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96734072> [현대판타지/육성] 영웅서가 2 - 178 :: 1001

이름 없음

2023-01-21 16:18:32 - 2023-01-28 20:28:28

0 이름 없음 (QEGIQ.a1DY)

2023-01-21 (파란날) 16:18:32

시트어장 : situplay>1596301070>
사이트 : https://lwha1213.wixsite.com/hunter2
위키: http://threadiki.80port.net/wiki/wiki.php/%EC%98%81%EC%9B%85%EC%84%9C%EA%B0%80%202
정산어장 : situplay>1596571072>
망념/도기코인 보유 현황 : https://www.evernote.com/shard/s551/sh/296a35c6-6b3f-4d19-826a-25be809b23c5/89d02d53c67326790779457f9fa987a8
웹박수 - https://docs.google.com/forms/d/1YcpoUKuCT2ROUzgVYHjNe_U3Usv73OGT-kvJmfolBxI/edit
토의장 - situplay>1596307070>

영웅서가 공모전 절찬 진행중!
(상세 공지 : situplay>1596571072>432-433 )

288 태식주 (LbZZ4Rj.u2)

2023-01-24 (FIRE!) 16:57:39

위에꺼 쓰다가 지우고할때 어장 떡밥이 딱 저 주제였어가지고 뜨끔했지

289 강산주 (aFXEsTN8qE)

2023-01-24 (FIRE!) 17:14:36

아...키하노 기사단 얘기 나올때였죠...(끄덕

290 오현주 (gGbD5Glcx6)

2023-01-24 (FIRE!) 17:14:51

심영을 들여다 볼때는 조심해야한다

왜냐면 심영을 들여다 보면 심영도 고자라니

291 여선주 (kDtvYGVuZc)

2023-01-24 (FIRE!) 17:22:33

리갱리갱~ 모하여오

아 저녁 뭐먹지!

292 강산주 (aFXEsTN8qE)

2023-01-24 (FIRE!) 17:23:32

여선주 다시 안녕하세요.

293 여선주 (kDtvYGVuZc)

2023-01-24 (FIRE!) 17:32:33

강산주 하이에요~

항상 저녁거리는 정하기 힘들어용...

294 오현주 (gGbD5Glcx6)

2023-01-24 (FIRE!) 17:32:57

여하

295 여선주 (kDtvYGVuZc)

2023-01-24 (FIRE!) 17:39:18

오하!

다른 분들 연성도 잘 읽었어요!

296 오현주 (gGbD5Glcx6)

2023-01-24 (FIRE!) 18:35:24

재밌게 읽었다면 좋겠네!

297 여선주 (kDtvYGVuZc)

2023-01-24 (FIRE!) 18:47:18

재미있었어요!
이해하긴 힘들었지만요(여선주 영성치 1일것으로 추정되어 논란?)

298 오현주 (gGbD5Glcx6)

2023-01-24 (FIRE!) 19:03:39

글이 잘 이해가 안간다면 아마 글이 낮은 영성치로 쓰여진것...

299 여선주 (kDtvYGVuZc)

2023-01-24 (FIRE!) 19:05:08

아니에용.. 여선주가 영성치가 낮아서 그래용!

뭐한담. 일상 구할까..

300 강산주 (aFXEsTN8qE)

2023-01-24 (FIRE!) 19:21:40

밥 먹고 옵니당!

301 오현주 (gGbD5Glcx6)

2023-01-24 (FIRE!) 19:33:55

난 저녁 준비중이라!

302 여선주 (kDtvYGVuZc)

2023-01-24 (FIRE!) 19:36:11

다들 다녀오세요~

303 강산주 (aFXEsTN8qE)

2023-01-24 (FIRE!) 20:00:07

밥 먹고 왔습니다...!

304 여선주 (kDtvYGVuZc)

2023-01-24 (FIRE!) 20:10:58

리하에요!

305 오현주 (gGbD5Glcx6)

2023-01-24 (FIRE!) 21:05:57

리하

306 강산주 (aFXEsTN8qE)

2023-01-24 (FIRE!) 21:20:01

>>299 앗...뒤늦게 봐서 죄송합니다...!
모바일로 썰 다듬는 중이라...😅

307 강산주 (aFXEsTN8qE)

2023-01-24 (FIRE!) 21:20:14

오현주도 리하!

308 빈센트주 (n/otUJ382Y)

2023-01-24 (FIRE!) 22:35:20

연성을 쓰고있는데... 아무리봐도 늦을거같ㄷㅏ...
내인생... ㅜㅜㅜㅜㅜ

309 강산주 (aFXEsTN8qE)

2023-01-24 (FIRE!) 22:37:26

게이트 - < 해저의 우물 >
동양판타지 풍의 게이트. 입구가 신 한국에 위치하고 있다.
스스로를 '담인潭人'이라 부르는 이종족들이 지배 종족으로, '해왕국'이라는 하나의 통일된 전제군주제 국가를 구성하고 있다.
이들은 피부가 주로 흰색 혹은 회색을 띄며, 머리색은 검고, 체격이나 체형 등이 지구의 인간과 유사하며, 기온이 낮고 일조량이 적은 게이트의 환경에 적응하여 부분적으로 지구의 심해어와 유사한 특징을 가진다. 일반적으로 지구인 비각성자에 비해 냉기와 고압에 강하지만, 또 그만큼 상대적으로 건조하고 뜨거운 기후나 강한 빛에 약하다. 그렇기에 이들이 지구에 가면 눈을 보호하기 위해 너울이나 베일, 삿갓 등을 쓰거나, 대낮에는 안대로 눈을 아예 가리고 시각 이외의 감각에 의존하기도 한다.
수水 속성에 특화된 마도 체계가 발달해 있다. 또한 왕족들은 수 속성에 대한 지배력을 보유하기도 한다.

- 좌정관천(坐井觀天)
한때 해왕국의 담인들은 오만하여 자신들을 위대한 종족이라 여겼다. 그들은 스스로를 '바다 한가운데의 사람들', '해중인'이라 부르기도 하였는데, 이는 자신들이 속한 해왕국이 바다 한가운데 자리잡은 큰 땅의 주인, 즉 세계의 중심이라는 이들의 인식이 반영된 것이다. 특히 왕족들일수록 자신들이 이 세계의 지배자라는 자부심이 강했다.
다른 세상이 존재함을 알게 되고 넘어갈 수 있게 되었을 때도, 그들은 당연하다는 듯이 다른 세상에 자신의 위대함을 알리고 새로운 땅을 차지하기 위해 군사들을 보냈다.
그러나 그 신세계, 지구는 그들에게 결코 호락호락한 곳이 아니었다. 군사들은 패퇴하였고, 겨우 살아돌아온 자들은 신세계에 대해 일제히 증언하였다. '하늘에는 새하얀 불덩이가 떠서 그 불길로 하늘빛을 바꾸고 공기를 뜨겁게 데웁니다. 게다가 듣도보도 못한 기이한 병기나 무예, 마도를 다루는 강자들이 있습니다.'
그러나 해왕국의 지배층들은 다른 생존자들의 증언을 곧이곧대로 믿고 받아들이지 못했다. 그래서 해왕국에서는 이후 두 차례 더 지구에 군사를 보내었으며, 일부 왕족은 '도대체 지구에 뭐가 있길래 저 난리들인 것인지 내 눈으로 직접 보고 오겠다!'며 군대와 동행하기도 하였다. 이로 인해 결국 신 한국의 각성자들이 해왕국의 군대를 역으로 쫓아 해왕국으로 추격해오는 사건이 벌어지기까지 했다.
이러한 계기로 지구와의 접촉이 늘어나면서 해왕국에는 많은 변화가 일어나기 되었다. 어떤 이들은 의념 각성자들의 무력을 목격하고 게이트 바깥을 두려워하게 되었지만, 또 어떤 이들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호기심을 품었으며, 또 다른 이들은 해왕국에서는 보지 못했던 것들에 매료되었다. 또 어떤 영리하고 담대한 자들은, 지구인들과 화친함으로써 이로운 것들을 받아들여 자신들과 해왕국을 더 위대하게 만들고자 하는 포부를 품었다. 해왕국의 권위가 꺾인 것을 못마땅하여 다시 힘을 길러 지구를 정벌하고자 하는 자들도 일부 있었으나, 현재 해왕국에서는 그들보다 지구와 화친하고자 하는 세력이 훨씬 우세한 상황이다.

310 여선주 (kDtvYGVuZc)

2023-01-24 (FIRE!) 22:38:44

오오... 다들 어서오세요!

