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네가 주는 꼬치 다시 잘 받아들고 잠시 물끄러미 감상의 시간을 가진다. 타코야끼도 꼬치음식처럼 나오면 괜찮을 것 같은데……. 뭐, 그냥 평범하게 시답잖은 생각이었다. 몇 번을 더 손이 오가자 한 판 분량의 간식은 금세 사라졌다. 가까운 곳에 있던 쓰레기통에 남은 쓰레기를 버리고 돌아온 그는 어깨를 으쓱 들어올리며 장난스러운 투로 말했다. "자, '먹여서 놀아주기 계획'의 중간 평가 시간입니다." 팔짱 끼고 턱을 짚으며 고민하는 척을 잠깐 하더니.
"아니 우리 깜찍이 하네찌가 영감님 밥을 사 준다는데 어찌 재미가 없겠니? 끝날 때까지 잘 부탁한다! 네가 최고니까 감히 너를 평가하려는 자식들은 조져 버리렴!"
갑자기 또 머릿속으로 알기 힘든 과정을 거쳐서 괴상한 급발진 칭찬을 시작한다. 하네의 어깨 단단히 붙들려 하며 헛소리를 하는데, 이 아저씨 역시 평소처럼 별 고민 없이 잘 지내는 모양이다 싶다……. 아마 아는 사이일 것 같다는 대답에 그는 푸하하 웃음을 터뜨렸다. 거 참 발도 넓지! 본인도 한 난리법석 잘 친다지만 그 실행력은 못 따라가겠다. 하기야 바다 건네 외국에까지 인맥이 생긴 것에 비하면 같은 동네 신 정도면 양호한 거다. 어라, 하면 말인즉… "……그럼 거기에 가면 장난 아니게 부담스러운 일 아냐?" 구체적으로 어떤 관계인지는 못 들었어도 그 양반들이 자기 딸 자랑 안 하고 다녔을 리 없지! 당장 자신만 해도 아예 입학까지 했는데 신사 쪽이라고 덜할 것 같지가 않다. 오늘은 가장 붐비는 날인 만큼 오가는 사람이 한둘이 아니니 적당히 섞여 들어가면 별일 없을 수도 있겠지만, 운 나쁘면 '엄마아빠 친구의 지인의 가까운 누구…' 같은 막연한 사람들이랑 서로 얼굴 마주보게 될지도 모르겠다는 생각도 든다. 뭐, 계획 세우면서 하네도 이 점을 고려하긴 했겠지만.
"뭐어, 정말 놓친다면 나한테 얼른 돌아오라고 기도라도 하렴. 바로 들어주마!"
신앙과 신성은 전파보다 빠르다! 말은 그렇게 하지만 그새 한 번 먼저 뛰쳐나갈 뻔했으니 지금은 헤실헤실 얌전히 손 잡혀서 잘 기다리고 있다. 흠흠, 같이 놀러 나온 건데 먼저 뛰어가지 말아야지. 하네와 잡은 손 앞뒤로 열심히 흔들며 자꾸만 후다닥 튀려는 발걸음을 참는 데 성공했다. 등불을 받기까지는 생각한 것보다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어쩐지 행사 관계자 중 한 사람의 얼굴이 익숙하다는 느낌이 들지만―학생회장인데다 일전에 행사 점수 내기로 결투까지 한 사이건만― 정확히 누구인지는 가물가물했다. 뭐, 중요한 건 그게 아니지!
"얼른 하자꾸나! 등 띄우기!"
불 붙여야 할 물건은 등이건만 이미 이 양반 눈에서 불이 먼저 활활 타오르고 있다. 농담이 아니라 정말 눈에서 빛이 야광처럼 번쩍번쩍할 기미까지 보인다! 지금껏 살면서 이런 일은 몇 번이고 해봤을 텐데도 꼭 처음인 사람처럼 들떠 있다. 미리 손 잡지 않았다면 또 좋다고 멋대로 뛰쳐나가 버렸을지도 모를 정도의 기세다.
그래도 부정적 의미로 한 말은 아니라는듯 차분한 미소가 덧대어졌다. 타인에게 베푸는 것은 생각 외로 자주 있는 일이 아니라고 하거늘, 역시 말로만 정 있는 사회는 아니구나. 라는 생각이 스쳐지나갔을까?
"멋지다... 에 대해선 아직 와닿을 정도는 아니지만, 그래도 분명 틀리진 않은 말이겠네요."
약간의 멋쩍은 웃음. 예전엔 그런 주변 시선들이 부담스럽게 느껴지기도 했었지만 지금와서는 그런 시선들이 신뢰와 의지의 상징이라는 것을 어렴풋이나마 깨달아가고 있었기에 더욱 더 성장해야겠다는 마음으로 바뀌어가고 있었다. 달리 생각해보면, 씁쓸한 일도 많았지만 결국엔 손에 쥔 이 사과사탕처럼 달콤한 일들 역시 많았으니까.
"아, 그러고보니 저도 들은 바가 있네요. 이 지역에서 꽤나 잘 알려진 신사라던데..."
제 소속된 곳이 주로 사회생활이나 결혼생활을 시작하려는 이들이 자주 찾아온다면 키즈나히메님의 신사는 명칭 그대로 인연을 이어주는 곳이기에 보다 더 많은 사람들이 몰려들법했다. 그렇기에 들려오는 이야기도 많을만 했고,
"음... 어찌 설명하면 좋을까요..."
베어먹힌 사과의 내면을 가만히 살펴보며 사색에 잠겼을까, 약간의 미소와 함께 있는 그대로를 풀어보기로 했다.
"이따금씩은 엄하시지만 언제나 따사롭게 안아주시는, 장난기가 많으신 어머니 같은 분이시지요. ...토끼라는 부분만 제외한다면요?"
이러나저러나 해도 제 섬기는 이는 결국 토끼의 신이니까, 사람의 형상을 가진다 해도 결국 근본은 큰 귀에 북실한 털을 가진 동물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