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96715072> 자유 상황극 스레 4 :: 505

이름 없음

2022-12-31 16:48:08 - 2024-09-05 17:41:22

0 이름 없음 (kJ8MtbJ//I)

2022-12-31 (파란날) 16:48:08

이 상황극은 5분만에 개그로 끝날수도 있고, 또다른 장편이야기가 될수도 있습니다.(물론 그때는 다른 스레를 만들어주세요.)

아니면 다른 스레의 자캐가 쉬어가는 공간이 될수도 있습니다. 크로스 오버도 상관없습니다.

자유 상황극 스레에 오신걸 환영합니다.

38 이름 없음 (U.sbxN7BLM)

2023-01-05 (거의 끝나감) 13:04:44

>>31 참치야, 내 캐릭터의 여건을 고려해서 노선을 변경해주려고 해줘서 고맙고 이렇게 말하게 돼서 미안하지만, 나로서는 이어가기 어려울 것 같아. 답변 듣고 답레를 써보려고 했는데, 평범한 겁보인 내 캐릭터가 어떻게 전문가들도 힘을 못 쓰는 사건의 진상을 조사하게 되는지 도저히 생각이 안 나더라구ㅠㅠ 배틀물 캐릭터의 서포트를 어떻게 해야하는지도 잘 모르겠구... 그래서 못할 것 같아 미안ㅠㅠ 다른 좋은 상대 구하길 바래ㅜㅜㅜ

39 이름 없음 (kP4fMusBSo)

2023-01-05 (거의 끝나감) 13:59:11

>>38 응 그래도 얘기라도 해줘서 고마워~ 연초 잘보내!

40 이름 없음 (7/Tt2eAJbk)

2023-01-05 (거의 끝나감) 17:29:41

>>21
혹시 괜찮으면 내가 이어봐도 될까?!

41 이름 없음 (U4eyENFjEg)

2023-01-05 (거의 끝나감) 18:54:18

>>37

"와. 이건 좀 억울하네? 내가 활약한 것도 많고 다른 파티원들 구해준 적도 많았거든? 숲을 이동하거나 할 때 바로바로 파악해서 알려준 것이 누구인데 이래."

당연하나 이 항변 또한 진심으로 화가 나서 항변하는 것은 아니었다. 그냥 파티원들끼리 가볍게 할 수 있는, 정말로 가벼운 티격태격에 가까웠다. 어느 정도 친분이 있기에 가볍게 투닥거릴 수 있는 무언가. 그 분위기는 모든 것이 끝난 지금에서도 크게 변하는 것이 없다고 생각하며 사내는 괜히 키득키득 웃었다.

"어디 갈 줄 모르니까 우연히 마주칠 수 있는 거 아니야? 세상이 넓다고 해도 무한대로 펼쳐진 것도 아니니까. 못 만나면 어쩔 수 없지."

그럼 거기까지인 것 아니겠는가. 아무리 모험을 같이 하고 목숨을 걸고 함께 싸운 동료라고 해도 영원히 함께 있을 순 없었다. 당장 리더만 해도 다른 길로 걸어가려고 하고 다른 파티원들도 이제 하나둘 다른 곳으로 떠나고 다른 길을 걷게 되지 않겠는가. 물론 같이 있을 수 있는 이도 있겠지. 나중에 소식이나 들을 수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는 와중 제 동료의 뭔가 쏘아붙이는 목소리와 행동에 사내는 그녀를 가만히 바라봤다.

"같이 돌아다니자고? 나야 혼자 다니는 것보다는 누군가와 같이 돌아다니는 것이 좋긴 하니까 상관없어. 아. 하지만 나, 맨 처음은 고향이 있었던 곳으로 갈 거야. 물론 가도 아무 것도 없겠지만 그래도 다 끝났으니 보고는 할까 싶어서. 물론 묘지가 있거나 하는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마을 사람들에게 보고를 하려면 거기가 제일 낫지 않을까 싶어."

모두를 죽여버린 그 녀석들은 이 세상에서 완전히 사라졌고 복수를 갚는데 성공했다. 그 보고만큼은 확실히 하고 싶었기에 적어도 그곳에는 꼭 한 번 가보긴 할 거라고 이야기를 하면서 사내는 쭉 기지개를 켰다.

"그렇다면 네가 대충 신전에서의 일이 다 정리되면 그때 얘기해줘. 나는 늘 쓰는 그 숙소에서 신세를 좀 지고 다른 멤버들도 만나고, 리더하고도 만나서 이야기를 해볼까 싶거든. 같이 다닐 거면 네가 정리할 때까진 기다려줄게."

42 이름 없음 (.MAf.dV0BM)

2023-01-05 (거의 끝나감) 20:04:16

마을은 축제로 시끌거린 지 한참이다.

해가 뉘엿거리기 시작한 지 시간이 꽤 지났으니, 아마 곧 있으면 불꽃이라도 잔뜩 터뜨린 뒤 파할 것이다.
값싸지만 제법 맛있는 냄새를 풍겨대는 음식 노점들과, 장난감이나 뽑기 상품따위를 들고 뛰다니는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흥겨운 분위기를 더해가며 축제는 점점 무르익어가고.

그러나 아무리 즐거운 축제라 해도 소란스러운 곳에 오래도록 있으면 기가 빨리는 사람이 한 명쯤은 있기 마련이다. 여기, 신사 근처 수풀에 웅크려 마을을 바라보고 있는 소녀가 그랬다. 화려한 축제 등불 밑에 물들어 다른 이들과 함께 즐거운 장면을 만들어내는 것도 나쁘지는 않았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역시 그보다는 한 발 떨어져서 소담스런 축제의 불빛더미를 관찰하는 게 좋다. 이따금씩 작은 거리를 손 안에 담아내면 꼭 마을과 닮은 작은 미니어처를 만들어낸 것만 같기도 했다.

게다가 불꽃놀이도 여기서 보는 게 훨씬 더 잘 보인단 말이야. 아니, 그런데..

"아우, 모기! 가려워 죽겠네 진짜!"

...이렇게, 감상에 젖을 만 하면 그것들을 엉망진창으로 깨부숴버리는 모기 몇 마리를 호들갑으로 쫓아내기를 벌써 수십 분 째.
간지러운 곳을 찰싹 때리거나 벅벅 긁거나 하며 종종 신사로 통하는 계단 아래쪽을 들여다보는 것이 아무래도 누군가를 기다리고 있는 것 같았다. 어디 보자, 슬슬 올 때가 되었는데. 이번에는 꼭 놀래키고야 만다. 올해는 또 당하기만 하지 않으리라! 마음 속으로 굳은 결의를 다지며 조용히 웅크려 계단 아래쪽을 살폈다. 거기에 인영이 가물거릴 때까지.

43 이름 없음 (ircQgoKlLI)

2023-01-05 (거의 끝나감) 21:53:31

>>41
언제 어디서 마주칠 지 모른다는 건, 달리 표현하자면 다신 마주치지 못 할 수도 있는 말이라고 생각한다. 대륙은 넒고 각자 어디로 향할지는 자신도 모르는 일이니까. 그녀는 그게 싫었던 것 같다. 리더도, 다른 파티원들도, 모두 뿔뿔히 흩어져가는게 싫었던 것 같다고. 위대한 업적으로 영웅이라 불리고 많은 재물을 얻은들 마음이 채워지지 않는 사람도 있는 법이다.

"...너, 네가 상관없다고 분명히 말 했다? 네가 대답한 거야?"

홱 돌아섰던 그녀는 그의 대답에 슬그머니 돌아보고 중얼거렸다. 그가 그러라 했으니 나중에 딴 소리 하지 말라고. 그렇게 원하는 대로 되었으니 만족스러워 보일 법도 한데, 불만이 남았는지 입을 삐죽 내밀고 혼자 궁시렁댄다. 워낙 작은 소리라 들리지는 않았을 것이다. 잠깐이기도 했고. 곧 표정을 누그러뜨린 그녀가 어깨를 작게 으쓱이며 말했다.

