샐비아는 어린 아이 같아서 서러운 일도 많고 울 일도 많을 거 같네요. 그럼 그냥 웁니다. 칭얼거리고 자신을 위로해줄 사람을 찾아요. 슬픔이 오래 가는 편은 아니라 조금만 달래주면 다시 기분이 좋아질 겁니다. 사람이 없으면... 테러하고 다니겠죠. (이런 범죄자 괜찮은가
티타임이 필요했다. 마음을 안정시키고 따뜻하게 치유해 줄 티타임이…. 그게 아니라면 술이! 이 말인즉슨, 살로메는 휴식이 필요했다. 일전에 있었던 고깔모자-세이메이-와의 전투는 이틀 내리 앓게 했고 정신적으로 피로했다. 잠에 들라치면 그의 비아냥 소리가……. 각설하고, 그래서 살로메는 카페에 가려던 계획이었고 거기에 파티원 한 명이 낄 이벤트가 발생하고 말았다.
교복을 입은 학생 근처를 배회하는 무리, 아무리 봐도 이쪽 인간들이다. 아무래도 앞세계와 가까워 안타깝게도 흘러들어온 어린 레이디에게 못된 짓을 하려는 게 분명해 보였다. 안 그래도 피로한 자신의 시야를 괴롭히는 무뢰배들이라니 용서할 수 없었다.
살로메는 저벅저벅 걸어가 삼단봉처럼 생긴 둔기를 꺼내 뻑 소리가 나도록 그들의 머리를 후려쳤다. 저번의 일을 계기로 하나 장만한 따끈따끈한 무기다. 소지하고 다녀서 다행이었다.
"레이디에 대한 예의도 모르는 것들, 품격도 교양도 없어."
살로메는 교복 입은 소녀를 바라봤다. 상냥하지 않고 새침한 표정, 그러나 신경 쓰지 않았다면 말을 걸지도 않았을 터다. 살로메는 말을 걸었다.
"머저리가 꼬일 때마다 내가 뭘 했는지 알아요? 맛있는 걸 먹었어요. 레이디들끼리 기분 전환하러 갈래요?"
시구레가 동의한다면, 앞세계쪽으로 자연스럽게 인도해 디저트 카페에 데려갈 것이다. 그리곤 '여기부터 여기까지 다 주세요'라는 백만장자 멘트를 날리고, 무표정하나 뿌듯한 기색으로 시구레를 쳐다볼 것이다.
동의하지 않는다면, 어쨌든 여기는 레이디가 올 곳이 아니라며 앞세계로 인도해 또다시 맛있는 걸 왕창 먹일 것이다…….
그런걸 보냐는 그의 물음과 잠시 머리라도 굴리는지 침묵하는 모습에 그녀는 윙크와 함께 혀를 빼물었다. 눈가에 댄 잔망스러운 브이사인도 함께... 하지만 어쩌랴, 그렇게 보이지 않는대도 그녀는 그 외의 꽤나 매니악한 작품들도 즐겨보았다. 언제부터 그런 취미를 가지게 되었냐 해도 그것조차 잊어버린지 오래다. 그녀는 으레 그런 식으로 적당히 머리를 비워가며 살아왔으니까,
세상은 평범한 히어로물처럼 정의롭거나 호락호락하지 않다는 것쯤은 알고 있으니까, 그녀가 철났다고 할수는 없을테지만 그렇다고 세상물정에 어두운 것 또한 아니었다.
"으극... 더 마상이야..."
그래도 보통은 자신의 턱 언저리까지는 온다며 뒤로 약간 물러나더니 시선을 맞추듯 무릎이 조금 구부러진 그를 보며 그녀는 살짝 앓는 소리를 내었다. 눈빛으로는 무언의 항변을 보내고 있었지만 별수 있나, 탓할거면 본인이 그렇게 태어난 것을 탓해야지.
"그거 지금 나 돌려까는거 맞죠...?"
작은고추가 맵다느니, 하지만 총은 그런걸 따지지 않는다느니, 하며 자연스레 내기에 대해서 이야기를 꺼내자 그녀는 자신의 왼팔을 물끄러미 내려다보았고 가볍게 손을 들어올려 살짝 털어내는 시늉을 하자 비교적 평범해보이던 팔이 변신로봇마냥 전개되어 길다란 총구를 내보였다. 권총에 대응한다는게 산탄총이라니, 조금 우스꽝스러워보일지도 모르겠다만...
