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4- 젊은이들은 쓸데없이 호기심과 용기만 가득해선 항상 무모한 일을 저지르고는 한다. 누군가가 도서관에서 발견한 오래된 책 속의 쪽지에서 시작되어 마치 유행처럼 번진 이 '놀이'는 작은 촛불 하나에 의지해 22시부터 23시가 될 때까지 복도를 돌아다니고, 교실과 교실을 전전하며 쪽지에 적힌 내용의 사실 여부를 확인하는 식이었다. 바로 어제만 하더라도 이 날뛰는 망아지들을 향해 선생님께서 게시판에 경고문을 붙인 참이었다. 그리고, 운 나쁘게도 지금 이 자리에 있는 소녀는 그런 위험한 호기심의 말로이자 제물이 되어 식탁 위에 올랐다.그녀는 이 매력적인 모험에 처음부터 가담하고자 한 것은 아니었다. 학원 내에서도 무뚝뚝함에 가까울 정도로 말수가 없고, 무슨 생각을 하는지 모를 정도로 감정 표현이 부족한 그녀는 좋게 말하면 어른스럽고 침착한 학생이었고, 나쁘게 말하면 친해지기 어려운 사람이었다. 그러나 의외로 그녀에게 다가가는 아이들은 많았는데, 이번 모험은 그중 한 친구의 '사람이 부족하니 자리를 채워달라' 는 말 때문이었다. 그녀는 그렇게 그들의 손에 이끌렸다.
그의 말을 듣자마자 내가 떠올린 것은 다른 무엇도 아닌 '나이와 다르게 젊어 보인다' 라는 생각이었다. 지금까지 회장직을 연임했다면 그 나이도 상당할 텐데 눈앞에 보이는 그의 모습은 자신들과 다를 바 없는 제복 입은 학생이었다. 그저 알 수 없는 껄끄러운 느낌과 제복의 색이 하얀색이 아니라는 점, 완장의 문양 등을 제쳐두면 말이다. 내 시선은 자연스럽게 책상에서 그가 벗어둔 겉옷과 소매를 거쳐갔고 당연하게도 완장을 향했다.
저런 문양은 어디서도 본 적이 없었다. 무슨 뜻일까?
- "얘들아, 나 사실... 어제 우리 학원 졸업한 언니를 우연히 만났거든? 그런데 그 언니가 그 친구 이야기를 하더라."
"그 친구라면... 일곱번째 항목에 나오는 그거?"
"그래! 그거! '소중한 친구'! 진짜로 그 사람 이야기를 했어!"
"에이, 그건 그냥 괴담 같은 거야. 졸업생이면 일곱 번째 항목을 당연히 알고 있을 텐데, 너 여기 다닌다고 그냥 장난친 거겠지."오늘의 모험을 위해 점심시간을 틈타 그늘 속에서 은밀한 모임을 가지고 있던 아이들은 내가 그곳까지 끌려왔을 즈음엔 일곱 번째 항목에 대해 열띤 토론을 하고 있었다. 그들 중 일부는 그 미지의 존재를 만나고 싶다고 이야기했고, 일부는 그저 전통성을 가진 괴담일 뿐이라고 주장했다. 나는 모임이 끝난 후 교실로 돌아가며 졸업생들이 그 존재에게 받은 큰 도움이란 건 무엇일까 생각했다. 학생끼리 주고받은 도움이니 커봐야 과제를 도와주거나 물건을 빌려준 정도일 것이라고 예상했던 나는 일곱 번째 항목 속 당사자의 말을 듣고 내가 어리석었음을 깨달았다. 나는 그의 말을 들으며 버릇처럼 공손히 모으고 있던 두 손에 힘을 주어 강하게 맞잡았다. 뭐라도 붙잡지 않으면 무언가에게 집어삼켜질 것만 같은 막연함을 느꼈기 때문이다.
