떠보는 듯한 느낌, 내 의중이 어떠한지 계속해서 들여다보려는 느낌을 받아 눈쌀이 찌푸려진다. 콱 잡아먹어버릴까 생각도 했지만 생각을 실행으로 옮기자니 귀찮아진다. 결국은 눈 앞의 이 어린 인간이 어디까지 하나 지켜보자는 생각에 표정을 풀고 말했다.
" 요괴의 본분 같은게 내가 생각하는 것과는 좀 다른 모양이군. "
인간을 잡아먹는건 인간이 살기위해 음식을 먹는 것과 같은 행위라고 할 수 있다. 본디 인간은 죽음에 대한 두려움을 가장 크게 느끼고 그 두려움을 먹고 살아가는 것이 요괴이니까. 그렇다고 인육을 먹지 않아도 되는 것은 아니지만 본분이라고 묻는다면 나는 아니라고 대답할 것 같다.
" 주어진대로 살아가는 것뿐이네. 인간이 자신들이 살아가는 것에 대해 큰 고찰을 하지 않는 것처럼 요괴들도 마찬가지지. 물론 예외는 있겠지만. "
대체 이 인간이 나에게 뭘 원하길래 이렇게 대화를 빙빙 돌려가는지 알 수가 없었다. 사실 보통의 인간은 마주치면 도망가기 바쁘니까 이렇게 인간과 대화할 일이 드물기도 하다. 다시 한번 눈을 가늘게 뜬 나는 결국 한숨을 작게 내쉬고 여자를 바라보며 말했다.
"이 환상향에서, 요괴란 인간의 혈육을 취함으로서 인간에게 경외심을, 마음을 삼키고 받으며 스스로를 안녕케하고 드높이나 그렇기에 인간에게 매어있는 이들, 이라고들 하죠. 그 요괴의 의사가 어떻든 무관하게. 마치, 처음부터 그러기 위해서 존재했다는 듯이. 그건, 바깥 세계에서 환상은 현실에서 잉태했음에도 그저 거짓이라는 것으로 정해져 있는 것처럼."
아리스는 요괴 그 말에 시선과 고개를 옆으로 살짝 돌리고는 중얼거리듯 그렇게 말했습니다. 요괴란 무엇입니까? 지금의 그녀에게 있어서 한 마디로 정의할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분명 이렇게 실재하여 이야기까지 나누고 있지만 요괴는 환상에서 비롯한 존재입니다. 정서적이며 개념적이고 존재한다고 믿어지기에 존재하는 관념의 상(象)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말로 그러한지는 모릅니다. 그저 그렇게 생각할 뿐입니다. 환상이란 환상이기에 그런 것입니다
"그래요, 요괴든 인간이든 그렇게 살아가곤 하죠. 그 삶에 방식에 대해서 굳이 고찰할 이유는 없다고 할 수 있지만... 그 반대로, 할 수 있다면 하지 않을 이유도 없겠죠. 그것이 바로 그러한 예외를 따르는 인요들 이겠지요. 그렇다면 왜 하지 않을까요? 이 환상향이 영원을 지새우는 곳이기에? 변화란 모든 것을 쇠락하게도 할 수 있기에?"
아리스는 다시 요괴에게 시선을 맞추고는 그 말에 긍정하듯이 고개를 끄덕이면서도 그와 동시에 의아하여 묻듯이 그렇게 말했습니다. 요괴 씨가 말한 것처럼 그건 굳이 따로 생각할 필요조차 없는 것일 수 있습니다. 해봐야 아무것도 없는 그런 것. 생물은 무언가를 먹어야만 살 수 있고 그렇게 합니다. 왜 생물이 양분을 필요로 하는지. 그러한 것에 굳이 의문을 갖는 것은 삶을 유지하는데 있어 그다지 실리적이 않습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인간들은 이를 굳이 사색하고 탐구하며 새로운 결론에 도달함으로서 자신들과 세상을 계속 변화시켜 왔습니다. 그것이 좋든 나쁘든지 말입니다
"어머, 원하는 것인가요? 새로운 요괴 친구가 있으면 좋겠네요. 후훗."
