면 자신의 마법봉은 꽁꽁 얼어붙은 얼음이었다. 빙과 화. 그야말로 대조적인 두 마법봉을 바라보며 그는 싱긋 미소를 지었다.
"역시 이러니저러니 해도 너도 레벨5에 도전했으면 좋겠다 싶어. 나는."
/안녕! 도림주! 도림주가 있는 곳은 비가 많이 내리는 모양이구나. 여긴 아직 비는 내리지 않고 있어! 습기는 느껴지지만 말이야!
타오르는 불꽃으로 뭔가를 형상화하는 것은 어려운 법이었다. 적어도 자신의 얼음은 잡을 수라도 있지만 불꽃은 잡을 수도 없고 그 형태가 고정되는 것도 아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렇게 형상을 만들어내는 것을 보면 역시 도림 역시 레벨4나 되는 실력자임은 분명하다고 가을은 생각했다. 자신이 불꽃을 다룬다면 과연 저렇게 다룰 수 있을지. 그렇게 생각을 하면서 그는 곧 들려오는 '커플 마법봉'이라는 말에 고개를 살며시 도리도리 저으면서 자신의 능력을 해제하며 마법봉을 없앴다.
"커플 마법봉은 무슨. 그냥 비슷하게 만든거지. 아무튼... 싫으면 싫은거지 뭐. 나는 일단 그랬으면 좋겠다는 거니까."
말은 저렇게 하나 고개를 기울인 것도 그렇고 입술을 살짝 깨문 것 ㅡ물론 찰나였지만ㅡ 도 그렇고 그녀에게는 그렇게 듣기 좋은 말은 아니었을지도 모르겠다고 생각하며 가을은 시선을 살며시 치우며 그렇게 이야기했다. 이내 앞으로 걸어가서 쓰러진 허수아비들을 일으킨 후, 이번엔 일렬로 세우고 아주 크고 날카로운 고드름을 하늘에 생성시킨 그는 그것을 있는 힘껏 앞으로 날렸다. 이내 나무가 부서지는 소리가 나며 허수아비가 쭈욱 뒤로 밀려났다. 고드름에게 박힌 모습은 그야말로 허수아비 꼬지를 연상시켰고 그는 어깨를 으쓱했다.
"그래야지. 훈련하려고 왔으니 말이야. 그렇게 말을 하는 것을 보면 넌 슬슬 가게?"
여기에 더 있어도 상관없는데. 그렇게 말을 남기면서 그는 그저 앞을 조용히 바라볼 뿐이었다.
"애초에 성질 자체가 다르잖아. 나는 얼음이고 너는 불꽃. 얼음은 만질 수 있지만 불꽃은 만질 수도 없고 그 형태를 유지하기도 힘들어. 그러니까 알아보기 힘든 것은 어떻게 보면 당연한거야. 어떻게 보면 형태를 유지하는 것부터가 어려울 것 같은데? 나도 얼음을 만질 수 없다면 이렇게 형태를 유지하기 힘들테고."
그 부분을 분명하게 가을은 딱 잘라 이야기했다. 불꽃과 얼음은 그 성질이 다른 것이니 같은 관점에서 볼 순 없는 것이었다. 사람이 불꽃을 만질 수 있던가. 애초에 불꽃으로 형태를 유지하는 것이 쉬운 일이겠는가. 고체가 아닌 무언가를 형태로 고정시키는 것 자체부터 이미 레벨이 다른 이야기라고 생각하며 그는 고개를 도리도리 저었다.
"별로 상관없어. 하지만 순찰을 해야 하는 시간이라면 순찰을 빼먹으면 안되잖아? 그 부분의 시간 조율은 네가 정하면 되지 않겠어?"
순찰을 간다. 즉 일정이 있다는 이야기였다. 자신은 누군가가 본다고 해도 크게 상관은 없었으나 만약 저지먼트로서의 순찰적인 업무라고 한다면 그것을 함부로 뺄 순 없는 노릇이었다. 1학년도 아니고 2학년. 말 그대로 어느 정도 모범을 보여야 할 시기가 아니던가. 그 부분에 대한 생각은 흔들림이 없었기에 분명한 목소리로 이야기를 하며 가을은 이내 고드름을 치우고 허수아비를 다시 정렬했다.
"물론 너무 가깝게 다가오진 말고. 어쨌건 얼음이고 냉기니까 잘못 조절하면 위험하기도 하고."
결론은 연습에 휘말리지 않게 조심만 하라는 이야기였다. 그렇게만 하면 자신은 크게 터치는 할 생각이 없다는 듯.
저..저런... (흐릿) 밖에서 갱신이라니. 굳이 무리하게 갱신하지 않아도 괜찮은데! 아무튼 어서 따뜻한 곳으로 들어와! 도림주!! (흐릿) 응. 맞아. 보통 레벨5에게 붙는 것이 이명이니까!! 아무튼 레벨5가 못되는 이유는...아무래도 넘사벽이라서? ㅋㅋㅋㅋ 그러다가 언젠간 될지도 모르지! 오. 피닉스와 가루다? 어느 쪽도 괜찮을 것 같은데?!
달이 밝은 곳. 그런 곳은 밝기도 밝지만 어둡기도 어둡기 마련이다. 빛이 강할수록 그림자가 강한 법이니 당연한 말일 터다. 도림은 구태여 그 곳에 눈을 돌리지 않는 편이었다. 먼저 공격하지 않는 한, 느긋하게. 인사를 하거나 평온하게 대하는 것이 모토였다.
"왜?" 냐고 묻는 말에 그녀는 "그들도 사람인데 기분좋게 인사하고 대화하면 좋잖아." 라고 대답할 정도였다. 물론, 그게 한 번일 뿐이었다. 한 번의 인사. 한 번의 눈 감아줌. 한 번의.....
그럼 여기서. 하고 도림은 생각하며 눈을 굴렸다. 저지먼트 순찰 중에 바로 옆에서 벌어진 폭력 사태였다.
"안녕?"
본 적 없는 스킬아웃이라면, 그녀도 그냥 말로 주의를 주고 넘어갈 생각이었다. 그러나 상대가 이미 한 번, 넘어갔던 스킬아웃이 또 걸린 상황이다. 그 스킬아웃은 갱생하지 못할 것이라 생각하는 바다. 도림은 웃으며 인사를 했다.
그게 끝이었다. 봐주는 건 끝났다. 도림은 스킬아웃을 제압하곤 아무렇지도 않은 표정으로 웃었고 스킬아웃이 그 자리에서 꼼짝하지도 못하게 그 주변에 불로 된 원을 만들어서 가뒀을 뿐이었다. 가슴께까지 올라가는 작은 불기둥으로 이뤄진 그녀는 시인했다. 능력으로 조금 찍어누른 건 조금 심했다고 생각했다.
"음... 이렇게 하면, 나쁜 짓은 못하겠지?"
불기둥으로 사람을 가둬놓고 할 말은 아니었지만 그녀는 주변 인기척도 눈치채지 못한 채, 그녀가 중얼거리듯 말했다.
오늘 도림의 순찰 파트너는 다름 아닌 가을이었다. 물론 두 사람이 항상 같이 순찰을 하는 것은 아니었다. 그냥 근무표대로 순찰을 돌다보면 자연히 이런 사람, 저런 사람. 다양하게 파트너가 되는 것이 아니겠는가. 두 사람이 함께 순찰을 가는 것은 어쩌면 꽤 오랜만일지도 모를 일이었다. 아무래도 일학년들의 교육도 있었고 삼학년들의 보좌로 함께 하는 일도 있었을테니까.
잠시 근처를 둘러보기 위해서 가을은 따로 행동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곳에서의 볼일 ㅡ정확히는 담배를 피는 학생을 잡아서 이름을 작성하게 한 후 훈계조취를 한 것이었다.ㅡ 을 종료한 후, 반과 이름을 기록한 메모장을 자신의 상의 주머니에 집어넣고 그는 도림이 있는 곳으로 돌아왔다. 그런데 이게 무슨 일인가. 원 형태로 불기둥이 타오르고 있었고 그 안에 누군가가 있는 것 같았다. 그리고 도림이 그 앞에 있었다. 대충 무슨 일이 있었는지 짐작은 할 수 있었다. 애초에 도림의 능력이 뭔지는 가을, 자신이 매우 잘 알고 있었으니까.
"...일단 뭘 하고 있었는지부터 물으면 될까?"
돌아왔다고 이야기를 하며 가을은 오른손을 들어 원을 그린채로 타오르고 있는 불기둥을 가리켰다. 그녀가 아무한테나 저런 짓을 할리는 없기야 하겠지만 그래도 확실하게 확인을 할 필요가 있었다. 그렇게 생각하며 그는 빤히 그녀를 바라보며 설명을 요구했다.
확실히 저렇게 해두면 뭔가 행동을 취하기는 어려운 법이었다. 그렇다고 한다면 제압이 맞긴 맞으나 저것이 메뉴얼적으로 맞을지는 또 별개의 일이었다. 물론 메뉴얼은 크게 존재하지 않았으며 경우에 따라서는 물리적 행사를 할 수도 있는 것이 저지먼트였다. 그렇기에 가을은 딱히 도림의 행동에 제약을 하거나 뭐라고 할 생각은 없었다. 무엇보다 상대를 꼼짝 못하게 하면서 행동을 제어할 수 있는 방법은 누가 뭐라고 하더라도 초능력이었다. 자신들은 이 힘을 이용해서 근처 치안을 지키고는 했으니까.
"뭐, 스킬아웃에 대한 편견은 가지고 싶지 않지만... 그래도 스킬아웃이라는 것이 대체로 그런 느낌이니까. 오히려 양아치 레벨이라면 차라리 낫기는 한데."
경우에 따라서는 고능력자들에게 해를 끼치기도 하고 유혈사태조차도 일으키는 존재들. 적어도 가을은 그런 그들을 그렇게 좋아하는 편이 아니었다. 아니. 굳이 따지자면 싫어하는 편이었다. 결국 자신들이 노력을 하지 않고 자기 마음대로 되지 않는다고 난동을 부리는 것과 크게 다를 바가 없었으니까. 이어 그는 불기둥 내부에 있는 이를 바라보고는 한숨을 약하게 내쉬었다.
"그렇다고 저대로 계속 둘 수는 없을 것 같은데. 이후는 어쩔 참이야?"
단순히 붙잡아둔 것은 아닐 거라고 생각하며 그는 이후의 대처에 대해서 그녀에게 물었다. 생각하는 것이 있을까하고.
어쨌건 자신들은 때려잡는 것이 목적이 아니라 지도를 통한 갱생이 목적이었다. 그렇게 보자면 도림의 방침이 이상한 것은 절대로 아니었다. 오히려 다른 저지먼트 멤버들이 배워야 할 마인드가 아닐까. 그렇게 생각하며 그는 불기둥 쪽을 가만히 바라봤다. 저 안에서 기운이 빠질때까지라. 확실히 효과적이었다. 사람은 기본적으로 불을 이용하면서도 불을 무서워하는 존재니까. 저 안에 있는 이는 필시 공포를 느끼고 있겠지. 그렇게 생각하면 전술적으로는 상당히 효과적이라고 그는 생각했다.
"눈치보지 마. 너는 올바른 일을 한 거잖아. 올바른 일을 했으면 당당해야지. 누가 뭐라고 해도."
작은 주의를 주듯 그렇게 이야기를 하며 그는 이내 들려오는 말. 못 움직이게 묶어둘 수 있냐는 말에 고개를 천천히 끄덕였다. 자신의 능력이라면 당연히 그것이 가능했다. 그야 다리를 얼려버리기만 해도 어디로도 움직일 수 없을테니까.
"알았어. 그럼 능력을 해제시켜줘. 그럼 내가 바로 두 발과 다리를 얼려서 꼼짝도 못하게 할테니까."
그 이후에 보고를 하면 될거야. 경찰에게 말이야. 그렇게 이야기를 하며 그는 도림의 답을 기다렸다. 만약 해제한다면 그와 거의 동시에 바로 안에 있을 스킬아웃의 다리를 얼려버렸을 것이다.
도림의 말에 가을은 조금 억울하다는 듯이 그렇게 항변했다. 동기이자 친구인 그녀와 함께 협력을 했으면 했지. 딱히 뭐라고 한 적은 없었다. 물론 살면서 의견충돌이 어떻게 한번도 없겠는가. 그래도 갈구는 느낌으로 그녀를 대한 적은 한 번도 없었다고 자부하면서 그는 고개를 살며시 도리도리 저었다.
아무튼 불기둥이 서서히 떨어지자 그는 바로 주변의 수분을 이용하여 스킬아웃의 두 다리를 단번에 얼렸다. 처음에는 발목. 그리고 다리를 타고 올라가면서 허벅지까지. 딱 그 정도로 얼리니 움직일래야 움직일 수 없었을 것이다. 두 다리를 절단하지 않는한. 하지만 여기서 누가 다리를 절단하겠는가. 그렇게 생각하면서 그는 고개를 으쓱했다.
"그냥 얼리는 것이 좀 더 붙잡아두기 편한 능력일 뿐이야. 넓은 범위는 네 불꽃이 더 유용할걸? 아무튼 보고라. 오케이. 알았어."
이어 가을은 핸드폰을 꺼낸 후에 부장에게 막 제압한 이를 알렸고, 이내 경찰에 신고했다. 여기서부터는 경찰의 일이었다. 자신들은 결국 학생. 어느 정도 하는 일에 제약이 걸릴 수밖에 없었다. 좀 더 위험한 이들이라면 모를까. 이런 불량배 레벨은 안티스킬을 부를 것도 없이 경찰에게 맡기면 될 일이 아니겠는가.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니. 그거 어디서 많이 들어본 물음인데?! 가을이라면 그렇게 들으면 일단 가만히 생각을 하다가 우선 못 도망치고 안 죽게 케이스 안에 집어넣은 후에 생각해봐야겠다고 할 것 같아. 보나마나 초능력으로 강제 변신된 것일테니까 그 능력자를 찾아서 원래대로 돌려놓으라고 요구할 것 같다고 하지 않을까 싶네. 여긴 초능력 세계관이니까! 아무튼 갱신이야!
확실히 어과초 세계관에서도 그런 느낌의 소문들은 많이 흐르긴 하지! 파놓고 보면 되게 비인간적인 실험도 많고. 이를테면 레벨6 시프트 실험이라던가. 그럼 일단은 내가 적당히 이야기를 하나 만드는 것이 좋을 것 같기도 하고..혹은 도림주가 만들고 싶다면 하나 만들어도 괜찮을 것 같은데 어때?
최근 명월시 내에서 학생들이 무차별적으로 행방불명되는 사태가 벌어지고 있었다. 행방불명된 학생들 중에서는 공통점이 발견되지 않았으며 레벨 분포도 역시 레벨0에서 레벨4까지. 정말 무작위적이었기 때문에 그 누구도 쉽게 단서를 잡지 못하고 있었다. 그 때문에 명월 고등학교 저지먼트 내에서도 비상이 걸렸다.
순찰을 더욱 철저하게 하고, 특이사항이 있으면 망설이지 말고 무슨 일이 있어도 무조건 보고하라는 부장의 명령이 있었고 가을은 그 지시에 고개를 끄덕였다. 레벨0, 레벨1 정도라면 모를까. 레벨4까지 행방불명되었다고 한다면 만약 이 사건이 납치라고 가정했을 때 정말 어마무시한 일이 벌어지고 있는 셈이었다. 레벨4는 레벨5 정도는 아니어도 쉽사리 손을 댈 수 없는 존재이다. 그런 판국에 그 레벨4도 납치가 되었다? 그리고 단서조차 남지 않았다? 이것은 보통 큰일이 아닌 일이었다. 물론 이게 납치라고 가정했을 때의 일이었지만.
아무튼 가을은 자신의 자리에 앉아 가만히 자료를 읽었으나 역시 공통되는 것은 발견할 수 없었다. 그야말로 무차별적인 분포였으며 애초에 이게 그냥 행방을 감춘 것인지, 납치인지도 알 수 없는 일이었다. 자신보다 더 전문가들도 쉽사리 꼬리를 잡지 못하고 있는 판국인데 자신이 뭘 어떻게 할 수 있을지. 역시 이건 함부로 손을 댈 수 없는 것일까. 그렇게 생각하며 그는 고개를 도리도리 저었다.
"머리 아프네. 정말."
정말로 머리가 아픈지 그는 미간을 잡고 근처에 있는 커피를 한 모금 마셨다. 지금은 조금 정신을 차리기 위해서 특별히 쓴 커피를 주문했는지 그의 표정이 살짝 찌푸러졌다.
커피를 한 모금 마시는 와중 발소리가 들려왔다. 가을이 눈동자를 살짝 돌리자 보이는 것은 도림의 모습이었다. 고개를 갸우뚱 기울이다가 무슨 일이냐는 물음에 그는 서류를 손으로 가리켰다. 그녀도 아마 아예 주변에 관심이 없는채로 사는 것이 아닌한 요즘 명월시 내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는 알고 있을터였다. 부장도 이야기를 했었고. 그로 인해서 순찰을 더 강화하라는 지시도 있었기에 더더욱.
"알고 있잖아. 너도."
그렇기에 가을은 굳이 자세한 이야기를 하진 않았다. 그리고 실제로 도림도 어느 정도 알고 있는 모양이었고. 침음하며 고개를 아래로 떨어뜨리는 그 모습에 그는 숨을 약하게 내뱉으며 고개를 도리도리 저었다. 무섭다면 무서운 이야기였으나 의외로 단순할지도 모를 이야기였다. 물론 단서 하나 안 잡힌다는 것은 너무나 특이한 일이었지만.
"납치가 아닐 수도 있어. 일단 초능력에 대해서 회의감을 느끼거나 혹은 어떤 이유로 그냥 숨어있거나 가출했을 가능성도 있다고는 하니까."
일단 너무 심각한 이야기가 되지 않도록 분위기를 잡으려고 하지만 그래도 역시 영 모르겠다는 듯이 그는 고개를 도리도리 저었다.
"애초에 납치라고 한다면... 대체 얼마나 위험한 녀석인지 감도 안 잡히는걸. 이 명월시에 그 정도 이가 있다고?"
/아앗.. 그냥 느긋할 때 줘도 괜찮아! 쉬는 시간마다 그렇게 와서 할 필요는 없는데! 8ㅁ8 일단 수고해!
도림의 말에 가을은 어느 정도 동의한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가출을 하는 이가 아예 없을 수는 없겠지만 이렇게 불특정다수가 하나하나 행방불명이 되는 것이 가능하단 말인가. 아니. 그것을 떠나서 단순한 가출일 뿐인데 이렇게 단서가 안 잡힐 수가 있단 말인가. 하지만 그렇다고 한다면 대체 누가 무슨 목적으로 납치를 하고 있단 말인가.
레벨5. 도림의 말에서 그 단어가 나오자 가을은 침을 꿀꺽 삼켰다. 이 학원도시 내에서 정점을 찍은 이들인 레벨5. 그런 가능성을 생각하지 않은 것은 아니었으나 만약 그런 이들이 관여되어있다고 한다면 적어도 자신은 물론이고 도림이 할 수 있는 일은 없었다. 오히려 역으로 죽지만 않으면 다행이었다. 레벨4라고는 하나 레벨5라는 존재에 비하면 그야말로 너무나 연약한 존재였기에 더더욱.
"레벨5가 범인이라고 한다면, 정말로 레벨5가 범인이라고 한다면 저지먼트 내에서 어떻게 할 수 있는 레벨이 아닌데. 제발 그러지 않길 바랄 수밖에 없겠네. 우리들 중에, 혹은 우리 저지먼트 내부에서 누군가가 레벨5가 되는 것이 아니라면 말이야."
적어도 자신이 아는 한 명월고 저지먼트 내부에 레벨5는 없었다. 자신과 도림이 그나마 최상위급이었으며 다른 이들은 자신들보다는 아래였다. 그렇기에 그는 몸을 부르르 떨면서 괜히 그 가능성을 지우려고 노력했다.
"조심할 참이야. 더더욱 행동을 신중하게 해야지. 너도 마찬가지로 귀찮다는 이유로 적당히 넘어가지 말고 신중하게 행동해. 네가 행방불명되면... 찾으려고 노력해보겠지만 솔직히 찾을 수 있을 거라고 확신은 서지 않으니까."
서로서로 조심할 수밖에 없지 않겠냐고 이야기를 하면서 그는 표정을 잠시 찡그리다가 한숨을 약하게 내쉬었다. 그 상태에서 그는 팔짱을 꼈고 그녀에게 넌지시 물었다.
자신들에게 주어진 지령은 어디까지나 조금 더 경계를 하고 순찰을 돌고 특이사항이 있으면 보고를 하는 것이었다. 그 이상의 뭔가를 하는 것은 역시나 너무 위험하다고 가을은 생각했다. 그렇기에 너무 긴장하고 걱정하지는 말라고 이야기를 하면서 그는 고개를 저었다. 물론 그렇다고 온전히 안심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니었지만.
아무튼 제 물음에 대해 답을 하는 것을 가을은 조용히 들었다. 유언을 남길 것 같다고 이야기를 하는 그 말에 가을은 가만히 고개를 저었다. 그야말로 반항하다가 죽겠다라는 것이 아닌가. 혹은 죽음을 각오한다던가. 그만큼 겁을 먹은 것인지, 아니면 어느 정도 그 부분에 대해서는 자포자기를 한 것인지. 허나 특별히 무슨 말을 하진 않으며 잠시 뭔가를 생각하던 가을은 그녀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순찰은 싫어도 강화되겠지. 2인 1조가 아니라 3인 1조, 4인 1조가 될지도 모르고. 아무튼 레벨5에 대해서는 정확한 것은 아니니까 그냥 가능성 중 하나로만 생각해둬. 너무 깊게 생각해도 오히려 비효율적일 뿐이야. 쉽게 할 수 있는 일을 너무 걱정해서 아예 시작도 못하는 거잖아."
