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본 어장은 4개월간 진행되는 어장입니다. ◈ 참치 인터넷 어장 - 상황극판의 기본적인 규칙을 따릅니다. ◈ 만나면 인사 합시다. AT는 사과문 필수 작성부터 시작합니다. ◈ 삼진아웃제를 채택하며, 싸움, AT, 수위 문제 등 모든 문제를 통틀어서 3번 문제가 제기되면 어장을 닫는 형식을 취하고 있습니다. 감정 상하는 일이 있다면 제때제때 침착하게 얘기해서 풀도록 합시다. ◈ 본 어장은 픽션이나, 반인륜적인 행위를 필두로 약물, 폭력 등의 비도덕적인 요소를 포함하고 있지만 옹호하지 않습니다. ◈ 본 어장은 공식 수위 기준이 아닌 17금을 표방하며, 만 17세 이상의 참여를 권장하는 바입니다. ◈ 절대 뒤를 돌아봐서는 안 돼.
위키: http://threadiki.80port.net/wiki/wiki.php/Seasons%20of%20Dimgray 웹박수: https://forms.gle/GL2PVPrsYV2f4xXZA 임시어장: >1596774077> 내가 이 도시에 처음 발을 들였을 때 가장 먼저 본 것은, 금방이라도 비가 내릴듯이 회색으로 물든 하늘이었다.
에레는 골똘히 생각해본다. 딱히 무섭진 않았...지 않았나? 에레는 생물체들이 무기질이 아닌 유기질로, 1과 0으로 정의되는 전기신호가 아닌 디지털로 저의할 수 없는 신경신호와 수많은 세포간 상호작용에 따라 움직이는 기계의 일종으로 볼 수 있다고도 생각해서, 무섭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그렇지만, 생각해보면 완벽하잖아! 생물체들은 전부 다 자신만의 규격이 있어서, 만약 무언가 고장나면 살리기 힘들어. 예를 들어서, 인간의 심장은 기계에게 엔진과도 같지. 하지만 인간의 심장은 멈추는 순간 끝이고, 대체 부품으로 수리하는 것도 거의 비슷한 규격이 필요해. 하지만 기계는? 규격화가 잘 되어있다면, 엔진만 떼내서 새 엔진을 붙이면 되지."
에레는 그렇게 말하면서, 자신이 겨우겨우 살려냈던 환자 하나를 이야기하며 말했다. 좀 웃으면서 할 이야기는 아니었지만, 에레는 그딴 것을 신경쓰지 않는 사람이었다.
"가을 섹터에서 온 마피아가 있었어. 아무래도 겨울 섹터 사람들에게 원한을 많이 샀는지, 온 몸에 총을 맞은 채 찾아왔었지, 망가진 장기가 아니라 멀쩡한 장기부터 세는 게 빠를 정도로 말이야... 그런데 그 마피아랑 같이 왔던 부하들은 내가 손쓸 새도 없이 죽어서... 어쩔 수 없이 걔네들 장기를 좀 떼서 붙였거든. 그래서 어떻게 됐는지 알아?"
에레는 그 꼴이 우습다고 헛웃음을 치며 말한다.
"면역 억제제를 매일 치사량 10%만큼 복용하고, 외부 오염을 차단한다고 우주복을 입고 다니게 되었어! 기계라면 그런 일도 없었을텐데! 아... 잠깐, 우리 도착한 거 같다."
에레는 '에레 종합의원'이라 붙은 간판을 자랑스레 소개한다. 겨울 섹터답게 네온사인이 파릇파릇하게 빛나고 있었다. 에레는 '포터'에게 자신의 가게를 소개했다.
"에레 종합의원에 오신 걸 환영합니다! 진료과목은 내과, 외과, 성형외과, 피부과, 소아과, 산부인과, 그 외 일체..."
...그리고, 한 환자가 종합의원의 문을 박차고 나왔다. 물론 시안을 환영하러 온 것은 아니었고, 에레를 반기려고 나온 건 절대 아니었다. 에레는 등 뒤에 달린 기계팔로 환자를 붙잡았다.
"으아아아악! 날 죽여줘! 날 죽이라고!"
"90년 뒤면 죽을 텐데 내가 왜?"
기계팔은 붙잡은 환자를 도로 에레 종합의원의 어두운 실내로 던져넣었고, 에레는 푸하하 웃었다.
"겨우 왼쪽이랑 오른쪽 구분이 뒤집혔다고 저런다? 내가 살려준 건 생각도 안 하고. 어쨌든, 그거 안으로 들여줄래?"
사실 '무섭다.'의 레벨은 아닐수도 있지만, 그래도 시안에게 있어서 무언가의 브레이크가 걸린다는 기분을 감출 수가 없었다.
필요하다면 악마에게도 자신을 팔아넘길 수준의 더러운 일만 골라서 했으니 결코 깨끗하다 할수 없지만 결국 이 세상에서 따져야 할것은 수단이 아니라 목적, 절실해져가는 현실에선 누구나 매달리는 것이 있을법 했다.
그럼에도, 아무리 자신이 그동안 손가락질 받을 일들만 벌여왔다 해도 정해진 선을 넘지는 않았으니까.
"스으읍... 그렇게 보자면 또 숙연해지는군요."
인간의 엔진은 심장과 같아서 기계처럼 규격만 맞는다면 얼마든지 바꿔낄수 있다고 말해왔다. 확실히 틀린 말은 아니다. 그리고 그 엔진을 새 신체에 박아넣는다면 또 새로운 삶을 살아가리라. 하지만, 그렇다면 그때의 자신은 진정한 자신이라 할수 있는가? 그게 바로 윤리란 것이었다. 물론 이런 세상에선 윤리따위 하등 소용 없는 일이지만,
"그정도로 망가지고서 그렇게나마 살아간다는게 어떤면에선 대단하군요..."
당장 자신도 매일같이 슈트 안에서 살아간다지만, 과연 그렇게 살아가는게 정말 만족스러운 결과였는지는... 그 가을 섹터에서 왔다는 마피아양반만 알 일이다. 치료해달라 해서 치료해준 의사는 잘못이... 없겠지.
그 사이에 도착한 장소, 역시나 이런 곳이면 스스럼없이 동행을 요구할만 했을까? 애초에 부탁받은 물건의 존재를 알고 있기에, 이곳으로 오기까지의 언행을 들었기에 어렴풋이 짐작은 했다만.
"휘유~ 이거, 나중에 쌈박질이라도 부리고나면 찾아뵙게 될만한 곳이군요."
에레 종합의원인가... 내과 외과 성형외과 피부과 소아과 산부인과 등등... ......그냥 아무튼 다 한다는거 아닌가? 참 가방끈도 긴 양반이구만, 역시 천재란 기묘한 법이다. 그리고 그 천재 주위에 있는 사람들도 기묘한 법이고,
"어이쿠 저런, 아직 회복도 못하신거 같은데 말입니다."
죽여달라며 갑자기 뛰쳐나오는 환자나 어차피 90년 뒤면 죽을 거라는 의사의 꽁트가 한밤중에 몰래 구워먹은 꽁치구이처럼 담백했다. 으레 그런 일이 있었다는듯 기계팔로 환자를 붙잡아 도로 실내에 돌려보내며 웃는 모습이란, 아마 이 도시에서만 볼수 있는 진귀한 풍경이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