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 스피커의 인상착의를 알아도 이 넓은 자유 마카오에서 쉽사리 찾을 수 있을까.. 거기에 더 해 찾는다고 하더라도 전쟁 스피커의 영향력을 억제 할 수 있을까? 지금 당장은 자유 마카오의 주요 세력들에게 어떤 방법으로든 협조를 요청한다고 하더라도.. 특정 구역을 억제하거나 하는 게 고작일지도 모른다. 전쟁 스피커의 영향력으로 세력이 미쳐 날뛰기 시작하면 그것도 곤란해지니까 그러니 토고는 생각한다.
'한 놈 찾는데 기깔나는 아 있음 딱 좋을긴데..'
UGN에게서 그런 지원은 힘들다고 하더라도... 그런데 굳이 가디언일 필요가 있는가? 빌..런.. 은 솔직히 한숨밖에 안 나오지만.. 그나마 활용 가능한 자원이라면.. 토고는 침을 꿀꺽 삼키고 눈 앞의 양시준 소위에게 입을 열었다.
"지원은 UGN에게서 받는 게 힘든거지예?" "...근디.. 여는.. 자유 마카오고... 자유 마카오이기에... UGN의 지원을 받는 게 힘들다믄.. 다른 쪽으로 도움을.. 받을 수 있지 않습니까?" "예를 들어가.. 자유 마카오에 천지빼까리로 널리고 널린 범죄자라든가.."
물론 이 방법은 위험하다. 위험하다는 건 알지만 과연 UGN은 무엇을 선택할 것인가... 독을 독으로 제압하는 방법과 독은 위험하니 사용하지 않겠다는 방법. 솔직히 나도 조금 불안한 건 매한가지다.
"고거야.. 말 꺼낸 순간부터.. 각오는 했습니다. 고생 꽤나 하것지마는... 과거의 빌런부터 해결하는 게 우선 아이겠습니까?"
그리고 입 밖으로 내뱉지 않았지만 전쟁 스피커와의 전투에서 지원인원이 사망한다면.. 그건 그거대로 UGN에게 좋을지도 모른다. 가디언이나 헌터가 아니다. 라는 말은 범죄자라는 뜻이니까. 민간인은 이런 일에 지원 못 오지.. 해킹에 능한.. 의념각성자보다 더욱 능한 자라면 모를까.
"큰 고민이었을낀데 상부랑 이야기 해줘서 감사합니다. 지원 오기로 한 사람에 대해서 짧게 물어봐도 됩니까?"
배가 어지간히 고팠나보네 토고는 그리 중얼거리고는 자신도 조금 쉴까 하고 테이블 의자에 앉는다. 수수께끼의 점원이 있고 메뉴는 이상할 정도로 빨리 나온다. 황금 클로버의 클과 관련도 없어 보이는 게이트인데.. 가게 바깥에 있나? 아니면 내부에? 어떤 장식품? 어쩌면 황금 클로버 라는 것이 그저 이름일 뿐이고 실장은 전혀 다른 걸지도 모른다.
"쪽지에 뭐라 적혀있는디?"
'1.6층'
그리 적혀진 것에 고개를 갸웃 거린다. 그리고 쪽지는 왜 한 번 접혀있는가. 사람들은 보통 1층, 2층 이렇게 층을 나누지만 1.5층도 사실상 존재한다. 층과 층 사이를 이어주는 층계참. 하지만 1.6층이라...
" 1세대의 범죄자들이 모두 특이한 면모가 있다고는 하지만 그는 매우 특이한 빌런 중 하나입니다. 직접적으로 사람을 죽인 것은 세번밖에 없지만 그중 둘은 여성을 파는 포주, 한 명은 자신의 제자였다고 하더군요. " " 범죄자들의 스승이라는 별명으로 유명한 그는 뛰어난 심리학자입니다. 특히, 범죄의 심리를 이용하는 데에 그만큼 뛰어난 이가 없다고 들었습니다. 각 시대에 특이한 사상범들 중에는 그의 교육을 받은 이가 알음알음 존재해 왔습니다. "
서류에 동봉된 드옹의 사진을 토고는 바라봅니다. 연보랏빛 머리카락에 은하수를 가득 담은 듯 보이는 검은 눈동자 속에는 별들이 반짝이는 것만 같습니다. 짙게 들어간 눈두덩이는 살짝 음울하게 느껴졌지만 그대신 깊이를 알기 어려운 지혜가 느껴졌습니다. 키는 그리 커보이지 않았습니다. 앉은 키가 조금 작았고, 대신 다리가 길어 큰 것처럼 느껴졌습니다.