"먼저 갈 곳이 있다면 거기부터 가는게 나을 테지. 어딜 가든 갈 곳은 다 갈 테고. 음. 그럼 당장 내일 신전에 가서 대신관이랑 담판 짓고 나와야겠네. 영감탱이 말발 이기려면 애 좀 먹겠지만 어떻게든 되겠지."

대신관을 서슴없이 영감탱이라 칭하며 에휴, 긴 한숨을 내쉰 그녀는 성큼성큼 걸어서 그에게 다가갔다. 그리고 그의 팔을 잡아 당기려 하면서 처음과 같이 쾌활하게 떠들었다.

"앞으로 뭐할지도 정했으니까 가서 술이나 마시자. 남들 다 축배 드는데 우리만 빠지는게 말이 돼? 잔말 말고 빨리 따라와! 리더 녀석 어디서 마시는지 알고 있으니까 거기 끼자구!"

파티 중에 포상 제일 많이 받은게 리더 아니냐고, 다 떠나기 전에 실컷 얻어먹고 가자고 말하며 다시 성큼성큼 걸어가려 했을 것이다.

44 이름 없음 (U4eyENFjEg)

2023-01-05 (거의 끝나감) 22:20:51

>>43

"그렇지. 내가 말했지. 무슨 문제라도 있어?"

혼자 다니는 여행길보다는 다른 누군가가 있으면 외로운 법이 없었고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고 다니기에는 역시 아는 이가 좋았다. 그게 그녀이건 다른 이건. 적어도 이렇게 되면 당분간 심심하진 않겠다는 식으로 사내는 정말로 가볍게 생각하고 결론을 내렸다. 응. 역시 누군가와 같이 다니는 것이 좋았다. 이런 티격태격하는 분위기도 그에게 있어선 이제는 언제나처럼 있었던 일상에 가까웠으니까.

"내일 바로? 그렇게 급하게 할 필요는 없지 않아? 당장 내일 전쟁터로 가야 하는 것도 아닌데. 갑자기 내일 아침 세상이 멸명하는 것도 아니잖아? 천천히 해도 돼. 천천히. 아. 물론 빠르게 결판을 내겠다면 그건 네 자유긴 한데. 아무튼 잘되길 바랄게."

뭔가 꽤 힘들어보이긴 하지만 그래도 자신이 아는 저 신관이라면 스스로의 힘으로 잘 할 수 있겠거니 생각을 하며 사내는 사내 나름대로 모든 것이 정리된 후에 어디로 갈지를 고민했다. 역시 맨 처음은 불에 타서 이제는 없어진 자신의 마을이었다. 그 다음에는... 물이 정말로 많아서 물의 도시라고 불리던 그곳으로 가보는 것도 나쁘지 않겠다고 생각하며 조금은 불투명하고 불확실한 계획을 짰다. 이후에는 같이 다닐 이가 또 생기면 다 같이 이야기를 해서 정하는 것도 나쁘지 않겠다고 생각하며 사내는 자신의 팔을 잡아당기는 제 동료의 움직임에 맞춰 앞으로 걸었다.

"하하. 그건 그렇지. 다 같이 함께 얻어낸 평화인데 먹을 건 먹어야지. 이 축제 분위기가 얼마나 갈진 알 수 없으니 말이야. 그럼 안내 부탁할게. 난 리더가 지금 어디에 있는진 모르겠으니까. 제국 귀족 분들과 같이 있으려나?"

어찌되었건 모두를 이끈 것은 리더였고 자연히 혼담이나 그런 것들이 오갈지도 모를 일이었다. 그렇지 않은가. 세상을 구한 영웅쯤 되는 이 중에서도 제일 인정받은 이인데. 어떻게든 자신의 혈연으로 끌어들이려고 하는 이들이 많겠지. 아. 그럼 너무 방해가 되지 않게 조심할 필요는 있겠네. 그렇게 혼자만의 결론을 내리며 사내는 천천히 걸어가며 그녀에게 이야기했다.

"다 정리되면 그땐 또 잘 부탁해. 이번엔 느긋하게 세상을 보고 싶으니까 급하게 가진 말자고. 알았지?"

45 이름 없음 (xout0jDYGo)

2023-01-06 (불탄다..!) 01:57:03

에르네스트 산은 왕국의 수도 북쪽을 감싼 산이다. 만년설이 쌓일 만큼 높지는 않으나 수풀이 빽빽하고 비탈이 험준한 것으로 유명하며, 언제부턴가 용이 서식지로 삼았다는 전설도 돌고 있다. 그래서인지 나무꾼이나 사냥꾼도 어지간해선 이 산 깊숙이 들어오지 않는데, 몸에 딱 붙는 가죽옷으로 인해 언뜻 가냘프게까지 느껴지는 체형이 두드러지는 여성이 거의 본인의 몸통만 한 등짐을 멘 채 기암괴석으로 가파른 산마루를 기어오르고 있었다. 순금같은 광택이 감도는 머리칼도 무슨 거치적거리는 물건 치우듯 잔머리 하나 없게 한껏 올려 묶은 채다. 그런데 바위의 돌출된 부분을 잡거나 딛는 팔다리의 동작에는 제법 힘이 실렸다. 보기와는 달리 근력이 상당한 모양이다.

그렇게 끊임없이 움직이던 여성은 무언가를 잡지 않고도 발 딛고 설 수 있는, 두 발 딛고 선 곰도 자그맣게 보일 것 같은 커다란 동굴의 입구에 오르자마자 진이 다 빠졌다는 듯 무릎을 짚고 헥헥거렸다.

“아고, 나 죽네!”

무심결에 튀어나온 소리가 너무 크게 느껴졌을까? 여성은 제 입을 틀어막더니 한동안 새파란 눈망울을 굴려 가며 주위를 살폈다. 좀 전의 음성은 다행히 메아리로 돌아올 만큼 멀리 퍼지지는 않아 주변은 고요했다. 산 밑에 비해 세찬 바람이 나뭇잎을 훑는 소리나 아마도 새소리로 추정되는 이름 모를 짐승의 울음만 이따금 울릴 뿐이었다. 그러자 여성은 안심한 듯 마른세수로 땀을 닦아내고는 등짐을 풀었다. 그러더니 등짐에 든, 풀이며 나뭇가지며 잔돌 따위가 뒤섞인 진흙을 꺼내서는 가죽옷은 물론 하얀 피부까지 흙투성이가 되도록 치덕치덕 발랐다.

여성이 이러는 까닭은 이 동굴이 용의 서식지로 알려진 곳이기 때문이다. 용에게 들킬 가능성을 조금이나마 낮추기 위해 진흙으로 체취를 가리려 한 것이다. 그 뒤 여성은 제 몸을 숨길 데를 찾으려는 듯 두리번거리더니 입구 왼편의, 토끼 귀를 맞붙여 놓은 듯한 형태의 바위 뒤에 숨었다. 이 정도면 용이 오갈 때 들키지 않을 수 있을까? 아니, 여기에 정말 용이 살까? 여성은 심장 고동 소리가 새어나갈까 겁내기라도 하는 사람처럼 제 가슴을 지그시 누르며 마른침을 삼켰다.

46 이름 없음 (hL0Uzj02lg)

2023-01-06 (불탄다..!) 02:30:34

>>44
"아니! 문제 없어. 그냥 확인한 거야. 다른 누구도 아닌 네가 말 바꿀 일은 없겠지만."

