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본적으로 너무 위험한 힘이기도 하고 스스로 감당하기 힘든 힘이라는 것이 제일 큰 이유랍니다. 그리고 사실상 '억압된 세븐스'가 결집하면서 나아갈 수 있는 다음 단계이기 때문에 둘에게 있어서는 어떤 면에서는 상당히 트라우마인 힘이에요. 그래서 그다지 거론도 하지 않고 언급도 하지 않고 있고요. 일단 쓸 수는 있는데 스스로는 정말로 싫어하는 힘이에요.
레레시아에게 화요일에 보자고 메세지를 보냈고, 문제가 생겼다. 확실히 그녀도 이 일에는 아는 바가 없겠지. 그러나 가만히 있는 게 능사는 아니라고 생각해 질문을 해 봤으나 당연히 대답에는 수확이 없었다. 그러면 그런 메세지를 보낸 시점에는 괜찮았다는 건가? 아니, 그 때부터 이미 뭔가 있었을 가능성이 높을거라고 생각하면서 우유잔을 쳐다본다.
"그건 그렇죠, 음... 아니, 솔직히 말하면 확신이 없어서요. 사람 마음이란 건 보이지 않으니까요."
분명 우유는 새하얗지만 그건 투명하지 않았기 때문에, 그 안에 담긴 티백이 어떤 상태인지는 알 수가 없다. 우려지고는 있는지, 섞여서 밀크티가 되고는 있는지, 사람이 티 없이 맑아보인다고 해서 그 안까지 맑을거라는 보장이 어디 있는가. 무어라 이야기를 계속 덧붙이던 게 멈추니 자연스레 시선이 옮겨간다. 강제로 입이 막힌 레레시아와 입을 막은 라라시아를 보며 천천히 눈을 깜빡인다.
"누군들 아니겠습니까, 평온한 생활하곤 거리가 멀죠."
아무런 걱정 없이 살 수 없는 상황이다. 그래도 자잘한 일로 넘기는 게 불가능한 건 아니지만 자꾸 이런 일이 터지니, 그것도 외부로부터 가해지는 게 아니라 내부에서 터지니 조금 지쳐가는 것 같다. 아무래도 진지하게 고민할 때가 온 건 아닐까.
"...고맙다는 말은 굳이 안 하셔도 됩니다. 저 혼자 한 것도 아니고, 애초에 목적부터가 돕는 거였고."
애초 투입된 임무의 목적이 두 사람의 회수였고, 불가능할 경우에 따른 방침도 있었으니까. 어디까지나 최악의 상황이 오지 않았을 뿐, 그리고 그건 엄밀히 따지면 네 행동으로 인한 건 아니었다. 상황 자체가 최악으로 치달을 이유가 없었을 뿐이지. 애초 배신자도 아니었고, 따라서 당연히 구조해야 했을 뿐이다. 그 때 이전과 비교해서 딱히 달라진 것도 없고. 결국은 해프닝이었단 거겠지. 우유를 한 모금 마신 뒤 내려놓은 너는 잠시 입을 다물었다.
절망의 밑바닥에서 일생 딱 한 번만 만날 수 있는 신. 고인 절망을 제물로 받아 쌍둥이의 모습으로 현현해 서로 다른 조건으로 거미줄 혹은 밀랍날개의 선택지를 준다. 라라시아는 당장의 절망을 해결해줄 수 있는 '밀랍날개'를 내려준다. 그것이 힘이든 재력이든 무엇이든 가능하게 해준다. 단, 그 절망을 해결하면 모든 것을 잃고 파멸한다. 레레시아는 당장의 절망에서 일어날 수 있는 가능성의 '거미줄'을 내려준다. 어디까지나 가능성만 주기 때문에 다시 나락으로 떨어질 수도 있다. 대가는 가장 소중한 것 하나를 받아간다. 영원히.
자캐의_긍정적_부정적_키워드
음~ 이거 잘 모르겠으니까 패스! 뭘 해도 긍정인지 부정인지 모르겠고~ 원래 긍정과 부정은 동전의 양면 같은 거라고 생각하기도 하고~
자캐를_열쇠나_자물쇠로_비유해보자
이거는 음 역시 열쇠일까? 잘 맞는 자물쇠가 있었지만 이제는 맞지 않게 되어서 홀로 남은 열쇠.
>>740 신으로서 주는 것도 그렇고 대가도 그렇고 너무 가혹한데요..(동공지진) 그냥 아무것도 안 빌래요! 그냥 얼굴만 보게 해주세요!! (소원 인식됨)(안돼) 아무튼 원래 잘 맞는 자물쇠는 누구일지 궁금해지네요. 어머니려나. ㅋㅋㅋㅋㅋㅋ 아앗. 고양이.. 고양이.. 역시 고양이로군요. 이러니저러니 해도 정말로 잘 돌봐주는군요! 역시 자상하다. 츤츤거리지만 자상하다! 이제는 그래도 꿈을 안 꾸니까 다행이라면 다행이에요! 물론 악몽! 아무튼...ㅋㅋㅋㅋㅋ 아앗. 내적 부상은 왜 혼자 앓아요!! 도와줘! 라라에몽 외치라구요!! 8ㅁ8
쥬데카의 중얼거림에 제법 차가운 소리를 한 건 라라시아였다. 웃고 있지만 어딘가 서늘한 얼음장 같은 얼굴로 말이다. 이전에 대화를 나눴을 때와는 다르다는 느낌이 확실히 들었을 지도 모르겠다. 그 뒤 라라시아가 홍차를 들고 와 자리에 앉았고. 레레시아와 함께 여유로이 간식을 즐기며 대화에 임한다.
