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56 달림 다행히도 신전의 숲까지 향하는 데는 별 탈이 따르지 않았습니다. 동동 두른 붕대는 아침 햇살 속에서도 달림을 제법 지켜주었으며, 신전의 숲은 아침이라서 더욱 그런지 안개로 자욱하군요. 이래서야 시각이 뛰어난 달림으로서도 안개 너머까지 파악하기는 힘들겠습니다. 아니.
눈길이 향한 곳이 이상하여 유심히 들여다보면 무언가 큼직한 형체가 일렁거리다시피 하는 것처럼 보였지만요. 인간? 아니면 요괴? 일렁거리는 형체는 점차 커져 가며 자신이 이곳에 있다는 사실조차 숨기지 않으려는 것처럼 보였습니다.
달림에게 다가오고 있다는 사실조차도요.
어찌할지는 달림의 자유입니다.
>>757 우룽 장소에 관한 명확한 서술이 없었기 때문에 요괴의 산, 우룽의 거처쯤으로 간주하겠습니다.
좋은 아침입니다! 여기가 정확히 어떤 곳인지는 아직도 잘 감이 잡히지 않는 바이지만, 뭐 어떻습니까! 물은 여전히 졸졸 흐르고 아침 공기는 이렇게나 상쾌한 것을요.
"인마, 드디어 눈 떴냐."
걸걸한 목소리가 옆에서 들려오는 것만 빼면 언제나와 같은 시작이로군요!
?
도대체 누구야, 하고 보면 짙은 회빛 머리를 아무렇게나 묶어둔 사내가 상어 같은 이빨을 드러내며 씩 웃습니다.
"기다리느라 목 근육 빠졌다! 어서 일어나, 한판 붙자고. 설마 빼려는 셈은 아니겠지?"
그렇게 말하며 양반다리로 앉은 자세를 재주넘기와 함께 기운 넘치게 일으켰습니다! 초면인데 갑자기?
>>770 땅이 다르고 하늘이 다르니 계절이 오는 시간 역시 내가 아는 것과 조금 다르겠거니 싶었지만, 그것이 아니었다. 그는 손끝에 매달리는 봄기운을 흩고 고개를 돌려 지평선을 바라본다. 그동안 이상하게 부지런했던 봄의 연유는 무엇인가. 또, 이번 봄은 왜 느리게, 아주 정상적으로 찾아오는가. 가시지 않은 채 서늘히 다가오는 찬기운을 느끼며 텐키는 하아, 흰 숨을 뱉었다.
"..뭔가 오겠네."
이곳은 환상향. 장난꾸러기들이 넘쳐나는 놀이터. 이번에 장난을 시작한 아이가 누구일련지는 모르지만, 조금 정도는 대비를 해두는 게 옳을성싶었다. 짓궂은 아이에게 꿀밤을 놔주겠다 이야기를 했으니 그것을 지킬 마음이었다.
놀리는 것같이 영혼을 담지 않고 감탄하지만 이것은 적각의 언제나 있는 특성입니다. 반응할 것도 없군요. 아리스를 보았다가 허공을 슬쩍 노려보며 턱을 살살 매만지더랍니다.
"혼령이라 하면 기본적으로 기질의 구현, 혹은 죽은 자가 남긴 것이 아니오? 암만 혼령이라 해도 개개 혼령 나름이라서 한 뭉치로 눌러 말할 수 있는 것이 아니지만 경향성 정도는 추측해볼 수 있지. 육체조차 없이 영체뿐이 있는 존재들... 그중에서도 죽은 자에서 비롯한 존재라고 칩시다. 그들은 으레 산 것에 집착하곤 했지. 산 것이라면 무엇이든 좋소, 살아있는 생물, 산다는 것 그 자체... 망령에 가까우면 집요해지며, 원령이더라면 노골적인 해를 입히는 것이 본성이 되지. 경향성이 그렇다는 말이라 무어, 여전히 하나로 묶을 수는 없지만......"
그리고... 라고 중얼거리던 적각이 문득 다시 아리스를 보며 능청맞게 웃었습니다.
"혼령이라니 제법 새로운 주제가 아니오. 그대에게 그런 엉뚱한 관심사를 심은 것이 대체 누구요? 나는 전혀 짐작도 안 가오만......"
말끝을 슬쩍 늘리며 적각이 다시 페이지를 넘겼습니다. 멀티가 되는 모양입니다, 설명함과 동시에 책을 읽다니...
