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료들이 방 안을 뒤지는 걸 가만히 보는 모양새가 되어버렸지만. 네가 나서지 않아도 다들 찾아야 할 것들을 찾아내는 듯싶었다. 저기 지금 네 앞에 보여지는 영상만 보더라도 그렇잖은가. 어쩌면 네가 해야 하는 건 가만히 있는 것일지도. 솔직히 눈 앞에서 흘러가는 영상들을 보면서 어떻게 반응하면 좋을지를 알 수가 없었다. 할 말도 떠오르지 않고... 누군가에게 이야기를 해야 할지도 모르겠는 그런 상황. 그저 떨리는 손으로 다른 영상을 재생하려는 듯한 제의 모습을 보다가 그의 손목을 덥썩 붙잡으려고 한 게 전부였다.
"내가 하죠."
가능하다면 너는, 제가 확인하려고 했던 영상을 직접 재생해 보려고 했을 터다, 재생하기 전에 이게 맞냐며 되묻기까지 하면서.
>>271 너여… 너를 문다..! 우리의 제와와는 변온동물 소리에 동공을 좁히고 으르릉! 하고 목에서부터 짐승이 긁어내듯 울었습니다. 물론 그것도 오래 가지 못했지요. 당신의 케르스트너 소리 때문일지도 모릅니다. 핸드폰을 꺼내 번역기를 켭니다. 우리의 파파고는 근미래 세계관에서도 여전히 일부 왈도체를 쓸까요? 아니오.. 그랬더라면 공용어는 망했을 겁니다.
《번역 결과 - 헬무트》 [사랑하는 나의 딸에게. 이스마엘, 내 딸. 이렇게 편지를 적는다. 말주변 없는 아비라 두서 없으니 부디 양해해다오. 그래, 드디어 네가 성인이 되는구나. 네가 상자에 있을 적엔 그리도 작았는데, 영원히 작을 것만 같던 아이가 벌써 이리 자랐단 것에 마음이 뒤숭숭하다.
(중략. 자라가던 네가 이리도 사랑스럽고 어엿한 여인이 되었으나 남자나 여자를 들이는 건 아직도 반대라는 시시콜콜한 이야기가 적혀있다.)
네가 가디언즈가 되고 싶지 않노라 이야기 했을 적이 기억나니? 나는 그 당시 화가 난 게 아니었단다. 너는 너는 누구보다 국가에 충성하는 마음이 컸고, 세븐스에 대한 반발심이 큰 아이었으니 말이다. 그래, 국가의 표본이라 해도 좋을 정도였지 않니. 그런데 네가 그 길을 스스로 버리겠다 했을 때 어떤 생각을 하고 있었을지. 뺨은 아물었지만 마음은 아니라는 걸 잘 안다. 네가 내 친딸이 아니라는 건 너도 어렴풋이 눈치챘을 거라 생각했지만, 나는 너를 단 한순간도 데려왔기에 키우는 존재로 생각한 적이 없다. 네가 내 친딸이 아니기 때문에 뺨을 쳤던 것도 아니다. 너는 어떤 일이 있어도 내 가족이다. 그 사실을 기억해주렴. 네게 미숙한 감정을 표출하고 말았던 점은, 지금 다시 사과하고 싶구나.
(중략. 이스마엘이 내가 친딸이 아니라서 이렇게 개패듯이 패? 당신처럼 날 소모품으로 보는 건 아니고? 라고 외쳤던 사실에 많은 충격을 받았는지 그 부분만 꾹꾹 눌려 쓰여있다..)
내 고해를 듣고 네가 나의 길을 선택해주던 날, 나는 네게서 가능성을 본 듯싶다. 내 인생에 대한 속죄가 아닌, 널 위한 이상향을 만들고자 하는 가능성 말이다.
(중략)
이스마엘, 영원한 것은 없다. 너는 언젠가 이곳을 떠나야 할 것이다. 어쩌면 이 편지를 열었을 때, 너는 나를 떠나 독립했을지도 모르는 일이지.
..네가 만일 어느 곳에 들어가든지 명심하거라. 임무 중에는 조금의 감정이라도 가져서는 안 된다. 그 감정이 대단한 행운으로 다가왔다고 해도, 세상은 행운만 있는 법이 아니니까. 무언가 일이 벌어지면 그 사람이 어떤 삶을 살았든, 무엇을 했든, 무슨 사연이 있어 보이든 그 인간이 저지른 결과를 바라봐야지 사람을 사람으로 보면 안 된다.