이어 그는 가만히 눈을 감고 숨을 약하게 내뱉다가 괜히 고개를 옆으로 살며시 돌렸다. 어디를 보는 것인지 불명확한 시선처리를 하다가 그냥 아무것도 없는 벽에 시선을 가만히 고정하고 오른손으로 턱을 괴며 그는 이야기했다.
"나는 애초에 도박을 한다거나 무리하게 뭔가를 할 생각은 없어. 매사에 신중하게. 이게 내 신조거든."
몇 번이고 가설을 머릿속으로 세워서 가장 좋을 것 같은 방향으로 일을 진행하는 것이 그의 방식이었다. 물론 그것이 만능은 아니었으나 그래도 무계획적으로 움직이는 것보단 훨씬 낫다고 생각하며 그는 고개를 천천히 끄덕였다. 아무튼 이 부분은 더 길게 생각해도 뭔가가 나올 것 같지 않았기에 그는 깊게 더 생각을 하지 않으려고 마음 먹었다. 아무런 단서도 없는데 가설을 세울 순 없는 법이었다.
"지금처럼 해도 별 상관없을 것 같은데. 정말로 레벨5라는 작자들이 움직인다면 애초에 우리가 조심해서 될 문제는 아니기도 하고. ...뭐, 그 정도면 이미 높은 사람들도 다 눈길을 주고 있지 않겠어?"
그 정도의 무서운 힘을 지닌 이들이라면 분명히 평소에도 마크되어있을 거라고 이야기를 하며 그는 그녀를 안심시키려는 듯, 애써 태연함을 가장하며 이야기했다. 뒤이어 그는 깍지를 낀 후에 쭈욱 기지개를 켰고 눈을 감으면서 입을 열었다.
"일단 우리보다는 후배들이 더 걱정이야. 괜히 영웅이 되겠다고 설치다가 오히려 행방불명되는 일이 없으면 좋겠는데. 정말로 이게 납치라고 한다면... 우리 밑의 애들도 충분히 타깃이 될 수 있는 거잖아."
가을은 도림의 말에 동의하는 모습을 보였다. 그야 당연한 일 아니겠는가. 이런 상황 속에서 어떻게 자기들끼리 순찰을 돌 수 있겠는가. 고작 일학년에 지나지 않았으며 그야말로 병아리같은 존재들이었다. 자신이 뭔가를 잘 할 수 있을 것 같다고 생각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는 것을 깨닫는 시기이기도 했고. 자신이 일학년이었던 작년을 떠올리면서 그는 조용히 뭔가를 생각하다가 고개를 천천히 끄덕였다.
"레벨이 높은 사람에게보다는... 그냥 전체적으로 이야기하는 것이 낫지 않겠어? 항상 같이 붙어다닐 순 없는거고 그 정도의 애들이라면... 굳이 순찰이 아니라 평소에도 혼자서 조사해보겠다고 뭔가를 할지도 모르는 거잖아."
그런 돌발적인 행동을 하는 이가 없으리란 법은 없었다. 일단 그 정도로 자신의 생각을 밝히면서 그는 더 생각하기는 힘들다는 듯, 오른손으로 미간을 꾹 잡고 고개를 괜히 도리도리 저었다.
"뭐 됐어. 일단 이 정도로만 이야기할까? 괜히 우리끼리 더 이야기를 나눠도 범인이 나오는 것도 아니고...무슨 단서가 나오는 것도 아니니까. 그냥 별 일 없이 지나가길 바래야지."
이렇게 심각하게 이야기를 하긴 하지만 그냥 단순히 가출사건일지도 모를 일이었다. 보이지도 않는 뭔가를 함부로 추측하며 두려워하는 것보다는 당장 보이는 문제에 집중하는 것이 낫지 않겠는가. 일단 이 정도로만 이야기를 해도 충분하겠다고 생각하며 그는 팔짱을 끼고 눈을 감았다. 그리고 침묵을 지키다가 입을 열었다.
"머리 아파. 달콤한 것이라도 먹을까 싶어."
/여기는 밤에 비가 오더니 아침에는 또 비가 안 오고 있어. 이러다가 또 올 것 같지만 말이야. 아무튼..연휴 때 바쁘구나. 너무 무리하진 말기야! 오늘도 좋은 하루 보내!
자신들이 아무리 생각해봐야 지금 단계에서 답이 어떻게 나오겠는가. 그저 그렇게 생각하며 가을은 더 이상 생각하는 것을 그만두기로 했다. 아무런 단서도 없고 지금까지 밝혀진 것이 없는데 고작 학생 두 명이 머리를 쥐어짠다고 한들 답은 나올 수 없었다. 결국 뭔가를 알아내려면 움직여야하고 적극적으로 뭔가를 찾아야하지만 그러기엔 너무 위험하지 않겠냐는 불안감이 드는 것도 사실이었기에 그가 할 수 있는 것은 오직 이 정도에서 생각을 마치는 것 뿐이었다.
그 와중에 갑자기 도림이 상체를 일으키고 달달한 것을 먹자고 하는 그 말에 가을은 응? 하는 표정으로 미간을 잠깐 찡그렸다. 뭐야. 갑자기. 하는 의미가 담긴 표정을 지으며 그는 잠시 생각을 하다가 오른손을 그녀에게 내밀었다.
"그럼 조금만 나눠줄래? 아. 너무 달콤한 건 말고."
적당한 거 알지? 적당한 거. 그렇게 이야기를 하며 그는 기대가 찬 표정으로 가만히 그녀를 바라봤다. 과연 어떤 젤리를 가지고 왔을지 궁금하다는 듯. 어느 정도 기대를 하고 있다는 듯.
"역시 이럴 때 동기가 좋단 말이야."
그녀를 칭찬하듯 미소를 지으면서 그는 그녀가 젤리를 주는 것을 조용히 기다렸다.
/저런. 마찬가지로 화이팅이야! 도림주! 일요일에 학원. 뭔가 되게 힘들 것 같은데..그래도 화이팅!
적당히 달콤하면서도 먹는 재미가 있는 젤리의 이야기에 가을은 웃으면서 그것을 받아들였다. 도림이 내미는 그 젤리를 받으면서 그는 우선 하나를 입에 집어넣었다. 길쭉한 것이 달달해서 괜히 기분이 좋아 그는 미소를 머금었다. 역시 적절하게 괜찮네. 작게 웃음소리를 내며 그는 젤리를 조용히입에 머금었다.
"이 정도면 충분하지. 원래 단 것은 별로 안 먹긴 하지만 가끔은 괜찮더라. 이럴 땐 말이야. 역시 동기가 있으니까 좋네."
너라던가. 그렇게 오른손으로 도림을 굳이 가리키면서 그는 자세를 바로 잡았다. 슬슬 다른 서류 작업도 해야겠다고 생각하며 그는 쭈욱 기지개를 켠 후에 볼펜을 꺼내들었고 가만히 서류를 바라봤다.
"아무튼 차후에 뭔가 또 알게 되는 것이 있으면 알려줄게. 근처에 적당히 정보를 묻거나 하는 것은 괜찮을테니까. 이를테면 스킬아웃을 제압했을 때 혹시 아는 것이 있을지 물어볼 수도 있을테고."
그 과정 속에서 조금의 폭력이 나올지도 모르나 그건 어쩔 수 없는 것 아니겠냐고 그렇게 넌지시 이야기를 하는 모습이 어떻게 보면 조금 섬뜩했을지도 모른다.
가을은 순간적으로 고개를 갸웃했다. 자신도 모르게 무서운 분위기나 단어가 나왔는가. 그렇게 생각하며 그는 잠시 말을 곱씹었다. 허나 딱히 떠오르는 것이 없었기에 그는 고개를 도리도리 저었다. 조절을 최대한 해보겠다는 그녀의 말에 그는 별 말 없이 고개를 천천히 끄덕였고 다시 한 번 기지개를 쭈욱 위로 켰다. 그만큼 몸이 뻣뻣한 모양이었다.
"마찬가지야. 무슨 일이 터지면... 그땐 정말로 돌이킬 수 없는 일이 벌어진다는 거니까. 이렇게 많은 학생들이 갑자기 실종되었고.. 누군가가 개입한 것이라면 그건 보통 범죄자가 아니야. 물론 선의로 그런 것이고 어딘가에 숨겨주는 것일수도 있지만... 그럴 가능성은 적을 것 같고."
차라리 최대한 가출이었으면 상황이 나을 것 같다고 생각하며 그는 애써 떠오르는 여러 부정적인 생각을 저버리기로 했다. 아직 아무런 것도 밝혀지기 않았기에 더더욱. 아마 시간이 지나면 뭐라도 밝혀지겠지. 그렇게 생각하며 그는 자신의 머리카락을 정리했다.
"난 조금 더 서류정리를 하고 서류를 보려고 생각 중이야. 아직 모든 서류를 본 것은 아니니까 부장에게 좀 더 이것저것 요구해볼까 싶어. 서류로 알 수 있는 것이 있을지도 모르니까."
대답을 마치며 그는 책상 위에 놓여진 서류를 가볍게 손으로 톡톡 치면서 쓴 표정을 지었다. 읽어야 할 것이 아직은 많았고 부장에게 요청하면 더욱 많은 것을 받을지도 모를 일이었다.
대화를 잘 하다가 고개를 돌리며 자신에게 순찰을 대신 가주면 안되냐고 묻는 도림의 말에 가을은 무슨 소릴 하냐는 듯이 고개를 도리도리 저었다. 물론 순찰이 싫은 것은 아니었으나 애초에 마음대로 근무를 갑자기 바꿀 수는 없는 것 아니겠는가. 피치못할 사정이라면 바꿔줄 수는 있으나 그게 아니라면 그럴 순 없다는 듯, 가을은 고개를 도리도리 저었다.
"안되는 거 알잖아. 무슨 사정이 있는 것도 아닌데."
괜히 머리를 긁적이면서 그는 왜 갑자기 도림이 이런 말을 하는지 가만히 생각했다. 역시 무서운 것일까. 자신도 사라질까 싶어서. 그런 불안감이 있을 수 있다고 가을은 충분히 생각했다. 허나 그렇다고 이런 것까지 다 봐줄 순 없다고 생각하며 그는 일단은 단호한 자세를 고수하기로 마음 먹으면서 고개를 다시 한 번 도리도리 저었다.
"무슨 일이 있으면, 혹시라도 네가 납치되면 내가 꼭 찾아줄테니까 그런 것은 걱정하지 마. ...후배들 걱정 끼치진 말고. 응?"
만약에, 정말로 만약에 단순히 귀찮아서 이러는 것일 수도 있다는 생각이 그의 머릿속에 살짝 떠올랐고 이내 가을은 팔짱을 끼고 도림의 얼굴을 정말로 빤히 바라봤다. 그리고 살며시 이야기했다.
"설마 순찰 가는 것이 귀찮아서 그러는 것은 아니지?"
/안녕! 도림주! 내일은 내가 아마 개인 사정으로 스레에 아예 오지 못할 것 같아. 흑흑.
정말로 귀찮아서 그러는 거 아니지? 그런 눈빛을 가득 담으니 절로 빤히 바라보는 형세가 되었다. 물론 도림을 믿지 못하는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혹시 모를 일이 아니겠는가. 물론 믿고 있었다. 믿고 있었지만 1%의 가능성은 있지 않겠는가. 하지만 이내 그 의심은 도림의 말에 서서히 가라앉았다. 결국엔 무서운 것이 더 크다는 것이 아니겠는가.
20% 귀찮다. 80% 무섭다. 20%나 귀찮다는 감정이 있다는 것은 조금 걸리긴 했지만 굳이 말을 하진 않으며 가을은 고개를 도리도리 저었다. 이어 그녀를 바라보면서 분명한 목소리로 똒똑하게 이야기했다.
"착취당하지 않으면 될 일이야. 그리고 누군가에게 붙잡힌다고 해도... 내가 도와주겠다고 했잖아. 반대로 내가 붙잡히면 네가 도와줘. 그럼 되는 거잖아."
겁먹을 거 없다고 이야기를 하면서 가을은 자신의 가슴을 손으로 툭툭 쳤다. 자신을 믿어달라는 듯이. 물론 반대로 자신 역시 그녀를 믿을 생각이었다. 그렇게 함께 하는 친구 사이가 아니겠는가.
"...아니. 그보다 그런 이유로 무서운데 날 보내려고 한거야? 나는 붙잡혀도 된다는거야?"
생각해보니 이런 느낌 아니야? 이거? 그런 생각이 들자 가을은 절로 도림을 빤히, 정말 뚫어져라 바라봤다.
물론 뭔가 살짝 자신에게 미루려고 한 느낌이 없지 않아 있었지만 그래도 크게 기분이 나쁘다거나 하는 것은 아니었기에 그는 태연하게 넘기기로 했다. 무서운 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실제로 그렇게 학생들이 하나둘 사라지고 있었으니까. 그리고 원인도 알 수 없고 아무런 단서도 없고 앞으로 그런 일이 더 일어날지도 모를 일이었다. 정말 피리부는 사나이라도 나타난 것인지. 아니면 단순 가출인지.
복잡해지는 머리를 가라앉히기 위해서 그는 고개를 도리도리 저었다. 계속 생각해봐야 답이 나올리가 없었다. 그렇다면 굳이 더 복잡하게 생각하지 말자는 결론을 다시 한번 내면서 그는 막 출발하려고 하는 그녀를 바라보면서 손을 가볍게 흔들었다.
으앗...ㅋㅋㅋㅋㅋ 싸움 구경하는 쪽인거야?! 그래도 선을 넘어가면 말리긴 하는구나! 앗..그러고 보니 말리는 쪽이냐는 물음은 없잖아! 물음이 잘못되었다! 이건!! 반도네온은 알고 있었는데 테레민은 처음 들어서 검색해봤어. 와. 이런 악기도 있구나. 도림주는.. 박식하구나!! (엄지척) 아닛..ㅋㅋㅋㅋㅋ 뭔가 도림이다운 느낌인걸. 약간 해탈한 것 같으면서도 태연하게 받아들이는 그런 느낌!
하루는 그럭저럭 보냈다! 월요일이 다 그렇지! ㅋㅋㅋㅋㅋㅋㅋ 아무튼 진단은 잘 안하는 편이지만 보고 싶다고 하니까!
최가을에게 드리는 오늘의 캐해질문!
1. 「자신의 수명을 댓가로 누군가를 구할 수 있다면 선택은?」 ->No. 가을이는 자신의 수명을 댓가로 누군가를 구한다기보다는 다른 방법이 없는지 더욱 신중하게 생각하는 타입이야. 그래도 1~2년 정도 댓가로 지불한다고 한다면 지불을 할 수 있지만 그것을 넘어간다면 아마 다른 방법을 찾지 않을까 생각이 들어.
2. 「사랑은 변하지 않는다고 믿는가?」 ->No. 긍정적 방향이건 부정적 방향이건 결국엔 변할 수 밖에 없다고 가을이는 생각하는 편이야. 그거야 사람의 마음이 한 형태로만 계속 유지되기는 힘드니 말이야. 이전보다 더욱 좋아할 수도 있고, 다른 사람이 결국 눈에 들어오게 될 수도 있을테고. 자신이 좋고 싫고, 배신이냐 아니냐를 떠나서 사람의 감정인 이상 결국 초반과는 달라질 수밖에 없다고 가을이는 생각하고 있어.
3. 「어떤 문화매체를 보고 깊은 감동을 받은 이후의 행동은?」 ->이건 경우에 따라서 다를 것 같지만 정말로 깊은 감동을 받으면 인터넷이나 서적이나 기타 등등으로 막 관련 자료를 찾아서 싹 보지 않을까 싶어. 이런 비화가 있었다라던가..그런 것이 있다면 다 찾아서 볼 것 같아!
ㅋㅋㅋㅋㅋㅋ 아앗.. 조..좋은건가?! 사실 별 차이도 없는 것 같은데! 그냥 머리를 써서 최대한 잡히지 않게 뒤에서 흑막 노릇하고 사냥꾼 노릇하는 그런 것일 뿐인데!! 도림이도 정말로 좋아하는 것은 막 찾아보려고 하지 않을까? 물론 아닐 수도 있겠지만 말이야. 아무튼 어서 와! 도림주!
여기는 하루종일 비가 내려서.. 우산 걱정은 없었지! 사실 그친 줄 알았는데 지금 또 내리네. 흑흑. 비가 너무 많이 와! 물론 이 정도로 하루이틀 정도는 비가 와야 하지만 말이야! 아무튼 도림주가 있는 곳도 그런 모양이구나. 사실 비는.. 늘 비슷하게 온 것 같은데 말이야. (흐릿)
정확히는 경찰과 안티스킬은 조금 다르긴 한데.... 안티스킬은 교사들로 이뤄진 집단이 맞아! 막 총질도 하고 그러지! 아무튼 진상에 살짝 다가가는 그런 일상이로구나. 나는 일단 여기서 살짝 떡밥을 뿌렸으니 바로 풀기보다는 중간에 쉬어가는 느낌으로 평범한 일상을 한번 돌렸다가 다음 일상부터 천천히 풀어가는 것은 어떨까 생각했어!
행방불명 사건이 일어나고 며칠의 시간이 더 지났지만 특별히 뭔가가 바뀌거나 하는 것은 없었다. 일단은 현상 유지. 당장 더 행방불명되는 이들도 없다는 것이 그나마 다행이라면 다행이었을까. 하지만 사라진 학생들이 대체 어디로 갔는지 알 수 없어서 가을은 그 상황에 답답함을 느꼈다. 차라리 정말로 단순 가출이었으면 좋겠지만 과연 그게 그렇게 끝이 날지.
하지만 그와는 별개로 그는 도림과 함께 근처에 있는 쇼핑 센터에 도착했다. 여기에 온 것은 하나. 부실에 필요한 사무용품과 간식거리를 사기 위함이었다. 원래는 자신 혼자에게 주어진 것이었으나 자신 혼자서 이것저것 다 살 순 없었기에 도림에게 부탁해서 같이 쇼핑을 하자고 제안했고 여기로 온 것이었다. 이곳은 이 지역에서도 가장 큰 쇼핑센터. 없는 것이 없다고 할 정도로 다양한 물품이 있었다.
"여기라면 어지간하면 다 구할 수 있겠지. 일단 사무용품부터 사자. 그러니까... A4용지와 B4용지, 편지지, 그 외 간단한 볼펜류하고 가위, 풀. 정도가 되겠네."
미리 적어놓은 쇼핑 물품을 바라보면서 그는 근처에 있는 에스컬레이터에 다리를 올렸다. 이어 도림에게 어서 오라는 듯, 그는 손짓했다.
미리 말해두겠다. 도림은 의외로 지금 상황에 꽤나 들떠 있었다. 쇼핑ㅡ비록, 비품을 사러 온 것이지만ㅡ의 힘은 위대하다. 그녀는 그렇게 생각했다. 쇼핑ㅡ재차, 언급히지만 사무용품을 사러 온 것이다ㅡ의 재미를 몽땅 느끼고 귀가하겠다는 굳은 의지를 불태운 도림이 주변을 둘러봤다. 과자를 뭐 살 지 생각하듯 시선을 빙글 돌리기도 했다.
그저 의견을 물었을 뿐인데 완전 신이 난 상태로 이것저것 이야기를 하면서 노래까지 흥얼거리는 모습에 가을은 벙찐 표정으로 도림을 바라봤다. 무론 간식류는 그냥 알아서 판단해서 사라는 부장의 지시가 있긴 했으니 자신에게 선택권이 있었으나 저렇게 좋아할 일인 것일까? 사무용품이 아니라 간식에 조금 더 관심을 보이지 않나 생각을 하며 그는 절로 머리를 긁적였다. 물론 쇼핑이니까 그렇게 해도 상관은 없지만 설마 저렇게까지 목소리 톤이 올라가고 좋아할 것은 생각도 못한 것이었다.
"아무튼 너무 비싸게 사는 것만 아니라면 간식류는 편하게 먹고 싶은 것을 사라고는 했으니까. 일단 나는 봉지보다는 박스에 들어서 여러 사람들이 편하게 먹을 수 있는 그런 것이 좋지 않을까 싶은데."
이를테면 초x파이라거나 오x스라거나 그런 거 있잖아. 손가락을 접어가면서 그렇게 이야기를 하며 그는 에스컬레이터에서 내린 후, 또 윗층으로 올라가는 에스컬레이터에 올라탔다. 사무용품은 3층에 있었으니까. 물론 식품을 파는 곳은 지하 1층이니 또 내려와야하지만 딱히 번거로움까진 느끼지 않으며 그는 가만히 도림을 바라보면서 물었다.
억울한 목소리로 저렇게 이야기하는데 어떻게 추궁을 하겠는가. 그냥 믿어주기로 하면서 그는 괜히 어깨를 으쓱하며 고개를 도리도리 저었다. 아무튼 박스 과자도 사자고 이야기를 하는 그 말에 그는 동의하듯이 고개를 천천히 끄덕였고 이어지는 도림의 말에도 그는 귀를 기울였다. 쇼핑을 하는 것을 좋아한다는 말에 이어 간식을 산다는 이야기가 나오자 그는 간식을 사러 쇼핑을 한다고 생각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구나. 그러니까 간식을 주로 산다 이 말이지? 그렇다면 맛있는 것을 많이 알겠네. 그럼 그쪽 부분은 너에게 맡길게."
자신도 간식을 사지 않는 것은 아니었으나 그렇다고 해서 그렇게 많이 사는 것은 또 아니었다. 그렇다면 역시 이런 것은 전문적으로 잘 아는 이가 맡는 것이 좋지 않겠는가. 그렇게 생각하며 그는 에스컬레이터에서 내린 후에 사무용품을 파는 진열대 쪽으로 천천히 다가갔다.
