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야 하면 되는 일이다. 언제나 하고 있는 일이다 전화 한 통이면 영문 모를 청소부들이 와서 뇌수와 피를 닦고 시체를 드럼통에 담아 화학약품을 부어 세이메이의 흔적을 바다에 담굴 것이다 단지 그것 뿐인 일이다 그러나 시구레가 세이메이를 그렇게 하지 않은 것은 어디까지나 조직원이라는 틀 안에 묶여있기 때문이었다 신뢰는 중요하다. 아마추어들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 모양이지만
"전부터 생각했는데요, 당신은 논리 비약이 심해요. 조금 불쾌할 정도로요."
그 신뢰라는 것은, 때로는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화폐가 되지만 때로는 족쇄가 될 때도 있다 사람의 조금 귀찮은 부분이다 이번의 시구레는 확실히 소리나게 한숨을 내뱉었다. '하아.'하고서
"이번에 저희가 하달받은 지시는 어디까지나 생포였죠, 섬멸이 아니었어요. 그런 정보도 부족한 난전 상황일수록 목표를 의식하는 건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그리고 제가 그자리에서 누굴 더 죽인다고 한들 콩고물이 떨어지는 것도 아닐테죠. 리더의 이목에는 들 수 있겠지만요. 하지만 글쎄요. 저는 그게 별로 메리트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데요."
시구레는 담담하지만 확실하게 자신의 의견을 피력했다 이런 당연한 이야기, 솔직히 입이 아프다. 하지만 필요한 일 같았다 인간성이니 양심이니같은 뻔한 이야기를 입에 올리는 상대를 상대하려면 말이다 어쩌면 그녀는 이런 일이 있을까 싶어서, 붕대를 감아주려는 일을 무의식적으로 피했는지도 모르겠다
그녀의 피가 먼지와 뒤섞여 붉은색과 갈색, 검은색이 뒤섞여 휴스턴의 몸과 얼굴에 튀어 마치 하나로 장식되었다. 이상하게도 눈빛에 악이 서려있다. 휴스턴의 그 눈빛에 가슴이 더욱 뛰며 옅은 미소가 점점 벅찬 미소로 번지게 되었다. 동요하고 박진되는구나 나, 오냐. 바라던 바다.
"잔재주냐!"
휴스턴은 그녀의 잔재주가 뭔지 감이 온다는 듯 또 폭발인가, 라고 생각한 타이밍에 그녀를 멀리 집어던지고 그 손 그대로 단검을 팔꿈치로 멀리 튕겨내 휴스턴의 뒤에서 폭발한다. 폭발에 동요할 시간조차 주지 않겠다는 듯 멀리 내던진 샐비아를 향해 사격선수의 자세로 팔을 그녀에게 쭉 뻗은 채 방아쇠 한 번 더 당긴다.
눈치가 없으면 죽는다. 어디서든 마찬가지인 이야기였다. 뒷세계의 삶이 앞에서의 삶보다 거리낄 게 없다고 하더라도 그건 오히려 앞에서 주어지는 보호로부터 멀어질 수밖에 없다는 걸 의미하기도 했으니까. 살인을 하든, 절도를 하든간에 눈치가 있어야 붙잡히지 않고 할 수 있지 않겠는가. 하물며 순식간에 목숨이 오락가락하는 상황이라면야.
"옆으로 열리는 것도 괜찮다고 생각한다! 문제가 될 만한 거라면 아마 유리로 만든 문이겠지? 너무 약하지 않겠나?"
이반은 그냥 돌만 던져도 깨지는 게 유리문이라면서 고갤 끄덕였다.
"그랬었지, 돈이 많으니 선택할 게 많아지는군, 난 아무래도 좋으니 좋을 대로 하면 될 것 같다!"
어떤 문을 달까에 대한 생각과 선택지 탐색만 있을 뿐 아무래도 문을 살살 연다거나 하는 선택지는 염두에 없는 것 같다. 그 다음에 손잡이 없이 앞뒤로 열리는 문으로 하겠다는 말에 대단하다는 듯 고갤 돌려 유토를 내려다본다.
"옳지, 앞 뒤 구분이 없는 문이라면 편하게 다닐 수 있어! 도대체 왜 문들을 한쪽으로만 열리게 만드는지 모르겠군!"
>>970 귀엽다니 그냥 진상짓 아님?() 아 뭘 좀 아쉬네... 시리 재밌는 시나리오가 뭐 있을까... 둘이 임무 나가서 부상 심히 입은 상태에서 퇴각vs죽더라도 임무 완수로 의견차이 나서 아웅다웅 하는것도 재밌을거 같은데..(정보: 유토한테 뚜까 맞을지도) 음 지능 모자라 모르겟다
샐비아가 싫어하는 것. 마음대로 안 되는 상황. 마음대로 움직여주지 않는 사람. 그런데 지금 그게 한 곳에 모여있다. 뒤에서 터진 단검을 보며 불쾌한 감정을 감출 생각도 하지 않고, 바닥을 손으로 내려친다. 거친 건물 잔해에 곱던 손에 상처가 생겼지만 신경도 쓰지 않고 손으로 건물의 잔해를 붙잡았다. 바로 옆을 스쳐지나간 총에 눈도 깜빡이지 않고 부서진 잔해들을 매개체 삼아 연쇄적으로 터트리기 시작한다.
"어디, 건물이 무너져도 무사할지 보자고요."
격양 된 감정처럼 터지는 폭탄들이 장관이다. 무모하고 뒷일을 생각 안하고 있지만. 이젠 적당히 하고 돌아가겠다는 생각은 커녕 상대를 그냥 묻고 싶다는 열망만 남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