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 텀은 사실 괜찮은 편이에요! 현생이 가장 중요한 법이기도 하고..저는 느긋하게 돌리는 것도 좋아하는 편이긴 해서! 그럼 일단 마츠리 상황 조율이라도 해보겠어요? 아무래도 치아키와 안즈는 지금까지 일상으로 만난 적이 없기도 하고 딱히 선관도 없으니까 어쩌다 마츠리를 같이 돌게 되었는지..라는 상황 정도는 조율이 필요하지 않을까 싶거든요.
아무렇지도 않게 답한다 원래 축제라던가를 즐기지 않는 성미니만큼 약속이 없었으면 오지도 않았을 거다
"...그 얘기 진짜일까."
신으로써 그 전승을 어떻게 생각하는지 실효성은 있다고 보는지 그런 걸 물어보려다가 도로 집어넣고 혼잣말하듯 중얼거린 말이다 ...제 옆에 있는 이가 신이라는 사실을 생각하면 그런 사소한 전승 따위가 진짜래도 이상할 건 없겠지만 곧 미카는 아이스 커피 두 잔을 주문하고는 뭐 먹을거냐는 말에 잠깐 고민한다
>>314 그러시다면 정말 다행이에요! 맞아요, 지금까지 안즈랑 치아키 사이의 접점이 딱히 없어서... 어쩌다 같이 가게 되었는가!!는 정말로 생각해봐야 할 것 같죠. 진짜로 어쩌다 가게 되었을까요?? 둘다 사교성은 있는 편이라 일단 한 번 말을 트면 그 이후는 크게 어렵지 않을 것 같기도 한데...
>>318 일단 제 쪽에서 생각한 것은 아무래도 치아키는 자신의 집인 키즈나히메를 모시는 신사에서 등불을 나눠주고 있고 당연히 치아키도 열심히 일하고 있지만 첫날이라서 집에서도 적당히 보내줘서 치아키 입장에선 이제 어쩔까..하고 생각을 하는 와중에 혼자 마츠리장에 나온 안즈를 보고 말을 걸어보는 것은 어떨까 싶어요. 일단 학생회장이고 학교 동아리도 체크하고 있는만큼 방송댄스부의 존재도 일단은 알고 있을테고 안즈가 공연에도 빠지지 않고 참여를 하고 있다고 한다면 치아키로서도 일단 존재는 알고 있지 않을까 싶거든요. 그러다가 서로 혼자인 상황임을 인지하고 그럼 같이 놀지 뭐. 이렇게 이어보는 것은 어떨까 싶긴 한데 안즈주 생각은 어떠신가요?
술이나 퍼마시길 잘했지! 누군가의 염려가 무색하게도 그는 헤실헤실 걱정 없이 태평한 생각이나 하고 있었다. 그야 우리 꼬맹이가 먼저 무얼 하자며 선뜻 제안한 게 얼마만인데 웃음이 나와야지! 매번 그랬던 것처럼 유치하게 질척거리지 않고 정정당당하게 맺은 약속이라 감회가 새롭다. 비록 '할일이 없어서 술만 퍼마시는 아저씨'라는 폐인 같은 타이틀로 쟁취해 낸 불명예스러운 기회라도 아무렴 어때. 언제나 기분 좋아서 웃음이 헤픈 그라지만 오늘은 정말로 들떠서 안 하던 사전 준비까지 했지 뭔가! 준비라고 해도 주요 행사가 무엇인지 알아보는 정도가 다였다지만, 극도의 무계획형인 그가 이렇게까지 했다면 꽤 힘낸 거다. 진작부터 들썩거리고 있었는데 약속시간이 임박할 때까지 그가 느긋하게 기다리고 있을 턱이 없다. 신의 힘으로 간단하게 처리해 그리 오래 걸리지도 않은 준비를 마치고, 그러고도 시간이 남아 동네를 몇 바퀴 돌다 세 바퀴 째를 달성할 때였다. 그의 시선에 멀리 익숙한 사람의 옆모습이 어렴풋이 보였다. 얼굴을 보지 않고도 누구인지 알아보았던 안목의 소유자이신데 헛보았을 리가.