311 강산주 (aFXEsTN8qE)

2023-01-24 (FIRE!) 22:39:02

세계관 어딘가에 있을법한 게이트 썰을 가져와봤습니다.
이제 남은 한시간은 제출할까 말까 고민하겠네요.

>>308 빈센트주 안녕하세요. 그래도 파이팅입니다!😭

312 ◆c9lNRrMzaQ (I8YfJ0DKAs)

2023-01-24 (FIRE!) 22:41:48

(흐뭇)

313 강산주 (aFXEsTN8qE)

2023-01-24 (FIRE!) 22:42:04

그리고 이건 덤...
설정시 살짝 변경된 부분이 있긴 한데 큰 차이는 없긴 하네요.

-해왕국 제3왕자, 심호
로우포니로 묶은 긴 흑발 머리, 불투명한 청회색 눈, 눈으로 빚은 듯 창백한 피부, 그리고 현대 지구의 복식과는 차이가 있는 동양풍 옷. 검은 너울을 자주 쓴다. (멋져보이려고 쓰는 것도 있지만 지구상의 불빛으로부터 눈을 보호하기 위해서도 있음.)
그를 본 사람들은 눈썹이 굵고 눈매가 고집스런 것이 미리내고 특별반 소속의 주강산과 닮은 듯하다고 하기도 하는데, 강산과 얼굴이 닮고 키가 비슷한 것은 우연인 듯 하다.
이전에 강산과 빈센트를 만났던 시점에서의 나이는 지구식으로 만 15세, 레벨은 25 정도.
수 속성 주력의 마도사. 해왕국 왕실의 비전 마도를 익혀, 의념의 흐름을 감지하거나 상대의 기량을 대강 알아볼 수 있다.
호전적이고 자기 과시적인 성격이었으나, 한편 스스로 발전하고자 하는 의욕이 크다. 과거에 자신을 제압했던 지구 출신의 어떤 강력한 마도사를 따라잡고자 하여 스스로를 갈고 닦는 중이다. 신 한국의 서울에 견문 차 방문하였을 때 미리내고 특별반 학생들과 인연이 닿았던 것을 계기로 조금은 더 겸손해진 듯 하다.

314 강산주 (aFXEsTN8qE)

2023-01-24 (FIRE!) 22:42:52

앗 캡틴 안녕하세요.

315 여선주 (kDtvYGVuZc)

2023-01-24 (FIRE!) 22:43:47

캡하캡하에요~

316 빈센트주 (n/otUJ382Y)

2023-01-24 (FIRE!) 22:49:36

>>312
아니 내 고통이 그리 흐뭇해?!(땡깡)(무논리)

317 태식주 (LbZZ4Rj.u2)

2023-01-24 (FIRE!) 22:50:28

미리미리 했어야지

318 강산주 (aFXEsTN8qE)

2023-01-24 (FIRE!) 22:51:39

심호 왕자의 행적과 출신 게이트 설정은 당시 '우물 안 개구리'라는 속담과 단편소설 <가지 않은 길>에서 영감을 받았었는데, 이참에 한국사 공부했던 걸 떠올리며 지구와 접촉하며 무슨 일이 있었는지에 대해 조금 더 살을 붙여 봤습니다.

근데 이 세계관에선 흔한 얘기일 거 같단 생각도 드네요...
음...모르겠다 일단 참가에 의의를 두고 그냥 낼까...

319 ◆c9lNRrMzaQ (I8YfJ0DKAs)

2023-01-24 (FIRE!) 22:52:18

저어는 2주에 연휴까지 끼어드렷는대오

320 강산주 (aFXEsTN8qE)

2023-01-24 (FIRE!) 22:53:11

>>316 다른 분들도 참가하시는 걸 보고 보인 반응일 수도 있어요...😅

321 빈센트주 (n/otUJ382Y)

2023-01-24 (FIRE!) 23:00:52

>>319
그러게 나 2주+연휴동안 뭐했지

2주동안 연초 업무폭증+인사이동+그를 땜빵하기 위한 야근 3콤보에 시간이 터져 죽어버리고
연휴때는 친가외가 뺑뻉이 돌았네
설날은 어디가서 잔소리 듣는날이 아니라 전국민이 집에서 잠자는 날이 되어야한다...

322 ◆c9lNRrMzaQ (I8YfJ0DKAs)

2023-01-24 (FIRE!) 23:04:11

외근 + 야간업무 + 신입교육에 외부문제 수습 + 개인사정에 30대에서 오는 결혼 압박 + 요리 보조에 강원도부터 부산까지 다녀온 사람도 있단다..

323 강산주 (aFXEsTN8qE)

2023-01-24 (FIRE!) 23:06:17

>>321-322 두 분 정말...고생하셨어요....😭😭😭😭😭😭

324 준혁주 (H6DBPpDv/w)

2023-01-24 (FIRE!) 23:16:06

게이트 - 익사

게이트 입장시, 3일후에 침몰하는 유람선의 승객으로 행동하게 된다.
재현형 게이트이기에 의념의 능력을 사용할 때 마다, 침몰하는 시간대가 앞당겨지고
다른 승객들이 의념각성자를 수상한 사람으로 취급하기 시작한다.

입장한 사람들은 각각, VIP룸 승객, 유람선 악단 연주자, 갑판원, 평범한 승객 등으로 역할이 주어지며
각자 자유롭게 행동해도 상관은 없으나 3일 이내로 침몰 해야하는 운명을 개변시키면 게이트 클로징에 성공한다.

이런 운명을 알고 있음에도, 게이트 내부 사람들에게 설명을 할 땐
사람들은 이런 커다란 유람선이 도대체 어떻게 침몰하냐고 헛소리 취급하니
3일의 시간동안 최대한 많은 사람들과 친분을 쌓아 최종적으로 여론을 침몰 할 수 있다는 쪽으로 이끄는게 정상적인 방법.

유람선에 탄 여러 승객들은 지질학자, 연기자, 정치인, 가수 등 상황에 따라 도움이 되어줄 수 있는 사람들이 있지만
반대로 여러 인간관계가 뒤섞여 있기에, 한쪽과 친해질 경우, 다른 한쪽과는 적대관게가 될 수 있다.
(ex) 정치인은 가수와 약혼관계 이기에, 가수를 설득할 경우 당신을 질투하여 적대적으로 돌변한다)

만약 3일내로 유람선의 사람들을 설득하는데 실패하고, 유람선이 침몰하기 시작한다면
최대한 많은 사람을 안내하고 구조하는 형태로 임무가 변경된다.
게이트 공략은 실패하지만, 구조하는데 성공한 사람의 수 만큼 보상이 주어진다.


침몰하고, 다시 3일전으로 돌아가 항해를 시작하는 유람선은 또 다시 3일간의 항해를 준비한다.

325 강산주 (aFXEsTN8qE)

2023-01-24 (FIRE!) 23:19:52

준혁주도 뭔가 준비하고 계셨군요?!

326 ◆c9lNRrMzaQ (I8YfJ0DKAs)

2023-01-24 (FIRE!) 23:20:29

다들 나름대로 재밌는 설정들이구만

12시 땡하면 이제 투표 시작이라구

327 여선주 (kDtvYGVuZc)

2023-01-24 (FIRE!) 23:31:58

흥미로운 설정들...!

328 강산주 (aFXEsTN8qE)

2023-01-24 (FIRE!) 23:35:13

>>324 오...영화 타이타닉 생각나네요...
승객들의 인간관계를 고려해야 한다는 점에서도 흥미로운 과제를 제시하는 게이트인 듯한...

>>326 에, 엣?! :0 (투표의 존재를 망각하고 제출한 사람)

329 준혁주 (H6DBPpDv/w)

2023-01-24 (FIRE!) 23:36:37

이걸 낼까 말까 고민한 이유

분명 캡틴이라면 비슷한 게이트가 있음

330 강산주 (aFXEsTN8qE)

2023-01-24 (FIRE!) 23:43:18

>>329 그렇지만 제것보단 비슷한 게이트가 적을 것 같아 보이는데요!

331 빈센트 - 이벤트연성 1 (n/otUJ382Y)

2023-01-24 (FIRE!) 23:54:39


온 생명이 추위 속에서 느리게 시들다 스러지고, 노랗게 질린 시신들 위에 흰색 커튼이 내려와 모든 것을 덮는 계절이었다.


