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준이 다른 거라면 다른 거라고 볼 수 있나..?" "그. 볼품없지 않은 걸 볼품없지 않다고 보는 것임." 왜라고 묻는 미카에게 어.. 음.. 하는 듯한 표정을 짓습니다.그야 당연한 것인 만큼 이유는 없고..? 뭔가 진지한 이야기들이 어울리는 사야카이긴 하지만... 역시 다정한 위로같은 거나 너는 이 세상에서 꼭 필요한 존재야! 같은 걸 말해주는 건 사야카에게는 무리였다. 그건 열정적 키리나즈메같이 모순적 어휘에 충분히 들어갈 수 있다고.
"그렇게 느꼈다면 다행임." 조금 감정기복이 있던 것 같다고 생각하면서 음. 친절하다고 느꼈군. 내가 생각보다 사람들에게 친절한 편이었나? 라고 생각해보지만.. 아닌데... 나 객관적으로 좀..많이 게으르고 그런데?
"앞으로..?" "와타누키 군이 내게 원하는 친절이 함의하는 관계성이 어떤 형식이냐에 따라서 달라질수도 있지 않겠음?" "물론 일반적 친절은 당연히 해줄 수 있음." 미카의 표정을 보며 가볍게 어깨를 으쓱입니다.
무시해도 될 일입니다. 제가 그 피팅모델이란 것도 모르니까, 전 단순히 얼굴은 알고 있는 같은 학교 학생입니다. 게다가 전 디자이너 지망생씨를 일부러 피해다녔고, 이상한 거짓말쟁이로만 보일텐데 굳이 도와줘야할 이유는 없어요! 심지어 그렇게 큰일도 아닌걸요. 시비가 걸린 건 유쾌하지 않지만, 무슨 일을 당한 건 아니니까요. 돈을 내놓으라고 하고 있긴 해도 돈은 안 뺏겼습니다. 어디 다친 곳도 하나 없고요. 그러니까, 일부러 고개까지 저어가며 오지 말란 표시를 했는데 하나도 통하질 않았습니다.
“...제정신이에요?”
가까이 다가가기는 왜 가까이 다가가요! 처음 시비를 걸렸던 저보다 거리가 더 가까운 것 같습니다. 저러다가 싸움이라도 나면 어떡해요. 소근소근 말을 걸어보지만 이런 거리에서는 디자이너 지망생 씨한테만 들릴려나 헷갈립니다. 너무 작게 말하면 아예 안 들릴 것 같고, 애매하게 작게 말하면 모두에게 들릴 거예요. 눈을 도르륵 굴립니다. 조용히 넘어갈 수 있는, 어떤 방법이 있을지도 모릅니다. 눈에 띄는 일도, 평범하지 않은 일은 충분하단 말예요... 이미 한 명 더 휘말린 이상 조용히는 더 이상 무리인 것도 같지만요. 불량배들이 뭔데 끼어드냐는 식으로 떠드는 것도 같지만 들리지 않습니다. 지금 상황을 탈출하는게 우선이니까 뭐라고 해도 하나도 안 들려요! 뛰어서 도망치는 것 말고는 생각나는 방법이 없어서 더욱 그래요. 디자이너 지망생 씨가 입고있는 옷 끝자락을 두번 정도잡아당겨요. 까치발을 들면 어떻게 귓속말은 겨우라도 할 수 있지 않을까요...
“달리기 잘 해요?”
빠르길 간절하게 바랍니다. 그렇지 않으면 뛰어서 도망치는 것 말고 다른 방법을 생각해야 해요. 저는 그래도, 못 달리는 편은 아니라고 생각하니까요... 체육을 못하지는 않으니까 열심히 뛰면 따돌릴 수도 있을 거라고 생각해요. 그리고 상가가 있는 큰길 쪽으로 가버리면, 사람들도 많은데 뭘 더 할 수 있을 리가 없어요.