"...뭐 찔리는 거라도 있어? 근데 쌓아두는 것이나 엄청 사는 것이나 별 차이는 없지 않아? ...뭐, 너무 많이 먹지만 않으면 되는 거지. 아무튼 도착했으니까 찾아보자. 그 후에 내려가서 간식 사면 될 거야."
이어 그는 물품을 하나하나 찾기 시작했다. 아마 그렇게 찾는 것이 어렵지는 않았을 것이다.
딱히 간식 관련으로는 잔소리를 한 기억이 없었는데. 그렇게 생각하며 그는 고개를 갸웃했다. 허나 그녀 입장에선 뭔가 안 좋은 것이 있었다면 그럴 수도 있겠지. 그렇게 생각을 정리하며 그는 일단 천천히 물품을 찾으며 그녀가 막 찾은 A4용지와 B4용지를 제외한 다른 물건들을 찾았다. 이내 손으로 안고 가다가 그는 순간적으로 침묵을 지켰다. 그러고 보니 카트가 있어야겠구나. 간식거리.. 가득 살 것 같으니. 그렇게 생각하며 그는 고개를 천천히 끄덕였다.
"솔직히 간식을 많이 사진 않을 생각이었기 때문에 처음엔. 그래서 카트는 없어도 될 것 같았는데. 필요할 것 같으면 가지러 가자."
100원 동전도 있으니까. 그렇게 이야기를 하며 그는 잠시 두리번거렸다. 그리고 그녀에게 두 손을 내밀면서 부탁하듯 이야기했다.
"A4 용지와 B4 용지는 내가 가지고 있을테니까 카트 끌고 여기로 와줄래? 이 상태로 카트를 가지러 가면 물건 값 안 내고 도망치는 이로 보이기 딱 좋을테니까."
저지먼트로서 그런 일이 있어선 안된다고 단호하게 이야기를 하며 이내 그는 천천히 고개를 저었다. 뒤이어 그는 그녀에게 혹은 자신이 갔다와도 상관없다고 이야기를 하며 일단 답을 기다렸다.
뭔가 상당히 강아지같은 느낌이라고 생각하나 가을은 굳이 그런 이야기는 입에 담지 않았다. 그녀가 카트를 가지러 가는 동안 그는 받은 물건들을 다시 한 번 가지런히 정렬하고 체크했다. 혹시나 빠진 것이 없나 생각하며. 하지만 특별히 빠진 것은 없었기에 그는 고개를 조용히 끄덕이며 일단 사무용품 쪽은 클리어했다고 생각하며 미소를 지었다.
한편 그녀가 카트를 끌고 돌아오자 그는 도림을 바라보며 피식 웃었다. 이어 카트 안에 사무용품을 집어넣고 그녀에게 이야기했다.
여기서 역시 그냥 돌아가자고 하면 귀가 축 늘어진 강아지가 될 것만 같아 그는 그냥 여기선 그녀가 원하는대로, 그녀의 방방 뛰는 이 분위기에 맞춰주기로 하며 자연스럽게 카트 손잡이를 잡고 밑으로 내려가는 에스컬레이터로 향했다. 식품칸은 지하 1층이었기에 조금 내려가야 했지만 그렇게 오래 걸리는 거리는 아니었다.
"...그건 그렇고, 일단 묻는건데 근무 서면서 무슨 문제는 없었지? 그러니까.. 널 잡으려고 누군가가 온다거나 그런거 말이야."
카트에 담은 사무용품을 손으로 가리키면서 그는 그건 절대 아니라는 듯이 고개를 도리도리 저었다. 저지먼트 부실에서 사용할 물건이 메인이면 메인이지, 어떻게 간식이 메인이겠는가. 물론 도림이 그렇게 생각한다면 어쩔 수 없지만 가을은 인정할 수 없다는 듯이 고개를 도리도리 저었다. 아무튼 에스컬레이터는 천천히 아래로 향했고 이내 지하 1층이 코앞이었다. 역시 먹을 것을 사려는 사람들이 많은지 윗층보다 좀 더 북적북적한 분위기에 계산하려면 조금 걸릴 수도 있겠다고 그는 판단했고 이내 몸을 실고 자신의 물음에 답을 하는 도림을 바라봤다.
"그래? 뭐, 차라리 지금부터라도 아무 일도 없으면 다행 아니겠어? 계속 일이 터지는 것보단 말이야. 어쩌면 우리에게 전달만 안 된 것이지. 웒흉이 정말로 있다면 해결된 것일 수도 있고 정말로 아무것도 아닌 단순 가출일수도 있으니까."
아직도 가출일 수 있다는 가능성을 놓지 않는 것은 신중하게 생각하고자 하는 그의 버릇이었다. 어느 한 곳에 꽂혀서 그쪽으로만 생각하면 반드시 시야가 좁아지기 마련이었으니까. 물론 사건일 가능성도 어느정도는 고려하고 있지만.
"일단은 나도 딱히. 아직은 말이야. 나랑 같이 순찰을 나가던 후배들도, 그리고 선배들도 딱히 그런 것은 못 느꼈다고 하니까. 그러니까 일단 너무 걱정은 하지 않는 것이 좋을 것 같아. 보이지 않는 위협에 항상 긴장하고 겁을 떨면서 살 순 없잖아."
그런 것은 비효율적이야. 그렇게 중얼거리면서 그는 고개를 도리도리 저었다. 이내 완전히 지하 1층으로 도착하자 식료품을 파는 공간이 제대로 그 모습을 드러냈다. 꽤나 큰 그 공간을 바라보며 그는 카트를 앞으로 천천히 밀려고 하면서 그녀에게 물었다.
"어찌되었건 우리들은 저지먼트니까. 너무 겁 먹어서 좋을 것은 없어. 그리고 그때도 말했잖아. 무슨 일이 있으면 내가 구해준다고. 반대로 나에게 무슨 일이 있으면 네가 구해줘."
그럼 되는 거잖아? 레벨 4가 두 명이나 있는데. 그것만으로도 보통 든든한 일이 아니라고 이야기를 하며 그는 괜히 어깨를 으쓱해보엿다. 아무튼 차 코너를 가리키면서 저곳으로 가자고 하는 그 말에 가을은 가만히 고개를 끄덕였다. 커피와 아이스티부터라는 말에는 살짝 고개를 갸웃하긴 했지만. 아주 본격적으로 고를 생각이로구나. 그렇게 생각을 하며 이내 그는 작게 미소를 지었다.
"그럼 나는 커피로. 블랙으로 일단 해볼까."
자신은 블랙이면 충분하다고 이야기를 하며 가을은 도림을 바라보면서 마실 것을 고르라고 이야기했다. 다만 적절한 양으로 고르라는 말도 그는 잊지 않았다.
딱히 맛과 향을 잘 아는 것은 아니었다. 허나 자신의 능력이 빙결 능력이기에 파란색이 조금 더 끌린다는 것이 선택한 이유였다. 뭔가 좀 더 친숙하다고 해야할까. 물론 얼음이 파란 것은 아니었지만 어쨌건 수분은 파란색으로 표현되는 일이 많았기에 괜히 그 쪽에 마음이 더 가는지 그는 그렇게 선택을 하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과자 코너라."
정말 본격적이구나. 그렇게 다시 한 번 생각하며 그는 가만히 고개를 돌려 과자가 모여있는 코너 쪽을 바라봤다. 그러다가 다시 고개를 돌려 도림을 바라보면서 그는 가볍게 피식 웃으면서 이야기했다.
"네가 결혼을 할 지, 안 할 지는 잘 모르겠지만... 만약 하게 된다면 좋은 아내가 될 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어. ...뭔가 장 되게 잘 볼 것 같거든."
지금만 해도 꽤 꼼꼼하게 구입하잖아? 그렇게 이야기를 하면서 그는 슬며시 그녀를 칭찬하면서 미소를 지었다. 물론 그녀가 결혼을 할 지, 더 나아가 자신 역시 결혼을 할지도 알 수 없었다. 요즘은 결혼을 하지 않고 살아가는 이도 많다고 하지 않던가. 언젠가 마음이 통하는 이가 있다면 할지도 모르겠지만 아직은 잘 모르기에 그는 그 정도로 이야기를 하면서 살며시 걸어가다가 근처에 있는 탄산수를 바라봤다.
지금만 해도 충분히 이것저것 고려해서 사고 있잖아. 그렇게 보충설명을 하면서 아니냐는 듯이 가을은 도림을 바라봤다. 물론 아니라고 할 수도 있지만 적어도 가을의 눈에는 그렇게 비쳤다. 지금만 해도 여러가지 가능성이나 취향을 생각하면서 고르고 있지 않은가. 자신이 좋아하는 것만 고르는 것이 아니라. 역시 그런 이가 좋은 아내가 될 수 있지 않을까. 그렇게 생각하며 가을은 이내 고개를 천천히 끄덕였다.
"나? ...뭐, 시간이 된다면."
아직은 생각이 없다고 하지만 그래도 미래는 모를 일이었다. 자신도 시간이 되면 참여할 생각이었기에 그는 그 부분에 대해서는 고개를 끄덕이면서 긍정하는 모습을 보였다. 허나 순간적으로 그는 움찔했다. 탄산수에 커피를 타서 마신다고? 너 무슨 소릴 하는 거야? 그런 감정이 가득 담겨있는 눈빛을 가을은 도림에게 진하게 보냈다.
"아니야. 그런 거 아니야. 도림아. 그런 거 절대로 아니야. 커피는 그냥 그대로 먹어야 좋은 거야. 거기에 뭘 탄다니. 용납 못해."
설탕이나 그런 것은 이해해도 탄산수는 절대로 아니야. 강하게 부정을 하면서 그는 정말 격하게 고개를 도리도리 저었다. 모터가 달려있었다면 그것만으로도 하늘을 날 수 있지 않을까 싶을 정도로.
"안되는 것은 안되는거야! 커피와 탄산수는 각각 따로 먹어야 의미가 있고 맛이 있는거야!"
그것만은 절대로 양보 못한다는 듯이, 타먹고 싶으면 너 혼자 먹으라고 강하게 이야기를 하면서 가을은 강하게 반발했다. 죽어도 자신은 그렇게는 마시지는 않겠다는 듯이. 허나 사람의 입맛이나 그런 것은 취향마다 다 다른 법이기에 그녀가 그렇게 먹겠다면 그는 말리지 않겠다고 이야기했다. 하지만 자신에게는 권하지 말라는 듯, 그는 기어이 두 검지 손가락으로 X를 표시했다.
과자로 가자고 하는 그 말에 그는 고개를 끄덕이며 과자 코너가 있는 곳으로 향했다. 여기서 그렇게 멀리 떨어지지 않았고 바로 근처였기에 그는 힘들지 않게 그곳에 도착할 수 있었다. 맛을 따지는 것이 있냐는 물음. 그 물음에 그는 즉답했다.
"맵지 않은 거."
매운 것은 정말로 싫어하는 그였다. 딱히 그런 것을 숨기지 않았기에 그는 당당하게 매운 것은 싫다고 이야기했고 이어 가만히 과자들을 바라보다가 초코칩 류 과자를 몇 개 골라서 카트 안에 집어넣었다. 적당한 초콜릿은 머리가 돌아가게 하기 딱 좋지 않던가. 그렇기에 그는 그렇게 고르면서 그녀를 바라보면서 물었다.
떡볶이 정도는 어떻게든 먹더라도 그 이상은 힘들다는 듯, 그는 고개를 도리도리 저었다. 불닭 같은 것은 대체 왜 먹는건지 이해가 가지 않는다고 그냥 혼자서 생각을 하며 가을은 작게 한숨을 내쉬었다. 아무튼 매운 것을 즐겨먹는다는 말에 가을은 아무런 말 없이 빤히 도림을 바라봤다. 그러다가 자신에게는 권하지 말라는 듯,, 괜히 고개를 도리도리 저었다. 역시 매운 것은 그에게 있어서는 정말로 싫은 맛이었다. 아니. 애초에 맛이 아니라 통증이니까 통각이라고 해야 좋을까.
"사고 싶으면 사도 괜찮아. 다만 예산이 어느 정도 있으니까 그거 초과하진 말고."
아직까진 괜찮을 것 같긴 한데. 그렇게 눈으로 대충 계산을 하면서 그는 아직은 괜찮다는 듯이 이야기했다. 정 애매하면 자신의 사비를 조금 써도 될테고. 이어 그는 이것저것 과자를 고르는 그녀를 바라보다 카트에 담긴 과자를 바라봤다. 매운 과자는 최대한 눈에 안 두려고 하면서 다른 과자들을 바라보다 그는 이내 조용히 이야기했다.
"...그건 그렇다고 쳐도 감자칩이라. 감자칩 너무 많이 먹으면 몸에 안 좋은 건 알지?"
어디까지나 적당히야. 적당히. 그렇게 잔소리 아닌 잔소리를 하며 그는 도림이 쇼핑을 마치는 것을 조용히 기다렸다. 김에 다른 살 것이 있는지 그 나름대로 체크를 하다가 슬쩍 카카오 초콜릿 99%를 하나 쏙 담았다.
완전히 부정하진 않고 어느 정도 공감을 하듯이 그는 고개를 끄덕였다. 이내 가판대에 다시 되돌리려고 하는 그녀의 행동에 그는 고개를 도리도리 저으면서 넣어도 된다는 듯이 카트를 손으로 가리켰다. 굳이 저렇게 다시 돌려놓을 이유가 뭐가 있겠는가. 먹고 싶으면 고르면 되지. 너무 도를 넘지 않는 수준이라면야 자신도 딱히 무슨 말을 할 생각은 없었다.
"그 맛이 좋은 거야. 그 맛이."
쓸텐데 괜찮냐는 물음. 당연히 그는 괜찮았다. 99%라고 해도 그렇게 못 먹을 정도는 아니었으니까. 어쨌건 자신의 입에는 맞았고 그렇기에 자신이 먹을 거라고 이야기를 한 것이 아니겠는가. 그러다가 놀란 표정으로 불안해하는 듯한 그녀를 바라보며 그는 피식 웃었다. 이어 그는 가만히 도림의 얼굴을 바라보면서 장난스럽게 입을 열었다.
"얼려서 먹으면 네 입에도 맞지 않을까?"
반 먹을래? 아니면 한통 더 살까? 그렇게 장난스럽게 이야기를 하면서 그는 도림을 향해 한 걸음 살며시 다가갔다.
"알았어. 알았어. 장난이니까 너무 그렇게 하진 마. 애초에 내가 먹으려고 산 거라고 했잖아."
세차게 고개를 저으면서 거부표시를 하는 도림을 바라보며 가을은 피식 웃으면서 진정하라는 듯이 그렇게 이야기했다. 애초에 자신이 먹으려고 산 것이었기에 딱히 남에게 권할 생각은 없었다. 물론 누군가가 달라고 하면 조금 나눠줄 수는 있겠지만 굳이 자신이 먹어보라고 이야기를 할 생각은 추호도 없었다. 사람의 입맛은 다 다른 법이고 그 다른 입맛을 지켜줘야 하는 것이 맞기에.
아무튼 충분히 간식거리도 샀다고 생각하며 이제 돌아가는게 좋겠지. 그렇게 생각을 하는 와중, 도림의 입에서 컵라면을 사자는 말이 나오자 가을의 두 눈이 순간적으로 동그랗게 변했다. 여기서 더 산다고? 아무런 말도 하지 않고 가만히 도림을 바라보던 가을은 가만히 팔짱을 끼고 생각에 빠지더니 이내 팔짱을 풀고 그녀에게 말했다.
"정말로 여기서 더 사게? 아니. 사는 것은 상관없는데 여기서 더 사면 들고 갈 수 있겠어?"
지금 있는 양도 절대로 적은 것은 아니었다. 어쨌건 부실에서 사용하는 양이었기에 아무래도 양이 많을 수밖에 없었으니까. 이어 잠시 말을 고민하던 그는 어쩔 수 없다는 듯이 싱긋 웃으면서 다시 입을 열었다.
"어쩔 수 없지. 물건은 배달서비스로 보내도록 하자. 배달서비스 비용은 내가 낼게."
요즘은 배달서비스도 잘 되어있는 시대였다. 무엇보다 관련 능력자들도 있으니 아마 크게 문제는 없을 거라고 생각하며 그는 그렇게 제안했다. 일단 컵라면이건 뭐건 살 것이 있으면 다 사라고 이야기를 하며 그는 앞으로 걸었다. 배달을 이용하기로 했으니 이제 양은 크게 문제가 될 것이 없었다.
한 사람이 일단 계산하는 것이 낫잖아? 그렇게 이야기를 하며 그는 제안했다. 돈을 반반 나눠서 각각 낼 순 없는 것 아니겠는가. 그렇기에 일단 자신이 계산을 하고 나중에 그녀가 돈을 주면 되겠거니 그렇게 생각하며 그는 곧 들려오는 그녀의 말에 가만히 그녀를 바라봤다. 혼자 왔으면 멍하니 장을 봤을 것이라니. 정말로? 그런 믿기 힘들다는 눈빛을 가만히 보이면서 가을은 빤히 도림을 바라보며 이야기했다.
"전혀 상상이 안 가는데? 혼자라도 오늘은 뭐 먹을까? 이러면서 막 흥미롭게 찾아다닐 것 같았는데. ...아니. 뭐, 물론 네가 아니라면 아닌 거겠지."
그보다 과자에 더 치중하는 것은 안돼. 그렇게 이야기를 하며 그는 고개를 도리도리 저었다. 어디까지나 사무용품이 우선이었다. 간식은 덤이야. 덤. 그렇게 나름대로 생각을 하려고 하는지, 그렇게 중얼거리면서 그는 카운터에 올라가는 물건들을 바라보며 부장에게 받은 카드를 꺼냈다. 그리고 모든 물건이 올라가자 그는 그것을 계산했다. 생각보다 가격이 나오긴 했지만 그래도 예상범위 내였다.
"좋아. 계산은 끝냈어. 그러면 일단은... 이것들은 따로 상자에 싸야겠네. 그러면 일단 컵라면 골라서 가져올래? 나는 이거 상자에 넣을테니까."
어쨌든 배달서비스를 이용하려면 상자에 넣는 것은 배달서비스를 신청하는 이가 해야만 하는 작업이었다. 그렇기에 여기서는 자신이 상자에 넣고, 그 동안에 그녀가 컵라면을 사오면 더 효율적이지 않겠는가. 그렇게 제안을 하며 그는 그녀의 답을 기다렸다.
음. 아니야. 아니야. 피곤한데 억지로 답레를 쓰라고 할 순 없는 거기도 하고 나도 무리하게 답레 쓰고 이어가는 것은 별로 원하지 않아. 다만 도림주. 이 상황극을 하기가 아무래도 현생을 생각했을때 힘들겠다 싶으면 얼마든지 이야기해도 괜찮아. 그러니까 너무 무리만 하지 않길 바랄게.
대충 어리짐작가는 금액이 있긴 했지만 정말로 그 금액 그 자체로 나올진 알 수 없는 일이었다. 실제로 무게가 조금만 달라져도 조금 더 비싸게 나올 수 있었으니까. 물론 이곳은 초능력이 있는 지역. 그렇기에 배달 서비스 자체도 아마 초능력을 이용해서 실행될테니 무게는 큰 차이가 없을지도 모르나 미리 지리짐작을 해서 좋을 것은 없었다. 확실한 데이터인 계산 후의 가격이 제일이라고 생각하며 그는 고개를 천천히 끄덕였다.
아무튼 과자를 줄여보도록 하겠다는 그 말에 가을은 일단은 알겠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딱히 도림의 식습관에 간섭을 할 생각은 없었다. 왜 간섭을 하겠는가. 어쨌건 먹는 것은 도림의 선택이었으니까. 아무튼 도림이 고르러 가는 사이 가을은 상자에 넣어 물건을 포장했다. 최대한 차곡차곡. 그렇게 담으면서 그는 최대한 공간을 활용했다. 마치 테트리스라도 하는 것처럼, 최대한 차곡차곡 쌓고 담으니 어떻게든 물건이 들어가고 있었다. 아슬아슬하게 닫을 수 있겠다고 생각하며 그는 미소를 머금다가 이내 도림이 다시 돌아오자 그는 고개만 돌려 도림을 바라봤다.
"알았어. 그럼 그거 계산하고 여기로 가져와."
고개를 천천히 끄덕인 후에 그는 이내 포장을 마무리하려고 했다. 테이프를 떼어내서 상자를 닫은 후에 붙이니 딱 하나로 포장을 마칠 수 있었고 그는 그 묵직한 무게를 느끼면서 웃음소리를 냈다.
상자 하나를 보내느냐, 두 개를 보내느냐는 아무래도 배달비에 있어서 차이가 있을 수밖에 없었다. 그러니까 최대한 비용의 절감을 위해서 차곡차곡 쌓는 것이 그에게 있어선 최고의 선택이었다. 다른 여러가지 가능성을 머릿속으로 생각해도 이것밖에 없다고 생각하며 그는 내용물이 가득 찬 박스를 조심스럽게 두 팔로 안았다.
"정확히는 배달을 맡기고지. 컵라면 박스도 포함해서 말이야."
가볍다고는 해도 어차피 배달을 맡길거면 한번에 맡기는 것이 낫잖아. 그렇게 이야기를 하며 가을은 저 편에 있는 배달을 의뢰하는 곳으로 향했다. 그곳에서 상자를 올려서 무게를 잰 후에, 배달비만 계산하면 모든 것이 끝이 났다. 그 이후는 바로 돌아가면 될 일이었다. 딱히 오늘은 근무가 들어간 것도 아니었으니까. 이내 가을은 막 들려오는 도림의 목소리를 듣더니 살며시 고개를 돌려 그녀를 바라보며 이야기했다.
"그래? 평소에는 더 길게 장을 보는 편이야?"
