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짜를 세는 것조차 의미 없어져, 지금이 정확히 무슨 요일인지는 긴가민가하다. 심판의 날 이후 약 2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날짜에 연연하는 포켓몬이 있다면, 오늘이 토요일이란 것을 알 수 있을 테다. 이번 주 끝바지에 소집을 부르겠다고 한 오켓의 게시물을 돌이켜본다면, 시일이 맞아 떨어진 것이 참 기막힌 우연일 테다.
하란 구조대 기지 뒤쪽에는 발자취로 가득해 길이 트인듯 마른 풀이 짓눌린 흔적이 있었다. 그것을 근처 마을의 흔적이 없어질 때까지 길게 따라가 본다면 광활할 뿐인 황무지가 넓게 퍼져있는 광경이다. 이 곳은 하란 구조대의 훈련장이자, 오켓이 여러분을 불러낸 장소이기도 하다. 도착해 보자면 언제부터 있었을지 모를 오켓이 그 허무하게도 텅 빈 땅의 정 가운데에서 팔짱 끼고 기다리는 꼴이 보일 것이다. 임무 도중 기절했었다는 사람 아닐까봐, 멀리서 봐도 안색이 창백한 것이….아, 원래 창백했지.
“왔냐~ 우민들아~”
껄렁하게 구조대원들을 반기며 키득대다가도, 얼추 다 모였다 싶은 인원이 보이면 팔짱을 풀고 기지개를 쭈욱 핀다. 청력이 뛰어나지 않은 포켓몬도 그가 스트레칭을 함과 동시에 들리는 관절의 뚜둑거림을 놓칠 수 없었을테다. 과시하듯 뻗던 팔을 대충 떨구더니, 그제서야 입을 연다.
“게시판 읽은 놈들이라면 알겠지만, 내가 같잖은 기습에 당할 줄이야. 당하고 나니 정신이 퍼뜩 들더라? 목숨 걸고 해야 하는 일인데 정신이 이렇게나 헤이해지다니~ 분발해야겠단 생각이 들더라.”
상당히 자존감 높은 말이였다. 느슨히 내리깔린 눈꼬리를 뜨더니, 그대로 눈알만 돌려 대원들의 얼굴을 한 번씩 스쳐본다.
“그런 이유에서 너희 훈련 성과 봐주는 겸, 내 재활 내지 정신줄도 다시 잡는 거지. 좋지 않아? 상사를 팰 수 있는 기회는 아무 때나 오는게 아니라고?”
심판의 날 이후 약 2년이 지난 시간이었다. 이번 주의 토요일은 오켓이 구조대를 소집하는 날. 렌은 공지대로 하란 구조대의 훈련장으로 이동을 했다. 광활한 황무지인 구조대의 훈련장.. 탁 트인 지형이, 스피드를 주력으로 삼는 포켓몬에게 유리한 지형이었다. 반대로 좁은 지형이라면 맷집과 근력이 강한 포켓몬에게 유리했겠지.
오켓의 말을 들은 결과, 결국은 여기서 훈련을 한다는 것이었다. 편하게 덤비라는 오켓의 말에.. 에에?! 왜 다들 움직이지 않는 거야?!
"나..나부터...?"
렌은 먼저 덤벼보라는 포켓몬들의 부담스러운 시선을 이기지 못하고, 먼저 앞서서 덤비려고 했다.
"......!"
정말 무모하다 싶을 정도로 오켓에게 정직하게 돌진하는 렌. 렌의 이런 미련한 돌진은 오히려 반격을 하기 좋은 기회를 상대에게 건네주는 꼴이었다. 턱을 당기지 않아서, 턱이 노출되었다. 별다른 가드도 없어서 방어에 취약하다. 그런데, 돌진하던 렌이 갑자기 그 자리에서 사라져버린 것이었다.
'신속'
렌의 첫 공격은 이랬다. 아무래도 선제공격으로 오켓을 맞추려고 해도, 골뱃의 빠른 스피드 상으로는 반격을 당하거나 공격을 회피할 수도 있다고 생각했다. 그렇다면? 오히려 오켓의 반격을 유도하려는 것이었다. 생각없이 근접전을 펼치기 위해 거리를 좂지는 척한다. 그렇게 상대에게 반격의 움직임이 보인다면..그 순간에 신속을 써서, 오켓의 뒤로 순식간에 이동하여서 오른쪽 발등으로 오켓의 오른쪽 옆구리에 킥을 가격하려고 하는 것이었다.
아무래도 최소 2인 이상을 상정하고 만든 이벤트라, 한명만으로는 굴리기 조금 힘든 감이 있네... 렌을 위해서만 쓰자니 이벤트보단 일상에 가까운 느낌이고. 차라리 이벤트 시간을 다시 짜고 시작하는게 좋을까? 렌이랑 한 건 일상으로 마저 돌려도 좋고, 아니면 이벤트에서 제대로 붙어도 좋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