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험실에서는 통제되고 제한적인 것들만을 접할 수 있다. 그에 비하면 여기는 지나칠 정도로 생생하다.
이같이 생생하게 느껴진다면 설사 이 모든 것이 거대한 실험이라 할지라도 스스로 그 한계를 깨닫기 전까진 날 것으로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
상대의 저 어휘, 어투, 표정 역시 생생할 뿐이다.
"흥미. 납득함. 호기심, 원초적이고 주요한 동기. 호기심에 기반한 도움 받아들일 수 있음."
과학의 원동력에서 결코 제할 수 없는 호기심. 알고자 하고 파헤치고자 하는 마음은 강력하다. 생원 역시 지금 강하게 느끼고 있는 터다.
"납득. 대상의 속성 판단 보류함. 요괴의 개념이 수립되면 그때 판단토록 하겠음." 과연 아직 요괴가 무엇인지 모르는 상태로 상대가 요괴니 아니니 하는 소리를 들어봐야 그 의미도 와닿지 않을뿐더러 상대에 대한 진정한 이해에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 그러니 고개를 끄덕이며 동의를 표할 뿐이다.
그렇다면 이제 할 일은 하나뿐이다. 직접 겪으며 알아가보는 일. 생원은 손 위에 올라간 꽃잎을 잠시 바라보다 등을 돌려 그녀를 등진 채 걸어나간다. 대체 이 꽃잎이 어떻게 자신을 인도를 할진 모르겠다만.
>>125 텐키 "자비로운 이해에 감사드려요. 그렇지만 더욱 쇄골분신하여야 하겠지요.........."
텐키의 말을 듣고, 사계의 천변만화하는 바람을 느끼며 청이 온화하게 미소합니다. 분위기만은 몹시나 부드럽게 풀렸습니다. 이는 분명 텐키의 웃어른다운 처세 덕분이겠지요. 여전히 텐키의 눈동자 너머로 바라보려 하듯이 마주보는 푸른 동자. 살포시 입술을 떼건대, "텐키 씨의 이야기도 해주실 수 있나요?" 라고 역으로 물음했더라지요.
대화를 이어갈 수 있습니다. 이어갈 경우 청은 계속 텐키에게 이런저런 명하사의 풍경을 보여주며 말을 붙일 테지요. 단점이 있다면 지루할 정도로 길어질 수 있다는 것......(feat. 청의 갖은 tmi 대방출)
선택은 당신에게 달렸습니다. 현재를 기점으로 언제든지 스킵할 수 있음을 알립니다!
>>126 아리스 "......꽤- 무례한 질문이네. 이 정도면 질문도 아니야. 진짜 싫게 말이야."
'친구'가 되자라, 축약하자면 그렇게 되는 '질문'에 여나가 그렇게 음침하게 읊조리더니, 취하고 있는 불꽃 같은 형체를 한번 불안정하게 일렁이더랍니다.
"그런 질문을 한다고.. 내가 넙죽 넘어갈 거라고 간단히 생각하기라도 하는 거야?"
끔찍해. 한번 더 일렁.
"너는 도대체 무슨 생각을 하길래 그러는 거야? 나도.. 이유나 들어보자. 잘난 듯이 웃는 낯짝 뒤로 무슨 꿍꿍이가 도사렸는지."
실제로 그런지는 넘어가도록 합시다. 말하는 것만 보면 몽접연은의 첫째 딸이라도 될 기세입니다. 꿈꾸는 나비 밑에 베 짜는 나방... 그건 조금 재미있을지도.
하지만 우선. 물어보았으면 대답하는 게 인지상정입니다. 부채라도 있으면 판소리꾼처럼 추임새로 흔들어댈 텐데, 부채가 없으니 새노라의 날개가 호기롭게 촥 펼쳐집니다. 마치 유리를 오려 붙인 것처럼 반짝이는 반점이 새노라의 날개에는 있었습니다. 새노라는 연극을 하듯 팔을 휘적거립니다.
