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본 어장은 4개월간 진행되는 어장입니다. ◈ 참치 인터넷 어장 - 상황극판의 기본적인 규칙을 따릅니다. ◈ 만나면 인사 합시다. AT는 사과문 필수 작성부터 시작합니다. ◈ 삼진아웃제를 채택하며, 싸움, AT, 수위 문제 등 모든 문제를 통틀어서 3번 문제가 제기되면 어장을 닫는 형식을 취하고 있습니다. 감정 상하는 일이 있다면 제때제때 침착하게 얘기해서 풀도록 합시다. ◈ 본 어장은 픽션이나, 반인륜적인 행위를 필두로 약물, 폭력 등의 비도덕적인 요소를 포함하고 있지만 옹호하지 않습니다. ◈ 본 어장은 공식 수위 기준이 아닌 17금을 표방하며, 만 17세 이상의 참여를 권장하는 바입니다. ◈ 절대 뒤를 돌아봐서는 안 돼.
위키: http://threadiki.80port.net/wiki/wiki.php/Seasons%20of%20Dimgray 웹박수: https://forms.gle/GL2PVPrsYV2f4xXZA 임시어장: >1596774077> 내가 이 도시에 처음 발을 들였을 때 가장 먼저 본 것은, 금방이라도 비가 내릴듯이 회색으로 물든 하늘이었다.
"아, 그래도 걱정할 건 절대 없어! 순간 속도 기준이니까. 딱 10초 동안 그렇게 뛰다가 방전되어버려서는... 1분만에 나한테 다시 붙잡혀서 수술대로 올라갔지! 그러니까 정정해서... 지구력 기준으로는 지금 우리 배달 기사님이 최고란 말씀!"
배를 쓱, 대장을 싹! 에레는 자신의 손으로 수술 과정을 묘사하더니, 엄지를 척 쥐어준다. 그 달리기 선수의 예후는 아주 좋았지만(그 이후 신기록을 세웠다) 그 후 정신에 문제가 생겼는지 뭐였는지 정신과를 다니고 있다고 들었다. 하지만 뭐, 에레는 자신의 잘못은 아마... 아닐 것이라고 생각하면서 웃어보인다. 그리고 추위에 약하다는 말에 고개를 끄덕이며 음음, 한다.
"확실히 그게 문제야. 배터리가 추위에 너무 약해. 그리고 너무 뜨거워지면? 바로 터지지... 배터리도 생물체처럼 더우면 땀을 흘려서 온도를 낮추고, 추우면 몸을 오므리거나 벌벌 떨어서 온도를 높여서 정온을 유지할 수 있으면 참 좋을 텐데 말이야..."
라고 말하던 에레는, 자신을 도와주는 배달기사에게 말한다.
"그러고보니, 이 기계 배달기사 선생의 몸은 어떻게 유지되는 거지? 이 강추위 속에서도 정상적인 구동을 보증하는 이런 기계는 들어본 적이 없어!"
그리고 참 살벌한 말을 아무렇지도 않게 꺼낸다. 제 딴에는 칭찬이지만...
"만약 생명체였다면, 그리고 우리 병원에 실려온다면 의학의 발전을 위해 한번 해부해봤을 정도로 완벽한 몸이야."
윈터 어드벤처, 이름답게 설상지, 시종일관 눈이 쌓일것 같으면서도 지면에 겹쳐진 두께만큼은 이상하리만치 항상성을 유지하는 공간... 살이 아리고 뼈에 사무칠 정도로 추운 곳...
"의지, 일까요?"
전혀 쌩뚱맞은 난수의 단어를 꺼냈다. 어디든 붙여먹을수 있는 마법의 단어, 비록 마법 따위는 존재할리 없는 세상일지라도 마법같은 일은 언제나 있어왔다.
"크하하하하하핫하~ 이런 구닥다리를 의학 발전을 위해 쓰려 하시다니, 통도 참 크십니다! 뭐, 언젠간 기회가 될지도 모르지요?"