아레안 드옹. 2014????? 토고는 왜 이렇게 1세대 빌런이 많은가 짧은 고뇌에 잠겼다. 전쟁 스피커도 그렇고 프로페서도 그렇고. 특이한 빌런이라는데 얼마나 특이하냐면 직접적으로 죽인 사람은 3명. 둘은 그렇다치고 한 명은.. 자신의 제자? 하지만 중요한 것은 간접적으로 죽인 이겠지. 범죄자들의 스승이라 불리고 뛰어난 심리학자이기에 평범한 이의 심리를 뒤흔들어 절망하게 만들거나 혹은 다른 사상을 갖게 만들거나...
토고는 생각을 마치고 마지막으로 프로페서의 사진을 본다. 특이한 연보랏빛 머리카락에 우주를 연상시키는 검은 눈동자. 프로페서라는 가명이 어울리듯 지혜가 느껴지는 외관이었다. 하지만 그러한 지혜는 음울한 영역일 것 같았다.
궁금한 것이 있냐는 양시준 소위의 말에 잠시 고민한 토고는 입을 열었다.
이러한 이들을 대할 때의 주의점. 그를 자극하지 않는 것이 제일 중요하기 때문에 주의사항을 알아두는게 제일 우선이다.
"아레안 드옹.. 그러니까 이 프로파서를 대할 때의 주의점 있습니까? 이상한 사상에 동조하지 말라든가 주의깊게 듣지 말라든가 그른 거 말입니다." "어디까지나 통제는 할 수 있어야 하지 않겠습니까?"
그리고 개인적인 궁금증이 하나.
"..임마가 죽인 사람중에서 그 제자라는 아 정보가 궁금한디.. 다른 두 명은 그렇다쳐도 아무리 봐도 범죄자들의 스승이 지 제자를 직접 죽일리는 없어 보이는디 직접 죽였다는 점에서.. '지뢰'가 있을 것 같아가 미리 파악해두려고 합니다."
강산은 카페라떼 몇 모금을 더 마더니 갑자기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더니 무언가를 본 듯 남쪽으로 이동한다.
"나비 같은 게 잠깐 보였는데...? 아...형님, 저기 계단이 있습니다."
의아해하는 듯 하던 강산은 이내 돌아와서 토고에게 자신이 본 것을 말한다. 트레이의 음료와 스콘을 보고 잠깐 의아한 듯한 표정을 짓다가, 다시 토고를 본다.
강산이 갔던 방향을 살펴본다면 조금 더 넓은 공간과 더 테이블 두 개 더, 그리고 윗층으로 가는 계단이 있다. 강산과 토고가 계단을 살펴본다면 한가운데에 계단의 방향이 바뀌는 층계참이 하나 있다는 걸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층계참에서 두세 칸쯤 윗 칸의 난간에 붙어 있는 다음 쪽지도.
[책 읽기 좋은 자리]
이번 쪽지는 왼쪽 아래 모서리가 두 번, 또 오른쪽 아래 모서리가 두 번 말리듯이 접혀 있다.
토고는 머리 아프니까 생각하는 건 그만두고 일단 차나 마시기로 했다. 의념각성자라 이 정도 뜨거움은 아무것도 아니지만 적당히 식힌 뒤 그것을 꿀꺽 삼키는 토고. 그 뒤 신맛을 약간 중화시킬 목적으로 버터스콘을 와구 먹고 물론 헬멧 유리를 사알짝만 열어서 먹는 건 잊지 않았다. 그러면서 강산이 하는 행동을 바라본다.
