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남자애, 싸늘하게 생겨서는 은근히 친절한 구석이 있다. 처음 보는 사람이 대뜸 반말 해가며 귀찮게 굴어도 욕 한 마디 안 하고 말이야. 보통은 하다못해 짜증이라도 내기 마련인데. 떨떠름한 얼굴을 마주하자 린은 이를 드러내며 짓궂게 웃어 보였다. 그러던 것도 잠시, 역으로 목적지 정하라며 상대가 결정권을 넘기자 입을 쩍 벌리며 경악을 했다.
"믿었는데…!"
뭘? 담 많이 넘어 본 듯 능숙한 행동거지로부터 '잘은 몰라도 좋은 곳 가겠거니 하는 확신'이 들었단 말이다……!
충격은 짧았다. 어차피 호들갑이었다. 뭐, 그렇게까지 큰일은 아니니까.
"글쎄다. 뭐 좋아하는 거라도 있어? 먹는 거나, 노는 거나, 게임이나, 뭐 그런 종류."
제 내키는 곳으로 가는 것도 마음만 먹으면 가능하겠지만 그래서야 평소 하는 짓이랑 크게 다를 것 없지 않은가. 아무튼 결정은 결정이고, 얼른 나가는 것부터 해야겠다. 여기서 계속 얼쩡거리다 들키기는 사절이다. 다시금 린은 적당한 틈을 찾아 붙잡고 훌쩍 뛰어 담 위로 올랐다.
떠올리는 중이던 그녀의 옆에서 "그래, 잘 맞춰봐!" 하는 한마디만 내뱉고는 맞춰보라는 양 실없이 웃기만 했다. 아침? 학교? 아니면 뒤늦게 깨닫고 라인으로 보낼 수도 있겠다. 언제쯤 답을 보내줄지 가늠하는 눈이 재미있다는 듯이 연신 휘어져 있다.
"에, 진짜? 난 리링이 내심 음악 쪽으로 가지 않을까 싶었는데, 원하는 진로는 없어?"
놀란 듯 살짝 커진 눈이 깜빡깜빡 감았다 뜨였다. 자신의 살아갈 동기를 준 것이니 충분히 그럴듯하다고 생각했다. 자연히 공연 당시의 리오의 모습까지 떠올랐는데, 그걸 보곤 자신이 리오였다면 이걸 평생의 업으로 삼겠다 싶을만한 감상이 들었다.
"단연코 칭찬! 너만의 개성이 있다는 뜻이니까. 앗, 어려웠나? 그치만 나도 바보인걸. 3학년이 되면 훨씬 열심히 해야 하는데 지금도 성적 완전 엉망진창이야."
그렇게 말하면서도 무쿠루마는 아하하 웃는다. 말한 내용치곤 그닥 신경쓰는 기색이 아니다.
"와아, 리링이 말해주는 내 첫인상! 기대돼~."
엎드려서 턱을 괸 손을 바꿔 양손바닥에 턱을 댄 꽃받침 자세로 경청하는 자세를 취했다.
"아~ 기억난다."
피어싱이 그렇게 많은 사람은 별로 못 봤으니 신기했었다. 메이드 카페도 잇따라 떠올려진다. 그런 카페는 처음이라 엄청 두리번거렸었지. 모두 귀여운 복장을 입었고, 분홍빛 가득한 게 참 귀여웠다. 음식들도 굉장히 모에한-. 아, 그치만 아저씨들은 귀엽지 않았어. 그 이후로 마음을 열었던 기억이 있는데, 아무래도 자신의 새로운 면을 보여주게 된 게 계기가 아니었을까 싶기도 하고.
"아하하, 무슨 말인지 아니까 진정해~. 응! 나도 리링은 둘도 없는 친구야."
리오가 자신을 어떤 이미지로 생각하는 지는 대강 안다. 그걸 생각하면 살짝의 양심의 가책이 느껴진다. 다만 지금은 즐거운 파자마 파티고, 곧 밤이니 이런 깊은 이야기는 생각할 필요 없지. 무쿠루마는 꽃받침을 한 손을 내려놓고 엎드려누웠다. 팔에 볼이 짓눌린 채 리오를 바라보았다.
"나도. 오늘 혼자 잘 수도 있었는데 리링과 함께할 수 있어서 좋아, 초대해줘서 고마워."
