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산- 아니 산천은 유하의 복장을 보고 감탄하다가도 유하의 질문에 무슨 말이냐며 고개를 기울인다. 그러자 아까 산천의 메이드복 선택을 도와준 다른 메이드가 "그거 어제 새로 들어왔어! 마침 댕기머리 하고 있길래!"라고 대신 답한다. 고마워요 단역 메이드 씨! 따봉을 보내준 후 다른 메이드들을 관찰하는 시간을 가지기 시작하는 그의 눈이 또 다시...뭔가를 발견하고 반짝인다.
그것만이 내가 필요한 것이었고 바라는 것이다. 최고의 전사이나 최강의 검사가 될 필요도 없다.
단지 검만으로 단 한 녀석만을 바닥으로 끌어내려, 모욕할 수 있기를 원한다.
나는 결말로 도달했다. 다시 그 검 앞에 서게 된 것이다. 검고 뜨겁고 질척거리는 듯 내 감정이 휘몰아친다. 이번에는 반드시 저 검을 꺾어내겠다는 듯이.
검사는 알 수 없다는 듯이 내게 물어오는 것으로 시작된다.
"너와 나는 아는 사이인가?"
"모르는 사이다. 하지만 나는 널 안다."
"이상한 대답이군. 너무 이상해." "그 눈... 몇십년 정도의 차원이 다른 감정이 담겨 있는 것으로 보이는군." "그러나 그럴리가 없을텐데. 내가 그 정도의 증오를 받을 만한 무언가를 했다는 건가?"
"하지 않았다. 하지만 너는 내게 했다."
"그래? 정말 무슨 소리인지 모르겠군. 대체 뭐 때문인지 가늠조차-"
더이상 말로 떠들어 대는 것 따위는 하고 싶지 않았다. 나는 몇십년을 지금만을 위해 달렸다. 모든 것을 내버리고 단 하나로.
저 검사만을. 저 검만을. 저 모습만을 단 하루도 빠짐없이 떠올리며 뇌에 새겼다.
더이상 머무적 거리고 싶지 않다.
내가 검을 뽑고 자세를 취하자 격한 감정이 뿜어져 살기로 튀어나온다.
"... 그런가. 검사로서 대화는 더 필요 없다는 건가." "와라."
마음만에서 그렸던 검이 몇십년만에 검이 휘둘러 나가기 시작한다.
세차게 몇번이고 검격이 서로 부딪힌다.
"과연. 생각했던 대로... 아니 그 이상이군." "나만을 향한 오랜 기간의 분노... 절망감... 열등감. 온갖 부정적인 감정이 마치 검게 물든 태풍 같구나." "정말로 나를 아는 구나. 나를 알기에 정녕 나만을 위한, 내 검을 부수기 위해서만 모든 것을 쏟겠다는 것이냐?"
닥치라고 말 조차 하고 싶지 않다. 검으로 더욱 몰아부친다.
"수많은 다른 길 다른 인생 다른 방식이 있었을텐데. 왜 내게로 왔지?" "너와 나는 거대한 재능의 차이가 있다는 것이 느껴진다. 결코 닿지 못할 듯한 거대하고 먼 것, 별을 향해 한뼘의 손바닥을 내미는 꼴이 아니더냐?"
"오만하다. 도저히 닿을 수 없는 것에 욕심을 내는구나." "자신의 분수를 알아야지. 분수도 모르고 닿으려하고 제 그릇도 모르고 담지 못할 것을 담고 싶어 하는 꼴이 우습구나." "정말 닿으리라 생각하는거냐?"
검을 휘두른다. 몇년동안 휘두르고 수련한 단 한번의 더 나은 검로를 그려. 놈의 검을 파훼하려.
"본디 사람이란 더 나은 삶과 행복을 향해 나아가야 할텐데. 너는 너와 함께 파멸으로 굴러 떨어지길 바라는구나." "그렇게 해서 맨 마지막에 모든것이 망가져 사라진다면 의미가 있을것 같더냐?"
"분명 너는 파멸 말고도 더 많은 의미 있는 방향으로 갈 수 있었을텐데."
모른다. 그냥 나는 네가 망가지고 구르며 처참해지길 바란다. 그 꼴을 보는 것만이 내 삶의 목표다.
