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모시비 마츠리가 시작되고 나서 얼마가 지났을까 오늘의 미카는 제 방 안을 분주히 돌아다니고 있다 옷장 안에 처박아놓은 옷들을 꺼내놓고 이것저것 고민하다 적당한 걸 입어보고 항상 정리되지 않은 채 늘어뜨려놓았던 뒷머리는 하나로 올려서 짧은 포니테일로 묶었고 마지막으론 어디서 산 싸구려 향수도 어색하게 뿌려본다 ...그러니까 외양에 꽤나 신경썼다는 거다 제대로 약속 잡고 만나기로 했는데 후줄근한 차림으로 나갈 순 없으니 그대로 슬그머니 집을 빠져나오자 후덥지근한 열기가 훅 끼쳐온다 쨍쨍한 햇빛에, 사방에서 들려오는 매미 울음소리 길을 따라 조금 걸어가니 곧 활기찬 거리가 펼쳐진다 제 마음도 덩달아 들뜨는 거 같은 느낌
약속 장소에 도착한 미카는 그늘 아래 벤치에 자리를 잡고 앉아 길거리를 둘러본다 정말 그 애가 나와줄까? 잠깐이나마 우려를 품었지만 그 걱정은 금세 떨쳐내버린다
"하이 와타누키 군" 여기에 올때까지는 양산을 썼을지도 모르지만 어느새 없고 꽤 가벼운 차림으로 미카를 봅니다. 미카의 머리카락이나 옷차림을 슬쩍 봅니다.
"(옷이나 외양적으로)조금 다른 느낌도 있고.." "뿌릴 거라고 생각해본 적 없어서 그럼" "그리고....음. 아님." 저것도 나쁘진 않지만 와타군에게 잘 어울릴만한 향수를 잠깐 생각해보지만 선물에 의미를 담거나 하는 걸로 보일 수 있어서 그리고.. 라는 말 뒤에 머뭇거립니다. 별로인 건 아니라고 덧붙이긴 하네요.
"오늘만 가능한 거니까 등불 받는 거랑 불꽃놀이는 보고싶음." 근데 바로 가면 들고 다니기 힘드니까 노점상부터 보실? 이라고 미카를 바라봅니다.
종업한 지 한참 지났음에도 미야나기가 여태 이곳에 남아있었던 건 순전히 약속을 지키기 위함이었다. 물론 축제에 대한 기대감도 있지만, 그녀는 매순간 마음에 그리던 고향으로 돌아갈 생각에 몹시 들떠있다! 오랜만에 사람들을 만나거나 규모 있는 전시회를 보고, 혹은 돔에 가서 그녀가 사랑하는 거인들을 만날 수도 있을 테다. 고리타분한 전통 가옥에서 벗어나 쾌적한 타워 맨션에서 지낼 수 있다는 점 또한 대단히 중요했다. 당장이라도 마을을 벅차 떠나버릴 법도 한데 용케 얌전히 있었다니—그만큼 그녀를 호출한 장본인을 아주 좋게 생각한다는 반증이나 다름없다. 당연히 도쿄에는 훨씬 자본을 크게 들인 여름 축제가 열려 ‘토모시비 마츠리’ 자체는 결코 미야나기의 관심사가 아니다. 그녀는 두 손을 가지런히 모은 채 자신을 가미즈나에 남도록 만든 목적을 기다렸다. 예상 외로 개인 레슨이 일찍 끝나 약속보다 이르게 도착한 탓이다. 긴 머리는 양쪽으로 종종 땋아 내렸고, 짙은 곤색의 유카타에는 빨간 허리 리본을 둘렀다. 곳곳을 장식한 일루미네이션은 검푸른 장막이 드리운 저녁 공기를 주홍빛으로 훤히 밝혔다. 인근에 자리 잡은 노점으로 들어간 미야나기는 또랑또랑 목소리로 말했다.
“링고 아메 두 개 주세요! 현금만 되나요?”
아니나다를까 카드 불가다. ······이래서 길거리 축제가 안 된다니까! 핸드폰 대신 구태여 지갑을 열고 값을 지불한 미야나기는 다시 입구로 돌아와 인파가 닿지 않는 곳에 멈춰 섰다. 양 손에는 앙증맞은 막대 사과 두 개가 들려있다.
좋은 건수 잡았다 싶으니 곧바로 활짝 웃으며 낯 펴지는 게 참 사악하다. 사에가 정말로 까무러쳤다간 곤란하니 실행에 옮기진 못했지만서도. 그나저나 그게 왜 소름 돋는 일일까. 청개구리 심보와는 별개로 이유는 궁금했다. 꼬맹이가 남자애가 됐다고 생각해 보면 좀 와닿으려나 싶어 그 역시도 잠시 엉뚱한 숙고에 빠져 버렸는데…… 무슨 헛소리, 우리 아가씨는 남자애였어도 깜찍했을 거다! ……늘 그렇듯 그다지 생산적인 결론에 도달하지는 못했다.
"와, 싫어하는 사람이 하나도 아니고 둘이나? 열 받을 일 많겠네."
미안하다는 말에는 일언도 않는 걸 보면 전혀 신경쓰지 않는 모양이다. 사실 그는 딴생각하다 집중 흐트러진 참이라 얼른 대꾸하며 안 들키려 한창 눈치 보는 중이었다……. 앞서 생각했듯 이 정도 반응이면 심각하지 않아서 상관 없기도 하고, 성격 꼬인 양반이라 진심 어린 원망을 받았더라도 외려 좋아라 했을 게 뻔했다. 아니, 그보다는 또 호기심을 자극하는 이야기가 나왔지 않은가! 뭇사람의 양심을 지녔더라면 눈치껏 캐묻지 않았을 말에 양심 없는 그가 반응한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그 얘기 자세히 해 주면 안 돼?" 시키는 대로 잘 따라오는 중이라 차마 종종 써먹던 아양을 부리지는 못하고 눈만 최대한 선량해 보이도록 하며 묻고 있다. 그러던 것도 이어지는 난해한 설명에 맥이 끊겨 버렸지만.
"……그거 비유적 표현이야, 아니면 진짜로 횡격막이 있어야 하는 거야?"
그, 무슨 뜻인지 못 알아들었다기보다는 일종의 존재론적 고민에 빠진 것이다. 사실 겉만 그럴듯하게 보여서 그렇지, 영적인 존재로서 지금 이 몸 안에 횡격막이 멀쩡히 달려 있는지 없는지 본인도 잘 모르기 때문이다……. 잘 하다가 엉뚱한 지점에서 천착하는 게 참 비량답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