이 정도면 적당한 시간 아니었나? 그렇게 생각하며 그는 고개를 살며시 갸웃했다. 물론 더 길게 본다고 해서 나쁠 것은 없었으나 굳이 저렇게 말을 할 정도이니 평소에는 달랐던 것일까하는 의문이 든 탓이었다. 아무튼 그는 배달을 맡기는 곳에 도착하자마자 상자를 저울 위에 내려놓았다. 그리고 그녀를 바라보며 상자를 올리라는 듯 살며시 손짓했다.
"그렇다고 할까, 보통은 과자 장을 보고 장난감 코너 쪽이나 게임 코너 쪽 가서 한참 구경하다 집으로 가는 편이니까? 그래서 아이스크림 같이 녹는 거 사는 날은 구경 먼저 하다가 마지막에 사는 편이야."
그녀는 고개를 끄덕이다가 손으로 이리저리 꼽아가며 설명했다.
"이불 위에서 떠나지 않으려면, 일단 그 안에 들어갈 메이트가 필요하거든."
제법 비장한 목소리로 말하는 것을 보아, 이미 그녀의 방 침대엔 게임 같은 것들이 가득한 건지도 모른다. 도림은 문득, "요즘엔 게임도 새로운 신작 많이 나오잖아" 라고 덧붙였다. 가을의 손짓에 자신이 가져 온 컵라면 박스를 나란히 올려 둔 도림은 내심 뿌듯한 표정을 지었다.
장난감 코너와 게임 코너. 생각도 못한 것에 그는 잠시 생각을 하면서 고개를 갸웃했다. 그 와중에 이불 위에서 떠나지 않으려면이라는 그 말에 절로 가을의 표정이 도끼눈으로 바뀌었다. 그러니까 지금 이불 속에서 뒹굴거리고 싶다는 이야기일까? 아니. 정확히는 이불 속에서 계속 뒹굴거리기 위해서 다른 뭔가가 필요하다는 것일까. 하지만 일단 어딘가를 구경하고 싶다는 그녀의 말은 제대로 알아들을 수 있었다.
일단 컵라면 박스가 올라가는 것을 확인하며 그는 가만히 말에 귀를 기울이다가 일단 자신의 카드를 꺼내 배달비를 계산했다. 삑. 이어 영수증을 확인하고 주소를 이야기한 후, 가을은 살며시 손을 탈탈 털다가 다시 카드를 지갑 속에 집어넣었다.
"그러니까 이런저런 말을 하긴 했지만 게임 코너 쪽에 가서 게임을 사고 싶다는거지?"
어쨌건 요점은 그런 것이 아니겠는가. 그렇게 생각을 하나 혹은 다른 목적일지도 모를 일이었다. 일단 지금까지 들은 것은 그런 내용이었다고 생각하며 그는 그렇게 확인을 하듯 물어보면서 잠시 또 생각하는 모습을 보였다.
"...나는 게임 쪽은 잘 모르겠는데. 어떤게 재밌어?"
그래도 기왕 여기까지 왔으니 조금 더 함께 해도 좋지 않을까. 그렇게 생각하며 그는 고개를 천천히 끄덕였다. 어차피 배달 신청은 끝났고 내일이 되면 상품은 부실에 배달이 될테니 그 부분은 걱정이 없다고 생각하며 그는 그녀에게 그렇게 물으면서 안내를 해보라는 듯 다시 말을 이었다.
도끼눈을 그만두라고 이야기를 하는 도림의 말에 가을은 작게 한숨을 내쉬면서 일단은 알겠다는 듯이 표정을 풀었다. 아무튼 이어지는 그녀의 반응으로 보아 정말로 게임가게에 가서 게임을 구경하고 싶었던 모양이었다. 물론 게임 자체를 가을은 그다지 부정하지 않았다. 거기에 너무 푹 빠져서 일상생활이 불가능한 수준만 아니라면야 뭘 하건 그건 자기 마음이 아니겠는가. 적어도 가을은 그렇게 생각했다. 보아하니 정말로 좋아하는 것 같았기에 그는 절로 고개를 천천히 끄덕이며 그녀의 말에 귀를 기울였다.
"RPG와 판타지라. 확실히 우리는 판타지스럽긴 하지. 이 학원도시를 나가면 초능력을 쓸 수 있는 이는 아무도 없을테니까. 뭐, 아무튼 전통판타지를 좋아한다고 보면 되는거겠지? 그러니까 마왕이 나오고, 용사가 나오고 그런 거."
적어도 자신이 아는 전통판타지는 그런 부류였다. 물론 요즘은 또 다를지도 모르나 적어도 그런 부류가 아니겠는가 추측을 하면서 그는 일단 확인을 하듯 그녀에게 그렇게 말했다. 물론 목소리에 자신감은 적긴 했지만. 아무튼 방금 전까지 눈이 반짝이더니 갑자기 핫 소리를 내며 뒤로 물러나는 그녀의 모습에 그는 오른손으로 입을 가리고 조용히 울어보였다.
"뭘 그렇게 당황하고 그래. 나는 딱히 게임은 부정 안해. 너는 게임을 많이 할지도 모르지만 그래도 다른 일도 잘 하잖아. 그럼 아무런 문제도 없어."
자신의 지론을 확실하게 이야기하며, 놀 땐 놀고 일할땐 일하자. 그 논리를 확실하게 이야기하며 가을은 살며시 그녀의 제안에 귀를 기울였다. 체험 부스라. 확실히 나쁘진 않았다. 잠깐 머리를 식히는 정도면 괜찮겠다고 생각하며 그는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럴까? 하지만 역시 요즘 나오는 게임은 잘 몰라. 가상현실 다이브 게임. 이런 것은 있다고 들은 것 같긴 한데... 이 학원도시 내에서만 그렇다는 말을 들은 것 같기도 하고. 아무튼 추천해주는 거 있으면 해볼게. 빠질지는 별개지만."
적어도 자신은 게임을 그렇게 많이 하진 않을 것 같다고 생각하며 그는 살며시 고개를 도리도리 저었다. 어쨌건 그녀의 뒤를 따라가보겠다는 듯이 걸어가던 그는 살짝 고개를 갸웃하며 그녀에게 질문했다.
"그런데 이런 마트에서도 체험 부스가 있어?"
/ㅋㅋㅋㅋㅋㅋ 왕눈 재밌지. 정말로. 도림이가 칩거해도 충분히 이해할 수 있어! 아무튼 그럼에도 저지먼트 활동은 또 제대로 하는구나. 하지만 또 돌아가면 게임 라이프...부럽다. 저런 나이니까 가능한거겠지. 거기다가 대우받는 레벨4...(부러움의 눈물) 나도 그렇게 게임 계속 하고 싶어! 왕눈... 정말 재밌었기에 특히나 더. 아무튼 새벽 5시 기상이라니. 늘 스펙터클하고 고생스러운 하루를 보내고 있구나. 부디 잘 자고.. 답레는 천천히 올려도 괜찮아! 일단 잘 자! 도림주!
얍! 갱신해둘게! 별 건 아니고 내일 저녁부터 토요일 저녁까진 아무래도 내가 좀 다른 곳에 갔다와야 해서.. 정확히는 내일 퇴근하고 바로 출발해야 하는지라 상판에는 조금 오기 힘들 것 같다는 말 남길게! 도림주 많이 바쁘고...아파보이기도 하는데 부디 몸 건강해지고 현생 나아지길 바라.
주인공이 최종보스라니. 그럼 결국 주인공이 파멸하거나 죽는다는 내용이니 배드엔딩 아닌가? 굳이 배드엔딩 게임을? 물론 누군가에게는 취향일 수 있으나 적어도 자신은 아니라는 듯, 그는 고개를 괜히 도리도리 저었다. 허나 그 관련으로 특별히 무슨 말을 할 생각은 없었다. 결국 개인 취향이 아니겠는가. 조금 이해는 가지 않지만 그래도 취향은 존중하겠다는 듯, 가을은 고개를 천천히 끄덕일 뿐이었다.
아무튼 게임에 대해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는 도림의 모습을 바라보며 가을은 정말로 그녀가 게임을 좋아하는 것 같다고 생각했다. 그러니까 가상현실 게임 같은 것은 게임센터에나 있고 여기서는 게임기를 갖다 놓고 체험하는 것은 있다는 것일까. 그렇게 해서 게임기를 사도록 유도하는 것일까. 생각해보면 언제부턴가 게임은 잘 하지 않았다고 생각을 하며 그는 절로 팔짱을 꼈다. 윗층으로 올라가는 그녀의 뒤를 따라 올라가며 그는 잠시 생각을 하다가 그녀가 게임을 권하는 말에 그는 팔짱을 풀고 입을 열었다.
"재밌어보이면 생각은 해볼게. 너무 큰 기대는 하지 말고. ...지금 나에게 있어서 중요한 것은 어떻게든 미지의 영역, 레벨5에 도달하는 것이니까."
가볍게 여가정도라면 즐길지도 모르지만 너무 많이 즐기지는 않을 것 같다고 생각하며 그는 일단 그 정도로만 이야기를 했다. 그러다가 그는 괜히 고개를 갸웃하면서 한가지 의문을 표했다.
"그러니까 같이 한다는 것은.. 2인용 게임..을 말하는거지? 그럼 너네 방에 놀러가야해?"
온라인 게임이라면 굳이 살 필요는 없지 않나? 그렇게 생각하는 것으로 보아 적어도 가을에게 있어서 게임의 영역은 미지의 영역. 그 자체가 아니었을까.
/으아...일정을 마치고 돌아왔어!! 오늘 하루 굉장히 바빴다!! 그래도 이제 쉰다!! 남은 시간은 쉴거야!!
기왕이면 주인공이 행복해지는 결말이 좋다고 가을은 생각했다. 물론 그런 엔딩이 취향인 이도 있겠지만 적어도 자신은 아니었다. 멋대로 트루엔딩이 아닌 다른 엔딩을 보고 이게 트루엔딩이라고 우기는 자신의 모습을 살짝 떠올리다 그는 스스로도 어이가 없어 피식 웃어버렸다. 그러는 와중, 도림이 레벨5에 대해서 물어보자 가을은 고개를 도리도리 저었다. 여전히 감이 영 잡히지 않는 모양이었다. 뭔가 높은 장벽이 있는데 그 장벽을 뚫어버릴 수 없기도 하고, 애초에 레벨5는 어떤 영역인지 감조차 잡히지 않았다. 근처에 레벨5가 없기에 더더욱. 그 감과 이미지만 잡으면 어떻게든 될 것 같지만.. 애초에 거기에 도달할 수는 있는 것일까. 그렇게 생각하며 그는 고개를 도리도리 젓는 것으로 답을 마쳤다.
한편 자신을 놀릴 생각인지 방에 와줄 것인지를 묻는 도림을 바라보며 가을은 고개를 갸웃하고 빤히 도림을 바라봤다. 그리고 역으로 그녀에게 질문을 던졌다.
"오히려 네 입장엥서 내가 가도 괜찮은거야? 되게 피곤하다고 느낄수도 있는데?"
일단 네 방 정리상태부터 볼거야. 그렇게 이야기를 하면서 그는 고개를 도리도리 저었다. 물론 실제로 그렇게 할 생각은 없었으나 저쪽이 장난으로 나왔으니 자신도 그에 비슷하게 대응하는 것이 좋지 않겠는가. 아무튼 종류는 다양할 거라는 말에 그는 가만히 고개를 끄덕였다. 이렇게 보면 정말로 게임을 좋아하는 것인지. 아니면 정말로 전문가인지. 둘 다인지. 일단 그렇게 생각하다 그는 그녀에게 물었다.
"그러면 객관적으로 네가 봤을 때 나는 어떤 게임이 잘 어울릴 것 같아?"
전문가로서 추천을 해달라는 듯, 그렇게 이야기를 하며 가을은 이내 도림이 말하는 체험코너를 바라봤다. 커다란 화면과 함께 콘솔이 단단하게 고정되어있는 모습으로 보아 도난을 방지하려고 한 것이겠거니 생각을 하며 그는 가만히 그 화면을 바라봤다.
"...그러니까. 음. 역시 이럴 땐 2인용 협동이나 격투게임 같은 거려나? 아니. 그런데 그건 오락실인 것 같고. 역시 잘 모르겠네. 이렇게 된 이상 네 추천에 맡길게. 역시 전문가에게 맡기는 것이 제일이지."
/....아이고..야근이면 너무 무리하게 이을 필요 없어!! 아무튼..시험은 다시 한번 화이팅이야! 답레와 함께 갱신이야!
물론 그게 도움이 될지도 모르지만 과연 순순히 알려줄지는 또 의문이었다. 이것저것 요구를 하는 것이 아닐지. 또 무슨 실험을 한다면 이것저것 시도를 하는 것은 아닐지. 모든 연구원들이 나쁜 것은 아니었으나 참 괴팍한 연구원들이 많았기에 더더욱. 물론 레벨5가 되면 사업적으로 도움이 될테니 협력이야 해줄 것 같지만. 영 찝찝하다는 생각을 가지면서 가을은 가만히 말 끝을 흐리면서 고개를 도리도리 저었다.
아무튼 방이 깨끗하다는 말에 가을은 피식 웃으면서 그럼 조만간에 한번 검사를 하러 가보겠다고 이야기했다. 장난 느낌으로 하얀 장갑을 끼고 가볼까. 그런 생각을 하기도 하나 굳이 그런 생각까지 입 밖으로 꺼내진 않았다. 한편 자신에게 어울리는 게임을 알려주는 것에 가을은 가만히 귀를 기울였다. 퍼즐이나 추리라. 확실히 추리라면 굉장히 좋아하는 장르이긴 했다.
"그래? 확실히 난 추리를 좋아하긴 하니까. 잘 맞추고 못 맞추고는 별개긴 하지만. 아무튼 RPG? 음. 확실히 그것도 나쁘지 않긴 한데."
역시 직접 해봐야 알 것 같았기에 그는 성급하게 결론을 내지 않고 일단 신중하게 생각만 하는 쪽으로 마음을 먹었다. 그러는 와중 협동게임과 퍼즐이라는 말에 그는 살며시 관심을 보이는 모습을 보였다.
"합동게임은 재밌을 것 같긴 하네. 가지고 있으면 다음에 한번 같이 해보자. 물론 내가 잘 따라갈 수 있을진 모르겠지만. 아무튼 하면 돼?"
여기서 이렇게 바로 게임 플레이를 해도 되긴 하는건가? 그렇게 생각을 하지만 일단 컨트롤러를 잡고 가을은 가만히 화면을 바라봤다. 화면에서 나오는 스토리. 그리고 이내 조종하게 되자 그는 오. 소리를 내면서 가만히 그래픽을 보면서 꽤 괜찮다고 생각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자 전투가 시작되자 그는 가만히 생각에 빠지면서 일단 자신의 생각대로 조작하기 시작했다.
지금은 실종사건도 벌어지는 중이기에 마냥 놀 수도 없는 일이었다. 물론 지금 당장 뭘 하라고 하는 것은 없었으나 그럼에도 어느 정도 대비는 해둬야 하는 상황이엇다. 그렇기에 매일매일 게임을 하러 갈 순 없으나 바쁘지 않고 일정이 없다면 가끔은 괜찮겠지. 그렇게 결론을 내리며 그는 고개를 천천히 끄덕였다.
바로 옆에서 게임을 잘한다고 이야기를 하지만 스스로는 알 길이 없었다. 일단 이렇게 하는 것인데 맞는 건가. 그렇게 생각하기에 바빴기에 더더욱. 아무튼 어느 정도 진행을 하다보니 도림의 설명이 또 이어졌다. 이건 체험판이고 튜토리얼 직후까지만 플레이가 가능하다. 즉 더 하고 싶으면 사서 하라는 이야기. 정말로 흥미를 끄는 마케팅전법이라고 생각하며 가을은 고개를 끄덕이다가 컨트롤러를 내려놓았다.
"조금 흥미롭긴 하지만 그래도 살 정도까진 아닌 것 같아. 뭐, 일단 지금 하는 업무가 다 끝나면 그 이후에 천천히 생각해볼게."
적어도 자신은 오늘 게임을 사러 나온 것은 아니었기에 이 정도면 충분하다는 듯, 그렇게 이야기를 하며 가을은 도림을 바라보면서 바로 질문을 던졌다.
"...그 부분 너무 신경쓰진 마. 어디까지나 우리는 순찰만 잘 돌면 돼. 거기서 너무 필요이상으로 생각할 필요는 없어."
물론 진상이 궁금하긴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주어진 지령을 넘어설 순 없었다. 그 이상 나아가게 되면 다른 책임이 생기게 되며, 자신은 굳이 그런 책임이 생길 부분을 만들 생각이 전혀 없었다. 무책임하고 무심하다고 할지도 모르나 그렇게 하는 것이 더욱 안전하지 않겠는가. 적어도 가을의 생각은 그랬다. 그렇기에 그는 굳이 신경을 쓰지 마라고 도림에게 이야기했다. 물론 도림이 돌발행동으로 혼자 이런저런 조사를 나갈 거라고는 생각하지 않지만 혹시 모를 일에 그는 신중하게 행동했다.
아무튼 더 살 필요는 없을 것 같다는 말에 그는 그럼 여기에 왜 온거야? 라는 표정을 지으면서 도림을 빤히 바라봤다. 그냥 단순히 구경을 하고 싶었던 것인가. 아니면 눈치를 보는 것인가. 잠시 생각을 하던 가을은 입을 열었다.
"눈치 보는 거면 눈치보지 말고 사도 돼. 딱히 게임 좋아한다고 뭐라고 할 생각 없으니까."
물론 정말로 살 것이 없어서 돌아가는 것일수도 있으니 딱 그 정도로만 이야기를 하며 가을은 도림이 나가려고 하면 따라서 나가려고 했을 것이다. 그리고 아마 망설임 없이 바로 출구를 향해 천천히 걸어갔을 것이다.
하지만 한동안은 역시 여유가 나기 힘들지 않을까. 그렇게 생각하며 가을은 고개를 사렴시 도리도리 저었다. 일단 그 부분은 너무 생각하지 않기로 하며 그는 완전히 마트 밖으로 나왔다. 물건은 배달을 시켰고 이제 슬슬 돌아가면 되겠지. 가는 길에 자신도 장볼 것이 있으면 가볍게 먹을 것이라도 좀 사갈까. 그렇게 생각하는 와중 그녀의 물음이 그의 귀에 들려왔다.
"아니. 그런 일정은 없는데."
손으로 부채질을 하는 그녀를 바라보며 그는 자신의 오른팔을 앞으로 뻗은 후에 손바닥을 위로 올렸다. 그리고 그 위에서 작은 얼음 결정을 만든 후에 그녀에게 내밀었다. 조금은 더위가 식을 것이라고 이야기하며.
"더울 땐 바로바로 얘기해. 이렇게 얼음 정도는 만들어줄테니까. 물론 너무 무더운 날씨는 힘들지만."
어쨌건 자신의 능력은 수분이 있어야 사용 가능했다. 그렇기에 너무나 건조한 날씨에는 사실상 능력을 쓸 수 없었으니 어쩔 수 없었으나 적어도 지금 같은 날씨는 충분히 능력을 사용할 수 있었다.
/그렇구나! 그럼 출장 잘 다녀오기야!! 음. 이미 이곳은 천둥벼락이 치고 있어...8ㅁ8
"그렇다고 이 날씨까지 내가 바꿀 수는 없지만 말이야. 바꿀 수 있다고 해도 바꾸면 큰일날테고."
그야말로 기상을 조작해서 바꿔버리는 것이니 절대로 함부로 사용해서는 안되는 경지인 것은 분명했다. 여름인데 눈이 내리거나 추워지거나 덥지 않으면 그야말로 대재앙급이 아니겠는가. 그렇게 생각하는 와중, 그런 일도 가능한 것이 레벨5인 것이 아닐까라는 생각이 가을의 머릿속을 채웠다. 만약 그렇다고 한다면 자신이 넘어설 수 있긴 한 것일까. 그런 경지에 발을 들이밀 수는 있는 것일까. 아니. 애초에 발을 들이미는 것이 용서가 되는 것일까. 그런 복잡한 생각이 들었고 이내 가을의 표정이 조금 복잡하게 바뀌었다.
하지만 이내 그 생각은 뚝 끊어졌다. 도림에게서 집에 잠깐 들리지 않겠냐는 제안이 들어왔기 때문이었다. 집이 멀지 않고 어제 쿠키를 구웠으니까 놀러오라는 식의 제안에 가을은 고개를 내려 도림을 바라봤다. 잠시 생각을 하는지 팔짱을 끼고 음- 소리를 내던 가을은 이내 팔짱을 풀었다. 그리고 도림을 바라보며 고개를 천천히 끄덕였다.
"그럴까? 어차피 이후 일정은 없기도 하고..."
뭔가 일이 있다면 그 일을 보러 가겠지만 방금도 말했다시피 가을은 딱히 이후의 일정이 없었다. 굳이 일정을 잡자면 자신의 능력의 경지를 올리기 위해서 트레이닝을 하거나 저지먼트 부실로 가서 서류를 좀 체크하는 것 정도일까. 하지만 어느 쪽도 당장 급하다거나 꼭 해야 하는 일이 아닌만큼 오늘은 이대로 휴식을 계속 취하는 것도 나쁘지 않겠다고 생각하며 가을은 도림에게 이야기했다.
"설사 할 수 있다고 하더라도 날씨를 바꿔버리고 싶진 않아. 한여름에 눈이 온다고 생각해봐. 그야말로 끔찍한 재앙이야."