- 발치에 있는 것들마저 분간하기 어려울 정도로 어두운 밤이 학원에 도래했을 즈음 어린 모험가들은 약속된 장소에 모였다. 이런 일에 큰 관심이 없어 보이는 소녀를 제외하고는 죄다 손에 양초가 꽂힌 작은 촛대를 들고 있었다. 소녀는 모험가들의 촛불 빛을 나누어 받으며 어두운 복도를 걸었다.촛대를 가진 아이들 중에서도 이번 모험에서 가장 의욕이 넘치던 아이가 있었다. 그 아이는 괴담뿐만 아니라 쪽지의 내용도, 우리를 제외한 또 다른 모험가들도 매우 잘 알고 있었는데, 선생님에게 들키지 않고 잠입에 성공한 이들은 그리 많지 않다고 이야기하며 매우 들떠있었다. 그 친구는 여섯 번째 항목에 관해서도 이야기 했는데 그때까지만 해도 나는 그 항목이 으레 다른 학원들의 교칙처럼 통금 시간과 비슷한 종류의 것이라고만 생각했었다. 우리는 그 아이를 나침반 삼아 움직였다. 지시에 따라서 복도를 걷다가 제 3교실로 들어가고, 10분쯤 지난 뒤 다시 복도를 걷다가 제 6교실로 들어갔다. 아이들은 처음만 해도 여섯 번째 항목의 '복도를 돌아다니는 것'의 생김새를 추측하며 재잘대더니 시간이 지날수록 말수가 줄어들고 제 6교실에 도착했을 때는 그 누구도 입을 열지 않았다. 그들은 그저 눈도 깜빡이지 않고 복도를 향해 난 창문을 빤히 바라보고만 있었다. 가장 먼저 교실에서 뛰쳐나간 사람은 의욕이 넘치던 그 아이였다. 지금 떠올려 보면 그때 아이들은 무언가를 바라보고 있었다.
처음부터 끝까지 그의 말을 듣는 내내 어느 것도 믿기 어려운 것들뿐이었다. 최근 학생들 사이에 실종된 친구들의 이야기가 퍼지긴 하였으나, 선생님께서 말씀하시길 이는 전부 헛소리에 불과하며 괴담은 그저 괴담일 뿐이고, 소문 역시 마찬가지였다. 그러나 나는 지금 이곳에 와 있었고 이곳의 공기와 모든 것을 피부로 선명히 느끼고 있었다. 그리고 지금 의자에 앉은 그와 마주 보고 있다. 나는 그제서야 내 역할을 다해야 한다는 것을 떠올렸다. 양쪽에 놓인 책장과 책처럼, 네 개의 의자와 의자에 있는 네 명의 무언가처럼. 스테이크처럼. 나는 대칭을 맞추기 위해 접시 위에 오르기로 했다. 자리에서 일어나 테이블 위로 향했다. 대칭으로 된 스테이크를 지나쳐 빈 접시 위에 섰다. 당신은 인간이 아니다. 그리고 나는 당신에게 바쳐진 제물. 밟혀 깨진 접시의 파편 위에 무릎을 꿇어앉아 준비된 것을 바치자.
- "근데, 우리 진짜 들어가도 되는 걸까...? 하지 말라는 건 다 이유가 있을 거 아니야..."
"야, 보러 가고 싶다더니 이제와서 이러기야? 굴에 들어가도 정신만 차리면 된다던 이야기 몰라? 수업 시간에 배웠잖아. 무서우면 넌 그냥 돌아가. 난 갈 거야."날카로운 고통이 다리와 무릎을 파고들었다. 나는 고개를 내려 아래를 바라보았다. 이리저리 조각난 파편에 베이고 찢긴 상처에서 피가 흘러나오고 있었다. 붉은색을 마주한 나는 갑작스럽게 물벼락을 맞은 사람처럼 눈만 깜빡였다. 덜 익은 스테이크처럼 비릿한 향이 퍼진다. 내가 지금 뭘 하고 있었지?
나는 눈을 들어 그를 바라보았다. 본능이 이곳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외치고 있었다. 이 깊고 어두운 것에 더 발을 들였다가는 피를 보는 선에서 끝나지 않을 것 같았다. 나는 위험을 즐기는 취미 따윈 없었고 그건 지금도 마찬가지였다.
"당신이 누구인지 알게 되면... 저는 어떻게 되나요."
그러나 불 속으로 뛰어드는 나방처럼 나는 그에게서 본능만큼 강렬한 이끌림을 느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