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그들을 사랑한다. 이 말에는 거짓이 없다. 거센 바람이 아이들을 잠들게 하는 곳에서 나는 아이들에게 내 숨결을 불 뿐이다. 단지 조금의 열을 가진 숨이 그들의 볼깨에 닿아 잠드는 아이들의 웃음을 볼 수 있다면, 그것만으로도 나의 가치는 다할 것이다. 그러니 단지 바라는 것은 하나다. 아이들의 나를 알아주길. 그 아이들의 아이들이 나를 기억해주길. 그렇다면 이 숨이 터져나갈 때까지, 아이들을 위해 내 숨을 불어나갈 테니.
강산은 의아한 듯 고개를 조금 기울이지만, 그러다가도 고개를 끄덕인다. 서양의 음유시인들이라면야 그런 것에 능할지도 모르지만...빈센트의 생각 및 기대와는 달리 강산은 그런 바드가 아니었다. 그렇다고 해서 그냥 친우가 고생하는 모습 구경이나 하러 온 것도 아니었으니 조금이나마 도움을 줄 생각이었지만. 그는 빈센트의 설명을 귀 기울여 듣고는, 마침 생각난 것이 있어 입을 연다.
"그러고보니 이빨 요정은 원래 영미권의 민간 전설일 터인데 굳이 여기 신 한국에 오신 것이 묘하군요."
그리고 여기서 강산은 얕고 넓은 지식을 동원해 잔머리를 굴린다. 한국은 뭐였다? 판소리의 나라다. 어찌보면 연극과 이야기, 공연의 나라라고도 우길 수 있는 것이다.
>>108 >>110 [음? 아, 미안...잠시 하던 일이 있었다] [진지하게 답하자면 이런 개그는 같은 한국 사람이 아니면 통하기 힘들지 않을까?] [통역 기능이 있다고 해도 말이지, 아무래도 원어민이 아니면 이해하기 어려운 건 통역 기능을 거치면 조금 김이 샐 것 같은데]
[차라리 서로의 취미를 공유하는 시간을 가지면 어떨까!] [아무튼 저번 맞선 잘 본 모양인데 축하한다!!]
강산은 흥미를 보이면서 빈센트가 제시한 노래를 들어보고는, 고개를 끄덕이며 인벤토리에서 가야금 받침대와 25현 가야금을 꺼낸다. 맞다. 양치는 아이들에게 실로 중요하니 이미 동요의 소재로 충분히 쓰였을 법 했다. 그저 강산이 (그리고 강산주가...) 진작 떠올리지 못 했을 뿐.
"가끔 형님은 저보다도 한국 대중 문화 조금 더 잘 아시는 것 같지 말입니다? 하하. 해봅시다! 저 분들도 슬슬 지루해하시는 것 같으니, 반주 깔아드리죠!"
빈센트가 반주를 틀기 시작한다면 그도 가야금으로 반주를 하며 노래를 시작할 것이다.
//8번째. 뭔가 서로 강산이에 대해서 인식한 것이나 의도한 전개가 달라서...좀 엇갈렸던 듯한...?😅
"네. 이 사람의 노래 중에는 만두가 뱃속에 고기가 들어있으므로 육지의 말미잘이라는 놀라운 노래도 만든 적이 있죠. 심심하면 들어보시길."
빈센트는 농담 같은 소리를 진담 같이 하고는, 노래를 한 곡조 뽑아본다. 빈센트는 어디선가 나타난 스피커로 반주를 깐다. 잔잔한 소리에 이빨요정들이 집중하고, 강산의 연주가 깔린다. 빈센트는 숨을 후으읍 다시 들이쉬고, 반주와 강산의 연주에 맞춰서 양치에 관한 노래를 부르기 시작한다. 어른의 목소리였지만, 양치에 충치에 고생하는 건 어른도 공감할 수 있으니, 빈센트는 굳이 아이의 목소리를 흉내내려고 하지 않고 노래를 부른다.
"하루에 4번 눈뜨고 맛있는 점심 먹고 저녁 먹고 자기 전에 이를 닦아요. 하지만 치과에 가면 충치에 있다고 하네..."
이빨의 안쪽 바깥쪽 혀도 빼먹지 않고 열심히 쓱쓱싹싹 이를 닦자는 내용의 노래. 계속 불평하기만 하던 이빨요정들은 숨죽이고 노래를 끝까지 들었다.
과장되게 놀란 척 했지만 웃으면서 얼른 곡의 작사자와 작곡가를 확인해두는 걸 보면 흥미는 있는 것 같다. 방금 들은 곡도 그렇고. 센스가 범상치 않은 것 같단 말이지... 그래도 지금은 의뢰를 해야 하니 강산은 얼른 웃음을 뚝 끄치고 빈센트에게 반주를 깔아준다.
잔잔한 멜로디의 곡은 듣기 좋았지만...곡이 끝나자 이빨 요정들 사이에서 잠깐의 혼란스러운 술렁임이 오간다. 그 술렁임은 몇 초간 그치지 않고 서서히 커지는 듯 했으나, 이빨요정들 중 그들의 리더로 보이는 요정이 "조용!"이라고 외치면서 일어나서야 멈춘다.
"이것은 양치의 무용론을 주장하는 노래인가?"