그러면서 눈을 느리게 깜빡였다. 슬슬 잠이 오는 모양이었다.
/ 속이 안 좋아서 답레 길이가 이 모양이네요 죄송한 마음 뿐⋯⋯ 8 8 답레만 올리고 다시 가보겠습니다!😢☺
도둑이라는 얼토당토 않은 말을 들었는데도 선배님은 화난 기색 하나 없어보입니다. 저였다면 억울한 마음에라도 공책들을 다시 돌려주고 도와주지 않았을 거에요. 제가 괘씸하기 짝이 없을텐데 오히려 절 보고 웃어주셨습니다. 선배라는 것은 저렇게 아량이 넓고 이해심이 풍부해야 하는 걸까요? 저는 좋은 선배가 되지 못할 것 같습니다.
“혼자 할 수 있다고 했었어요.”
도움을 받을 만큼 어려운 일도 아니고 모두 제 부주의로부터 벌어진 일입니다! 이제 제가 앞을 막고 섰으니까 더 이상 선의를 베풀 수 없을 거에요. 상냥한 선배님의 선의를 다른 사람에게 베풀어지는 쪽이 맞습니다. 의기양양하게 선배님에게 공책을 달라고 손을 뻗으려는데, 머리 위에 뭔가 하나 올라왔습니다. 선배님의 말에 따르면 제 머리 위의 이건 분명 공책이에요! 고개를 움직일 수 없습니다. 굳어버렸어요! 심지어 공책을 떨어뜨리지 않고 뒷걸음질로 다섯 걸음을 가야한다고 합니다.
“...유치해요.”
하지만, 딱 다섯 걸음만 걸으면 된다면... 해볼만 한 것 같습니다! 이래봬도 피팅모델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으니까, 자세를 고정시킨 채 움직이지 않는 것 쯤이야 자주 해봤습니다. 고개만 움직이지 않고 조심해서 걷는 것도 비슷하게 할 수 있을 거에요. 조심조심 뒤로 발을 디뎌봅니다!
"팔찌. 길이조절 조금 힘들었는데." 투덜거리듯 말하지만 잘 끼워져있는 것을 보면 빈말인 걸 알 수 있습니다. 팔찌와 손목 사이에 드리운 그림자가 느릿하게 흔들리고. 마니또가 두고 간 차와 다과를 보고는 조금 고민합니다. 먹을 것을 좋아하진 않지만.. 봄을 담은 선물은 예쁘고.. 그냥..
"삼켜버리기엔 아까운데." 라고 했을 것이고, 아마. 사야카는 집에서 그림자를 뒤진 끝에 전기포트를 겨우 찾았고 그걸 설거지를 한 뒤 차를 끓여서 다도 시간을 가졌을 겁니다.
[...꽃차의 향과 수색만 보려다가 같이 먹어버렸어.] [팔찌도 예쁘네.] 쪽지만 놓으려다가 멈칫하고는 고민하듯이 책갈피 하나를 놓습니다. 네잎 클로버를 코팅해 만든 책갈피네요. 작은 선물이었을까요?
따라오라는 말에 미카는 두어 발자국 떨어져선 잠자코 후배를 따라나간다 지나가는 학생들이 이쪽을 흘겨보며 기침해도 별 신경쓰지 않으며
뒤이어 후배가 교실로 들어간다 미카는 복도 벽에 몸을 기댄다 고약한 냄새 풀풀 풍기며 1학년 복도에 서있는 2학년이라... 상당히 웃긴 그림이다 몇 명인가 이쪽을 째려보고 지나가기도 하고 불쾌하다는 듯 부채질하며 빠르게 걸어가는 학생들도 있었다 미카는 눈썹 하나 꿈틀이지 않고 그 모든 경멸의 시선을 받아낸다
교실로 들어간 후배는 얼마 지나지 않아 다시 복도로 나왔다 벽에 기댄 몸을 바로하지도 않으며 미카는 저를 찾는 후배에게 눈짓한다
무슨 말을 하면 꼬박꼬박 대답하는 것이 꽤나 귀엽다. 그 내용이 딱딱하고 툴툴거리는 내용이라는 것이 더 재미있다고 해야 하나. 3학년이 되어 최고 선배가 되니 깍듯한 후배들만 많아져 이런 후배님이 오히려 흥미롭다. 아, 그러고보니 이전의 붉은 머리 소년도 꽤나 재미있었지.