>>364 의민의 얘기를 주의 깊게 듣기는 했으나 제대로 이해를 했다는 의미는 아니었다. 이해하려고 노력한들 모든 것을 이해할 순 없었다.
그래도 그 안에서 생원이 분명하게 이해한 것이 있었으니 지독한 운명론자 조차 이치를 벗어나는 이변에 대해 부정하지 못하고 긍정을 한다는 것.
이치를 벗어나는 이변이 존재하는 땅이다 이곳은. 과학은 적합하지 않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과학사를 돌이켜보면 늘 원리를 벗어나는 예외는 있어왔고 그 예외가 발견되고 설명이 될 때 과학은 한 차원 더 발전을 해왔다.
아니 설사 이곳은 그런 것이 통하지 않는 과학이 성립되지 않는 곳이라 할지라도. 자신은 처음으로 뭔가를 할 수 있는 자유를 얻었다. 그런데 자신이 하고 싶은 과학은 할 수 없다면 자유가 무슨 의미가 있을까?
이곳이 조작된 실험 장소든 가상의 시뮬레이션 공간이든 상관없다. 어차피 그러한 문제는 자신을 벗어난다. 그 안에서 하고 싶은 것을 하는 게 최선일뿐.
"부분적으로 설명 이해함. 고마움. 대상 의민의 신기함. 이치를 벗어나는 이변의 존재로 확인됨. 이변 있을 수 있음. 하지만 이변도 운명도. 모두 설명 가능함. 관찰 대상 환상향. 관찰도 낮음. 이해도 낮음. 아직 멀었음. 하지만 결국 올라감. 그때 과학을 보여주겠음."
그래 기존의 과학이 통하지 않을 순 있다. 이질적인 곳이니. 그러나 이곳에는 이곳에서 통하는 과학이 있을 수 있다. 주목받지 못한 그 과학을 찾아내겠다. 이곳의 주민들도 몰랐을 그런 과학을..
>>767 아키히요 쇠몽둥이와 같은 잿빛 눈으로 감정 없이 보던 백랑은 하하, 하고 작위적인 웃음을 짓습니다. 명백히 보라는 듯한 웃음이었습니다. 그리고 무엇이라 말하려던 순간, 수풀 소리와 함께 백랑의 곁에 불청객이 온 듯하였죠. "이런, 실례." 하고 백랑이 아키히요에게 가볍게 손을 내저었습니다. 예상하지 못한 손님이 왔으니 기다리라는 뜻입니다.
만일 아키히요가 무슨 일인가 싶어 보려고 했으면 누군가 있었다가 급히 나무 뒤로 숨은 듯한...? 모습을 볼 수 있었습니다. 아키히요는 뛰어난 시력의 소유자가 아니기 때문에 그 이상으로는 볼 수 없었습니다.
하지만 아키히요의 청력은 뛰어납니다! 따라서 아무리 그들이 목소리를 낮춰도 대략적으로는 대화를 엿들을 수 있었죠. 백랑이 먼저 말을 꺼냅니다.
"예, 료타. 무슨 일이십니까?" "-을 발견하여 보고드립니다. 중턱에 있었습니다." 처음 듣는 목소리입니다. 조사 앞에는 입술 모양으로 말했는지 소리가 들리지 않았습니다.
백랑이 문득 아- 하, 하고 건조한 감탄사를 내뱉었습니다.
"사과후 수속을 밟죠. 당신은 접때 제가 가르쳐드린 대로 하시기만 하면 됩니다." "...-을 말입니까..?" "예, 그 말대로입니다. 설마 두 번 말씀드리게 할 생각은 아니겠고요, 백랑." "......알겠습니다. 그렇다면 명하신 대로. 이보라, 따라와."
수풀 소리와 함께 불청객이 떠나는 듯한 소리. "죄송합니다, 훨씬 귀한 용건이었던지라." 하고 아키히요에게 태연스럽게 말해주며 백랑은 다시 아키히요를 응시해왔습니다.
"어째서 그런 미개한 판단을 하시는지 아둔한 저로서는 잘 모르겠습니다. 말려도 말려도 굳이 공을 들여 산을 헤집으시겠다면 뭐, 저도 굳이 공을 들여 낙마가 침입했다고 보고할 필요는 없어질 뿐이겠군요. 잡음 없이 안전히 돌아가실 수 있도록 낙마에게는 더할 수 없는 자비를 베푼 것입니다만... 아무래도 낙마에게는 텐구의 합리적인 사고가 통하지 않는 모양이네요..."