아리스는 그 요괴의 물음에 살짝 장난스러운 동시에 미묘한 웃음과 미소를 띄우며 말했습니다. 그 말 자체는 정직하게 원하는 그대로 였습니다. 그녀에게 있어서 다양한 요괴들과 친분을 맺는 것은 즐거운 일이 될 겁니다. 거기에 인간 친구들도 있다면 더욱 좋은 것은 말할 것도 없습니다. 하나 보단 둘이 더 좋습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요괴와 인간이라는 서로의 정체성에서 얼마나 그렇게 될 수 있는 가. 그것이겠죠
" 인간의 미지에 대한 공포가 낳은 산물이 요괴라서 그런 것이지. 공포라는 감정을 느끼는 요소와 상황들을 적절히 모은다면 그 어떤 요괴라도 만들 수 있을테니까 말이야. "
그렇기 때문에 인간들의 공포심이야 말로 우리가 살아갈 수 있는데 힘을 주는 것이 아닐까, 하고 나는 개인적으로 생각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그 이상으로 생각을 해본적은 없다. 저 생각의 끝에서 나는 의미 없음을 느꼈기 때문이다. 애초에 인간보다 훨씬 오랜 삶을 살아가는 요괴 입장에서 그런거 생각하다간 시간이 훨씬 안간다. 그저 주어진대로 살아갈 뿐.
" 그리고 결국 바뀌지 않는다네. 인간은 그렇게 탐구를 해서 많은 것을 바꾸었지만 잠을 자야하고 무언갈 먹어야한다는 사실만큼은 바꾸지 못했지. 그렇기에 무의미한 것이네. 특히나 요괴에게 그것을 말한다는 것은 더욱이. "
어려운 말을 쓰는데다 몇십년은 살았을법한 늙은이들이나 할만한 생각을 하고 있다니 대화도 그다지 재미가 없었다. 그래도 이왕 나한테 말을 걸어주고 응수해주고 있을 뿐이고. 요즘 인간들은 다 이런식인가, 하고 생각하고 있으니 친구가 있었으면 좋겠다는 말을 해온다.
" 처음 만난 사이에? "
그 말을 듣고선 더욱 어이없단 표정으로 그녀를 바라보던 나는 결국 고개를 저었다. 정말 인간이란 알다가도 모르겠다니까. 그렇다고 갑자기 여기서 친구가 되는 것도 이상한 일이다. 그렇기에 나는 어깨를 으쓱하며 답했다.
"그렇겠지요. 미지는 환상을 태어나게 해, 삶을 이루어나가나 무상한 세월에 흐름에 덧없이 저물어버렸죠."
아리스는 요괴의 말에 긍정하여 고개를 끄덕이고는 짧게 답했습니다. 수많은 감정들에서 왜 하필 공포인지는 아직 명확하지는 않지만, 어쨌든 그들은 그렇게 태어났습니다. 정녕 그것 뿐이라면, 이상하죠. 바깥 세계의 사람에게 공포심이 없어진 것은 아닙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환상과 괴이에는 환상향이라는 도피처가 필요했습니다. 무언가를 해아리는 것은 곧 그것을 정의하는 것. 환상은 무엇도 아니기에 무엇이든 될 수 있으나 틀이 매어지게 된다면 환상은 더 이상 환상이 아니며 진실 됩니다
"뭐, 이 환상향에서는 만고불변萬古不變을 바라고 그리되도록 세계에 구멍을 내고 때어내 틈을 매운 곳. 바깥 세계에서의 발전이 계속된다면 그것조차 바뀔 수 있을 거에요. 그것이 어떻게 받아 들여지는 것일지 제쳐 두고서는 말이죠."
아리스는 요괴의 이어지는 말에, 팔짱을 낀 상태로 이번에도 긍정하는 듯한 태도로 고개를 슬쩍 끄덕이며 그렇게 말했습니다. 환상향은, 그에 내포된 환상과 괴이들을 품고, 모든 것을 받아들이고자 변화하면서도 변화하지 않을 것입니다. 애초에 현실에 떠밀려 지금에 환상향이 있게 되었지 않습니까? 환상향은 계속될 겁니다. 그 시간이 매번 회귀하는 듯한 순환 속에서....
"시작이 있기에 곧 결과가 있는 법이 아니던가요? 새로운 친구를 사귀려면 곁에 다가서 자신의 존재를 상대에게 보여야 하겠죠. 함께 하고자 함에 있어 알지 못하기에 알려야 하는 거에요."
아리스는 요괴의 말에, 오히려 당당한 태도로 마치 당연하다는 것처럼 말했습니다. 서로 알지 못하기에, 맺어지는 과정이 필요로 한 법이죠. 처음부터 모두가 서로를 알고 이해하고 공유한다면 어떨까요? 아마 상당히 다른 광경이 되었을 겁니다. 그러하다면 그 구조해서는 개인이라는 것은 어떠한 것이라 할 수 있을까요? 우리는 그렇지 아니하기에 아직은 알지 못합니다.
"하핫. 시험이려나요? 좋아요~! 약속하시는 거에요? 벌써 부터 앞으로도 재미있어 질 것 같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