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 맞아. 나는 사립 ■■ 학원의 47대 학생회장이고... 46대 학생회장이고... 45대, 44대, 43대, ...첫 번째부터 마지막까지 회장 직을 연임하고 있단다. 이걸로 겨우 호기심이 풀렸을까? 네가 어떻게 알아냈는지는 모르겠지만."
회장은 느긋한 태도로 책상 위에 앉아 있었다. 그는 다른 학생들의 제복과 대비되는 검은 제복을 입고 있었는데, 답답했는지 분위기에 변화를 주기 위함인지 겉옷을 벗어 내려놓고 소매 끝의 단추를 풀기 시작했다. 완장에는 학생회의 문양이라기보단 오랜 비밀결사의 문양처럼 보이는 기이한 문양이 그려져 있었으며, 오른쪽 어깨에 느슨히 걸쳐 있었다.
7. ■■ 학원의 졸업생이 느끼는 '학창 시절에 있었던 큰 도움을 받았지만 누군지 기억이 나지 않는 소중한 친구'의 추억은 존재하지 않는 존재를 대상으로 한 고향 없는 노스텔지어입니다. 그들의 말을 귀담아 듣지 마시고, 대화에 집중하느라 헤어나올 수 없었다면 '글쎄요, 다른 졸업생 선배들에게선 들어본 적 없는 말이네요.'라고 대답하는 것을 권장합니다. 그 졸업생은 다른 친구에게 그것의 존재를 수소문하지 않을 것입니다.
"맞아, 그 항목의 존재는 나를 가리키는 거야. 난 그들을 위해 내가 해 줄 수 있는 모든 것을 해 줄 수 있었어. 실제로 이 세상에 더는 남고 싶지 않았던 누군가를 나는 데려갔지. 그걸 괴담의 일부로 치부하는 것은 내가 얼마나 너희들을 사랑하는지 모르기 때문이야. 아, 누구라도 도망치고 싶지 않았던 적이 있을까!"
6. ■■ 학원은 22시 이후 학생이 독단으로 3의 배수 교실, 별관 체육실, 기숙사 밖을 나가는 것을 허가하지 않습니다. 만일 해당 장소 밖에서 22시를 맞았을 경우 절대 복도에 체류하지 마십시오. 3의 배수가 아니더라도 교실에 남은 목소리는 생자의 기척을 지워 살 가능성을 만들어 줄 것이고, 화장실에 있는 죽은 자의 기척이 당신의 존재를 흐려 줄 것입니다. 그러나 무슨 수가 있어도 선생의 영역에 도움을 청하러 침범해서는 안 됩니다. 6-1. 우리도 살아야지. 누가 이런 학교를 떠맡고 싶다고 생각이나 했겠어? 6-2. 선생님, 추워요. 추워요. 왜 교무실만 히터 틀어 주세요? 맨날 우리한테 교실이랑 교무실 다 청소하게 시키면서 교무실만 여름에 에어컨 틀고 겨울에 히터 틀고. 6-3. 복도를 돌아다니는 것은 인간이 아냐. 복도를 돌아다니면 인간이 아니게 될 거야.
"그래, 그 항목의 일부는 내가 썼지. 하지만 밤에 복도를 어슬렁거리는 것들이 어느새 자기들끼리 역겨운 행위를 반복하고 합쳐지고 불어나는 것을 반복해... 어느새 낮까지 그 더러운 발을 들이밀고 있었어. 누군가는 선택해야 했고, 내가 그것들을 사냥하겠다고 했어. 처음에는 22시를 넘은 것들을 처리했지. 적힌 규율을 어기는 게 부담인 건 그것들도 마찬가지라서 그것 자체는 어렵지 않았지만, 나는 22시로 끌어들여졌고... 그래, 인간이 아니게 되었어. 그렇다고 귀신도 아니고, 유령도 아니고, 요괴도 아니고, 다람쥐, 개, 여우, 어린 송아지와 바닷물째로 끓어 익은 게와 시궁쥐도 아니고... 나를 섬겨줄 것을 필요로 하지만 인간에게 있어서 경멸의 대상이지. 나는 고기와 같은 것이야, 나는 누굴까?"
그는 당신을 보며 마지막 힌트까지 내어 놓고는 꼬리 끝을 흔들었다. 학생회실은 강박적으로 대칭으로 되어 있었으며, 한 쪽에 책장이 놓여 있고 반대편에 책장에 놓여 있었는데 꽂힌 책이 같았다. 무엇이 들었는지 모를 서랍장은 방의 정확히 가운데에 위치해 있었다. 중앙에 위치한 테이블에는 네 개의 의자가 있고 중앙에는 꽃병이 있는데 꽃은 방금 그가 꺼내서 씹어 먹었다. 그가 앉을 의자 맞은편에 당신의 자리가 있었고 양 옆의 의자 뒤에는 거울이 있었는데 거기에는 아무도 없는 사람이 비쳤고 봐서 좋을 건 없단 분위기를 풍겼다. 창문이 있었는데, 손잡이가 있었고, 그 맞은편에 있는 것은 문이었다. 천장의 맞은편에는 바닥이 있었는데, 당신이 그 사실을 눈치챈다면 당신은 천장과 천장 사이에 앉아 영원히 공중을 떠다녀야 할 운명이었으므로 당신은 그 사실을 알아채지 못했던 것으로 하기로 했다. 테이블 위에는 접시와 식기가 있었는데, 접시 위에는 대칭으로 되어 있는 스테이크 한 장이 있었고 나이프는 손잡이까지 날로 되어 있어서 쓸 수 없었다. 스테이크를 썰고자 한다면 나이프를 잡은 손에 날이 파고들 것이었다. 그리고 당신은 꽃병이 있던 자리에 빈 접시가 있고 그의 손에는 약간의 육즙이 묻어 있으며, 그는 처음부터 의자에 앉아 있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그는 당신과 마주본다.
"나는 누굴까?"
아아! 당신은 이것에게 바쳐져 있다. 당신이 나이프를 써서 남아 있는 스테이크 한 장을 마저 없애든, 그를 위해 준비된 것을 그의 접시 위에 올리든, 대칭은 완성될 것이다. 당신은 그 사실에 눈물을 흘릴 만큼 감격하였다? 당신은 기꺼이 당신의 신앙(그것은 당신의 인생만큼 오래되었을 수도 있었다)을 버리고 그것을 섬기기로 하였다? 오래도록 헤메었던 당신의 삶에 드디어 당도한 도착점이란 이곳이라고 당신은 믿었 을 리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