“네. 들었었죠.”
작은 웃음을 흘리며 대답했다. 혼자 할 수 있다는 말을 들었지만 그럼에도 공책을 함께 옮겨주려고 한 것은 케이의 독단이었다. 학창시절의 작은 이벤트 조차 소중하게 여기는 것 + 이 후배님의 반응이 재미있었던 것이었으니까.
유치하다고 하면서도 정수리 위에 균형잡아 올려놓은 공책을 유지한 채 뒷걸음질치는 후배님의 모습에 케이는 웃음을 참았다. 웃음을 참지 않고 뱉어버리면 분명히 이 딱딱한 후배님이 한 소리를 할 것 같았기 때문이었다. 후배가 뒷걸음질 칠 때마다 케이는 앞으로 한 발짝씩 나아가며 같은 거리를 유지했다.
생각보다 꽤 균형감각이 좋다고 생각하는데, 그럼에도 뒷걸음질 치면서 균형을 잡는 것은, 그것도 얇은 공책을 떨어뜨리지 않는 것은 어려운 일이었던 모양이다. 물론 그것을 케이도 알고 있었기에 장난을 친 것이지만 말이다. 결국 공책은 후배의 정수리 위에서 툭 떨어졌고, 케이는 그 공책이 후배의 어깨 아래로 떨어지기 전에 잡아챘다.
“실패네요.”
케이는 얄밉게 웃었다. 잡아 챈 공책을 다시 제 품의 다른 공책 위에 올려다 놓으며 케이는 교무실 방향으로 다시 걸음을 떼었다.
첫 번째 선물인 토끼풀 화관과는 반대되는 느낌이랄까. 물론 케이는 안경을 쓰니까 안경닦이도 물론 자주 쓰곤 했다. 그러니 실용적인 선물에는 틀림없었다. 케이는 안경을 닦으며 해피해피 스마일 씨에 대해 생각해보고는 안경닦이를 책상 서랍 안에 고이 보관했다. 자주 쓸 것이라는 의미였다.
다른 이들이 하는 것을 보니 마니또에게 되려 작은 쪽지와 선물을 보내기도 하는 모양이었다. 흐음, 소리를 내며 고민하던 케이는 연습장을 칼로 깔끔하게 오려내어 그 위에 쪽지를 적었다.
[안녕하세요. 해피해피 스마일 씨.
마니또 선물과 편지는 잘 받았습니다. 토끼풀 화관은 잘 보관하고 안경닦이는 잘 쓰겠습니다. 스마일 씨가 말하는 최고로 멋진 하루인지는 잘 모르겠으나 선물을 받아 기쁜 마음이었던 것은 확실히 이야기할 수 있겠습니다.
두 선물 다 마음에 들었습니다. 길을 지나가다가 토끼풀을 보거나 안경을 닦을 때마다 스마일 씨가 생각날 것 같으니 스마일 씨의 의도에 부합하게 된 것 같군요. 누구신지는 아직 잘 모르겠으니 힌트를 더 받고 싶은 마음입니다. 마니또를 들킨다고 해서 스마일 씨에게 패널티가 가지는 않을 테니까요.
스마일 씨도 닉네임처럼 해피하고 스마일한 하루를 보내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작은 군것질거리를 동봉합니다. 부디 맛있게 드셔주길.]
미카는 후배의 장난어린 말에 대충대충 답한다 유감이래도 사실 농담에 가깝다 이지메 재능 같은 거 별로 가지고 싶지 않으니까 뒤이은 지시에는 순순히 몸을 일으켜 웃옷을 벗어든다 스프레이 소리와 함께 갓 빨래한 이불 향이 솔솔 피어오른다 담배냄새보단 훨씬 숨쉬기 편한 냄새다
그보다 후배가 실실 웃음을 참는 게 이 상황이 퍽이나 재밌는 모양이다 그러거나 말거나 미카는 여전히 시큰둥한 표정
들으셨다면 그냥 가시면 될텐데, 의아할 뿐입니다. 남을 돕는데 의미를 두지 않는 선배님이신걸까요? 본받아야 하는 좋은 범이라고 생각합니다. 선배님을 닮으려고 노력하다 보면 금방 클로버 스티커를 가득 채울 수 있을 지도 몰라요. 그렇지만, 지금은 선배님의 친절함을 한사코 거절하고 싶습니다. 그러니까 불안불안하게 발을 뒤로 딛고 있는 거고요.