그가 무슨 생각으로 수락했는지 몰라도, 어쨌든 수락은 수락이니까 나중에 말 바꾸지 말라고 그녀가 단단히 못을 박았다. 사실 이렇게까지 거듭 확인하고 할 필요는 없지만, 실감이 안 나서 그런 것 같기도 하다. 공동의 목표를 이룩하고도 아직 같이 있을 시간이 있다는 것이.

"아, 쉽게 말하긴 했는데, 신관 제적이 말처럼 쉬운게 아니거든. 등급에 따라서 절차도 가지각색이고, 이래뵈도 높은 급이라 순순히 놔주지 않으려고 할 테니 말야. 빠르면 빠를수록 좋아. 그래도 오늘밤은 기절할 때까지 마실 생각이지만!"

제적 절차는 빠를수록 좋으니 당장 달려가서 대신관들을 닥달하는게 제일 좋음이 분명하나, 아직 들뜬 분위기가 식지 않은 지금 즐기지 않으면 언제 이런 분위기를 즐길까. 한차례 축제 분위기가 식으면 일상을 되돌리기 위해 분주해질테니 말이다. 그녀의 잡아당김을 따라 그가 걷기 시작해 그녀도 그와 걸음을 맞추었다. 어쩌다보니 팔은 잡은 채로 조금은 종종거리는 걸음을 내딛으며 옆에서 말을 주거니 받거니 했다.

"숙소 근처에 큰 술집이 있는데 거기 밤새 잡아놓고 술판 벌인댔어. 귀족은 뭐 있을 수도 있고 없을 수도 있고? 걔가 언제 높으신 분들이랑 술잔 기울이는 거 봤어? 있어도 신경도 안 쓸 걸?"

그를 만나기 전에 전해들은 리더의 소식을 알려주며 그 술집을 향해 길을 나아간다. 굳이 그 술집이 아니어도 여기저기서 즐겁게 떠드는 소리 들려오는 거리를 걷다가, 들려오는 그의 목소리에 힐끔 보고 피식 웃은 그녀가 대답했다.

"나도 여유와 한가로움이 뭔지 아는 사람이거든? 대륙 구석구석 다 돌아다니면서 보고 다닐 거니까, 나중에 너무 느긋하다고 투덜대지나 마! 아, 여행 중에는 생각 좀 덜 하고!"

다니는 내내 잔소리 하는 건 사양이라며 깔깔거린다. 말이 이렇지 진짜 잔소리를 할 건 아니고 물론 그도 알고 있을 것이다. 그렇게 서로 떠들다보니 얼마 가지 않아 저 멀리 가장 시끄러운 술집이 보이고, 그녀는 저기라고 어서 가자고 그를 재차 잡아 끌었을 것이다.

47 이름 없음 (tlgLsE3oHQ)

2023-01-06 (불탄다..!) 04:09:57

>>40 앗 그래! 잘 부탁해!

48 이름 없음 (c/Xa0pVE1.)

2023-01-06 (불탄다..!) 19:48:00

>>46

"그래? 일단 알았어. 얼마나 걸릴진 모르겠지만 일단 그 정도는 기다려줄게."

몇 년씩이나 걸리는 것이라면 조금 힘들지도 모르나 그래도 몇 달 정도까진 그도 이곳에서 기다려줄 수 있었다. 사실 황가의 약속이나 지금 자신들에게 있는 명예나 대접을 보면 몇 년을 있어도 상관없을지도 모르나 계속 숙소에서 그렇게 지내는 것은 역시 미안한 일이 아니겠는가. 사내는 그렇게 생각했다. 아무도 뭐라고 하는 이가 없겠으나 눈치가 보이는 것은 그가 귀족 출신이 아니기 때문이었다.

"그래도 쫓아내진 않을 거 아니야. 귀족 분들이 어디 가만 두겠어? 당장이라도 내 가족 만들겠다고 자기 자식들을 데려다가 접점 만들어보려고 안달일 것 같은데."

딱히 편견이나 그런 것은 아니었기에 사내의 목소리는 비꼬는 투가 아니었다. 당장 자신이라도 만약 동생이 있다고 한다면 리더에게 한 번 만나볼 생각 없냐고 물어봤을테니까. 자신은? 딱히 생각이 없었다. 생사를 같이 해서 그런지 그런 것보다는 역시 동료 의식이 좀 더 컸으니까. 이내 들려오는 제 동료의 목소리에 사내는 피식 웃었다.

"성향이 이런 것을 어쩌겠냐. 조금은 봐줘라. 그 정도는."

시끄러운 술집. 그곳을 바라보며 사내는 잠깐만이라는 말과 함께 뒤를 돌아봤다. 수많은 건물들이 보이며, 수많은 활기가 바로 그 곳에 있었다. 여행을 떠나기 전의 자신이라면 이런 풍경을 자신이 만들거라고는 생각도 못했겠지. 그렇게 생각하며 사내는 이내 피식 웃으면서 신관에게 이야기했다.

"됐어. 가자. 오늘은 실컷 마시자."

#상황상 막레 비슷한 느낌으로 써봤어.
#이후에는 아마 사내가 신관이 일을 다 치러하기 전까지는 적당히 숙소에서 지내고 일을 다 처리하면 같이 여행을 떠나지 않았을까 싶네.
#돌리면서 재밌었어!

49 이름 없음 (kJD4/h0qm.)

2023-01-06 (불탄다..!) 20:13:36

>>21
야망이라. (발을 동동 구르며 한참 피던 담배를 끊고 들어가려던 무렵, 패딩 주머니에서 울리는 진동에 휴대폰 화면을 확인해보았다. 웃기네, 배틀이라니. 게임 홍보 같은건가? 아니면 티비 프로그램? 담배와 더불어 나쁜 버릇 중 하나인, 쓸 데 없는 곳에 정신을 쏟아버리는 버릇이 발동되어 한참동안이나 그 화면을 들여다보았다. 네, 라고 보내면 되는건가?) '넨ㄴ' (추워서 오타났다.)

50 이름 없음 (hL0Uzj02lg)

2023-01-06 (불탄다..!) 20:42:07

>>48
나도 재밌었어! 재밌는 상황 올려줘서 고마워!

51 이름 없음 (tlgLsE3oHQ)

2023-01-06 (불탄다..!) 20:45:35

>>49

....

[User, Confirmed]
[Access System]

(답장을 보내자 휴대폰 화면이 꺼졌다가, 리부팅 되면서 어플리케이션이 실행된다. 인트로에 짧게 후원기업들의 목록이 지나가고- 개중에는 쟁쟁한 기업들도 있다- Valhalla Profile이라는 로고가 나타난다.]

[발할라 프로파일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당신은 이제부터 전뇌공간인 '발할라'에서 아바타로서 배틀할 수 있게 됩니다. 발할라에서는 정신력이 곧 아바타의 '강함'을 결정합니다.]
[발할라의 '챔피언'이 되면 반드시 '소원 하나'를 들어드립니다.]
[저는 당신의 아바타의 초기 설정을 도와드릴 P, 프로파일러 입니다.]
[아바타 설정을 위한 문답에는 5분이 소요됩니다. 진행을 원치 않으시면, 지금 당장 기기에서 어플리케이션을 제거해 주십시오.]

52 이름 없음 (kJD4/h0qm.)

2023-01-06 (불탄다..!) 21:06:23

>>51
응? 으응? (바보같은 목소리를 흘린다. '넌 말야, 좀 경각심이 필요해. 어디 가서 사기나 안당하면 다행이지.' 라고 질린 듯이 말하던 전 애인의 목소리가 스쳐지나간다. 정말 경각심이 부족한건가. 멍하니 리부팅 되어, 실행되는 어플리케이션을 지켜본다.) 발할라? 탈룰라 같은 건가. (교육을 포기한 자의 혼잣말은 같이 새어나온 뿌연 김과 같이 덧없다. 왠지 지금 안에 들어가면 애들한테 호구냐고 욕 먹을 것 같은데. 바깥은 춥고. 잠깐 고민하다 5분만 더 버티잔 생각에 메세지만 보내본다.) '혹시 사기에염? 저돈없어요ㅜ.ㅜ'

53 이름 없음 (tlgLsE3oHQ)

2023-01-06 (불탄다..!) 21:12:23

>>52

.
.