자매가 어떤 말을 하든 쥬데카의 반응은 평이했다. 적어도 자매가 보기엔. 그러나 중간중간 우유잔을 보는 시선이나 다른 곳으로 향하는 눈빛이 평소와 아주 같은 것 같지도 않다고 느꼈다. 그러나 어디까지나 그렇게 볼 뿐이었다. 자매는 일단 그것에 대한 말은 아껴두며 대화를 이어갔다.
"뭐. 이러니 저러니 해도 저항군이니까. 요근래 살 만 했던게 이상했던 거지."
현재의 소란이 당연하다는 듯이 말하는 건 레레시아다. 그녀는 간식거리를 번갈아 입에 툭툭 던져넣으며 좀 더 주절거렸다.
"도와달라고 하지 않았는데 도와줬으니까 고맙다고 한 거야. 당초- 부터는 아니었지만. 그 사람을 만나면 돌아올 수 없을 거라 각오하고 갔었으니까."
그 당시를 되돌려보면 특수부대 파견의 계기가 되었던 단말기의 연락엔 자매의 구출 희망은 없었다. 어디까지나 고립된 마을 사람들의 구출 만이 적혀있었다. 바라지도 않은 걸 해주었으니 감사를 표한다는 말이 어딘가 이상하지만. 적어도 비아냥은 아니었다. 진심으로 하는 감사도 아니었지만.
"음. 별 생각 없는데? 그냥 터질게 터졌다는 느낌?" "누구나 과거는 있고 한 번쯤 사로잡힐 법도 하지."
현 상황을 어떻게 생각하냐는 물음은 자매가 번갈아가며 답해주었다. 지극히 담담하고 그래서 냉기가 은근히 느껴지기까지 한 대답이다. 앞서 말한 레레시아는 텁텁한 입 안을 씻으려 홍차를 마시고. 뒤이어 말한 라라시아는 단말기로 뭔가를 보고 있다. 차 한 모금을 넘긴 레레시아는 형식상 혹은 예의상인 듯 쥬데카에게 질문을 되돌려주었다.
>>741 그렇게 소원을 빌고 만 캡틴은 타노스 당하고 마는데~ (아님)ㅋㅋㅋㅋㅋㅋ 신 설정에는 현 시점의 쌍둥이 설정도 요로코롬 섞은거지롱~ 음? 잘 맞는 자물쇠는 당연히 라라였지~ 둘은 애초부터 한 쌍으로 만들어질 뻔 했었으니까~ 고양이가 고양이를 돌보는 이 기묘한 상황. 언젠가 일상으로 볼 수 있을지도! 악몽이 끝난 건 갠이벤 후일담으로 풀었었구~ 라라에몽은 외적 부상 밖에 못 고쳐준대 외과전문의라구~
>>743 여기서 라라시아라니. 그 정도로 한 쌍으로 만들어지려고 계획된 그런 케이스인건가. (동공지진) 으앗. 하지만 쌍둥이니까 바로 옆에서 간호를 해준다거나.. 의료적 지식으로 뭔가를 도와준다거나... 아스텔은 도와주고 싶어도 의료적인 뭔가는 전혀 알지 못하니 죽이라도 사오는 수밖에...
>>744 갓난애기 때부터 성별 맞추고 머리색도 통일시켰으니 뭐... (옆눈) 자는 동안은 딱히 돌봐줄게 없으니까 라라도 그냥 자기일 하러 간대~ 때 되면 밥 챙겨주는 정도는 하겠지만~ 아스텔...한테는 다 나을 때까지 비밀로 하지 않을까.. 직접 알아내면 모를까 아프다고 티내거나 말은 안 할 거 같은걸~
실려온 특수부대원은 온몸이 성한 곳이 없었다. 거대한 차에 들이받힌 것처럼 뼈가 모조리 부러졌다. 부러진 갈비뼈가 폐를 관통해 피가 폐 속에 고였고, 무릎을 관통한 다리뼈는 말할 것도 없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살아남고자 숨이 붙고, 아직 몸을 움직일 수 있다는 점이 끔찍하다 못해 처참했다. 스미스는 수술을 집도하며 생각했다. 차라리. 죽는 것이 낫지 않을까. 환자를 살려야 한다는 사명감에 가득 찬 스미스가 그런 생각을 할 정도로 눈뜨고 볼 수 없었다. 더 환장할 점은 이 세븐스의 상태가 처음부터 이상했다는 점이다. 육체에 메스를 대자 쉽게 물러지고, 폐의 피를 빼낼 때는 마치 시체를 부검할 때 느껴지던 이미 죽은 자의 감각이 느껴졌다. 스미스는 침음했다.