"쳔의무봉! 쟈고로 쳔녀가 지은 하늘의 옷에는 꿰멘 쟈국이 없다고 하였으니! 바늘, 가위! 챠갑고 비린내나는 쇳조각 따위는 일졀 사용되지 않은 것이와요! 져~기 시쟝통에서 파는 격 낮은 옷은 쟤봉선을 따라 터져버리기 마련이지만? 이 쳔의는 애초에 쟈르고 기워붙인 것이 아니오니 일부러 찢지만 않는다면야 갑졀에 곱졀은 더 오래 갈 것이와요!"
하지만 그걸 찢을 수 있느냐는 또 별개의 이야기와요... 새노라는 쿡쿡 웃습니다.
"담백한 것을 만드려면 곧 숫쟈의 법칙이 통하는 영역이와요. 격조없이 안료 튄 쟈국이 있어서야 곤란하지 않겠사와요? 기하학적 추상! 수직과 수평! 더 이상 뺄 것이 없는 상태로! 최소한으로, 챠갑고, 무졍하게! 이 새노라님의 두뇌 속에서 번개가 튀는 영감을 통해 그 의복의 문양은 완성된 것이와요~!"
"뭐, 문양이 단순하다고 쟤료까지 단순하고 일쟈무식의 것은 아니지만? 쳥금석, 공쟉석, 순금실에 새노라님께서 직졉 자아낸 순백색 비단까지... 원쟤료 값만 가늠하여도 고래등 기왓집 수십 챼에 금싸라기 땅 수백 마지기는 너끈히 들어갈 것이와요."
후후후후후! 놀라서 말도 안 나오지? 경악스럽지? 막 형언할 수 없는 무언가를 마주한 느낌이지? 자! 얼른! 감탄하고 황홀감을 포출해 보렴! 어서!
"그럼 이제.... 감격하는 것을 허락하는 것이와요. 헉..... 사랑스러워하는 마음은 이해하지만, 그렇다고 뺨에 함부로 부비거나 하면 곤란하와요?"
요괴의 산을 지배하고 있는 것은 텐구들, 그리고 나는 그 텐구 사회에서 추방 당한 자이니 초대 받지 못한 손님 그 이상인 초대 받을 수 없는 손님인 현재 입장에서 산에 발을 잘못 들이밀었다간 그 혼란이 엄청날 것이다. 하지만 하지말란 짓을 더욱 하고 싶어지는 날이 있는 법이고 딱 그 날이 오늘인 것이다.
" 가족들이나 보러 가야겠군. "
비록 지금은 위세가 많이 기울어 텐구의 수많은 가문들 중에 하나인 우리 가문이지만 그래도 명맥만큼은 살아있을터이니 간만에 구경이나 해볼까 싶었다. 내가 몰래 들어간다고 들어갈 수 있는 요괴의 산이 아니지만 가족이 보고 싶어 왔다고하면 고지식한 하쿠로텐구를 제외하면 그래도 불쌍하게 여겨주지 않을까.
"그렇죠? 혐오스럽게 비춰 보이는 존재에게서 친구가 될 수는 없는 것이냐고 듣는 건... 그리 좋은 경험은 아닐 것 같네요? 당신이 거부한다면 그 뿐에요. 다른 무언가도 아닐 수도 있겠죠"
아리스는 여나의 말에 마치 타인의 일을 평가하는 듯한 느낌이 언뜻 풍기면서 긍정하여 고개를 슬쩍 끄덕이며 그렇게 말했습니다. 미움이 있다면 이러한 것은 갑작스러운 것일 겁니다
"간단히요? 글쎄요, 제가 생각하기에는 정말 간단히라면... 문제는 없었을 거에요. 하지만 그렇지 않죠? 당신이 그것을 원하지 않는다면 왜 간단히 넘어가야 할까요?"
아리스는 여나의 물음에 스스로의 뺨에 손을 대고는 고개를 갸웃하고는 오히려 되려 질뭇하듯 대답했습니다.
"그렇게 보이시나요? 그렇게 생각하셔도 무리는 아니죠? 가능한 많은 환상들, 인간과 요괴 그 사이를 간극을 구분 짓지 않고 아울러 친분을 쌓는 게 제 목표... 이라고 해두고 싶네요?"