지금이라도 잠자코 돌아가실 수 있도록 마지막 자비를 베풀겠습니다. 부디 돌아가주세요. 그렇게 마무리하며 백랑이 당신을 향해 정중히 고개를 숙였습니다. 악질이군요...
아리스는 적각에 언행에 긍정하듯 하면서 같지만 다른 단어들을 나열하며 말했습니다. 그것들은 전부 동일한 것이 될 수도 있고 저마다 다른 의미를 가질 수도 있습니다. 단어의 쓰임새 라는 것은 대략 그런 느낌이지요
"음음, 좋은 조언이 되는 말씀이네요. 참고가 되겠어요"
아리스는 적각의 설명의 고개를 슬그머니 끄덕이며 눈웃음 살짝 짓고는 그렇게 말했습니다. 이것들은 대략 얼추 예상했던 바이지만 예상은 예상일 뿐입니다. 실제와는 얼마든지 다를 수 있죠, 그리고 무엇보다... 이곳은 환상향이지 않습니까. 무엇이 어떻게 변한다고 해도 과장은 아닌 그런 곳. 정보를 얻고 정원의 나무를 가지치기 해주듯이 칠 것은 치고 둘 것은 두면서 비교하여 전체의 공통성을 찾기 위해 노력하면 명확한 결과 도달 하는데 도움이 될 겁니다. 이런 점에 따라서 같이 정보가 반복된다 하더라도 그 자체로 나름 값이 있는 편이죠
"후훗, 그렇지요? 고독함을 즐기고, 불의에 접촉에도 기꺼이 어울려 줄 정도로 자비롭고, 반어법을 행하기를 좋아하는 어느 한 존재 때문이지요"
아리스는 적각의 물음에 긍정하여 고개를 끄덕이고는 작게 한번 웃고는 그렇게 은유적으로 대답했습니다. 그것들은 아리스가 접하기를 여나에 대하여 그렇다고 생각한 것들이 였습니다. 뭐, 정확히 대치되는 표현이 아니긴 할 수 있지만 그런 것은 지금은 별로 중요하지 않을 겁니다
낙마한 자신보다 이들에게 덜 중요한 것이 어디있겠는가. 다른 이들과 다르게 시력은 그렇게 좋지 않아서 누구인지는 알지 못했지만 듣는 것 정도야 다른 이들보다 뒤지진 않으니 그들의 대화 내용은 대충이나마 파악할 수 있었다. 하지만 어쨌든 텐구의 일이고 나와는 전혀 관련이 없는 일이다.
" 아둔한걸 잘 알고 있으니 굳이 얘기할 필요는 없겠구만. 그런 아둔함을 가지고 평생 살아가게. "
이렇게 막힐걸 알고 온 것이라 그렇게 힘을 뺄 생각도 없었다. 애초에 그 날 이후로 산에 발을 들인 것이 오늘이 처음이니까 말이다. 그럴거면 감시나 보내지말지. 이따금 느껴지는 시선이란 항상 귀찮은 법이다. 잡아 죽일 수도 없고 말이다.
" 아, 혹여 나중에 뒤에서 찔리면 나라고 생각하게. 그런거 잘하거든. "
반쯤 농담인지 장난스런 표정이었지만 그는 그대로 몸을 돌려 산에서 멀어진다. 이제 와서 대텐구가 돌아오라고 엎드려 절을 해도 받아들일 생각은 없으니 말이다.
>>769 우룽 우룽은 아직 상태창이 없습니다. 하지만 괜찮습니다! 현재는 튜토리얼 효과가 적용되고 있기 때문에 수치의 소모도 없고 전투도 스킬 없이 가볍게 넘길 수 있습니다.
임시 전투 시스템을 드리겠습니다. 우룽의 임시 HP는 100, 상대의 HP는 120! 우룽은 전투 관련 행동을 취할 때마다 0-100 범위 다이스를 굴릴 수 있습니다. 상대의 HP를 모두 깎으면 승리입니다! 네? 스펠카드 결투는 어디 갔냐고요? 상대는 지금 딱히 스펠카드니 뭐니 하는 게 안중에 없어 보입니다...