……한편으로는 나는 네가 이렇게 감정과 이성을 분리하는 날이 오지 않기를 간절히 바란다. 네가 나처럼 무뎌지는 날이 올까 두렵다. 네가 그렇게 된다면 더는 내가 너를 지킬 수 없는 순간이 도래한 뒤일 테니.
끔찍한 말만 하여 미안하다. 그렇지만 이스마엘, 너도 알지 않니. 우리는 세븐스라는걸. 조만간 내가 접선하는 레지스탕스에 너를 추천할 생각이다.]
《번역 결과 - 이스마엘》 [구텐탁, 그곳엔 이제 전파가 닿습니까? 녹슨 안드로이드는 이제 구동을 시작했을까요?
이곳의 생활은 안온합니다. 평온함이 과분하고 언젠가는 깨질까 두렵지만, 응당 주어진 것이기에 현재를 즐기고자 노력하고 있습니다.
다짐이 무색하게도 고뇌는 여전히 이어집니다. 제가 이 고뇌를 이겨낼 수 있을지 감히 의문이 듭니다. 이겨내지 못한다 해도, 다른 방식으로나마 선택하였노라 생각하기로 해도 두렵습니다. 이것이 아버지와 저의 약속이기 때문입니다.
아버지, 영원한 것이 없다면 이상향도 영원하지 못하다는 걸까요. 절 위한 이상향은 무엇입니까?
어느 순간부터인지 저는 이상향, 이 세글자가 두렵습니다. 제가 바라는 것이 뒤틀릴까 두렵습니다. 그렇게 이상향이 더러워질까 공포가 나를 좀먹습니다. 이미 뒤틀린 아버지의 시체를 보았기 때문입니다. 어째서 거기에 계셨습니까.
저는 아버지를 봤을 때, 생각했습니다. 저는 아버지를 위해 한번 이상향을 버렸는데, 두 번이라고 버리지 못할까요? 그것이 두렵습니다.
바람이 떠돌이의 발에 닿지 않습니다. 나는 길을 잃었습니다. 이정표를 찾았지만.. 두렵습니다. 이 사람에게 이상향이 무거운 것이라면. 혹은 우리의 이상향이 잘못된 것이라면..
그래서 혼자 짊어지고자 합니다. 변절자의 길을 걸은 주제에 망설이며 더 변절하지 않겠노라 다짐하는 것이 어리석음을 깨닫기 전에. 저지르고자 합니다.
화려한 정원 안의 티 테이블이 어색한지 테이블 위, 이스마엘의 손가락으로 추정되는 것이 꼬물거립니다. 누군가 자리에 앉습니다.
"에르베르토가 널 찾던데, 뭐, 조금 늦어도 되겠지. 아가, 몸은 좀 어떠니?" "괜찮습니다." "그래, 나는 너희와 같은 레지스탕스가 진절머리 날만치 싫지만 넌 헬리의 딸이지. 대화를 하고 싶구나. 물어보고픈게 있니?" "가란, 당신은 아버지와 어떤 관계였길래 당신에게 주어진 의무를 저버리는 겁니까?" "……." "……."
어색한 침묵이 이어집니다. 가란이라 불린 남성이 눈을 가늘게 뜹니다.
"너어, 뭔가 알고 있구나. 그렇지?" "음, 약간은 압니다." "그이가 나를 뭐라고 하디?" "친구. 그런데 믿지는 않았습니다." "왜?" "아버지와 저는 클라우드를 공유하니까요." "뭐?" "그러니까- 음- 다 봤다고요." "대체 왜?" "그게- 저는 사망신고가 됐으니 뭘 만들 수 없으니 말입니다."
앓는 소리가 납니다. 은발 머리의 남성이자 가란이라 불린 자는 "헬리는 죽어서도 날 괴롭혀."라며 앓더니 한숨을 푹 쉽니다.
"……그래! 네가 생각하는 게 얼추 맞을 테지." "음." "그렇지만!"
가란이 쿵! 하고 테이블을 내리칩니다.