하네가 말을 걸어도 참새는 아랑곳않고 담벼락 위를 부지런히 콩콩 뛰어다녔다. 무언가를 열심히 쪼아먹으며 노닐던 새가 갑자기 화들짝 놀라 날아가 버린 것은 그때였다. 감이 좋다면 이 지점에서 평화롭던 고요가 깨지리라는 직감을 느꼈을지도 모른다. 어느 순간 하네의 귀에 무어라고 외치는 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했다. 시시각각 초 단위로 가까워지는 목소리는 익히 아는 사람의 목소리라, 하네에게 익숙한 그 애칭을 부르고 있을 게 뻔했다. 고개를 돌린다면 해맑은 표정을 한 비량이 하네에게로 완벽한 육상 자세를 취한 채 쏜살같이 달려오는 모습이 보였을 것이다. 그가 이러는 것이야 평소와 크게 다를 바 없는 행동이었지만 어쩐지 지금은 무언가가 다른 듯도 했다. 평소대로였다면 거리가 적당히 가까워진 시점에서 점점 속도를 줄이고 멈췄을 텐데, 오늘은 속도가 줄어들 기미가 보이지 않는 것 같기도 하고……. 아니, 착각이 아니라 이 양반 정말로 하네한테 전속력으로 돌진하고 있다! 이런 장면 어디에서 많이 봤는데. 커다란 개가 자기 덩치도 생각 못하고 주인을 반기겠다며 전력으로 몸통박치기를 해 오는 1인칭 시점 주마등이라든지…….
하네가 피했다면 그대로 몇 걸음 더 뛰다가 그가 알아서 제동 걸고 멈췄을 테고, 피하지 않았다면 끝끝내 달려온 몸뚱이와 부딪치며 그대로 격한 반가움의 포옹을 했을 거다. 미리 수를 써 놓았는지 부딪쳤다 해도 충격과 무게는 전혀 느껴지지 않았으리라. 다만 그, 심하게 눈에 띄는 짓이라 문제지. 어느 쪽이든 그는 달려드느라 흐트러진 자세를 바로 하고 의기양양하게 웃었다. 무지막지하게 달려오느라 머리는 바람에 잔뜩 헝클어진 채로, 첫마디는 호들갑부터 시작이다. 그가 펄쩍 뛰며 방정을 떨어대었다.
"왜 이리 일찍 나왔어! 나도 준비는 진작 끝났는데 말했으면 더 빨리 나왔지! 아니, 그런데 시간 되기 전에 미리 나와 있다니 기특하고 의젓하고 씩씩하고 예쁘기도 하지……. 우리 우-쨩 한 번만 들어 봐도 돼?"
말 그대로 정말 방정이다. 그러나 그나마 바깥이라고 말투를 자제하는 것만 해도 나름대로는 참는 중이었다.
아저씨는 예측할 수 없습니다. 인간이 감히 신을 예측하려 든다는 점에서부터 틀렸는 지도 모르지만요, 솔직히 말해서 저는 제가 말을 걸었던 참새가 갑자기 말을 하며 누군지도 못 알아보냐고 꾸짖는 것까지는 마음의 준비를 해놨어요. 아저씨가 참새로 변해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도 했단 말이예요. 그런 엉뚱한 장난을 치는 것까지는 놀라지 말고, 당황하지 말고, 부끄러워하지 말고, 잘 대처해보자는 나름의 예방대책이었습니다. 그런데 아무런 소용이 없었어요. 설마, 누가, 사람에게 뛰어서 달려드리라고 생각을 해요! 산책하다가 줄을 놓친 대형견도 아니고요! 아저씨는 그래도 인간은 아니지만 인간과 비슷한 지적 생명체잖아요!
“낮술했어요?!”
인사가 먼저 나올 리가 없습니다! 참새가 날아갔을 때 깨달았어야 했어요. 오늘 하루가 평탄하게 흘러갈 리는 없다는걸요. 그리고 한 발자국, 딱 한 발자국이라도 디뎠으면 괜찮았을 거예요. 피할 생각조차 하지 못하고 굳어버린 몸을 원망해야 합니다. 그렇지만 그 별명을 굳이 일부러 외쳐가면서, 속도를 줄일 생각도 없이 사람에 돌진하는 신의 모습을 마주해버렸는데 몸이 안 굳는게 오히려 이상해요. 아저씨는 정말이지 무어가 문제냐는듯 쾌청하게 웃고 있었지만 전 부끄러워하지도 못하고 사색으로 질리고 말았습니다. 이 마을, 아니, 온 세상 사람들이 주목하는 것 같은 기분이란 말이예요. 목소리를 크게 낮춰서 아저씨에게 윽박지르는게 첫 인사인 이유로 타당합니다. 아니, 사실은 타당하지 않지만, 낮술했냐는 것보다 먼저 인사를 하고, 많이 놀랐다거나 다칠지도 모르니까 그러면 안 된다는 말을 하고 싶지만요......