우룽이 손바닥과 주먹을 맞대자 상대도 이때만을 기다렸다는 듯 호승심 넘치는 미소를 지어보입니다!
"목을 따내주마! 펑펑 울거나 해서 실망시키지나- 말라고!!!"
상대는 거칠게 달려들더니 우룽의 목을 향해 투박한 손을 쭉 내뻗었습니다. 붙잡는다면 목을 움켜쥐어 땅에 처박고 시작했을 테지요!
.dice 0 80. = 26
상대하십시오! 상대보다 높은 다이스값이 뜨거나 다이스값이 낮더라도 묘사상 적절한 대응을 취했을 경우 확정적으로 상대의 첫 공격을 회피합니다!
>>771 달림 공격하지 않고 방어 태세를 취하자 의문의 형체는 여전히 여유롭게 일렁거리면서 어슬렁어슬렁 안개 사이로 모습을 드러냈습니다. 먼저 드러난 것은 두툼한 짐승의 발, 그 뒤로 드러난 것은 희고 검은 짐승의 털, 그리고 온전히 드러난 것은......
―.
신비로운 풍채를 자랑하는 한 마리 백호.
백호는 대답하지 않습니다. 그저 안개 속에 자연스럽게 존재하며 달림을 무기질적으로 응시하는 것이었죠. 공격이나 경계의 낌새는 느껴지지 않습니다.
>>773 텐키 이상한 점이라고는 없습니다. 그저 평범한 날씨로군요...
하늘도, 마냥 평온할 뿐입니다.
>>774 서준 "알겠습니다. 모쪼록, 잠시 기다려주시기 바랍니다..."
단령포의 사내는 돈을 받고 단호박을 꼭 튼실한 4개 보자기에 싸서 서준에게 건넵니다. 비싸지만 이 정도는 문제 없지요...! 여기서 더 과소비하면 디버프라든지 디버프라든지 문제가 생길지도 몰랐지만...
여하튼, 서준은 단호박을 얻는 데 성공합니다. 그것도 품질이 보증된 단문점답게 꽤나 수준 높은 것들로 얻었습니다.
그나저나 단문점에 얼마나 오래 있었다고 또 수군거리는 듯한 낌새가 느껴지는군요. 더 오래 있으면 누군가 서준의 등을 콕콕 두드리더니 발간 낯으로 '저기요, 혹시 우리 어디선가 뵀나요....?'를 시전할지도 모릅니다! 그래요, 마트 들렀다가 꽃미남 보기가 얼마나 쉬운 일이라고... 반쯤 농담입니다.
한 가지 팁을 드리자면... 인간 마을 기준 이질적인 복장 + 인간임이 의심되는 미모는 일반적으로 썩 괜찮은 조합은 아닙니다.
>>776 생원 올라가게 되어 있습니다. 모처럼 얻은 자유인걸요. 생원이 말하자 문득 의민이 까르르 웃었습니다. 감겨가는 그 눈에서 의민은 무엇을 생각하는 걸까요? 알 수 없습니다. 지금은 말이지요. 그러니 언젠가는 기필코, 느긋하되 힘이 없는 소녀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아낼 수 있을 것입니다.
"이따금 그런 아이들이 있어- 죽을 운명이었으나, 생生의 끝을 기어이 유예해버리는 아이들. 그런 아이들은 어쩌면 좋을까? 본래 운명대로 죽어야 할까? 아니면 이변과 같은 운명을 받아들여야 할까..."
어느새 의민은 똑바로 세워놓은 대낫을 짚고 휘릭 일어서 있었습니다. 대낫을 쥐고 비스듬히 땅에 대며 살랑살랑 옷자락이 춤결처럼 흔들렸지요. 생원을 보며 새카만 눈이 호선을 그었습니다.
"운명도 이변도 설명할 수 있다 했지이... 즐겁네. 과학의 이변과 같은 흰 쥐가 앞으로 풀어나갈 과학이 기대돼. 그럼 나도 좀 더 마음놓고 땡땡이 칠 수 있겠지..."
알 수 없는 소리를 종알거리지만 나쁘지 않게 받아들인 것은 확실합니다. 오히려 기꺼워하는 것 같습니다. 의민이 슬쩍 손짓합니다. 생원이 나온 쪽의 숲을 가리키는 것 같군요.
