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본 어장은 4개월간 진행되는 어장입니다. ◈ 참치 인터넷 어장 - 상황극판의 기본적인 규칙을 따릅니다. ◈ 만나면 인사 합시다. AT는 사과문 필수 작성부터 시작합니다. ◈ 삼진아웃제를 채택하며, 싸움, AT, 수위 문제 등 모든 문제를 통틀어서 3번 문제가 제기되면 어장을 닫는 형식을 취하고 있습니다. 감정 상하는 일이 있다면 제때제때 침착하게 얘기해서 풀도록 합시다. ◈ 본 어장은 픽션이나, 반인륜적인 행위를 필두로 약물, 폭력 등의 비도덕적인 요소를 포함하고 있지만 옹호하지 않습니다. ◈ 본 어장은 공식 수위 기준이 아닌 17금을 표방하며, 만 17세 이상의 참여를 권장하는 바입니다. ◈ 누가 불러도 들으면 반응하지 마.
위키: http://threadiki.80port.net/wiki/wiki.php/Seasons%20of%20Dimgray 웹박수: https://forms.gle/GL2PVPrsYV2f4xXZA 시트: >1596778092> 임시어장: >1596774077> 이전 어장: >1596779065> 사계의 원로 중 봄을 담당하는 '코냑'은 정원 가꾸기가 취미로, 가든 오브 헤븐의 변두리 구석이 그 본인의 온전한 소유라는 사실은 조경이 처참하게 망한 정원도 그의 손을 거치면 하나의 작품이 된다는 사실과 더불어 섹터 내부에 널리 알려져 있다.
과거, 처참하게 생긴 사람도 그의 손을 거치면 작품이 되지 않겠느냔 리큐르의 조언이 있었으나 막상 코냑에게 맡겨진 사람은 그 행방을 알 수 없게 되었고 그의 정원만 더욱 비옥해진 작은 사건이 있었다…….
여름의 아지랑이 속에서, 정체를 숨긴 채, 가물거리듯 나타났다 사라지는 이들에 대한 떠도는 소문은 확실한 것이 하나 없었지만. 마젠타는 어딘가 개연성이 있다고 생각했다. 그럴 만도 한 것이 여기는 킹덤이 아니던가. 헛소문 같다가도 시간이 지나고 나면 그것이 진실로 밝혀지고는 했었으니. 그렇기에 자신은 본 적 없는 이국을 닮은 골목을 돌아다니며 그 소문의 흔적을 찾아다녔을까. 그렇지만 낮이 아닌 밤에도 체온보다 더 뜨거운 이곳의 공기는 너무나 끔찍한 것이라. 숨이 막혀 도저히 더 걷기 힘드니 조금만 더 찾아보고 돌아가자 생각하게 될 때. 마젠타는 짐승이 자신의 영역이라고 표시한 것 마냥 있는 발톱자국 난 벽을 찾는다. 하. 정말 그 소문이 사실인지. 지금의 고생이 헛수고가 아니라는 것에 웃으며 마젠타는 좁은 골목으로 들어가고, 그 놓인 가면을 주워 들었을까.
"짐승님을 찾고 있습니다"
그 가면을 이리저리 살펴보다가, 쓰며 말하니. 끌려갈 때 너무 거칠게 끌고 가지 않기를 바라는 것이다.
<뒷산>에 닿는 소문은 다양하다. 손님 없는 인형가게. 폐건물의 엘리베이터. 기묘한 전화. <뒷산>에 자리한 여우가 어떤 녀석인가에 따라 달라지는 소문, 괴담은 여우들의 개성이 담겨있다. 개 중 몇 가지는 주변을 지나가는 창귀 중 가장 가까운 사람이 담당하는 일도 있는데, 발톱자국 남은 골목길이 그런 쪽이었다. 첫 번째 여우가 만든 가장 정석적이고 공중누각에 걸맞는 괴담. 그것에 홀려 들어온 것은 성별 미상의 꼬맹이였다. 모든 뒷산을 아우르시는 붉은 눈의 산군께선 토끼 가면을 쓴 자를 살펴보다 톡톡, 그 어깨를 건들였다.
큼지막한 키. 새까만 호랑이 가면을 쓴 산군이었으나, 아마 토끼 가면은 보지 못할 것이다. 여우가 흘린 소문에 홀려 뒷산에 홀랑 뛰어든 이들을 위해 준비한 가면은, 그 눈구멍이 막혀있다. 산군이 익숙하게 귀까지 막고 그를 끌고가니 보이지 않고 들리지 않는 채, 호랑이에게 물려가듯 뒷산에 끌려가는 것이다. 그나마 다행이라치는 것은 그대의 보폭에 맞춰준다는 것. 생각보다 강압적이지 않다. 은근히 배려해주는 것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이상한 곳에서 평범한 산군께서는 마구잡이로 끌고가는 것이 좀 그런 것이다.