생각도 하기 싫다는 듯이 가을은 고개를 도리도리 저었다. 물론 어린아이들은 좋아할지도 모르지만 무르익어야 할 식물이 얼어죽게 되는 재앙이 일어날 것은 눈에 훤했다. 그렇다고 특정 지역에만 눈이 오게 하는 것 또한 위험한 일이었다. 자신들이 살아가고 있는 이 사회는 2차원 평면이 아니라 3차원 입체였으니까. 결국 어딘가에는 또 영향을 줄 것이 분명했기에 그는 고개를 도리도리 저었다.
"글쎄. 그건 되어봐야 알겠지. 만약 된다고 해도 얼음성을 지을 생각은 없지만 말이야. 아무튼 먹을 수 있는 거라면 비웃진 않아."
대신 먹을 수 없는 쿠키라면 독살로 볼거야. 그렇게 장난스럽게 웃으면서 이야기를 하는 가을은 얌전히 도림의 뒤를 천천히 따라가며 주변을 바라봤다. 딱히 경치 구경을 하기보다는 그냥 주변에 문제가 없는지 살피는 것에 가까웠다. 어쨌건 저지먼트 부원이었기에 자신도 모르게 몸에 녹아있는 습관 비슷한 무언가였다.
한편 주택가 앞에 멈춰서고 이쪽이라고 이야기를 하는 도림의 말에 가을은 고개를 끄덕이며 도림이 말한 그 방향으로 천천히 향했다.
포이즌쿠킹이라는 말에 가을의 눈이 가늘게 바뀌었다. 죽어도 그런 것은 안 먹겠다는 강한 의지가 불꽃처럼 눈동자 속에서 활활 타오르고 있었고 가을은 으으. 소리를 내면서 괜히 고개까지 도리도리 저었다. 먹는 것으로 장난하는 것이 아니라는 말까지 강한 어투로 이야기를 하면서 가을은 정말로 강한 거부감을 보였다.
아무튼 자신의 물음에 도림이 처음이라는 듯이 이야기를 하자 가을은 괜히 고개를 갸웃했다. 그러다가 장난치듯 신경이 쓰이냐는 그 말에 가을은 빤히 도림을 바라보다가 고개를 천천히 끄덕였다. 그 말은 즉, 긍정이었다.
"신경이야 쓰이지. 내 입장에선 또래 여자애의 집에 들어가는 것은 처음이니까. 그냥 남자애를 데리고 가는데, 전혀 거부감이 없어보여서 묻는거야. 이전에 경험이 있어서 익숙한가 싶어서 말이야."
그렇게 긴장이 되거나 그런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고등학생이 되어서 이성의 집에 가는 것은 사실상 처음이었다. 무슨 환상이 있는 것은 아니었고, 기대를 하는 것도 아니었지만 그럼에도 묘하게 긴장감이 드는 것 또한 사실이었다. 이어 가을은 헛기침을 하면서 기분을 가라앉혔고 들려오는 말에 피식 웃었다.
"그러니까 네 집은 여자애들의 아지트가 되었다 이거지? 어떤 느낌일지 묘하게 궁금하네."
이어 공동 현관으로 들어서며 그는 그 안의 분위기를 잠시 살폈다. 정리 상태라던가 혹은 다른 문제가 있느냐라던가. 딱히 시켜서 하는 것은 아니었고 그냥 어떤 분위기일지 구경하고 싶은 마음에 그는 조용히 고개만 이리저리 돌렸다. 그러다가 그는 음. 소리를 내면서 그녀에게 물었다.
"그러니까 여기서 기다리면 되는거야?"
/여러모로 열심히 하루를 보내고 있구나! 아무튼 답레와 함께 갱신이야! 오늘도 내일도 화이팅!
문을 열고 거실이 모습을 드러내자 가을의 눈동자가 다시 한 번 빠르게 움직였다. 습관적으로 어떤 환경인지 탐색하기 위함이었다. 물론 프라이버시가 침해될 것까지 볼 생각은 없었지만 거실을 본다고 해서 크게 문제가 될 것은 없지 않겠는가. 그리고 가을은 그 거실이 깔끔하긴 했지만 그렇다고 해서 마냥 정리가 된 곳은 아니라고 생각했다. 이를테면 저기 보이는 둥그렇게 뭉쳐있는 담요라던가.
"어제 게임 하다가 그대로 잔 건 아니지?"
담요도 그렇고 게임기와 칩 박스가 그대로 있는 것도 그렇고. 아무래도 담요 안에 들어가서 게임을 하다가 그대로 잠든 것은 아닐까 추측하며 가을은 도림을 빤히 바라봤다. 물론 그런 행동이 나쁘다는 것은 아니었다. 애초에 가을은 도림의 행동을 간섭하거나 할 생각이 없었다. 아무튼 소파에 앉아서 기다리라고 했으니 가을은 얌전히 소파에 앉아서 기다렸다.
그리고 얼마 안 가 도림이 뭔가를 들고 오자 가을은 절로 자리에서 일어섰다. 그러던 와중 들려오는 말에 그는 피식 웃으면서 이야기했다.
"마음 같아선 정리를 도와줄까 싶지만 네 프라이버시에 걸리는 부분이 있을테니까 굳이 하진 않을게. 그래도 이 정도면 괜찮은 것 같은데? 정말 지저분한 애들의 집은 진짜 여기서 어떻게 사나 싶을 정도거든."
진짜 딱 앉을 자리와 누울 자리만 빼면 완전 엉망이라고 이야기를 하며 가을은 생각도 하기 싫다는 듯이 고개를 도리저으며 으~ 소리를 냈다.
간섭할 생각은 없었으나 주의를 주는 것은 간섭이 아니니까 상관없다고 생각하며 가을은 충고하듯 그렇게 이야기했다. 게임을 하다가 잠들어버리는 것이 건강에 좋을리가 없지 않겠는가. 한두 번이라면 상관없을지도 모르나 그게 쌓이고 쌓이면 반드시 탈이 나기 마련이었다. 그렇기에 그는 고개를 도리도리 저으면서 괜히 어깨만 으쓱했다.
아무튼 초콜릿 맛과 버터맛이 섞여있다는 말에 가을은 절로 침을 꿀꺽 삼켰다. 그러면 제법 달콤하면서도 부드러운 거 아닌가? 쿠키로서는 꽤 좋은 것 같은데. 물론 도림의 요리 실력을 잘 모르기에 온전히 기대를 하긴 힘들었지만 그래도 먹을 것이니까 준거겠지. 그렇게 결론지으며 그는 이내 고개를 천천히 끄덕였다.
"되게 많이 만들었나봐? 부장과 다른 부원들것도 있을 정도면 말이야. 대체 얼마나 만든거야? 아. 일단 그건 내 꺼라고 알면 될까?"
이어 가을은 손으로 도림이 잡고 있는 봉투를 손으로 가리켰다. 단순히 자신에게 보여주려고 하는 것이라면 잡지 않을 생각이었지만, 만약 자신의 것이라고 하면 잡을 생각이었다. 한편 갑자기 부엌으로 가더니 초콜릿 쿠키를 하나 가져와서는 모양이 실패한 것이라고 권하는 모습에 가을은 일단 그 쿠키를 받았다.
"뭐야? 이거? 지렁이야?"
왜 하필 지렁이? 영문을 모르겠지만 모양이 실패한 거니까 그럴 수도 있겠거니 생각하며 가을은 그 쿠키를 입에 집어넣고 천천히 씹었다. 절로 부드럽고 달콤한 초콜릿 향이 입에 퍼지는 것 같아 가을은 작게 감탄했다.
당사자가 저렇게 이야기를 하니 가을의 입장에선 믿을 수밖에 없었다. 딱히 동기를 의심하고 싶은 마음은 없었기에 더더욱. 하지만 그럼에도 조금 미심쩍은 느낌이 있었는지 그는 게임기를 잠시 바라봤다. 그렇게 게임이 재밌나? 나중에 이 일이 다 마무리가 되면 그땐 나도 조금 해볼까. 그렇게 생각하며 그는 일단 가볍게 피식 웃으면서 넘겼다.
"달?"
지렁이인줄 알았더니 달이라니. 그것도 초승달이라니.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그는 방금 받은 쿠키와 도림의 얼굴을 번갈아 바라봤다. 하지만 아무렴 어떤가. 설사 정말로 지렁이라고 하더라도 맛만 좋으면 그만이었다. 그리고 실제로 쿠키는 꽤 많이 좋았다. 뭘 그리는 재주가 없을 뿐, 마치 쿠키는 잘 만든다는 듯이 자랑스럽게 이야기하는 도림의 모습에 가을은 동감한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쿠키점이라."
지금 먹는 이 쿠키를 가게에서 팔 수 있을지의 여부는 조금 미묘하다고 가을은 생각했다. 허나 지금 당장 여는 것도 아니고 그때까지 계속 연습하고 실력을 쌓는다면 명물이 될 수도 있지 않겠는가. 미래는 모르는 일이었다. 그렇기에 가을은 그녀를 응원한다는 듯이 어깨를 가볍게 툭툭 치면서 이야기했다.
"응원할게. 바쁘지 않다면 찾아가고."
즉, 매일 갈 수는 없지만 그래도 시간이 나면 찾아간다는 말이었다. 그 정도의 말을 남기면서 그는 괜히 어깨를 으쓱했고 쿠키를 괜히 하나 더 먹었다. 역시 부드럽고 맛이 좋은 듯, 그는 미소를 지었다.
"이 정도라면 저지먼트 일을 하면서도 디저트로 자주 먹고 싶을 정도야. 한번씩 만들어줄 수 있어? 혹시?"
그 부분은 확실하게 구분하라는 듯이 가을은 고개를 도리도리 저었다. 물론 도림도 매일 올 거라고 생각은 하지 않겠지만 그래도 굳이 이렇게 표현하는 것은 나중을 위함이었다. 미리 이렇게 선을 그어서 나쁠 것은 없지 않겠는가. 너무 큰 기대를 받는 것은 자신에게도 부담스러운 일이었으니까.
한편 쿠키를 한번씩 만들어줄 수 있냐는 물음에 도림이 살짝 놀라는 것 같아 가을은 고개를 갸웃하면서 오히려 물음표를 띄웠다. 그렇게 놀랄 일인가? 그렇게 생각을 하면서 팔짱을 낀 그는 침묵을 지키다가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뭐, 괜찮은데. 난 못 먹을 정도의 음식이 아니면 어지간하면 괜찮은 편이라서. 김에 부장이나 다른 이들과 나눠먹어도 될테고. 그리고 맛 괜찮았어."
자신의 말이 그다지 미덥지 않은 것인가. 그런 생각을 하며 가을은 오히려 의아한 표정, 의구심이 가득한 표정을 지은 후에 빤히 도림을 바라봤다. 그리고 이야기했다.
애초에 칭찬한 것이긴 하나 상대방이 어떻게 받아들일진 알 수 없는 일이었다. 상대가 기분좋게 들어주니 자신도 괜히 기분이 좋아 가을은 미소를 지었다. 한편 자신에게 쿠키를 가득 넘기자 가을은 빤히 그녀를 바라보더니 의심쩍은 목소리를 냈다.
"이 참에 처리 못했던 것을 다 나에게 맡기고 그런 건 아니겠지?"
더 주는 것은 상관없으나 뭔가 한번에 많이 주는 것 아닌가 싶어 가을은 괜히 그렇게 물었다. 물론 딱히 도림의 행동이 이상하다거나 나쁘다는 것은 아니었다. 그냥 약간의 장난이 섞인 그런 물음이었기에 그는 굳이 더 깊게 추궁하진 않았다. 일단 준 것은 확실하게 챙기면서 그는 나중에 자신의 집에 가면 천천히 먹어야겠다고 생각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모양이 불가능한데 리퀘스트는 되는거야? 그래도 기왕이면 다른 모양의 쿠키도 먹어보고 싶은데. 단풍 모양이라던가."
자신의 이름인 가을을 떠올리며 가을은 괜히 그렇게 이야기했다. 하지만 일단 주는 것에 만족하기로 하며 도림의 말에 고개를 천천히 끄덕였다.
"그렇지 않겠어? 그래도 틀만 있는다고 되는 것은 아닐테니 연습은 확실하게 하고 그래. 그래야 모양이 더 예쁘게 나올걸? 다른 요리도 다 마찬가지잖아?"
결국엔 도구도 중요하지만 실력도 중요한 법이었다. 그 부분을 확실하게 이야기하며 가을은 미소를 머금었다. 그러다 도림을 바라보며 넌지시 물었다.
"그래서 네가 제일 만들고 싶은 것은 뭔데? 그러니까 쿠키 모양으로."
/돌아왔다!! 답레와 함께 갱신이야! 물론 피로는 가득하지만 그래도 즐거운 시간이었어! 아무튼 안녕! 도림주!!
진단과 해시는 매우 잘 읽었지! 놀러가면서 말이야! 후후후... 선한 것이 애매하게 틀리다니! ㅋㅋㅋㅋㅋ 그럴리가 없잖아! 음. 그리고 도림이는 일상을 지키려고 하는 파. 그런데 그 와중에 귀찮으면 안하는거야? ㅋㅋㅋㅋ 아닐 것 같은데. 귀찮아도 진짜 위험할땐 나설 것 같은데? 아무튼 레벨이 높다고 무조건 돈이 많은 것은 아니지만 아무튼 도림이는 돈이 많구나. 도롱이 도림이라. 그건 한번 나도 보고 싶은데? 막 괜히 콕콕 찔러보고 싶어. (나쁨) ㅋㅋㅋㅋㅋㅋ 그 와중에 신...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무튼 최강의 흑색 나이트라. 그건 그것대로 멋질 것 같다. 파이어 나이트인가? (아님)
안녕! 도림주! 나는 오늘은 그저 휴식을 엄청 취했지! 금요일 밤에 출발하는 대신에 월요일부터 여름 휴가를 써서 금요일까지 쭉 휴가다! 헤헤. 이번주는 푹 쉰다! (뒹굴뒹굴) ㅋㅋㅋㅋㅋㅋㅋ 능력을 생각해보면 그렇게 해도 이상할 것은 없을 것 같은걸. 아무튼 일상에서 볼 수 있다라. 하지만 그럴려면 도림이 집으로 찾아가야 하잖아. 과연 도림이가 문을 열어줄지가 궁금한걸? (갸웃)
들켰다는 말에 가을은 괜히 도끼눈을 뜨고 도림을 뚫어져라 바라봤다. 하지만 장난이라는 것을 알기에 그는 곧 표정을 풀면서 피식 웃었다. 정말로 자신에게 실패작을 다 주는 것이라고 해도 딱히 상관없었다. 어쨌건 맛이 중요한 법이었으니까. 물론 모양도 예쁘면 좋겠지만 둘 중 하나를 선택하라고 한다면 역시 맛이었다.
그 와중에 모양틀을 쓸 수 있다면 상관없다고 이야기하며 단풍 모양의 이유를 묻는 그녀의 말에 가을은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실제로 그 이유가 맞았으니까.
"이상해? 그래서 난 단풍 모양 꽤 좋아해."
자신의 이름이 가을이라는 것도 꽤 큰 영향을 주는 것은 사실이었다. 그래서 그게 무슨 문제냐는 듯이 가볍게 이야기를 하며 가을은 괜히 어깨를 으쓱했다.
"오래 걸린다고 하더라도 연습은 해야지. 소비자들이 얼마나 냉정한데. 못난이 쿠키만 사는 소비자가 얼마나 되겠어? 나도 그런 것은 안 사."
나름 진지하게 이야기를 하며 가을은 고개를 도리도리 저었다. 어쨌건 도구만 중요한 것이 아니라 실력도 중요한 법이었다. 아무리 도구가 좋은 것이라고 해도 실력이 따라주지 않으면 결국 도구를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지 않겠는가. 엄청 오래 걸린다고 못난이 쿠키로만 팔겠다니. 아무리 생각해도 가게가 금방 망하는 미래밖에는 보이지 않아 그는 나름대로 진지하게 이야기했다.
물론 말은 저렇게 하지만, 어디 실제로 그러겠냐만.
"그래? 낚시라. 보통은 방아를 찧는 토끼지 않아? 물론 낚시하지 말란 법은 없긴 한데. 아무튼 나중에라도 만들 수 있도록 연습하면 되잖아? 틀을 네가 직접 만드는 방법도 있을테고, 주문하는 방법도 있을 것 같은데."
만들고자 한다면 얼마든지 만들 수 있지 않을까. 적어도 가을은 그렇게 생각했다. 물론 실제는 조금 다를지도 모르지만. 그렇게 말하면서도 기대해보겠다는 듯이 가을은 싱긋 미소를 지었다.
"그럼 언젠가 그 쿠키를 만들면 나에게 줘. 내가 평가할테니까."
/ㅋㅋㅋㅋㅋㅋ 아닛. 그래도 문단속은 해야지!! 병문안을 오면 열어주기는 하는구나. 그러면 가을이는 무리하지 말라고 물수건을 갈아주고 죽만 끓여주고 바로 갈 것 같긴 한데... 아무래도 자신이 오래 있기는 조금 애매할 수도 있으니 말이야.
역시 자신의 이름이 가을이라서 그런 것일까. 모양을 이야기하라고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은 단풍 모양이었다. 이어 그는 자신의 손바닥을 펼친 후에, 단풍 모양의 얼음조각을 만들어서 살며시 굴리다가 다시 수증기 상태로 만들며 그 형태를 없앴다. 레벨5가 되어서 이명을 가지게 된다면, 단풍 관련으로 뭔가를 가지고 싶다는 생각을 잠시.
나름대로 진지하게 생각하는 것 같은 도림의 모습에 가을은 아무런 말 없이 그저 작은 웃음소리만 약하게 내뱉었다. 차후에 한번 상태를 보면 좋지 않을까. 그렇게 생각하며 그는 굳이 더 뭔가를 이야기하거나 하지 않았다. 그녀의 노력의 성과는 분명히 나올 것이라고 믿기에.
"나야 고맙긴 한데 다른 부원들이 차별한다고 하는 거 아니야? 내가 부장이라도 되면 부장이니까 가장 좋은 것을 준다는 핑계거리라도 있겠지만, 아직 난 부장이 아닌걸."
장난스럽게 이야기를 하나 준다고 한다면 거부할 생각은 그에게 없었다. 그 와중에 과일타르트를 이야기하는 그녀를 바라보며 그는 저도 모르게 침을 꿀꺽 삼켰다.
"그건 나도 진짜 먹고 싶은걸? 만들 수 있게 된다면 나도 하나 받고 싶은데 어때? 맛보기 담당 필요하지 않아?"
나름 자신이 있다는 듯, 그렇게 말하며 가을은 작게 소리를 내며 웃었다. 뒤이어 그는 그녀에게 살며시 말을 조금 더 이었다.
나중에 말한다니. 대체 뭘 말하려고 한건데? 얘는? 그런 수상쩍한 눈빛을 가을은 도림에게 보였다. 하지만 저렇게 말을 하니 굳이 더 추궁하진 않으려고 마음 먹었지만 그럼에도 수상하다고 느낀 감정이 쉽게 사라지진 않았는지 그는 빤히 그녀를 바라보다가 한숨을 약하게 내쉬었다. 일단 기억은 해둬야겠다고 생각하며 그는 조용히 어깨를 으쓱했다.
한편 이렇게 말을 들어보니 디저트 만드는 것을 상당히 좋아하는구나. 그렇게 추측하며 그는 고개를 천천히 끄덕였다. 정말 나중에 쿠키집을 차리건, 디저트집을 차리건 뭐라도 하나 차리면 찾아가보는 것도 좋겠다고 가을은 생각했다. 그러다가 절로 침을 삼키기도 하며.
"괜찮아. 애초에 건물 입구까지 가는 것이 어려운 것도 아니고 집에 들어왔는데 다시 나오게 하는 것도 좀 그래."
굳이 나오지 말라고 이야기를 하며 가을은 살며시 손을 저었다. 그리고 이제 정말로 가보겠다고 이야기를 하며 그는 문을 열었다.
"그럼 가볼게. 일단 부실에 들려서 카드 돌려주고 가야하니까 바로 집에는 안 가겠지만. 아무튼 푹 쉬어. 쇼핑한다고 수고했고."
그렇게 인사를 남기며 그는 그녀의 집 밖으로 나섰다. 당연히 목적지는 부실이었다. 그러다가 괜히 쿠키를 하나 꺼내서 먹으면서 그는 그 쿠키를 가만히 바라보다가 이야기했다.
"맛있긴 하네. 진짜."
/그렇다면 이렇게 막레를 줄게! 그 와중에..코로나라니...;ㅁ; 아이고.. 푹 쉬어라! 도림주! 일단 안정을 취해!
평소와 같은 날이라면 같은 날이었을 것이다. 적어도 유도림에게는 그랬다. 평소처럼 순찰을 돌고 보고를 하고 문서를 작성하고 후배들이 안전한지를 보.....
"......"
안전했던가? 부실로 걸어가면서 도림은 두 손바닥으로 눈을 지그시 눌렀다 뗐다. 안전했다고 생각했었지만, 그렇지는 않았던 모양이었다. 저지먼트부 후배가 모습을 보이지 않았던 것이다. 단순 가출이라고 하기엔, 이 후배에게서 그러한 조짐을 전혀 보지 못했었다. 적어도 유도림에게는 그랬다는 뜻이다. 도림은 말 없이 실종 된 후배의 사진이 붙은 전단지 끝을 구겼다가 다시 폈다.
"아무래도 찾아야 할 거 같은데...."
문득, 제 친구가 생각난 도림은 핸드폰을 꺼내서 가을에게 문자를 넣었다.
[A 말이야, 혹시 단서라도 찾았어?]
아무래도 이성인 선배보단 동성인 선배가 더 아는 게 많지 않을까. 나름대로 도림이 생각했을 때 나온 결론이었다. 그녀는 조용히 자신의 핸드폰을 내려다봤다.