이 사람, 대체 무슨 삶을 살아온 거지? 썩어 문드러진 살, 멎지 않는 피, 강제로 성장을 억제했을 것이 분명한 기계장치, 노골적이다 못해 대놓고 소모품으로 길러졌음이 여실한……. 잠깐만.
"세상에."
그는 눈을 의심했다.
Made by Engel
끔찍하게도, 장기에 고의적으로 새긴 낙인. 윤리를 저버린 사람만이 할 수 있는 가장 끔찍한 행위를 실제로 보게 될 줄이야.
스미스는 이 이름의 주인이 누구인지는 몰라도 어지간히 돌아버린 사람이겠구나 싶어 몸서리를 쳤다. 그리고, 불현듯 이 이름을 들어본 적이 있다는 생각을 했다. 과거 부검의 시절 마주했던 젊은 연구원이 떠오르는 건 삽시간이었다. 잊을 리가 없다. 아내의 죽음을 부정하되 부정하지 못하고, 부검실에서 부검에 참관하면서도 가련히도 울음을 그치려 노력하던 그 남성을.
"주여."
대체 어디부터 잘못된 겁니까?
그야말로 기적이었다. 수술 도중 심장이 한 번 멈췄다 겨우 뛰는 등, 큰 소란이 일었으나 회복 계열의 세븐스가 모조리 달라붙어 겨우 목숨을 붙들 수 있었다. 그 이후로 여러 번의 교대 근무를 통해 육신의 빠른 회복은 가능했지만, 처음부터 가지고 있던 몸의 이상은 고칠 수 없었고, 제는 눈을 뜨지 못했다. 누군가는 그가 영원히 깨어나지 않을지도 모른다며 안타까워했으나, 기적은 다시금 손을 뻗어 그 눈을 뜨게 했다. 제는 혼수상태에서 기적적으로 깨어났다. 그리고 가장 먼저, 이스마엘의 행방을 물었다.
"헌트리스는 어디에 있느냐." "누구요?" "이스마엘. 이스마엘 헌트리스 케르스트너……." "제, 미안하지만 지금은 안정을 취해야 해요." "어디 있냐고 물었잖아!!!"
눈을 뜨고 아직 약에 절어있을 텐데도, 어디서 나온 힘인지 그는 자리에서 일어나 악을 질렀다. 손목에 꽂혀있던 바늘이 빠져나가 피가 순간 역류하고, 다른 세븐스 여럿이 그를 붙들어 진정제를 투여했지만 그는 약물이 전혀 듣지 않는 사람처럼 용의 모습으로 변해 날뛰며 포효했다.
"제발, 진정하세요!" "어디 있냐고, 어딨냐고!! 왜 아무도 구하지 못한 거야, 왜! 무능한 것들, 어째서 내버려 둔 거야, 두려워서 도망친 이유가 뭐야, 왜, 왜!! 돌려줘, 돌려달라고!! 돌려내─!!" "진정해!! 더 센 약을 가져와!!"
회복실이 난장판이 됐을 때, 제가 말에 반응하듯 구석에 도망쳤다. 그리고 머리를 부여잡더니 웅크리는 모습이 심상치 않아, 스미스는 한 걸음 제에게 다가갔다.
"나를 불러도 할 말이 있긴 한가?" "로벨리아, 미심쩍겠지만 여를 한 번만 믿게나." "이미 증거가 있어. 뭘 믿어야 하지? 냉정하게 말하지, 동료라고 비호하는 것도 한계가 있어." "여는 다 알고 있어. 부디 믿어주게." "그 증거가 어디 있는데." "……여의 마지막 소원일세."
제는 자존심을 내려두고 머리를 박았다.
"찾게 해줘."
탈주가 아니라는 증거를 찾을 수 있다고. 그러니 특수부대원의 도움을 받게 해달라고.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어."
지금껏 보인 오만과 자존심을 전부 내려놓고 오체투지를 하며 덤덤히 비는 듯한 모습은 가히 해탈에 가까웠다.
피가 튀자 얼굴을 덮어 가렸다. 혐오스러워야 했건만 가슴부터 끓어오르듯 치고 올라오는 전율을 주체할 수가 없었다. 숨이 가쁘다. 한 번도 느껴본 적이 없는 고양적인 감각이 몸을 훑는 것이 익숙하지 않아 몸서리를 쳤다. 숨이 거칠어지고 금방이라도 멎을것만 같았다. 숨을 쉴 때마다 가슴팍이 요동쳤다.
"힉……. 히익-"
손가락 틈 사이로 홉뜬 눈이 갈 곳을 잃고 떨렸다. 목이 졸린 듯 숨을 들이 마시는 소리를 뒤로 침대 위로 쓰러지고, 몸을 뒤틀며 하염없이 웃었다.
"아, 흐흐, 흐흐흐흐... 으흐흐.."
춘유록빛 눈동자가 기이하게 휘었다.
에르베르토는 커피를 마시며 눈을 감았다.
"개가 움직일 시간이네요." "추격할까요?" "아뇨.. 때로는 모르는 척하는 것도 좋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