어플리케이션이 계속 실행되어 있자, 화면에 P의 메시지가 출력된다.

Q1.당신의 이미지를 색으로 나타낸다면 무슨 색깔입니까?
Q2.당신이 가장 자신있는 것은 무엇입니까?
Q3.반대로, 가장 약한 것은 무엇입니까?
Q4.당신이 가장 바라는 것은 무엇입니까?

[당신의 아바타명을 입력해주십시오. 이는 추후 수정이 불가하므로 신중히 결정해주시기 바랍니다.]

54 이름 없음 (kJD4/h0qm.)

2023-01-06 (불탄다..!) 21:19:10

>>53
이 아저씨 자기 할 말만 하네. (상대방의 성별 조차 모르지만, 괜히 무시 당하는 거 같아 입술이 댓발 나왔다. 그러나 이어서 출력된 메세지를 보고는 눈을 깜빡인다. 한참 불평하던 것도, 수상하게 느껴진다는 직감 조차도 호기심은 이기지 못한다. 이내 품에서 담배를 하나 더 꺼내 입에 물고서 메세지를 전송한다.) '오페라핑크. 완전 쨍해염.' '쌈박질 잘해염><' '머리가 나빠염ㅜ' (그리고 손가락이 잠깐 멈칫했다. 원하는 거라. 으음. 곰곰히 생각하며 휴대폰 화면만을 노려보다, 바닥에 굴러다니는 지폐 모양 성인업소 찌라시를 발견한다. 이거다.) '지폐에 제 얼굴 실리는 거염~~~' (히히 웃고는 아바타명이란 말에 옛날부터 쓰던 닉네임을 보낸다.) '리치는맛있어'

55 이름 없음 (XoEj.FCC42)

2023-01-06 (불탄다..!) 21:28:58

어느 뒷골목, 네온사인이 가득하고 식당 후드로부터 퍼지는 음식 냄새와 화장실의 오물 냄새같은 것들이 섞여있는 골목의 입구.

그곳에서 등을 기댄 한 남자가 있다. 그는 광나는 검은 가죽 자켓에 후드점퍼, 청바지를 입고 있었는데, 후드를 뒤집어 쓰고 있어 옆에서는 얼굴이 잘 보이지 않는다.

지나가는 행인들 중 몇몇이 그와 눈을 마주친다. 그들은 그의 얼굴을 알 수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그 중 일부만이 다리의 툭 튀어나온 기계같은 것을 눈치챘을 것이다.
그는 평소라면 이렇게 나와있진 않을 터였다. 원래 그는 뒤에서 암약하는 존재였다. 기실, 이 광대한 네트에서 그가 닿지 못하는 곳은 없었고, 득하지 못하는 정보는 없었다. 그러나 그의 동료 (이자 사장)의 부탁으로 여기 오게 되었다. 누군가를 기다리기 위해서.

그가 듣기로는 무슨 물건을 받기로 되어있다고 했다.
'어쩌면 그 녀석의 친구일 지도. 동업자이거나, 고객일 수도 있겠지.'
남자의 동료는 탐정이다. 그 탐정은 유난히 괴팍한 성정 탓에, 그에게 의뢰를 맡기는 고객들은 터무니없거나, 괴상한 것을 요구하는 이들이 잦았다. 그러나 지나치게 비도덕적인 일은 그쪽에서 거절하기 일쑤였다. 반면에, 의도가 선하다면 아무리 불법적인 일이라도 마다하지 않는 용감한 그런 사람이었다.
'그런 위대하신 양반은 왜 사무실도 변변찮은 곳에 얻어서는.'

여하간, 지금은 기다리는 수 밖에 없겠다. 남자는 그렇게 생각하며 후드를 벗었다. 갈색의 살짝 곱슬거리는 산발이 제멋대로 헝클어져있었다. 남자의 푸른 두 눈은 어딘가 반짝이고 있었다.

56 이름 없음 (tlgLsE3oHQ)

2023-01-06 (불탄다..!) 21:35:43

>>54

Analyzing your personality...
Avatar creation completed.


[리치는맛있어 님, 아바타 생성이 완료되었습니다.]
[상세 커스터마이징은 발할라 내의 인터페이스, 혹은 상점에서 가능합니다.]
[도움말이 필요하면 발할라 인터페이스에서 P를 찾아주십시오. / P 역시 커스터마이징 가능. 초기 P는 입력된 데이터만 출력. ]
[세상이란 전장터에서 싸우고 있는 전사들에게 영광을]

(오페라핑크색 머리와 눈동자를 한 당신의 아바타가 핸드폰 화면에 보인다. Lv1.리치는맛있어/격투타입 이라는 정보도 표시된다. 그리고 주변 세상이 사이버 공간으로 변한다. 패딩도 온데간데 없고, 담배도 사라진다. 주변에 자리하는 것은 끝없는 푸른색의 데이터 회로가 깔린 평원이다.)

57 이름 없음 (kJD4/h0qm.)

2023-01-06 (불탄다..!) 21:41:20

>>56
(순식간에 일어난 변화를 눈치채지 못하고 담배를 입에 물려다 아무것도 없는 것을 깨닫곤 고개를 든다. 그리곤 아연실색한 표정으로 주변을 둘러보고는, 마지막으로 제 손을 내려다본다.) 이, 이게 무슨... (데이터의 평원. 그곳에 홀로 서서 제 쨍한 색의 머리카락을 긁적거린다.) 내 담배 어디갔지. (머리는 안좋지만, 잔머리 하나 만큼은 좋다 했었지. 도움말 어쩌고 했던 것이 떠올라 양손으로 확성기 모양을 만들어보인다.) P 씨~ 제 담배 어디 갔나요~ 대답해주세요~

58 이름 없음 (tlgLsE3oHQ)

2023-01-06 (불탄다..!) 21:49:13

>>57 (당신이 P를 호출하자 P가 당신의 앞에 나타난다.하얀색 외피에, 이목구비만 달려있는 아무런 특징없는 모습. 그것은 흡사 신생아 같기도, 노인같기도 한 모습이다.) 어서오십시오. 리치는맛있어님. 당신은 현재 발할라에 접속해있습니다. 즉, 현실의 아이템은 이곳에서 소지하실 수 없습니다. (P의 손가락이 당신의 빈 입술을 가리킨다.) 현실에서 당신의 신체는 '기절' 혹은 '수면' 상태가 되어있을 것입니다. 최소한 일주일에 한번은 현실로 돌아가는 것을 추천드립니다. 그렇지 않으면 발할라 프로파일을 플레이하는 당신의 정신과, 현실에 있는 신체의 링크가 약해져 치명적일 수 있습니다.

59 이름 없음 (kJD4/h0qm.)

2023-01-06 (불탄다..!) 21:54:16

>>58
우와! 못...생겼어. 미안합니다. (당황하면 거짓말을 못하는 성격인지라, 일단 질러놓고 제대로 허리 숙여 사과를 한다. 그러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으며 눈을 깜빡인다. 그러다 점점 표정이 경악하는 얼굴로 바뀌어간다.) 잠만, 그럼 나 지금 눈 내리고 영하인 바깥에서 쓰러져있는거!? 헐, 나 죽은 거 아냐? (P와 말없이 수 초간 응시한다. 그리고 이내 쭉 기지개를 켠다.) 에이, 뭐 괜찮겠지. 친구집 앞이니까 알아서 챙겨줄걸. 그쳐? (P와 팔짱을 끼려한다.) 근데 여기 어디에여? 뭐하는 곳이구여?