“안 기특하고 안 의젓하고 안 씩씩하고 안 예뻐요. 제가 다섯살로 보여요?”
아저씨 입장에서야 다섯살이나 열일곱살이나 엇비슷할 것 같기는 합니다... 하지만 그때와 지금을 비교하면 전혀 다르니까요! 칭찬을 받는 건 고마운 일이지만, 어울리는 칭찬을 들어야합니다. 다섯살이었다면 괜찮았을 지도 몰라요. 심부름에 성공한 어린 아이에게 어울리는 칭찬입니다... 들어올리는 건 더욱 더요. 안 그래도 이미 한 번 들어올렸었으면서...... 아저씨는 그게 재밌는 일일까요? 재밌게 놀기가 목표인 날이니까요, 아저씨가 다섯살이고 그 다섯살 어린이의 비행기 놀이에 어울리는 거라고 생각하면 견딜 수 있을 지도 모릅니다.
“그거하면... 아니요. 아닙니다.”
한 번 물어는 보려다가요, 다시 생각합니다. 지금 있는 곳은 실외입니다. 야외예요. 실내가 아닙니다. 보는 눈이 이렇게나 많은데, 다른 걸로 재밌게 놀기로 해요. 마츠리에는 아직 가지도 못했으니까요.
희미한 붉은빛을 남기며 아물거리던 노을마저 저물어 완연한 여름 저녁이다. 길목을 지나는 행인의 화려한 유카타를 하나둘 구경하던 미야나기는 문득 그림자같은 인기척을 느끼곤 곧바로 고개 들었다. 무표정하던 얼굴이 순식간에 밝아졌다. “아, 선배! 안녕하세요!” 반갑게 인사 건네는 눈가에는 샛별이 맺혀있다. 그녀는 오른손에 들고 있던 막대 사과 한 자루를 얼른 앞으로 조심스레 내밀었다.
“괜찮아요. 일찍 돌아갔으면 보나마나 놀러다녔을 텐데, 덕분에 완전 집중해서 연습할 수 있었으니까!”
짐짓 과시하듯, 부러 늠름한 포즈를 취하며 대답했다. 말마따나 고향 동네에는 한눈팔 거리가 지나치게 많았으니 이후는 안 봐도 뻔하다. 지금도 미야나기는 모리 타워에 어떤 전시가 있는지, 미츠코시에 어떤 매장이 새로 입점했는지, 시모키타자와에는 어떤 공연이 올라오는지 훤히 꿰고 있어 언제든 줄줄 읊을 수 있는 지경이다! 어쨌든 케이 역시 축제에 맞춰 평소와는 다른 행색이다. 그녀는 호기심 가득한 표정으로 생소한 차림을 이리저리 살폈다. 맨 얼굴과 얇은 겉옷, 그리고 흰 상의, 차례로 훑던 시선이 이내 허리춤에 닿자 미야나기는 그가 등 뒤로 손을 감추고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하지만 채 묻기도 전에 코앞으로 희멀건 손이 다가와 흠칫 놀랐다. 그 사이 작은 물체가 언뜻 스쳐 붉은 잔상을 남겼다. 이윽고 귓가로 부드럽게 닿는 감촉이 낯설다. “······우와, 이거 뭐예요? 너무 예쁜데요.” 미야나기가 조금 얼떨떨하게 말했다. 느슨히 땋은 머리카락 틈새를 살며시 더듬자 꽃다발같은 장신구가 만져졌다. 매화 장식을 가볍게 쥔 그녀는 활짝 웃으며 미소를 터뜨렸다.
-학창생활도 이제 얼마 안 남았잖니. 마츠리 정도는 즐겨두렴. -친구를 불러와서 할머니의 힘이 담긴 등불을 띄우는 건 어떠니?
토모시비 마츠리 첫 날. 당연하지만 키즈나히메를 모시는 신사의 사람들과 신. 정확히는 아이자와 일가는 꽤나 바쁘게 하루를 보내고 있었다. 신사에 참배를 드리어오는 참배객들을 맞이하기도 하고, 강에 띄우는 신성한 등불을 받고자 하는 페어에게 등불을 나눠주기도 하고. 당연히 아이자와 치아키 역시 예외는 아니었다. 허나 점심무렵부터 바쁘게 보내던 그에게 저녁시간이 되자 자유시간이 찾아왔다. 치아키의 부모가 치아키에게 마츠리를 즐기라면서 오늘은 이 정도만 하라고 이야기를 했기 때문이었다.