# 어제 말도 없이 잠들어서 미안해. 🥲 # 다들 좋은 저녁이고, 답레로 갱신하지만 바로 가볼게. 금요일 잘들 보내길 바라고 저녁은 잘 챙기자. 🤗
언젠가 미야나기는 매주마다 가부키를 봐야 했던 때가 있었지만 단 한 번도 즐거웠던 적은 없다. 차라리 치명적인 음향 사고—돈 낸 관객과 돈 낼 극장주에게는 송구한 상상이지만—가 나서 조기 폐막이나 하길 바랐을 만큼, 도저히 참아주기 힘들어 항상 끔찍했던 경험이다! 춤에 흥미 없는 사람의 감상 또한 비슷할 것이다. 때문에 그녀는 조금의 고민도 없이 곧바로 긍정할 수 있었다. “그럼요. 지루할 거예요.” 뮤지컬처럼 대중적인 무대마저 장벽이 있는 마당에 전막 발레를 권하는 건 조심스럽다. 그나마 허들 낮은 호두까기 인형은 하필 연말 전문이라 쉽게 볼 수 있는 것도 아니다.
“그래도 발레 마임은 간단한 편이라 어렵지는 않아요. 춤, 사랑, 죽음. 세 가지만 알면 돼요.”
단어를 끊어 뱉을 때마다 해당 마임을 짧게 보여주며 말했다. 한 마디로 내용이 전부 그게 그거라는 소리다. 춤추고—사랑하다—죽는다. 스토리 한 번 참 단순하기 그지 없다. 게다가 대다수의 레퍼토리가 최소 백 년은 묵은 구닥다리 전형이라 일반인은 퀘퀘해서라도 못 견딘다. 미야나기는 고전 무용의 그런 점을 좋아하긴 했지만. “아니, 그렇게 말씀하시니까 갑자기 너무 죄송한데.” ······극단적으로 척박했던 시절과 비교 당할 만큼 진짜 맛없었나 보다. 역시 높은 단백질 함량에는 높은 대가가 따르는 법이다. 다시는 주문하지 않기로 남몰래 다짐했다.
“어쩌죠. 무용실에 오셔도 딱히 할 건 없을 텐데······. 플로어라도 좀 시켜 드려요?”
그러면서 제가 앉은 매트를 툭툭 가리켰다. 바가노바 메소드도 없는 주제에 야매로 지도하겠다는 몰렴한 권유다. 그러나 손님 앉혀놓고 하던 작품이나 마저 할 수는 없지 않겠는가······. 물론 손님을 뜬금없이 트레이닝해주겠다는 발상도 그다지 바람직하지는 않다.
밥 다 먹고 갱신이에요! 음. 그리고 쥰주. 제가 이번 주말에는 시골에 내려가야 해서.. 사실 주말에는 못 오거든요. 그래서 일상이..조금 애매해질 것 같은데 적당히 오마모리를 받고 끝났다..처리를 해도 괜찮답니다! 아무래도 주말 이후에는 토모시비 마츠리가 시작되니 일상이 좀 애매해질 것 같은 느낌이 들어서!
이번 주말에는 전에도 공지했다시피 제가 시골에 좀 내려가서 일을 해야 할 것이 있어서.. 그렇기 때문에 캡틴이 자리를 비워요!
어쩐지 짓궂은 듯한 말이라서 무심코 인상을 약하게 찌푸린다 싫다기보단 부끄러워서... 그 증거로 귀끝도 살짝 달아올랐을까 시선은 여전히 허공을 맴돈다
"그럼 나도 이제부터 친구라고 생각하면 되지."
그러면 되는 거 아닐까 무릎 위에 올린 두 손을 꼼지락거린다 그러다 퍼뜩 생각났다는 듯 상대방을 향해 다시 고개를 돌리는 것이다
"...고마워."
무미건조하게 내뱉어진 말이지만 그 속내는 마냥 메말라있지 않다 키리나즈메 씨가 신이란 걸 알아버렸을 때 이전과 같은 시선으로 바라보기 힘들 줄 알았는데 이는 그냥 기우였나보다 적어도 제가 보는 키리나즈메 씨는 그대로였다 다가가기 어려운 인외의 존재라기보단 그저 또래의 아는 아이, 이젠 '친구'인
안녕하세요, 사쿠라기 사쿠라입니다. 오늘의 일기는 아마도 짧을 예정입니다. 하루종일 네리키리 제작의 연습 겸 조수로 일하는 날이기 때문이죠. 말 그대로 하루종일. 아침 일찍 기상해서 세안한 이래로 멈추지 않고 진행 중입니다. 이 글은 마침내 찾아온 저녁식사 후의 휴식 시간에 작성되고 있으며, 제 손끝에는 이미 단내가 눌러붙었습니다. 이게 과자인지 사람 손가락인지 분간조차 어렵네요. 실수로 포장하거나 씹어먹지 않도록 주의해야겠습니다. 내일 이 페이지를 펼치면 개미 씨가 꼬일 만큼 달콤한 향기가 날지도 모르겠어요. 물론 지금의 저는 후각이 마비돼서 아무 냄새도 나지 않습니다만.