"그른기네."
쪽지에 접혀있던 것, 숫자. 이 정도면 이해가 간다. 접혀 있는 것은 방향을 가리키고, 숫자는 계단인 것이다. 1.6층은 층계참에서 한 칸. 뭐.. 대강 이런 식으로.
"여 직원들은 대체 쪽지를 얼마나 좋아하는지 몰것네. DM이가? (다이렉트 메세지 맞던가)"
토고는 문득 옛날 풍자 개그로 '손님~~ DM으로 문의 부탁드립니다(기도)' 이런 게 유행했었다는 걸 떠올렸다. 뭐 하고 싶음 쪽지로 문의 해달라는 건가? 크크.. 토고는 쪽지를 확인한다.
"책 읽기 좋은 자리는 도서관에서 찾을 것이지 에잉.. 쪽지 접힌 걸로 보믄... 남동 두번 남서 두번맞나? 이번엔 테이블 위치를 가리키는 것 갑네"
" 전쟁 스피커가 선동을 통해 대중을 이끈다면 프로페서는 언어를 통해 상대를 설득합니다. 근거나 이유, 때로는 광증까지 섞어가면서 말입니다. " " 대부분 그와 마주했던 정신계 가디언들은 그런 말을 하더군요. 특별한 무언가가 느껴지지는 않지만 이야기를 듣는 것만으로도 설득되는 것 같았다고요. 마치... 악마의 혀를 가진 것처럼 말입니다. "
악마의 혀라는 말에 토고가 떠올린 것은 스스로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설득하거나, 이해시킬 때 토고의 능력은 뛰어난 축에 들었으니까요. 그 말의 뒤에 토고의 질문에는 소위는 모르겠다는 것처럼 대답합니다.
" ... 지식은 수단이 되어선 안 된다고 하더군요. 추측하기론 사리사욕을 위해 제자 스스로 프로페서에게 배운 것을 이용했다는 듯 싶습니다. "
언어를 조심하라며 입술을 가볍게 두드리는 그를 보며 토고는 헬멧 위로 입술 부근을 매만진다. 전쟁 스피커와는 다른 능력. 선동으로 대중을 휘어잡는 것이 아닌 말로서 상대방을 구슬린다. 선동이라는 것이 걱정, 고민, 고뇌 없는 이에겐 통하진 않겠지만.. 이 경우는 전쟁 스피커보다 더 위험할수도.. 어라? 나? 조금? 위? 험한 짓을? 정신계 능력이라면 같은 능력으로 대처할 수 있겠지만 언어. 대화를 통해서 상대방을 구슬린다면.. 정신계로도 어쩔 수 없겠지.
"자유 마카오서 말싸움 하게 생겼뿟네.."
농담같은 말이지만 선동 VS 언어 농담이 아니네.. 그리고 그 뒤의 말에 토고도 고개를 기울인다. 지식은 수단이 되어선 안 된다?
"이해를 못하긋네.. 그래도 이런 아들은 이상한 부분에서 지뢰가 깔려있어서 툭 하고 건들삐면 아작나니께 사소한거라도 알아두는게 좋다고 생각했습니다."
UGN도 여러 제약을 붙여서 보내겠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억제에 불과하다. 억지로 막더라도 그것마저 이겨내며 무언갈 하려고 하면 곤란하다.
단호하게 말하는 그에게 고개를 끄덕인다. 믿는 건 내가 가진 것과 GP. 지원 병력이라 하더라도 범죄자이고 자유 마카오에 있는 세력들도 결국 자신들의 이득을 위해 움직일 집단이다. 진짜 믿을 건 자기 자신밖에 없으니 세상이 얼마나 각박한가... 그래도 곧 있음 신뢰하지 말라고 하는 상대와 맞주할 것 같아 토고는 마지막 농담으로 분위기를 환기시키고자 크크 짧게 웃고 능글거리는 목소리로 말한다.
"양시준 소위님은 중요한 말을 늦게 하는 거 아입니까? 크크.. 농담입니다. 여하튼, 잘 해봅시다. 시민들을 지켜야 하지 않겠습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