60 이름 없음 (tlgLsE3oHQ)

2023-01-06 (불탄다..!) 21:59:25

>>59 (P의 얼굴에는 눈썹이 없었다. 그러나 P는 당신의 발언의 눈썹- 이라고 할만한 이마근육을 치켜올렸다 내렸다.) 원하신다면 바라는 외형, 성별, 스타일로 커스터마이징이 가능합니다. (P는 사과하는 당신을 잠시 바라보다가 담담히 말을 이어간다.) 접속경과간이 궁금하시면 언제든지 물어봐 주십시오. (P는 당신이 팔짱을 끼도록 내버려두었다.) 이곳은 조작기능을 익히고, 각종 설정이 가능한 연습장입니다. 선호하시는 배경이나 분위기가 있으십니까? 연습장의 스킨을 바꿔드리겠습니다.

61 이름 없음 (kJD4/h0qm.)

2023-01-06 (불탄다..!) 22:09:03

>>60
커스터마이징이여? 흠. 괜찮! 제가 정이 들면 되죠. (빡빡이~. 당신의 맨들한 머리를 슬쩍 문질러본다.) 편한 모습으로 계세여. (자기 머리색은 맘에 드는 지 자기 머리카락을 슬쩍 띄웠다 놓는다.) 근데 뭘 조작하고 뭘 연습하는데여? 죄송...저 머리가 나빠서 이런 거 잘 못하거든요. 근데 P씨는 몇 살이에여? 전 고2에염. 자퇴하긴했는데. (헤헤, 웃고는) 저 근데 왜 여기있는 건데여?

62 이름 없음 (tlgLsE3oHQ)

2023-01-06 (불탄다..!) 22:17:10

>>61 ... (당신이 빡빡이라고 하자 P의 머리에서 순간 머리카락이 솟아난다. 검은색 장단발에 머리안쪽은 청록색인 투톤 시크릿 헤어다.) 고등학교 2학년, 말입니까? (당신의 말에 잠시 고민하다 턱에 수염을 커스터마이징 한다.) 형이라고 불러라. 이 편이 낫겠지? (P는 리치는맛있어,의 연령대와 상황을 고려해 스스로를 서른 전후의 남성으로 커스터마이징을 세팅한다.) 말투도 이 편이 나을거고. 우선 좀 움직여봐. 운동장에서 국민체조 해본 적 없어?

63 이름 없음 (kJD4/h0qm.)

2023-01-06 (불탄다..!) 22:21:33

>>62
어... (당신의 모습이 변해가는 모습을 보곤 어색하고 뻣뻣한 미소를 지어보인다.) 대체 뭔 상황이에여, 이거. 그보다 커스터마이징에 개인적인 감정이 좀 실리신 거 같은데...요? (허리춤에 손을 올리곤 상황을 파악하려는 듯이 웃다가 고갤 갸웃거린다.) P 형, 저 국민체조 삽고수에요! (그래도 금방 적응했는지, 혼자서 쭉쭉 허리를 피고 다리를 피고 한다.) 근데 왜 제 질문에 다 대답 안해주세여? 저 형이랑 싸워야해여?

64 이름 없음 (tlgLsE3oHQ)

2023-01-06 (불탄다..!) 22:29:02

>>63 좀 더 유저친화적인 외형을 취하는거지. (P의 눈색이 변했다가 당신과 같은 오페라핑크 색으로 고정된다.) 못생긴건,싫다며? (P의 눈이 가늘어지며 입가에 악랄한 미소가 떠오른다. P가 에단 호X, 톰 X루즈 수준의 미형 커스터마이징을 취하면서 리치는맛있어, 에게 무언의 메시지를 보낸다.) 옳지. 잘한다. 잘하긴 하네. (당신의 움직임을 지켜보는 P의 안구에 이진수 숫자들이 떠올랐다 사라진다.) 발할라와 동조율이 높군. 너 멘탈 쎄다는 소리 자주 들어? (P는 스스로의 턱을 매만지다가 씩 웃는다.) 원래 기본이동 익히는것만 해도 동조율 약하면 반나절은 걸려. 그렇게 원하면 바로 싸워볼까?

65 이름 없음 (kJD4/h0qm.)

2023-01-06 (불탄다..!) 22:36:18

>>64
아니, 형! 그건 반칙이져! 왜 혼자만 잘생겨진담!? (어이 없다는 듯이 헛, 참, 하면서도 킥킥 웃는다.) 제가 형들한테 깍듯히 대해서 다행인줄 아세여. 아, 그렇다고 아저씨 취향인 건 아니니까 오해하지마시구. 전 여자 좋아해여~. (온 몸을 휘적휘적 돌려보니, 뼈가 내는 소리와 진동마저 진짜 같다.) 랄랄라가 뭔데여? 어, 저 멘탈 약한데? 영화 보면 자주 울어여. (제자리 조깅을 하면서, 거친 행동을 취하기 위해 몸을 살짝 덥힌다. 이 이야기의 흐름에서 본능적으로 캐치했기 때문일까.) 엥? 진짜여? 에이, 제가 형이랑 왜 싸워여~. (서글서글 웃으면서 다가가다가, 대뜸 당신의 손목깃을 붙잡아 당겨 무릎으로 얼굴을 가격하려한다.)

66 이름 없음 (tlgLsE3oHQ)

2023-01-06 (불탄다..!) 22:44:45

>>65 아 뭐야, 그럼 말을 하지. 근육미소녀로 커스터마이징 했을텐데. (시시껄렁한 농조로 말하면서도 당신이 몸을 푸는 모습을 초 단위로 분석한다.) 발할라. 북유럽 신화 몰라? (P는 리치는맛있어,에게 설명하는 눈높이를 생각보다 많이... 낮춰야한다는 것을 깨닫는다. 약점이라더니.) 감수성이랑 멘탈강도는 다른 문제고. (느긋하게 말하다가, 손목깃이 붙잡히면 당신의 손을 주먹쥐어 받치고 반대편 손으로 팔을 눌러 밀며 물러난다.) 다시.

67 이름 없음 (kJD4/h0qm.)

2023-01-06 (불탄다..!) 22:48:46

>>66
건강미는 저도 좋아하는데, 그런 수준이 아닌 것 같은데여? (공격이 생각보다 쉽게 풀리자 놀란 듯 눈을 크게 뜨지만, 반응은 꽤나 심심하다. '왜' 여기서 이러고 있는 지는 리치는맛있어에게 그다지 중요한 게 아닌 것이겠지.) 이거 안당해주는 사람들은 하나같이 좀 치던데. 형도 좀 치시나봐여? (그대로 제자리에서 통통 튀며 다리 근육을 풀더니, 재빨리 달려나가며 마운트를 걸려는 듯한 자세를 취한다.) 제가 그거 알면 자퇴 했겠냐구여! (그러나 태클 포지션은 페이크. 자세를 크게 낮춰 태클 변환해 당신의 다리를 걸려한다.)

68 이름 없음 (tlgLsE3oHQ)

2023-01-06 (불탄다..!) 22:57:00

>>67 날 사람처럼 대해주는건 고마운데 말이야. (P의 얼굴에 미소가 서렸다가 사라진다.) 난 AI라고. (빠르다. 당신이 달려오는 속도를 보면 애라서 몸이 가벼운가, 생각할정도로.) 고2가 자퇴하고 담배나 피고 말이야, 어? 참교육 마렵게 하네. 정말! (마운트라고 생각해서 다리로 받아넘길 준비를 하다가, 당신이 자세를 낮추면 태클에 걸린다.) 윽. (그리곤 태클로 바닥으로 넘어지는듯 하다가, 바닥을 한손으로 짚고 덤블링 해 당신의 코앞까지 다가온다. 곧장 라이트훅을 날리려 시도한다. 오페라핑크의 눈이 희번득하게 빛난다.) 이정도야?