한해살이 식물과 벌레에게는 힘겹게 뿌리내린 세상의 고통스러운 종말이었고, 수십년을 사는 인간들에게는 지난 한 해를 되돌아보고 다음 한 해를 준비하는 무대 뒤의 침묵이었고, 수백년을 사는 나무에게는 잠시 깊게 잠드는 시간이었다. 하지만, 이 세상 수십억의 생명이 바라보는 수십조의 관점과는 다르게, 이상한 무언가가 이 추운 세상에 발을 딛었다.


"...헤."


느리게 시들다 스러지는 세상에서, 그것은 꼿꼿이 서서 살아 있었다. 노랗게 질린 시신들이 흰색 커튼에 쌓일 때, 그것의 붉게 물든 점막에 내린 커튼은 물방울이 되어 그것의 붉은색을 입었다. 이 겨울을 세상의 종말이라 부르건, 겨울이라 부르건, 깊은 잠이라 부르건, 그것과는 전혀 상관이 없었다.


그저 숨고, 변하고, 죽이고, 먹을 뿐. 이것에 시들고 스러지며 노랗게 질리는 세상의 시간이 끼어들 여지는 없었다.


"...뭔가 이상한데. 살려줘. 지원을 요청한다. 저게 뭐지... 이게 다 무슨 말들이야. 바보들."


그것은 여러 사람의 목소리를 흉내내며 날리는 눈발을 지켜보았다. 굵은 남성의 목소리, 가녀린 아이 목소리, 쌕쌕대는 노인 목소리, 그리고... 마지막으로 죽였던 한 아이의 목소리. 아이의 목소리를 따라하고 다시 비웃은 순간, 그것의 발성 기관에서 종양이 자라나더니, 퍽 터지며 수천개의 돌기들이 드러났다. 피를 질질 흘리는 돌기들은 서로 뭉쳐서, 그것이 잡아먹은 인간의 얼굴을 만들어냈다.


이곳 인간들은, '그것'이 그동안 다닌 곳 중에서 정말 재미있는 곳이었다. 쓸데도 없고 재미도 없는 개념들(이른바 "도덕", "의념 파장", "헌터", "가디언" 등등)을 너무 많이 만든 것만 빼면 말이다. '가디언'과 '헌터'라는 것들은 확실히 위험한 느낌이 나서 피했다. 하지만 다른 이들은... 약한 주제에 아무런 걱정도 없이 마구 돌아다녔다. 그리고, 그것이 일주일 전에 잡아먹은 것들 중에는 붉은 머리의 여자아이가 있었다.


"저게 뭐지. 이상해."


그것은 그 아이가 했던 말을 그대로 따라했다. 눈발 휘날리는 거리에 끈적한 점액을 남기며 지나가던 그것을, 그 아이가 발견하고 말했다. 그리고 그게, 그 아이가 말한 마지막이었다. 그것은 그 아이의 살을 갈랐고, 그 아이의 몸 속으로 파고들어 속에서부터 먹어치웠다. 남은 건 그저 그녀의 속살처럼 붉은 머리칼 몇 올뿐이었다.


"..."


그러고보니, 그것은 자신이 또다른 모습으로 변할 때임을 깨달았다. 약한 이들 가운데서 난 "가디언"과 "헌터"에게 쫓기지 않으려면 냄새를 바꿔야 했다. 그들은 그것의 몸에서 나는 강한 냄새는 못 맡지만, 같은 모습으로 사냥을 반복하면서 생기는 죽음의 냄새는 잘 맡았다. 그리고, 오늘자로 10명을 죽였으니, 다른 가면을 쓰고 냄새를 바꿀 차례였다.


"지원 요청... 세상아 망해라... 우월을 증명하라..."


'그것'이 자신이 집어삼키고 소화한 모든 것들을 반추하며, 그것의 정신이 그렇듯 온 몸에 그것이 집어삼킨 것들의 얼굴이 드러나고, 그것이 각각 제 목소리를 냈다. 총이 소용없다는 것을 깨닫고 지원을 호소하던 경찰의 얼굴, 자신의 가치를 알아주지 않는 세상을 저주하다가 맛있는 고깃덩이라는 가치를 찾게 된 청년의 마지막 저주, 우월을 증명하라면서 정말로 허약했던 다윈주의자. 그 많은 것들의 얼굴이 생겨났다가 지나갔다.


그 수많은 사냥을 되새기니, 어느새 냄새가 나는 것 같았다. 경찰에게서 나던 갓 세탁한 직물의 화학물질 향기, 청년의 온 몸에서 뿜어져 나오는 알코올의 쓴내, 그리고, 다윈주의자에게서는 맡을 수 없는 강자, 못해도 "헌터"에서 최대 "가디언"의 냄새...


엄청난 강자의 냄새.


여기서 맡으면 안 되는 냄새에, 그것이 만들어냈던 수많은 얼굴들이 동시에 당황했다. 뭔가 잘못되었다. 강자가 근처에 있다. 도망쳐야 한다. 당황이라는 감정이 입력되자, 생존 본능이라는 컴퓨터가 '도망'을 제시했다. 그리고, 부정형의 육신이 노출 면적을 최소화하면서 가장 빠른 속도를 낼 수 있는 형태로...



철퍽!



...변하지 못하고 쓰러졌다. 그것은 난데없는 격통에 비명을 지르며 꿈틀댔다. 몸이 두 개로 조각난 것 같은 감각에, 눈이 달린 반대편으로 또다른 눈을 만들어 보니, 그것의 육신이 알 수 없는 무언가에 으깨져서, 정말 두조각이 나 있었다. 저렇게 박살난 몸은 당장 붙일 수 없으니, 그것은 도망을 택했다.


"명중탄. 살상 실패."


"차탄 장전해. 추격한다."


증폭된 청각에, 강한 자들의 대화가 들려왔다. 그것은 싸운다는 생각은 하지도 않았다. 자신의 몸을 간단하게 으깨버린 놈들에게서 도망치는 건 몰라도, 싸운다고? 그것은 이 세상에서 죽고 싶지 않았다. 그것의 그 무엇도 죽음을 바라지 않았다.


"묶었어."


하지만, 그것에게 붙잡혔던 먹잇감들에게 그랬듯, 바람이 구원을 가져다주지는 않았다.


온 몸이 무언가에 묶인 느낌이 들었다.


그리고 묶인 느낌은, 가늘지만 단단하고, 얇지만 예리한 실이 온 몸을 파고들며 고통의 가면을 썼다.



그리고, 표면을 파고든 실은 온 몸과, 장기와, 골격까지 파내려 들어갔다. 수십개의 실이 수백개의 얽힘을 만들고, 그 얽힘 속에서 모든 것들이 무의미하게 잘렸다. 무의미하게 잘린 몸뚱아리는, 잡아줄 다리도 무엇도 없는 채, 다른 모든 것과 분리되어 허공을 빙글빙글 돌았다.



한번 돌면, 하늘 위로 떠오르는 핏방울이 보인다.


두번 돌면, 잘려나간 모든 것들의 단면이, 그것이 세상에 그리는 붉은 선들이 보인다.


세번 돌면, 핏방울과 살결이 흐릿해지는 너머에, 제 피로 붉게 물든 실이, 그 실로 죽음을 직조한 여인이 보였다.



네번 돌면, 털썩. 죽어가는 그것을 품어준, 서늘할 정도로 흰 눈이 그것의 시선까지 품는다.



수십개의 몸뚱이들은 제멋대로 꿈틀댔다. 해체된 수십개의 몸에서, 수십개의 생각들이 튀어나온다. 그 생각들을 겨우 그러모을 찰나, 몸뚱이처럼 도로 해체된다. 그야 당연했다. 이 상황에, '살아야 한다' 빼고 다른 무슨 생각이 있겠는가. 그것은 이리저리 꿈틀거리며, 강자의 냄새를 피하려고 했다.


"엘모. 대상이 도주하려고 한다. 확인 사살 좀 도와줘."


"뭘 쏴야지?"


"전부."


말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그것의 몸뚱이 하나가 흉탄에 뚫렸다. 단말마 내지 못하고 멈춘 몸뚱아리는, 더 이상 움직이지 않았다. 다른 것들도, 기이한 실에 정성스레 묶여서, 살아있는 생명이 아닌 무의미한 유기질 결합체가 될 때까지 갈렸다. 아직 남아있던 그것들은, 고통에 짓눌린 근육을 꿈틀거리며, 다른 것들이 죽기를 바라며 움직였다.