아! 정말 피곤했다!
그렇지만 저에게 이 시간은 소중합니다. 할머니와 하루종일 붙어있을 수 있는 시간이라니, 귀하고 말고요. 비록 어깨 허리 척추 무릎 손목이 욱신거리고 머리 어깨 발 무릎 발이 당기지만 극복할 수 있는 문제입니다. 사실 이렇게까지 엄살 부릴 노동 강도는 아니지만, 아무래도 저는 집중력이 부족한 편이라서요. 원래 산만하면 집중해야 할 일 외의 사소한 자극에 주의를 뺏기는 법...... 올해는 기필코 고치고 싶네요. 뭐. 고통은 둘째치고, 이 시간이 소중하다는 건 변하지 않습니다. 인생은 전쟁이고 누구나 나이를 먹게 될수록 가족과 오붓한 시간을 보내는 게 어려워지기 마련이니까요.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우리에게 주어진 시간을 소중하게 여겨야만 합니다. 모든 생명과 인연은 한철 왔다가 흙으로 돌아가는 필멸의 운명을 지니고 이 땅에 났습니다. 이별은 필연이고, 영원한 인연은 안타깝게도 존재하지 않습니다. 이토록 예정된 슬픔을 달랠 방법은 단지 현재에 충실하는 것뿐입니다. 돌아오지 않을 과거를 후회하고 막연한 미래를 손톱 물며 걱정하는 것보다는 생산적인 방향이죠. 현재에 집중하기. 누구라도 쉽지 않은 일이겠지만요.
으악. 생각보다 분량이 많군요. '아마도 짧을 예정'은 무슨! 이것만 봐도 최소한 미래 걱정은 썩 의미가 없다는 게 증명된 셈이네요! 이토록 언행일치라니! 오늘의 일기 끝.
역시 업계 형편은 종사자가 제일 잘 아는 법이라고 하던가? 가차없이 내려지는 평가에 그는 싱겁게 웃었다. "그러면 그 재미없는 걸 너는 왜 하고 있는데? 너한텐 재밌어?" 순전한 호기심으로 가볍게 물었다가, 말 뱉고 나자 문득 지난번에 나누었던 대화가 짧게 뇌리를 스쳤다. 삶의 방향성에 관련하여 고민이 있었던 듯했던 그 이야기. 그는 그것이 진로와도 관계되었을까 하는 궁금증이 들었지만 아직은 나누던 대화를 팽개치고 물을 정도는 아니었다.
"옛날 기준으로 최고로 자극적이고 흥미진진한 소재들이지. 사실 춤만 빼면 지금 기준으로도 크게 다를 건 없는 것 같지만."
동서를 막론하고 고전은, 아름다움이란 언제나 그렇다. 장엄한 대서사시나 신화도 결국은 압축하면 사랑과 죽음으로 요략되기 마련이다. 인간이 필연적으로 누군가를 사랑―연정만이 아닌 포괄적인 의미에서―할 수밖에 없는 동물인 한 언제까지고 불변할 법칙. 그렇기에 예나 지금이나 문학이나 예술 따위에는 감명을 느끼지 못하겠다. 누군가를 사랑하거나 사랑을 주기엔 그토록 절절한 감정 느껴 본 적이 없고, 죽음에 애한하기에도 마찬가지였다. 그가 늘상 눈앞의 흥밋거리만 쫓아다기에 열심인 데는 이유가 있다. 바로 지금 그러는 처럼.
"응! 할래!"
사실 사에가 본인을 덩그러니 내버려두고 자기 할일 마저 하더라도 상관없다고 생각하고 있었던 참인데, 뭘 해주겠다고 하면 거절할 이유가 없다! 그는 앉았던 매트 위에서 벌떡 튀어나오다시피 일어나서 쪼르르 다가왔다. "근데 그게 뭐야?" 좋다고 달려왔으면서도 그게 뭐인지도 모르고 있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