"환상향에 대해 이해하려면 환상향을 돌아보는 것이 급선무겠지이... 이 손가락의 연장선을 따라 쭈욱- 나가면 숲의 출구일 거양. 응, 너는 죽기보다 살고 싶어하는 듯하니. 그니까 이 방향이 맞아....."
>>777 새노라 그렇지요. 분명 소녀의 말투와 쪽지에서 드러난 말투는 서로 판이합니다. 전혀 다른 인물인 걸까요...?
거기까지 생각이 미친 새노라에게 문득 사소한 기억이 스칩니다. 그러고 보면 쪽지는 마치 출력한 듯한 정자체로 쓰여 있었습니다. 소녀가 주문을 작성했을 때 쓴 비교적 흘려쓰는 필기체와는 또 전혀 다른데... 혹시 그저 말 그대로 출력했을 뿐일까요? 아니면 실제로 소녀와는 다른 주체가 정자에 가까운 필체를 가지고 있을 뿐으로, 소녀를 전령 삼아 쪽지와 돌멩이를 전달한 것일까요...
여기까지 정리하면 높은 확률로 청연궁에 속하기로 예정된 소년은 소녀를 대리 삼아 새노라에게 의복 제작을 의뢰했으며, 소녀 역시 최소한 청연궁과 어떠한 연이 있습니다. 소녀가 어떤 종류의 요괴인지 아니면 인간인지 아니면 아예 다른 무언가인지는 확실하지 않지만요. 당신이 의복을 지니고 직접 소녀를 찾아가자 소녀는 기다렸다는 듯이 도취의 화림에서 당신에게서 의복을 받았고, 대가로 보석함을 건네자 그 속에는 무수한 보화뿐만 아니라 '소녀', '소년', 혹은 '다른 누군가'가 동봉한 것으로 추정되는 쓸모없는 돌멩이 두 개와 분명 소녀의 필체는 아닌 쪽지가 존재했습니다. 돌멩이는 언뜻 쓸모없어 보였지만 잘 만져보면 이 세상에 존재할 수 없는 종류의 감촉이었고요.
단서를 더 찾지 않는 이상 이 이상 추측하기에는 가진 바 정보가 너무 적습니다. 쪽지를 다시 꺼내 필체를 확인하든지, 돌멩이를 만지작거리며 단서를 찾든지, 아니면 차라리 다른 할 일을 찾아가는 편이 나을지도 모르겠네요.
>>782 아리스 적각이 안경 너머의 눈을 깜박였습니다. 우스운 것을 들었다는 듯이 빙그레 웃었지요.
"하여 관심을 끌거리라...... 고독한 존재를 유인하기라도 할 셈인 거요?"
하면 귀신 이야기나 떠들어보지 그러오. 그게 될까 싶다만. 그렇게 중얼거리며 적각은 차를 홀짝 마셨습니다. "아, 참고로 안 줄 거요." 라고 굳이 말했어야 하나 얄밉게도 덧붙이며 내려놓았지요.
"그것, 사람의 형태였나 보구려."
아니, 불꽃혼령인데?
>>784 시나키 "? 그래, 부대다. 바깥에서 온 것 같은데, 설마 부대를 모르는 건 아니겠고."
음, 아니다, 혹시 바깥에는 부대가 없나... 혼잣말 중얼거리는 것 다 들리는데요, 료타 씨~! 그나저나 바깥이라니 또 무슨 말일까요? 들으면 들을수록 이상한 것 천지입니다. 컨셉질도 이렇게까지 진지하기는 힘든데... 어, 죽는 건 아니겠죠...?
"그래, 이쪽이었지."
어느 정도 오르자 그렇게 혼잣말하며 료타가 시나키를 마저 안내해 웬 작은 굴 속으로 들어갔습니다. 깊은 동굴도 아니요, 그저 아이들이 놀이터 정도 삼아질 것만 같은 보잘것없는 모습입니다. 인기척은 전혀 존재하지 않고 료타와 시나키 그저 둘뿐입니다. 료타는 먼저 주저앉더니 시나키 보며 앉으라고 명합니다. 도망가... 기에는 방금 전의 근력을 떠올리십시오...
"여기서 기다린다. 오래 걸리진 않을 거야."
그리고 침묵했지요. 그렇게까지 어려운 사람 같지는 않고, 지금을 기회 삼아 이것저것 물어봐도 괜찮을 것만 같은 느낌이 듭니다.
