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의사항 ※최대 12인이 제가 받을 수 있는 한계입니다. ※총 10개의 대사건이 모두 일어나면 완결됩니다. ※이 스레는 슬로우 스레로서, 매우 천천히 진행됩니다. 진행은 일주일에 한 번, 일요일. 보통 오후 2시~4시 사이에 진행되며 길면 2시간 짧으면 1시간 반 진행되니 참고 바랍니다. ※진행 때에는 #을 달고 써주시면 됩니다. 진행레스가 좀 더 눈에 잘 띄기 위해서 색깔을 입히거나, 쉐도우를 넣는다거나 하는 행위도 모두 오케이입니다. 스레주가 지나치지 않을 수 있도록 이쁘게 꾸며주세요! ※유혈 묘사 등이 있사오니 주의 바랍니다. ※이 외에 미처 기억하지 못한 주의사항 등이 있을 수 있습니다. ※스레주도 무협 잘 모릅니다...부담가지지 말고 츄라이츄라이~ ※기본적으로 우리는 참치어장 상황극판의 규칙을 적용하며, 이에 기속됩니다.
천산산맥 어딘가, 바위가 마치 숲처럼 빽빽히 우거진 바위산속을 붉은 얼굴로 휘청휘청 걸어가는 사내가 한명. 취미삼아 여행을 떠난 김에 머나먼 교국의 땅까지 닿은 파계회의 말예, 야견이었다. 보아하니 높은 곳에 오르고 싶어 산을 탔다가, 산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눈 끝에 술을 진탕 마시고 돌아가는 길인 듯하다.
“아니, 아니, 아니지. 여기는 일단은 교국이니 말이야. 부처님 대신 천마님께 감사드릴까. 천유양월입니다아~”
엄격한 사제나 승려들이이 들었다간 바로 정색할 주정도 부리며 비척비척 걸어가는 야견. 불경한 망언이기는 했으나, 이 또한 나름대로의 호의겠지. 중원에서는 무슨 일을 저지를지 모르는 수상한 이들, 한때 중원 무림의 판세를 뒤흔들었던 이들로 경원시되는 교국이었지만 실재로 만나본 교국의 사람들, 적어도 백성들은 중원의 백성들과 크게 다를 것이 없었다. 묘하게 대화가 엇갈리는 부분이 없지 않아 있으나, 그 정도야 감수할만하지.
“자아 내일은 어디로 가볼.....?”
그렇게 비척비척 걸어가던 야견의 코 끝에 어떤 향기가 닿는다. 쇠의 것과 비슷한, 그러나 그보다는 훨씬 더 비릿하고 끈적한 그것. 무림인이라면 모를 수가 없는 내음, 피냄새다. 바위 사이로 대나무 잎과 혈향을 싣고 북풍이 불어오고 있었다. 그리고 눈을 감고 귀를 기울이자, 미세하게 소리가 들려온다. 누군가가 다급히 뛰어가는 소리, 그와 함께 들려오는 산보를 하듯 느긋한 발소리. 야견은 재빨리 주변의 바위에 몸을 숨기고, 품에서 두건을 꺼내 머리에 두르고 입에도 천을 매 얼굴이 드러나지 않도록 숨긴다. 이래뵈도 자신은 불법입국자다. 귀찮은 일에 휘말리는건 질색이니 이 정도 준비는 해두어야지. 두건 사이의 빛나는 눈이 바위 사이로 상황을 살핀다.
정확히 말하자면 재하의 눈이 그렇게 휘어있었다. 낮에는 사랑스럽고도 얌전한, 교국의 한 떨기 꽃이요 봄날과도 같은 감찰국장은 밤이 되면 그 인두겁을 손으로 잡아 뜯고 흰 털을 가진 짐승의 면모를 보이는 날이 간혹 있었다. 오늘이 딱 그런 날이다. 겁 없이 자신을 노리는 자들에게 경고하기 위해 발톱을 드러내야 하는 날.
"마음속 일은 몇 줄기 백발이요, 생애는 한 조각 푸른 산이어라.. 빈 숲에 있어 백설 상대하니. 옛길에 사람 없어 홀로 돌아오노라.* 도망치거라, 도망쳐야지요. 옛길에 사람 없다는 뜻이 인간 없음을 뜻하니 당신에게 고하는 마지막 경고가 아니겠사옵니까.. 지금부터 열을 세겠나이다."
그 이후에 어찌 될지는 자명하니, 다급한 숨소리들이 점차 멀어진다. 재하 부채를 펼치어 눈가 제한 곳 덮어 가린다. 느긋하게 열을 세자 비명소리가 울렸다. 아마 당신이 본 광경은 몸 성한 곳 없이 다급히 도망치는 이류 남짓의 무인 서너 명의 앞을 난데없이 벚나무 하나가 자라나는 광경과, 무인 하나가 알 수 없는 기에 베여 양단 나는 광경부터 시작일 터였으며, 그 뒤로 사뿐사뿐 걸어오는 누군가의 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는 점이 아닐까.
