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육클로스의 탄생은 정말로 요상한 일들을 많이 일으켰다. 강산 씨와 함께 침식 현상이 일어난 게이트 주변부를 순찰할 때는 '한여름에 이런 눈 덮인 혹한이 생기다니 오래 살고 볼 일이다'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지금 이건 기이한 수준이었다. 크리스마스 느낌의 게이트가 생겼으니 조사하라는 의뢰를 받은 빈센트는 여선과 함께 들어왔다.
"...이건 뭐..."
근육클로스처럼 온 몸이 근육질인 산타가, 지방을 싹 뺀 완벽한 근육질 순록을 타고 다니고, 산타의 선물을 준비하는 요정들 역시 몸이 탄탄해져서 요정 하면 생각나는 작고 호리호리한 몸집이 아니라 정사각형 같은 근육질 몸매를 자랑했다. 그 사이에서 근육이 없는 건 빈센트와 여선뿐이었다.
"...여선 씨. 아무래도 이거, 그 근육클로스 때문에 생겨난 게이트 같은데요." //선레
"그냥... 일단 조사만 하라는군요. 일단 우리 쪽에 적대적인 게이트는 아닌 것 같습니다."
빈센트는 이 게이트에 대한 초기 조사를 마친 이들의 보고서를 읽어보았다. 지금 빈센트와 여선이 그렇듯 상당히 떨떠름하고 충격적인 모양이었다. 다들 공통적으로 믿을 수 없을 정도의 근육질을 보고했고, 보고서에는 온통 근육으로 적힌 파넹 빈센트는 크리스마스형 게이트가 아니라 육벽으로 이루어진 게이트로 착각할 지경이었다. 뭐, 어쨌든 그것은 그것. 빈센트는 앞장서서 나간다.
"이곳의 중력은 우리가 사는 표준 지구와 비교해서 어떤지, 대기 조성은 어떤지, 의념 가용성은 어떤지, 그리고 가능하다면 기상현상까지..."
빈센트는 그렇게 말하다가, 하늘을 날아다니지 않는 근육 순록이 미친듯이 바닥에 쌓인 눈을 핥아먹는 것을 보고, 눈 내리는 하늘을 바라보다가 의심스러운 눈초리로 말한다.
빈센트는 그렇게 말하면서, 우리가 먹어도 되지 않느냐는 말을 보충한다. 비록 빈센트가 게이트학에 조예가 깊은 것은 아니었지만, 그럴 수록 더욱 유념해야 하는 격언은 잘 알고 있었다: 당신 세계의 무언가와 비슷한 게 보인다고, 그것이 당신 세계의 그것과 완전히 유사할 것이라는 착각을 버려라. 빈센트는 함께했던 동료의 일을 알려준다.
"잭슨이라고 열정이 과한 것만 빼면 좋은 친구 있었습니다. 함께 게이트로 들어갔는데, 대기 조성은 우리 세계와 비슷했고, 생물상도 우리 세계랑 비슷해보이니까 좋다고 냇물을 마셨죠. 그런데 그 친구에게 안 좋은 소식이 있었습니다. 그 냇물은 사실 냇물이 아니라 온 몸이 황금도 녹일 정도의 강산성 체액으로 이루어진 슬라임이었다는 거죠."
그 다음에 그 친구가 어떻게 됐는지는 굳이 말하지 않겠습... 이라고 말하려는 순간, 정사각형 모양의 근육질 요정이 제설을 하다 말고 빈센트와 여선을 찾아왔다.
"오! 머슬 크리스마스! 이번 해는 단백설이 아주 끝내주게 내린다네!"
"단백설이요?"
"아니, 왜 이렇게 빼빼 말랐나 했더니 역시 다른 세상 사람이라 모르는 건가? 겨울에는 99.9% 단백질로 이루어진 단백질 눈이 내린다네! 근육클로스의 축복이지."
그렇게 말하려는데, 갑자기 이번에는 근육요정이 그 둘 앞에 끼어들어서 빈센트의 말을 끊었다. 그리고 통풍이라는 이야기에 갑자기 자기가 잘 아는 근육 이야기 나왔다고 한마디 두마디 거들기 시작했다.
"통풍! 요산 과다로 온 몸에 결정이 생기는 무시무시한 병이지. 하지만 근육클로스는 득근과 보디빌딩을 방해하는 그런 끔찍한 질병을 만든 신을 증오하고, 그 질병을 해결하고자 하는 영웅도 없는 세태에 한탄해서, 지구라는 이세계로 넘어가서 그곳의 통풍을 전부 없애버리기 위한 위업에 착수하셨다네!"
"...어... 그거 좀 고마운... 일인가?"
빈센트는 혼란스러워하면서, 옆을 본다. 생각보다 빼빼 마른 사람들이 요상한 춤을 추고 있었다. 빈센트는 일단 이곳을 벗어나기로 했다.
"저걸 조사해보죠. 현지 문명의 문화적 양상도 조사의 일부니까요. 조사하기 싫지만..." //7
춤을 추는 사람은 생각보다 말라보였다. 그런데 다들 무슨 이상한 선글라스를 낀 채 이상하게 웃는 표정을 짓고 이상한 춤을 추고 있었다. 정확한 뜻은모르겠지만 크리스마스에 나가서 사람도 좀 만나고 놀라는 것을 장려하는 춤 같았는데... 너무 이상하고 요란하고 좀 그랬다. 빈센트는 그 춤을 혐오스러운 눈으로 보면서도 일단 다 기록하면서 여선을 본다.
"솔직히 말씀드릴까요? 제가 좀... 제 처신 문제 때문에 조심해야 하는 게 아니었다면 이 게이트 당장 나가버렸을 겁니다."