“아...!”
성공할 수 있었어요! 제가 한 발자국 뒤로 갈 때마다 선배님은 한 발자국 앞으로 오니까, 집중되지 않아서 실패한 겁니다. 내기에 집중해야 하는데 앞에서 계속 누가 쫓아오면 그러기 어렵습니다. 억울하지만 뭐라고 할 수는 없어요. 내기에 응한 것도 저고, 진 것도 저입니다. 떨어진 공책은 선배님이 바로 잡아주었습니다. 고마운 마음이 들려던 찰나에 얄미운 웃음을 보았어요. 분명 놀리는 거에요! 실패했다고 놀리는 겁니다! 저도 제가 성공할 거라고 자만한게 부끄러운데, 대놓고 얄밉게 웃으시면 더 부끄럽습니다. 표정이 바뀌지 않게 얼굴에 힘을 주어요. 미간이 찌푸려집니다.
“선배님이 말씀하셔서 한 번 한 거에요. 원래는 안 하려고 했습니다.”
선배님이 결국 교무실을 향해 앞서 가버립니다. 이제 돌려달라고 해도 아까 실패하지 않았느냐는 말만 들을 게 뻔해요. 어떡하면 좋을까요? 우선 선배님 뒤를 쫓아갑니다. 공책은 옮기긴 해야하니까요.
>>315 운동하는 사람은 조심해야지. 당연한 말인데 유즈루가 하니까 우리아기젠틀신사님 귀엽기 그지없군요. 🤭 고백하면 바로 받아주는 건가—! 그럼 청혼은 어떨, (??) 싫어하는 건 좋아하는 것만큼이나 힘든 일이지. 🤔 유즈루가 꽃길만 걸어서 앞으로도 그럴 일 없기를—!!!
>>319 거절하는 타입이지—! 좋아하지 않는데 수락한다는 건 너무 실례라고 생각하니까 거절해버릴 거야. 🫠 하네가 사람을 싫어하는 건.... 드물 것 같은데 🧐 애 자체가 워낙에 밍숭맹숭한 느낌이라 대인 관계도 밍숭맹숭할 것 같은 느낌? 쉽게 싫어하지는 않을 것 같아. 쉽게 좋아하지도 않을 것 같고.
무시한 것이냐는 말에 웃으며 모호한 말을 뱉는다. 그야 말을 들었는데 제 멋대로 행동한 것을 무시한 것이라고 본다면 무시한 것이지만, 그저 부딪힌 후배님이 혼자 공책을 옮기는 것에 도움을 준 것은 무시했다라고 하기엔 어려운 것이 아니겠는가.
바닥에 떨어질 뻔 했던 노트가 다행히 케이의 손아귀로 들어오고 놀리듯 이야기하자 후배의 미간이 찌푸려졌다. 하지만 후배님이 화가 난 것 같지는 않아 보인다. 그저 느낌일 뿐이지만 말이다. 그리고 이어져 들려오는 투덜대는 듯한 말에 케이는 쿡쿡 웃어버렸다.
“그래요. 어울려줘서 고마워요.”
눈 앞의 후배님이 내기에 성공했다면 아마 당당하게 으스댔을 것 같은 느낌이 들지만 그저 케이의 상상일 뿐이다. 이미 내기는 이뤄졌고 후배님은 실패했으니 이제 공책을 옮겨도 되는 것이었다. 걸음을 옮기자 뒤에서 따라오는 발걸음 소리가 들린다. 일단 쉬는 시간이 무한정 긴 것은 아니니 아쉽지만 공책을 옮겨다 주는 일을 먼저 끝내긴 해야 할 것 같다.
>>321 유즈루가 만나면 노잼으로 남는 건 아닐까 심히 염려되는 가시나입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ㅜㅜ 하네도 유즈루를 어려워할 것 같은데 서로 어려워하는 거 재밌겠다—! 붙임성 좋게 가벼운 느낌의 유즈루가 동실동실 떠다닌단 느낌이면 하네는 저기 땅에 발 딱 붙이고 서서 하늘에 뭐가 있는걸까요...? 하고 있는 느낌 🤔 하네가 누군가를..... 좋아하게 되다?...... 엄청 뚝딱거리고 츤츤거림이 강화되다가 스스로 겉과 속이 다른 걸 못 견디고 솔직하게 말하지 않을까—! 어느 좋아함이든 말야 😊 유즈루야말로 진심으로 좋아하는 누군가가 생겼을 때가 궁금하다—!!!
