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록 하극상이긴 하나 만족스럽던 로벨리아의 메이드복도, 레레시아와 라라시아의 파격적인 바니걸도 즐겁게 지켜보았지만 그 값을 치를 때가 되었던 모양이다. 이스마엘은 레레시아와 라라시아의 무시무시한 의상과 화면 너머로 보여주는 춤동작을 한번, 그리고 자신의 번호를 번갈아 쳐다봤다.
그러니까.. 이건 언니들의.. 복수인가? 내가 그간.. 싸가지 없게 살아온 과오가 마침내.. 폭발하고 만건가? 정말..? 쫑긋하고 폭신하고 살랑살랑하며... 끝내 복실복실이 어울릴 것만 같은 꼬리를 보더니.. 이내 옷을 챙겨 입기 위해 탈의실로 향했다.
"저기, 그러니까.. 이게 맞는 겁니까?"
환복하고 돌아왔을 적, 노이즈의 면적이 줄어들어 얼굴만 간신히 가리는 모양새가 됐다. 귀에 쫑긋 선 여우 귀, 허리춤에서 살랑이는 여우꼬리.. 그리고 사이버-우마..아니 키츠네무?스메... 꼬리를 살랑대며 제자리까지 걸어가고 나서야 시키는 대로 춤을 출 수야 있다지만..
"저.. 정말.. 맞는.. 겁니까...?"
정말.. 정말 맞는 거야..? 거의 울상에 가까운 기계음을 뒤로 골반의 움직임에 따라 살랑살랑 흔들리는 꼬리가 허벅지 밑을 툭툭 스칠 때마다 이스마엘은 해탈에 가까운 감정에 시달리고 말았다.. 춤을 마치고 자리에 앉을 때까지...............
레레시아보다는 라라시아가, 그리고 레레시아를 대상으로 많이 준비하는 것 같긴 했는데 왜 남성용 옷까지 있을까, 옷을 멍하니 쳐다보던 너는 네 번호를 확인했다. 그러니까, 저 옷을 입어야 하고... 옷을 입고 춤까지 춰야 한다? 너는 일단은 규칙이었기 때문에, 도망칠 방법도 없었고... 어차피 할 거라면 즐기라고 했었지, 즐기...지는 못하겠다.
"그럼 잠시 옷을 좀... 갈아입을게요."
내부가 따뜻해서 다행이다, 보온과는 전혀 관계없는 옷으로 갈아입은 뒤에 너는 돌아왔다. 가터벨트라는 게 확실히 있어야 하는 옷차림이라는 생각을 하면서 가터벨트 없이는 얼마 지나지 않아 말려 내려갈 거 같은 니삭스를 내려다보았다. 뭐 어때. 이미 입었다, 돌이킬 수 없다!
"춤...은 잘 못 추는데, 반려하는 건 없겠죠?"
왕이라지만 이정도로 명령은 끝난 거겠지, 작게 심호흡한 너는 눈을 지그시 감았다가 떴다. 할 거라면 열심히 해 보자. 춤 자체가 몸이 뻣뻣하면 태가 안 나는 법이라, 다행히 너는 꽤 유연한 편이었고, 하기로 한 건 열심히 하는 사람이었으니. 가볍게 양 옆으로 흔들리는 골반을 따라 부드럽게 흔들리는 꼬리는 꽤나 폭신했더랬다.
"...네, 여기까지만. 그럼..."
결국 전부 다 끝나고 나서, 무대인사하듯 몸을 굽혀 가볍게 인사를 마친 너는 자리로 돌아갔다. 얼굴을 두어 번 문지르곤 꼬리에 집중한다. 음 복슬복슬해. 안정을 취하자...
자신의 번호가 불리자 에스티아는 당황하는 모습을 보였다. 왜 여기서 내 번호? 전력으로 애교? 그것도 대충하면 허락을 하지 않는다니. 에스티아는 잠시 로벨리아를 바라봤다. 하지만 로벨리아는 봐줄 생각이 없어보였다. 하긴 자신의 언니인 로벨리아가 이런 것을 봐줄리가 없다고 생각하며 에스티아는 깔끔하게 그 부분은 포기했다. 그렇다면 여기서 해야 할 것은 전력으로 애교를 부리는 것이었다. 3번은 레레시아. 이내 그녀는 자리에서 일어난 후에 레레시아의 앞으로 다가갔다.
"레레시아~"
다정한 목소리가 레레시아에게 향했다. 이내 그녀는 천진난만한 미소를 내보였다. 물론 평소에도 잘 웃는 에스티아였지만 이런 웃음을 보이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었을까? 이내 그녀는 오른쪽 눈을 살며시 감아 윙크했다. 그리고 오른손을 살며시 올려 자신의 입가를 막으면서 자신보다 키가 큰 그녀를 살며시 올려다보는 각도로 자세를 잡은 후 시선을 살며시 올렸다.
"레레시아하고 나하고 2살 차이밖에 안 나잖아. 그래도 여성진들 중에서는 나하고 나이가 그래도 가까운 편이라고 생각하는데."
딱히 그녀의 손을 잡거나 하는 일 없이 에스티아는 살며시 미소를 짓다가 해맑은 표정을 지었다. 그리고 그 상태에서 얼굴을 앞으로 살며시 밀면서 목소리를 귀엽게 깔았다.
"그러니까~ 우리~ 나이도 비슷하고 같은 여자끼린데에. 친하게 지내자. 응? 우리 친구 하면 안될까? 안돼?"
말을 마치면서 에스티아는 아주 살짝 목소리를 아래로 깔면서 불안해하는 듯한 모습을 보였다. 그게 진정으로 불안해하는 것인지, 아니면 연기인지는 알 길이 없었으나 확실한 것은 적어도 표정 하나만큼은 정말로 리얼하다는 것이었다. 목소리마저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