아리스는 여나의 질문에 그렇게 말했습니다. 그녀는 그 질문에 거짓말을 고할 이유가 없었습니다. 적어도 지금은 말입니다. 그것보다도 그것은 그녀의 진심이였죠. 인간과 요괴 더불어 환상은 그녀에게 있어서 차이를 두려고 하지 않습니다. 무엇을 할 수 있는가, 무엇을 해야 하는 가. 그것만이 이유라고 할 수 있겠죠. 가능한 많은 존재들과 인연이라는 실을 매듭을, 실타래를 감아서 간직하고자 하는 것입니다
눈을 거둬버리기엔 여전히 모든 것이 지나치게 생생하지 않습니까. 알아갈 가치가 있습니다. 모든 것은 결국 규명할 수 있으니 유일무이한 과학자가 된 당신이라면 틀림없이 풀어 밝힐 수 있습니다. 너무도 새롭고, 연홍꽃은 환상같이 신비롭고, 당신은 더 이상 얽매이지 않았으니.
진달래꽃은 평범한 연약한 진달래꽃으로는 여겨지지 않습니다. 소매나 주머니 안쪽으로 수납해도 좋을 것 같습니다.
그나저나 이곳은 정말로 진달래꽃 투성이군요. 그뿐 아니라 석산마저 곳곳에 피었습니다. 어째선지 익숙한 감촉입니다. 이런 식의 감촉은 아직 생경하지만.. 죽음의 느낌이라면 하고많도록 목격했지 않습니까. 그것과 퍽 닮은 감촉이로군요.
정체를 규명할 수 없는 희거나 반투명한 덩어리를 곳곳에서- '공중에서' 발견할 수 있었고 이 지대는 그닥 좁아보이지 않았습니다. 그럼에도 살아있는 것의 기척은 쉽게 찾을 수 없군요. 얼마 전까지 김치에 관해 토론하던 목소리도 현재는 어디론가 떠났는지 들을 수 없습니다.
>>137 새노라 훌륭한 브리핑입니다! 섣부른 옷쟁이였다면 가히 압도적인 재능- 아니, 당초 무엇으로도 깁을 수 없는 태생의 차이는 무론 진실로 완전무결한 비단옷의 자태에 경악을 금치 못해 이를 갈았을 것이 틀림없지요.
"..........................실로... 실로 감격함직 하네. 직녀의 이름이 허황되지 않아."
가뿐히 손을 뒤집어 손톱 끝으로 옷자락을 만질락 말락, 훑어 내리며 그리도 오만했던 손님이 눈을 내리깔더니 나지막이 읊조립니다. 언뜻 조심성 없는 손짓이지만 새노라는 눈치챌 수 있습니다. 무수히 비단을 손끝으로 훑어지나갔던 새노라라면 눈치채고말고요. 그 역시 한두 번 장난처럼 옷감을 다뤄본 손길이 아니라는 것을.
그러니 당연하게도, 옷을 전부 펼쳐보지 않더라도 대저 어느 수준의 상태인지 헤아릴 수 있는 것입니다.
"좋아. 자랑할 만한 실력임을 인정하지. 하면 값을 치러야 할 텐데, 매일같이 비단을 봐온 직녀에게 금은보화는 식상하지 않을지 걱정이야."
준비한 것은 이와 같기는 하다만. 하며 소녀가 느릿하게 손을 까닥이더라니, 그 자리에서 마법진이 허공에 그려지더니 언뜻 봐도 고급스러운 동양풍 보석함이 소환되어 목각 인형이 날아가 받아냈습니다. 품에 한껏 안았으니.. 상당히 커다랗군요?
새노라는 의기양양한 표정을 지었습니다. 서당 월강에서 만 점을 맞은 시험지를 부모님께 내미는 꼬마같은 표정입니다. 새노라는 가만히 있어도 자신의 위엄이 지켜질 것을, 꼭 뭔가 행동해서 와르르 무너뜨려버립니다. 옷도 잘 입고, 얼굴도 환하고, 자기 분야에서 천하제일을 논할 만할 능력도 있습니다. 근엄한 표정을 짓고 말을 아껴서 하면 새노라가 그렇게나 원하는 위엄이 자연스레 설 터이지만....
