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본 어장은 4개월간 진행되는 어장입니다. ◈ 참치 인터넷 어장 - 상황극판의 기본적인 규칙을 따릅니다. ◈ 만나면 인사 합시다. AT는 사과문 필수 작성부터 시작합니다. ◈ 삼진아웃제를 채택하며, 싸움, AT, 수위 문제 등 모든 문제를 통틀어서 3번 문제가 제기되면 어장을 닫는 형식을 취하고 있습니다. 감정 상하는 일이 있다면 제때제때 침착하게 얘기해서 풀도록 합시다. ◈ 본 어장은 픽션이나, 반인륜적인 행위를 필두로 약물, 폭력 등의 비도덕적인 요소를 포함하고 있지만 옹호하지 않습니다. ◈ 본 어장은 공식 수위 기준이 아닌 17금을 표방하며, 만 17세 이상의 참여를 권장하는 바입니다. ◈ 절대 뒤를 돌아봐서는 안 돼.
위키: http://threadiki.80port.net/wiki/wiki.php/Seasons%20of%20Dimgray 웹박수: https://forms.gle/GL2PVPrsYV2f4xXZA 임시어장: >1596774077> 내가 이 도시에 처음 발을 들였을 때 가장 먼저 본 것은, 금방이라도 비가 내릴듯이 회색으로 물든 하늘이었다.
오늘의 여름 공기가 유독 후덥지근하게 느껴지는 건 인간관계의 문제일 것이다. 본래도 그다지 좋아하진 않았지만, 안 그래도 불쾌지수로 사람 뒷통수를 때리는 여름섬. 그 불쾌함을 더 늘려주는 인간 덕분에 더 싫어질 듯하였다.
사내는 바닥을 툭툭, 신발 앞코로 두 번 두드렸다.
"..하아."
창가에 양귀비를 키우고 있다라. 저 녀석을 감싸는 연기를 대충 알 것 같았다. 비단으로 얼굴을 가리는 아편쟁이. 머릿속을 뒤져보니 과연, 창귀들이 '얘는 좀 위험하니까 죽일거면 조심해'하면서 알려줬던 목록 중 하나였다. 긴 흉터가 난 눈을 안대로 가리고 다니는 녀석 다음 순번에 있었던가..
양귀비 꽃이 예쁘다는 말에는 동의한다. 하지만 덜자란 경국지색에 정신을 녹여내는 녀석이 하는 말이니 영 듣기 껄끄러웠다.
툭, 사람이 스쳐간다. 스쳐지나가며 넘긴 쥘부채를 펼쳤다. 살랑살랑 흔들어 받는 바람 사이로 문자가 보였다.
"아- 알겠어. 대충."
부채질을 멈추지 않으며 한 걸음 내딛었다. 여기가 뒷산은 아니지만 앞마당 정도는 된다. 용이 보고있는 앞마당은 마냥 호랑이의 땅이라기엔 위험하지만, 시답잖은 일만 하지 않으면 문제도 없었다. 그리고, 알기도 잘 알았다. 산군은 요괴를 부리고 창귀를 다룬다.
"와아~ 엄청 멋지네 그거~ 나 아는 사람도 부채 갖고 다니는데에~" 엄청 멋진 사람이네! 히죽, 마오가 웃었다. 자신의 보스와도 같은 마오타이가 생각난 모양입니다. 아, 이름도 비슷하네요. 거기도 고양이, 여기도 고양이. 그렇지, 마오? 야옹.
"잘 아네~"양귀비가 화려해 거짓말을 한걸까? 마오가 히죽 웃으면서 말했어. 아, 맞아. 알고 있는 걸까? 아닐지도 몰라. 왜냐면, 양귀비는 엄청~ 엄청 화려한 꽃이잖아~? 본 적 있을거야~ 따위로 생각하며 그는 자신의 장죽 부리를 입에 물었습니다. 손이 떨리면 안되었으니.
"믿음직스러워~ 멋진 안내인이야~"
이미 마오에게 산군은 안내인이 되어 있었다. 그는 고개를 비뚝 기울이더니, 다시 히죽 웃었습니다.
