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 말이 조금은 갑작스러웠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갑작스러운 말이라고 해서 대답까지 갑작스러울 필요는 없었으니 당신은 그에 맞게, 즉답 대신 고민해주었다. 그것만으로도 많은 부분이 더 마음에 들었다. 누구라도 마움 속에 욕심을 품기 마련이고, 때때로 그 욕심이 받아들여져서는 안 된다고 스스로 생각한다. 이성적으로 판단했을 때 타인에게 피해를 줄 수도 있는, 혹은 자신의 위치와 삶을 잃어버리게 만들지도 모르는 욕심. 그래도 당신은 바로 대답한 게 아니라 고민하고 있었다, 이게 옳고 그른가를 떠나서라도, 너에게 정말 그렇게 해도 좋을까 고민하는 모습은 그것만으로도 당신이 너를 소중하게 여긴다는 의미이기도 했다.
"......"
간신히 입 밖으로 내는 말은 여전히 망설임을 담고 있는 듯 조곤조곤했고, 서두르지 않았다. 원하는 것이 많다. 그만큼 받아들일 수 있는 것도 많다. 아직 뒤엣말이 이어지지 않았지만 이정도로도 충분했다. 네가 받아들일 의사만 있다면 끝나는 일이고... 얼마 지나지 않아 당신이 미소 지으며 다행이라고 말하자 너 역시 미소지었다.
"물론입니다, 이셔."
아, 한 가지 더.
"싫은 건 싫다고 말해줘야 해요, 결국 말이지만... 하나 둘씩 쌓일 거고, 그만큼 우린 서로를 더 이해할 수 있을 거라고 믿으니까요. 알겠죠?"
당신의 모든 것을 좋아해요, 같은 말도 좋지만... 이런 당신이라면 더 행복할 거 같아요. 라고 말해주면 된다고 덧붙인 너는, 이제 할 말은 끝났다는 듯 당신의 손을 붙잡았다.
"...내가 할 말은 여기까지, 뭔가 하고 싶은 말 있어요? 아니면, 흠... 좀 피곤하지는 않아요?
"그러고 보니 슬슬 크리스마스가 다가오는군. 그럴 땐 역시 선물이지." "해볼까. 선물 교환."
차가운 겨울바람을 쐬고 있던 로벨리아는 싱긋 웃었고 이내 아스텔과 에스티아를 불러서 뭔가를 지시했다. 둘 다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고 그 둘은 각각 어떤 준비에 몰입했다.
그리고 정확하게 2일 뒤. 아지트 내부에 선물을 집어넣을 수 있는 커다란 통이 하나 벽에 걸려있는 것을 모두는 볼 수 있었을 것이다. 그 아래에는 다음과 같은 메시지가 쓰여있었다.
[슬슬 크리스마스라는 거 알고 있지? 그래서 김에 선물교환식을 해보려고 한다.] [선물에 이름을 써서 넣으면 선물을 넣은 이들 한정으로 내가 적당하게 랜덤으로 교환해서 나눠주도록 하마.] [참고로 누가 뭘 받을진 모르고 나도 선물이 뭔진 모르니까 자신이 뭘 받을지는 운에 맡기도록.] [참고로 이상한 쓰레기 같은 것을 선물이라고 넣었다는 것이 발각되면 내가 책임지고 처단할테니 하지 마라.]
아무래도 이 통에 선물을 넣으면 크리스마스에 선물을 받을 수 있는 모양이었다. 허나 그렇다고 해서 아무거나 넣으면 그건 그것대로 로벨리아가 가만히 있지 않을 모양이었다.
선물을 넣을지 말지는 자신의 자유지만 그래도 넣는 것이 좋지 않을까. 누군가는 그렇게 생각했을지도 모른다.
/자. 수요일! 이번주는 스토리 진행은 없고 대신 크리스마스용 짧은 이벤트에요! 지금부터 25일 0시까지 웹박수에 [크리스마스 선물] 이라는 머릿말을 달고 캐릭터 이름과 넣은 선물을 작성해서 웹박수로 보내주세요.
한 사람당 오직 한 개만 넣을 수 있고 넣는 이들 한정해서 랜덤으로 들어온 선물을 교환으로 로벨리아가 보내준답니다!!
글라키에스의 입장에선 질투라기보다는 뭔데 저 패배자에게? 이런 느낌으로 생각하지 않을까 싶어요. 딱히 글라키에스가 아스텔이나 에스티아에게 특별한 감정을 가지고 있다거나 그런 것은 아니기 때문에. 꽁냥꽁냥을 하면 다른 의미로 짜증난다. 얼려버릴까..정도로 생각하지 않을까 싶어지네요!
어떻게 답하면 좋을지 여러 번 곱씹어 본다. 당신은 이따금, 짧고 편협적이게 살아온 인생임에도 과분함은 알고 있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좋은 사람이다. 지금도 이렇게 차분하게 대화를 나눌 수 있고, 서로에 대해 더 알아가는 방향을 긍정적으로 이끌고자 하는 사람이지 않은가! 이스마엘은 욕심에 대해 고심할 수밖에 없었다. 소중한 사람인 만큼 좋은 단어를 고르고 모아 당신에게 좋은 답으로 내어 주고 싶은데, 마땅히 떠오르는 답이 없다. 대신 뱉는 단어 하나하나를 신중하게 하다가, 욕심도 좋은 답이 아닐까 살며시 고양이 발톱 꺼내듯 내어 보인다.
"응, 알았어요."
욕심에 대한 확답을 듣고 자그마한 덧붙임을 듣다 보면 어느새 고분고분 따르면서도, 한편으로는 수줍게 되어버린다. 사실 이스마엘에게 있어 싫은 것은 없지만, 당신은 그게 아닐지도 모르니까. 경청할 수밖에 없고 실천할 것이다. 서로를 완벽히 이해하는 것은 가족이라 해도 불가능한 일인데 피 하나 이어지지 않은 존재가 어떻게 감히 이해라는 말을 쉬이 꺼낼 수 있을까? 천천히, 여러 번의 시행착오를 해가며 맞춰가고 알아가는 수밖에. 인간으로 태어난 이상 온전하게 이해할 수는 없지만 받아들일 수 있을 때까지. 이스마엘은 손이 잡혔을 적, 손가락을 조심스럽게 꼬물거렸다.
"……내게.. 말해줘서 고마워요. 당신의 그런 점이…… 나는 정말 좋아."
수줍은 듯, 새로운 대화의 방식을 깨달아 기쁘고 한 걸음 나아갔음에 의미를 얻은 듯. 입술이 보드랍고 희미하게 올라간다. 얌전히 다물린 입술이 온전한 호선을 긋지 못한 까닭은 감사를 솔직하게 표현하는 것이 어색하기 때문이다. 눈을 도르르 굴리다 시선을 조심스럽게 맞추는 모습이 조금 어색하다. 피곤하지 않냐는 질문 때문이다. 스스로도 눈 밑의 푸르스름한 기운을 지울 수는 없었다는 걸 아는 걸까.
"조금 피곤하긴 하지만……."
말 끝을 흐려버렸다. 피곤하다고 한들 깊게 잠들지 못하기 때문이었다. 당신을 물끄러미 쳐다보는 눈이 느릿하게 감겼다 뜨였다. "리오는?" 뭔가 바라는 것이 있는 어린 강아지처럼 조그맣게 물어보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