저지먼트 부원 하나가 행방불명이 된 사건은 그야말로 보통 난리가 아니었다. 적어도 지금까지는 부원 내에서 누군가가 사라지거나 하는 일은 없었는데 그 평화가 깨지고 부원 중 하나, 그것도 1학년 학생 하나가 사라지고 만 것이었다. 당연히 이 일은 그냥 과시할 수 없다는 입장이 되었고, 수색. 더 나아가 레벨4인 가을에게는 더더욱 철저하게 수색을 하라는 지시가 내려졌다. 같은 레벨4인 도림도 비슷했을까? 그렇게 생각하며 가을은 숨을 약하게 내뱉었다.
일단 갈만한 곳은 찾아가봤지만 잡히는 단서는 없었다. 그렇다면 이전의 행방불명 사건과 관련이 있는 것일까. 하지만 요상한 일이었다. 적어도 자신이 아는 바, 그 후배는 조금 힘들다고 해서 바로 도망치거나 가출을 하거나 사라지거나 할 이는 아니었다. 워낙 성실하고 매사에 적극적이고, 열심히 하는 이였기에 더더욱.
아무튼 이번에도 여기저기서 단서를 찾아보려고 했지만 쉽사리 발견되는 것은 없었다. 보통 곤란한 것이 아니라고 생각하는 와중 가을은 막 핸드폰으로 들어온 메시지를 바라봤다.
[아니. 아무 것도.] [너도 없나보지? 일단 만나서 이야기하자.]
핸드폰으로 계속해서 메시지를 전달하면서 대화를 나누는 것은 비효율적이었다. 일단 만나서 이야기하는 것이 좋겠다고 생각하며 그는 그녀에게 물었다.
일단 뭐가 되었건 직접 만나서 이야기를 할 필요는 분명히 있었다. 그렇기에 가을은 도림과 합류하겠다고 생각하며 일단 주머니에 폰을 집어넣었다. 안 그래도 자신도 부실 안으로 들어갈 생각이었기에 자신에게는 나쁠 것이 없었다.
그렇게 걸어가면서도 그는 이것저것 생각하며 가만히 팔짱을 꼈다. 아무리 봐도 이번 사건은 이전에 있었던 행방불명 사건과 그 결이 같았다. 갑자기 사라진 존재. 그리고 어디로 갔는지 전혀 보이지 않는 상태. 하지만 역시 그냥 단순 가출이라고는 가을은 생각할 수 없었다. 자신이 아는 그 후배는 절대로 말 없이 갑자기 가출하거나 아예 행방을 숨길 애는 아니었으니까.
일단 부실 근처에 도다르며, 그는 문 안으로 천천히 들어갔다. 그러자 보이는 것은 다름 아닌 노트를 펼치고 있는 도림의 모습이었다.
"안녕."
짧게 인사를 마치며 그는 천천히 안으로 들어선 후에, 그녀의 맞은편 자리에 가서 앉았다. 그리고 침묵을 잠시 지키다가 그녀를 바라보면서 물었다.
"일단 묻는 건데, 짐작가는 사안 있어?"
/그게 아니라는 거 잘 알면서...ㅋㅋㅋㅋㅋㅋㅋ 아무튼 수요일이네! 또 하루가 지나가버렸어.
가을은 일단 태연을 가장하며 대답했다. 이야기가 여러번 나왔을 때 몇 번이나 서류를 읽어본 그였기에 어느 정도 짐작할 수 있었다. 그때와 이건 상황이 비슷하다고. 단지 납득을 할 수 없을 뿐이었다. 그렇다고 한다면 역시 그 행방불명 사건들은 모두 단순 가출이 아니라 뭔가 사건으로 엮여있는 것일까? 만약 그렇다고 하면 대체 누가?
도저히 감이 잡히지 않아 그는 표정을 절로 찡그렸다. 하지만 그는 곧 표정을 풀고 바로 눈앞에서 고개를 숙이고 말 끝을 흐리는 도림을 바라보면서 일단 조용히 침묵을 지켰다. 하지만 계속해서 침묵을 지킬 수도 없는 노릇.
그렇기에 그는 다시 입을 조용히 열었다.
"일단 내가 짐작할 수 있는 곳은 전부 다. 그리고 스킬아웃? 애초에 그 녀석들이 협조해줄 거라고 생각해?"
오히려 저지먼트가 무슨 일이냐고 꺼지라는 소리만 안 나오면 다행인 거 아니겠냐고 하면서 그는 고개를 도리도리 저었다. 물론 그나마 심성이 좋은 이들이 있을지도 모르겠지만 적어도 가을은 그들을 쉽게 신뢰할 수 없었다.
"그러다가 너마저 잘못되면 어쩔 참이야? 만약 문제를 일으킨다면 대체로 그 녀석들이 엮여있을텐데."
/좋아. 내 답레는 여기까지! 벌써 1시라니..(주륵) 일단 이어주면 내일 퇴근하고 천천히 이어볼게!
물론 도림은 봤을지도 모르지만 가을은 지금껏 한번도 그런 경우를 본 적이 없었다. 그렇기에 그 점에 대해선 조금 부정적이었고 그는 고개를 도리도리 저었다. 하지만 도림이 굳이 하겠다고 한다면 자신이 억지로 제어를 할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지금만 해도 그렇지 않은가. 뱀의 길은 뱀이 안다고 말을 하는 것을 보면 아직 납득을 하지 못하는 것 같았기에 그는 숨을 작게 내뱉었다.
"그러니까 너는 스킬아웃에게 물어보겠다고 하는 거지? ...알았어. 대신에 조심해. 다시 말하지만 난 문제가 정말로 일어나는 거라면 그 녀석들이 엮어있다고 생각해. 편견일지도 모르지만 지금껏 데이터가 쭉 그랬어."
물론 성급하게 생각하는 것은 좋지 않은 버릇이었지만, 그래도 이번만큼은 가을의 생각도 확고했다. 대체로 이곳에서 문제를 일으키는 이가 있다면 그건 열에 아홉은 스킬아웃이었다. 폭력이건, 폭동이건. 정말 여러가지로 일이 일어나서 그때마다 나가야만 했던 것을 떠올리며 그는 숨을 약하게 내뱉었다.
"오늘? 해야지. 딱히 순찰 돌 차례는 아니지만 그냥 셀프로 돌까 해서. 혹시 모르잖아. 또 문제가 일어나기 전에 막을 수 있을지도. 일단은 레벨4니까 나름대로 억제력도 될테고."
스케쥴이 꼬이지 않을까 싶어 자신은 굳이 바꾸겠다고 요청은 하지 않았기에 그는 살짝 놀라긴 했지만 확실히 그도 좋은 방법이라고 생각하며 그는 고개를 천천히 끄덕였다. 1학년이 담당이라고 한다면 더욱더. 안 그래도 행방불명된 이도 1학년 후배이지 않던가. 그렇다면 필시 그 후배도 긴장하고 겁이 났겠지. 그렇게 순서대로 사고를 하며 가을은 팔짱을 끼며 다시 고개를 끄덕였다.
"같이 하기는 조금 힘들지 않겠어? 정해진 루트로만 가야하는 것과 따로 알아보는 것은 다르니 말이야. 애초에 나는 순찰을 도는 날이 아니기도 하고."
2인 1조의 순찰. 그렇다면 자신이 괜히 끼이는 것보다는 각각 움직이는 것이 좋지 않을까라고 가을은 생각했다. 하지만 그러면서도 일단 보험은 들어두는 것이 좋겠다고 생각하며 가을은 도림에게 제안했다.
"그 대신 무슨 일이 발생하면 톡이 아니라 전화를 바로 걸어. 나도 그럴테니까."
톡은 미처 확인이 늦을 수도 있으니 긴급한 상황에선 역시 전화가 좋다고 생각하며 그는 그녀에게 이야기했다. 그러다가 다시 한 번 뭔가를 생각하더니 그는 또 다시 이야기했다.
"전화를 하기도 힘들다고 생각이 되면 그냥 톡에 11 이라고만 쳐. 그럼 정말로 긴급하다는 것으로 알아들을테니까."
일상이 지켜지는 것이 먼저라. 확실히 일상은 소중한 것이고 그것이 망가지지 않기를 바라는 그녀의 마음도 그는 이해할 수 있었다. 기특한 마음, 아니. 훌륭한 마음가짐이라고 생각하며 가을은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귀찮긴 해도 그것을 지키겠다는 마음이 어디 쉽게 나올 수 있는 것이겠는가. 절대 그렇지 않다고 생각하며 그는 미소를 지었다.
"말했다시피 정말로 급한 경우고, 그게 아니면 전화를 걸어줘. 톡은 확인이 늦을 수밖에 없으니까."
물론 진동을 해두면 울리기야 하겠지만 혹시 또 모를 일이었다. 역시 전화가 제일 확실하다고 생각하며 그는 곧 들려오는 말에 피식 웃었다.
"집단이라고 하더라도 너나 나를 건들긴 힘들 것 같지만 말이야."
레벨4가 무엇인가. 레벨5만큼은 아니지만 엄청난 힘을 보일 수 있는 레벨이었다. 사람이 여러명이 온다고 한들, 얼려버리거나 불태워버리면 아무것도 하지 못하지 않는 법이었다. 그렇기에 그 부분에 대해서는 그는 크게 걱정하지 않았다. 물론 최악의 경우, 레벨5가 관여되어있다고 한다면 이야기는 달라지겠지만.
"바로 가는 거야? 벌써 순찰 나갈 시간이야?"
고개를 갸웃하며 그는 그녀에게 그렇게 물었다. 하지만 그와는 별개로 그는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섰다. 어쨌건 부실에 계속 있어봐야 할 일은 없었으니까. 그러면 차라리 정보라도 조금 더 찾아보는 것이 좋을지도 모를 일이었고.
"일단 묻는 건데, 넌 어디로 순찰을 돌 생각이야? 늘 정해진 코스 그대로? 아니면 조금 변형할거야?"
레벨4이나 되는 강한 힘을 지닐 수 있는 이조차도 뭘 할 수 없을 정도의 일. 그것을 일반 저지먼트가 어떻게 해결하겠는가. 몇개의 저지먼트 부서가 연합을 해야 할 정도일터였다. 하지만 과연 그 정도의 일이 벌어질지는 알 수 없었다. 적어도 그런 일이 일어나지 않기를 조용히 바라며 가을은 도림의 말에 귀를 기울였다.
"애초에 나는 정식 순찰이 아니고 그냥 혼자서 돌아보는 거니까. 그러니까 일반 루트로는 가지 않아."
이미 돌아보고 있는 곳을 돌아봐서 뭘 하겠는가. 무엇보다 오늘은 자신이 순찰을 도는 날이 아니었다. 그저, 자율적으로 도는 것일 뿐. 그렇게 생각하면서 가을은 말을 마쳤다. 그리고 살며시 기지개를 쭈욱 켰다.
"...아무도 안 다치면 좋긴 하지. 그러니까 성급하게 움직이지 마. 뭘 발견했다고 해서 함부로 움직이지 말고."
그렇게 당부를 하면서 가을은 나가보려는 듯, 주변을 정리했다. 그리고 어서 나오라는 듯이 그녀에게 손짓했다.
"부장이 머리가 아프겠어. 이렇게까지 되었으면 말이야. 레벨5 일원들도 움직여주면 좋겠다만."
아니야! 뭘 말하고자 하는 건지 알 것 같으니까! 일단 내가 저렇게 말한 이유는 우선 후배가 행방불명되었으니 그에 대해서 서로 이야기를 나누고 각자 어떻게 방침을 정할지를 보여주는 일상이겠거니 하고 저렇게 말을 한거거든! 그래서 이 상황은 끝이 났구나 라는 느낌으로 말이야.
만약 여기서 조사까지 더 간다고 한다면 그렇게 해도 좋을 것 같아! 아무튼 어서 와! 도림주!
그렇게 순찰이 시작되었으면 오늘도 어김없이 아마 조용한 분위기로 흘러가고 있었을 것이다. 지금껏 그 어떤 단서도 보이지 않았고, 그 어떤 정보도 잡힌 것이 없을 정도로 편안한 일상이 겉보기로는 계속되었으니까. 어디 괜히 가출로 처리가 되었을까? 가을은 물론이고 아마 도림이 보는 곳 역시 비슷한 상황이었을 것이다.
하지만 유난히 구석진 곳에선 스킬아웃들이 바글바글했을 것이다. 물론 스킬아웃이 구석진 어두운 곳에 바글바글한 것은 당연지사였지만, 그래도 오늘은 유난히 한 곳에 몰려있었다. 그 중에는 저지먼트로서 몇 번 충돌한 적이 있는 이도 있었을 것이다. 나름 이름이 있는 유명한 집단도 있고. 문제를 일으키는 이도 있었고, 일으키지 않고 자경단처럼 자기들끼리 뭉쳐있는 집단도 있었다.
그들은 한곳에 모여서 얌전히 누군가를 기다리는 듯 했다.
물론 그게 누구인지까진 알 수 없었을 것이다.
한편, 가을은 조용히 여기저기를 다니면서, 특히 연구소 위주로 돌아다니면서 주변을 살피고 있었다. 그러다가 도림에게 톡을 전송했다.
[연구소 근처에서 이것저것 알아보고 있긴 하지만 특별한 것은 없어.] [역시 조사하기 힘들것 같네. 이번 일] [연구원들이라고 아는 것은 없는건지. 아니면 알면서도 숨기는 것인지]
말을 건네, 말아? 도림은 연신 고민했다. 모여있는 스킬아웃들이 찾는 자는 아마 높은 확률로 자신이 아닐 것 같았다. 한참동안 고민하던 도림이 이내, 자신의 핸드폰에서 울리는 띠링, 띠링 알람 소리에 주머니에 손을 넣고 내용을 확인했다. 가을의 톡이었다.
".... 일났네..."
내 쪽도 마찬가지인데. 그런 의미의 한숨을 깊게 내쉰 도림은 가만히 핸드폰을 꺼냈다.
[연구원들도 모르는 걸까. 그 사람들은 그래도 좀 알 것 같았는데.] [아니면 정말 위험한 무언가를 감추고 있다거나?] [(반짝 빛나는 안경을 올리는 모 만화 코스프레 토끼 이모티콘)] [지금 내 앞에 스킬아웃 무리가 여럿 있는데] [비교적 얌전하던 애들도 있고 꽤 유명한 애들도 있거든?] [근데 신기하게 다 같이 뭉쳐있다? 뭔갈 기다리는 것 같기도 해서]
"......."
거기까지 보내던 도림은 잠깐 고민하더니 마지막 톡 여러 개와 이모티콘을 넣어서 전송했다.
[계속 지켜보다가 오는 사람이 누구인지 확인하고 돌아갈게.] [만약에 1시간 뒤에도 연락 없으면, 신고해줘] [(자신의 몸으로 커다랗게 O를 만드는 고양이 이모티콘)]
[아무리 생각해도 위험한 냄새밖에는 나지 않는데?] [너무 무리하진 말고 위험할 것 같으면 당장 도망쳐]
그것은 꽤나 단단한 경고 메시지였다. 혹시나 모를 위험에 굳이 맞서지 말고 위험할 것 같으면 도망치라는 이야기. 그만큼 가을도 그 상황이 심상치 않다고 생각하는 모양이었다. 어떻게 보면 당연했다. 스킬아웃들이 그렇게 단체로 모여있는 일이 얼마나 되겠는가.
[1시간 뒤에 연락이 없으면 진짜 화낸다.]
그 메시지를 끝으로 가을에게서는 굳이 더 연락이 오지 않았다. 아마 자신은 자신 나름대로 조사를 하고 있는 모양이었다. 도림이 말한 정말 위험한 무언가를 감추고 있는 일이 있다면 그에 대해서 파해쳐야 하니 당연한 일이었다.
한편 시간이 조금 더 지나 골목길 저 너머에서 어두운 옷을 입고 있는 누군가가 천천히 다가왔다. 몸을 숨기듯 멀리 떨어졌기에 무슨 말을 하는지는 잘 들리지 않았지만 자세히 귀를 기울미면 '오늘의 몫', '차례대로 순서대로' 라는 말 등이 들렸을지도 모른다.
그리고 놀랍게도 스킬아웃 멤버들은 다투거나 싸우지 않고 얌전히 줄을 서서 그 사내 앞에 나란히 섰다. 뭔가를 받고 있긴 했지만 거리가 있었기에 잘 보이지 않았을 것이다. 허나 그것을 받은 이들이 환하게 웃으면서 키득거리고 있다는 것은 아마 쉽게 눈으로 확인할 수 있었을 것이다.
메시지를 받은 가을은 순수하게 그렇게 의문을 표하면서 메시지를 보냈다. 뭘 나눠준다. 오늘 몫. 아무리 생각해도 무슨 약물이라도 나눠주는 것이 아닌가하는 의문밖엔 들지 않는 탓이었다. 물론 자신이 제대로 보고 있다면 좀 더 자세히 상황을 알 수 있을지도 모르겠으나 지금 상태에선 그 정도로 추측하는 것이 한계였다.
[일단 더 깊게 파진 마.] [괜히 위험해지도 모르잖아.]
뭔진 모르지만 많은 이가 있다면 오히려 위험해질지도 모를 일이었다. 그렇기에 가을은 일단 그렇게 메시지를 보내고 다시 자기 나름대로 조사를 하기 시작했다. 물론 특별히 성과가 나오는 것은 없었기에 도림에게 가는 메시지는 따로 없었다.
한편 뭔가를 받은 이들은 싱글벙글 웃으면서 각각 다른 곳으로 흩어지듯이 사라지고 있었다. 그다지 밖에는 보이고 싶지 않았는지 빠르게 주머니 속에 집어넣는 것이, 상당히 수상하게 보였을지도 모른다.
[그야 그렇겠지만...] [아니. 하지만 절대 무리는 하지 마. 위험하면 빠진 후에 나에게 연락해.] [어떨게든 달려갈테니까.] [일단 여기는 특별히 뭔가 성과는 없어.]
자신의 능력을 사용해서 빙판을 만들면서 미끄러지듯이 나아가면 아마 순식간은 아니더라도 빠르게 다가갈 수 있지 않겠는가. 일단 그렇게 메시지를 보낸 것이 가을의 현 마지막 메시지였다.
도림이 스킬아웃 중 한 명의 뒤를 밟았고 해당 스킬아웃 남성은 뒤에서 누가 따라오는 것도 모르는채 가만히 앞으로 천천히 걸어갔다. 그야말로 싱글벙글 웃는 모습이 기분 좋은 일이 있었던 것일까. 받은 무언가를 집어넣은 오른쪽 바지 주머니 속에 그는 오른손을 집어넣고 걷고 있었다.
하지만 누군가가 계속 뒤에서 따라온다면 인기척을 느끼기 마련이었다. 스킬아웃 남성은 순간 인기척을 느꼈는지 잠시 발걸음을 멈춰섰다. 그러더니 뒤로 홱 돌아섰다.
"뭐야? 누구야?"
꽤나 껄렁거리고 불량스러운 목소리가 이내 그의 입에서 흘러나왔다.
/그렇게 1:1 매칭이 시작되는가. 아니면 도림은 슬그머니 다른 곳에서 숨거나 같은 방향으로 걸어가는 척을 할 것인가.
불꽃이 점점 다가오는 것도 모자라서 오늘은 깡패할테니까 내놓으라고 이야기하는 도림의 말에 사내는 어이가 없다는 듯이 고개를 도리도리 저었다. 대체 자신에게 왜 이러는 것인가. 너무나 억울하다는 듯이 눈에는 눈물방울도 살짝 맺혀있었다. 허나 절대로 안된다는 듯, 사내는 다시 고개를 강하게 도리도리 저었다.
"진정해. 진정해. 일단 이게 왜 필요한건데?!"
능력도 쓸 수 있는 능력자가 이게 왜 필요한건데?! 너무나 어이가 없다는 듯이 그는 큰소리롤 외치듯이 이야기했다. 그러면서도 절대로 줄 수 없다는 듯이 그는 주머니에 넣은 손에 힘을 더 꽈악 줬다.
하지만 그러다가 그는 침을 꿀꺽 삼켰고 이내 도림을 바라보며 협상하듯이 이야기했다.
"정말로 이걸 주면 그냥 가는거지? 공격 안하는거지?!"
일단 진정하라는 듯이, 그리고 멈추라는 듯이 그는 도림에게 이야기했다. 물론 그것을 받아들일지는 도림이 스스로 정할 일이었다.
뭐야? 왜 이리 막무가내야? 그런 생각을 하며 사내는 혼란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아까부터 정확하게 왜 필요한지는 이야기하지 않고 말을 뱅뱅 돌리는 것 같았기에 더더욱. 뭔가 지금 이거 잘못되어도 단단히 잘못된 것이 아닌가 생각을 하며 사내는 작게 혀를 찼다. 대체 이게 뭐인줄 알고 저렇게 내놓으라고 하는 것인지. 도저히 영문을 모르겠다는 표정을 지으면서 사내는 주머니 속에서 계속 잡고 있던 물건을 끄집어냈다.
"이게 그렇게 필요하단 말이지?"
사내가 꺼낸 것은 투명한 액체가 들어있는 주사기였다. 딱 봐도 몸에 주사하는 것이 분명해보이는 그 주사기 위에는 [Sample.125] 라는 라벨이 붙어있었다. 작게 혀를 차면서 그는 그것을 가만히 바라보다가 이야기했다.
"그 전에 일단 불부터 꺼주실까? 응?"
사내는 먼저 자신을 공격하고 노리고 있는 이 불을 먼저 끌 것을 요구했다. 하지만 과연 이 불을 껐을 때 사내가 가만히 그 자리에 있을진 알 수 없었다. 혹시 아는가. 그렇게 말만 하고 바로 도망쳐버릴지.
"그렇지 않으면 나는 둘째치더라도 이것도 무사할 수 없을텐데?"
