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같은 필멸자가 빨리 죽어준다면 좋을텐데... 하고, 잠깐이지만 생각했던 것 뿐이에요......"
담담하게 웬 뜬금없이 저주를 퍼붓나 싶을 것이다. 그러나 토아의 앞에 있는 게 자칭 '사신'이라는 동급생이었고, 저번에도 비슷한 말을 했던 전적과. 또한 그녀의 눈에는 딱히 이렇다 할 적개심은 담겨있지 않은 것. 그렇다면 이것은 호의에 가깝겠구나. 어쩌면 당신은 가까스로라도 단서를 얻었을지도.
"...하지만 그러지 않았다면 이쪽 세계의 바다에 오는 일도 없었겠지요."
저쪽 세계에도 바다는 있었지만. 웃고 떠드는 살아있는 사람이나 해변가를 같이 걸어주는 자는 일체 없다. 후루토는 그것에 대해 여태껏 의문조차도 가져본 적 없었으나 어째서 다들 들뜬 기색이 되어서 바다에 모이는가, 어쩐지 조금은 알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필멸자...... 제게 좀 더 어울려주세요..."
살아있는 동안에 죽음을 두려워 않는 인간은 드물다. 조금은 데리고 있어도 좋을 것이다... 그렇게라도 생각했는지, 문득 사신은 자신 쪽에서 당신의 손을 채어 재촉하며 앞서서 걷기 시작했다.
시선이 한층 더 내려가있던 그녀가 잠깐 말을 쉬어가다 이내 담담하게 내놓은 것은 '당신같은 필멸자가 빨리 죽어준다면 좋을텐데'라는 이야기였다. 평범한 사람끼리의 대화라면 꽤나 비뚤어진 심성을 가지고 있다거나 뜬금없이 악담을 하는 것이라 생각하겠지만... 이미 그녀에 대한 것을 알고 있는 자신에겐 그것이 이전보다 더 분명한 호의로 와닿았을까, 분명 이전에도 죽어달라는 말은 호의와 마찬가지라는 인식을 심어주었으니 말이다.
"뭐, 그렇게 되었으니 지금의 이런 순간이 있는 셈이니까요?"
그렇기에 한층 더 가벼이, 온화한 미소를 지어보였다.
그녀가 자신의 말에 대해 완벽하게 이해하지 못해도 좋았다. ...아니, 전혀 이해하지 못했다 해도 문제될건 없었다. 무엇보다 친구가 되기로 했고, 언제든 길을 잃는다면 길잡이가 되어주겠노라 호언장담한 마당에 설마 그것 하나 기다려주지 못할까? 모든 신이 제 섬기는 이 마냥 인세에 빠싹한건 아니니까, 그런 그녀를 위해서라도 언제든 느긋하게 기다려줄 준비가 되어있었다. 정해진 시간이 있는 필멸자가 신이라는 불멸자에게 품기엔 터무니없는 생각일지도 모르겠지만,
"당신이 원하신다면, 언제든지요~"
다만 아무래도 죽음에 대해 연연하지 않는 인간은 드문 케이스였는지, 아니면 나름의 이해된 바가 있었는지 먼저 손을 잡아오면서 길을 앞서는 그녀가 보였다. 아무렴, 길을 밝히는데에 발자국의 순서를 따질 필요는 없을테니. 혹은 그녀가 곧 이 세상에 좀 더 친숙해져서 먼저 길을 권하거나 그녀만 알고 있는 곳으로 이끈다고 해도 딱히 상관은 없었다. 분명 그것은 그것대로의 즐거움이 되어 와닿을테니까,
다행이에요. 자고 있지 않았습니다. 잇쨩의 반가운 목소리에 벗어둔 신발을 굳이 정리하지 않고 방 안으로 들어서요. 어차피 불꽃놀이를 하러 나가야한다면 다시 신발을 신어야할테니까요. 손목에 봉투가 걸린 쪽 손을 허리 뒤로 돌려서, 꽤 어정쩡한 것 같지만 그래도 숨겨봅니다. 어서 오라고 말하는 잇쨩과 마주보게 자리잡고 앉아요. 할 이야기가 있다며 들떠보이는 잇쨩의 모습에 가만히 귀 기울이기로 합니다. 잇쨩은 목소리도 조금 높아진 것 같아요. 수학여행이 즐거웠던 것처럼 보여서 다행입니다.