능글맞게 웃으면서 같이 인연을 쌓고 싶은 이가 있으면 데려와서 등불이라도 받아가라는 어머니의 말을 떠올리며 치아키는 난감한 표정을 지었다. 일단 자유로워지긴 했는데 어떻게 할지는 딱히 생각해보지 않은 탓이었다. 사실상 제 친구들은 이미 등불을 다 받아갔을테니 불러봐야 소용이 없을테고. 그렇다고 모르는 사람을 냉큼 불러다가 하하! 거기 지나가는 분! 저랑 같이 등불을 띄우지 않을래요? 라는 말을 할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아니. 할 수는 있을지도 모르지만 그 후에 무슨 소리를 들을지 알 수 없는 노릇 아니겠는가.
일단 주변을 적당히 둘러보기라도 할까 생각하며 치아키는 차려입은 검은색 바탕에 하얀색 대각선 줄무늬가 그려진 유카타를 차려입고서 주변을 어슬렁거렸다. 그렇게 얼마나 어슬렁거렸을까? 산호색 단발머리에 고양이상 눈매는 물론이며 키가 제법 큰 편인 제 또래로 보이는 여성의 모습이 보였다. 어디서 본 것 같은데? 그렇게 생각하며 치아키는 시선을 그곳으로 고정해서 그 여성을 정말로 빤히 바라봤다. 아. 어디서 봤더라. 분명히 어디서 봤는데!! 이렇게 생각하면서 괜히 제 오른발을 동동 굴리다가 문뜩 떠오르는 것이 있었고 치아키는 오! 하는 소리를 내면서 빠르게 그녀가 있는 곳으로 다가갔다.
"안녕! 어. 그러니까 사루와타리...양일까? 아하하. 수상한 사람은 아니야. 물론 되게 수상해보이는 거 아는데! 그렇긴 한데! 그러니까... 가미즈나 고등학교의 학생회장인 사람이야. 그러니까 음. 그냥 몇 번 무대에서 공연하는 것을 본 적이 있는데 여기서 보게 될 줄은 몰랐거든. 그래서 인사나 할까 해서 말이야."
사실 스스로가 생각해도 정말 수상하기 짝이 없으며 누가 보면 헌팅하는게 아닐까하는 모습을 보인 것도 사실이었으나 그렇다고 해서 그냥 지나가고 싶진 않았기에 오히려 치아키는 당당하고 어떻게 보면 뻔뻔한 미소를 보였다. 정말 말 그대로 인사를 할 생각이었는지 그는 이내 오른손을 가볍게 그녀에게 흔들었다.
괜찮다며 좋은 쪽으로 이야기 해주는 것이 친절하다. 물론 저야 사에의 좋은 무대를 보는 쪽이 좋지만, 인생은 짧고 그 때마다 겪을 수 있는 일들은 한정되어 있기에 놀 수 있을 때 실컷 노는 것도 좋을 것이라고도 생각한다. 말로 내뱉기에는 너무 노인같은 말이라 하지는 않았지만.
"보지도 않고 예쁘다고 하는 건, 내 안목을 믿어주는 걸로 해석해도 되겠죠?"
눈을 접으며 웃는 모습은 꽤나 장난기가 묻어 있다. 거울이라도 보지 않는 한 생김새를 가늠하기도 어렵지 않겠는가. 선물을 주고 빈 손으로는 링고아메를 받아든다.
귓가에 꽂힌 머리장식은 사에와 꽤나 잘 어울렸다. 누가 만들었다는 이름은 없어도 허투루 만들어진 것은 아니었다. 고급진 수공예품으로 보일 터였다. 케이는 이런 저런 반짝이는 물건들을 모으는 것을 좋아하는데 사에의 오늘 모습을 보고 가장 잘 어울리겠다 싶은 것을 집에서 불러내온 것에 불과했다.
"나도 잘 먹을게요."
둥글고 반짝거리는 사과, 셋 다 좋아하는 것들이라 취향에 맞는 선물이었다. 링고아메를 한 입 베어물고는 북적거리는 축제를 한바퀴 휘 둘러보았다.
"전에 등불 띄우는 거 해보고 싶다고 했었죠? 그것부터 먼저 할까요? 아니면 그것보다 먼저 하고 싶은 일이 있나요?"
다시금 사에를 내려다보는 눈빛에는 미소가 띄어져 있다. 내어준 귀한 시간을 허투로 보낼 순 없으니까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