"오호호! 새노라님의 위대함을 지금이라도 깨달았으니 챰으로 다행인 것이와요! '아는 요괴'가 보니 더욱 피부로 느껴지시는가보와요?"
꼭 방정맞은 주둥이와 절조 없는 몸짓이 다 된 밥상을 엎어버립니다. 타고나길 재능이 없어 재단사의 길을 포기한 누군가가 새노라를 본다면, 왜 저딴 놈이 저런 피를 가지고 태어났냐고 그날 밤 내내 술을 풀지도 모르겠습니다. 어쩌겠습니까. 새노라의 천성이 그런가보죠. 그래도 자아만 비대하고 무능한 처지보다는 낫지 않겠습니까.
"금은보화는 백사장 모래알처럼 챵고에 쌓여있지만서두~ 딱히 마다할 이유는 없사와요! 금은보화의 식상함은 역사와 젼통의 신뢰에서 비롯되는 게 아니겠사와요?"
누구에게나 통한다는 게 가장 뛰어난 점입니다. 텐구만 좋아하는 물건을 가지고 인간과 거래가 되겠습니까? 새노라가 장사하면서 참으로 곤란했던 부류의 인요가 바로.. 희귀 문서라는둥 낡은 책 같은 애매한 물건을 가지고 오는 경우입니다. 물론 그 책이 천금과도 같은 보물일 가능성도 존재합니다만. 그 진위를 누가 보증할 것이며, 다른 인요와의 거래에 사용할 때 또 얼마나 많은 수고가 들겠습니까? 이 책의 가치를 이해시키기 위해서요.
금은보화는 보증할 필요가 없습니다. 생긴 것부터 나는 값지오 소리를 치지 않습니까. 이 새노라님의 자태처럼!
산에 발을 들이민지 얼마 되지 않아서 익숙한 기운이 느껴졌다. 내가 무언가를 느낄만한 힘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오랫동안 같이 지냈던 동족인만큼 그들의 기운만큼은 익숙하니 말이다. 그리고 곧장 내 앞에 나타난 누군가를 보고 나는 작게 한숨을 내쉴 수 밖에 없었다.
" 나는 딱히 반갑지 않습니다만. "
흰색의 머리카락과 솟은 늑대 귀. 이런 형태를 환상향에서 묻는다면 누구나 하쿠로텐구를 말할 것이다. 거기에 농황색의 그것은 내가 아직 사회에서 활동할때의 것보다 더 높은 직위를 의미했다. 아마도 어딘가의 부대장쯤 되지 않을까. 물론 나는 표면적으로만 부대에 속해있었으니 연이 별로 없었지만.
" 쫓겨난 텐구가 어째서 요괴의 산에 발을 들이밀었냐 묻는다면 첫번째는 가문을 잠시 보기 위함이요, 둘째는 가문에서 겸사겸사 몇가지 물건을 챙길까 하여 온 것입니다. "
물론 두번째 이유는 거짓말이다. 가문에서는 진즉에 내 물건을 다 정리해버렸을테니. 그들 입장에서 나는 가문의 수치나 다름 없지 않은가.
>>148 생원 죽음의 기운이 그득한 이곳은 꽃으로 들어찼으니, 진달래의 향은 진동하며 석산에서는 향이 느껴지지 않습니다. 이는 생원이 가진 지식과 꼭 동일합니다.
그러나 이것이고 저것이고 시기를 한참 비껴갔군요. 늦겨울인데도, 때아닌 진달래요 때아닌 석산입니다. 향이 어리지 않고 진득히 남은 듯하니, 짐작건대 이것들은 사시사철 이렇듯 피어있던 것이 아닌 걸까요? 그렇다면 주머니속 진달래꽃만큼이나 신비롭되 기이한 분위기가 될 텝니다.