살려줘, 죽기 싫어, 갈려나간 다른 몸뚱이에서, 그런 쓸데없는 생각은 잘만 나왔다. 다른 것들이 전부 죽는 동안, 마지막으로 살아남은 그것은 설원의 절벽까지 기어갔다. 절벽에서 떨어져서 터져 죽기, 뒤에서 다가오는 강한 놈들에게 살해당하기. 양쪽 모두 본능적인 공포심이 거부하는 방법이었다. 하지만 그 때, 그것을 사냥하던 이가 도움을 주었다.


"이런 씨ㅂ"



퍽! 마지막으로 남은 '그것'의 몸통 가장자리에 총탄이 박히고, 그 충격에 밀려난 그것은 절벽 너머로 떨어졌다.


비록 그것이 이 세계의 물리법칙(중력 가속도, 상대성 이론, 그 외 기타등등)에는 무지했으나, 저 큰 나무들마저 조그맣게 보일 정도로 깎아지른 절벽에서 떨어진 뒤의 몰골은 잘 알고 있었다. 이제 정말로 마지막이다. 어떤 현실 부정으로도 죽음을 거부할 수 없게 된 정신이, 그것이 보고 듣고 맡았던 모든 것을 떠올렸다.


처음 보았던 이 세상의 하늘, 처음으로 입에 물었던 노인의 살점, 마지막으로 잡아먹은 붉은 머리 소녀... 생각은 거기까지였다. 출혈이 너무 심한 나머지 생각이 더 이상 이어지지 않았고, 더 이상 생각과 행동을 분리할 수도 없었다. 그리하여, 마지막 생각이자 행동은, 잡아먹은 그 소녀의 모습이 되어서...


"...저게 뭐지."


올 것이 오게 두었다.



332 빈센트 - 이벤트연성 2 (n/otUJ382Y)

2023-01-24 (FIRE!) 23:55:05


차갑다. 아프다.


살가죽으로 덮인 뺨에 맺히는 눈송이가 차가워 눈을 떴다. 시시포스의 바위처럼, 힘겹게 눈동자를 굴리면 까질대로 까진 손바닥이 보였다. 추위와 상처에 빨갛게 퉁퉁 부어오르고, 선혈의 습지가 된 상처에는 더러운 흙과 나무조각이 박혀 있었다. 그리고, 한없이 끔찍해진 그 모습으로, 점점 몸에서 열이 빠져나가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아파... 아파..."


눈 내리는 겨울은 잔인하다. 불꽃을 발하는 횃불이건, 그저 안 죽게 제 몸이나 겨우 덥히는 체온이건, 따뜻하지 않은 모든 것들은 이 세상에 제 얼굴을 들이미는 것조차 금지되었으니. 그리고 이 겨울이, 이제는 소녀의 탈을 덮어쓴 이 괴물을 차갑게 덮을 시간이었다.


눈을 뜨는 것조차 힘겨운 이 몸짓으로 뒤를 바라보았다. 정신을 잃은 사이에, 어떻게든 기어왔다는 표시가 도로에 나 있었고, 눈은 그 표식을 아무것도 아니라는 듯 덮어 버렸다. 그것은 노력했다. 어떻게든 살아남으려고 발버둥쳤고, 그 무시무시한 강자들에게서 마지막까지 살아남았다.


하지만 그것으로 끝이었다. 그것이 여태껏 잡아먹었던 것들은, 나름대로 머리를 쓰기도 했고, 그것이 생각하기에 꽤나 기발했던 방법을 생각하기도 했지만, 결과는 똑같은 죽음이었다. 그리고, 그것은 수십개로 갈린 제 몸뚱아리를 끌어서 이곳까지 왔지만, 죽음은 죽음이었다.


"...흐으..."


모든 것이 끝났다는 생각에, 생존 본능마저 체념에 동의하고 침묵한다. 이전에는 생존본능을 추동했을 고통은, 이제 고통 그 자체로만 남아 그것을 괴롭히고 있었다. 아무도 신경쓰지 않은 이 세상의 마지막 순간에, 그 고통만은 홀로 남아 그것을 괴롭게 했다.


"으으..."


이 고통이 싫다. 차라리 아까 죽었다면, 이 고통은 느끼지 못했을 텐데. 그렇게 생각하던 그것의 후각이, 강한 자의 냄새를 맡았다. 가디언, 아니면 헌터. 아까 전이었다면 공포에 떨었겠지만, 지금은 그 냄새에, 자신의 파멸을 기대하는 것이다.


"..."


"..."


그것은, 소녀의 맑은 눈동자로 자신의 파멸을 올려다보았다. 초췌해진 사내의 얼굴주름 사이로, 쓰디쓴 술 냄새가 보였다. 얼굴주름을 거슬러 올라가 마주친 눈동자는, 텅 빈채로 그것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그것은, 그 눈동자를 보았다. 저 강한 놈이라면 날 죽일 수 있을 것이다. 가디언이 아니라 헌터라도 좋다. 최대한 고통스럽지 않은 방식으로...


그리고, 남자가 손을 뻗었다. 남자의 손이, 이 세상의 눈발이나 다름없게 차가워진 그것의 목을 잡았다. 그리고, 점점 느리게 멎어가는 혈관의 울림을 느꼈다.


따뜻했다. 그리고 편안했다. 이 느낌은 왜일까? 당장이라도 그것의 목을 붙잡아 뒤틀거나, 아예 뽑아버릴 수 있는데도, 그 손길이 이상하게 좋았다. 그것을 내려다보던 남자는, 만신창이가 된 그것의 목에서 손을 뗐다. 그리고, 그것에게 기대한 것과는 다른 것을 주었다.



"..."


다시는 느낄 수 없을 거라 생각한 따뜻함 속에서, 그것은 입을 다물었다.


차가운 세상 속에, 이 남자가 만든 작지만 따뜻한 세상에 들어온 그것은, 지금 이 상황을 받아들이기 힘들었다.


치료 키트라 적힌 것이 그것의 가슴 위에 꽂혀있다. 그리고 남자는 그것의 체온을 재더니, 정상으로 돌아왔다고 안도하고는 일어났다.


남자는 이 방에서 유일하게 차가운 상자에서 병 하나를 꺼내고, 뚜껑을 따서 그대로 들이켰다. 양동이에 물 쏟아붓듯 아무 거침도 없이 쓴내 나는 무언가를 들이킨 남자는, 그것을 내려다보았다. 그것의 상태를 위아래로 훑어본 남자는, 한숨을 쉬더니 그것을 도로 들어서, 물이 나오는 곳으로 데려갔다.


"좀 차가울 거야."


구부러진 쇠파이프에서, 차가운 물이 쏟아졌다. 길도 없는 숲속을 절박하게 헤치고 나간 갈색의 증거가, 손에서 점점이 떨어져나갔다. 남자는 그것에게 상황을 이해할 틈도 주지 않고, 이상한 냄새가 나는 빨간색 물을 상처에 바르고, 반고체의 연고를 그 위에 또 바른 다음 붕대를 칭칭 둘러맸다.


"..."


"이 정도면 당장 살아남는 데에는 지장이 없을 거야. 내일이면 의사가 왕진을 올 테니, 조금만 버텨봐."


그것은 남자의 의중이 무엇인지 생각해보았다. 그것의 머릿속은 먹느냐 먹히느냐, 죽느냐 사느냐밖에 없었다. 오직 그것만을 생각하고 살아왔는데, 전혀 다른 것이 꽂히니 어떻게 반응해야 할 지 알 수 없었다. 그저, 죽음에 대한 기대가 다시 공포로 돌아가는 것을 생각하면서 계속 굳어있을 뿐.


"...말을 못 하는 건가?"


"..."


어느새, 그것은 옷가지들 앞에 서 있었다. 남자는 옷장에서 대충 꺼낸 옷이라면서, 입으라고 손가락으로 짚어 주었다.


"입어. 맞는지는 모르겠지만."


"..."


입어? 입으라고? 그것은 옷가지를 든 채 가만히 서서, '입다'는 행위를 생각해보았다. 그것은 한번도 옷을 입은 적이 없었다. 그것이 사냥했던 것들이, 사냥당하는 순간에 옷을 입거나 벗는 것을 보았지만, 막상 그것이 옷을 입어본 적도, 벗어본 적도 없었다. 만약 다른 옷을 입어야 하는 순간이 오면, 그냥 다른 사람으로 변해버리면 그만이었다.


"...저기. 마음에 안 드나?"


소녀의 손가락이, 옷을 꽉 쥐었다. 상대의 의사를 모르니, 무엇을 해야 할 지 모르겠다. 죽음의 기로를 벗어나니, 더 이상 죽음이 반갑지 않았다. 변해서 도망치려고 해도, 힘이 너무 빠진 나머지 도망칠 수도 없었다. 그래서 가만히 서 있기만 하는 그것에게, 남자가 가까이 다가갔다.