공중누각의 요괴들 사이에서 뒷산이라 불리는 곳은 사실 실내이다. 산이 그려진 두터운 장막으로 사방을 막은 동양풍, 그 중에서도 반도의 양식에 맞춘 적당한 크기의 방. 그 가운데 검은 여우 가면을 쓴 자가 있다. 산군을 보고 눈짓을 한 여우 가면에게 대충 손짓을 하고, 가면을 벗겼다.
"무엇을 찾으시오?"
여우 가면이 물러서고, 자리에 앉은 산군이 묻는다. 여기선 쉽지만 물러서면 좀 귀찮아지는 것을 보아하니 어느 조직에 속한 것이 분명한, 홀려버린 '미아'에게 섬에 자리한 모든 뒷산의 주인이 묻는다.
글쎄다. 답하지 않았으나 자신이 던진 말에 대해 여성의 대답이 돌아왔을 때 머리에 스친 생각이었다. 10년동안 이런 곳에서 구르고 구르다보면 여성이 말하는 근본이라던가, 근원이라던가는 참 발치에 채이기 쉽다고 생각할 뿐이다. 그래서 이가라시는 각련 연기와 같이 가벼운 실소를 터트렸다. 냉소적인 성격이 아닌 사람도 어느순간 냉소적으로 바뀌는 도시지 않나. 이곳은. 반문을 들었지만 이가라시는 굳이 대답하지 않는다.
"여름에 살다보면 내리는 비를 신경쓰지 않게 되기도 하니까."
자신의 두번째 질문에 대한 답은 아니었지만 여성이 다른 사담을 늘어놓는 것에 대해 이가라시가 혼잣말처럼 중얼거렸다. 문득 그런 기분이 들어서 하염없이 맞고 있다니, 가볍게도 느껴지는 문장이다. 무게도 없고 중요치도 않다고 판단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여성을 응시하고 있던 재섞인 녹색의 눈동자가 각련의 흔적이 남아있는 손끝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뒤이은 여성의 말에 문득 공허하게 느껴지는 낯빛을 띄던 이가린시의 시선이 제법 빠르게 여성에게 향한다.
"여름에 주인이 있는 도박장은 보질 못했는데-..."
도박장의 주인. 처음 질문에 대한 답으로 내놨던 영원이라는 단어. 이가라시는 무미하게 여성을 응시하던 시선을 옮겨서 하늘을 바라보다가 비스듬히 몸을 돌렸다.
"여기서 5분 정도 곧장 직진하면 낡은 목조 건물이 있어. 입간판이 있으니 찾기는 쉬울거야. 낡았지만 주인장은 말이 없는 사랑이다. 혀가 없거든."
본 목적은 술집까지 안내해주는 것이었다. 이가라시는 이것으로 자신의 역할은 끝났다는 듯이 스트레이트 청바지 주머니에 양손을 찔러넣었다.
가면에는 바늘구멍 하나 뚫려있지 않았기에, 어둠만이 시야를 덮고 있다. 언제 저를 데리고 갈 것인지. 조금은 긴장한 상태로 서 있으면, 톡톡 어깨를 두드리는 것에 마젠타는 깜짝 놀라며 뒤를 돌아보려 했을까. 하지만 돌아보기도 전에 귀까지 막히고 끌려가니, 바라던 대로 거칠지는 않아 다행이었지만. 이대로 행방불명 되는 게 아닌지 조금은 걱정이 드는 것이었다. 그리고 그런 걱정은 얼마나 걸었는지도 모르게 되며 점점 가파르게 상승하고 있었을 때. 끌고가던 누군가 자신을 놓아주고 가면을 벗기면, 마젠타는 명순응 되지 않은 두 눈을 깜빡이다 주변을 살핀다. 산이 그려진 동양풍의 방. 눈앞의 호랑이 가면 쓴 이. 짐승의 굴로 끌려온 것인지. 그런 생각을 하며 천천히 빛에 적응하는 제 눈을 비비다가는, 물음에 답한다.
산군은 책상에 턱을 괴고 그대를 본다. 연령, 나이. 모든 것이 애매하다. 허나 확실한 건 보통은 아니라는 것. 이유는 간단했다. 저 자는 섬의 주민이 아니면서 여기까지 왔으니. 가을이든, 겨울이든, 봄이든. 일년 내내 뜨겁고 눅눅한 열기로 사람의 정신머리를 지져대는 곳에 와서, 진위판별도 되지 않는 도시괴담을 따라오는 녀석이 보통일 리가 없었다.