69 이름 없음 (kJD4/h0qm.)

2023-01-06 (불탄다..!) 23:09:21

>>68
(AI라는 소리를 듣고 침묵한다. 아마 당신이 생각하는 그것이 맞을 것이다. 또 입술이 댓발 나왔다.) 에...에이아이라도 사람이에여! 너무 낙담하지 마세여! (진짜 뭔지 모르는 지, 위로를 한다. 그리고 태클이 걸리자 환희의 미소를 지어보이다, 당신이 순식간에 자세를 다잡자 아까보단 놀란 듯이 보인다. 저런 게 되는 거였어? 하는 표정. 당신이 날린 라이트훅을 코 앞에서 아슬아슬하게 피한 것도 반은 운, 반은 본능이었으리라.) 와, P형 뭐하는 사람이에여? 좀 쫄리는데? 아저씨 나이 먹고 저 같은 학생 상대로 이럼 미성년자 폭력이에여! 글고 제 삶은 제가 살고싶은 대로 살 거에여! (이번엔 격투로 들어선다. 가장 먼저 날리는 것은 방금 전, 당신이 시도한 라이트훅이다.)

70 이름 없음 (tlgLsE3oHQ)

2023-01-06 (불탄다..!) 23:25:35

>>69 (당신의 침묵에는 침묵으로 응한다. P는 그런 존재다. 유저를 비추는 거울이다. 모든 P가 그럴 것이다. 그러나 모든 P는 동일하지 않다. 최소한 커스터마이징과 자기학습이 시작된 그 순간부터 다른 P들과 구별된다. 그 존재 자체가 유저를 향한 프로파일링이다. 위로가 필요한 건 너잖냐, 리치는맛있어의 P는 생각한다. 자신의 라이트훅이 빗나가자 P는 어금니를 드러내며 웃는다. 원석을 발견했을 때의 뿌듯한 표정이다.) 뭐, 대충 야쿠자 였던걸로 칠까? 그게 더 몰입되겠어? (스스로 인간이 아니라 여기기에 앞엣말은 건성으로 대꾸한다. 제 삶은 제가 살고 잎은대로 살 거에여. 그 말은 심층기억장치에 저장한다. 당신의 라이트훅을 날리자 머리를 숙이고 가드를 올린다. 상체와 하체 역시 머리와 함께 아래로 내려가고, 물흐르듯 몸을 틀어 피한다.) 이게 위빙이라는거야. 본능도 좋지만 이론도 배워.

71 이름 없음 (j/33.TXVY2)

2023-01-07 (파란날) 01:15:38

>>70
야쿠자라니, ...오겡끼데스까! (당신이 마치 꾸물텅거리는 액체가 된 것 마냥 공격을 피하자, 그 뒤로도 주먹을 몇 번 날린다. 파워는 그렇다쳐도 꽤 날렵한 주먹이라고 생각했는데 한 끗 차이로 자꾸 빗나가자 점점 열이 받기 시작한다. 계속 여유롭던 얼굴에 하, 하고 청소년기 특유의 잔악한 미소가 비져나온다. 하지만 당신의 말대로 장점은 멘탈이라고 했던가. 다시금 머리를 쓸어넘기고, 차갑게 식힌다.) 아리가또...고자이마스! (당신이 맞받아치지 않고 피하기만 하자, 훅에 이어 피할 수 없는 궤도로 라이트 백블로우를 날린다. 다만, 경험 부족으로 인해 동작이 지나치게 크다.) 이론은 졸려서 다메!

72 이름 없음 (d/oBJ368D6)

2023-01-07 (파란날) 07:02:35

>>71 하이, 겡끼데스요. (당신의 주먹이 날아오는 궤도를 분석하며 한 끗차이로 피한다. 처음에는 피하기 빠듯했으나, 당신의 머리에 열이 오를수록 조금씩 주먹이 빗나가는 것을 느낀다. 그래도 애는 애구나 싶었다. 당신이 머리를 쓸어넘기자 시선을 마주한다.) こちらこそ。 (순식간에 들어오는 백블로우를 피할 수 없다는 판단이 들자, 팔을 올려 안면을 방어한다. 그리곤 당신이 큰 동작을 수습하려 할 때 당신의 허리를 당겨 안는다.) 괜찮은 시도였어. (당신의 머리를 툭툭 쓸어주고 놓아준다.) 시뮬레이션 데이터는 충분히 쌓였다. 이쯤에서 연습은 종료할까.

/레스가 길어져서 이쯤에서 끝내거나 1대1로 옮겨야 할거같은데 어떻게 생각해?

73 이름 없음 (j/33.TXVY2)

2023-01-07 (파란날) 09:38:21

>>72
/나야 좋지!!! 이런 주인공은 못될 캐릭터지만 ㅋㅋㅋㅋㅋㅋ 근데 오늘내일 일이 있어서 저녁이 아니면 힘들 거 같아ㅜㅜㅜ 중간중간 짬 날때 올게!

74 이름 없음 (d/oBJ368D6)

2023-01-07 (파란날) 10:16:06

>>73 응응~ 그럼 너참치의 다음 레스를 막레로 하고 1대1 시트스레에서 좀 더 얘기하자!

75 이름 없음 (j/33.TXVY2)

2023-01-07 (파란날) 19:56:14

>>72
...한국말로 하세여! (이정도면 당신의 입에서 나온 연타는 백발적중이다. 부끄러움에 얼굴을 붉혀가며 날린 회심의 일격이었지만, 가드에 막히자 울분을 담아 짧게 소리를 지른다. 방금 전 연타에서 힘을 뺀 탓에 숨을 몰아쉬며 제 머리카락을 거칠게 헝클어뜨린다. 왠지 마음에 안드는 얼굴이다.) ...왜여? P형, 쫄? 저 아직 안쓰러졌는데여? (히히 웃으며 다시금 자세를 잡는다.) 애초에 뭘 위한 연습인데여? 저, 누구랑 싸워야해여? 왜여?

/막레~~~1:1 스레에 레스 남기면 찾아갈게~~

76 이름 없음 (d/oBJ368D6)

2023-01-07 (파란날) 20:38:49

>>76

/확인했어! 1:1에서도 잘 부탁해!

77 이름 없음 (csBIzfi6mo)

2023-01-07 (파란날) 20:47:56

>>42 이거 쓴 참치 아직 있니? 조금 늦었지만 이어볼까 싶은데.. 괜찮은지 물을게!

78 이름 없음 (TQifK6aPHg)

2023-01-08 (내일 월요일) 10:09:00

갑자기 놀던 친구들과 헤어지고 다른 곳으로 가야만 하는 아직 중학생 정도밖에 되지 않은 소년은 이제야 겨우 마음 정리를 마칠 수 있었다. 물론 가고 싶지 않았고 기분이 썩 좋진 않았지만 아직 자신은 보호자가 필요한 나이이며 그래봐야 중학생 정도였다. 그런 자신이 고집을 부린다고 해서 가야만 하는 것이 바뀌거나 할 리가 없었다.

마지막. 정말로 딱 마지막 아이와의 인사를 남겨두고 그 소년은 마을이 내려다보이는 언덕길 위에 서 있었다. 마지막으로 이곳에서 조용히 이야기를 하고 싶다고 쪽지를 문틈에 살짝 끼워둔 것은 전화나 문자 메시지를 보내기가 참 애매했기 때문이었다. 아주 살짝 회피성 행동일지도 모르나 그것이 소년의 마지막 발버둥이었다.