"흐응~ 대결은 언제나 오케이라구요? 결과에 상관없이 잡념 떨치기나 스트레스 해소엔 최고니까~"
품 속의 무기를 잡기도 전에, 한 편 시구레는 상대해야하는 표적들에 대해서 파악이 끝난 상태였다 파악이 끝난 상태라고 함은, 그들의 머릿수, 그리고 들고있는 무기, 행동거지, 버릇, 이쪽이 움직였을때의 예상 행동방향, 반응속도 등등 상대방의 전력을 통틀어 예상한 것을 말한다 그리고 그것은 모조리 이쪽이 앞서고 있었다 말하자면 그들은 이미 죽은 목숨이었다
'어?'
뻑- 잠깐 머뭇거리는 사이에 둔탁한 파열음이 울리면서 멍청한 무리들이 쓰러졌다 총이나 칼의 소리는 아니었다. 따지자면 둔기인데, 묘하게도 시구레는 둔기라고는 일절 소지하고 있지 않은 상태였다 눈에 띄게 움푹해진 남자들의 두개골을 내려다본다 저정도면 죽지 않았을까... 그러나 죽지는 않았을 것이다. 뇌세포가 날아가서 조금 바보가 되긴 했을지라도 (원래 바보니까 상관은 없겠지만) 의외로 사람, 그렇게 쉽게 죽지는 않는다. 그래서 시구레는 반드시 표적을 제압한 뒤에도 확인 사살을 가하는 절차를 가지고 있었다 물론 이번에도 그럴 생각이었지만은
"...고맙습니다."
그러는 일 없이 자신을 곤경에서 구해준 또 다른 여성에게 고개를 깜빡 숙이며 감사를 표한다 그래, '또 다른 여성'이다. 아무래도 그녀에게 있어서 자신은 길을 잘못들어서 협박당하던 불쌍한 소녀로 보여지고 있는 모양이다 그 덕에 이 쓰러진 흉폭한 무리들은 그런 소녀에게서 목숨을 부지할 수 있었지만 아무렴, 사람을 마구잡이로 죽여대는 위험한 소녀보다는 나을 것이다 가녀린 소녀. '이걸로 가야지', 시구레는 그렇게 생각하면서 여자의 제안에 순순히 응하여 자신이 들어왔던 길목을 역으로 거슬로 앞세계로 돌아갔다 집(아발란치)으로 돌아가는 길이 조금 꼬였지만 괜찮겠지, 우리 집의 장점은 귀가가 늦는 걸로 뭐라 하는 사람이 없다는 것이니까
. .
"이렇게 많이는 필요 없는데요."
-그렇게 생각했을텐데 아무래도 조금 곤란한 여자한테 걸려버린 것 같았다 디저트 카페에 따라가는 것까지는 좋았다, 만 설마 드라마에서나 볼법한 대사를 치며 진열대를 쓸어담는 사람이 실제로 있을 거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아까 사람의 머리를 제법 망설임 없이 두들기던 것도 그렇고, 작게 욕설을 중얼거리던 것도 그렇고 사실 스트레스가 잔뜩 쌓인 건 이 사람이 아닌가? 그냥 같이 장단 맞춰줄 사람이 필요 했을 뿐?
"왜냐하면 돈이..."
나는 옅게 미소를 지으면서 양손을 가볍게 흔들어 곤란한 기색을 표한다 실제로 곤란하기도 했지만, 여기서는 이런 반응을 하는 것이 자연스럽다 솔직히 말하자면 이정도 디저트에 쓸 돈이 없는 것은 아니었다. 내가 달에 총탄이나 돌파 장비에 들이는 자금 쪽이 훨씬 많이 나갈테니까 하지만 일개 학생처럼 보이는 여자애가 다량의 값비싼 디저트에 걱정없이 돈을 펑펑 쓰는 것. 그것이야 말로 수상할 것이다
선한 사람 따위는 안중에도 없는, 타인에 대한 배려조차 점점 상실되어가는게 현실이었다. 그나마 그녀가 태어나기 전이라던가, 최소한 어릴때 쯤에는 이타심 넘치는 사회가 아직은 남아있었다나? 하지만 지금은 그런 모습을 찾아보기 힘든 시대가 되었다.