리더 이빨요정이 다소 엄숙하게 묻자, 강산은 크게 당황하지 않은 표정으로 빈센트와 시선을 교환한다. 강산은 일단 답은 빈센트에게 맡기되 만약 빈센트가 답하기 곤란하다면 지원사격을 해 줄 생각이다. 곡을 익히는 그 잠시간의 시간 사이에 강산은 곡에 대한 나름의 해석을 내린 듯 하다.
//10번째. 이 와중에...원곡을 찾았는데 곡이 좋네요...묘한 공감이...
근데 영웅의 일대기를 따라간다!는 점은 다른 게임의 바드랑 비슷한 것 같기도 하네요. 동양풍 컨셉이 살짝 더 강해서 그렇지...?
양치 무용론? 빈센트는 그 이야기를 듣고 허허 웃는다. 빈센트는 노래의 음소를 분석하는(사실 잘 모르지만 있는 척 하고 있다.) 방식으로 알려준다. 빈센트는 원곡을 재생했고, 양치요정들 앞에서 원작자의 노래를 들려주었다.
"사실 아닙니다. 원곡을 부른 사람이 노래를 부르는 목소리를 들어보시면 알 겁니다."
빈센트는 자신의 영성을 이용해, 치아가 인간의 발성에 매우 큰 역할을 한다는 것을 설명한다. 당연한 말이었다.
"f,v와 같은 소리는 위의 앞니와 아래 입술이 만나야만 소리를 낼 수 있고, ㄷ, ㄸ, ㅌ, ㄴ 소리 역시 혀가 앞니에 닿아서 나는 소리죠. 여기서 다시 들어보시죠. 들으면서 이 노래의 ㄷ, ㄸ, ㅌ, ㄴ 발음에 문제가 있었습니까?"
이빨요정들은 웅성대다가, 아니라는 결론을 도출했다. 빈센트는 이 세계에 임플란트가 있다는 사실은 의도적으로 무시한 채, 온갖 이상한 논리를 전개해간다.
"맞습니다. 만약 이 노래를 부른 사람이 양치 무용론자였다면, 이 사람의 이빨은 이미 망가져서 앞니도 다 사라지고, 노래를 부르는데 정말로 고생을 많이 했을 것입니다. 하지만 그러지 않았습니다. 이것은... 설령 지금 당장은 양치가 나를 배신한다고 느껴도, 양치의 소중함과 중요성을 인지하고 칫솔을 든 채 건치를 향해 나아가는 인간의 웅대한 걸음을 표현한 노래입니다."
...라는 헛소리를 하고 나서, 빈센트는 뒤돌아서 강산을 바라본다. 그리고 얼굴로 이리 말했을 것이다.
"사실 목소리니 운소니 하는, 여러분들에게 어려우실 이야기까지 가지 않아도 이 노래는 충분히 치아의 소중함을 다루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래도 이빨요정들 중 몇몇이 수긍하지 못하거나 빈센트의 논리를 어려워하는 반응을 보이자, 강산 또한 빈센트와 청중들에게 웃어보이며 앞으로 나와서 지원사격에 나선다.
"이것은 그저 치아 관리의 어려움에 대해 한탄하는 노래입니다. 그래도 이 노래의 화자는 '왜 나만 이가 썩는지'라고 한탄할지언정 '양치를 해도 충치가 생기니 덜 하거나 안 해야지.'라든가 '치과는 신용할 수 없으니 안 가야지.'라는 결론은 내지 않습니다. 결국 치아의 소중함을 알기 때문입니다. 양치 매일 한다고 방심하지 말고 정기적인 치과 검진을 받자!는 메세지도 담고 있다고 볼 수 있겠습니다."
그러자 그제서야 이빨요정들은 수긍한 듯 고개를 끄덕이고는 박수를 치고, 강산은 꾸벅 고개를 숙인다.
"들어주셔서 감사합니다."
//12번째. 그러고보니 개인 창작물 가지고...이런 이야기...하고 있어도 괜찮은 건가....하는 생각이 뒤늦게... 캡틴 만약에 문제되겠다 싶으면 하이드해주세요...
빈센트는 부러워하는 척 간접적으로 강산을 칭찬하며 고개를 끄덕이고, 이내 이빨 요정들은 전부 고개를 끄덕이며 박수를 쳤다. 그리하여, 이빨요정들은 눌러앉은 자리에서 일어나 엉덩이를 툭툭 털고, 강산과 빈센트를 보며 말한다.
"이 세상의 나태한 치아관리투쟁 실태가 너무 심각해서, 이 세상의 음식들을 전부 치약맛이 나게 바꿔야 하는 것 아닐지 고민했소. 하지만 댁들 같이 젊은이들부터 치아건강 수호라는 건강정책 관철의 무조건성과 절대성을 지키는 모습을 보니 이 세상은 희망이 있는 것 같소. 앞으로도 치아건강 수호라는 세계 대의에 있어 '어차피 하루 안 닦는다고 안 썩어'라는 요령주의, '어차피 닦아도 썩을 이빨 썩어'라는 패배주의, '썩으면 임플란트 박으면 그만이지'라는 무책임성을 짓부수길 바라오."
"...어... 네..."
빈센트는 고개를 끄덕였다. 여기서 고개를 돌렸다가는... 빈센트를 매달아놓고 이빨이 다 뽑힐 때까지 인민재판을 할 것 같았다. 빈센트는 강산을 보며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