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49 너무 잘 그려서 먹어도 되는 건가 싶어질 것 같은데, 그래도 산수화라면 여백이 꽤 있으니...... 케첩 없는 부분 파먹기? 🤔 상냥하다는 말을 직접 들으면 본인이 좋아해서 그린 거라고 거짓말 하겠지만. ☺️ 초록색 느낌 이야기를 하니 푸른 토마토로 만든 녹색 케첩을 본 것 같기도 하고. 🧐
린주 잘 자고 좋은 밤 보내. 푹 쉬어. 나도 또 졸아버려서 이만 들어가볼게. 아마 셔터 닫는 것 같은데, 다른 참치들도 다들 잘 자. 푹 쉬고 좋은 밤 보내자. 😴
몸 옆으로 기울이며 속닥이는 목소리가 웃음기 섞여 은근하게 들린다. 조금쯤 놀라움 묻어나기도 하고 '요 녀석 봐라'하며 얄궂게 놀리는 듯한 어투였다. 방금 전까지 고갯짓 해가며 열심히 발뺌하느라 바빴던 주제에 어색해하는 듯한 반응은 귀신같이 눈치채서는! 그래도 하네가 장난으로 받아쳐 주는 일 자체가 반가워서 짓궂게 놀려먹는 투는 아니었다. 그나저나 힘 안 내게 힘낸다니, 노력하지 않도록 노력한다는 말이나 똑같지 않나! "그래, 원래 그런 건 의식하면 더 신경쓰이니까 내가 오늘 일부러 네 정신 쏙 빠지게 해 줬던 거지!" 크흠흠, 목 가다듬고 괜히 진지한 척, 처음부터 원대한 목적이 있었던 척, 턱 짚고 그럴싸하게 말하지만 역시나 헛되고 씨도 안 먹힐 자찬이다.
우연이라는 말에 그래 그래, 하고 순순히 고개를 끄덕이지만 속으로는 또 엉뚱한 생각 하고 있는 모양이다. 어찌되었든 미리 말 맞추어 놨던 상대가 저 남자애라는 말이지. 처음에는 '오, 내부자와 미리 연락을?'이라는 측면이었던 감탄이 등불을 받을 무렵에는 '아, 우리 애랑 친구인가 보다!' 같은 착각으로 어느새 변모해 버린 것이다. 나이대가 비슷하면 다 또래 친구 취급하는 지극히 어르신다운 발상이다. 그의 입장에서도 어디서 본 듯한 느낌이 들어 역시 같은 학교 학생인가 싶으니 착각은 걷잡을 수 없이 깊어만 갔다……. 등불에 정신 팔렸으면서 정작 받고 나와서는 얌전했던 데엔 다 이유가 있었다.
"그래서 그냥 신경 안 쓰고 있지! 사실 나한테 소원 비는 사람 요즘은 거의 없기도 하고."
뭐, 신경을 쓰고 싶어도 현대에 도깨비를 믿는 사람은 없다시피 한 형국이라. 한국인은 무교가 상당수에, 신을 찾아도 대부분은 예수나 부처부터 튀어나오기 마련이다. 게다가 무속이나 민간신앙은 썩은 성직자나 사이비 종교인보다도 순위가 밀리지 뭔가! 문화유산의 형식적으로나마 유지되는 지역도 있다마는 한두 세대 후에는 사실상 맥이 끊기지 않을까 싶다. 신으로서는 꽤나 위기감 들 법도 한 이야기를 하면서도 그는 걱정은 전혀 없어 보이는 얼굴로 웃고 있다. 하기야 비량은 원래부터 그런 것 신경 쓰고 살았던 적 없었다! 지금도 신앙 쪼들리는 일 걱정하기보다는 당장의 소풍에 더 희희낙락하고 있지 않은가. "그렇지! 그래도 필요하면 언제든 생각해야 한다!" 그는 명심하라는 듯 마주잡힌 쪽 손을 위아래로 붕붕 흔들어 대었다.
