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번째 선물인 토끼풀 화관과는 반대되는 느낌이랄까. 물론 케이는 안경을 쓰니까 안경닦이도 물론 자주 쓰곤 했다. 그러니 실용적인 선물에는 틀림없었다. 케이는 안경을 닦으며 해피해피 스마일 씨에 대해 생각해보고는 안경닦이를 책상 서랍 안에 고이 보관했다. 자주 쓸 것이라는 의미였다.
다른 이들이 하는 것을 보니 마니또에게 되려 작은 쪽지와 선물을 보내기도 하는 모양이었다. 흐음, 소리를 내며 고민하던 케이는 연습장을 칼로 깔끔하게 오려내어 그 위에 쪽지를 적었다.
[안녕하세요. 해피해피 스마일 씨.
마니또 선물과 편지는 잘 받았습니다. 토끼풀 화관은 잘 보관하고 안경닦이는 잘 쓰겠습니다. 스마일 씨가 말하는 최고로 멋진 하루인지는 잘 모르겠으나 선물을 받아 기쁜 마음이었던 것은 확실히 이야기할 수 있겠습니다.
두 선물 다 마음에 들었습니다. 길을 지나가다가 토끼풀을 보거나 안경을 닦을 때마다 스마일 씨가 생각날 것 같으니 스마일 씨의 의도에 부합하게 된 것 같군요. 누구신지는 아직 잘 모르겠으니 힌트를 더 받고 싶은 마음입니다. 마니또를 들킨다고 해서 스마일 씨에게 패널티가 가지는 않을 테니까요.
스마일 씨도 닉네임처럼 해피하고 스마일한 하루를 보내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작은 군것질거리를 동봉합니다. 부디 맛있게 드셔주길.]
미카는 후배의 장난어린 말에 대충대충 답한다 유감이래도 사실 농담에 가깝다 이지메 재능 같은 거 별로 가지고 싶지 않으니까 뒤이은 지시에는 순순히 몸을 일으켜 웃옷을 벗어든다 스프레이 소리와 함께 갓 빨래한 이불 향이 솔솔 피어오른다 담배냄새보단 훨씬 숨쉬기 편한 냄새다
그보다 후배가 실실 웃음을 참는 게 이 상황이 퍽이나 재밌는 모양이다 그러거나 말거나 미카는 여전히 시큰둥한 표정
들으셨다면 그냥 가시면 될텐데, 의아할 뿐입니다. 남을 돕는데 의미를 두지 않는 선배님이신걸까요? 본받아야 하는 좋은 범이라고 생각합니다. 선배님을 닮으려고 노력하다 보면 금방 클로버 스티커를 가득 채울 수 있을 지도 몰라요. 그렇지만, 지금은 선배님의 친절함을 한사코 거절하고 싶습니다. 그러니까 불안불안하게 발을 뒤로 딛고 있는 거고요.
“아...!”
성공할 수 있었어요! 제가 한 발자국 뒤로 갈 때마다 선배님은 한 발자국 앞으로 오니까, 집중되지 않아서 실패한 겁니다. 내기에 집중해야 하는데 앞에서 계속 누가 쫓아오면 그러기 어렵습니다. 억울하지만 뭐라고 할 수는 없어요. 내기에 응한 것도 저고, 진 것도 저입니다. 떨어진 공책은 선배님이 바로 잡아주었습니다. 고마운 마음이 들려던 찰나에 얄미운 웃음을 보았어요. 분명 놀리는 거에요! 실패했다고 놀리는 겁니다! 저도 제가 성공할 거라고 자만한게 부끄러운데, 대놓고 얄밉게 웃으시면 더 부끄럽습니다. 표정이 바뀌지 않게 얼굴에 힘을 주어요. 미간이 찌푸려집니다.
“선배님이 말씀하셔서 한 번 한 거에요. 원래는 안 하려고 했습니다.”
선배님이 결국 교무실을 향해 앞서 가버립니다. 이제 돌려달라고 해도 아까 실패하지 않았느냐는 말만 들을 게 뻔해요. 어떡하면 좋을까요? 우선 선배님 뒤를 쫓아갑니다. 공책은 옮기긴 해야하니까요.
>>315 운동하는 사람은 조심해야지. 당연한 말인데 유즈루가 하니까 우리아기젠틀신사님 귀엽기 그지없군요. 🤭 고백하면 바로 받아주는 건가—! 그럼 청혼은 어떨, (??) 싫어하는 건 좋아하는 것만큼이나 힘든 일이지. 🤔 유즈루가 꽃길만 걸어서 앞으로도 그럴 일 없기를—!!!