시원한 바람이 불어오는 가운데 발소리가 조용히 어딘가에서 들려오는 것 같았다. 꽤 친한 사이인 친구를 불렀기에 절로 무슨 말을 해야 할 지 알 수 없어 소년은 고민할 수밖에 없었다. 자신이 삼 일 뒤에 이사를 가야 한다는 것 정도는 알고 있을테니 크게 할 이야기는 없을지도 모르지만 그럼에도 긴장되는 것은 소년으로서는 어쩔 도리가 없었다.

"왔어?"

발소리가 멈출 쯤에 소년은 살며시 소리가 난 곳을 돌아보며 그 앞에 있을 제 친구를 바라봤다. 애써 미소지으며.

/한국 배경도 좋고 일본 배경도 좋아. 그냥 말 그대로 삼 일 뒤에 이사를 가는 소년이 친구들을 불러서 작별인사를 하고 정리를 하는 그런 상황 속에서 이제 마지막 친구에게 작별인사를 하려는 그런 느낌이야.
맥 브레이커는 사절이야. 친구가 어떤 아이인지는 자유롭게 설정해도 좋아. 남성인지 여성인지의 여부는 정말로 자유! 그냥 편하게 이어줘도 좋지만 맥 브레이커나 참교육 서사 같은 것은 진짜 사절이야.

79 이름 없음 (SyCPtkuKcY)

2023-01-10 (FIRE!) 14:08:18

갱신

80 이름 없음 (IXlI1fwXGE)

2023-01-10 (FIRE!) 14:13:07

>>77 헉.. 나 아직 있어! 이어준다면 너무 고마울 따름이지!

81 이름 없음 (8VVYGlCV6s)

2023-01-10 (FIRE!) 19:07:07

(급하게 숨을 들이키며 상체를 일으켰다. 흐릿한 눈을 비비고 보니 주위는 어두웠다. 꿈자리가 사나웠나보다. 호연은 어느새 산발이 된 긴 곱슬머리를 손으로 쓸어넘기고, 잠옷소매 자락으로 이마에 맺힌 식은땀을 닦아냈다. ) 어휴... (저도 모르게 숨을 몰아쉬며 진저리를 쳤다. 컨디션을 망칠 정도로 끔찍한 꿈은 아니었다지만, 상당히 기분 나쁜 꿈이었다. 배우자를 만나기 전, 대학시절로 돌아간 걸로 모자라 이상한 존재가 찝적거리는 꿈이라니. 재수 없어라. 애매한 시간대긴 해도 깨서 다행이다. 오늘은 늦잠자도 괜찮은 날이니까. 옆에서 자던 배우자의 품으로 다시 파고들려 눕는데 불안감이 엄습했다. 혹시 깼으려나? 호연은 눈을 들어 조심스레 배우자의 얼굴을 살폈다.)

//현대한국 배경이고, 배우자랑 한 침대에서 자다가 악몽을 꿔서 깬 상황이야. 결혼한 사이이고 금슬도 좋지만 스킨십은 최대 포옹까지만 한다는 설정이야.
이어준다면 성별은 상관없고, 조신하고 다정다감한데다 배우자에게 일편단심이고 존댓말 쓰는 순정파 캐릭터였으면 좋겠어.

82 이름 없음 (earepYR0eM)

2023-01-10 (FIRE!) 19:32:55

>>81 (품이 허전한 느낌에 눈이 뜨였다. 아직 깜깜했지만 반려자가 일어나 앉은 것은 알아볼 수 있었다. 비몽사몽하던 정신이 바로 맑아졌다. 설마 여태 잠을 못 이뤘을까? 아니라면 자다 깼을까? 어느 쪽이든 염려스러웠으나 사내는 짐짓 모른 척 눈 감았다. 자기가 깬 걸 들키면 그렇지 않아도 편안한 상태는 아닐 반려자를 신경 쓰이게 할 것 같아서였다. 다행히 오래지 않아 품이 반려자가 파고드는 포근하고 따스한 감촉으로 가득 찼다. 가까워진 숨결에 새삼 간질간질하고 들뜨는 것을 숨기고자 숨을 고르는데 얼굴을 응시하는 시선이 느껴졌다. 들켰나? 사내는 아이가 몰래 장난치다 들켰을 때처럼 겸연쩍은 기색으로 눈을 떴다.) 괜찮아요? 못 잔 것 같은데..


/성별을 모르겠어서 반려자라고 했어~ 스루는 안해 줬으면 좋겠다88

83 이름 없음 (BXNoUDzYpY)

2023-01-10 (FIRE!) 20:26:28

우리 여우들은 특별한 여우라서, 열다섯번째 생일이 지나면 재주를 넘어 인간으로 둔갑할 수 있다더라— 모두가 그렇게 이야기했다. 가족, 친구, 옆 여우굴 갓난쟁이 아기 여우도 입을 모아서 같은 말을 한다. 제자리에서 폴짝 뛰어 공중에서 세바퀴 휘리릭 돌아내면 된다, 마법처럼 말이다. 그러니 어린 여우가 열이면 열 모두가 열다섯번째 생일만 기다렸다. 인간 세상에 내려가서 자리잡고 숨어사는 여우들이 얼마나 동경스러운지, 이 작은 여우도 그랬었던 적이 있었다. 하지만 아무리 재주를 넘어도 매번 넘어지며 실패하기만 한 탓에 마음이 꺽인지는 오래였다. 작은 여우는 오늘로 열여덟번째 생일을 맞았고, 친구들은 전부 산 아래로, 숲을 떠나서 인간 아이들의 학교에 다니는 지라 못 본지도 오래 됐다. 몇 남지도 않은 여우들 중에서 반은 인간 세상으로 떠나고, 반은 여우로 남기를 택하는데 그 중에서 어느 쪽에도 속하지 않았다. 떠나고 싶지 않아서 떠나지 않은 것이 아니고, 남고 싶어서 남은 것이 아니니까 이 작은 여우 느끼기에는 생일날 동터오는 순간이 얄궂기만 했다. 때문에 무작정 마을을 떠나버렸다. 인간들 사는 세상을 멀찍이라서도 구경하고 싶어서였다.

"아우우...."

인간들은 잘 올려다보지도 않을 높다란 담벼락 위에서 유유하고도 조용히 돌아다닐 생각이었던 작은 여우에게 죄가 있다면데 인간들 먹다 남긴 것이나 파먹는다는 길고양이가 그렇게 사나운지를 몰랐고 인간 세상의 탈 것들이 저렇게 요란스럽고 시끄러운지도 몰랐을 뿐이다. 길고양이에게 쫓기다 빠앙—하고 울리는 소리에 놀라서 넘어졌더니 앞발이 아니라 손이 보였을 뿐이다. 담벼락 위가 아니라 그 아래였을 뿐이다. 이렇게 어이없게 인간이 될 줄은 상상도 못 했다. 겸사, 웬 인간 하나를 깔아뭉개고 있을 줄도.

"ㅁㅜ머뭐야?!"

아마 그 쪽이 하고 싶은 말이었을 거라고 생각하지만, 작은 여우도 적잖이 놀라고 당황해서 따질 경황이 없었다.

#이 재주넘는 여우 일족(?)말고는 평범한 현대 한국이라고 생각하고 있어요 ^.^ 맥커터는 쓰루할게요~

84 이름 없음 (oLHAJdOGnE)

2023-01-10 (FIRE!) 23:18:47

>>45 계신가요!

이어보고 싶은데요!!

85 이름 없음 (HT6bAl/.UQ)

2023-01-10 (FIRE!) 23:36:26

>>84
앗! 묻힌줄 알았는데 이어주신다니 감사합니다8ㅁ8 잘부탁드려요~!