"외사랑이었단다. 그이 마음엔 내가 없었어." "그게……. 이유가 됩니까?" "물론이지. 그이 마음엔 오로지 이상향 뿐이었거든. 허구한날 이상향 뿐이었어. 술을 그렇게 처맥였던 날에도 이상향 이상향 했다니까?" "..음, 이해합니다. 아버지는 그런 분이셨으니까요."
가란은 손을 들어 얼굴을 덮어 가립니다. 내가 딸뻘되는 애한테 이런 말을 해도 되나? 싶었나 봅니다. 가란은 한숨을 또 쉬어버립니다.
"뭐, 그래서 나는.. 나는 그래서 네가 몸담았던 곳이, 나아가서 세븐스가 싫단다. 진절머리 나, 전부 멍청하고 어리석어. 그 사상 때문에 다 뺏겨놓고 스스로를 내던져놓고, 결국엔 해야만 하는 일이라며 내 주변에서 사라져버려. 나는.. 나는 그게 싫단다." "……." "모든 사람들이 혁명을 받아들이진 않는단다. 모두가 죽음을 의미있게 생각하지도 않고. 자칫하다 헬리처럼 모든 것을 잃어버리면..? 남겨진 사람들은..? 그래서 나는 혁명이니 뭐니 떠드는 것이 싫단다. 너희의 이기심으로 남겨진 사람들이 있잖니. 그렇지만 나도 이기적이지." "무슨 뜻입니까?" "내가 그 이상향에 결국 동조하고 있었구나 싶었던 사실을 상기하면, 결국 나 또한 세븐스를 마음 깊게 담고 그것을 수단방법 가리지 않고 후계자에 올릴 생각을 했고, 결국 사라질 것이 자명하다는 걸 알게 된다면, 지금껏 내가 걸어온 길이 피에 물들었음을 깨달았을 때, 내가 그런 걸 괴로워할 자격이 없음을 알게 되잖니?" "가란." "그래서 나는 이상향을 이해하기 싫어. 그러니 날 용서하지 말거라. 내 이기심 때문이란다, 내가 비참해지잖니." "……." "……이런, 내가 말주변이 없어 곤란하게 만들었구나. 말벗이 필요하다면 션을 불러주마." "아니, 괜찮습니다. 오히려 그런 이야기를 들어서 기쁩니다." "정말이니?" "물론이죠. 차나 한잔 할까요?"
시점이 단숨에 변합니다. 금방이라도 멎을 것 같이, 목이 졸린 듯 거친 숨소리가 들려옵니다.
"힉……. 히익-"
손으로 눈을 덮어 가렸던 것인지 빛이 새어 들어옵니다. 쓰러지는 것처럼 시야가 넓어집니다. 부스럭거리며 몸을 뒤트는 소리가 들려옵니다.
"아, 흐흐, 흐흐흐흐… 으흐흐.. 아, 아악.. 흐흐.." "삶이 많이 고달팠나 봐요. 지금껏 이런 반응은 처음인데."
이건 가란이라 불렸던 남성의 목소리가 아닙니다.
"히익- 이, 이게, 으흐흑, 무슨, 흐으-" "괜찮아요, 조금만 참으면 나쁜 기억은 모두 잊을 수 있을 거예요." "아- 히익- 힉-" "옳지. 조금 더.. 옳지."
됐다. 이스마엘이 흐느끼듯 웃고 탄성을 내지르며, 시야가 단숨에 밝아집니다. 한참 몸을 뒤틀다 거울을 마주 보는지 누군가의 모습이 보입니다.
"히익- 힉-" "안녕."
그리고 레이먼드가 말한 '아버지를 참칭하는 사람'의 얼굴이 드러납니다. 빛에 가려져 머리카락과 눈만 보이지만, 흰 백발과 붉은 눈이 이스마엘과 비슷합니다.
또 다시, 현재와 과거가 혼재된 듯한 영상을 눈에 담던 너는 결국 화면이 어두워지자 눈을 돌렸다. 솔직히 말하면, 여전히 상황을 파악하는 데에는 어려움이 많았다. 그래도 의미가 없는 건 아니었던지라. 앞으로 어떻게 행동하면 좋을지 정도는 생각해볼 수 있었다는 게 다행일까. 모든 걸 알았다면 아무런 문제가 없었을까. 문제가 생기기 전에 해결하기 위해 움직일 수 있었으려나.
"찾아볼 걸 전제로 한 일들이라..."