>>791 아키히요 이게... 텐구들의 기싸움...?
"단풍이란 떨어지기 마련인 것을요. 결국 불필요한 것을 찾아 오셨습니다. 단풍은 여전히 붉고, 잎사귀라면 단악의 땅에도 있습니다. 언젠가 다시 찾거든 그쪽을 보시는 편을 권해드리지요......"
멀어져가는 아키히요 뒤로 옅은 한숨을 쉬듯 말하는 백랑의 목소리가 들려옵니다...
다소 꼬아 말했지만, 아키히요는 둔감하지 않으므로 어렵지 않게 뜻을 파악할 수 있었습니다. 카야데 가문은 위세가 추락한 채 그대로다. 별 탈은 없고, 어차피 보지도 못할 건데 너 단단히 헛걸음했다. 텐구 사회에서 추방된 이상 요괴의 산에 돌아오는 것은 꿈도 꾸지 못할 것이니, 차라리 사회에 대한 미련을 버리고 환상향 다른 곳을 돌아보는 게 어떻느냐.
여기까지는 쉽습니다. 그러나 아키히요는 사고가 특출났기 때문으로, 평범하다면 절대로 잡아챌 수 없었을 또 다른 함의를 찾아낼 수 있었지요. 만일 너와 내가 다시 마주볼 일이 생기면, 약속장소는 단악의 땅으로 하자.
도대체 무슨 의도인지는 모르겠으나... 정보를 쌓아두어 나쁠 것은 없습니다. 그저 '알겠다' 정도로 넘겨버리기로 하지요, 저 악질적이고 말끝마다 비꼬는 데에 선수인 텐구한테서 받은 하나의 정보쯤으로 말이지요.
갈 곳이 떠오르지 않으면 예시로 아래와 같은 선택지를 드리겠습니다. 1. 요괴의 수해의 한족한 곳에 위치한 향림당은 단골들의 휴게소나 다름없는... 정작 가게의 구실은 못하는 곳이라고 합니다. 할 것 없어 빈둥대기엔 안성맞춤입니다. 2. 들르는 인간보다 요괴가 더 많아진 요괴 신사... 아니, 몽접 신사를 찾아갈 수도 있지요. 당대 무당은 직감이 좋으며, 인간 요괴 가릴 것 없이 '사랑하고' 있습니다. 환상향의 시스템에 직결된 인간이니만큼 얻어갈 이야기가 존재할지도 모르는 일입니다. 3. 연이 있을까 말까 한 판이한 곳으로 가도 색다른 것을 보고 만나 즐거울 텝니다. 가령 마법의 숲이라든지요. 4. 그 밖에도 다른 곳은 많습니다.
마을을 살짝 내려다보니 누군가 나를 쫓아오는듯한 느낌이었는데 마을 남쪽에 착지하니 금방 누군가 다가왔다. 인간 마을 내부에서 나왔으니 인간이겠지. 가볍게 몸을 돌려서 상대를 바라보니 여자인지 남자인지 알기 힘든 인상착의를 가진 사람이었다. 하지만 인사를 건네오는 목소리는 남자보단 여자쪽에 가까워 일단 여자라고 생각해보기로 했다.
" 안녕하신가. "
손을 들어 인사를 받아줬다. 그나저나 무슨 볼 일로 나를 이렇게 힘차게 따라왔나 싶었는데 말을 들어보면 당분간은 그러지 않았으면 좋겠다, 라는 뜻이었다. 애초에 여기 오는 일도 자주 없어서 딱히 그렇게 할 일은 없었지만 순간적으로 장난끼가 발동해 나는 웃으면서 답했다.
" 싫다면 어찌할텐가? 마을의 상공이 자네들의 것도 아니고 말이지. "
그러니까 꼬우면 너네도 날아다녀라, 라는 뜻이었다. 인간들도 날아다니는 이들이 종종 있었지만 역시 하늘은 요괴의 영역과 다를 바 없는 곳이기는 했다. 약초를 따러가려다 말고 나는 근처 바위에 걸터앉아서 턱을 괸채 상대방을 바라보며 말했다.
" 그럼 내가 마을을 피해 뺑 돌아가는 수고를 하라, 뭐 그렇게 받아들여도 되는겐가? "
방긋방긋한 웃음. 평소 무뚝뚝한 모습만 많이 보여주는 하쿠로텐구들과는 사뭇 다른 분위기일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