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림은 워낙 어두컴컴한데다 다른 이들에겐 꺼림칙한 곳으로 여겨지는지라 손님이 오는 경우가 많이 없다. 생각해보면 날 찾아올 손님이 그렇게 있는지도 모르겠지만. 아무튼 음림에서 나가지 않고 살아가기엔 너무 부족한 것들이 많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음림 밖으로 나가야할 일이 생기는 것이다. 음림 밖으로 나갈때마다 탐탁치 않은 시선이 느껴지곤 하지만 그렇다고 너네가 나한테 뭘 할수 있는데?
" 마을의 남쪽 부근에서 봤다고 했지. "
혼자 살고 있으니 필요한 것들이 그렇게 많이 있지는 않지만 먹을 것이라던가 약초 정도는 종종 필요할때가 있었다. 약초야 다칠 일이 없긴 하지만 재료에서 독을 빼거나 할때 필요하기도 하니 종종 이렇게 구하러 가곤 했다. 이렇게 살아간지가 꽤 오랜 시간이 지났기에 환상향 내부에서 어디쯤에 무엇이 있는지는 대충이나마 알고 있었다.
" 가끔씩 가주기도 해야하니까. "
인간들의 공포심이 종종 필요한만큼 잊을때쯤 모습을 보여주는 것도 중요한 일이다. 그렇기에 일부러 그러지 않아도 되지만, 인간 마을의 상공을 지나쳐 남쪽으로 향했다. 그리고 마을과 조금 떨어져있는 곳에 안정적으로 착지한다.
제법 괜찮은 날씨였을 것이다. 적어도 인간 마을에서는. 마을 근처 순찰을 돌 준비를 마친 달림은, 때로 주변 주민들에게 목례하며 길을 나선다. 오늘도 별 일 없기를, 이라고 생각하자마자 놀란 목소리가 들렸다.
어!
누군가 저 하늘을 올려다보곤 소리쳤다. 고개가 바로 따라간다. 그리고 곧바로, 인간 마을의 남쪽 상공을 가르며 나타난 존재를 포착했다. 저건 요괴? 분명 그랬을 테다. 사람들이 웅성거리다 곧 이쪽으로 시선을 돌린다. 당연히 알고 있다. 누가 시키지 않아도 자신이 해야 하는 일이었다.
"영차."
요괴로 추정되는 그것이 비행하는 동안, 그 길을 따라 땅에서 좇아가기 시작했다. 이대로 가다 보면 마을 외곽이지만, 문제 될 것은 없다. 가볍게 담을 넘어 계속 따라가면 되니까. 마침내 상대가 착지했다! 고 생각될 즈음까지 달리고 달려 자신도 도착했다.
상대는... 어디 보자, 하쿠로텐구인가? 인상착의로 보아서는 그러한 듯한데.
"아, 안녕하세요..."
이제 보니 평범한 텐구와는 사뭇 다른 모습이긴 하다. 조금 특이하게 튀는 듯한 느낌의. 일단은 인사를 건넸다.
"제가 인간 마을 하늘에서 뵌 분이 맞다면, 그러니까... 저, 텐구님. 방금 건으로 마을의 주민들이 다소간 놀라고 무서움에 떨었습니다. ...그러하니 사람의 공포를 상당 부분 충족시킨 바, 당분간은 그렇게 하지 않으심을, 부탁드리고 싶습니다."
고개 숙여 부탁한다. 아무리 요괴라지만, 포악한 축이 아니라면 상황을 확실히 전달하는 것으로도 적당히 말이 통할 터였다.
맑은 아침, 촉촉한 안개와 싸늘한 공기가 피부를 감싼다. 찌룩찌룩 울어대며 날아다니는 새들은 흔들리는 이파리에 달린 이슬을 핥고, 노루들은 폴짝폴짝 뛰다가 흐르는 강에 잠깐 머물어 물을 마신다.
그 졸졸졸 흐르는 강 옆에, 널찍하고 평평한 바위 위에 누워 있는 요괴가 하나 있다. 최상위 포식자를 뜻하는, 대짜로 뻗은 편한 자세. 손 끝이나 발 끝에까지 한치의 미동도 없다. 얼핏 보면 죽은건가? 싶을 정도로 조용한 그 모습은, 어렴풋이 들리는 숨 소리와 들썩이는 가슴을 보지 않으면 죽은 건가? 싶을 정도다.