북풍이 분다. 피비린내가 코를, 숨 꺼져가는 누군가의 신음이 귀를 스치고, 어두운 밤이지만 새하얀 머리카락이 가벼이 나부껴 어스름한 달빛 속에서도 빛을 발한다. 재하 쓰러진 한 존재를 사뿐히 지르밟고 지나친다. 아직 인간이었던 버릇을 고치지 못한 것인지, 아니면 고고한 존재이기에 사냥감에게 별 가치를 느끼지 못하는 것인지 뛰는 소리와 달리 발걸음은 느긋하며 보폭 자로 잰 듯 일정하다.
"천유양월."
그 존재는 한 걸음 사붓하게 내디딜 때마다 발길에 벚꽃잎이 일렁였다. 마치 한때 보았던 아스라한 봄날처럼, 큰 죽음과 피를 불렀음에도 건재하여 평화로운 교국처럼.
"천세만세."
이후로도 열 걸음을 더 걸었다 사뿐사뿐한 걸음을 뒤로 마지막 뱉는 구호를 뒤로 마침내 존재가 모습을 드러냈다. "…마유신교." 당신도 머지않은 과거에 보았던, 속칭 도령이요 재하다. 이미 몇 사람 죽였다는 양, 희디흰 도포 소맷단에 피가 꽃처럼 피어 있었다. 교국 안에서는 그리도 따스하고 수줍더니만 지금은 귀기로웁다.
"소마가 사랑하는 신민이어야 하거늘.. 늘.. 어리석게 명을 재촉하는 자들이 있지요……."
당연한 이치였을 터다. 재하 여전히 수심 깊게 미소 짓고 있었으니. 하늘에서 벚꽃 잎이 살랑거리며 하나, 둘 쏟아지더니 어느덧 벚꽃 잎으로 된 비가 내리듯 주변이 분홍빛 만개하다. 하나하나 내기를 품고 있으되 재하 부채를 든 손을 천천히 춤을 추듯 그어 내렸다. 반달 모양으로 부채를 넓게 휘두르자 끔찍한 비명이 들린다. 수많은 벚꽃 잎에 온몸이 찢겨 죽는 자는 고사하고, 몸이 아까 다른 사람처럼 양단나는 자도 있다. 그리고 숨 하나 붙은 자 있었을 적, 재하 그 머리 위에 고고히 한 발 올리며 고개를 돌렸다.
"하여.. 거기 숨은 귀인은 누구시렵니까? 부디 가까이 와보시어요……."
아니면 소마가 그쪽으로 갈까요? 당신 있을 곳을 정확히 바라보며 핏빛 물든 짐승이 사랑스러이 속삭인다.
"하늘에 닿을 수 있다고 믿었다. 뛰어난 오성이 있으니 그 길이 평탄하리라고 믿고 자만하여 일을 그르쳤다. 그러나 슬퍼하시고 위로하는 분들은 있을지언정 화내고 분노하는 이는 없더랬다. 그때서야 알았다. 결국 타인의 걱정도, 위로도, 하물며 분노도. 단지 나타나 사라질 감정의 표현임을. 그 날에야 그리도 절박해졌다. 그러니 모든 것을 숨기고 감추었다. 그렇게 나는 모용중원이 되었다." "세가의 사람들은 내가 흉계를 꾸민 것을 7년의 세월이라 생각한다. 세간의 일도 똑같기 마련이지. 내가 국그릇을 엎어도 모두가 가여운 눈을 보내고, 그저 세가 내의 불안한 후계자로 보았을 때."
"나는 보고 싶었다. 할아버님이 보는 시야의 뒤. 그리고, 왜 운명이 내게 이런 오성을 주었는지."
야견은 이제까지 운이 좋아 많은 무인을 만나고, 그들의 싸움을 봐왔다. 대해나 거산처럼 자신이 감히 범접할 수 없는 강고함을 지닌 이들도 있었으며, 보검과 흉기처럼 인지를 초월한 살기를 뿜는 이들도 봐왔다. 그러나, 눈앞에서 펼쳐지는 무공은 그와는 달랐다. 더 강하거나, 약하거나와 같은 문제가 아니었다. 눈앞에 펼쳐지는 광경은 마치 무공이 아니라 한폭의 그림을 보는 것과 같았기에. 황량한 바위산에 벚나무가 자라나고, 마치 붓으로 선을 그리듯 무인이 양단나며 피를 뿌린다. 그리고 벚꽃잎과 피 사이로 들려오는 나긋나긋한 목소리. 마치 연못을 노니는 금어(金魚)가 느긋이 다가오는 듯한 단어에, 야견은 저도 모르게 이를 되풀이하고 만다.
“천유양월, 천세만세...라.”
교국에 들어온 후, 귀에 배일 정도로 지독히 듣고 듣고, 또 들은 말이건만. 지금만큼 이 말이 심상치 않게 들린 적은 없었다. 그리고 모습을 드러내는 그림을 그려내는 화백. 야견은 한 순간에 그가 누군지 기억하고 있었다. 아니, 자신이 아니라도 한번 만나는 자라면 누구나 다 기억할 수 밖에 없지 않을까. 투명한 백발에 흑색과 적색의 눈동자, 교국 밖에서 한번, 안에서 한번 보았던 기인, 재하 도령이었다. 이윽고 불어오는 벚잎의 폭풍, 아까까지 거세게 불어오던 북풍도 겁을 먹었는지 더는 불지 않는다. 사람이었던 것이 육편이 되고, 도망가는 인영이 반으로 갈라진다. 여기저기서 들려오는 아비규환, 그림이 아니라 공연이었나.