86 이름 없음 (M/usaatspc)

2023-01-11 (水) 00:09:42

>>82
(낌세를 눈치챈 건, 도로 누워 남편의 품에 파고들고서부터였다. 머리 위에서 느껴지는 숨결도, 가까이 느껴지는 심장박동도, 푹 잠들었을 때와는 미묘하게 달랐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짐짓 눈을 감고 있는 것이 수상해서 빤히 쳐다보니, 얼굴에 겸연쩍은 기색이 번지다 눈을 뜨는 것이 보였다. 역시 깨어있었구나. 멋쩍어하는 얼굴이 귀여운 것과는 별개로 깨어있던 것이 들키자마자 제 걱정부터 하는 것이 안쓰러워서, 호연은 한 손으로 제 남편의 볼을 조심스레 감싸고 살살 쓰다듬었다.) 자다가 깬 거예요, 좀 기분 나쁜 꿈을 꿔서요. 갑자기 일어나 있어서 놀랐죠? 깨워서 미안해요. (오밤중에 깨우고 걱정끼친 게 미안한 것은 진심이었지만, 아이러니하게도 깨어있는 남편을 보니 마음이 놓였다. 확실히 지금이 현실이구나 싶어서.)

// 달릴 줄도 몰랐던데다가 기대 이상인데 스루할리가! 내가 바랐던 조신다정 순정파 그 자체에다 귀엽기까지 해서 엄청 만족했어. 오히려 이어줘서 고마워! 아참, 호연이는 여캐야! 호칭은 편한대로 해주면 좋을것 같아ㅋㅋ

87 이름 없음 (HUpJhhzf1U)

2023-01-11 (水) 00:24:51

>>45

별종.

동족들이 자신을 일컫는 말이었다. 다른 동족들이 잠이나 유희에 취해 있는동안, 이 별종의 용은 칩거를 한 채 유희도 나가지 아니하고 수많은 것들을 연구했다. 그 범위는 비단 마법이나 검술에 국한되지 아니하였고, 의학, 문학, 군사학 등 모든 곳에 손을 뻗어갔다. 동족들이 보석을 긁어모으는 댜신 그는 수많은 서가들을 꾸며내었고, 이내 이름마저 알기 귀찮은 이 산 전역에 자신이 드나들 입구 하나만을 제외한채 거대한 크레이들-요람-을 만들어 낸 것이었다. 세상과 격리된 채 지내오던 이 흑색의 거룡은 그저 계속해서 연구와 독서만을 해올 뿐이었다.
그렇게 여느때와 마찬가지로 책을 펴들 무렵, 그가 서가의 관리자 겸 이 산의 접근한 대상을 확인하기 위해 풀어둔 바람의 정령들이 그의 귓가로 다가와 속삭여 오기 시작했다.

-저기, 저기 블랑님, 블랑누아르님! 누가 동굴 입구로 왔어!
"..... 지나가는 인간이지 않겠느냐. 놔두려무나."
-하지만, 하지만! 입구에 직접적으로 다가선건 이번이 처음인걸!!

다른 용들이라면 버르장머리 없는 하급정령들에게 화를 낼법도 하건만, 그는 크게 개의치 않는다는 듯이 턱을 쓰다듬으며 고개를 저었다. 가볍게 손을 튕기자 순식간에 주변 환경이 한눈에 들어오기 시작했고, 때 마침 여인이 무언가를 하는 행동을 바라보며 천천히 저번 책 구매때 사왔던 차를 한모금 들이켰다.
잠시간 지켜보자 여인은 아주 익숙한 손놀림으로 자신의 짐에서 위장 도구를 꺼내 자신에게 덧대기 시작하였다. 보통 저리 행동하는 것은 누군가에게 들키지 않으러는 행상인이나 사냥감으로부터 경계심을 늦추기 위한 모험가나 사냥꾼, 혹은 도망자의 신분이 아닌 이상은 저리 행동할리가 없었다. 아니면 만에 하나라도,

"나에게 저러면 안들킨다는 보장으로 저러는건 아니겠지?"

갑자기 미친듯이 흥미가 동하였다. 연구자의 시선으로 보았을때, 과연 저런 준비가 용에겐 크게 소용이 없다는것을 알리면 어떤 느낌일까, 그의 입가로 자그마한 장난기 어린 미소가 스쳐지나가고, 그는 망설임 없이 몸을 일으킨뒤 천천히 인간의 모습에서 거대한 용의 모습을 취하기 시작하였다. 동족들로 하여금, 별종 이전의 다른 별명이었던, 돌연변이라는 호칭을 듣게 만든 영장류의 그것과 비슷하게 생긴 거대한 팔을 가진 거룡의 모습이 점차적으로 입구로 향하였다.
시선을 돌리자, 토끼귀의 형상을 한 바위가 눈에 들어온다. 그러고보니 이 바위를 기점으로 경계를 설정했던게 기억이 난다. 그래서 바람의 정령들이 그리 이야기를 했던 것일까, 거룡은 천천히 거대한 팔을 뻗으며 굵직한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근 1천년간 이곳에 온 인간이 없었거늘, 여인이여. 이 곳에 무슨일로 왔는가? 그대들이 찾는 진귀한 물건 따윈, 존재치 아니하거늘.]

//용의 모습은 이러한 형상을 띄고 있다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물론 무기나 그런건 안 들고 있어요!!

88 이름 없음 (VGqSLNllRo)

2023-01-11 (水) 02:49:05

>>87
진흙을 묻히고 바위 뒤에 숨는 것만으로 용의 서식지에 접근해도 안전하리라고 기대할 만큼 여성이 어리석지는 않았다. 여성의 허리춤에는 맞서 싸우기 위한 검도 있었고, 달아나야 할 때 연막이 피어오르도록 해 줄 마법 시약도 있었다. 그러나 막상 거대한 용과 마주하자 여성은 꼼짝하지 못했다. 낭패감이나 공포를 채 인지하기도 전에 끝없이 타오르는 홍염 같기도 하고 만물을 집어삼키는 어둠 같기도 한 위용에 압도되고 만 것이다.

혼이 다 빠졌던 여성이 늦게나마 정신을 수습할 수 있었던 것은 이 일대에 몇 번이고 메아리칠 만큼 쩌렁쩌렁한 용의 목소리, 정확히는 용이 너무나도 자연스럽게 구사하는 인간의 언어 덕분이었다. 종족이 아예 다른데 말이 통한다? 여성은 오른팔은 옆구리에 딱 붙인 채 용에게로 허리를 숙이면서 왼팔을 굽혀 가슴께까지 올렸다. 바로 전까지만 해도 인간의 인사를 용에게 하리라고는 상상도 못했지만, 인간의 언어를 아는 존재라면 인간의 예법도 잘 알 것 같았다.

"실례했습니다. 용족의 생태와 습성을 확인하고 싶어 왔습니다. 방해가 되지 않도록 관찰만 하려고 했는데..."

여성은 말을 다 맺지 못하고 인상을 구겼다. 흙에 가려지지 않았다면 하얀 피부가 붉게 상기된 것이 역력히 드러났을 것이다. 말이 좋아 관찰이지 훔쳐보기 아닌가. 세상에 자기가 모르는 사이 일거수일투족을 주시당하는 걸 유쾌해할 생명체가 어디 있을까. 들키지 않았다면 전혀 떠올리지 못했을 문제이건만 들키고 나니 실책도 이런 실책이 없었다. 그러나 이미 엎질러진 물, 될 대로 되라는 심정으로 여성은 파란 두 눈을 질끈 감고 무릎 꿇었다.

"불쾌하셨다면 부디 너그러이 용서해 주시기 바랍니다."


//이미지의 용은 붉은색에 가까운데 답레에는 흑색의 거룡이라고 쓰여 있어서 여성 눈에 보이는 용의 색은 애매하게 서술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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