"어디서 뭘 했는지는 모르겠지만, 충격이 심했나보구나. 기다려 봐. 옷은..."


남자는, 그것에게 옷을 입혀주었다. 맞는 소매에, 맞는 팔다리를 집어넣는, 그 기초적인 행위. 너무나도 기초적인 나머지, 남자는 그것을 가르치는 것에도 애를 꽤나 먹었다. 하지만 그런 그와 그것을 돕는 유일한 위안거리가 있었다면, 옷의 치수가 그것이 취한 형상에 잘 맞았다는 정도다.


"..."


"그럭저럭 잘 맞는구나."


옷 입기가 끝나고 나서, 그것은 이 상황을 깨달았다.


저 남자는 강자의 냄새가 났지만, 그것의 정체는 깨닫지 못했다.그러니까 조금만 더 힘을 비축하면 바로 도망쳐야겠다. 체념에 잠들었던 생존 본능이 깨어나서 대안을 제시하고, 그것이 받아들이려고 했다. 하지만, 궁금해졌다. 이 사람은 왜 그것을 도와줬을까. 그것의 정체를 모르더라도, 왜, 어째서?


"입에 맞아야 할 텐데."


그리고, 남자는 그것의 앞에 식사를 가져다 두었다. 사람을 산채로 포식해왔지만, 이런 음식도 급하면 집어삼키곤 했고, 당연히 먹을 수 있는 음식임은 알았다. 그것은 소녀의 눈으로 남자를 바라보았다. 그리고, 소녀의 눈썹이 찡그려지며, 그 속에 숨은 그것의 감정을 여과 없이 표현했다. 당황스러움, 혼란스러움, 그리고... 호기심.


"먹기 싫나? 하지만 먹는 게 좋을 거야. 그래야 상처가 빨리 나을 거고... 그보다도, 영양실조로 죽을지도 몰라."


"...왜..."


"음?"


그것은, 자신이 관찰했던, 추적했던, 집어삼켰던 사람들의 유언들을 헤집었다. 비록 그것이 인간들의 말을 제대로 배우지는 못했지만, 듣는 것 정도는 할 수 있었고, 말도 누군가 한 말을 그대로 따라하는 것은 얼마든지 가능했다. 물론 그대로 따라하는 것과 자신의 생각으로 말을 빚어내서 뱉는 건 달랐기에, 그것은 머릿속을 뒤져서 맞는 말을 찾아냈다.


상대가 왜 그러는지 모를 때. 그리고 알고 싶을 때, 상대에게 이유를 묻는 말.


"...왜?"


왜. 사람들은 그랬다. 어디에 못 들어가게 할 때, 누군가에게 무언가 줄 때. 그런 행위의 이유를 이해할 수 없으면 '왜'라고 말했지. 그것들을 참고한 괴물이 왜라고 묻자, 맞은편에 앉은 남자는 그 이야기를 듣고 굳더니, 잠깐 생각하는 시간을 가졌다. 그리고, 침묵이 무거워지려는 순간, 남자가 말했다.


"그야. 네가 죽어가고 있었으니까, 도와줘야 했어."


죽어가고 있으니까, 도와준다. 그 이야기에, 괴물의 눈이 크게 뜨였다. 괴물의 삶은 어땠는가. 죽어가고 있으니까 잡아먹었다. 오늘은 쉽게쉽게 일이 풀린다고. 그렇게 생각했다. 하지만 남자는 아니었다. 남자는 죽어가는 이를 보면, 어떻게든 도와주고 살려준다. 괴물의 세상이 의문을 품고, 인간의 세상이 답한다.


하지만 괴물의 물음은 인간의 답으로 해결할 수 없었고, 그저 혼란을 가져올 뿐이었다. 대답은 또 다른 혼란과 궁금함. 하지만 그것이 멈춰있다고 세상의 시간까지 멈추지는 않았고, 뜨거운 음식에서 김이 올라오는 것을 바라보던 남자가 물었다.


"그래서, 안 먹을 건가?"


"...아니. 아니."


그것은 숟가락을 들었다. 옷을 입는 것과는 다르게, 대충 주먹으로 숟가락을 잡는 것 정도는 따라할 수 있었다. 그것은 인간의 입으로, 음식을 먹었다.


욱, 욱, 이상한 소리를 내며 수프를 우겨넣는다. 인간을 산 채로 붙잡아서 수천개의 입을 만들어 뜯어먹는 것보다 훨씬 불편했다. 하지만, 지금은 그럴 힘도 없었고, 그랬다가는 눈 앞의 남자에게 찢겨 죽을 것 같아서 말없이 먹었다. 심적으로나, 신체적으로나 불편한 식사가 끝났다.


"차마 못 먹을 정도로 끔찍하진 않았나보네. 다행이야."


그래도 식사는 식사라고, 몸에 힘이 돌아왔고, 좀 더 따뜻해졌다. 그것도 만족스러운 포식 이후 찾아오는 포만감은, 그것도 익숙하게 느껴온 무언가였다. 소녀의 입꼬리가 올라가는 것을 보자, 남자도 덩달아 웃었다. 그리고, 남자는 그것에게 물었다.


"그래... 그럼 배도 채웠겠다, 이건 물어봐도 되겠지. 이름이 뭐지?"


"...이름..."


이름. 그것은 이름이란 게 없었다. 이름이 무언지는 알았다. 이 세상에 인간이 너무 많아서, 서로 알아보려고 붙이는 무언가. 하지만 그것은 태어나서 혼자였다. 그것은 굳이 이름을 붙여서 불러야 할 동족도, 아니면 말이 통하는 무언가도 없었다. 그렇기에, 그것은 이름도 없었다.


"..."


다시 침묵. 남자는 그것의 상태를 조심스레 살피더니, 한숨을 쉬고 그것의 곤란을 덜어주었다.


"그래. 이 세상에는 너 같은 사람이 많아. 이름도 없이 살아오거나, 아니면 이름이 있어도 잊어버려서 누구한테 말을 못 하는 사람. 정말 힘겨운 세상이니까... 다 그렇지. 다 그래. 하지만... 그래도, 사람에게는 이름이 있어야 해."


남자는 잠시 고민하는 듯 턱을 쓰다듬더니, 그것을 바라보았다. 그리고...


"네가 네 이름을 되찾거나, 아니면 이름을 바꿀 때까지... 네 이름은 일단 '힐데'로 하자."


그것을 '힐데'라 불렀다. 그것이 눈을 크게 뜬 사이, 남자는 자신의 이름도 밝혔다.


"내 이름은 베버. 베버라고 부르면 돼."


"...베버..."


그것, 아니, 이제 힐데라는 이름을 부여받은 소녀는 베버를 바라보았다. 베버, 베버, 베버. 그 이름을 입 안에서 굴리던 힐데는 곧이어 제 이름도 굴렸다. 힐데. 힐, 데. 힐 ㅡ 데. 힐데는 괴물 같은 본모습을 소녀의 몸 안에 숨겨놓고 자신에게 일어난 변화를 떠올렸다.


엄청난 강자 두 명에게 추격당해서, 온 몸이 갈려나간 상태로, 겨우 한 인간의 모습을 본따서 추락했다. 정신도 못 차리는 사이에 어떻게든 길 위로 기어 올랐고, 거기서 누군가가 구해주었다. 그리고 구해준 누군가는 음식까지 대접하고, 힐데라는 이름을 주고, 베버라는 자신의 이름을 가르쳐주었다.


그렇게, 괴물은 힐데라는 소녀가 되었다. 이 변화가 싫지는 않았다. 먹거나, 아니면 먹히거나의 두 가지 선택지만 있던 세상에 또다른 지평이 찾아왔고, 호기심이 그것을 힐데의 모습으로 계속 붙잡고 있었다. 힐데는 조심스레 베버를 바라보았다. 아주 잠시만, 아주 잠시만 이 상태로 있어도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해서, 베버는 힐데라는 소녀를 거두어들였다. 그리고 괴물은 힐데로서 베버 아래에 들어갔다.





"그래서. 힐데. 그래. 거기에 팔을 넣어. 그렇게."


"힐데. 먼저 얼굴을 물로 한번 씻어야지."


"숟가락을... 그렇게. 됐어. 아니, 아냐."