한 수. 한 수. 맞 부딪히며 서로가 처참해진다. 닿는다. 내 검이 조금식 닿아간다. 진창처럼 더럽게 끈덕지게 놈의 검을 끌어내리며 박살낼 수 있게 된다.
내 검이 마침내 검 끝으로 피보라를 흩으며 의미 있는 상처를 놈에게 만들어 냈다.
한 수. 드디어 한번 나는 한수 앞섰다. 내 검이. 드디어 내 검이.
그리고 내 모든 것을 바쳐내 만들어내는 나의 검격이. 나의 완성이 닿는다. 드디어 나는 놈을 망가트린다-
그 때 놈은 검을 내린다. 찰그랑. 하며 놈의 검이 바닥에 구른다.
왜?
"너가 이겼다."
뭐?
"네가 한 수 앞섰다. 그 차이로 분명 너가 앞서갈 것이다."
"...뭐라는 거야."
"너가 이겼다는 것이다. 너는 나를 넘어섰어. 너의 검은 나의 검에 닿았고 깨부쉈다."
"검을 들어."
"나는 이걸로 됐다."
"검을 들으라고!!!!!!!!!!!!!!!!!!!!!!"
나는 놈에게 검을 내지른다. 칼날이 놈의 목을 향해 나아가지만, 결국 날끝은 목조차 파고 들지 않는다.
내 모든것이. 결말의 목전에서.
"왜 그렇게 놓아버리는거야. 왜 간단히 포기하는거냐고!!!" "자신의 검에 대한 자긍심도 없어? 살아온 삶과 이루어온 모든 것에 대한 집착도 없냐고! 그렇게나 대단한데, 그렇게나 뛰어난데!!!" "처참하게 구르란 말야. 지독할 정도로 저항하고 부정하고 망가지면서 까지 너의 것을 지켜내란 말야! 마지막의 마지막까지 추하게 망가지라고!!!"
망가지고 만다.
녀석이 검을 들지 않는 것만으로. 난. 박살난다.
"내가 지금까지 했던건 뭐냐고!!!!!!!!!!!!!!!!!!!!!!"
울분 가득한 비명과 함께 나는 검을 휘둘렀다.
검이 만족스러운 검사의 목을 베어버린다. 검사의 목이 떨어져 바닥을 구른다. 나는 도저히 할 수 없는 결말로 굴러간다.
검을 쥔 손에 힘이 들어간다. 검사에게는 지독히 당연한 소리다. 태식은 검을 쥔 손을 슬쩍 보곤 눈앞을 살폈다. 자세는 익숙한 듯, 어설픈 모습이었다. 완전히 기술에 통달했다기보단 아슬아슬하게 자세를 고치려는 듯 손목에 이따금 무리한 힘이 들어가는 게 보였다. 그도 한때 겪었던, 익숙한 단점이었다.
툭. 콰앙!!
치고 들어오는 창이 쳐진다. 두 개의 맞물리는 소리가 크게 울린다. 이미 인간의 경계를 넘어선 둘의 대련은 그 자체만으로도 폭력적이다.
카가강, 카앙! 끄그그그그그그극.....
날아오르려던 용의 머리를 거인은 팔로 짓누른다. 용의 팔과 날개에 의해 다채로운 공격이 이어진다면 거인의 방식은 간단하다.
드르륵. 투웅.
태식의 몸이 하늘 위로 치솟는다. 양 어깨의 힘을 조율하여 그대로 땅을 향해. 내려찍는다.
쾅!!!!
단순하다. 직선적이다. 그렇기에 위협적이다.
키이이이이익...
땅에 쳐박힌 훼룡이 울음을 토해낸다.
캬아아아아악!!!!!!
짧은 순간이지만 궤적이 비틀리고, 목을 스쳐 지나간다. 그에 대응하듯 바닥을 향했던 검을 크게 횡으로 휘두른다.
쾅!!!
발을 밀어넣고 양자를 강요한다. 거리를 벌려 다시 힘싸움을 할건지. 아니라면 이 거리를 유지한 채로 기교로 싸움을 볼 것인지. //대련 보면서 생각낫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