"정확히, 무엇?"
죽이는 법을 하나, 둘, 셋. 천천히 떠올리며 뒷산의 주인이 물었다. 여우 가면을 쓴 사내는 옆에서 가만히 서있고 방 내부는 여름이 아닌 것처럼 서늘하다. 기계 움직이는 소리도 들리지 않음에도. 아일랜드가 어드벤쳐와 친한 것을 생각하면, 뭐라도 있는 것일지. 혹은 유령이 들어차 그런 것인지.
이곳이 요괴의 땅이라 그런지.
뭐 아무렴 어떤가. 아무렴, 아무렴.
"이곳이 도시괴담 취급을 받는 곳이긴 하나 결국에는 평범한 조직이오. 특기로 삼는 것이 따로 있지. 직접 쳐들어 가 사람 모가지 따는 걸 못 하는 건 아니나 그런건 저기 용의 칼들이 훨씬 낫지. 뭐 그치들이 의뢰를 받아줄 거 같지는 않소만."
원로 휘하의 비룡회는 가장 많은 이들이 죽는 곳이오 가장 방임주의적인 곳이다. 대외적으로 암살과 용병업을 하나 과연 잘 들어줄지. 같은 섬의 조직끼리 뭐 통하는 것이라도 있나, 조직원들이 자신이 누구다 말하는 경우가 없어 찾는 것 부터가 일이다.
"우리는 자문가지. 목적을 말하시오. 어떻게 하면 될지 알려주지. 뭐.. 사람 죽이는 법 말고는 여기, 여우의 일이오만."
자신이 머리가 좋은 것은 아니라 다른 계획은 잘 못 세운다며 산군은 손을 휘휘 내저었다. 그에 맞춰 여우 가면을 쓴 자가 한 발 내딛었다. 귀신같이 다니는 자들을 바랐으니 감시나 침입이 아닐까. 정말 인원이 필요한 일이라면 창귀 몇 명을 차출해야겠다.
찰나의 틈을 지나 밤공기에 흐르는 실소 있었다. 눈에 뵈기에 느닷없는 헛웃음은, 엘의 것이 아니었다. 실없이 흘린 소리에 어떠한 생각 있었겠으나, 이가라시는 말로써 입에 올리지 않았다. 엘도 의미를 되묻지 않았다. 그럴 필요가 없는 것처럼.
그 소리와 같이, 흘려들어도 되었을 사담에 뜻밖의 한 마디가 더해지니, 엘의 눈썹 의외란 듯 꿈틀한다. 뜻밖이니 무언가 말을 얹을까 하다가, 관두고, 고개를 가볍게 끄덕이는 것으로 대신한다. 네, 머물러 살다보면, 그럴 수 있지요. 말은 하지 않았으나, 작은 끄덕임에 의도는 충분했다.
곧이은 엘의 대답에 시선 굴러오자, 슬며시 웃는 눈동자가 진한 푸른빛을 머금는다.
"뵌 적이 없을 수도, 있지요. '여름'인들, 아닌들."
질문은 아닌 듯 했으나, 짤막하게 대답을 한 엘은, 이가라시가 몸을 돌리자 그 너머를 보았다. 여기서부터 곧장 5분, 낡은 건물에 혀가 없는 주인이 하는 가게가 있단다. 어둑한 길목을 보던 시선이, 조용히 움직여 이가라시를 바라본다. 어둠 속에서조차 빛이 없는 푸른 눈은, 잘라낸 손톱 같은 호선을 그렸다.
굳이 비켜서서 바지 주머니에 손까지 넣은 이가라시에게, 용건은 더 없는 듯, 엘은 가볍게 고개를 숙였다. 그리고 천천히, 여즉 그랬듯 소리없는 걸음으로, 앞으로 걸어가 이가라시를 지나치려 한다. 바로 앞을 지나칠 적, 말끔히 올린 머리에서 푸르스름한 꽃장식들이 차라랑, 맑게 울린다. 다 지나쳐 그저 가게 내버려둔다면, 이젠 뒷모습이 된 엘이 말한다.
"오늘의 친절을, 그저 흘려버리기에는 아쉬우니. 언젠가 찾아주시지요. 방문을, 기다리고 있겠어요. 이가라시 씨."
그러는 어느샌가, 갓 따온 듯 싱싱한 연분홍 수련 한 송이가 이가라시의 어깨에 걸쳤다. 촉촉히 물 맺힌 수련은, 잡으려는 순간, 엷은 연잎의 향만 남기고 사라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