강가로 가느라 서두른 덕에 눈치채지 못했던 것인지, 뛰느라고 신나서 바빴던 덕인지, 하네의 웃는 표정 빤히 보지 못한 건 다행일지도 모른다. 물방울이 사이좋게 손끝에서 몇 번 튀다 잠잠해졌다. 등 안쪽에 물이라도 들어가면 곤란해서다. 그는 쪼그린 채 고개 돌려 하네를 바라보고 웃었다. "유치한 것이 으레 쾌하잖느냐!" 인적이 드문 곳까지 왔어도 물가에 뜬 등 불빛들이 은은하게 밝았다. 만면에 주홍색 불 비치며 아른거리는 모습이 상기된 얼굴빛 같기도 했다. 푸르던 눈이 불그스름한 빛 받으니 더욱 생기 있게 반짝였다.
...누가봐도 놀리는 말투잖아요! 낯부끄러웠지만 정말 낯 부끄럽지 않아서 다행이라고 생각한지 얼마나 지났다고 이번엔 정말 낯 부끄러워집니다. 그런 기분만 드는 거랑, 정말 얼굴에 열이 오른 건 다르잖아요. 아저씨가 몸을 기울여와서 밀어내려고 합니다. 똑바로 서라고 밀어내는 거예요. 괜히 일부러 몸을 숙여오며 속닥속닥 놀리면 조금은 얄밉다는 생각이 들어버렸으니까요. 놀리는 건 아니까 더 부끄럽고 말아요. 웃을 때 입을 가리는 것도 그렇습니다, 이가 빠졌을 때 놀리던 기억이 남아서 여태 입을 가리게 된 거니까요! “네에, 정—말 고맙습니다.” ...아저씨가 얄밉게 굴어서 더 틱틱거리면서 대답하게 된 거예요. 이번 건 정말 아저씨 탓입니다.
“아저씨가 소원 제대로 안 들어줬던 거 아니예요? 근무태만.”
그런게 아니겠지만요. 사실 요즘 세상에 신을 믿는 사람이 얼마나 많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소원을 아무도 빌어주지 않는 신은 왠지 쓸쓸할 것 같아요. 신들은 오래오래 산다고 들었는데, 아무도 찾지 않아주면 그 시간동안 혼자 지내는 거나 다름이 없잖아요. 물론, 다른 신들과 친구를 맺어 놀 수도 있고 이렇게 인간계에서 노는 것도 방법이겠지만......... 외로울 것 같단 생각이 안 지워져요. 그래도, 그나마, 제 가족들과 아저씨는 즐거움을 잘 좇아다니는 것 같으니까 다행일까요?
“안 필요해도 생각해서 귀찮게 할 겁니다.”
아니, 오히려 귀찮을 지도 모르니까 가족들에게 소원을 비는 만큼 자주 소원을 빌진 못 할 거예요. 가족들에게는 매일매일 잠자기 전에 소원을 비니까요. 아저씨 생각이 나면 한 번씩 같은 소원을 빌어볼까 싶어요. 닿을지 안 닿을지도 모르지만 닿는다면 의미가 있을 지도 모릅니다. 등불을 띄우고서 소원을 빌 때 한 번 시험해볼까 생각합니다. 키즈나히메님한테 인사드리고, 아저씨한테도 인사하는 거예요. 아저씨한테 닿지 않아도 키즈나히메님한테 소원을 비느라 오래 걸린 것처럼 보일테니까 괜찮을 것 같아요. 만약 아저씨한테 닿으면............ 생각하라고 한 건 아저씨니까, 그래서 생각해 본거라고 둘러대면 될 것 같습니다.
“그리고 유치한 것이 으레 부끄럽고요.”
물 튀기던 장난을 한 손에서 물기를 톡톡 털어냅니다. 그렇다고 완전히 털어지는 건 아니지만 소매를 내리긴 해야하니까요. 걷었던 소매를 내리고서 아저씨를 바라보았다가 다시 강가로 시선을 던집니다. 등불들이 둥실둥실 떠다니고 있어요. 멀어지면 작은 점처럼 보여서 은하수 같단 생각도 듭니다. 소원은 있느냐는 말에 다시 아저씨를 바라봅니다.
“있습니다. 비밀. 아저씨는 소원 생각했어요?”
소원은 말하면 안 이루어진댔으니까요. 이루어질 때까지 비밀입니다. 등불에 정말 신의 힘 같은게 어려있는지 저는 잘 모르겠지만, 혹시 정말 들어있다면 이루어질 지도 모르니까요. 등불을 내려다보다가 아저씨도 소원을 생각했는지 물어봅니다. 신이 신에게 소원을 빌면 안 들어주시려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