조롱하는 듯한 태도가 아닐까 생각하면서 너는 몸을 돌렸다. 더 이상 여기서 볼 건 없겠구나. 있다고 해도 보고 싶은 마음이 들지 않았다.
영상은 내가 모르고 있던 너의 모습을 비춘다. 어쩌면 네가 감추려고 노력했을지 모르는 과거를 짚어가며 화면이 바뀌면, 오늘로 온다. 신디는 창백해진 얼굴로 마지막 영상을 지켜본다. 이게 다 뭐야, 그 말을 내뱉지 않으려 입술을 깨물고, 떨리는 제 손을 감추기 위해 주먹을 쥔다. 당장 너에게 달려가지 못하는 것은 고통이었다.
《정보 정리》 1. 이스마엘이 지금껏 불안정한 모습을 보이긴 했다. 2. 킬보드와 편지로 보아 현재 이상향에 대해 회의적인 모습인 듯싶고, 오히려 새로운 이상향에 들여서는 안될 것을 스스로 처리하려 하고 있었다. 3. 과거의 영상을 확인한 결과 이스마엘은 오래 전부터 이 이상향을 꿈꿔온 것 같다. 4. 그렇지만 그 모든 것이 탈주의 이유가 아니라 제 3자의 습격이었다. 이스마엘은 지금 '어떠한 상태'에 놓여있다.
《특이사항》 1. 노트북에서 맨 처음 확인한 영상에서 마주한 '지나가던 슬럼의 늙은이'의 의상이 이스마엘의 옷장에 있는 것과 동일하며, 이 남성의 이름은 '가란'이다. 2. 가란은 헬무트와 어떠한 관계가 있었고, 현재 이상향을 긍정하고 있다. ..혹시, 도움을 받을 수 있나? 그런데 이 사람은.. 3. 가란과의 대화로 보아 이스마엘의 아버지를 참칭하는 자는 '에르베르토'라는 이름을 가진 사람으로 추정된다. 4. 누군가 이스마엘의 곁에 있다. 그것도 둘이나! 제 3자일 가능성이 있을까? 5. 현재 이스마엘이 제정신일 확률은 낮아 보인다.
약물 유통의 경로를 조사하기 위한 장소로 가봐야 알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제는 당신들을 흘긋 쳐다보다 눈을 감습니다. 다그침과 어르고 달래는 모습에 혼자 갈 수 있고 괜찮다며 몸을 일으키고, 워프실로 가자 허망하게 중얼거립니다. 안타깝게도.
"..."
참으로 안타까웁게도. 황제의 기는 모두 꺾여버렸군요.
션이 살아있어. 쥬데카는 들었을지도 모르는 중얼거림이 개인실의 문을 열고 나가는 소리에 허망하게 묻혀버립니다.
아! 워프 게이트를 타기가 무섭게 슬럼이 드러납니다. 누군가에겐 익숙한 곳, 그리고 고향인 곳! 어두운 하늘, 원색 계열의 네온사인, 좋지 않은 냄새, 텅 비어버린 골목, 낡은 집이었을 곳, 괜히 음산한 느낌이 드는 곳..
많은 말은 하지 않겠습니다.
지금부터 <에반데 찬스>를 본격적으로 사용합니다. 캐릭터 당 3번, 남아있는 찬스를 뒤집어 질문할 수 있고, 자동차감으로 행동을 만회할 수 있습니다. 대신, 모든 찬스를 소모할 경우 행동 만회를 할 수 없습니다.
찬스가 하나라도 남아있는 경우, 슬럼 시나리오 뒤의 '돌입' 파트에서. 제가 제법 좋은 힌트를 드리겠습니다.
탐색할 곳을 정합니다.
> [세븐스 부랑자가 모여있는 곳] > [골목 깊은 곳, 전투가 벌어진 장소.]
지금부터 제를 동행하실 수 있으나, 단 한 곳에서만 동행할 수 있습니다. 루트가 갈릴 수 있으니 상의 후 결정하시길 바랍니다.
- 현재 제는 무리하지 않기로 한 듯싶습니다. - 세븐스 부랑자가 모여있는 곳은 경계심이 강합니다. 행동 하나하나를 주의하십시오. - 골목 깊은 곳은 말 그대로 깊습니다. 무엇이 나타날지 모릅니다. 경계를 늦추지 마십시오. - 무엇을 믿고자 하십니까? - 무엇을 보고자 하십니까? - 무엇을 원하십니까?