>>319 거절하는 타입이지—! 좋아하지 않는데 수락한다는 건 너무 실례라고 생각하니까 거절해버릴 거야. 🫠 하네가 사람을 싫어하는 건.... 드물 것 같은데 🧐 애 자체가 워낙에 밍숭맹숭한 느낌이라 대인 관계도 밍숭맹숭할 것 같은 느낌? 쉽게 싫어하지는 않을 것 같아. 쉽게 좋아하지도 않을 것 같고.
무시한 것이냐는 말에 웃으며 모호한 말을 뱉는다. 그야 말을 들었는데 제 멋대로 행동한 것을 무시한 것이라고 본다면 무시한 것이지만, 그저 부딪힌 후배님이 혼자 공책을 옮기는 것에 도움을 준 것은 무시했다라고 하기엔 어려운 것이 아니겠는가.
바닥에 떨어질 뻔 했던 노트가 다행히 케이의 손아귀로 들어오고 놀리듯 이야기하자 후배의 미간이 찌푸려졌다. 하지만 후배님이 화가 난 것 같지는 않아 보인다. 그저 느낌일 뿐이지만 말이다. 그리고 이어져 들려오는 투덜대는 듯한 말에 케이는 쿡쿡 웃어버렸다.
“그래요. 어울려줘서 고마워요.”
눈 앞의 후배님이 내기에 성공했다면 아마 당당하게 으스댔을 것 같은 느낌이 들지만 그저 케이의 상상일 뿐이다. 이미 내기는 이뤄졌고 후배님은 실패했으니 이제 공책을 옮겨도 되는 것이었다. 걸음을 옮기자 뒤에서 따라오는 발걸음 소리가 들린다. 일단 쉬는 시간이 무한정 긴 것은 아니니 아쉽지만 공책을 옮겨다 주는 일을 먼저 끝내긴 해야 할 것 같다.
>>321 유즈루가 만나면 노잼으로 남는 건 아닐까 심히 염려되는 가시나입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ㅜㅜ 하네도 유즈루를 어려워할 것 같은데 서로 어려워하는 거 재밌겠다—! 붙임성 좋게 가벼운 느낌의 유즈루가 동실동실 떠다닌단 느낌이면 하네는 저기 땅에 발 딱 붙이고 서서 하늘에 뭐가 있는걸까요...? 하고 있는 느낌 🤔 하네가 누군가를..... 좋아하게 되다?...... 엄청 뚝딱거리고 츤츤거림이 강화되다가 스스로 겉과 속이 다른 걸 못 견디고 솔직하게 말하지 않을까—! 어느 좋아함이든 말야 😊 유즈루야말로 진심으로 좋아하는 누군가가 생겼을 때가 궁금하다—!!!
>>323 아아.. 어쩔 수 없다 이 아가씨의 손을 잡고 허공답보? 아닌가... 하울의 그거...를 해줘야만... 하네는 역시 가드가 딴딴하지만 마음에 들이고나면 부정을 못하는 사랑스러운 아이군요~ 나 믿고 있었어~!! 마음이 간질간질한 기분~ 그거 알지~ 누군갈 진심으로 좋아하게 되면,, 실제론 어떨지 모르겠지만 일단은 이래저래 대시 해보다가... 음? 안 되네~? 그럼 단념해야지~ 하면서 좋아하는 마음을 묻어두는 스타일일 것 같다고 생각해요
>>324 ,,아무래도... 좀 그런 성격인지라... 최단 3일 안에도 차여본 적 있어여(피셜)
세상에 이리저리 재보고 계산하고 따져봐야할 득실이 얼마나 많은데, 이 선배님은 세상이 얼마나 험하고 무서운 줄 모르는게 분명합니다. 저보다 선배라면 분명 고등학교 3학년일테고, 내년이면 대학에 가시게 될텐데 큰일났습니다. 사회에 나가서 험한 꼴을 보게 될지도 몰라요. 상냥하고 친절한 사람들은 조금 덜 베풀 줄 알아야 합니다! 제가 아주 못 되어서 선배님한테 이것까지 부탁한다고, 남은 공책들까지 안겨주면 어쩔 뻔 했는지 생각하셔야 한다고요!
“...잘못 넘어지신 것 같은데요.”
넘어지시면서 크게 다치지 않았다고 생각하시는 것 같지만, 제가 보기에 선배님은 사실 잘못 넘어진 것 같다고 생각합니다! 그렇지 않고서야 어울려줘서 고맙다는 말을 어떻게 할 수 있는지 모르겠습니다. 고맙다는 감사인사를 연달아 10번 해도 모자란 건 저인데요.