"아니면, 당신도 나처럼 들리는 거야~?" 어쩌면 들리는 걸지도 몰라 환청과 현실이 분간이 안 가는 마약 중독자와 그렇지 않은 사람인데? 아~ 아편을 싫어하는 건 끊었기 때문일지도 몰랐다. 그렇다면! 납득이~ 가능해~ 히죽 웃으며 마오는 어질어질한 머리로 휘적휘적 뒤따라가기 시작했다.
사시사철 무더운 섬에 부채 하나 들고다니는 사람이 적을까. 그는 어느새 적혀있던 문자가 지워진 부채를 연신 움직였다. 대충 안내하고 뒷산에 가서 에어컨 바람이라도 쐬는 게 좋겠다. 사내는 흘깃 아편쟁이를 보았다. 딱히 엮이고 싶지는 않은데 어째, 엮일 일이 생길 듯하였다.
"이래봬도 여기서 좀 오래살긴 해서."
부채질을 멈추고 부채를 머리위로 들어올려 햇빛을 가린다. 매일같이 새로운 시체가 나타나는 서머 아일랜드. 킬러들이 판치는 이 작열하는 섬에서 흉터 하나 없이 매끈하고 반반한 낯짝으로 멀쩡히 걸어다니는 건 신기할까 아닐까.
캣닢중독 고양이를 뒤에 달고 걷는 뒷산의 검은산군은 안내인이라 칭하는 목소리를 애써 무시했다. 으- 괜히 엮였어. 바깥에서 취객에 고통받는 알바생이 이런 느낌일까? 그럼 나는 왜 자발적으로 이러고 있나. 날씨는 덥고 짜증도 나니 많은 생각이 들었다. 뒷산에 오른 등산객이 있다면, 이번엔 내가 나서야겠다.
"...쯧."
슬쩍 고개를 덜려 뒤를 봤던 사내는 아편 찬양을 흘려들었다. 그래 그래. 저자에게도 무언가 거뭇거뭇하고 질척거리는, 검붉은빛 과거 같은 게 있겠지. 이 섬의 사람이니.
...비유를 해도 참 이상한 비유를 드는 에레는 껄껄 웃는다. 자신만의 세계에서 자신만의 유머를 탐닉하는 데 빠진 나머지, 에레는 시안의 바이저에 지나간 땀을 삐질삐질 흘리는 표정 이모티콘의 의미를 모른 채 지나갔다. 그저 어쩔 수 없는 선입견으로 자신의 치료에 공포감을 가지는 사람이라고 생각했을 뿐이었고, 언젠가 실려온다면 자신의 의술로 저 고정관념을 '교정'해주겠다고 생각할 뿐이었다. 에레는 그렇게 생각하면서, 본의 아니게 참 근원적인 질문을 던졌다.
"그러니까, 혹시라도 다쳤는데 메카닉이 주변에 없다면 여기로 와! 내가... 정말 잘 해줄 테니까, 하하하!"
그리고 나서, 황금을 달라는 말에 고개를 끄덕인다. 황금! 제국이라는 증기기관을 굴리는 연료요, 모든 불화와 전쟁의 씨앗이요, 이 세상의 경제를 지탱하는 뼈대요, 모든 자본주의자들에게 믿음을 주는 경전이라. 에레는 나중에 이런 기계덩어리마저 환장하게 만드는 황금의 매력, 그리고 그것을 매력적이라 받아들이는 인간 집단의 사회심리에 대해 연구를 해봐야겠다고 느끼면서, 황금이 든 상자를 꺼내서 연다. 그리고... 그 안에는, 피가 흥건하게 묻어있었다.
"아..."
이게 뭐였지? 고민해보던 에레는 손가락을 딱 튕기며 깨달았다.
"여름 구역에서 온 친구였어. 황금을 온 몸에 넣어둔 채로 오다가 등에 열 발, 뇌에 두 발을 맞았지. 그래도 기적적으로 이 황금을 붙잡은 채 병원에 왔는데... 어떻게 뇌에서 총알을 제거하는 과정에서... 욕심을 관장하는 부분이 제대로 망가진 모양이야. 눈을 뜨자마자 황금에 아무런 관심도 없이 가지라면서 병원을 나가더구만. 뭐, 나야 고마웠지. 어쨌든 값만큼 가져가! 피가 묻어도 안 묻어도 금은 금이잖아! 하하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