바이저에서 윙크를 하는 간단한 도트 애니메이션이 흘러갔다.
해부라... 생각해본적은 있는 일일까, 자신은 분명 노리는 이가 많을 것이다. 물건을 이고 가는 이를 노략하는건 예로부터 있던 관습, 또한 시안의 직업은 밀수업자. 누군가는 눈물을 흘리며 고마워하고, 누군가는 당연하게 여기겠지만, 누군가는 치를 떨며 싫어할 존재니까. 생명이 노려지는 위협은 자주 겪어왔기에 이젠 아무렇지도 않았다.
에레는 골똘히 생각해본다. 딱히 무섭진 않았...지 않았나? 에레는 생물체들이 무기질이 아닌 유기질로, 1과 0으로 정의되는 전기신호가 아닌 디지털로 저의할 수 없는 신경신호와 수많은 세포간 상호작용에 따라 움직이는 기계의 일종으로 볼 수 있다고도 생각해서, 무섭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그렇지만, 생각해보면 완벽하잖아! 생물체들은 전부 다 자신만의 규격이 있어서, 만약 무언가 고장나면 살리기 힘들어. 예를 들어서, 인간의 심장은 기계에게 엔진과도 같지. 하지만 인간의 심장은 멈추는 순간 끝이고, 대체 부품으로 수리하는 것도 거의 비슷한 규격이 필요해. 하지만 기계는? 규격화가 잘 되어있다면, 엔진만 떼내서 새 엔진을 붙이면 되지."
에레는 그렇게 말하면서, 자신이 겨우겨우 살려냈던 환자 하나를 이야기하며 말했다. 좀 웃으면서 할 이야기는 아니었지만, 에레는 그딴 것을 신경쓰지 않는 사람이었다.
"가을 섹터에서 온 마피아가 있었어. 아무래도 겨울 섹터 사람들에게 원한을 많이 샀는지, 온 몸에 총을 맞은 채 찾아왔었지, 망가진 장기가 아니라 멀쩡한 장기부터 세는 게 빠를 정도로 말이야... 그런데 그 마피아랑 같이 왔던 부하들은 내가 손쓸 새도 없이 죽어서... 어쩔 수 없이 걔네들 장기를 좀 떼서 붙였거든. 그래서 어떻게 됐는지 알아?"
에레는 그 꼴이 우습다고 헛웃음을 치며 말한다.
"면역 억제제를 매일 치사량 10%만큼 복용하고, 외부 오염을 차단한다고 우주복을 입고 다니게 되었어! 기계라면 그런 일도 없었을텐데! 아... 잠깐, 우리 도착한 거 같다."
에레는 '에레 종합의원'이라 붙은 간판을 자랑스레 소개한다. 겨울 섹터답게 네온사인이 파릇파릇하게 빛나고 있었다. 에레는 '포터'에게 자신의 가게를 소개했다.
"에레 종합의원에 오신 걸 환영합니다! 진료과목은 내과, 외과, 성형외과, 피부과, 소아과, 산부인과, 그 외 일체..."
...그리고, 한 환자가 종합의원의 문을 박차고 나왔다. 물론 시안을 환영하러 온 것은 아니었고, 에레를 반기려고 나온 건 절대 아니었다. 에레는 등 뒤에 달린 기계팔로 환자를 붙잡았다.
"으아아아악! 날 죽여줘! 날 죽이라고!"
"90년 뒤면 죽을 텐데 내가 왜?"
기계팔은 붙잡은 환자를 도로 에레 종합의원의 어두운 실내로 던져넣었고, 에레는 푸하하 웃었다.
"겨우 왼쪽이랑 오른쪽 구분이 뒤집혔다고 저런다? 내가 살려준 건 생각도 안 하고. 어쨌든, 그거 안으로 들여줄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