다들 저 혼자 살아남기 바쁘지 그 와중에 누군가를 돕는 일이란 좀처럼 볼 수가 없었다.
"뭐... 이러나 저러나 잘 살기만 하면 장땡이지만..."
리볼버의 약실을 돌리다가 찰칵거리길 반복하며 꺼내온 그의 이야기에 '그런가?' 하는 표정으로 주변을 둘러보는 그녀였다. ...일단 모래밭은 없지만 아스팔트 정도는 있으니 아지랑이 정도는 생길지도 모르지.
"...언젠가가 아니라 지금도 상관 없는데요?"
자신이 오물거리고 있던 막대과자에 대한 얘기가 들려오자 주머니에 꽂아둔 케이스를 톡톡 건드렸다. 그리곤 몇개인가 뽑아내서 '아니면 내기 이걸로 거쉴?' 이란 말과 함께 가볍게 흔들어 보였을까? 늘상 있는 일이어도 영 적응이 안되는지 약먹을 시간만 되면 비틀거리는 그의 모습이 익숙하지 않은 것은 그녀도 마찬가지였다. 별일 없다는 것 정도야 알고 있다만,
"에엥~ 쬼솅이녜용~"
시간이 늦었다며 귀신 이야기를 하는 그에게 일부러 과장된 말투로 받아치던 그녀가 메롱, 하고 혀를 빼물었다.
살로메는 내심 기분이 업 되어 있는 상태였다. 6개월간 지리를 읽히고, 기초 체력 훈련하고, 뒷세계에서 운영하는 가게들만 가다가 일반(인이라 알고 있는) 소녀와 매우 평범한 디저트 타임이라니. 발걸음이 더 없이 가볍다. 더 이상 돌이킬 수 없는 곳에 발 디뎠으나 한번 햇볕을 맛본 자는 결국 그 햇볕을 늘 그리워할 수밖에 없는 운명 아닐까.
그리하여…… 표정으로 내색은 안 하면서 행동은 이미 케이크며 파르페며 라떼며 잔뜩 시켜놓은 것이다. 여기부터 여기까진 여기서 먹을 거, 저기부터 저기까진 테이크아웃. 살로메의 늘상 시큰둥한 듯 멍하니 뜨인 는은 이제 반짝임으로 가득했다. 자리에 냉큼 앉으며 포크를 들고 늘어트린 디저트들을 보며 입맛을 슬몃 다시는데 소녀가 난감한 듯 거절하는 제스처를 취했다. 연기인지 눈치채지 못한 살로메는 능청스레 입을 열었다.
"괜찮아요, 껌 값이니까. 내 디저트 타임의 손님인데 이 정도 대접은 해야죠."
무의식에 섞인 거만일까, 그렇지만 표정은 있는 사실만을 말한다는 듯 무덤덤하고 시큰둥했다. 살로메는 가게에서 먹으려 시켜 대령된 케이크, 밀푀유, 마들렌 등이 남긴 트레이를 하나 꺼내 내밀었다.
"당도는 전부 다를 테니 취향껏 골라먹어요."
산딸기 케이크를 푸욱 떠서 먹었다. 사르르 녹으며 산딸기가 톡 터져 과즙이 흘러내렸다. 아… 힐링……. 그렇게 천국 속에 빠져들었다. 한참을 그렇게 있었을까, 살로메는 음료를 마시고 턱을 괸 채 다시 이야기를 꽃피우기 시작했다.
"거긴 뒷세계 구역인데 잘 알아보고 다녀요. 어쩌다 거기까지 흘러온 거람……."
선명하게 앞 뒤가 구분 된 나라인데 그것도 모르고 들어올 정도의 외지 사람이거나 세상물정 모르는 소녀라고 생각하는지 눈썹을 살풋 찡그리며 물가에 내놓은 애 보듯 쳐다봤다. 그러곤 어떻게 거기 있었는지 물었다.
// 답레 올려두고 자러 가볼게용 모두 잘자용!! 가녀린 소녀 연기하는 시구레 귀여웟.......