>>323 아아.. 어쩔 수 없다 이 아가씨의 손을 잡고 허공답보? 아닌가... 하울의 그거...를 해줘야만... 하네는 역시 가드가 딴딴하지만 마음에 들이고나면 부정을 못하는 사랑스러운 아이군요~ 나 믿고 있었어~!! 마음이 간질간질한 기분~ 그거 알지~ 누군갈 진심으로 좋아하게 되면,, 실제론 어떨지 모르겠지만 일단은 이래저래 대시 해보다가... 음? 안 되네~? 그럼 단념해야지~ 하면서 좋아하는 마음을 묻어두는 스타일일 것 같다고 생각해요
>>324 ,,아무래도... 좀 그런 성격인지라... 최단 3일 안에도 차여본 적 있어여(피셜)
세상에 이리저리 재보고 계산하고 따져봐야할 득실이 얼마나 많은데, 이 선배님은 세상이 얼마나 험하고 무서운 줄 모르는게 분명합니다. 저보다 선배라면 분명 고등학교 3학년일테고, 내년이면 대학에 가시게 될텐데 큰일났습니다. 사회에 나가서 험한 꼴을 보게 될지도 몰라요. 상냥하고 친절한 사람들은 조금 덜 베풀 줄 알아야 합니다! 제가 아주 못 되어서 선배님한테 이것까지 부탁한다고, 남은 공책들까지 안겨주면 어쩔 뻔 했는지 생각하셔야 한다고요!
“...잘못 넘어지신 것 같은데요.”
넘어지시면서 크게 다치지 않았다고 생각하시는 것 같지만, 제가 보기에 선배님은 사실 잘못 넘어진 것 같다고 생각합니다! 그렇지 않고서야 어울려줘서 고맙다는 말을 어떻게 할 수 있는지 모르겠습니다. 고맙다는 감사인사를 연달아 10번 해도 모자란 건 저인데요.
“이제 주세요.”
그래도 걷다보니 교무실 앞입니다. 남은 공책들을 다시 품에 안기 위해 선배님의 뒷통수에 대고 말합니다. 쉬는 시간이 유달리 길게 느껴지는 것 같지만 분명 기분탓일거에요. 너무 많은 일이 있었던 탓일 겁니다.
>>326 허공답보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ㅜㅜ 공중산책이라고 하던가! 유즈루는 하울이구나—! 할로윈에 하울 코스프레 해준다는거지—!!! (??) 좋아하는 마음이 커지면 스스로를 속이는 것도 상대방을 속이는 것도 분명 마음의 크기만큼 아파지니까 하네는 못 견딜 거라고 생각해 🤔 간질간질한 마음이 아파지다니 싫잖아. 😉 이래저래 대시하는 유즈루........ 상대방이 평소와 다름없다고 느끼는 일이 생기는 건 아니겠지 🥺 단념하고 묻어두는 것도 마음 아프다...... 덤덤한 것 같아서 더 그래 🥲
손해라느니, 잘못 넘어진 것 같다는 그 말의 뜻이 그런 것이 아닌 것 같긴 하지만 제 멋대로 생각하며 답했다. 그야 어울려줘서 고맙다는 말에 잘못 넘어진 것 같다는 말은 머리가 어떻게 된 거 아니냐, 하는 말과 같은 비꼬는 말이라고 생각할 법 하니까. 하지만 케이는 제멋대로에 마이웨이인 신이었다.
그렇기에 듣고 싶은 말만 듣는 케이는 공책을 돌려달라는 하네의 말을 못들은 척 무시하곤 드르륵 교무실 문을 열고 들어갔다. 공책들이 떨어졌을 때 봤던 공책 안의 내용과 공책 커버에 있는 과목명을 확인했을 때, 그리고 교무실 문을 열고 들어가자 공책을 기다리고 있었다는 듯 바라보는 선생님을 보고 어떤 선생님에게 전달해야 할 지 바로 파악했다. 그쪽으로 다가가자 선생님은 조금 의아한 표정이었지만 이내 어떤 상황인지 바로 파악한 것 같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