“이제 주세요.”
그래도 걷다보니 교무실 앞입니다. 남은 공책들을 다시 품에 안기 위해 선배님의 뒷통수에 대고 말합니다. 쉬는 시간이 유달리 길게 느껴지는 것 같지만 분명 기분탓일거에요. 너무 많은 일이 있었던 탓일 겁니다.
>>326 허공답보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ㅜㅜ 공중산책이라고 하던가! 유즈루는 하울이구나—! 할로윈에 하울 코스프레 해준다는거지—!!! (??) 좋아하는 마음이 커지면 스스로를 속이는 것도 상대방을 속이는 것도 분명 마음의 크기만큼 아파지니까 하네는 못 견딜 거라고 생각해 🤔 간질간질한 마음이 아파지다니 싫잖아. 😉 이래저래 대시하는 유즈루........ 상대방이 평소와 다름없다고 느끼는 일이 생기는 건 아니겠지 🥺 단념하고 묻어두는 것도 마음 아프다...... 덤덤한 것 같아서 더 그래 🥲
손해라느니, 잘못 넘어진 것 같다는 그 말의 뜻이 그런 것이 아닌 것 같긴 하지만 제 멋대로 생각하며 답했다. 그야 어울려줘서 고맙다는 말에 잘못 넘어진 것 같다는 말은 머리가 어떻게 된 거 아니냐, 하는 말과 같은 비꼬는 말이라고 생각할 법 하니까. 하지만 케이는 제멋대로에 마이웨이인 신이었다.
그렇기에 듣고 싶은 말만 듣는 케이는 공책을 돌려달라는 하네의 말을 못들은 척 무시하곤 드르륵 교무실 문을 열고 들어갔다. 공책들이 떨어졌을 때 봤던 공책 안의 내용과 공책 커버에 있는 과목명을 확인했을 때, 그리고 교무실 문을 열고 들어가자 공책을 기다리고 있었다는 듯 바라보는 선생님을 보고 어떤 선생님에게 전달해야 할 지 바로 파악했다. 그쪽으로 다가가자 선생님은 조금 의아한 표정이었지만 이내 어떤 상황인지 바로 파악한 것 같았다.
좋아하는 게 없다고 바로 나올 정도면 취미랄 것도 없다는 뜻 아닌가. 그냥 말하기 싫어서 이러는 걸지도 모르지만. 그도 특별히 진득하게 즐기는 취미는 따로 없으나 기호품 모으는 낙 정도야 있다. 문제는 그 품목이 술이라 당장은 손도 못 대니 취미생활 못 즐기기로는 마찬지인 셈이다.…… 아무튼, 중요한 건 그게 아니지.
먼저 올라간 만큼 남학생이 담으로 올랐을 무렵에는 린은 이미 아래에 도착한 상태였다. "받아줄까?" 밑에서 올려다보며 또 귀찮게 수작질이다. 무시하는 쪽이 편하리라.
"그럼- 일단 아무데나 다니다가 갈 만한 데 있는지 보자!"
그도 즉흥적이기로는 둘째가라면 서러운 신이니 배신감(?)은 느껴도 불만은 없다. 별달리 재미있는 이야깃거리도 놀거리도 딱히 없건만 무엇이 그리 즐거운지, 그는 혼자서 알아듣지 못할 외국어로 노래까지 흥얼거리며 신나게 쏘다녔다. 땡땡이 동지라며 반겼던 상대도 내버려두고 저 혼자 빨라졌다 느려졌다,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며 왔다갔다 정신도 사납다. 열살짜리 애도 저것보단 얌전할 거다. 쌩하니 앞으로 빠르게 걸어가던 그가 돌연 제동을 걸며 상체를 뒤로 당겼다.
"오, 여기는 어때?"
몸을 바로세우고 린이 가게의 유리문 앞에 서서 소중한 땡땡이 동지에게 손짓했다. 인기척이 느껴지자 투명한 유리문 너머로 무언가 기웃거리며 다가오는 것이 보였다. 복슬복슬한 털의 고양이가 문 너머에서 바깥쪽을, 미카를 빤히 바라보며 문앞을 왔다갔다 느릿하게 돌아다니기 시작했다.