베버와 힐데의 생활은 계속 이어졌다. 베버는 힐데에게 이것저것을 가르쳐주었다. 혼자서 옷을 입는 법, 베버의 도움 없이 알아서 씻는 법, 숟가락을 제대로 쥐는 법. 괴물이 아닌 인간이라면, 당연히 배워야 하는 무언가였다.



"그러면, 한번 닦아 봐. 그래. 그게 닦는 거야."


"그 수세미로 접시를 닦으면... 이런. 다친 데는 없어?"


그리고 힐데는 베버의 감독 아래 사람이 행동하는 방법을 배웠다. 처음은 식사를 끝마치고 탁자를 닦는 것으로 시작했다. 그 다음은, 접시를 여러개 깨가면서 설거지라는 것을 배웠다. 설거지 다음은 세탁기를 돌리는 방법, 간단한 음식을 만드는 방법 따위를 배웠다.


"...식탁 닦고, 설거지 했고, 세탁기 돌렸고, 응... 청소."


"잘했어. 힐데. 정말 잘 했어."


힐데는 베버가 가르쳐주었던 모든 것을 해냈다. 베버는 자신이 이뤄낸 기적을 보고 씩 웃으며, 누구한테 하는 것인지 모를 칭찬을 던졌다. 잘 했다, 앞으로도 계속 그렇게 해줘, 그 이야기를 듣자, 힐데는 저도 모르게 웃었다.


칭찬, 누군가의 행동이나 면모에 동의하고 격려하는 행위. 힐데 이전의 삶, 그저 식욕과 생존 본능만이 존재하던 삶에는 아무런 연관도 없는 무언가였지만, 지금은 힐데가 본래 자신이 누구였는지를 잠시 잊을 정도로 기분이 좋았다.


식욕과 생존 본능이 충족된 곳에서, 계속 안정적이고 익숙한 환경에서 살고 싶은 욕구를 베버가 채워주었다. 그리고 인간 사냥보다도 더 어려운 무언가를 해낸 힐데에게는, 이제 인정받고 싶은 욕구가 생겨났다. 누군가에게 인정받는다. 그 이전의 삶에서는 알 수 없던 미지의 기쁨을 좇아서, 힐데는 조금 더, 조금만 더 힐데로 살기로 했다.




333 빈센트 - 이벤트연성 3 (n/otUJ382Y)

2023-01-24 (FIRE!) 23:55:17


이외에도 베버는 많은 것들을 알려주었다. 읽기, 쓰기, 기초적인 사칙연산은 베버가 직접 가르쳤다. 하지만 몇 가지는 베버가 말로 가르치는 게 아니라, 자신의 행동으로,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가르쳤다. 추운 날에는 수도꼭지를 틀어서 배관이 어는 걸 막는다던지, 눈이 너무 오면 길을 막지 않게 삽으로 눈을 퍼낸다던지. 그리고 베버는, 행동으로 자신이 무슨 삶을 사는지도 알려주곤 했다.



"네, 말씀하시죠. 그렇습니까... 알겠습니다."


"힐데. 좀 나갔다가 올게."


"젠장, 하필 지금..."



베버는 누군가에게 일감을 받아서 가끔씩 자리를 비우곤 했다. 베버는 강한 자였지만, 웬지 자기보다 더 강한 자들에게 붙잡혀서 이리저리 끌려다니는 것 같았다. 듣고 싶어서 일부러 들은 건 아니지만, 이런저런 이야기들을 들으면서 알게 되었다.



"네? 거기는 몇 주 전에 푀베 길드에서 소탕한 곳 아니었습니까? 하... 그 녀석들 일처리가 그러면 그렇지. 알겠습니다. 즉각 출동하죠."


"고블린 수백마리... 아뇨. 못 할 건 없습니다. 일단 시간을 좀 주시죠."


"그래. 킴. 올 때 치료키트 좀 가져와줘. 내 쪽은 멀어서 어디를 들르고 그럴 시간이 안 날 것 같아."



베버는 강자, 그 중에서도 '헌터'라 불리는 강자였다. 일감이 들어올 때는 항상 나가서 일을 했다. 어느 날은 웃으면서, 어느 날은 씁쓸한 얼굴로 들어왔다.


"다녀왔어. 힐데."


"...다녀왔어. 오늘은... 영 안 좋군."



베버가 사냥하는 것들은 대부분 다른 세계에서 온... 괴물들이었다. 고블린, 오크, 카드 병정, 마녀 따위의 것들. 그것들의 이름이 베버의 입에서 나올 때마다, 힐데는 잠시 잊고 있었던 자신의 본모습을 떠올리며 작게 떨었다. 힐데 앞에서 식사를 하던 베버는, 힐데의 모습을 보고 물었다.


"...힐데. 무슨 일 있니?"


"...없어요."


힐데는 고개를 저었다. 베버에게 사람의 말을 똑바로 배운 힐데는, 그런 게 없다고 말했다. 거짓말이었다. 힐데는 걱정하고 있었다. 자신의 정체가, 베버가 사냥하던 그 수많은 괴물들이나 다름없음을 알까봐. 그렇게 되면, 베버가 죽일 것 같았다. 베버가 자신을 죽이려고 달려드는 것을 생각하자, 인간의 그것을 본딴 심장이 쿵쿵 뛰었다.


"정말이지? 힐데. 힐데?"


"...으..."


그리고, 힐데의 본모습을 목격한 베버가 느낄 배신감과 충격을, 그 끝에 지을 표정을 생각하자, 힐데는 저도 모르게 신음을 흘렸다. 다시 한번, 힐데는 고개를 저었다. 이번에도 베버의 걱정을 떨쳐내려는 마음은 같았다. 하지만...


베버의 손에 죽기 싫다. 베버의 슬픈 얼굴을 보고 싶지 않다. 베버와 떨어지고 싶지 않다.


그렇게 되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도, 분명 힐데의 고개를 좌우로 돌렸으리라.



그렇게 해서, 힐데는 아무렇지 않게 행동하는 법을 배웠다. 어차피 고블린이나 오크나 다른 무언가나, 결국은 다른 세계에서 왓다는 것을 빼면 힐데와는 아무런 연관도 없었으니까.


겨울이 끝나고 봄쯤 되니, 베버에게 몸 조심하라고 말하고, 괴물을 죽이는 이야기가 나와도 눈 하나 깜짝하지 않는 법을 배웠다. 그리고 괴물 이야기에 관심을 기울일 시간에, 베버의 칭찬을 들을 방법을 고민했다.


"...더러워."


그래서 힐데는, 평소 잘 청소하지 않는 곳까지 전부 청소하기로 마음먹었다. 먼지가 세월과 함께 쌓여 잠든 침대 밑에 걸레를 밀어넣었고, 세상 빛을 본 지 너무 오래된 접시들도 꺼내 한번 더 닦았다. 지어진 이래 한번도 청소하지 않은 것 같은 창고도 정리하고, 빨래를 널 공간이 남아나지 않을 때까지 빨래를 돌렸다.


혹시 베버가 일찍 돌아올까, 힐데는 자신의 본모습을 조금 드러내 일을 거든다는 생각은 하지도 않았다. 베버에게 있어 힐데는 우연히 만나서 거둔 소녀였고, 힐데는 베버가 자신을 계속 그렇게 생각해주기를 원했으니. 방안 곳곳에 숨어있던 일거리를 끌어내서 처리하자, 그만큼의 시간이 흘렀다.


그리고, 이제는 베버가 돌아와 그녀를 칭찬해줄 시간.



"...크윽... 힐데... 젠장..."


"베버? 베버?!"



하지만 그런 시간은 오지 않았다. 대신, 만신창이가 된 베버를 맞이했을 뿐이다. 힐데는 베버를 붙잡아서, 그대로 들어 침대로 옮겼다. 베버가 가볍게 느껴지니 오히려 더 무서웠다.


"윽... 오늘은 좀... 심했어..."


"베버, 베버, 베버!"


힐데는 베버의 상태를 살폈다. 머리를 칭칭 감은 붕대는 곳곳이 검은 피로 물들었다. 가슴에 두른 붕대는 마치 처음부터 그런 색깔이었다는 듯 완전히 검게 변했고, 배를 꿰맨 수십줄의 바느질 자국은 속 터진 인형을 억지로 고친 꼴이었다. 그리고 다리는 마치 잘린 걸 우격다짐으로 붙인 꼴 같았다.


"...괜찮아. 힐데. 안 죽어..."