그리고- 번뜩 눈을 뜬다. 매섭게 찢어진 눈매는 마치 호랑이나 사자와 같은 짐승을 연상시킨다. 쭉 기지개를 편 요괴는 천천히 상체를 들어올려 일어나고, 고개를 거칠게 우둑, 우둑 꺾었다. 조금씩, 초승달처럼 입꼬리를 올리고. 천천히 이를 드러내며 미소짓는다. 요괴가 말했다.
>>378 이 신비로운 사찰은 예전부터 드나드는 이들 중 드문 이가 잦았으니. 그에 익숙해진 것일지도 모르고 저 자의 생이 사람보다 긴 것일지도 모른다. 그렇다 해도, 옷자락 흐늘거리는 우산요괴에게는 아무래도 좋은 것이라 부드러운 미소로 입가를 채우고 나붓히 바람을 탈 뿐이다. 다음에 다시 만나겠지. 오래 걸리진 않을 것이란 기이한 직감이 고개를 치켜든다. 허공에 앉은 듯한 자세로 희고 풍성한 머리카락 산들거리며 날아가는 모양새가 보통 여유로운 게 아니다. 다만 지금의 그는 언제나 그러했듯 마음이 가는대로 무작정 날아가기만 하는 것은 아니었다.
이번따라 봄이 늦으니 착각이어도 좋겠다 하며 슬그머니 계절감에 손을 뻗었다. 계절이란 곧 날씨의 오랜 변화이니. 오는 것을 물리거나 있는 것을 내쫓는 건 못하더라도 그 거대한 계절의 흐름은 알 수 있다.
"그럼요~! 가십거리 찾아다니며 그것을 이용하려 하거나 타인의 모습을 모방하려 하는 이들은 분명 아니지요. 좋은 가게와 좋은 주인. 좋지 않을리가 없겠지요?"
아리스는 적각의 말에 장난스러운 태도로 약간의 비유를 섞어서 그렇게 말했습니다. 장난스럽게 말하기는 했어도 정말로 아리스에게 향림당과 적각은 마음에 드는 곳이고 인물입니다. 이러한 말 속에서 그것을 상대도 그렇게 받아 들어 줄지는 다른 문제입니다만, 어차피 적각은 그것 만으로는 굳이 따지려 하지도 않을 겁니다
"어머, 그런가요? 그리고 후후, 물론이지요~!"
아리스는 이어지는 적각의 말에 여전히 약간의 장난스러운 태도로 작게 웃고는 그렇게 말했습니다.
"혼령에게 이끌리거나 관심을 갖도록 하는 것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아리스는 적각의 질문에 그렇게 말했습니다. 퍼즐을 완성하기 위해서는 그 조각을 판에 끼울 필요가 있습니다. 이것은 그 일환이라고 볼 수 있었습니다
이게 무슨 감촉이죠? 선계에서 떨어진 음양석인가요? 삼도천 강변 자갈밭에서 구르던 돌멩이인가요? 이런 식의 촉감이 우리 사는 세계에 존재할 수가 있던가요?? 새노라는 눈을 땡그랗게 뜨고 낭탁에 돌멩이를 도로 집어넣습니다.
"그녀는 뭘 하고 다니길래 이런 물건을 가진 것이와요..?"
천에 대해서 잘 알고, 이 세계의 것이 아닌 물건을 선뜻 건네준다. 신선? 게다가 이 새노라님에게도 함부로 구는 성미를 보면, 설마 희랍 신화의 12주신 중 하나인 아전나라던가 하는 건 아니겠지요. 아라극렬이 스스로 목을 맬 정도로 흠씬 패 놓은 걸로도 모자라서 이번에는 이 새노라님을 시험하러...
"그럴..리는 없겠지요."
말도 안 되는 헛소리를! 아전나는 청동 투구를 쓰고 양 손에 방패와 챵을 들었다던데 그런 모습은 눈 씻고 보아도 없었사와요. 게다가 환상들이를 할 만한 존재도 아니지요. 마음이 들뜨니 새노라의 머리에는 갖가지 번뇌들이 만화경처럼 떠올랐다 사라집니다. 새노라는 고개를 흔들어 모두 흩쳐버렸습니다.
"그 소녀. 다음에 볼 때는 꽁꽁 묶여서 새노라님의 물음에 답할 각오를 해야 할 것이와요... 오히려 이 몸의 비단에 묶인다는 건 삼생의 영광일지도? 호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