훠이. 그렇게 소리를 내며 사내는 그 주사기를 불꽃 속으로 휙 집어던질 것처럼 행동을 취했다. 그것이 진심인지, 아니면 허세인지는 아직 알 길이 없었지만 슬슬 빠르게 결정을 하는 것이 좋을지도 모를 일이었다.
/아이고... 무리하게 접속하지 않아도 되는데. 오기 힘들다고 했으니 더더욱 말이야. 답레 남겨놓을게! 하루 수고했어!
갑자기 불꽃이 감옥처럼 좁혀지자 사내는 굉장히 당황하며 그녀를 크게 불렀다. 물론 이름을 모르기에 야! 야!! 야!!! 라고만 했지만 상당히 다급한 목소리였다. 이어 그는 작게 혀를 차면서 그녀를 향해 있는 힘껏 주사기를 집어던졌다. 당연히 그녀에게 주려고 하기보단, 그녀가 있는 방향으로 집어던지는 것이었기에 잡을 수 있을지는 그녀의 몫이었다.
"젠장. 대체 너 같은 능력자가 이게 왜 필요한거냐고!"
너무나 아깝기에, 그리고 너무나 분하기에 사내의 목소리는 상당히 으르렁거리는 톤으로 바뀌었다. 하지만 불꽃이 있기에 그녀에게 달려들진 못했고 그는 그녀를 바라보며 이야기했다.
"대체 뭔데! 너! 뭔데 이렇게 깡패처럼 뺏는건데?!"
영문을 모르겠다는 듯이 그는 그녀에게 대체 누구냐고 외쳤다. 그리고 손에 들고 있는 맥가이버 칼을 가만히 바라보더니 그녀에게 덩달아 집어던지려고 했다. 이거라도 맞으라는 듯이.
/스킬아웃:아니. 전 그냥 받을 거 받고 돌아가는 것 뿐인데 갑자기 이렇게 되었다니까요. (아님)
갱신이야!! 아이고. 오늘 하루를 또 어떻게든 보냈다! 그리고 도림주에겐 미리 사정을 이야기해두는 것이 좋겠지! 전에도 말한 적이 있지만 내가 이번주 금요일부터 월요일까지 일본여행을 갔다올 예정이야. 정확히는 금요일 아침 일찍 일본에 가기 때문에 전날에는 일을 마치고 짐 정리하고 이동도 하고 빨리 자고 그래야해서 조금 바빠서 접속이 힘들 것 같네.
그래서 목요일부터 월요일 저녁까지는 사실상 상판에 오기 힘들 것 같아. 그러니까 답레는 정말로 편할때 올려줘도 된다!
일본 다녀오는구나!!! 혹시 모르니까 우산 챙겨가구!!>:3 잘 다녀와 가을주!!!!XD 아. 아무래도 좋을 팁이지만.... 보조배터리나 노트북 같은 건 기내로만 가능하다:3 뭐 자세한 건 항공사 홈페이지 보면 잘 나와있으니까!>;3 지금 다 셀프로 바뀌었으니, 빨리 짐 부치구!>;3
안녕! 도림주! 일단 태풍 자체는 별 문제가 없을 것 같아서 걱정은 없지만..그래도 혹시 모르는 거니까! 음. 아마 노트북은 가지고 가지 않을 것 같고 보조배터리에 대해서는 알고 있긴 했지만 그래도 고마워!! 그리고 다 셀프로 바뀌었구나. 애초에 그렇게 많은 짐을 가져가진 않고 그냥 캐리어 하나만 가져갈거지만.. 그래도 팁 고마워!
다치면 절대로 안 보내주겠다는 그 말은 위협이었을까? 그냥 하는 말이었을까? 적어도 사내는 그 진의를 알 수 없었다. 하지만 정말로 자신을 어떻게 해버리는 것은 아닐까하는 불안감이 드는 것 또한 사실이었다.
그리고 그가 던진 칼은 정확하게 허공을 가르더니 도림의 팔을 스쳐 지나간 듯 했다. 그녀의 팔에서 베인 상처가 생겼는지 피가 흐르는 것 같았고 사내는 순간 멍한 표정을 보였다.
"저기. 저기요? 잠시만요. 아무리 그래도 칼을 녹여버리는 불꽃으로 사람을 녹이진 않죠?"
이건 큰일났다. 자신이 던진 칼도 녹아버렸는데 저 불꽃에 흽쓸리면 자신이 어떻게 살아나겠는가. 순간적으로 그 사내는 기는 목소리를 내며 살려달라는 듯이 비굴한 표정과 목소리를 냈다. 애써 웃어보이고 있지만 과연 그 모습이 어떻게 도림의 눈에는 비칠지는 사내도 알 수 없었다.
"우리 말로 해곃해요. 저는 능력도 못 쓰는 그저 평범하고 평범한 스킬아웃일 뿐인걸요?!"
살고 싶어. 그런 감정을 가득 담은 사내의 눈빛에는 비굴함이 가득했다.
/으아..귀국했다! 그리고 갱신이야! 사실 나도 접속이 안되는줄 알았는데 호텔 와이파이로 접속이 되더라구. 그래서 살짝 놀랐다! ㅋㅋㅋㅋㅋ 그래서 상판은 한번씩 관전했었지. 아이고. 다리야.. 정말 별별 곳을 다 돌아다녔네. 오사카, 교토, 나라. 3대장 다 갔다왔다! >>838의 진단도 아주 잘 읽었지! 머리스타일...관리법...ㅋㅋㅋㅋㅋ 뭔가 손이 엄청 많이 가는 스타일이잖아! 그거! 그 와중에 침대 다이빙..ㅋㅋㅋㅋ 아앗...절로 막 머릿속에서 그림이 그려진다!
안녕! 도림주! 4일동안 12만보를 걸어다녔지. 자유여행의 비애...후후..(눈물) 호텔 자체에서 와이파이가 있었거든. 그거 쓰니까 접속이 너무 잘 되어서 오히려 포켓 와이파이는 호텔에서는 안 썼었어. 사실 난 포켓은 아니고 도시락 와이파이였지만! 그것도 성능 괜찮더라!
ㅋㅋㅋㅋㅋㅋ 오사카..습했나..? 진짜 많이 더웠었는데. 조금만 걸어도 땀이 줄줄줄.. 그나마 교토는 현지 가이드를 신청해서 버스 타고 다니긴 했지만 그래도 많이 걷긴 했어! ㅋㅋㅋㅋㅋ 아니야!! 자르지 마!! ㅋㅋㅋㅋ
정말 좋더라. 어지간하면 그걸로 다 해결되고 데이터도 남아돌고.. 속도도 빠르고 말이야! ㅋㅋㅋㅋㅋㅋㅋ
나도 여행가기 전에 신청한거야. 교토는 아무래도 여기저기에 너무 퍼져있는 것 같아서 걸어다녔다가는 어떻게 다닐 수도 없을 것 같아서..ㅋㅋㅋㅋ 그래서 딱 교토만 그렇게 갔었어! 오사카나 나라는 내 자유롭게 다녔었다!! 물론 나라는 뭐 큰 것도 아니고 크게 볼 것은 없어서 금방 구경 끝났지만!
나는 이번이 처음 가는 거라서.. 오사카와 교토, 나라만 가봤었어. 오사카는..알다시피 복잡하고 크고... 교토는 말 그대로 그냥 경주야. 그래서 정말 여기저기에 문화재가 많고 막 흩어져있는 느낌이라서 혼자 돌아다니면서 보기엔 조금 힘들겠다는 것이 내 생각이었어. 하지만 볼 것은 엄청 많더라. 금으로 덮여있는 금각사라는 문화재라던가, 은근히 서브컬쳐에서 자주 나오는 기요미즈데라라던가.
나라는... 찾아보면 더 있을지도 모르지만...ㅋㅋㅋㅋㅋ 딱 갈 수 있는 코스가 정해져있어. 거기를 차례대로 보니까 그리 많이 걸리진 않았어. 오히려 나라는 사슴과 시간을 보내러 가는 것이 더 크지? 아무래도? ㅋㅋㅋㅋㅋ 사슴..무시무시하다! 진짜로!
뭐지. 나 지금 뭔가 제대로 낚여버린건가? 사내는 그렇게 생각했다. 방금 전에 엄청 위협을 하더니, 지금은 대화로 하자는 것에 오히려 만족하는 것 같기도 하고, 기회라고 생각하는 것 같았기에 더더욱. 그냥 이대로 입을 다물고 도망치면 된 것이 아니었을까. 그렇게 생각을 하면서 그는 식은 땀을 줄줄 흘렸다. 물론 불꽃 때문에 실제로 더워서 땀을 흘리기도 했지만.
그렇다면 자신은 지금 이 순간 어떤 것을 선택해야 할 것인가. 그에 대해서 사내는 가만히 머리를 굴렸다. 하지만 답을 하라고 해도 자신 쪽에서 크게 뭐라고 답할 수 있는 것은 없었다.
"그렇게 말해도 나도 잘 몰라! 그냥.. 그냥 언제부턴가 나타난 사람이야! 꾸준히 이걸 주사하면 레벨0라도 어느 순간부터 능력을 사용할 수 있다고 하면서 나눠주기 시작했어!"
정말로 그 이외에는 자신도 모른다는 듯이 사내는 두 손을 강하게 휘저으면서 다급한 목소리를 냈다. 그리고 불꽃에 닿지 않기 위해 최대한 몸을 움츠렸다. 그리고 작게 혀를 차면서 도림에게 이야기했다.
도림이 채근했다. 거짓말이 아니었으면 좋겠다 싶은 생각에서였다. 하지 않아도 되는 싸움을 구태여 하고 싶지 않았던 것도 컸다. 그렇다면 자신은 지금 이 순간 어떤 것을 선택해야 할 것인가. 그에 대해서 사내는 가만히 머리를 굴렸다. 하지만 답을 하라고 해도 자신 쪽에서 크게 뭐라고 답할 수 있는 것은 없었다.
"좋아! 근데, 나 만났다는 말 하면..... 이번엔 진짜 너 찾아서 불 계속 안 꺼줄거야...."
불을 정말 끌 생각인 도림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곤 나름 협박을 남기기도 했다. 혹시, 모를 일을 대비하기 위해서였다.
"그러니까 내 말 잘 알겠지!?"
그러니까 제발 그냥 우리 평화적으로 해결하자! 속으로 외치며 그녀는 자신이 만든 불을 껐다. 스킬아웃이 사라지는지 아닌지 확인조차 하지 않고 있었다.
자신을 만났다는 말을 하면 가만히 두지 않겠다고 이야기를 하는 것도 모자라서 계속해서 위협하는 그 말에 사내는 크게 당황하며 뒷걸음질을 쳤다. 하지만 불이 아직 꺼지지 않았기에 그의 발걸음은 자연스럽게 멈출수밖에 없었다. 다음에는 이 정도로 끝나지 않는다는 말과 함께 점점 꺼지는 불을 바라보며 사내는 작게 혀를 찼다. 그러더니 도림을 노려봤다.
"너 말이야. 이대로 끝날 거라고 생각하지...뭐야?!"
단번에 달려들 것처럼 살기를 내뿜던 사내는 그 상태에서 움직이지 못했다. 어느 순간, 그의 다리가 꽁꽁 얼어붙어 땅에 달라붙었다. 온갖 애를 쓰면서 다리를 움직이려고 했지만 얼음 속에 갇혀버린 다리는 조금도 그 자리에서 떨어지지 않았다.
그리고 반대편 골목에서 가을이 천천히 걸어나왔다. 그리고 도림을 바라보면서 이야기했다.
"괜찮아? 한참 찾았네. ...그래서 무슨 일이야? 저놈에게 습격당한거야?"
이미 상황은 종료가 되었지만 그 사실을 알리 없는 가을은 도림에게 천천히 다가간 후에 그녀의 안전을 살피려고 했다. 애써 침착태연한척 하고 있었으나 그의 목소리에는 상당히 걱정하는 감정이 가득 녹아있었다.
갑자기 자신의 발이 얼어붙자 사내는 살며시 당황해서 발을 다시 움직이려고 했지만 역시 발은 움직이지 않았다. 그 상태에서 가을은 조금 더 다리를 얼려 발목까지 꽁꽁 얼려버렸다. 완전히 지면에 고정시켜버린 후, 가을은 숨을 약하게 내뱉었다. 이어 도림을 바라보며 그는 도림의 상태를 확인했다. 그러다 보이는 것은 다름 아닌 피였다.
"피?"
이유는 모르겠지만 다쳤다는 것은 확실해보였다. 무엇보다 방금 도림의 입으로도 살짝 다쳤다고 했으니 더더욱. 저 사내와 싸우다가 다치기라도 한 것일까. 정확하게 어떤 상항인진 파악해야했고, 절차에 맞게 처리를 해야했기에 가을은 숨을 약하게 내뱉으며 도림에게 물었다.
"정확히 어쩌다가 다친거야? 경우에 따라서는 저 사람을 안티스킬에게 연행해야지."
만약 문제를 일으켰다고 한다면 그렇게 하는 것이 바로 절차였다. 특히 피가 흐를법한 유혈사태가 일어났다고 한다면 더더욱. 크게 다치지 않았다고 이야기를 하지만 그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었다. 다쳤다는 것이 그에게 있어선 가장 중요한 것이었다.
"일단 간략하게나마 상황을 이야기해줘. 이후 처분은 듣고 결정할테니까."
경우에 따라서는 조금 더 얼려버릴지도 모른다는 듯이 차가운 목소리를 내뱉으며 가을은 눈길을 사내에게 보냈다.
/아이고... 일요일 아침! 반상회가 있어서 아파트 대청소하고 오니 이 시간이네..갱신이야!
그것만으로도 쉽사리 넘길 수 없는 일이었다. 단순히 다치게 했다를 넘어서서 위협적인 흉기를 실제로 휘둘렀다는 이야기가 되니까.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안티스킬에게 연행시킬 이유는 충분했다. 엄연히 범죄에 해당하는 말이었으니까. 그렇게 생각해서 그런 것일까. 가을의 목소리는 굉장히 싸늘하고 차가웠다. 그 상태에서 움직이게 할 수 없다는 듯이 가을은 사내의 다리 부분을 더욱 꽁꽁 얼려버렸다.
"아무튼 후배들의 상황을 알 수 있는 물건? 그보다... 협박을 곁들어? 일단 그건 나중에 듣도록 하고... 그냥 보내줄리 없잖아. 흉기까지 휘두른 이인데."
이어 가을은 핸드폰을 꺼낸 후에 안티스킬 쪽에 연락을 보내려고 했다. 이대로 저 사내를 연행해서 처벌을 받게 하려는 모양이었다. 그러자 사내는 당황하면서 도림을 바라보면서 이야기했다.
"야! 야! 그냥 보내준다며! 야! 야! 야!"
약속이 다르잖아! 다급한 목소리를 내지만 단지 그 뿐이었다. 사내의 다리는 그야말로 꽁꽁 얼어버린 상태였으니까.
/아앗..도림주도 반상회를 했구나. 그것도 밤이라니...그게 더 힘들었을 것 같은데. 아무튼 여러모로 고생 많았다! 도림주!
뭔가 붙잡힐 것이 분명해보이는 것에 사내는 큰 목소리를 내면서 풀어달라고 이야기를 했지만 가을은 전혀 그럴 생각이 없다는 듯 고개를 도리도리 저었다. 그리고 눈을 감으면서 잠시 숨을 내뱉었다. 그 와중에 들려오는 말. '불법 약물'. 뭔진 몰라도 엄청나게 중요한 것은 얻어낸 모양이었다. 정작 자신 쪽에선 크게 얻어낸 정보가 없는데. 물론 그 불법 약물이라는 것이 이번 일과 관련이 있을지는 알 수 없었다. 이러니저러니 해도 이곳에선 가끔은 그런 불법적인 것도 유통이 되고는 했으니까.
"올 때까지 기다려야지. 그냥 가버리면 누가 흉기를 휘둘렀는지 알 수 없잖아. 참고로 너도 있어야지. ...피해자니까."
간단한 진술 정도만 하면 되는 것 아니겠냐고 이야기를 하며 가을은 일단 불법 약물에 대해서는 나중에 다 끝난 후에 들어보겠다고 이야기를 하며 살며시 몸을 옆으로 틀어 안티스킬이 오는 것을 기다렸다.
이내 사이렌 소리가 조용히 울리기 시작했을 것이다. 안티스킬이 타고 다니는 차량의 소리였다. 아무래도 이 근처에 있었는지, 그들은 생각보다 빨리 온 모양이었다.
"그리고... 일단 불법 약물도 넘겨주는 것이 좋지 않을까? 우리가 가지고 있어봐야 분석할 수 있는 게 아니니까."
/ㅋㅋㅋㅋㅋ 어쩔 수 없다. 스킬아웃은..어쩔 수 없는거야. 흉기를 휘두른 이가 나쁜거야!
"그래도 흉기를 휘두른 케이스잖아? 물론 네가 그냥 넘기겠다면 어쩔 수 없긴 하지만... 그래도 역시 그냥은 못 보내. 난."
이 부분만큼은 확실하게 원칙적으로 행동할 것이고 절대 양보를 할 수 없다는 듯이 그는 확고한 목소리로 이야기했다. 그러는 와중 그녀의 입에서도 그냥 말해야겠다고 이야기를 하자 사내는 멍한 표정으로 계속해서 도림을 불러댔다. 이거 풀어달라는 듯이. 말만 보면 발을 동동 굴렸을 것 같지만 실제로 발을 동동 굴리기에는 불가능했다. 다리가 얼어있으니까.
"사진이라. 그럼 일단 찍어둘게."
이어 그는 핸드폰을 꺼냈고 그 주사기의 사진을 찍었다. 찰칵. 찰칵. 자세히 뭔진 알 수 없었지만, 일단 안에 뭔가 내용물이 들어있다는 것은 확실했다. 하지만 이어 들려오는 말에 그는 가만히 고개를 갸웃했다.
"마약...같은 거야? 능력을 쓸 수 있다니."
이건 또 무슨 소리냐는 듯이 가을은 영문을 모르겠다는 표정을 지었다. 고작 이런 거 하나 주사했다고 능력을 쓸 수 있다니. 아마 레벨0가 능력을 쓸 수 있다는 의미겠지만 고작 이런 약물 하나 주사했다고 능력을 쓸 수 있다면 애초에 레벨 0는 존재하지 않아야 하는 것이 아닌가 싶어 그는 고개를 갸웃했다.
"...확실한거야? 그보다... 어째서 후배의 실종과 연관이 있을 것 같은지도 들어봐도 돼?"
이것을 주사하면 능력을 쓸 수 있다니. 가을은 그것부터가 우선 수상하다는 듯이 고개를 갸웃했다. 일단 제일 먼저 떠오르는 것은 사기라는 설이었다. 애초에 이게 뭔데 이걸 주사하면 능력을 쓸 수 있게 된단 말인가. 만약 그게 가능하다면 이미 이곳에서 레벨0는 존재하지 않는 것이 맞지 않은가. 초능력을 얻겠다고 노력하는 이들이 그렇게 많은데 이걸 주사하는 것만으로 해결된다니. 불법은 불법이되 사기 쪽에 더 가깝지 않나 생각하며 가을은 미덥지 못한 표정을 지었다.
허나 후배가 사라지고 난 후에 이것을 발견한 것이 단순히 우연일까..라는 생각이 드는 것 또한 사실이었다. 물론 정말로 단순한 우연일지도 모르지만, 만약 관련이 있다고 한다면 여러모로 조사를 해봐야하는 것 또한 사실이었다. 결국 도림의 말을 믿을 수밖에 없다고 가을은 생각했다.
"일단 가능성 정도로는 생각해보자. 너무 성급하게 판단하지 말고."
우선 조사 결과가 나와봐야 알 수 있는 것 아니겠냐고 하면서 가을은 판단을 미루기로 했다. 명확한 데이터가 없는데 지금 이 상황 속에서 결론을 내리는 것은 말이 안되는 일이었다.
한편 저 편에서 안티스킬 멤버 두 명이 달려오고 있었고 가을은 그 모습을 바라보다 도림의 어깨를 툭툭 친 후에 안티스킬 멤버를 가리켰다.
"두려울 것이 뭐가 있어. 그냥 피해자니까 받은 피해사실만 이야기하고 김에 주사기도 제출하면 되는 거야."
단지 그 뿐의 일이라고 일축하며 가을은 고개를 도리도리 저었다. 애초에 자신들이 안티스킬을 무서워해서 어쩌겠단 말인가. 협력하는 관계였으며 안티스킬은 치안을 담당하는 이들이 아니던가. 그렇게 생각하기에 가을은 태연하게 팔짱을 끼고 걱정하지 말라는 듯이 이내 피식 미소를 보였다.
"그리고 애초에 어디에 있는지는 말해야 할 거 아니야. 순찰로를 따라서 널 찾았단 말이야."
적어도 그 부분은 자신의 잘못이 아니라고 이야기를 하며 가을은 한숨을 내쉬었다. 실시간 위치 체크기라도 가지고 다니는 것이 좋을까. 아니. 애초에 그런 것이 있긴 한가. 그렇게 생각하며 가을은 고개를 갸웃했다.
아무튼 조금 삐지긴 했는지 굳이 연락을 잘 받으라는 그 말에 가을은 한숨을 내쉬면서 일단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도 나름 연락은 잘 받은 편이라고 생각하는데. 하지만 무섭긴 했을테니 그 부분은 어쩔 수 없는 것이라고 스스로 납득하며 가을은 도림이 오는 것을 기다렸을 것이다. 그리고 도림이 돌아오면 수고 많았다고 하면서 마저 순찰 잘 돌고, 다 끝난 후에 맛있는 것이라도 먹으라고 격려를 했을 것이다.
이대로 같이 돌아가면 좋겠지만, 그럴 수는 없었으니까. 어쨌건 순찰은 명백히 저지먼트의 이름 아래에 행하는 자체 임무였으니까.
