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기력하게 걷다가 꽈당 넘어지면 어떡하나 걱정이 들었습니다. 집에 갈 듯 하다가도 곧 다시 벤치 같은 곳에 누워버리면 어쩌나 싶었습니다. 넘어졌을 때 붙여줄 수 있는 반창고는 갖고 다니지만, 고양이 둥지 씨와 집 방향이 같은 게 아닌 이상 하교를 도와줄 수는 없습니다! 제대로 하교해야 할텐데요.
“야옹이 씨가 더 깁니다.”
야옹이 씨를 아직 바닥에 내려두지 않았다면, 얌전히 잠에 들어있다 비몽사몽하더니 인간들을 보고서 자리를 피하지 않았다면 길어지는 야옹이 씨를 볼 수 있었을텐데요. 아무튼, 고양이 둥지 씨의 이름을 알게 됐어요! 키리나즈메 씨입니다. 잘 외우기로 해요. 옆 반의 키리나즈메 씨입니다.
“네, 저도 주변에 그런 분 있어요.”
꼭 엄마같은 이야기를 합니다. 그 어떤 인간보다 오래 살았다며, 유희가 시작된 때 태어났다고 하던 이야기가 기억납니다. 키리나즈메 씨는 장난치는 거겠지만, 정말 그런 존재가 있으니까요. 엄마가 키리나즈메 씨를 보면 인간 아이가 재밌는 농을 친다고 좋아할 것 같습니다.
“키리나즈메 씨는 노숙자가 아닙니다.”
그래도 자리에 일어나서 다행이에요! 인사를 해주는 키리나즈메 씨에게 저도 인사했습니다. 꾸벅거리면서 허리 숙여서 인사를 합니다. 내일 학교에서 마주치면 인사해도 되는 걸까요?
"우와, 착해. 좋은 곳을 찾아서 다행이야. 일은 안 힘들어? 복장이라던가 장소라던가 귀엽지만 귀엽지 않은 사람들도 많이 올 거 아냐."
자연스레 알바처를 떠올렸다. 메이드 카페에서 일하지, 참. 카페 특성상 상당한 괴짜들이 많이 오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그건 무쿠루마의 친구들 중 많이 분포되어 있는 유형의 괴짜들과는 결이 달랐다. 아는 사이끼리 요구하는 것은 장난의 일종으로 잘 받아줄 수 있었지만 모르는 사람들이 잔뜩 그런 요구들을 한다면 무쿠루마 자신은 '우와, 저 그만둘게요!' 라고 말한 뒤 자리를 뜨지 않았을까. 그래도 메이드 카페라서 끼니는 밥을 얹어서 제대로 챙겨줄 거 같아 다행이었다.
"응! 완전 폭신폭신~. 방금 바로 잠들 뻔했어-!"
돈을 아끼지 않았다는 말은 사실이었는지 가구 브랜드 같은 것에 대해 잘 모르는 자신도 이게 최상품의 기능을 지니고 있다는 건 알 거 같았다. 우리 집에도 이거 하나 두고 싶네~. 태평하게도 그런 생각을 하며 침대 위를 뒹굴 거리던 차, 옆자리의 침대 솜이 살짝 꺼지는 감각을 느끼며 자신은 엎드려 턱을 괴었다.
"업데이트될 때마다 좋아요 꼭 눌러주고 있어. 댓글도 가끔씩 다는데 한번 찾아봐, 닉네임은 비~밀. 그치만 말투에서부터 티 날지도."
그야 유튜브 닉네임은 '무쿠무쿠'고, 내용은 '귀여워'와 '노래 최고'와 이모티콘으로 범벅이었으니 찾기는 무진장 쉬울 테다. 턱을 괸 손 쪽으로 무게를 싣고 고개를 기울여 그녀의 말에 따라 놓인 가구들을 찬찬히 살펴보았다. 음악 유튜버라는 느낌이 물씬 나는 내부. 그리고 리오의 심상 세계가 형상이 되어 생긴 방 같았다. 악기와 음악과 방송과, 구급상자.
"체리 블라썸 노래도, 리링의 노래도 계속 듣고 싶으니까. 계속해 줄 거지?"
계속 살아줄 거지? 여상한 낯으로 싱긋 웃으면서 물었다. 이런 이야기는 너무 진지하게 하고 싶지 않았다. 자연스럽고 당연하게. 바람을 타고 날아가는 잎사귀처럼 산뜻하게.
"에-, 첫인상이라."
대뜸 날아온 물음에 기억을 더듬었다. 2년 전이라 쉽게 기억나진 않지만⋯⋯. 동네에서 뉴페이스가 있어서 눈에 들었다. 더군다나 낯선 이를 일단 낯설지 않게 만드는 습관 아닌 습관이 심할 때였고. 처음은 아마 단순히 귀엽게 생기고 수많은 피어싱이라는 독특한 인상에 끌렸을 것이다. 솔직히 이렇게까지 가까워질 거라고는 상상도 못했으니 그저 괴짜 친구 한 명이 늘었다는 느낌이었는데⋯⋯. 누군가와 첫 연을 맺을 때 으레 그렇듯 특별한 감상은 없었으나 왠지 이렇게 말해서는 안될 거 같았다.
"피어싱 많은 귀여운 여자애? 일까. 독특했고. 독특한 사람들은 대개 독특한 심상세계를 갖고 있는 편이니 서로의 세계를 공유해서 넓히고 싶었달까."
>>76 치아키의 누나는 이미 혼인 의식을 맺으려고 생각중인 인간이 있으니 무리라고 하네요.
>>77 안타깝게도 치아키는 딱히 첫사랑이라던가 그런 것이 존재하지 않는답니다. 사랑보다는 그냥 지금을 즐겁게 사는 것에 조금 더 흥미가 있다고 하네요!
>>79 어서 오세요! 오구치주!!
>>80 키즈나히메는 인간과 사랑을 한 것이 아니라 단절의 신과 부부로 지내고 있어요. 물론 단절의 신이라고 해서 막 관계를 잘라버리기보다는 악연을 잘라버리는.. 그리고 영원히 잊지 못하고 슬퍼하는 이에게서 그 인연을 잘라버리는.. 사별한 이나 헤어진 이를 점차적으로 잊게 만드는..그런 일을 하고 있답니다. 악신이 아니에요. 인연의 신인 키즈나히메. 그리고 이름은 알려지지 않았지만 단절의 신인 타치노가미. 이렇게 두 신이 부부사이랍니다. 그리고 이 아래에서 태어난 것이 치아키의 아버지이고 치아키의 아버지는 당시 키즈나히메를 모시고 있던 아이자와 가문의 장녀딸인 아이자와 유에와 결혼했답니다. 혼인의식도 물론 치룬 상태고요. 그렇다고 하네요.
>>83 자본주의 하네라니 전혀 상상도 안가지만 그런 것도 귀여워. 하네 바보인 편이에요?! 클로버 백만개 받기 계획(이라쓰고계략이라읽는다) 실시. 고고고백? 이것은⋯⋯ 하네를 미야주에게 주신다는 허락? (오너야 자제해.) 핀⋯⋯하니까 갑자기 하네 하얀 끈으로 머리 땋아주기 해주고 싶어졌네요. 단아한 미인에게 하얀 머리끈은 보증수표이다. 🥰🥰
>>84 인연의 신과 단절의 신이라니 너무 어울려요 이런 , 즛토 응원하게 된다구 오이오이! 그보다 절단기로 싹둑하는거에요?! 얼마나 사랑하는거야! 🤣🤣🤣🤣 너무 귀여우셔서 계속 놀리고 싶어지는 단절의 신님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