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단 결론부터 말하자면, 이게 내가 생각하는 그게 맞다면 이 효과는 오래 가지 않을거야. 그렇지 않다면 그 때 칩으로 도움을 요청하면 될 거라고 생각해."
유하가 벤치에 자리를 잡자 강산도 바지가 흘러내리지 않게 쥐고 벤치의 다른 쪽에 올라가 앉고선 이야기를 시작한다. 그래도 일단 올라가 앉으니 이제서야 좀 편하군.
"내가 초등학생일 때 '개구쟁이의 반지'란 게 잠깐 유행했었다. 사용하면 랜덤으로 여러 가지 효과가 일어나는 양산형 장난감 아이템이었지. 효과 하나하나는 크게 위험하지 않고, 지속시간도 짧아. 근데..."
강산의 표정이 추억을 떠올리는 듯 잠시 밝아진다. 그 모습이 영락없는 열두 살 짜리 아이 같았지만, 곧 다시 진지해진다.
"그 반지에 숨겨진 효과가 있다는 소문이 돈 거야. 비밀 주문을 알아내서 정확하게 외우면 어른의 모습이 될 수 있다는 거였지. 거기에 매력 능력치 보정까지 붙어서! 여기서 퀴즈. '미성년자를 잠시나마 어른의 모습으로 만들어주는 효과'의 아이템을 가장 탐낼 만한 녀석들이 누구일 거라고 생각해?"
"맨 마지막 빼고 정답. 몇몇 비행 청소년들이 이 소문을 듣고 반지의 비밀 기능을 발동시킬 방법을 찾기 위해 별의별 짓을 다 했고, 그래서 이런저런 사고가 발생하는 바람에 '개구쟁이의 반지'는 결국 판매가 중지되었다고 해."
강산은 고개를 끄덕이며 설명을 계속한다.
"다행인 것은 애초에 아동용 장난감이다보니 반지의 효과 자체는 심각한 범죄에 악용할 수 있을만큼 오래 유지되도록 만들어지진 않았단 거지. 서로 중첩되지도 않고."
단순히 생일 축하 노래가 나올 뿐인 장난감 카드나 초도 말이지...노래가 멈추지 않고 계속 나오면 장난감이라기엔 슬슬 짜증나거나 무서운 무언가가 되어버리지 않은가.
"그러니까 내 추측은 저게 그 '개구쟁이의 반지'인 것 같고, 저 마도사가 비밀 기능을 쓰려다 실패해서 나타난 효과에 우리가 휘말린 것 같다는 거지...그런 것 치고는 출력이 좀 비정상적이긴 한데. 다른 이상은 없는 것 같아서 다행이지만."
말하면서 그도 뭔가 석연치 않은지 고개를 기울인다. 그는 유하에게 설명하면서 손으로는 뭔가 메세지를 쓰고 있었는데(나노머신 칩의 작동에는 이상이 없었다), 대략 가디언에게 상황을 설명하고 도움을 요청하는 내용이었다. 미리 써두었다가 기다려도 마도가 풀리지 않으면 이 메세지를 보낼 생각이다.
벤치에 앉아 자신들을 줄여놓은 범인에 대한 추리를 늘어놓는 꼬맹이. 누가 보면 명탐정 코난이나 짱구는 못말려의 사이드킥인줄 알겠다.
"효과가 역으로, 그것도 외부의 인물에게 나타났다? 그렇다면 범인은 비밀 메세지를 모르는 체 마도로 원하던 기능을 억지로 발동시키려 하다 실패한 것이겠지. 거기까지는 납득할수 있어. 마도사는 원래 이상한 사람이 많으니까. 하지만 왜 도망쳤지? 자신이 벌인 일이 부끄러운 사람이라면 홀로 공방에서 실험을 해야 하지 않나?"
"음...반지의 효과는 중첩되지 않으니까, 상대가 마도사라면 그래서 부정적인 효과가 자신에게 가지 않도록 대비했을 가능성이 있어. 근데 그 방식이 그냥 무효화가 아니라 반사 혹은 효과 전이였다든가-."
강산은 고개를 갸우뚱거리며 유하의 의문에 나름대로의 추측을 대본다.
"주문을 모르는 것 같진 않았ㄷ...아니 않았어. 재채기 때문에 발음이 꼬여서 그렇지. 만약 그렇다면 그 사람이 도망간 이유는...부정적인 효과를 방어하는데 사용한 수단이 불법적인 것이었거나...혹은 그냥 단순 실수였는데 우리를 알아보고 그냥 겁먹어서 달아난 거 아닐까? 미리내고 학생들은 우리 얼굴을 대강 알고 있잖아."
열두 살 짜리의 몸으로 평소 말투를 쓰려니 스스로도 어색하다 싶어 살짝 말투를 고쳐보기도.
"그래도 공원에서 이런 일을 벌인 건 좋지 않긴 하군...일단 가디언에게 연락해두긴 해야겠다."
강산은 결국 메세지 내용을 조금 수정하고 그 아래 전송 버튼을 꾹 누른다.
"아, 옷도 같이 작아졌으면 기다리는 동안 뛰어놀기라도 하는 건데...유하 너는 초딩 때로 돌아가면 해 보고 싶은 거 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