“나무아미타불”
야견은 자신을 알아챈 도령의 속삭이는 듯한 말에 조용히, 들리지 않을 목소리로 염불을 왼다. 놀란 가슴을 가라앉히기 위함이었을까? 아니면 무인으로서 처음보는 신기한 무공에 호승심을 느낀 것일까. 적어도 너저분하게 널린 시체에게 건네는 애도는 아니리라. 야견은 정체를 숨기는 것을 관두고 천천히 모습을 드러낸다.
아이고 재하주.....8ㅁ8 그 고통 너무 잘 아는 것..... 굿슬립가바365. 아모레거야 혹시 영양제 쪽도 괜찮다면, 추천을 조심스럽게 해본다. 스포로 숨겨둘테니, 나중에 한 번 구매해봐. 내가 유도제, 수면제 먹고도 힘들었는데 이거 먹고 나아졌어. 나중에 사 볼 계획.
어찌 슬퍼하지 않을 수 있을까. 품어야 할 신민은 품을 수 없을 악을 저지르고, 악은 더 큰 악으로 단죄해야 할 상황이 오고 말았다. 제 목숨을 노리고 달려든 것이다. 호위 물렸음을 영특하게도 눈치채었으니, 이 점은 칭찬할 만도 하나 안타까웁게도 재하 홀로 있었다는 점이 참혹한 죽음의 요인이었을 터다. 호위 있었더라면 단숨에 숨통을 끊었을 터이나, 재하라면.
"안타까워라."
단숨에 끊지 않았을 터이니. 재하 조금 더 심약한 사람이었다면, 조금 더 어린 사람이었더라면 울며 어찌 그랬느냐 하였겠으나 이것은 모두 교국을 위한 일이니. 피는 피로, 눈물은 눈물로, 악은 악으로 갚아야만 했다. 가여운 자는 죽어서 천마님께 참회하여야 한다. 아니, 죽기 전에 빌어야 할까. 재하 양단 나는 고깃덩이를 향해 눈 굴린다. 아, 참으로 안타까운 자. 입도 못 벌리고 죽었구나. 참회하긴 글렀네. 재하 고개 돌린다. 중한 것은 참회하지도 못한 안타까운 자가 아니다.
"옳지…… 조금만 더, 옳지. 가까이, 더 가까이 오시어요."
빈 숲에 있어 백설 상대하니. 옛길에 사람 없어 홀로 돌아오노라. 홀로 중얼거린 장계의 귀산처럼 재하 남은 자가 교인이라면, 자신을 노렸던 자들 중 하나라면 살려두지 아니하였을 터다. 모습을 드러낼 적 피가 튄 부채를 천천히 올려 입가 덮어 가린다. "어머." 속삭이듯 감탄하는 목소리를 뒤로 반가움의 기색이 가득 들어찬다.
"야견 공이셨군요. 교국 나들이는 즐거우시었는지요."
나긋나긋 속삭이던 재하 당신의 모습이요 목소리 듣곤 눈을 샐쭉 휘었다. 아, 아는 사람이다. 그것도 좋은 연으로 만난 자였지. 아직 숨 붙은 것의 머리 지르밟은 발길에 혹여 힘이 덜 들어갈까 꾹 누른 채로, 반갑다는 듯 고개 가벼이 숙인다. 퍽이나 조신하며 예의 바르되, 평온하다. 들어 올린 고개로는 여전히 수심 깊게 눈을 휘고 있다. 초승달처럼 길게 휜 눈동자 사이로 색이 다른 두 눈동자는 밤에도 홀로 빛 발하는 것 같았으니, 번들거림의 주체는 애석하게도 광기가 아니었다.
"네에, 꽃이 참으로 아름다웁지요. 고된 겨울에도 필히 봄날을 부를 터이니…… 보잘것없는 필부가 지니기에는 과분하옵지요."
여전히 겸손하다. 발밑에 머리를 깔려 일어나고자 꿈틀대는 것과는 다른 광경이었다. 재하 눈을 살포시 굴려 그것 쳐다보더니, 부채를 거두며 안타깝다는 듯 어정쩡한 미소 지어 보였다. 입매에 안타까움 가득 묻어있으나 동정은 없고 당신에게 못 볼 꼴 보여줬다는 안타까움만 가득하다.
"다만…… 이리 만나게 될 줄은 몰랐사와요. 교국에 오시었으니 좋은 것만 보여드리고 싶었사온데.."
혹 공자만 괜찮으시다면 처리를 마저 하여도 괜찮을지……. 나긋나긋 속삭이는 소리 뒤로 살아남은 자 필사적으로 일어나고자 머리 제한 몸 뒤튼다. 살고 싶었던 모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