죽은 듯한 흙냄새와 숲의 향기가 진동합니다만, 생원의 후각은 한쪽 멀리서 왜인지 모를 물의 향까지 감지해냈습니다. 이 정도의 향이면 그냥 물도 아니고 아주 큰 물이 될 텝니다. 그러나 일반적인 물과는 결을 달리하는, 하지만 분명히 물과 같은 느낌의 냄새.
"후후흣. 물론이죠! 기억하고 있어요, 하지만... 끔찍스럽고 나쁜 존재에게 이름이 불린다는 것은... 더욱히 불쾌한 일이 될 수 있죠? 그렇지 않나요? 누군가에게는 별 것 아닐 수도 있지만 또 다른 누군가에게는 중요하거든요. 허나, 정녕 그랬다면 이름조차 말해주지 않으셨으려나요? 그럼, 혹여나... 원하신다면 이름으로 불러드릴까요?"
아리스는 여나의 그 말에 웃음과 함께 미소를 한번 지어 보이고는 살짝 장난스럽게 억양을 띄고는 그렇게 말했습니다. 지금까지 몇번이고 아리스를 향해서 불쾌함을 표한 여나에 언급에에 맞춘 대답 이였습니다. 지금까지 상황을 고려해보면 이렇게 물어본들... 그리 '올바른' 대답이 돌아오지 않을 가능성이 큽니다. 하지만 가능성은 뭐라도 될 수 있기에 가능성이라고 하는 겁니다
>>155 새노라 아는 요괴라. 그 소리를 듣고 소녀가 눈을 느릿하게 깜박이는데, 딱히 어떤 첨언은 얹지 아니하는군요. 금은보화에 관한 짧은 논설에 "다행이네. 복잡하게 굴 필요 없겠어." 하며 목각 인형을 날려 보내고, 목각 인형이 당신의 앞으로 보석함을 대령할 뿐이었습니다. 소녀가 공중에 보이지 않은 소파가 있듯 자세를 편히 고치며 자개함을 걸어 닫았습니다. 내려다보며 "이제 이 옷은 주인이 생기겠지." 하며 새삼스럽게 중얼거리는데, 그렇죠. 아무렴... 아주 인형과 같은 주인이 생기는 것이 당연하지 않겠습니까.
"수고했어. 값은 지불했으니 더 이상 마주볼 이유는 없어보이네. 먼저 가도록 해. 제멋대로 군 것은 네가 먼저니 이제는 내 제멋대로인 짓을 감당해. 그 정도는 하해와 같은 아량으로 가능하지?"
>>162 아키히요 "우선 뜻을 표하자면, 몹시나 유감스럽다는 말씀밖에 드릴 수가 없겠습니다."
술식이라도 걸린 양 흠 없는 무표정으로, 아키히요의 주장을 끝까지 들은 백랑이 덤덤하게 대답합니다.
"첫째, 낙마落魔가 된 이상 더는 텐구가 아닌 것과 같습니다. 따라서 텐구인 가문과는 더 이상 혈연이 있으려야 있을 수 없죠. 해당 발언은 크나큰 어폐를 포함한다는 말씀입니다."
아하, 그랬었지요. 아키히요와 같은 퇴출된 외톨이를 텐구 사회에서는 '낙마落魔'라고 부르더랍니다. 이름조차 달리하여 경계선을 긋는다니... 과연 아키히요가 잘 아는 텐구라는 족속들이 맞다고나 할지요.
"둘째, 낙마落魔를 포함한 외부인에게는 물건을 챙기기는 고사하고 발을 들이는 것조차 허락되지 않습니다. 그리하여도 한때는 텐구이셨을 텐데, 설마 이런 기초적인 규율까지 가르쳐드려야 하는지는 몰랐습니다. 이것은 저의 불찰이군요. 앞으로는 상대해드릴 때 주의토록 하겠습니다."
말씀드렸으니 이제 물러가면 안전하실 테지만, 만일 하실 말씀이 있으시면 이성적인 선까지는 경청해드릴 수 있습니다. 라며 백랑이 말을 갈무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