워프 게이트를 넘어 도착한 곳은 이미 한 번 왔던 기억이 있는 장소였다. 그리곤 남아있는 기억 때문에라도 너는 후드를 뒤집어쓰고 주변을 둘러본다. 확인할 만한 장소는... 저기 부랑자들이 모여 있는 장소나, 누가 봐도 무슨 일이 있었던 게 분명해 보이는 골목의 안쪽... 굳이 따지자면 후자가 위험해 보이지만. 이미 무슨 일이 있고 난 뒤의 장소라면 오히려 안전할지도 모르겠다.
"저는 저 골목 안쪽을 확인해 보겠습니다. 제, 무리하지 말고... 사람들이 많이 가는 쪽으로 따라가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여차하면 도와줄 사람이 많은 편이 좋겠죠. 그렇게 덧붙이며 발걸음을 옮겼다. 캄캄할지도 모르는 골목으로.
워프실로 향하는 제의 뒤를 라라시아가 총총 따라간다. 힐끗 안색을 살펴보고. 손을- 손 잡듯이 잡아주려 한다.
"혼자 가면 길 잃어. 그리고 심심할 거야?"
이후 레레시아도 워프실로 가 워프를 타고 이동한다. 자매에게 슬럼의 분위기는 익숙한 듯 낯설다. 빈민가보다 깊은 무언가가 일렁이는 듯 했으니. 부랑자가 모인 곳을 가느냐. 전투가 벌어졌던 골목이냐. 두 선택지 중 레레시아는 고민도 없이 골목으로 돌아섰다. 라라시아는 제를 보고 물었다.
많은 말은 하지 않겠습니다. 본디 슬럼이란 그런 곳이지만 세븐스가 모여있다면 특히 비참하기에. 집이 있어도 집이 아닙니다. 길거리가 오히려 집보다 나을 수도 있습니다. 시체를 곁에 두고도 장례를 치를 수 없고, 병에 걸려도 치료할 수 없습니다. 누군가를 팔아치워 생계를 유지한다면 모를까.
사람들은 옹기종기 모여있고, 드럼통에 아무렇게나 주운 무언가를 태우는 모닥불 너머로 당신을 경계합니다. 무언가를 가만히 안고 있던 10대 소녀가 쭈뼛거리다 당신을 물끄러미 쳐다봅니다. 좋은 옷, 말끔한 모습.. 아마 훑어보며 무언가를 재간해보는 듯싶습니다. 누군가는 당신을 보고 경계하다 후다닥 사라집니다. 땅에 주사기가 떨어져 있습니다. 약쟁이 하나가 숨이 넘어갈 듯 웃더니 도망치려 듭니다.
"히익- 힉- 흐흐, 으흐흐.. 아하하하!!"
저런! 약쟁이는 원래 대화가 통하지 않지요! ...아하, 약쟁이요?
한편 선우는 부랑아 사이에서 왕고를 찾았습니다. 의심을 사지 않을 수 있었지만, 글쎄요.. 무언가를 가만히 안고 있던 10대 소녀가 불안한 눈길로 선우를 쳐다보다 경계심 가득한 눈초리를 보내고, 비쩍 곯은 여성은 후우우.. 하고 한숨을 쉬더니 뭔가 툭 던져줍니다. 우와, 초콜릿 바인데 유통기한이 4년이나 지났어요. 먹으면 뒤지겠는데?
"아우우-"
던져주기가 무섭게, 갑자기 개 짖는 소리를 내는 이유가 뭐죠? 뭐야, 미쳤나?
행동하며 다이스를 굴려주세요. 탐색을 시작합니다. 굴릴 다이스는 2개입니다. 하나는 1부터 2까지, 다른 하나는 1부터 50까지입니다. 결과값을 미리 공개합니다.
17 이상시 성공입니다.
《골목 깊은 곳, 전투가 벌어진 장소.》
제는 우물쭈물대다 고개를 끄덕이고는 잡힌 손을 물끄러미 봅니다. 인간의 것이 아닌 손을 누가 이리 잡아줄까요. 조사에 도움이 될까요? 되어야만 하지요..