힐데 이전에 사람을 잡아먹으며 학습한 해부학이 생각났다. 이럴 때 하필 이딴 생각이 드는 게 너무 미웠지만, 베버가 너무 걱정되어서 생각을 안 할 수도 없었다. 이 모든 것을 보며 베버의 내장을 주워서 다시 재봉했을 메딕과, 그 모든 끔찍한 과정을 견뎠을 베버의 노고는 상상할 수도 없었다.


"힐데. 괜찮다니까, 잠깐, 너 왜 우는 거야?"


"..."


베버가 죽을 뻔했다. 베버가 다시는 돌아오지 못할 뻔했다. 베버와 영원히 떨어질 뻔했다. 그렇게 생각하니, 눈에서 뜨거운 물이 흘렀다. 아무리 아파도, 아무리 배고파도 나지 않던 눈물이, 눈 앞의 망가진 사람 하나 때문에 흘렀다. 베버도 난생 처음 보는 힐데의 눈물에 당황해서, 그 망가진 몸으로 낑낑대며 손수건을 내밀었다.


"힐데. 울지 마. 이쁜 얼굴 다 망가진다."


"하지만, 하지만..."


"다시 말하지만, 힐데. 난 안 죽었어. 그리고 이 정도로 죽지도 않아. 그러니까, 눈물 닦고 울지 마. 알았어?"


"..."


난 안 죽었고, 안 죽는다. 앵무새마냥 같은 이야기만 수십번 반복한 끝에 힐데가 겨우 진정했다. 눈물을 닦아내고 들어보니, 이번에 맡은 건수가 좀 심하게 꼬인 모양이었다. 이번에 함께한 사람이 초짜인데다 잔실수도 잦아서, 고블린 두 마리를 똑바로 처리 못해 베버에게 치명상을 입히는 걸 허용했다는 모양이었다.


"...뭐, 그렇게 됐어. 어쨌든, 난 여기 살아있으니까 됐어."


"그게, '헌터' 일 하다가 그렇게 된 거죠?"


"그래, 이게 일이지. 그래도 어쩌겠어. 이게 내 일인걸."


헌터 일. 헌터 일이라는 게 갑자기 미워졌다. 만약 헌터 일이라는 게 없었으면? 베버는 목숨을 걸고 싸우러 나가지 않았을 것이다. 그리고 지금처럼 죽음의 끝자락에 발을 디뎠다가 겨우 끌려나온 것 같은 처참한 꼴로 나오지도 않았을 것이다. 이게 다 헌터 일 때문이었다.


"헌터 일. 안 하면 안 돼요?"


"음? 뭐라고?"


"헌터 일. 위험하잖아요. 그거 때문에, 베버가 죽을 뻔했잖아요."


그렇게 묻자, 정신을 차리는 것도 힘겨워 게슴츠레 뜬 눈이 크게 뜨였다. 힐데가 인간으로 산 지는 얼마 되지 않았지만, 베버가 무언가 깊게 생각하고 있음은 알 수 있었다. 그리고 베버는, 깊은 침묵 끝에 허허 웃으며 자신의 '깊은 생각'을 드러냈다.


"힐데. 너 그 아이랑은 좀 다르구나."


"...네?"


베버는 자세를 고쳐서 편히 누웠다. 그리고 천장을 바라보면서, 자신의 옛날을 이야기했다.


"나한테는 아주 예쁜 딸이 하나 있었어. 정말로 사랑스러운 아이였지. 지금은 뭐... 그래. 죽었지만. 그 아이는 내가 헌터라는 걸 자랑스러워했어. 내가 헌터 이름을 달고 무슨 일을 했다 하면, 길바닥에서 담배꽁초 하나를 주웠대도 좋다고 박수를 쳤지."


힐데는 잠자코 들었다. 잠자코 앉아있는 외면과는 다르게, 내면은 호기심이 또다시 눈을 뜨고 있었다. 가족, 힐데는 이야기로만 들은 개념, 모든 인간은 짧게나 길게나 가족이 있다고 배웠으니, 베버에게도 가족이 있었을 것이다. 어쩌다보니 모르고 살던 당연한 사실이, 베버의 이야기로 살이 붙었다.


"...그 아이가 했던 말이 있어. 세계 최고의 헌터가 되어달라고. 헨리 파웰, 투왕, 그리고... 내 이름, 베버를 역사책에서 보게 해달라고."


"..."


다시 침묵. 힐데는 많은 것을 배웠지만, 이 상황에 무슨 말을 해야 적절할지는 배우지 못했다. 말이야 많이 생각났지만, 무엇을 말해도 좋을 것이라는 생각은 전혀 들지 않아, 조심스레 베버의 손에 제 손을 포개어 얹었다. 그러자 베버는 피식 웃으며 침묵을 깼다.


"...그래. 우습겠지만, 그래. 난 내 딸과 약속했어. 헨리 파웰, 투왕, 그 정도는 못 되더라도... 준영웅 발치까지는 가봐야지 않겠어. 그래야 나중에 죽었을 때, 내 딸을 만나서 할 말이 있지. 아빠가, 최고는 못 되어도 나름대로 노력했다고."


어쨌든... 이제 자 봐야겠어. 오늘은 너무 힘들었네. 베버는 그렇게 말하고 눈을 감았다. 혹시 몰라서, 힐데는 베버가 죽어가는 것인가 확인했다. 맥박도 호흡도 정상. 베버는 죽지 않았고, 당장 죽지도 않을 것임을 몇 번이나 확인하고 나서야 힐데는 마음을 놓았다.


"...알았어요. 베버."


힐데는 그렇게 말하고, 가만히 앉아서 베버를 내려다보았다. 생각해보면 베버는 힐데보다도 약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강자의 냄새가 나긴 났지만, 고블린 두 마리한테 치명상을 입다니. 힐데가 본 모습을 보인다면, 고블린 두 마리가 아니라 수백마리라도 전부 한 번에 잡아먹을 것이다. 어쩌면 그 중 몇마리는 힐데가 잡아먹기도 전에 무서워서 자살할지도.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베버를 잡아먹겠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오히려 두려웠다. 베버가 자기보다 약하다는 건, 이 세상에 베버를 단숨에 죽여버릴 게 너무나도 많다는 의미였다. 다시 한번, 헌터를 그만두라고 설득하고 싶었다. 하지만 베버를 막을 수 없었다. 아빠와 딸, 이 개념이 얼마나 강한 건지는 가늠이 어려웠지만, 어쨌든 베버는 그 약속에 매여 있었다.


"...하지만 이대로는..."


힐데는 의미심장한 얼굴로, 말을 끝마치지 못하고 한숨을 쉬었다.



그 다음부터, 힐데는 베버의 뒤를 밟았다. 어떤 의뢰는 쉽게 끝마쳤고, 어떤 의뢰는 힘겹게 완수했다. 어떤 때에는, 베버의 능력을 넘어선 의뢰를 포기하고 도망치기도 했다. 베버가 조금이라도 다칠 때마다, 힐데는 눈을 질끈 감았다. 동료가 허술하게 싸운 탓에 베버가 위험에 처하면, 순간 분노가 살의까지 끓어올랐다. 그래도, 베버는 어떻게든 살아서 돌아왔다. 계속 이렇게만 한다면, 베버는 살아남을 수 있을 것 같았다.



하지만, 그런 날도 계속되지는 않았다.


어떤 날, 베버는 유독 어두운 표정으로 집을 나섰다. 왜 그러냐고 물어봐도 말이 없었다. 못내 불안해서, 힐데는 여느 날처럼 그의 뒤를 밟았다. 그리고 폐허가 된 시가지까지 들어서자, 힐데는 그 어두운 표정의 이유를 알 것 같았다.



"지원 요청! 지원 요청! 젠장! 이런 게 나온다고는... 흐아아악!!!"


지휘 역을 맡았던 베버의 동료가, 오우거의 손에 붙잡혀서 허무하게 반 조각으로 찢겨나간다. 오우거가 찢으면서 앞으로 나아갔기에, 그의 죽음은 시간벌이조차 되지 못했다.


"베버! 도망쳐야 해! 이건 우리가 어떻게 ㅎ..."


도망치기를 간곡히 호소하던 동료도, 베버를 돌아보다가 제 머리 위에 올라간 오우거의 발을 보지 못해 그대로 밟혔다.



그렇게 남은 건 오우거 여러 마리와 베버뿐이었다.



"젠장.. 젠장... 젠장...!!!"


"베버...!"


힐데는 건물 틈새에서 베버를 바라보았다. 상황이 너무 안 좋았다. 오우거들이 베버를 둘러쌌다. 이전처럼 상황이 여의치 않으면 도망치는 것도 불가능할 것 같았다. 오우거들은 이미 승리를 확정짓고는, 어떻게 베버를 찢어죽일지 논의하는 것 같았다.