/그렇다면 일단 이렇게 막레 비슷하게 쓰는 것이 좋으려나? 좋아. 막레 비슷하게 써볼게! 일상 수고했어!
부장과 함께 잠시 연구원들에게 찾아가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들은 가을은 가만히 표정을 찡그렸다. 일전 도림이 회수한 주사기에 대한 조사 결과가 나온 탓이었다. 그리고 그 이야기를 들은 가을은 한숨을 내쉬었다. 생각보다 애매하다고 해야할지, 하지만 가볍게 넘길 수 있는 일이 아니었기에 그는 이 사실을 어떻게 말해야할지 잠시 고민했다.
일단 부장은 나온 김에 좀 더 이것저것 조사를 하고, 개인 볼일을 보고 가겠다고 이야기한지라 가을은 혼자서 저지먼트 부실로 향했다. 일단 들어가서 조금 정리를 하고 휴식을 취하는 것이 좋겠다고 생각하며 그는 혼자서 조용히 저지먼트 부실로 복귀했다.
"아. 안녕."
이내 소파에 꾸물꾸물 파고들고 있는 도림의 모습이 가을의 눈에 들어왔다. 그 모습을 조용히 바라보던 가을은 피식 웃으면서 늘 앉던 자리에 앉았다.
"뭐, 당장 활동은 없으니까 상관은 없지만... 너무 축 늘어지진 마. 그러다가 진짜로 여기서 쿨쿨 잠들라."
이미 살짝 잠들었던 것은 아닌가 싶었지만 가을은 괜히 장난스럽고 가벼운 목소리로 그렇게 이야기를 하며 자신의 자리 앞에 이런저런 서류를 펼쳐놓았다. 자신이 받았던 서류를 다시 한 번 확인하기 위함이었다. 물론 그렇게 양이 많은 것은 아니었고 결국 결론은 하나 뿐이었지만.
그녀의 목소리에 가을은 가만히 그녀를 바라보면서 어깨를 으쓱하며 이야기했다.
"어제도 게임하다가 잔 것은 아니지?"
그럼 피로가 쌓일 수밖에 없잖아. 정말로 가볍게 이야기를 하면서도 그는 어떻냐는 듯이 그녀의 답을 기다렸다. 만약 그렇다고 한다면... 아마 이런저런 생각을 했을지도 모르지만 아니라고 하면 그냥 가볍게 넘겨버렸을 것이다.
/으아아...비 온다. 밖에 나와서 영화보고 왔는데..갑자기 비가 와서 어떻게든 뛰어왔다. 흑흑. 우산 안 가져갔었는데..8ㅁ8
헤실헤실 웃는 도림의 모습을 바라보며 가을은 덩달아 피식 웃으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물론 그냥 자게 해도 되겠지만, 부실 안에서 잠들 정도면 차라리 돌아가서 기숙사건 집이건 돌아가서 자는 것이 나을테니까. 그보다 이것저것 생각하느라 잠을 잘 못 잤다는 그 말에 가을은 고개를 갸웃했다. 주사기가 떠올라서 그런 것일까. 어찌되었건 피로가 쌓인 것은 확실하다고 생각하며 가을은 그녀에게 말했다.
"그러면 말이야. 지금은 그냥 빨리 돌아가서 자는 것이 낫지 않겠어? 어차피 방과후라서 별 상관도 없잖아."
오늘 근무 잡혔어? 정 피곤하면 내가 대신해줄 수는 있는데. 그렇게 이야기를 하며 곧 들려오는 물음. 주사기에 뭐가 들었는지 결과가 나왔냐는 그 말에 가을은 가만히 고개를 끄덕였다.
"아주 큰 결과가 나왔지. 아마 다음에 전원을 다 불러놓고 부장이 설명할 것 같긴 한데... 왜? 먼저 들으려고?"
어차피 나중에 설명이 나올테니 그때 들어도 상관없고, 지금 들어도 상관없다는 듯 가을은 일단 선택지를 그녀에게 내밀었다.
"말해두는데 나도 정확하게 아는 것은 아니야. 그냥 조사 결과 그렇게 나왔다는 거야. 정확히 어떻게 DNA가 섞여있는지, 아니면 그냥 단순히 피부조직이나 그런 것이 들어간건진 아무도 몰라. 지금 단계에선."
그것을 알기 위해서는 아무래도 조금 더 시간이 필요할 것 같다고 이야기를 하며 가을은 고개를 도리도리 저었다. 어디까지나 자신도 듣기만 한 것이고 정확한 분석은 연구원들이 하는 것이니 자신도 전해들은 것을 말하는 것 외에는 방법이 없다는 것을 가을은 분명하게 이야기했다.
"엄청난 것을 뺏었다고 해야할까. ...애초에 뺏어야만 하는 거잖아. 그거."
결과가 이렇게 되면 그 약물을 방치하는 것 자체가 말이 안된다고 이야기를 하며 그는 고개를 도리도리 저었다. 소파에 털썩 주저앉아 두 손으로 얼굴을 가리고 있는 그녀를 바라보던 가을은 자리에서 일어나 냉장고에서 물을 꺼냈고 한 컵 따랐다. 넘치지 않게 적당한 량의 물이 담긴 컵을 도림에게 다가가 내밀면서 가을은 이야기했다.
"전달..은 되지 않았을까? 애초에 내가 부장도 아니고, 그 학교 관계자도 아니니 자세히 알 수는 없지만 말이야. 그리고 아직 우연일지도 모르는 거지만.. 가능성은 높지. 다른 약물에 차후에 그 후배의 DNA가 섞일 가능성도."
이어 그는 눈을 감고 숨을 약하게 내뱉고 다시 자신의 자리로 돌아갔다. 그리고 그녀를 바라보며 이야기했다.
"그러니까 어찌되었건 그 약물을 추적할 수밖에 없게 된거야. 이젠. 그 약물을 어디서 얻었을지 혹시 짐작가는 거 있어?"
/ㅋㅋㅋㅋㅋㅋ 직감을 하고 있었다니. 하지만 그것치고는 많이 놀랐는걸! 사실 나도 모르다가 보면 어? 싶었을 것 같지만 말이야!
"곤란하지 않겠어? 요점은 그것을 나눠주는 사람을 확보하는 거지. 그 주사기를 확보하는 것이 아니니까. 오히려 한 번 더 뺏으려고 들면 위험하다고 판단해서 경계하고 더 꼭꼭 숨어버릴지도 모르잖아."
그나마 지금은 순찰을 하다가 발견할 수라도 있지만, 경계해서 숨어버리기라도 하면 그땐 정말로 찾을 수 없는 지경이 될테니 가을은 그다지 좋은 생각은 아닌 것 같다고 생각하며 고개를 도리도리 저었다. 물론 자신의 생각일 뿐, 그것이 정답이라는 법은 없었다. 하지만 성급하게 행동하면 안된다는 생각만은 확고했는지 그는 고개를 도리도리 저었다.
"어차피, 우리들이 나서서 뭔가를 할 수 있는 것이 아니잖아. 그 부분은... 안티스킬에게 맡기는 것이 좋지 않겠어?"
저지먼트가 아무리 이런저런 일을 한다고 한들, 결국 일개 학생일 뿐이었다. 그러니까 그보다 조금 더 힘이 있는 조직인 안티스킬에게 맡기는 것이 제일이라고 이야기를 하며 가을은 나름 진지하게 이야기했다.
"하지만, 넌 그건 싫은 거겠지?"
그러나 굳이 저렇게 말을 한 이상, 필시 그렇게 생각하지 않을까 생각하며 가을은 도림의 의견을 물었다. 무슨 말을 하더라도 화를 내거나 짜증을 내거나 하는 일은 없었을 것이다.
"...그렇다면 적어도 혼자서 찾으려고 하지 말고 부장에게 이야기를 하거나 하는 식으로 위험을 미리 대비라도 해둬. 괜히 혼자서 뭘 하려다가 역으로 붙잡혀서 네가 주사기의 약물이 되거나 하면 그야말로 이도저도 아닌 거잖아."
그런 끔찍한 일이 설마 있겠냐만, 그래도 혹시 모를 일이었다. DNA가 어째서 그 약물에 섞여있는지는 아직 밝혀진 것이 없었으니까. 정말 최악의 경우엔 사람을 녹여서 그렇게 약물로 만들 가능성도 있지 않겠는가. 물론 그렇다고 해서 어떻게 그 약물을 주사한다고 능력을 쓸 수 있게 되는진 알 수 없었지만.
"나?"
자신은 어떻냐는 듯이 물어보는 그녀의 물음에 가을은 가만히 팔짱을 기면서 이야기했다.
"나는 굳이 말하자면 이 위험한 일에 크게 나서고 싶진 않아. 애초에 우리가 할 수 있는 범위를 넘어선 일이잖아. 이건. 엄밀히 말하면 대형범죄라고. 경우에 따라선. ...하지만 말이야. 너는 그럼에도 혼자서라도 조사하려고 할 것 같으니 도와줄 이 정도는 있어야지."
이러니저러니 해도 결국 도와주겠다고 이야기를 하며 가을은 쭈욱 기지개를 켰다. 그리고 부장이 늘 앉는, 현재는 비어있는 그 자리를 바라보며 이야기했다.
위험해지면 발을 무조건적으로 빼야하는 것이 어디 자신 뿐이겠는가. 그건 그녀 역시 마찬가지였다. 그리고 그녀는 자신도 발을 빼겠다고 했기에 가을은 조용히 안심할 수 있었다. 허나 과연 정말로 그럴지. 경우에 따라서는 위험하다고 판단했음에도 그대로 일을 이행할 가능성도 충분히 있다고.. 특히 자신의 눈앞의 이 여자애라면 그럴 수도 있다고 가을은 생각했다.
애초에 이번에 스킬아웃에게 가서 탐문을 하겠다고 하고, 실제로 근처까지 간 것도 그녀가 아니었던가?
"뭐가 되었건 어차피 보고는 해야해. 멋대로 행동할 수 없는 거 잘 알잖아."
저지먼트로서 활동을 하기 위해서는 결국 부장의 허가가 필요했다. 만약 허가가 떨어지지 않는다면... 그때는... 가을은 이내 피식 웃으면서 어깨를 으쓱했다.
"그럴 땐 개인적으로 조사를 하는 거지. ...뭐, 나중에 엄청 혼날 수도 있지만 잘못된 것은 아니니까."
개인적으로 조사를 하겠다고 한느데 어떻게 혼을 내겠는가. 단지 지원을 받지 못할 뿐이었다. 그 사실을 하나하나 고하면서 가을은 어깨를 으쓱하다 그녀에게 넌지시 물었다.
"그거야 모르지. 나라면 아예 위치를 바꿔버리겠지만 오히려 허를 찔러서 계속 그곳에서 할 수도 있는 거니까."
정확한 것은 직접 조사를 하지 않으면 모를 일이었다. 그리고 만일의 경우를 위해서라도 가급적 저지먼트의 도움은 필요했다. 혼자서 조사를 하다가 자칫 잘못해서 역으로 잡히기라도 하면 희생당할 가능성이 높았으니까. 그런 위험부담을 굳이 끌어안을 필요는 없었다. 정 필요하다면 그렇게 해야겠지만. 과연 그녀는 어느 쪽일까. 그렇게 생각하며 가을은 물끄러미 그녀를 바라봤다.
소파에 등을 기대고 앉으며 생각에 빠져있던 그녀는 고개를 끄덕이더니 뒤엎겠다고 간결하게 이야기했다. 그 모습을 바라보며 가을은 절로 침을 삼켰다. 저 애가 저렇게 말하면 진심으로 그렇게 하겠다는 것이 아니겠는가.
"그렇다고 한다면 더더욱 저지먼트의 지원이 필요하겠네. 혼자서 할 수 있는 것엔 한계가 있을테니까."
무엇보다 너무 위험해. 그렇게 말을 하며 가을은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물론 후배가 어떻게 되었다는 근거는 없지만, 그래도 만일의 경우를, 그리고 최악의 경우를 생각해서 나쁠 것은 없었다. 너무 희망적으로 생각하다가 일이 꼬이기라도 하면 그것만큼 골치아픈 사안도 없었으니까. 자신이 너무 최악의 케이스만 생각하는 것일수도 있으나 그 정도로 생각해서 나쁠 것은 그 어디에도 없었기에 그는 일단 그렇게 생각하기로 마음 먹었다.
"조직이라. ...어째서 그렇게 생각하는지 들어볼 수 있을까? 단순한 감은 아니겠지?"
물론 가을도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다. 허나 도림은 어떤 이유로 그렇게 생각하는지 듣고 싶었는지 그는 가만히 그녀의 답을 기다렸다.
가을이 자신을 바라보자, 도림은 고개를 갸우뚱 기울였다. 위험하게 가까이 다가갈 심산이었던 도림은 모르는 체 시치미를 뚝 떼기로 했다.
"음- 그렇겠네. 혼자서 뒤엎고 공론화 하기엔 한계가 있고."
이미 뒤엎는 것을 전제로 한 대답이었다. 도림은 생각하고서 동의했다.
"일단은, 그 샘플... 말인데, 세 자리 수였고 이게 사라진 다른 학교 후배의 것이면 말이지. 혼자서 모든 걸 할 수 있는 레벨인가? 싶어져서. 그리고 그 스킬아웃이 그랬거든. 꾸준히 주사하면 능력을 쓸 수 있다고. 그러면, 최소한 운반책은 있는 게 맞다고 봐. 능력인가, 싶어도 한 명이서 납치하고 약에 DNA를 섞는 건 불가능 할 거 같거든."
그러면 최소한 전문적으로 취급하는 사람은 끼어있는 거라고 도림이 덧붙이듯 말했다.
"아, 이거 최근에 추리 게임에 빠져서!! 그럴싸하게 내뱉은 거지만 말이지? 일단은... 내 생각엔 그런 이유로 조직이라는 거야." "아니라고 해도 많은 수의 스킬아웃이 얽힌 거니까 어떻게 보면 조직이라고 볼 수 있겠네! ... 있나?"
상대가 누군지 정확하게 알 수 없는 지금, 함부로 행동하는 것은 솔직히 찬성하기 힘든 일이었다. 경우에 따라서는 정말로 끔찍하게 죽을 수도 있지 않겠는가. 절대로 혼자는 안된다는 듯, 그의 목소리는 조금 단호한 느낌이었다.
이어 그는 도림의 추리를 조용히 들었다. 확실히 그녀의 말대로 모든 것을 혼자서 할 수 있는 레벨은 아니었다. 정확히 그 스킬아웃이 뭐라고 했는진 모르겠으나, 어쨌건 도림의 말을 토대로 생각해보자면 '꾸준히'라는 단어가 묘하게 걸리는 것 또한 사실이었다. 그렇다면 이전에도 계속 그런 것을 주사하고 있엇다는 이야기가 아닌가. 혹은 앞으로 쭈욱 계속 주사를 해야만 한다는 이야기였고.
자신과 비슷하게 생각을 한 것에 가을은 조용히 고개를 끄덕인 후에 도림의 말이 끝나자 말을 이었다.
"내 생각도 조직이야. 애초에 DNA가 섞인 것이 있다는 시점에서 혼자서 하는 것은 불가능해. 아마도 학생들을 데려가거나 유괴하는 이가 있고, 그 약물을 만드는 이가 있을 거고, 그 약물을 배분하는 이가 있겠지. 아무리 못해도 최소 세 명, 혹은 다섯 명을 생각해야 해."
확실한 것은 혼자서 하는 것은 아무리 생각해도 불가능에 가깝다고 생각하며 그는 고개를 도리도리 저었다. 이어 그는 팔짱을 낀 후에 말을 이었다.
"하지만 역시 단서가 부족해. 조금 더 단서가 있었으면 좋겠는데. 최소한 뭐가 어떻게 흘러가는지 알 수만 있어도.. 혹은 그 주사기를 준 이만 잡을 수 있어도... 뭔가 좀 더 진전이 있을 것 같은데."
/나메는 괜찮다! 자동 필터링이야! 어쨌든... 내일 저녁에는 여기는 비가 그친다는 것 같긴 한데.. 아이고.. 이제 점점 추워지고 있으니까! 감기 걸리지 않게 조심해라!! 그리고 아마 이 답레를 잇고 나는 들어갈 것 같네! 도림주도 잘 자길 바라!
정확하게 뭔가를 파악하는 것은 아직은 힘들었다. 그냥 일반적으로 그렇게 생각되는 것이고 그보다 적을 수도 있고, 오히려 그보다 더 많을 수도 있었다. 상대가 분열 능력을 쓴다고 한다면 혼자서도 충분히 가능할테고. 애초에 정체를 모르고 단서도 없는 시점에서 추측하고 추리할 수 있는 것은 고작 이 정도가 아닐까라고 생각하며 가을은 곧 들려오는 말에 고개를 저었다.
"아니야. 오히려 그런 일이 있다는 것을 파악했다는 것만으로도 대단한거야. 아무런 단서도 잡히지 않은 것을 네가 잡은 거야."
그것만으로도 대단한 것 아니겠냐고 이야기를 하며 가을은 고개를 다시 한 번 저었다. 아무것도 없는 것과 단서가 하나라도 있는 것은 큰 차이가 있을 수밖에 없었다. 충분히 대단한 것이라고 이야기를 하며 가을은 들려오는 도림의 말에 고개를 갸웃했다.
"스킬아웃인 척 할 사람이라. 내가 하자니 나 역시도 얼굴이 알려졌고 말이야. ...부장도 어림도 없겠고, 경우에 따라서는 후배 하나에게 또 부탁할 수밖에 없겠는데."
나쁘진 않지만 애초에 어디서 얻는지 위치 정보를 모르니 그것도 힘들지 않을까 생각을 하며 그는 그녀에게 넌지시 물었다.
큰 것을 잡기 위해서는 어느 정도 이쪽도 큰 미끼를 준비하던지, 아니면 위험을 동반하는 수밖에 없다는 것이 가을의 생각이었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적극적으로 그렇게 하고 싶은 것은 아니었다. 어디까지나 그럴 가능성도 고려를 해야한다고 생각할 뿐이었다. 사실상 그럴 일이 없는 것이 가장 좋은 길이 아니겠는가. 그렇기에 그는 난처한 표정을 지을 수밖에 없었다.
한편 자신의 의견. 스킬아웃을 섭외해보는 것은 어떻겠냐는 말에 도림의 표정이 밝아지고 기뻐하자 가을은 오른손으로 자신의 머리를 긁적이면서 말했다.
"천재는 무슨. 그 정도는 아니야. 하지만 문제가 있어."
이어 그는 팔짱을 끼더니 이어 고개를 도리도리 내저었다. 의견을 내긴 했지만 가장 큰 문제가 남은 탓이었다.
"나는 스킬아웃 중에서 아는 이가 없어. 그러니까..섭외를 하려고 해도 어디로 찾아가야 할지 모르겠어."
"그런 이들과 알고 지내는 것이 썩 좋은 것은 아닌 것 같지만... 뭐, 네 방식이 네 방식이니까."
그 점에 대해서는 알겠다는 듯이 가을은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보다 언제 한번 얼마나 많은 스킬아웃과 알고 지내는지는 물어볼 필요가 있겠다고 그는 판단했다. 어찌되었건 스킬아웃의 대부분은 문제아들이었으니까. 그리고 경우에 따라서는 정말 심각할 정도로 위험한 범죄조직이기도 했고. 단순한 불량아만 있는 것도 아니었기에 더더욱.
"너무 무리는 말고."
다른 저지먼트 부원들의 도움을 받는 것도 좋을 거라고 이야기를 하며 가을은 고개를 도리도리 저었다. 혹시나 혼자서 맡아서 하다가 오히려 납치라도 당하면 그것만큼 골치 아픈 것도 없었다. 만일의 경우를 위해서 안전장치를 여럿 만들어서 손해볼 것은 없지 않겠는가.
"그래도 여럿이서 함께 하면 그렇게 많진 않을걸? 일단 나도 어느 정도는 찾아볼게. 부장님이 허락을 해준다면 좀 더 이런저런 도움을 받을 수도 있을테고. 하지만 시간이 많진 않을거야."
상대가 바보가 아니라면, 그리고 혹시나 주사기를 뺏겼다는 것을 알게 되면 필시 경계를 할 수밖에 없을테고, 경우에 따라서는 완전히 숨어버릴 수도 있을테니까. 그렇게 되면 정말 골치 아파진다고 생각하며 그는 고개를 도리도리 저었다.
"솔직히 말하자면 우리 둘만이서 해결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지. 우리가 슈퍼히어로는 아니잖아."
가을은 도림의 말에 고개를 살며시 도리도리 저었다. 애니나 만화였다면 그게 가능할지도 모르나 현실은 애니나 만화가 아니었다. 아무리 자신들이 초능력을 쓰고 레벨4라고 하더라도 결국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었다. 상대는 그야말로 보이지 않는 적 그 자체였으니까. 애초에 쉽게 끝날지도 알 수 없었고 뒤쫓는다고 해서 바로 뭔가를 잡을 수 있을지도 알 수 없었다.
경우에 따라서는 장기전으로 가야할지도 모르고, 그렇게 되면 또 보통 골치 아파지는 것이 아니었다. 하지만 어쩌겠는가. 이왕 하기로 했으니까 해야지. 그렇게 결론을 내리며 가을은 한숨을 내쉬었다.
"뭐가 되었건 일단 부장님에게 허가를 받자. 그러면 이런저런 지원도 나올테고 경우에 따라서는 다른 학교 저지먼트와도 협력할 수 있을지도 몰라. 혹시 알아? 어디 있는지도 모를 레벨5님이 도와줄지?"
피식 웃어보이며 그는 일단 긍정적으로 말하려고 애썼다. 허나 완전히 안심할 순 없다는 듯, 그의 표정은 상당히 진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