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본 쌍화탕은 일종의 자양강장제, 즉 보약으로써 만들어진 것이고, 한국의 찻집에서 파는 쌍화차는 이를 단순화한 마이너 카피라는 얘기가 있더군. 계란 노른자도 체력보강 측면을 고려해서 넣게 된 거라고 하고."
그렇게 이야기를 하는데, 다행히 대기열이 짧았는지 금방 벨이 울려서 유하가 음료를 받아온다.
"....가져오면서 흘린 건...아니구나."
유하의 음료와 다분히 의도된 '더티 플레이팅'을 본 강산의 미간에 주름이 진다. 밑에 접시라도 하나 받쳐줄 줄 알았더니만 이렇게까지 할 줄은...
"사실 여기 진짜 카페인 척 하는 게이트 아니냐?"
여전히 의념을 활성화한 상태로 강산은 말한다. 그리고 아무래도 카페를 나갈 때까진 계속 의념을 유지해야겠다고 생각하며...조심스레 쌍화차를 홀짝인다. 겉보기로는 하자가 보이지 않아서 되려 불안했다. 하지만 강산이 걱정하는 것과는 달리 별 일은 없었다. 계피 향을 중심으로 여러 한약재들의 맛이 조금의 단맛과 섞여 천천히 입 안에 퍼질 뿐이다.
"의외로 쌍화차는 괜찮은데...내가 의념을 활성화한 상태로 마셔서 그런 걸지도 모르겠지만."
검귀劍鬼 한지훈의 후계자, 그의 비전인 투쟁을 이은 검사로써 검성의 계파 중 하나를 잇고 있는 인물. 또한 현재 공식적으로 특별반의 대표를 맡고 있는 인물이기도 하다. 헌터로써는 늦진 않은 나이에 갑작스럽게 검을 잡은 이후, 길지 않은 시간만에 검귀 한지훈의 인정을 받아 그의 검술을 이었으며 과거 잠시 헌터 활동을 했던 점을 통틀어 특별반 중 몇 없는 헌터 시선에서 '호의적인' 인물이기도 하다. 하지만 세간의 시선으로는 그런 한지훈의 후계자라는 이명이 UHN의 꾸며주기식 말이라는 이야기도 있고, 미리내고의 몇몇 인물들을 겁박해 당시 특별반의 이익을 위해 움직였다는 소문도 존재하는 만큼 속내를 알 수 없는 인물로 비춰지는 편이다. 특히 감정적인 동요가 적은 편이기에 그러한 소문이 더더욱 강화된 것도 있다. 직접적이든, 간접적이든. 그는 13영웅 중 하나인 검성의 계파를 가지고 있으며 발전함에 따라 검성의 직계 제자가 될 것인지. 그저 그런 투쟁의 후계자로 남아 특별반 꾸며주기라는 악명을 증명할 것인지는 결국 본인에게 달린 듯 하다.
"원본 카페모카는 그냥 맛있으라고 커피에 우유와 초콜릿을 섞은 것인데 한국의 카페모카는 맛있으라고 커피에 우유와 초코를 넣어주더군. 우유는 소의 젖인데 독특하게도 인간은 모든 동물의 젖을 소화할수 있게 진화해서 아기 오리너구리가 먹을 젖을 훔쳐먹어도 아무 탈이 없지. 하지먼 수컷 오리너구리는 뒷발톱에 독이 있어서 찔리면 아플수도 있어. 그러고 보니 옛날에 짐새라는 새가 있었는데 독이 아주 강했다고 해. 그런데 새가 스스로 독을 생산하는것이 가능한지 사람들은 의심해서 상상의 동물이라고 생각했지만 예시가 하나 나오자 그 뒤로는 짐새가 멸종된 동물이라고 여기고 있지. 상상의 동물 하니까 또 생각났는데 예전의 중국 남부는 밀림이어서 실제로 코뿔소도 살았는데 그게 멸종되고 후대로 갈수록 코뿔소를 묘사하는 조각상의 모양새가 이상해져. 그런 걸 보면 사실 용도 실존하는 동물이었는데 멸종된게 아닐까? 화석같은게 없는것은 시간이 오래 되지 않아서 그런걸지도 모르고, 아니면 약재로 마 먹어버렸는지도 몰라. 옛날 중국에서는 화석을 용골이라고 불러서 귀한 약재라고 여겼대. 그냥 돌맹이인데 말이야. 화석 하니까 생각나는건데 사실 석유는 무엇으로 만들어졌는지 모른다는 이야기가 생각난다. 석탄은 최초의 나무섬유질이 탄생하고 그것을 분해할 능력이 지구상에 존재하지 않았기 때문에 지층에 압박되면서 생긴건데 석유는 그 원본을 모르는거야. 지하세균의 시체라는 가설도 있어. 무한한 석유는 현대에 큰 의미가 있지는 않겠지만 꽤 괜찮은 생각이지. 무한 하니까 생각나는건데 혹시 무한도 서로 크기차이가 있다는걸 알고있니?"
강산의 설명에 유하도 그 끝없는 지식을 늘어놓았다. 질수 없다는 마음가짐 하나만으로 인간은 어디까지 헛소리를 할 수 있는가.
가져오면서 흘린게 아니라는 말에 고개를 끄덕인다. 방금 전 헛소리를 주강산은 어떻게 들었을까. 일종의 정신착란상태라고 받아들이면 재밌겠다는 생각이 들어 유하는 먹기 싫은 카페모카를 먹기 보다는 다른 장난을 쳐보기로 했다.
"게이트 하니까 생각나는건데 어딘가에는 아무것도 존재하지 않고 그냥 넓은 땅만 있는 게이트가 존재하지 않을까? 무한히 넓은 곳이고 게이트 안이어서 게이트가 열리지 않는다면 인류는 그곳으로 이전해야 하는것이 맞을까? 우리의 땅의 역사는 우리가 지속적으로 피해를 감수해가며 지킬 가치가 있는 것일까? 하루아침에 모든 게이트가 닫히고 의념각성자들만 남으면 또 어떻게 될까? 가디언들은 무엇을 할까? 숨만 쉬면 강해지는 각성자는 언젠가 나오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