"어떻게 해... 어떻게 하냐고..."


힐데는 베버를 애타게 바라보았다. 베버가 갑자기 힘을 각성했으면 좋겠다. 그래서 저 오우거들을 다 쓰러뜨리고, 여느 날처럼 웃으며, 하다못해 씁쓸한 표정으로라도 돌아왔으면 좋겠다. 하지만 힐데의 희망은, 희망을 넘어서 망상이나 다름없음을 잘 알고 있었다.


베버가 살아남을 방법은 힐데가 돕는 것뿐이었다. 하지만 그것도 두려웠다. 힐데의 정체를 베버가 안다면? 괴물 잡는 의뢰는 전부 다 수주하던 베버가, 괴물이 된 힐데의 모습을 보면? 베버와 쌓아왔던 일상이 다른 방식으로 무너지는 것도 받아들일 수 없었다. 하지만, 힐데의 고민도, 베버의 굳건한 결의도, 오우거의 시간을 멈추지는 못했다.


"구으으..."


"덤벼, 이 오우거 새끼들... 크악!"


베버가 오우거 한 마리에게 달려들고, 오우거는 간단하게 손으로 쳐냈다. 베버는 그대로 날아가 벽에 처박혔다.



그것을 보자, 힐데의 이성이 완전히 뒤집혔다. 힐데는 아주 오랫동안 잊고 있던 자신의 본모습을 드러내고, 베버에게 다가가던 오우거들을 덮쳤다.



"...하아, 하아..."


정신을 차려보면 피바다였다. 살기등등하던 오우거들은 전부 콘크리트 잔해처럼 무의미한 고깃덩이로 변했고, 그저 힘줄 덜 끊긴 눈알이나 내장 몇 더미만이 이 자리에 서 있었던 오우거들의 존재를 간접적으로 증언할 뿐. 힐데는 고개를 돌려 베버를 바라보았다. 어쨌든 살아는 있는 것 같았다.


"다행이다..."


힐데는 마지막으로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한숨을 쉬려고 바닥을 내려다보니, 베버가 가지고 다니던 지갑이 보였다. 아까 전에 오우거한테 치이면서 떨어뜨렸겠거니, 그렇게 생각한 힐데는 지갑을 주웠다. 그리고 그대로 멈췄다.


"어?"


힐데의 사진이 지갑에 들어있었다. 정확히는, 가을을 배경으로 한 힐데의 사진이었다. 생각해보면 이상했다. 베버와는 지난 겨울에 처음 만났고, 지금은 봄이었다. 그런데 어떻게... 가을 배경의 내 사진이 있는 거지? 힐데는 가만히 굳어서 이걸 설명할 방법을 생각해보았다.


힐데는 원래 이 모습이 아니었다. 원래는 그냥 괴물이었다. 이 모습은... 사실 잡아먹었던 한 소녀의 모습을 떠올리고 변한 것이었다. 그렇게 생각하자, 힐데의 손이 벌벌 떨렸다. 그리고 손이 벌벌 떨리는 건, 힐데만이 아니었다.


".......너 뭐야."


"베버?!"


베버와 힐데의 눈이 마주쳤다. 베버는 아직 멀쩡히 쓸 수 있는 한 쪽 팔로 힐데를 가리켰다. 힐데가 그토록 두려워했던 그 표정, 그 충격, 그 배신감이었다. 힐데는 입을 다물고, 주저앉아서 베버를 바라보았다. 자신의 일상이 끝날 줄은 알았다. 하지만, 이런 식일 줄은 꿈에도 몰랐다.


"베버, 베버... 이건...!"


"그래, 그랬던 거야. 네가... 네가... 그 아이의 자리를..."


"미안해요. 미안해요 베버! 죽으라면 죽을게요! 그러니까, 제발..."


"아니, 그럴 수 없어..."


베버는 고개를 저었다. 힐데는 너무나도 강했다. 베버의 힘으로는 평생을 써도, 힐데를 죽이기는커녕 힘을 약화시킬 수도 없을 게 뻔했다. 자신이 그간 키워왔던 것의 정체에 더해, 자신의 무력감까지 알게 된 베버는 참담한 표정을 지었다. 힐데에 대한 배신감보다도, 자신의 모든 것이 무너지는 느낌이 더 끔찍했다.


"...힐데."


"...베버. 제발 죽지 마요. 당신을 구하려면 어쩔 수 없었어요."


그 이야기에, 베버는 힐데를 다시 바라보았다. 구하려면 어쩔 수 없었다, 그 말만큼은 진심이었다. 무슨 이유인지는 모르겠지만, 저 괴물은 분명 베버를 위하고 있었다. 그러자, 또다른 생각이 들었다. 어쩌면, 저 괴물을 죽이지는 못하더라도, 엿은 먹일 수 있지 않을까. 베버는 저도 모르게 제 생각을 입 밖으로 내버렸다.


"...딸에게 한 약속은 못 지키겠지만, 딸의 복수는 하겠군."


"..."


힐데는 눈을 질끈 감았다. 이제 베버가 자신을 죽이겠지. 그렇게 해서, 딸을 죽인 것에 대한 복수를 하려는 것이겠지. 하지만 그녀의 최후는 아무리 기다려도 오지 않았다. 너무나도 빨리 죽인 나머지 아무 것도 못 느꼈나? 그렇게 생각하면서 조심스레 눈을 뜬 힐데는, 자신의 죽음보다도 더 끔찍한 것을 마주했다.


"베버? 베버?!"


베버가 자신의 목에 칼을 꽂은 채로, 눈을 감았다. 그리고 힐데는 저 상태를 뭐라 말하는지 알고 있었다.


"베버, 죽으면 안 돼요. 베버, 베버!!!!!!"


온 생명이 추위 이후의 따뜻함에 느리게 기지개를 켜고, 흰색 커튼이 적신 자리를 초록색으로 칠하는 계절이었다.


한해살이 식물과 벌레에게는 세상의 창조였고, 수십년을 사는 인간들에게는 새 한해의 시작이었고, 수백년을 사는 나무에게는 잠에서 깨는 시간이었다. 하지만, 이 세상 수십억의 생명이 바라보는 수십조의 관점과는 다르게, 이상한 무언가가 이 따뜻한 세상에서, 비명을 질렀다.



334 빈센트 - 이벤트연성 3 (/fuIMDENDc)

2023-01-25 (水) 00:00:15

5분 남기고 컷!
연성 이름은 <보복>입니다!
청소년의 자살 동기 중에는 보복성 자살, 즉 자신의 죽음으로 상대에게 위해를 끼치고자 하는 심리도 있다고 하더군요.(정신적 충격, 사회적 비난 등)
힐데를 바라본 베버의 심리도 그러지 않을까 싶어서 써봤습니다. 힐데, 어떤 모습으로든 변할 수 있는 괴물은 영화 <더 씽>에서 모티브를 얻었습니다. 그리고 삼킨 대상은 장기의 형상이 아니라 DNA까지도 완벽하게 복제할 수 있고, 심지어 의념 파장까지도 추적하기 어렵게 변한다는 느낌입니다.

사실 결말부는 힐데가 순순히 UGN 지하벙커까지 연행당한 다음, 힐데가 베버의 말을 너무 잘 듣는 것을 본 UGN과 UHN의 인사가 베버에게 "니 사정 모르겠고 쟤 잘 관리해서 인류를 위해 써먹어라"라고 강요하는데, 베버가 다 엿먹어보라는 심정으로 힐데가 보는 앞에서 자살해버리는 걸 생각했었습니다
그런데 너무 늦었네요 :( 담번에는 시간 맞춰서 써야지...

335 강산주 (lcoU7r3hek)

2023-01-25 (水) 00:05:09

오...장문 연성...

336 강산주 (lcoU7r3hek)

2023-01-25 (水) 00:05:54

근데 그냥 올리기만 하는 게 아니라 웹박수로 접수하셔야 하는데.
안 하셨으면 서두르시는 검다!

337 빈센트주 (/fuIMDENDc)

2023-01-25 (水) 00:08:07

>>336
훗후 접수 완료했습니다! 신경써주셔서 감사해요!

338 빈센트주 (/fuIMDENDc)

2023-01-25 (水) 00:17:38

아무튼 1972년 11월 21일 연휴 마지막날을 불태운 빈센트주는 오렌지병인 출근전 취침으로 쓰러졌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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