// 아냐 괜찮아~ 나도 미카 취향 물어본다고 이것저것 뜯어내기도 했고(?) 아... 아니? 합법적으로 미카와 냥카페에 갈 수 있는 구실이 생겼는데 이걸 어떻게 놓쳐─!!!! 그치만 냥카페로 하면 이것저것 서술이 더 길어질 것 같아서 빠른 전개를 위해 개인카페인데 키우는 상주냥이가 있는 쪽으로! :3
걱정이라고는, 그러니까 그런 말을 하지 않았습니다! 부끄러우니까요! 대답이 늦은 건 그 탓이에요. 말도 안 되는 소리입니다. 제가 말을 못 되게 한다는 건 저도 잘 알고 있어서, 있는 그대로 말하질 못 하는 것도 잘 아는데 말도 안 돼요. 독심술의 신 같은 거라도 된다면 모릅니다. 아니면 저를, 너무, 아주 많이 잘 아는 가까운 사이라거나요. 그런데 둘 다 아닐 확률이 더 높습니다!
“말도 안 됩니다. 제가 왜 그런 짓을 해요.”
정말, 정말 말도 안 됩니다. 빨리 공책을 받는 편이 좋—았을텐데 교무실 문이 열렸습니다. 서둘러 뒤쫓아 들어가요. 어떻게 알아낸건지 정확히 제게 심부름을 시키셨던 선생님과 대화까지 나누고 있었어요. 저는 서둘러 선생님에게 인사을 하고, 남은 공책들을 선배님이 먼저 올려둔 공책 위에 쌓아두고, 다시 또 인사를 합니다. 교무실에서 나가버릴거에요! 이 선배님이 더 무슨 말을 하지 못 하게, 이 선배님도 같이입니다! 정말 무례하고 예의없는 행동인 걸 알지만 소매 끝을 잡고서 교무실 밖으로 나가려고 합니다. 무사히 나가게 되면 교무실 문도 꼭 닫아버릴 거에요!
586 자캐가_노래방에서_노래하고_있는데_누군가_취소버튼을_누른다면_자캐는 부르던 부분까지는 끝까지 부르고 나서 누가 취소했냐고 나무라기! 진지하진 않고 장난스럽게 따지는 거지만~ 실수라면 뭐 그럴 수 있다고 생각하고 부르던 거 다시 선택해서 불러. 근데 일부러 계속 취소하는 거라면…… 그날밤 도깨비님의 사소하게 무시무시한 저주가 내릴지도 ◠‿◠
356 자캐의_교복_입는_스타일 블레이저! 귀찮다! 조끼! 귀찮다! 넥타이! 할 때도 있고 안 할 때도 있다! 셔츠 단추! 풀었다!
523 자캐는_사랑한다는_말을_듣는_것에_익숙한가 어... 아니요 가족... 원래부터 없음 연인... 없음 친구... 친구는 있지만 친구한테 사랑한다는 말은 보통 안 하죠?
등 뒤로 들려오는 의아한 목소리와 그에 대한 항변을 들으며 케이는 유쾌해졌다. 뭔가 귀여운 후배님을 괴롭히면서 즐거움을 느끼고 있는 것 같다면, 음... 정답이다.
후배님을 골리기 위해 교무실 안까지 들어가는 것 또한 정답이었던 모양이다. 부끄러움을 타는 듯 선생님에게 인사를 하고 노트를 내려놓고 다시 인사를 하는 그 일련의 과정에서 다급함이 느껴졌다. 자신의 소매를 붙잡고 교무실 밖으로 나가려는 행동에 기꺼이 동참해준다. 선생님의 의아한 표정에 케이는 후배님에게 끌려가주면서도 가보겠다는 인사를 빼먹지 않았다.
케이 나름대로 생각하기를, 이 학생은 분명 선생님이 내준 이 심부름을 완벽하게 혼자 해내고 싶었는데, 자신과 같은 방해꾼이 끼어들어서 혼자 완벽하게 해내지 못한 자신의 모습을 선생님에게 보여준 것에 대해 화가 난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군데군데 의문이 드는 부분이 있으나 그나마 제일 논리적으로 맞는 가설이었기에 그것으로 채택하기로 했다.
교무실 밖으로 나오자 후배님이 문을 닫았다. 입가에 미소를 매단 채 케이는 후배님을 살폈다.
“심부름을 무사히 끝낸 것을 축하해요. 2-A반 타카하시 ...하네 후배님.”
어떻게 알았냐고 한다면 보통 노트 겉면에는 반이 적혀져 있기 때문이고, 성은 방금 선생님이 이야기했기 때문이었으며, 이름은.... 방금 명찰을 보고 알았다. 중간에 잠시 말을 쉬었던 것도 한자를 읽느라. 아마 하네라고 읽는 것이 맞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