그리고, 그와 똑같이 생긴 사람 수백명이 오더니 각자의 모습대로 춤을 추기 시작했다. 왜 너같이 멋진 애가 크리스마스 약속이 없느냐는 의문의 춤. 정말로 이상하게 온몸을 비틀며 산책을 권장하는 춤. 빈센트는 너무 혼란스러웠다.
빈센트는 선금을 얼마나 받았는지 확인해본다. 1만 GP. 그래, 받긴 받았다. 빈센트는 마지막 희망까지 부서져버렸음을, 여선을 보고 알려주었다. 선금을 받았다. 선금이 없는 의뢰는 파기하면 어지간해선 "이럴 줄 알았으면 다른 사람 시켰을 텐데"라고 욕 좀 먹고 끝난다. 하지만 선금이 걸린 의뢰는 아무리 잘 끝나도 그럴 수 없었다. 즉 이건...
"의뢰 발주한 치들도 이럴 줄 알고, 우리가 못 빠져나가게 보험 들어둔 것 같습..."
콰쾅! 갑자기 지진이 일어났다. 땅이 흔들리고, 잔뜩 쌓여있던 단백설 뭉치들이 무너졌다. 빈센트는 몸을 숙이고 방어막을 전개해, 여선과 자신을 감쌌다.
"이게 무슨!"
이라고 말하려는데, 옆에 있던 근육요정은 워후! 하면서 신나게 웃더니 말한다.
"드디어! 크리스마스 행사 리허설을 하는가보군! 근육클로스는 매년 크리스마스 때마다 우리 세계의 지각을 짊어지고 스쿼트 100회 행사를 한다네! 지난번에는 리히터 규모 13이었는데!"
빈센트는 분명 겨울이고 온도도 영하 20도를 뚫었는데도 후끈해지는 이 느낌에, 정말로 끔찍하다고 생각하면서 계속 덛는다. 이걸 한다면... 그래. 성실하다는 건 인정해줄지도 모른다. 그런데 무슨 잡일이나 하수구 청소 의뢰도 아니고, 근육으로 가득한 근육게이트에 들어가서 근육크리스마스를 조사하고 성실함을 인정받는다라... 이것이... 근육?
"...이런 걸로 인정받고 싶진 않지만 말입니다."
빈센트는 그렇게 말하면서도 계속해서 움직인다. 어쨌든 조사할 게 많았다.
"근... 육!"
중장비 대신에 자신의 몸을 이요해 수십톤의 물건을 나르는 요정들, 단백설이 내리는 한가운데에 차려진 순록 헬스장, 그 순록 헬스장에서 서로 타격점을 잡아주고 열심히 운동하는 순록들. 심지어, 어떤 순록은 혼자 뒤에 수십마리의 순록을 태우고는 순록썰매를 끌고 있었다. 빈센트는 보고서에 아주 나쁘게 적다가, 이것 하나만큼은 좋게 적어도 되겠다고 생각했다.
"적어도 목적의식은 확실한 사람들이 사는 게이트임... 정도는 적어도 되겠죠? 그게 이 게이트에서 유일하게 좋게 적어줄 것 같습니다만." //13
빈센트는 보고서에 적어야 할 것들을 적는다. 대기 조성, 적어도 레벨 30대 의념 각성자가 호흡하기에는 문제가 없을 정도. 다만 대기중에 흩날릴 것으로 추정되는 고농도의 단백질 입자가 비각성자에게 해로울 가능성이 있어 조사 필요. 그 외 단백질의 구조가 상이하여 프리온 감염과 유사한 증세를 일으킬 가능성에 대해서는 추가 조사 필요. 현지 문명 및 생명체는 적대적이지 않은 것으로 보이나 만약 결례를 저지를 시 무슨 반응을 보일 지 알 수 없으므로 주의 필요. 그 외... 근육을 정말 좋아함.
"이 정도로 적으면 되겠군요. 여기 서명해 주시겠습니까?"
빈센트는 조사서에 자신의 이름을 적고, 공동 조사자인 여선의 이름도 서명해주기를 부탁한다.
"뭐... 소독이라. 뭘 걱정하시는지는 알겠습니다만, 그게 묻어서 소독을 한다 치면 차라리 우리 피부를 칼로 들어낸 다음에 재생시키는 게 더 빠르지 않습니까?"
우리를 넣을 정도로 거대한 압력밥솥에 들어가서 오토클레이브를 할 순 없으니까요. 그렇게 말한다. 만약 묻었으면 뭐... 별 일 있겠나. 수많은 게이트발 판데믹의 0번 환자가 되는 거지. 그렇게 생각하면서도, 일단 씻어서 나쁠 것은 없다고 생각해 물의 보호막을 만들어낸다. 보호막이라 해봤자 그냥 지나가면 끝이었다.
"그런 걸까요?!" "안전하니까 있는..." 하긴. 보통은 모터를 낀 배를 운전해주는 사람이 있거나 오리배 같은 걸(본인이 조절 가능함) 하지 이런 노젓는 건 웬만해선 없지?
"물론 간접 경험으로도 이런저런 게 가능은 하지만, 그래도 직접 해보는 건 좀 강렬하다고 해야 할까요?" "그런 게 있어요." 고개를 끄덕이며 노를 저으니. 이제는 조금 나아가는 걸 봅니다. 물론 의념 살짝 썼다는 점은 비밀입니다!(하지만 눈치채기 어렵지 않을 것이다) 재밌었냐는 질문에
"웬만한 일은 대부분 재미없는 편이지만.. 그래도 나쁘지는 않았어요!" 장난스러운 말에 장난스럽게 답하는 여선입니다.