날카로운 것에 긁혀 팬 자국, 총탄이 박힌 벽, 핏자국은 지워지지 않고 그때의 참상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문제가 있다면 시간이 오래 지났다는 점일까요. 누군가 현장을 훼손했을 가능성이 다분합니다. 혹은 쓸만한 것을 주워갔거나... 그래도 의미있는 흔적이 남아있길 빕시다.
아, 한가지 말씀드리지 않았군요, 쥬데카. 이 주변은 개발 중단 구역이 있습니다. 이 어찌 운명의 장난일까요? 길을 기억하고 있다면 그 주변을 둘러봐도 괜찮을 일이지요.
어디선가 인기척이 느껴집니다. 누구의 것인지 알 수 없습니다.
다이스를 굴려주세요. 탐색을 시작합니다. 굴릴 다이스는 2개입니다. 하나는 1부터 2까지, 다른 하나는 1부터 50까지입니다. 결과값을 미리 공개합니다.
합산 37 이상 성공입니다.
쥬데카의 경우 세븐스 다이스를 굴립니다. 1부터 2까지 굴려주시고, 1이 뜬다면 1부터 6까지 하나 더 굴려주세요.
그렇게 도망쳤던 이 슬럼에 다시 오게 될 줄이야. 익숙한 장소를 둘러보며 불편한 기색을 감추지 못하던 신디는 나뉘는 인원을 보다 선우의 뒤를 따른다. 그렇게 부랑자들이 모인 곳에 와 모여있는 이들을 살핀다. 장소에 안 어울리게 수상할 정도로 말짱한 아이. 약쟁이 하나. 사라지는 녀석까지. 나 잡아먹어주시오 하는 선우의 행동을 가만 뒤에서 지켜보며 떨어진 주사기를 신발 코로 건드려본다. 어디부터 찾아봐야 하려나. 생각하다 도망치려는 약쟁이를 본다. 시야에서 사라지기 전에 그런 약쟁이의 뒤를 밟는다.
골목에 들어서니 꽤 치열한 싸움이 있었음을 알 수 있었다. 이미 이렇게 된지 시간이 꽤나 지났고 으레 이런 장소에는 챙겨갈 게 있기 마련이었기에 그대로 남아있을 거라는 생각은... 일단은 접어두는 게 좋겠지, 그보다는 기억을 좀 더듬어야 할지도 몰랐다. 주변에 가볼 만한 장소가 있었던 것 같은데.
".....어느 쪽이었지."
방향을 되살리려고 하면서, 일단은 현장을 한번 훑어보았다. 상처를 입힌 도구가 남아있을까.
>>327 >>331 토닥이는 손길에 제의 꼬리 끝이 미약하게 살랑입니다. 오래된 핏자국과 인기척. 레레시아는 사방을 살폈지만 무언가 느껴지진 않습니다. 그렇지만 인기척 하나는 느낄 수 있었죠. 경계를 세울 적.. 쥬데카는 무엇을 하고 있었을까요. 뭐, 당신이 신경 쓸 일이 아닌가요.
부스럭!
레레시아는 빠르게 단검을 치켜들고, 누군가 힉, 하고 숨을 들이켭니다.
"자, 잠깐만요.. 내, 내려놓아, 주세요.. 무, 무서워요."
저런, 누구일까요? 너무 그쪽에만 정신 팔지 말아요.
*
쥬데카는 어느 쪽이었는지 살펴봅니다. 네, 왼쪽으로 꺾어야 해요. 그리고 오른쪽으로 가면 어두운 길을 빠져나갈 수 있겠지요. 하지만 그건 중요하지 않습니다. 현장을 훑기 시작합니다.. 벽면을 훑어보기도 하고, 냄새를 맡아보기도 합니다. 별다른 흔적은 발견하지 못했지만, 다른 건 발견할 수 있었지요. 본디 이스마엘이라면 당신을 집어 던지거나, 밀치거나, 누르는 방식을 썼지요.
그런데 이건 다릅니다. 처참하게 박살난 벽, 영상처럼 쐐기처럼 내리꽂혀 온몸이 작살이.. 났을.. 정보요원, 이스마엘이 쓰기엔 지나치게 공격적인 방식. 이건 이스마엘의 공격이 아니라는 뜻입니다. 무언가 더 알아볼 수 있겠군요.
쥬데카. 우리는 늘 현실에 살고 있지만, 가끔은 꿈 속도 나쁘지는 않습니다. 골목 너머에서 새하얀 머리카락이 살랑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