“칭찬...”
눈을 반짝거리면서 이야기하는 모습을 보니까 당연히 즐거웠을 것 같다고 생각합니다. 잇쨩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고개를 열심히 끄덕거렸어요. 저는 말 중간중간에 맞장구를 치거나 문맥에 맞는 말을 얹으면서 재밌게 반응해주는 건 잘 하진 못 하니까, 잘 듣고 있다는 티를 내려면 고개를 끄덕거리는 것 말고는 방법이 없어요. 바다도 가고, 수영복도 입어보고, 물놀이도 해보고, 풍경도 보았고 친구도 만든 것 같아요. 교환을 했다니 엄청 대단해요! 저는 친구를 쉽게 만들지 못하니까, 용기내지 못 하니까 칭찬해달라는 잇쨩의 말에 잠시 자리에서 일어납니다. 챙겨온 짐 중에서 수첩을 찾아요. 언제나 모으고 있는 클로버 스티커입니다. 잇쨩도 제가 스티커를 준 적이 많고, 모으고 있으니까 칭찬이라고 한다면 역시 이게 생각나요. 쓰다듬는다거나 잘했다고 안아준다거나 하는 건 제게 무리입니다... 무리에요!
“여기, 스티커.”
이번에는 잇쨩의 옆으로 앉았습니다. 손등에 스티커를 하나씩 붙이려고 해요. 몇 개를 붙일 거냐면, 잇쨩이 얘기해준 갯수만큼입니다. 혼자서 잘 았다는 말부터, 라인도 교환했다는 말까지 갯수를 세어요. 그러니까 총 일곱개입니다.
“많이 칭찬해줬어요.”
생색내는 것처럼 말하는 것만 같지만 그럴 의도는 없었어요. 정말로 많이 칭찬한 거라고 알리고 싶었을 뿐입니다.
쉬운 난이도와 맵도 고를 때마다 요란한 소리가 들립니다. 그마저도 이노리의 눈에는 아주 신기하고 멋있는 것뿐이라서, 자꾸만 화면에 눈이 가게 됩니다. 친구와 대화할 때는 친구를 보랬는데!
"으응, 그렇구나. 그러면 점차 좋아하게 될 기회가 많다는 거네요? 멋지다!"
이노리는 그런 존재였으니까요. 아직 좋아하지 않는다면, 언젠가는 좋아하게 될지도 모르는 가능성이 있다는 상태로 보곤 했습니다. 음식도 먹어보고 언젠가 또 마음에 들지도 모르니 싫어하지는 않는다고 답하고, 취향이 아닌 드라마도, 그리고 인간도. 음, 인간은 좋아한다고 할까요?
"응!"
화면이 점차 어두워지고, 조잡한 3D로 만들어진 간단한 프롤로그가 시작됩니다. 두근두근, 기대에 부풀었지만.. 원래 이런 게임은 갑자기 무언가 쾅! 하고 튀어나오며 총으로 쏘는 것부터가 진짜였지요. 이노리는 그걸 몰랐던 모양인지, 조잡한 괴생명체가 화면의 시점으로 달려들자 화들짝, 파다닥. 몸을 떨며 총구를 움직입니다. 앗, 더듬이.. 움직이는 게 아닌 줄 알았는데, 움직이던 거였나요..? 안테나처럼 쫑긋 서버렸군요.
"좋은생각인지는 개별의 판단." "그렇지..." 사실 사야카주가 이전에 올렸던 레스를 기억을 잘 못해서(...) 그런거지만.
"호기심이란 게 존재하는 것들은 나를 파헤칠 만하니까." 나를 사랑하고 동시에 파헤치고 싶어하는 이들을 생각하면서 중얼거립니다. 빌리겠다는 것은 언제든 빌려줄 수 있을 것입니다. 잃어버리는 게 귀찮으니까 나중에 복제본도 만들 거니까(이럴 때 쓰는 신의 힘!) 그리고 편하게 쉬어라는 안즈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는 듯 몸을 움찔거립니다.
"눈... 감을거야.." 진짜 잠들기에는 쉬는 시간이 그렇게 길지는 못하겠지만, 잠깐 눈을 감아서 눈을 쉬게 하는 시간이 필요하니까 그거는 어쩔 수 없다는 듯 웅얼거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