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의사항 ※최대 12인이 제가 받을 수 있는 한계입니다. ※총 10개의 대사건이 모두 일어나면 완결됩니다. ※이 스레는 슬로우 스레로서, 매우 천천히 진행됩니다. 진행은 일주일에 한 번, 일요일. 보통 오후 2시~4시 사이에 진행되며 길면 2시간 짧으면 1시간 반 진행되니 참고 바랍니다. ※진행 때에는 #을 달고 써주시면 됩니다. 진행레스가 좀 더 눈에 잘 띄기 위해서 색깔을 입히거나, 쉐도우를 넣는다거나 하는 행위도 모두 오케이입니다. 스레주가 지나치지 않을 수 있도록 이쁘게 꾸며주세요! ※유혈 묘사 등이 있사오니 주의 바랍니다. ※이 외에 미처 기억하지 못한 주의사항 등이 있을 수 있습니다. ※스레주도 무협 잘 모릅니다...부담가지지 말고 츄라이츄라이~ ※기본적으로 우리는 참치어장 상황극판의 규칙을 적용하며, 이에 기속됩니다.
잔뜩 흐트러져 바닥에 무릎을 꿇고. 절하듯 이마를 쳐박고. 힘겹게 숨을 쉬었다. 입술 사이로 비릿하고 찝찔한 냄새가 역류한다. 날숨을 내쉴 때 말라가는 강물처럼 생명의 원기가 모락모락 흩어지고, 들숨을 쉴 때 무심한 야지의 냉기가 폐부를 찌르며 빈 공간을 채웠다. 소름끼치는 시려움에 몸서리쳤다. 마교 괴물에게 틀어잡혔던 순간만큼은 아니어도 그 때와 비슷했다. 죽음이라는 놈이 바깥에서 피부를 뚫고 뱃속으로 파고드는지, 아니면 내 안에 숨어있던 죽음이 때를 만나 날뛰는 것인지 구분하기 어려웠다. 죽음은 밖과 안에 함께 존재했다.
' 장차 나와 내 육신이 분리된다. '
돌이킬 수 없는 변화. 그녀는 자신에게 찾아올 미래를 예측할 수 있었다. 검으로 살생한 이가 두 번 다시 과거로 돌아갈 수 없는 것처럼. 죽음의 본질을 경험한 이상 아무것도 모르던 때로 돌아갈 수 없다. 그러나 아직 불완전하다. 육신의 무용함을 머리로는 아나 가슴으로는 받아들이기 힘들다. 절벽 앞에 선 자와 같이 죽음은 아직 두렵고 육신의 감각이 정신과 영혼과 감정을 물어뜯는다. 숱하게 남의 배를 찔렀던 지팡이검은 대가리를 돌려 제 주인의 배를 찌르고 있다. 지팡이검에게 생명이 있다면 놀라서 울음을 터뜨리겠지. 그녀도 그것을 참고 있다. 이마의 땀방울이 턱을 따라 떨어진다. 등을 뚫고 나온 검 대가리와 그녀의 몸뚱이 사이에 피가 거미줄처럼 늘어졌다.
이것은 자해가 아니다. 정답을 미리 알고 풀이를 찾는 과정이지. 모로 가도 다다르면 순서는 상관없지 않겠는가. 그 정답에는 미동 없이 소신하는 고승의 경지가 있다. 육신이 오체분시를 당해도 그녀가 원한다면 행복함을 느끼고, 천상천하의 갖가지 향락 속에 빠져도 그녀가 원한다면 괴로워지는 경지. 육신의 감각이 그녀를 휘두르지 못하게 되는 경지. 나와 육신의 분리. 혹자는 육신에 모든 것이 있으며 나의 모든 것은 육신에서 비롯되어 의존한다고 주장한다. 그 자의 경지에선 맞는 말이다. 그러나 탈각하여 더 높은 곳으로 가고 싶다면 육신과 정신의 주종관계를 뒤집어야 할 것이다.
"아아아아악-!"
찌를 때는 망설였지만 뽑을 때는 한 번에. 구멍이란 구멍에서 온갖 것이 새어나온다. 곧 선술의 묘리에 따라 구멍난 곳은 땜장이 땜질처럼 메워지고, 그녀는 뱃속에서 구렁이가 기는 감각에 모로 누워 허벅지를 옴질거렸다. 지금은 고통스러워도 고통을 반복하면 익숙해지고 무뎌지리라. '다치면 괴로우니 피한다' 라는 근본 욕구를 거세하고 '망가지지 않도록 다룬다' 는 생각으로 갈아끼움이 목표이다. 온전히 아픔을 느끼고, 여러 번 죽어야 한다. 육신의 고통은 신호에 불과하다. 육신은 무용하다. 그녀는 등을 새우처럼 구부리고 고통을 음미했다. 검도 처음 배우면 하루같이 부숴먹기 마련.
그래, 많이 깨먹어야지. 검도 육신도...
아픔이 사라져도 그녀는 움직이지 않고 계속 누워있었다. 가만히 누워서 자신이 걸어갈 길에 대하여 생각했다. 육신의 분리는 순리에 따라 자연스럽게 이뤄질 것이고, 최종 목적지가 아니라 중간 과정이다. 그녀가 승천하여 '오래오래 행복하게 살았습니다' 로 이야기를 끝냈던가. 육신이 분리되면 다음 단계는 무엇일까. 육신. 육신과....
' 나와 육신을 분리할 수 있다면, 정신은? '
일자의 파편인 진아는 모든 것을 부정하고 마지막에 남는 가장 순수한 것이라고 하였다. 육신과 대조되는 정신이라고 분리되지 않을 이유는 없다. 육신을 분리하고 정신을 분리하면 어떤 일이 일어나는가? 파생되는 모든 질문이 그녀에게 전인미답의 경지였고, 스스로 답할 수 있는 의문은 없었다. 애초에 정신을 분리한다는 행위가 무엇을 의미하는지도 알기 어려웠다.
육신이 죽고 살아나 육신 분리의 과정이 시작되고, 정신이 죽고 살아나면 정신이 분리되는가? 정신이 분리되면 어떤 상태에 놓이는 것인가? 그것은 자아의 파괴를 의미하는가? 정신과 자아는 어떻게 죽이는 것인가? 견디기 힘든 고통에 빠지면 사람이 백치가 되는데 그것인가? 하지만 그것은 육신이 정신을 지배하여 육신의 파괴가 정신의 파괴로 이어지는 낮은 경지의 논리다. 백날 그녀의 육신을 찢어봐라. 정신이 망가지나. 문득 감정이 희박한 초절정과 화경의 고수들을 떠올렸다. 그곳이 길인가. 여전히 그녀는 답할 수 없다.
"얼얼하구나......"
그래서 지금에 집중하기로 마음먹었다. 손으로 흉터 하나 없이 되돌아간 배를 쓸어내렸다. 배가 익숙해지면 다음은 목이다. 다음은 가슴이다. 다음은 눈이고 입이다. 점차 육신의 본능이 강하게 거부하는 곳까지 검으로 범하여 들어가게 되리라. 마사지라고 생각하자. 골고루 해야 좋은 것이다. 이것은 가장 깊은 곳에 잠든, 가장 순수한 진아를 깨우는 자극이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